크리스토퍼, 너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나는 비만이 장애인 것은 몰랐지만 내 사이즈는 내가 특정 장소에 갈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한다. 나는 너무 많은 계단을 오를 수 없어서 항상 공간에 어떻게 접근할지 생각한다. 엘리베이터가 있을까? 무대까지 계단이 설치되어 있을까? 계단이 몇 단일까? 난간이 있을까? 이 질문들은 장애인들이 세상으로 나왔을 때 하게 되는 질문과 닮지 않았는지 생각해보기도 한다.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는지, 우리가 장애가 아닐 때 얼마나 많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지를 알게 해준다. (p.332-333)



















나는, 지하철에 앉아있던 누군가 일어나 자리가 생겼을 때, 그 자리가 좀 좁게 느껴지면, '내가 앉으면 좀 낑기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래서 차마 앉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앉도록 내버려 둔다. 나도 앉고 싶었지만, 내가 앉음으로 인해서 사람들이 좀 더 좁게 앉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는거다. 그러면 내 욕망을 내려놓는다. 굳이 거기에 앉아 내 앉고 싶음을 실현함으로써 내가 덩치가 크다는 것을 인지하게 하고 싶지 않은 거다. 굳이 그걸 알게 해서 무얼해. 나는 아주 많이 내 몸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인정하지만, 가끔은 내 몸이 이렇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떤 동작을 취하고자 할 때, 혹은 어디에 가고 어디에 앉고자 할 때, 어떤 옷을 입으려고 할 때, 내 몸이 날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경우는 종종 있다. 세상의 많은 부분이, 거의 대부분이 '날씬한 여자'를 기준으로 모든 것들을 만들어두었기 때문에 내가 그들처럼 날씬하지 않다면, 모든 것에서 나의 선택지는 좁아진다.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만큼, 보는 만큼만 알 수 있다. 그러니까 나는 날씬한 여자들보다 덩치가 더 큰 여자들이 예쁜 옷을 고를 확률이 적다는 것을 안다. 이 만큼이 내가 경험한 세계이니까. 그런데 나는 나보다 훨씬 덩치가 큰, 고도비만인 사람의 삶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조차도 날씬하지 않으면서 늘상 다이어트를 해야하지 않나? 라고 생각했고, 그러나 실제로 나는 내가 이 육체로 살아가면서 충분히 행복하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피나는 노력을 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나는 내가 덩치가 작은 여자도 아니면서, 고백하자면, 아주 오랜 시간 비만을 혐오해왔다. 아주 뚱뚱한 남자 앞에서 뚱뚱한 남자가 싫다고 말한 적도 있다. 아, 나는 얼마나 무지하고 무례했던가.



록산 게이는 키도 크지만 덩치도 아주 크다. 스스로가 고도 비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고도 비만인으로 사는 삶에 대해 아주 솔직하게 말한다. 아주 많은 순간 그녀는 자신의 몸을 수치스럽게 여겼고, 수치스럽게 여기는 것보다 훨씬 많이 '불편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나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의자가 그랬다. 의자에 앉는 것이 그녀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팔걸이가 있는 의자에 앉는 일. 대부분의 의자는 팔걸이가 있고, 그 팔걸이를 들어 올릴 수 없다면, 그녀는 그 의자 안에 자신을 구겨 넣어야 했다. 억지로 구겨 넣고나면 당연히 몸에 멍이 들었고 또 아팠다. 비행기를 타면 두 좌석을 예약해야 했고, 안전벨트도 맞지 않아 항상 안전벨트를 연장할 수 있는 '벨트 익스텐더'를 가지고 다녀야 했다. 공중 화장실에서 변기가 무너질까봐 엉덩이를 들고 일을 봐야했고, 강연을 가서는 계단이 없는 단상에 올라갈 수가 없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병원에서 체중계에 올라가면 숫자가 더이상 올라가지 않았고 그래서 간호사들을 당황시켰다. 이 불편함과 수치심은 연결되어 있어, 그녀는 자주 울었다. 병원에서도, 비행기 안에서도, 그녀는 소리없이 울었다. 자신이 뚱뚱하기 때문에 운다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 소리죽여 울어야 했다.



나는 이 고백들을 읽으면서 '이건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여러차례 하게 됐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 세상에 살고 있고, 같은 사람인데, 모든 것을 할 때 더 불편한 삶은 잘못된 게 아닌가 싶었던 거다. 육체적으로 불편하면서 그것이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일. 이상하잖아? 휠체어가 오를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것이 장애인들을 위한 특별한 복지인 게 아니듯이, 큰 좌석을 만들고 더 긴 안전벨트를 만드는 것이 필요한 게 아닌가. 왜 뚱뚱한 사람은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벨트 익스텐더를 가지고 다녀야 하나. 왜 밥을 먹으러 가기 전에 그 식당의 의자는 어떤지 미리 체크를 해야 하나. 일상 생활에 이토록이나 불편을 가지고 온다면, 이건 세상이 모두 비만을 혐오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거다. 비만 혐오가 세상에 만연한 건 사실이지만, 이렇게 세상이 나서서 '뚱뚱한 니 책임이지' 라고 하는 건, 이건 너무 잘못된 거 아닌가? 왜 사람을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아프게 하는 거지? 이건..세상이 잘못한 거잖아? 이건 너무 부조리하잖아? 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우리는 몸에 대해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아마도 이 책을 읽고 이런 사례들을 접하다보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러니까 니가 살을 빼면 되잖아!"



그런데, 그게 정답일까? 이 세상이 정해놓은 평균 사이즈에 나를 맞추는 일. 그렇게 살아야 살기가 불편하지 않기 때문에, 나를 평균사이즈도 만들어야 하는 일. 그게 과연 온당한 답일 수 있는 걸까? 세상의 '보통의 사이즈'에 맞춰야 무리없이 살 수 있으니, 그렇게 만들도록 하라는 게, 그게... 답일까? 그보다는 내가 어떤 체형을 갖고 있어도 살기에 무리가 없는 쪽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닌가. 모두가 '니가 뚱뚱해서 불편한거야' 라고 비만을 혐오하는 게 잘못이지 않나. 너무 말랐다는 게 드러나지 않게 너무 뚱뚱한 게 특별하지 않게, 어떤 체형이든, 키가 작든 크든 뚱뚱하든 말랐든, 우리가 서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세상을 그렇게 만들어야 되는 거 아닌가? 왜 뚱뚱한 게 수치스러워야 할까? 왜 뚱뚱한 건 수치스러워야 하고, 죄를 짓는 기분이고, 불편한 걸 의미하는 걸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진짜 .. 뒤통수 한 대 크게 얻어맞는 것 같았는데, 만약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 역시 뚱뚱한 사람들을 보며 '그러니까 살을 빼면 되잖아?'를 생각했을 것이다.


맙소사..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비만을 혐오했던 내가 싫어진다 진짜. 부끄럽다...

아 너무 대충격이다 지금...




여러분. 책을 읽자. 책을 읽고 더 많이 생각하자. 주변을 둘러보자.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부분에서 나는 한참이나 뒤쳐져 있음을, 이렇게 책을 읽다가 깨닫는다. 부끄럽다. 정말 숨고 싶을 정도로 부끄럽다...

하아-



비만 비하는 일상생활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며 때로는 그럴듯해 보이는 의견으로 가장해 뚱뚱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기도 한다. 실제로 충격적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뚱뚱한 사람들을 괴롭히면 살을 빼게 될 거라고, 몸 관리를 하게 될 거라고, 그것도 아니면 자기 시야에서 사라지게 될 거라고 믿고 있다. 의사 자격증이라도 가진 것처럼, 비만과 관련된 건강상의 문제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식으로 인신공격을 한다. 이 박해자들은 말하지 않아도 되는 사실, 우리 몸이 통제 불능이고, 사회를 거역하고, 뚱뚱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자기들이 우리를 정의의 길로 이끄는 사도라고 생각한다. 무척이나 이상하고 잔인한 시민 의식의 발로가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이 뚱뚱하다는 이유로 나를 모욕할 때 나는 앙심을 품는다. 나는 완고해진다. 날 모욕하는 이들에게 침을 뱉어주기 위해 더 뚱뚱해져버리고 싶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앙심의 유일한 피해자가 나 자신뿐이라 해도. (p.214)






어제 친구가 내가 좋아하는 재이슨 스태덤이 나오는 영화가 개봉할 거라고 <메갈로돈>의 예고편 링크를 보내주었다. 나는 '아니 대체 상어 영화에서 이 사람은 어떤 액션을 보여줄 것인가' 궁금했는데, 어쨌든 봐야지. 그리고 집에 와서 이것에 대해 남동생과 대화했다.



"야, 재이슨 스태덤이 <메갈로돈> 이라는 상어영화에 나온대. 봐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기서 상어로 나온대?"



아 빵터졌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남동생 넘나 좋은 것. 마이 러브...





어제 김치볶음밥 먹고 싶다고 했더니, 오늘 아침 아빠가 김치볶음밥을 해두셨다. 고맙다고 말하고는 한그릇 먹었는데, 아오, 더 먹고 싶은 거다. 그래서 한그릇을 더 퍼왔다.


"아빠, 김치볶음밥 맛있어서 한그릇 더 펐어. 하염없이 들어가네. ㅋㅋㅋㅋㅋ"

"하염없이 들어가면 하염없이 먹어. 그러면 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 아빠의 이런 면은 정말 넘나 좋은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분명 커피가 잔뜩 있었는데..텀블러 가득이었는데...다 어디로 간걸까...어디로 갔니? ㅜㅜ

지난 몇 년간 전문가의 도움이 있으면 내 피트니스가 향상되리라는 것을 알았기에 퍼스널 트레이너와 몇 차례 운동을 하기도 했다. 요즘 나와 같이 운동하는 트레이너는 티제이라는 이름의 인디애나주 토박이인 청년이다. 키는 작지만 다부진 체형에 믿기 힘들 정도로 강건한 육체를 갖고 있다. 그의 삶 자체가 피트니스라 할 수 있다. 그는 말 그대로 건강의 화신으로, 젊음과 건강으로 빛이 나고 이 세상을 자기의 무대로 만들고 싶다는 열정으로 가득하다. 그는 단백질의 원천인 닭가슴살의 신봉자로, 곁들이는 소스로는 무지방이거나 칼로리가 낮은 머스터드를 추천한다. 그의 식생활을 들을 때마다 그와 그의 미각이 불쌍해진다. 그가 음식을 정말 맛있게 해주는 양념이나 향료를 하나도 모르고 있을까 봐 진심으로 걱정된다. (p.186-187)

나는 두려움을 잘 다루지 못한다. 그동안 사랑하는 사람을 밀어내려 했다. 나에게는 인간적인 약점이 허락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나는 늘 이대로는 부족한 사람이었다. (p.313)

2014년 10월 전까지는 더 잘하려고 녹초가 되도록 밀어붙였다. 그러다 보니 언제나 녹초가 되어버렸고 그래도 끈질기게 밀어붙이고 또 밀어붙이며 나 자신을 슈퍼휴먼이라고 생각했다. 스무 살에는 누구도 그렇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마흔이 되면 몸이 먼저 말한다. "그렇게 안 해도 돼. 자리에 앉아. 야채도 먹고 비타민도 먹어야지." 발목이 부러진 이후의 삶에 대한 자각의 순간이 찾아왔다. 아마 그중에서도 가장 심오한 깨달음은 치유란 그다지 거창한 것이 아니고, 먼저 내가 내 몸을 돌보고 나의 몸과 더 인간적인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우는 것이란 사실일 것이다. (p.317)

《타임》지 기사가 난 후에 부모님 댁에 갔을 때 아버지는 물었다. "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야기하지 않았니?" 나는 대답했다. "아빠, 난 무서웠어요. 더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될까 봐."
열두 살 때는 내게 일어났던 그 일이 너무 부끄럽고 창피했다. 나를 좋아하게 만들고 싶었던 그 아이와 했던 그 짓들 때문에 결국 그와 그의 친구들이 나에게 그 짓을 한 것이라 생각했고 그 이후의 모든 일이 전부다 내 잘못인 것만 같았다. (p.319-320)

그는 이름만 들으면 아는 대기업의 관리자였다. 그럴듯한 직함을 갖고 있었다. 여전히 똑같은 거만한 얼굴 표정, 그러니까 어떤 이들은 천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 세상은 내 것이야‘하는 득의만만한 표정을 지니고 있었다. (p.322)

그의 직장에 찾아가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기다리다가 집까지 미행을 하면 그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어떤 집의 어떤 방에서 자고 있을지 알아낼 것이다. 결혼은 했는지, 아니는 있는지, 행복한지 궁금하다. 좋은 남편이자 아빠일까? 같이 어울렸던 그 남자아이들과 아직도 연락을 할까? 혹시라도 그대 그 시절을 이야기하거나 혹시 내 이야기는 할까? 그가 나에게 그 친구 이름들을 알려줄지 궁금하다. (p.323)

내가 아는 모든 여자는 평생 동안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나는 내 몸을 편안하게 느끼지 않지만 그렇게 되고 싶고 그런 쪽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내 가치가 오직 내 몸에 달려 있다는 해로운 문화적 메시지를 버리려고 노력 중이다. 내가 지고 다니던 그 모든 자기혐오를 무효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어떤 공간에 들어갈 때 고개를 똑바로 들려고 노력하고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면 나도 눈을 마주 보려고 노력 중이다.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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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산 게이의 몸에 대한 고백 혹은 기록을 읽고 있다.

록산 게이는 키도 190센치나 되고 몸무게도 많이 나간다. 가장 몸무게가 많이 나갔을 때는 200키로가 넘었다고 이 책에서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도.


그녀는 열두살 때 '크리스토퍼'라는 같은 학급 남자아이에게 강간을 당한다. 그의 친구들 앞에서, 그리고 그의 친구들로부터도. 열두살에 친하게 지낸 남자아이로부터 집단 강간의 피해자가 되다니. 록산 게이는 이 일을 기록하며 그의 이름을 가명으로 '크리스토퍼'라 명하는데, 나는 읽으면서 그의 이름을 본명으로 써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굳이 가명으로 해서 지금 어딘가에서 어떻게든 살고 있을 그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 거다.


일전에 정희진 쌤 강연에 갔었을 때, 가장 무서운 건 '외로움'이란 말을 들었었다. 나는 록산 게이의 이 책, 《헝거》를 읽으면서 외로움이 가장 무섭구나, 떠올린다. 록산 게이가 '아닌 것 같다'고 느끼면서도 크리스토퍼와 계속 만났던 것은, 학교에서 아는척 해주는 누구도 없을 때, 학교 밖에서 크리스토퍼가 친구(라고 그녀는 느꼈다)가 되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크리스토퍼 조차도 학교에서는 록산 게이를 아는 척 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방과후에 만나 함께 지냈고, 그 시간동안 록산 게이는, 크리스토퍼가 시키는 걸 모두 하게 된다. 그걸 하지 않으면 그마저도 잃을까봐. 학교에서 인기 좋은 남자아이가 나의 친구가 되어주는데, 그녀에게는 그가 아닌 다른 누군가도 없고, 그를 놓고 싶지 않은 마음에 누구에게도 말못할 비밀을 키워나간다. 그렇게 록산 게이의 외로움을 이용하여 자기 욕망을 채우던 크리스토퍼는 친구들까지 데리고와 그녀를 강간하는 것이다. 열두 살의 크리스토퍼가 열 두 살의 록산 게이를.



록산 게이는 그 이후 먹는 일에 집중하게 된다. 자신의 몸을 크게 더 크게 부풀려 안전해지고 싶어한다. 누구에게도 그 일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심지어 자신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부모님들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그 일을 제 안으로 숨기면서, 그러면서 자신의 잘못이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내가 나를 그렇게 망가뜨렸다, 고 스스로를 자책하는 것. 그럴 때 록산 게이를 위로해주는 건 음식 밖에 없었다. 먹는 행위. 그리고 먹는 것에서 오는 쾌감. 먹을 때 음식은 그녀에게 쾌감을 줬고, 그 일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게 몸이 자꾸 자꾸 더 커지면서 그녀는 남자들로부터 안전하다 느낀다.



아직 이 책을 다 읽지 못했는데, 그 후에 이십대와 삼십대 사십대를 거치며 그녀가 자신의 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또 어떻게 느끼는지가 차분히 기록되어 있다. 많은 부분 그녀의 생각에 동의하고 또 그녀의 갈등에 공감하면서 책을 읽어가고 있는데, 그런 한편 '크리스토퍼는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십대에 친구들과 함께 여자아이를 집단 강간한 크리스토퍼.

그는 그 후에 어떤 삶을 살게 되었을까?

십대 후반에는? 이십대에는? 삼십대에는? 그리고 지금은?

인기 많은 남자아이가 인기 없는 여자아이를 자기 멋대로 이용한 것이 잘못이라는 걸, 그 때는 몰랐을까?

알기 때문에 그는 학교 에서는 그녀를 아는 척도 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무엇이 어떻게 잘못됐다고는 인지하지 못해도, 자신들이 하는 행동이 잘못이라는 것, 떳떳하지 못하다는 건 알지 않았을까?

그 뒤로 록산 게이는 학교에서 걸레로 소문이 나는데, 그렇다면 그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 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건 아닐까?

자신이 잘못한 거라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면, 그 후에도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았을까?

그는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록산 게이는 자신의 십대 후반을, 이십대를 몽땅 망가진채로 보냈다고 생각하는데, 크리스토퍼는 어땠을까?

다른 사람의 육체를 제멋대로 하는 것을 지속했을까?

그는 범죄자가 되었을까? 아니면 반성하고 있을까?

도대체 크리스토퍼는,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그는 어떤 성장과정을 거쳐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어떤 모습으로 지금을 살고 있을까? 감옥에 있을까? 범죄를 저지르고 있을까?

나는 그가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그 일로 크게 양심에 가책을 느끼면서 쥐죽은 듯 사는, 그런 사람이 되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록산 게이가 지금 이렇게 큰 작가가 되어있는 걸 보고 있을까?

어떤 모습으로?

설마, 더 높은 어떤 위치에서 명예를 가진 채로 더 큰 힘을 폭력으로 행하고 있진 않을까?



크리스토퍼,

너는 지금 어떤 어른이 되었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니?

잘....살고 있니?






하긴 상처가 아니라면 왜 쓰겠는가? 상처가 없으면 쓸 일도 없다. 작가는(학자도 마찬가지다) 죽을 때까지 ‘팔아먹을 수 있는‘ 덮어도 덮어도 솟아오르는 상처wound 가 있어야 한다. 자기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경험을 쓰는 것이 아니다. 경험에 대한 해석, 생각, 고통에 대한 사유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그 자체로 쉽지 않은 삶이고, 그것을 표현한다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산을 넘는 일이다. -정희진 추천사中, (p.9-10)

당신이 무슨 말과 행동을 하는지에 상관없이 오직 당신의 몸만이 가족과 친구들에게, 때론 낯선 사람들에게 공공 담론의 대상이 된다. 당신의 몸무게가 늘었을 때, 감량을 했을 때, 혹은 그대로 유지했을 때도 어느 누구나 당신 몸의 비평가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은 당신에게 비만의 위험성에 대한 각종 통계와 정보를 코앞에 들이미는데 마치 당신은 뚱뚱할 뿐만 아니라 멍청해서 당신 몸의 실치에 대해, 그 몸을 최대한 적대적으로 대하는 이 세상에 대해 무지하거나 착각에 빠져 있는 줄 아는 것 같다. 그 사람들은 언제나 당신에게 가장 ‘유익한‘ 것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이런 비평들은 항상 ‘염려‘라는 말로 포장되곤 한다. 그들은 당신이 사람이라는 것을 잊는다. 당신은 곧 당신의 몸이고 결코 그 이상이 아니며 당신의 몸은 그보다 더 못한 것이 되어야만 한다. (p.145-146)

<비기스트 루저>는 뚱뚱함을 반드시 파괴해야만 하는 적이자, 근절해야만 하는 전염병으로 보는 프로다. 뜻대로 되지 않는 몸은 오만 가지 방법으로 통제와 징계를 받아야 하고, 그 통제와 징계를 통해 비만인들을 더 인정받을 만한 사회 구성원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그들은 살만 빼면 행복을 찾을 수가 있는데, 이 쇼에 따르면, 그러니까 이 사회의 문화적 관습에 따르면, 행복이란 오직 날씬함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기스트 루저>같은 쇼와 이를 모방한 여러 쇼를 볼 때마다 우리는 실질적으로 우리에게는 없는 힘을 달라고 빌게 된다. "너무나 인간적인 이 몸을 가져가시고 당신이 의도하는 그 몸을 주세요." (p.153)

이 여성은 그동안 자신의 참모습을 찾고 스스로를 위한 최고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신념을 우리에게 설파해왔다. 그러나 2015년 윈프리는 4000만 달러를 투자해 웨이트 워처스의 주식 10퍼센트를 사들여 이 회사의 대주주가 되었다. 이 브랜드의 광고 중 하나에서 오프라는 말한다. "올해 당신 인생 최고의 몸매를 만들어보세요." 이 문장에 담긴 함의는 현재 우리의 몸매는 우리의 최고의 몸매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코 절대로 그렇지 않다. 60대 초반의 억만장자이며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인 오프라조차도 자기 자신이나 자신의 몸에 대해서는 행복을 느끼지 못하나 보다. 이것이 바로 우리 뜻대로 되지 않는 몸에 관해 이 문화가 보내는 해로운 메시지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아무리 물질적인 성공을 거두어도, 우리는 날씬하지 않으면 만족하거나 행복할 수 없다. (p.163-164)

비만 비하는 일상생활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며 때로는 그럴듯해 보이는 의견으로 가장해 뚱뚱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기도 한다. 실제로 충격적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뚱뚱한 사람들을 괴롭히면 살을 빼게 될 거라고, 몸 관리를 하게 될 거라고, 그것도 아니면 자기 시야에서 사라지게 될 거라고 믿고 있다. 의사 자격증이라도 가진 것처럼, 비만과 관련된 건 강상의 문제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식으로 인신공격을 한다. 이 박해자들은 말하지 않아도 되는 사실, 우리 몸이 통제 불능이고, 사회를 거역하고, 뚱뚱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자기들이 우리를 정의의 길로 이끄는 사도라고 생각한다. 무척이나 이상하고 잔인한 시민 의식의 발로가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이 뚱뚱하다는 이유로 나를 모욕할 때 나는 앙심을 품는다. 나는 완고해진다. 날 모욕하는 이들에게 침을 뱉어주기 위해 더 뚱뚱해져버리고 싶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앙심의 유일한 피해자가 나 자신뿐이라 해도.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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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을 읽는다는 것
    from 마지막 키스 2018-04-12 10:00 
    나는 비만이 장애인 것은 몰랐지만 내 사이즈는 내가 특정 장소에 갈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한다. 나는 너무 많은 계단을 오를 수 없어서 항상 공간에 어떻게 접근할지 생각한다. 엘리베이터가 있을까? 무대까지 계단이 설치되어 있을까? 계단이 몇 단일까? 난간이 있을까? 이 질문들은 장애인들이 세상으로 나왔을 때 하게 되는 질문과 달지 않았는지 생각해보기도 한다.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는지, 우리가 장애가 아닐 때 얼마나 많은 것을 당연하게 여
 
 
psyche 2018-04-16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읽으면서 한국이었다면 지금쯤 크리스토퍼의 본명이 뭐고 지금 뭐하는지 다 까발려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나중에 록산이 직접 인터넷에서 찾아보잖아요 그놈을요. 그 심정이 이해가 되고, 또 너무 아팠어요.

다락방 2018-04-16 09:10   좋아요 0 | URL
네, 학교에서 인기 많은 백인 남자아이 였으니, 뭔가 한 자리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저도 생각했거든요. 나중에 찾아보고 알아주는 대기업의 관리자가 되었다는 걸 알고 참 .. 어떤 마음이었을지. 그는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을까요? 그리고 지금은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을까요?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평온하고 부유한 일상을 누리고 있을 것 같아서 답답해요. 그리고 제가 나서서 다 까발리고 싶은 심정이에요. ㅠㅠ
 
시를 한편 지어봤어요. 3

맞춤



아메리카노는 머그잔에

와인은 와인잔에

소주는 소주잔에

맥주는 유리컵에


그렇지 않으면 제 맛을 못낸다



너는 나에게


그렇지 않으면 제 빛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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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8-04-11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다락방 2018-04-11 08:34   좋아요 0 | URL
저는 혼자 이 유치한 걸 생각하고서는 아 유치해... 이러면서 웃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실 2018-04-11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저두 따라해야지. 시를 한편 지어봤어요~~~~~

너는 나에게
그렇지 않으면 제 빛이 사라진다.
칠봉님? ㅎㅎㅎ

다락방 2018-04-11 09:28   좋아요 0 | URL
아 빵터졌네요 아침부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8-04-11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홍!

다락방 2018-04-11 09:28   좋아요 0 | URL
비연님.
낯선 살냄새가 제게로 오고 있습니다... (딴소리 ㅋㅋ)

비연 2018-04-11 09:5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결국 낯선 살냄새를 취하셨군요.

다락방 2018-04-11 10:06   좋아요 0 | URL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이 책을 다 읽고 잤다.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 때문에 좀 속상했다. 그 사건이 이 책에 굳이 필요했을까. 내가 다 읽었단 얘기에 친구는 '그 이야기 너무 싫지 않냐'고 물어왔고, 나 역시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걸 넣어야 했나 싶다'고 말했다. 그 일은, 일어나서도 안되는 일이고 또 이 전체적인 시리즈에서도 부러 넣지 않았어도 좋을 이야기였다. 그 사건 때문에 릴라가 더 공허함을 느끼는 노년을 맞게 되었지만, 그렇게 해서 더 공허하게 해야 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굳이 그 사건을 넣은 이유를 모르겠다. 시리즈를 통틀어 많은 크고 작은 사건들은, 분명 존재했던 게 사실이고, 시대적 배경으로 사실이었고, 그러니 그것을 이야기의 흐름에 넣은 것은 작가 나름대로의 의도이며 계산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배치한 것은 작가가 굉장히 영리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사건'에 대해서라면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작가가 너무 욕심을 부린 게 아닌가 싶어지는 거다. 그 사건을 뺐어도 이 시리즈가 더 나빠지거나 더 심심해지지는 않았을텐데. 그게 좀 속상했다. 좀 찜찜하기도 하고.



이 책을 나보다 먼저 읽기 시작한 E 는 읽으면서 내내 이 책을 내가 읽기를 원했었다. 제발 좀 읽으라고, 언제 읽을 거냐고, 이 책은 진짜 니가 좋아할거라고 계속 얘기했었다. E 는 이 책에 이입이 너무 잘되고, 자신의 인생책이 될 것 같다고 했는데, 나는 E 가 기대한만큼 이 책을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다. 그런데 E 가 내게 왜 읽으라고 했는지는 알겠더라. 내가 E 보다 먼저 완독한 지금, 내가 먼저 다 읽을거라 생각한 E 는 어제 내게 그랬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레누와 내가 겹쳐졌다고. 그러면서 '네가 가슴 아플까봐 내가 먼저 말하진 못했는데, 레누가 글을 쓰는 사람이어서 너 생각 나기도 했지만, 한 사람을 오래 사랑하는 거 보고 니가 이입 너무 잘할거라고 생각했어' 라고 했다. 아, 나를 너무 잘 아는 E 여........ '레누는 계속 너같았어' 라고.......



어느 지점에서 E 가 그렇게 생각하고 느꼈는지를 나는 너무나 잘 알겠고 또 동의하는 바이다. 그런데, 내가 결정적으로 레누랑 다른 게 있었으니, 나는 평생 그렇게 누군가를 경쟁자이자 친한 친구로 의식하며 살지 않았다는 거다.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는 경쟁이 사실 별 필요가 없었다. 뭐 다른 점을 찾자면야 그보다 많겠지만, 같은 점 역시 무시하지 못하게 많은 것. 어리석은 선택을 할 때마다 레누가 나같았고, '그러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들'을 할 때마다 나는 레누가 되었다. '나라고 별 수 있었을까' 하게 됐던 것.


나와 레누가 가장 같았던 지점이 E 가 내게 말한것처럼, '글 쓰는 것'과 '한 사람을 오래 사랑한 것'인데, 이게 가장 비슷하면서 또 가장 다르기도 한데, 일단 그 행위들에 있어서는 나와 같지만, 그 결과에 있어서 나와 다르다. 왜냐하면 레누는, 엄청 잘나가는 책을 썼거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도 하고, 레누의 책은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번역되고 막 그랬어? 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책이 한국에서도 안팔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뭐가 레누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그냥 다락방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또 다른 건, 레누가 평생에 걸쳐 사랑한 그 단 한사람은, 개쓰레기였다는 사실. 그래서 그토록 이루고 싶었던 사랑이었건만, 이루고나서 '헐 이게 뭐여...' 할 수 밖에 없게 됐다는 것.






레누는 그와 사랑을 하고나서, 그를 사랑했던 기나긴 세월이 사라지는 걸 느낀다. 아, 너무 가슴아프지 않은가.



'그를 사랑했던 기나긴 세월이 그날 아침 송두리째 사라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를 사랑했던 기나긴 세월이 그날 아침 송두리째 사라지진 않았다. 송두리째 사라졌다면 나는 진짜..어휴................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레누가 사랑한 사람에 비하자면 너무나 좋은 사람이었지만, 막 아주 그렇게 강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그가 강하지 않았다는 게 내가 그를 사랑하지 못할 이유는 아니다. 다만, 그가 좀 더 강했으면 내가 좀 더 행복해졌을 거라고 생각할 뿐.



아오 너무 가슴 시리지 않냐.



'그를 사랑했던 기나긴 세월이 그날 아침 송두리째 사라진 것이다.'





회사에 올해 환갑이 되신 직원분이 계신데 이 분은 가끔 마라톤에 참여하신다. 이번에도 4월에 신청하셨다길래, '지난번에 발 아프다 하셨는데 괜찮으시겠냐' 물었더니, 발은 여전히 아프다는 거다. 그렇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몸도 안만들고 게을러지게 된다고, 그래서 식구들이 말리는데도 굳이 신청하는 거라 하셨다.


"사람이 목표가 있어야 되거든. 그래야 게을러지지 않아요."





마침, 나는 오늘 아침에 목표 있는 삶에 대해 생각했었는데, 어쩜 이렇게 회사 와서 이런 말을 듣게 될까. 내가 생각한 그대로를 말씀하시네.




아주 오래전, 이십대 후반 무렵에 J 라는 남자사람을 알게됐다. 나보다 몇 살 어린 친구였는데, 첫만남에서부터 나는 그에게 강하게 끌렸고, 그도 나를 되게 '신기한 캐릭터'라며 좋아했다. 그는 당시에 막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었고, 취업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가 여기저기 입사원서를 내고서는 면접을 보러 다니면서 하루는 내게 연락을 했다. 나는 그와 내가 아는 게 Y 가 중간에 있었던만큼, Y 없이 내게 연락한다는 게 뭔가 .. 신기했지만(?), 싫지 않아서 따로 연락을 하곤 했었는데, 마침 자기가 강남에 있는 회사에 면접을 본다는 거다. 강남이니만큼 면접 후에 나를 만나 식사를 하고 싶다는 것. 나는 아, 좋긴 하지만 나 퇴근후에 만나려면 니가 나를 좀 기다려야 할텐데? 말했더니, 그는 내게 기다릴테니 오라고만 했다. 그렇게 그는 면접을 보고난 후에 강남의 한 까페에서 나를 한참을 기다렸다. 그래서 그날 저녁을 함께 먹고 술도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는 헤어지는 길에 집에 가면서 내게 문자를 보냈다. "최근에 이렇게 많이 웃어본 적이 없다, 너랑 오늘 하루 웃은게 최근에 웃은거 다 합친것보다 더 길다'고 한 거다. 사실 나는 이런 말이 아니었어도, 그가 좀 좋았다. 우리 손도 잡았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만난 첫날부터 ㅋㄷㅋㄷ  어쨌든 그가 좀 좋았지만, 그는 나보다 어렸고, 뭐랄까, 집도 강남이고... 목표가 대기업이고......나는 그가 좀 좋았는데, 그때의 나는 자주 쭈그러지는 사람이어서, 그 뒤로 그가 우리 회사랑 가까운 어느 대기업에 취업하고, 수시로 내게 전화를 걸어와 퇴근후에 밥먹자고 하는데도, 나는 '야근해야 해'라며 거절했었다. '야근해도 밥은 먹고할 거잖아, 밥 먹고 야근해' 라고 하는데, 나는 '아니야 안먹고 할래' 이러고 그를 만나기를 좀 피했어. 나는 너무나 쭈그러진 사람이었지. 내가 감히 어떻게 얘를..뭐 이런 감정이 좀 있었더랬다. 걔랑 키스하는 꿈도 꾸고 그랬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부끄러워서 이거 쓰다가 얼굴 좀 빨개지고 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까지 쓰고 혹시 Y 나 J 가 이 글을 볼 수도 있을까? 싶어서 좀 쫄림)



나야 그놈을 좀 좋아하면서 쭈그러들긴 했지만, 그놈이 나를 이성으로 좋아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는 나를 뭐랄까, 늘상 되게 특이한 캐릭터라고 생각을 해서 재미있어 했다. 싸이월드가 한참 유행하던 시절, 내 글에 댓글을 남긴 한 여자사람에게 "어? 누나도 이 다락방이란 사람을 알아? 이 사람 너무 신기하지?" 이랬었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가 그렇게 신기하냐 이놈아. 어쨌든 나는 그가 다니던 대기업과 관련있는 회사에 다녔던 사람이라 어느 하루는 그 대기업에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영업부 직원이 해야할 일인데 다 출장을 가서 하는수없이 내가 대신 간 적이 있었다), 그에게 '나 니네 회사 가' 라고 메세지를 보냈더니, '오면 연락해!'라고 해서 그의 회사의 접견실에서 그를 만나 잠깐 수다를 떨다 온 적도 있다.



아, 그런데 이런 썰을 늘어 놓으려던 게 아니라 목표. 목표 얘기를 하려던 거였지.



나는 '목표'란 말을 들으면 자연스레 이 친구 생각이 난다.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회사에 취업하고 그 후에 계획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거였는데, 정말로 입사후 몇 년 됐을 때였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게 된거다. 싸이월드를 통해서 프로포즈 이벤트도 보게되었고, 또 싸이월드를 통해서 그가 나중에 아이를 낳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나는 그의 삶을 보면서 '와, 정말 계획대로 딱딱 잘 사네'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 친구를 보면서 '나는 무계획의 사람이구나, 나는 계획 같은 거 안세우고 그냥 막 사는 무대뽀의 사람이구나' 생각을 했었다. 그게 나쁘다 좋다의 개념이 아니라, 아 그냥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했던 것. 그러다 나중에,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됐다. 나야말로 계획적인 사람이었고 목표를 꼭 정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다만, 내 목표 혹은 계획이 '대기업 입사, 결혼, 출산과 육아' 가 아니었던 거다. 나는 다른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그 길을 보면서 갔고, 그래서 내가 가진 목표를 다 이루어냈다. 그 누구보다 계획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사람이 나였고, 내가 가진 목표를 다 실행했다고 생각한 순간, '다 이루었으니 이제 닐니리 땡이다' 하는 게 아니라, 바로 다음 목표를 또 만들어내는 사람이었던 거다.



나는 게으른 삶을 추구하고 게으르게 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하지만, 게으르게 살 수가 없는 사람이란 걸 나이들수록 깨닫는다. 가만히 있질 못하고 자꾸 뭔가를 하려고 꼼지락 거리고 빨빨거리고 그러는 거다. 그런데 이게 바로 내가 삶을 힘있게 살아가는 내 식의 방법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 역시, 목표가 있기 때문에 두 발을 단단히 땅에 붙이고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목표가 있으면-이 목표는 꿈이라고 바꿔 말해도 좋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 방향을 보고 걷는 거다. 수시로 흔들릴지라도 어쨌든 저기, 내가 닿아야 할 곳이 있으므로 그곳을 보고 걷는다. 그러다보면 거기에 정확히 도달해 깃발을 확- 빼지는 못하더라도, 그 근처에는 갈 수가 있어. 나는 이렇게 사는 게 내 삶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여유롭고 게으르게 사는 걸 추구하지만, 그렇게 살 수가 없는 사람이라, 나는 항상 이렇게 나를 땅에 발붙이게 할 무언가를 자연스레, 나도 모르는 사이 설정하는 것 같은 거다. 거기에는 오래 사랑한 사람을 반드시 만나겠다는 목표 같은, 언제 올지 모를 먼(어쩌면 아주 가까운) 미래의 목표도 있지만, 아주 가까운 미래에 대한 것도 나는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목표 삼아 실천하기 위해 살아간다. 이를테면, 어젯밤 내가 세운 가깝고 작은 목표는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나물 있는 걸로 밥을 비벼먹는다'


는 거였다. 나는 자기전까지 이 목표(혹은 계획)을 잊지 않았고, 내 목표에 대해 아빠께도 말씀드렸다. 참고적으로 내 목표가 무엇인지 혼자 다짐하고 혼자 실행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왜냐하면, 내가 도움을 받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어도, 도움을 받게 될 수도 있거든. 아무튼 나는 아빠께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밥 비벼먹을거야, 혹시 내가 까먹으면 밥 비벼 먹으라고 말해줘, 라고 말씀드렸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아빠는 나 밥 비벼 먹으라고 계란프라이를 해놓으신 것. 이것봐, 목표에 닿기 위해 도움을 받게 된다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오늘 아침 나의 식사!





참기름도 잔뜩 뿌린 비빔밥. 호박, 콩나물, 시금치.. 하나 또 있는데 그 나물은 이름을 여동생이 말해줬는데 까먹었다. 아무튼 그거랑 고추장 넣고 슥슥 비벼서 맛있게 먹었다.


이거봐, 나는 자꾸 이렇게 목표가 있어가지고 게으를 수가 없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비빔밥 먹겠다는 목표만 아니었으면 좀 꼼지락거리다 일어나도 됐을텐데, 저거 나물 넣고 비비는데 시간 걸리니까 초큼 더 일찍 일어났다니까? 그리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액션을 취하기 때문에 삶이 단단해진다. (응?)



아무튼 아침에 비빔밥 먹었단 얘기를 거창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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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8-04-10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읽다가 내가 왜 설레었는지... 이런 얘기 좋네요. 한 사람 오래 사랑하다 헤어지는 건 좋은 일이지만 너무 슬퍼요. 다락방님 신기한 사람이었어요? ^^

다락방 2018-04-10 11:56   좋아요 0 | URL
저는 전혀 신기한 사람이 아닌데 ㅋㅋㅋ J 에게는 아마도 그동안 만나보지 못했던 인간유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봄에는 역시 이런 얘기가 좋죠? 후훗.

one fine day 2018-04-10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좋네요. 저는 안빈낙도가 꿈이자 목표인 사람이라 다락방님의 소소해 보이지만 거대한 목표에 많이 동감합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기가 참 어려운 거거든요..

다락방 2018-04-10 12:16   좋아요 0 | URL
사실 제 목표를 이루는 데 제가 스트레스를 안받는게 중요하잖아요. 근데 저는 안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뭔가 빡센 목표가 아니라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목표는 소소한 게 좋은 것 같아요. 어쩐지 거대하다면, 그건 기간을 엄청 오래 잡으면 될 것 같고요.

아무튼 이제 점심시간입니다. 점심 맛있게 드세요! 우리 잘 먹고 지냅시다, 원 파인 데이님! 제가 요즘 느끼는건데요, 잘 먹어야 컨디션도 좋더라고요. 잘 먹고 잘 지내요!

단발머리 2018-04-10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락방님이 이 책을 다 읽었다고 하니 이제서야 마음이 딱 놓이고 (나는 뭐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나도 이제 슬슬 본격적으로 니노를 까는 리뷰를 한 편 써볼까 생각합니다. 이 시리즈가 우리에게 선사한 기쁨과 슬픔, 그리고 분노와 빡침의 순간들을 전, 고맙게 생각해요. 오랫만에 정말 밤잠을 아껴가며 밤낮으로 읽는 즐거움을 느꼈거든요. 마지막 부분에 대한 다락방님의 지적도 동의하구요.

다락방님이 레누처럼 훌륭한 작가인건 이 두 가지 때문이예요. 모닝 비빔밥으로 구현된 탁월한 목표 설정과 성실성*^^*

다락방 2018-04-11 08:33   좋아요 0 | URL
니노는 까도 까도 또 깔 게 나오는 진정 리얼 쓰레기죠. 좋은사람인 척, 착한 사람인 척, 다정한 사람인 척 하는게 지상 최고인데, 페미니즘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관심 있어 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은 실천하지 않고요. 오히려 여성을 우습게 알고 있죠. 니노를 까는 리뷰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이 책 읽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 니노를 까는 글을 하나씩 썼으면 좋겠어요. ㅋㅋㅋㅋㅋ 아오 너무 싫어요 진짜.

니노 까는 페이퍼 기다리겠습니다!!


제가 탁월한 건 아침부터 비빔밥을 먹는 식욕이 있다는 점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18-04-11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니노 따위를 까는 데 우리의 열쩡이 소비되는 게 막 화가 나고 그러지만 기대도 되는 저는 뭡니까?!! ㅎㅎㅎ 역시 외.완.얼., 쓰.완.얼, 입니다.외도의 완성도 쓰레기의 완성도 니노시키.

다락방 2018-04-11 09:30   좋아요 0 | URL
그렇게나 많은 여자들을 막 대하면서 댄다는 핑계가 자기 정력이 너무 넘쳐서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진짜 할 말을 읽었어요. 어우 쓰레기 진짜.. 분리수거도 안되고 재활용도 안되는 쓰레기....
 

나폴리 시리즈를 다 읽으면 집에 사두고 안읽은 종이책들을 읽을 생각이지만, 물론 크레마에 사두고 안읽은 전자책도 많지만, 그래도 크레마에 재미있는 전자책 하나 넣어둘까 싶어 아까 훑어보았다. 나는 분명 소설쪽을 보고 있었는데... 뭐가 어떻게 된건지..... 어쨌든 '크리스티나 로런' 작가의 책을 보게됐고, 10년 대여 상품이 있고, 아, 이 작가 이름 들어봤는데, 나 뭐 읽은 것 같은데...흐음.. 잘생긴 개자식인가??? 하고 주르륵 작품 소개를 보다보니, 저기 어디쯤, 잘생긴 개자식의 저자라고 되어있다. 그래서 읽어볼까... 읽어보고 싶네.... 긴긴밤, 잠이 안오면 읽기 좋지 않을까 싶은데....제목 때문에 선뜻 구매를 못하겠다. 이거 크레마에 다 남거든.... 제목 왜 이런겁니까...






















낯선 살냄새 라니...........................낯선 당신의 향기...쯤으로 해주지........................낯선 살냄새라니..............



Orz



살까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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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4-09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낯선 피부의 향기...

다락방 2018-04-09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익숙하지 않은 그 향기....

syo 2018-04-09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살치킨냄새 급 맡고 싶다

다락방 2018-04-09 18:00   좋아요 0 | URL
치킨.......................................먹고싶네요. 저는 맵스터 먹고싶어요. 힝 ㅠ

책한엄마 2018-04-09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낯선 쉰 냄새로 읽었고 상상해 버렸어요.ㅠㅠ

다락방 2018-04-09 18:48   좋아요 0 | URL
악 싫어 ㅠㅠ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그러셨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한엄마 2018-04-09 18:50   좋아요 0 | URL
제 눈이 잘못했어요.엉엉..

꼬마요정 2018-04-09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낯선살내음... ㅎㅎㅎ 제목 좋은데요. 굳이 향기라는 한자어를 안 쓰고 익숙한 냄새라는 단어도 좋고... 왠지 엄마 느낌도 나구요 ㅎㅎ

다락방 2018-04-10 08:00   좋아요 0 | URL
음.... 너무나 음란하게(!) 생각한건 제가 너무나 음란한 사람이어서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님 댓글 읽고나니 뭐 어때? 사자! 막 이런 마음이 드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8-04-09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랄까요.
읽기 전에 상상하게 만드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04-10 08:00   좋아요 0 | URL
막 그런 거 있잖아요.
악 싫어!!!!!!!!!!!!!!!!! 그러면서 또 끌리는....... 그게 살냄새이고 또 살냄새를 제목으로 쓴 이 책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몹시 혼란해하고 있음)

비연 2018-04-10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제목이.............................

다락방 2018-04-10 10:14   좋아요 0 | URL
너무 사기 싫은데 또 너무 사고 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