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패리시 부인 미드나잇 스릴러
리브 콘스탄틴 지음, 박지선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굉장히 똑똑한 소설이다. 1장은 빼앗는 여자의 시점에서 그리고 2장은 빼앗기는 여자의 시점에서 진행되는데, 1장만 읽어나갈 때 이 소설은 별다를 바 없는, 그저 뻔한 내용으로 진행이 되는 거다. 가난하게 자란 여자 그래서 부자가 되고 싶은 여자. 그런데 자기 능력으로는 도무지 그렇게 될 수 없으니, 이미 화려한 삶을 살고 있는 여자의 자리를 뺏어 부자가 되려는 여자. 너무 뻔한 내용이라 대체 이 소설이 어떻게 진행되려는가 싶어지려는 찰나, 나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빼앗기는 여자의 시점에서도 이야기를 접하게 되는 거다. 그래서 알 수 있는 건, 우리가 한 사람에 대해 얼마나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 나만 해도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일 것이고, 착한 사람일 것이고(이건 좀 아닌가...),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일 테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오만하고 잘난척하고 재수없고 다시는 상종하기 싫은 사람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에게 흠없는 사람이 될 순 없다.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를 다른 사람은 싫어할 수도 있고, 내가 다정하다고 보는 사람을 누군가는 쌀쌀맞다고 볼 수도 있다. 저 사람은 정말 완벽한 것 같아, 라는 누군가의 평가에 나는 '그 사람은 좀 아닌 것 같은데?'라고 말하게 될 수도 있고. 그러니까 친구가 결혼할 남자를 내가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친구가 만나지 말라는 남자를 내가 좋아하기도 하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나. 우리 모두가 한 사람만 같은 크기로 같은 식으로 보게된다면 세상은 아마 지금보다도 훨씬 훨씬 부조리해졌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 바로 그걸 자연스레 보여준다. 한 사람에 대해 엇갈린 평가. 물론 한 쪽은 아직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기에 완벽하다고 평하는 남자를, 다른 쪽에서는 처음부터 '어쩐지 뭔가 어딘가는 찜찜한' 사람이라 생각했었고, 주변에서도 '그 새낀 좀 이상한데... 어딘가 찜찜한데' 하고 생각했었다는 것. 이것들은 아마도 사람이 자기가 보고싶은 대로 보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원하는 게 화려한 생활과 넉넉한 돈이라면, 그걸 이미 갖추고 있는 잘생긴 남자가 완벽해 보이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 그러나 내가 가장 높게 평가하는 게 돈이 아닌 다른 것, 이를테면 자기 자신을 잘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혹은 '나의 소중한 사람에게 잘 대해줄 것인가' 에 있다면, 우리가 보는 방향은 아예 달라질 테니까, 한 사람에 대해 전혀 다른, 엇갈린 평가를 내릴 수 있게 되는 거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유난히 강한 촉이 있다. 어? 이 사람은 좀... 아닌 것 같은데? 그간 살아본 내 경험에 의하면, 나는 이 촉이 괜히 생기는 게 아닌 것 같다. 그 촉이 생겼다면, 그 촉을 무시하거나 깊이 눌러담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속 옆에 두고, 왜 내가 이런 느낌을 받았는지, 왜 내 촉이 내게 이런 말을 했는지 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이렇게 한 사람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하게 되는 두 사람의 입장에 대해 자연스레 보여주는 소설이 나는 꽤 똑똑하다고 생각했다. 1장을 읽을 때는 뻔했던 것이 2장을 읽으면서 오호라- 하게 됐달까. 잘했는데? 싶어진 거다. 그런데,



이 결말이 이런 식으로 흐른 것에 대해서는 '꼭 이래야만 했을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 책을 나보다 먼저 읽은 친구와 토요일에 만나 이 책에 대한 얘길 했는데, 친구 역시 나처럼 찜찜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한 여자는 화려한 생활을 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이미 화려한 생활에 깊이 들어가있는 여자의 자리를 '빼앗고자' 했다. 그녀가 가진 집이며 자리 재산 그녀의 남편까지도. 누군가의 것을 빼앗는 것은 나쁜 일이고, 그 나쁜일에 이르기까지 또 여러가지 나쁜짓들을 한 여자는 계속 저지른다. 물론 그전에도 그녀가 나쁜 짓을 했다고 나온다. 그러니까 이 여자는 '악녀'라 불러야 할 것이다.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고 또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에게 상처를 입힌 여자라면 그 죄에 대해 벌을 받는 것은 마땅하다. 그러나 그 벌의 성질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거다. 나 역시 그녀가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는 것은 나쁘니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녀가 받은 그 벌이란 것은, 그러니까, '그래도 그 벌은 아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 벌 속으로 그녀를 밀어넣기 위해 부러 그녀를 악녀로 설정한 것이 아닌가 싶어진 거다. 그러니까, 이 상황으로 밀어 넣은 것에 대해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 그녀를 이렇게 만들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것. 그 벌에 대해 쓰면 이 책에 대한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스포일러를 말하지 않으려 하다 보니 이야기가 뭔가 애매모호해지는데, 빼앗긴 여자가 빼앗는 여자를 응징한다는 이야기가 , 이 책에서는 속시원하지 않은 거다. 게다가 결말에 이르고 나면, 빼앗은 여자에 대해서 '그러니까 착하게 살지 그랬어'라는 생각보다는, '이야기를 너무 과하게 풀어내버리는군' 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이 얘기까지 가진 않았어도 됐을텐데, 하는 것.



그래서 끝나고나서도 찜찜하다. 어느 순간 분명히 똑똑하다고 생각했던 이야기가, 흥미롭다고 생각했던 이야기가, 책장을 덮고 나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어도 됐을텐데, 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게다가 말끔히 해결된걸까, 감옥에 평생 갇히는 게 아닌데 모두가 다 괜찮아지는 걸까, 생각하게 되는 거다.



자, 빼앗긴 여자는 사실 나쁜 상황에 처해있었다. 어떻게든 빠져나오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빼앗는 여자가 자기에게 접근했다. 알고보니 자기에게 접근한 그녀는 나쁜 여자였다. 그러므로 자기가 이 상황에서 빠져나오는 데 이용해도 괜찮았다. 그래서 빼앗기는 여자는 자신의 나쁜 상황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었고 그 상황에 빼앗는 여자를 밀어넣을 수 있었다. 그녀는 나쁜 여자니까, 그녀가 원했던 것이 어떤 일로 닥쳐올지, 빼앗은 뒤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얘기는 후련할 수 있는 이야긴데, 이 책은 후련하지가 않다.



이 후련하지 않음은, 빼앗으려하고 빼앗기게 되는 것이 '돈과 명예를 모두 가진 육체적 힘도 센 남자'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남자가 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있어서, 그 남자가 힘을 가진 사람이어서,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 왜 힘을 가진 사람은 그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할까.



빼앗는 여자에게 내려진 벌은 너무 가혹했고, 힘이 센 남자에게 내려진 벌은 너무 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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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1-29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포일 하지 않으려고 애쓰다보니 리뷰가 망했네... 제기랄......
추리 소설 리뷰는 앞으로 쓰지 않는 걸로....
에잇.....

다락방 2018-01-29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지만 이것은 추리 소설인가? 잘 모르겠다. 친구는 로맨스 소설같다고 했다.

다락방 2018-01-29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면 스포일 해도 되지 않나?

다락방 2018-01-29 0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됐어..이미 등록을 마친 글이니 내버려두자...

비연 2018-01-29 10:10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이걸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되는 시점요

다락방 2018-01-29 10:55   좋아요 1 | URL
전 무조건 경험주의라, 읽어보고 판단하는 게 낫다고는 생각하지만, 또 이 책을 굳이 읽어 뭐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 리뷰 보니까 재밌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 ˝)

(역시 도움 안되는 댓글 죄송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8-01-29 1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뭐지 위의 이 4다락방토론회는......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8-01-29 10:55   좋아요 1 | URL
자아분열 일어났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lavis 2018-01-29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의 실시간 의식의 흐름 대탐구♡흥미로바요

다락방 2018-01-29 17:21   좋아요 1 | URL
실시간 의식의 흐름 대탐구.... 라니. 자아분열을 좋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며칠전에 한 친구가 일어로 세줄짜리 일기를 쓴 걸 보여줬다. 일어를 모르는 나는 친구의 일기를 읽을 수 없었지만, 어쨌든 히라가나부터 시작한 친구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발전이 놀라웠다. 이 친구는 한국어 말고도 2개국어를 더 하고 있는데 이제 거기에 하나의 외국어를 더하겠구나 싶었다. 게다가 히라가나부터 착실히 노력해서 일기까지 쓰게 되다니, 그간의 시간과 노력의 투자란 얼마나 값진것인가! 구몬영어 하다가 몇 개월 안되어 때려친 나를 반성한다...

 

또다른 한 친구는 커피를 배우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두 번 간다는데, 커피를 좋아하고 더 잘 알고 싶어서 재미로 그리고 취미로 공부하러 다니는 거라 했지만, 지금의 직장이 혹여라도 위태롭다면 배운 커피로 뭔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도 갖고 있다고 했다.

 

또다른 한 친구는 그동안 되게 공부하고 싶었던 걸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살면서 지금이 제일 행복해, 행복해서 밤에 잠이 안와' 라고 말한다. 아, 나는 그 친구를 만나고 온 날 얼마나 에너지를 받았던지!

 

 

나는 이런 사람들에게 너무 매력을 느낀다. 하고 싶은 걸 하려는 사람,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보려는 사람,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하는 사람. 진짜 너무 좋고 응원하는 마음이 된다. 친구가 세줄짜리 일어로 쓴 일기를 보여줬을 때도 나는 호들갑을 떨며 칭찬칭찬 했는데, 정말이지, 나는 이런 사람들에게 절로 응원하는 마음이 생기는 거다. 이런 거 진짜 너무 좋아! 이런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다는 게 바로 내가 이런 사람들을 좋아한다는 증거가 아닐까. 내가 이런 사람들을 좋아하니까 이런 사람들을 곁에 두게 되는 게 아닐까. 진짜 너무 좋으다... 나는 이렇게 뭔가 배우고 앞으로 나아가고 공부하고 이러는 사람들이 정말 너무나 좋아!! 좋다....

 

 

 

그래서 '엠버'가 좀 안타깝다.

 

 

 

 

 

 

 

 

 

 

 

 

 

 

 

아직 이 책의 절반밖에 안읽어서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지만, 절반정도 읽는 걸로 추측했을 때는 가난하게 살았던 엠버가 호화롭게 사는 대프니의 삶을 빼앗고 싶어하는 걸로 보인다. 점심 사먹을 돈도 아껴야 해서 과일을 싸가지고 다니는 판에, 개인 요트를 가지고 옷방 하나에 명품 드레스를 꽉 채우고 커다란 기업의 오너인 남편을 가진 대프니의 삶이 너무 갖고 싶은 거다. 그래서 엠버는 대프니 부부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를 하고 어떻게 다가서야 할지 궁리한 뒤에 그들에게 접근해서는 그들과 친해진다. 대프니의 여동생이 병으로 죽었다는 걸 알고, 자신 역시 여동생을 똑같은 병으로 잃었다고 하며 같은 상황에 대한 공감과 이해로 대프니의 절친이 되는 거다.

 

 

나머지 절반에 남은 내용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니 아마도 다 읽고 아주 다른 얘기를 하게될지도 모르지만, 나는 엠버가 그러지 않았어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자꾸만 했다. 물론, 내 생각대로의 삶을 엠버가 살게 된다면 사실, 이 책이 나올 의미가 없고, 이미 나온 소설 속 등장인물에게 '그러지 말아요' 라고 하는 것은 얼마나 부질없는가 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생각하고 내가 웃었다. 일단 엠버가 내가 생각하는 삶을 살지 않기 때문에 이것은 하나의 소설이 된 것이다!!

 

 

그러니까 엠버는 가난한 동네에서 사랑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로 자라서 스스로 가진 자원이 별로 없다. 그런데 대프니에게 접근하고 그녀의 자리에 대신 들어가기 위해서는 일단 그들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그녀는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에 대해 공부하는 거다. 그 공부하는 부분은 이 책의 초반, 제2장에 나오는데, 나는 이 부분에서의 엠버, 공부하고 노력하고 외우고 계속 더 알려고 하는 엠버가 정말 너무 좋았다.

 

 

 

 

 

 

 

 

 

 

(위의 인용문은 이 책의 16-19 페이지에서 가져왔다.)

 

 

 

그러니까 엠버는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사람이고, 습득한 지식을 자신의 능력으로 발현할 수도 있는 사람이다. 어떻게 해야 더 잘하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검색하는 사람이라, 직장에서도 인정받는다. 그렇지만 엠버의 야망은 아주 커서 굳이 대프니의 자리에 자기가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거짓말을 하고 꾸미고 계략을 짜고.... 그런 생활을 하는 것이다. 주인이 없는 방에서 옷장을 훑어보고 혹시나 자기 신분이 노출될까봐 전전긍긍하는데, 내게 그것은 지독한 스트레스로 느껴지는 거다. 그러니까, '나라면' 선택하지 않을 삶인거다. 이렇게나 열심히 공부해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었던 사람이 그림을 감상하는 능력까지 키웠는데, 이렇게나 책을 많이 읽고 머리를 잘 쓰는 사람인데, 그래서 이미 가진 직업으로도(나중엔 대프니 부부의 회사에 취직해서 연봉도 오른다)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데, 이렇게만 살아도 이미 많은 걸 성취했는데, 그런데 왜 굳이 그렇게 대프니의 자리에 앉아서 모두가 우러러보고 호화로운 삶을 살고 싶어하는 걸까.... 하고 자꾸 안타까운 마음이 되는 거다. 거짓말이 들킬까봐 신경을 곤두 세우고 누군가 자신을 의심하지 않을까 계속해서 긴장하고, 어떻게 저 남자를 유혹해야 하나 머리를 쓰는 그런 삶이 내게는 너무나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이 모든 걱정과 안타까움은, 다시 말하지만, 부질없다. 왜냐하면 나는 엠버가 아니고 엠버 역시 내가 아니니까. 엠버가 엠버의 야망을 가지고 엠버의 삶을 사는데, 거기에 굳이 '나라면...'을 넣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거짓말을 꽤 피곤한 일이다. 한 번 거짓말을 하면 그 거짓말이 거짓말인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더 큰 거짓말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거짓말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내가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를 기억해야 하고. 그건 너무 에너지를 많이 쏟아야 하는 일이고, 그래서 나는 그게 너무나 싫다. 그래서 거짓말을 했다가도 결국 다시 진실을 말하게 되는데, 진실을 말하면 언제 누가 물어도 한결같은 답이 나오지만, 거짓을 말하면 언제 누가 물었을 때 답이 달라질 확률이 높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계속 '이럴 땐 이렇게 답하자'가 되어버려야 하는데, 그러면 진짜 개피곤한 일이지...

 

내가 열흘동안 집을 나와 남자랑 지내다가 결국 엄마한테 '사실 그 때 남자랑 있었어' 라고 고백 한 것도, 계속해서 그 여름에 대해 거짓말을 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때 내가 집에 안들어갈라고 며칠은 지방에서 친구들이 왔는데 함께 있어야 된다고 말했고 또 며칠은 회사 워크샵이 있는데 호텔 빌렸다고 말했어. 우리 회사 워크샵 내가 16년간 다니면서 한 번도 한 적 없고, 당시에도 엄마가 '너네 회사 워크샵 같은 거 안하잖아?????????????????' 이랬었는데, 내가 거기다대고, '그러니까 미쳤나봐, 이번엔 왜 하는건지 원...' 이딴 말 씨부리고.....집에 안들어갔다고 한다....나란 녀자...... 그런데 엄마가 그 시기를 지나고 나서 내가 혹여 외박이라도 할라치면 '회사 워크샵이니?' 물어보는 것이야.... 안되겠다 싶어서 일년 정도 거짓말을 유지하다 고백해버렸다. 엄마 너무 충격 받으셨고.....(비혼의 딸...남자랑 함께.....) 뭐 어쨌든 고백해서 나야 속이 시원한데...... 그렇지만 나중에 여행갈라 치면, '남자랑 가니?' 이렇게 되어버려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인생 뭐지. 역시 사람은 늘상 진실을 말하고 살아야 된다 .거짓말하면 세상 피곤해. 진실을 말해야 늘 한결같은 답을 할 수 있어...그게 내가 편하게 사는 길이야....

 

 

음....

 

 

아무튼지간에, 나는 엠버가, 그렇게 책도 열심히 읽고 그림 보는 것도 좋아하고 그 그림에 대한 배경지식까지 알게 되는 게 너무 좋은데, 굳이 대프니의 자리에 내가 가겠다, 하지 말고...그냥 지금처럼 직장 다니면서 계속 공부하는 게 어떨까 싶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내가 진짜 세상에서 제일 잘하는 게 오구오구 우쭈쭈 뿜뿜 이야.... 내가 그걸 해줄 수 있는데. 좀 더 나은 네가 되어가고 있잖아, 이미 많은 걸 가진 사람이 되었잖아(돈 말고), 그러면 너에게는 충분히 다른 많은 사람들이 좋은 식으로 나타나 곁에 있을 수 있다고, 대체, 왜, 어째서, 그렇게 가장 호화로운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 것이야........ 하아. 그러나 나는 엠버가 아니고 엠버도 내가 아니다. 엠버의 과거를 내가 살지 않았으므로, 나는 엠버에게 그러지말라고 함부로 말할 수 없다. 그간 살아온 엠버의 인생이 지금 엠버를 그런 야망을 실현하게끔 한것인데, 내가 무슨 자격으로... 아아 인생..... 알 수 없는 것이 인생..... 그리고 우리는 행복에 대해 생각하는 기준이 저마다 다르다. 내가 이것으로 충분하고 이것으로 행복하다 하는 삶을 어찌 엠버에게 강요할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엠버가 지금 진행하는 삶의 과정 역시 나라면 선택하지 않을 삶이다. 너무 피곤해... 너무 에너지 소모가 커.... 나는 그냥 책 읽고 공부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걸로 만족할거야. 주변에 계속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려는 사람들을 옆에 둔 채로... 그렇게 살래.......  역시 사람은 그냥 자기 깜냥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이런 나는 아마도 호화로운 요트에 타보는 삶, 디올과 샤넬의 드레스를 옷장 가득 채우는 삶을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음..그런데, 뭐 딱히 그렇게 살고 싶지도 않네. 굳이 선택한다면 나는 자연인......

 

곤드레밥 양념장에 비벼먹고 싶다..

자연인들 자꾸 밥에 뭐 넣고 해먹어. 그거 너무 맛있겠어.

예전엔 그런 밥에 대해 별 관심 없었는데, 요즘엔 막 밥에 뭐 잔뜩 넣고 해가지고 양념장 만들어 슥슥 비벼먹는 게 세상 맛있어 보인단 말야? 나는 요트보다는 곤드레밥과 양념장.... 소주를 냉장고에 가득 채워넣고, 아, 와인도 잔뜩 쌓아두고, 새들이 지저귀는 푸르른 숲에서 곤드레밥에 양념장 넣어 슥슥 비벼 먹으면서 와인 한 잔 따라서 크- 하는거지. 어떤 날은 삼겹살을 구워 먹을거야. 이제 파절이쯤은 문제없지! 그렇게 쳐묵쳐묵 하다가 배 두드리면서 잠들고..... 일어나서 동태찌개로 해장하는 삶...... 그런데 술 먹고 자다 일어났으니 잠이 안오겠지. 그러면 잔뜩 쌓아둔 책을 읽는 거야......아름답다........ 곤드레밥과 삼겹살을 굳이 분리할 필요도 없어. 삼겹살 지글지글 구우면서 익으면 한 점 집어다가 곤드레밥 위에 놓고 한 입 가득 넣으면 또 거기가 천국 아닐까.....나는 왜 엠버같은 야망이 없지...호화로운 요트, 누구나 나에게 공손히 인사하는 컨트리클럽... 은 별로 관심이가 없다고 한다...... 나는 이미 내 단골 레스토랑에서 '늘 드시던 거요?' 하는 걸로 충분해. 지나번에는 머리 자른 것도 알아봐주고, 잘 어울려요! 도 해줬어. 움화화화핫. 이거 그린라이트인가..... 게다가 그 레스토랑은, 또 그 날따라, 내가 좋아하는 곡들을 잔뜩 틀어줬지. <say something>, <a thousand years> 같은 걸 어떻게 연속해서 틀어줄 수 있지? 대박... 또 <everglow>도 틀어줬어. 친구랑 아니, 오늘 노래 다 왜이래? 막 이러고..... 아 나 진짜 소박하구나.... 하는 거짓말이라야 남자랑 외박한 게 전부인 나여... 그런데 이제는 거짓말 안해도 된다. 이미 나이가 이렇게 되어버려가지고, 무슨 말을 하고 나가든 아무 상관이가 없다........ 심지어 남동생 결혼해서 남동생 방 비면 거기에 남자 데려다 놔도 된다고 했어... 인생...나이란 무엇인가........그리고

 

 

이 페이퍼는 도대체 어떤 식으로 끝나려는가.

이렇게 끝내련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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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도리 2018-01-26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고 싶네요

다락방 2018-01-26 14:11   좋아요 0 | URL
저는 절반정도를 남겨놓고 있는데 이 뒤의 얘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요. 뭔가 반전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후훗.

moonnight 2018-01-26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사랑스러운 다락방님^^ 맞아요. 거짓말은 정말 피곤하죠ㅜㅜ 저는 혼자서 하루 이틀 지내는 걸 좋아하는데 부모님은 이 나이에도 걱정하시며 안 된다고 하시는 바람에 친구랑 간다고 거짓말 하게 돼요. 근데 이게 자꾸 말이 꼬여서 거짓말에 거짓말이 쌓이니 불안ㅜㅜ
엠버는 똑똑하고 근성도 있고 아름다운 여성일 것 같은데, 다락방님 말씀처럼 안타깝네요. 대프니가 되려하지 말고 더 나은 엠버가 되면 좋을텐데. 저도 대프니처럼 화려한 삶에 대한 동경은 없거든요. 맥주 와인 살 돈이 떨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호호^^

다락방 2018-01-26 15:22   좋아요 1 | URL
지금까지 나온 걸로도 엠버는 나쁜 짓을 저질렀는데, 앞으로는 범죄를 저지를 것 같아요. 아아, 그냥 지금처럼만 살아도 앞으로 좋은일 많을 것 같은데, 꼭 범죄를 저지르면서 호화로운 생활을 해야 하는걸까... 읽으면서 좀 스트레스 받더라고요. 이게 행복한 삶인가, 그렇게 해서 그 자리에 가면 그러면 정말 편안하고 행복할 것인가.. 싶어서 말이지요. 이럴 필요까진 없었잖아... 하는 생각이 읽으면서 수시로 들었어요.


저도 아직도 거짓말하는 것들이 좀 있고 말입니다. 흐흣. 그렇지만 거짓말을 진짜 피곤해요. 진실된 삶을 사는 것이 더 편안합니다. 휴우-

clavis 2018-01-26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겹살 지글지글과 자연인이 밥에 뭐 넣고 양념장과 함께 비벼 먹는 대목에서 만세를 불렀습니다 저도 오늘 부실한 점심을 먹고 간식으로 🍜라면을 먹으면서 왠지 다락방님이 된 듯 하였습니다♡♡오늘 너무 기부니가 저조해서 나에게 영차영차 잘 해 주고 싶어서 치즈 얹은 라며니를 끓이는데 아아 그리던 락방님 페이퍼도 읽고♡♡쉰나쉰나했어요

다락방 2018-01-29 09:27   좋아요 1 | URL
저는 이 글을 쓰고 집에 가면서 혼자 식당에 들러 곤드레밥을 주문했어요. 소불고기와 함께요. 그래서 소불고기 끌여서 먹으면서 곤드레밥도 양념장에 비벼 슥슥 먹었지요. 많이 먹지 말아야지, 좀 남겨야지, 했지만, 남기지 못하고 밥도 불고기도 싹 다 비워버렸어요. 그리고 배를 두드리면서 기분 좋게 집에 갔지요. 사람은 잘 먹어야 해요. 클래비스님, 기분이 저조할수록 잘 먹읍시다. 맛있게 먹고 배 두드리면서 우리 마음속 평화를 찾읍시다!!

단발머리 2018-01-26 18: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 책은 전에 책광고 봤는데, 너무 뻔한듯 하면서도 재밌어 보여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다락방님 방에서 만나네요.
저도 엠버 같이 살고 싶지는 않는데, 그 좋은 걸 알고 있으면서 왜 굳이 또 다른 것들을... 하는 생각에요.
빼앗아야만 제맛인지 그걸 좀 묻고 싶어요.

아.... 다락방님 글 읽으니까 좋네요.
엠버 이야기도, 곤드레밥도, 워크샵도 좋구요. 삼겹살도 와인도요~~ ㅎㅎㅎㅎ
즐건 불금 되세요^^

다락방 2018-01-29 09:28   좋아요 0 | URL
이미 주말이 끝난 거... 실화입니까 ㅠㅠ
주말이 가버렸어요, 단발머리님. 흙흘.

아니, 그런데 그동안 왜이렇게 뜸하셨어요? 얼마나 보고싶었다구욧!! 엉엉 ㅠㅠㅠ

이 책은 굳이 읽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마지막에 내용이 좀 찜찜해져버려서, 이 찜찜함을 굳이 읽을 필요는 없지 않나 싶네요. 재미있게 막 책장을 넘기다가, 어어?? 이렇게 되어버렸어요. 하핫.

우리 열심히 읽고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쓰고 열심히 먹고... 그럽시다요, 단발머리님. 후훗.

transient-guest 2018-01-27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대학교 땐 한국에 있던 여자동기들이 왜 다들 그리 MT를 자주 많이 오래 가는지 그 비밀을 우연한 기회에 알고 한참 웃었던 기억이...워크샵과 함께 돌아왔네요.ㅎ

다락방 2018-01-29 09:29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네, 워크샵도 가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뭐 그런 것입니다. 어쩌면 이것은... 선한 거짓말인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고요. (응?)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잠자냥 2018-01-29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어느 시기가 지나면 엄마가 ˝제발 남자랑 여행 좀 가라˝ 말하는 때가 온다던데요? (응?) ㅋㅋㅋㅋ

다락방 2018-01-29 13:26   좋아요 0 | URL
어디 그뿐입니까. 애 낳아오면 키워주시겠대요, 저희 엄마는. -0-

clavis 2018-01-29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저는 한강님의 소설 한 권을 읽었는데요 소년, 이 후의 다른 어떤 책이었어요. 그 책을 읽는 중에 늘 그렇듯이 북플에 접속하여 바코드로 읽고있는 책이라고 등록했는데. . . 하아. . 락방님이 이 책의 첫 번째 마니아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책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ㄲ ㅑㄱ

다락방 2018-01-29 17:22   좋아요 1 | URL
한강 ... 이라. 한강.... 소년이 온다 말고 제가 뭘 읽었을까요?
희랍어 시간 읽었고...채식주의자 읽었는데.... 이거말고 뭐 또 있던가? 제가 딱히 한강을 좋아하진 않는데 첫번째 마니아가 되어버렸군요. 아하하하핫
 

요며칠 '과거'라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과거는 무엇일까. 오늘은 한 알라디너의 《나니아 연대기》를 아이와 함께 읽는다는 페이퍼를 보았는데, 나니아 연대기로 말하자면 나에게는 대표적인 과거 아이템이다. 나의 과거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과거. 그러니까 '온다 리쿠'의 《밤의 피크닉》에서 함께 걷던 등장인물들 중 한 명이 다른 한 명에게 '내가 어릴 때 나니아연대기를 읽었다면 더 좋았을거야' 라는 얘길 하는 거다. 나는 그 책을 읽다가 '대체 나니아 연대기가 어떻길래?' 하고 당시에 합본으로 나온 두꺼운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는데, 결국 완독하지 못하고 팔아버렸다. 내가 어릴 때 읽었으면 다 읽었을까? 그리고 뭔가 달라졌을까? 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등장인물의 그 말은 내내 떠올린다. 나 역시 내가 어릴 적에 전시회에 다녔었더라면 어땠을까에 대해 생각하니까. 그림을 보고 좋은 음악을 듣는 것들이 어릴 때부터 꾸준히 이어졌더라면, 지금쯤 나는 힘들 때 그림을 보며 위로 받는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내가 여행을 다니는 아이었다면? 그러니까 부모님이 휴가때면 계곡으로 데려가긴 했었지만, 그게 아니라 며칠을 자고 오는 그런 여행을 했었다면, 나는 여행의 재미를 일찍부터 깨닫는 사람이 되었을까? 역시,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어제, '김신영'이 나온 <영수증>을 보았다. 나는 이 프로를 텔레비젼으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딱히 내가 볼 것 같진 않지만, 김신영이 나온다길래 봤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웃긴 사람이 김신영인것 같아서. 뭐만 해도 빵빵 터뜨리기 때문에 김신영이라면 보겠다!! 하고 보게 된거다. 작년에 말레이시아에 가서 하룻밤을 혼자 자야 했는데, 나는 좋은 호텔에 묵었고 그래서 룸이 엄청 넓었다. 혼자 묵게 되는 밤에 그 넓은 방에 있는 수납장이 무섭게 느껴지는 거다. 저길 열면 뭐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두려워지고, 그냥 열어서 확인하면 오히려 속이 편해질텐데, '그냥 열기'를 도무지 못하겠는 거다. 그래서 텔레비젼도 틀어보고 음악도 들어보고 했지만 도무지 무서운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 아아 나는 어쩌지, 어차피 잠도 못잔다면 뭐라도 해서 이 시간을 잘 넘겨야 할텐데, 할 때, 김신영 생각이 난거다. 그래서 유튭을 틀고 김신영을 검색해서 그 밤을 하얗게 지새웠던 기억이 있던 터다. 그러니까 김신영은 봐야해!!



영수증 속 김신영은 여전히 재미있었는데, 또한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셀럽파이브를 결성하기 전에 일본까지 찾아가는 그 열정, 게다가 그 열정을(춤추는 고등학생들을 향한!!) 송은이에게도 그대로 전달하는 거다. 그 열정이 얼마나 좋아 보였으면 거기에 동화되어 함께 일본으로 떠날까. 게다가 당일치기였어. 나는 김신영의 그 열정을 보면서, 그리고 다른 사람까지 동화시키고, 결국 그렇게 셀럽파이브로 데뷔하게 되어서, 저 사람은 정말이지 대단하다, 라고 생각하면서 너무 좋았던 거다. 나는 그렇게 뭔가 원하는 바가 있고, 에너지를 쏟고, 결국 그 길로 나아가는 사람에 대해 무한 존경을 보내는 거다. 그런 사람에게서 매력을 느끼는 거다. 아, 다른 얘기로 샐 것 같은데, 그런데 그런 김신영이 관리비를 많이 내고 피규어랑 신발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더라.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돈을 지불하기를 마다하지 않지만, 김신영은 그것이 자신의 어릴 적 가난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독한 더위와 지독한 추위를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했던 그 어린 시절, 그 시절 때문에 자기는 따뜻하게 지내고 싶고 시원하게 지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 관리비가 많이 나온다고. 



김신영이 벌어서 김신영이 즐기고 김신영이 소비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할 수가 없다. 영수증이라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내 집 마련'을 하고 싶다고 의뢰한 것이니, 김생민은 솔루션을 제시해야 하고, 나를 포함에 다른 엠시들이 김신영의 그 가난하고 아팠던 과거에 대해 인지하고 있을 때, 김생민은 그 가난이 불러왔던 지금의 소비패턴을 이해하지만, 계속 과거에 붙들린 채로 그렇게만 살 수는 없다고 하는 거다. 나는 그게 너무 인상 깊었다. 너무 인상 깊은 말이라서, 몇 번이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과거에 붙들린 채로 살고 있는 건 아닌가. 그 과거가 나를 너무 붙들어서 외려 앞으로 나가는 것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왜 자꾸 과거를 소환해내는가, 하고 말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내가 과거를 소환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과거에만 붙들려 있는 다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가지로 생각해보게 되는 거다. 우리는 우리에게 있었던 과거를 어쩔 수가 없다. 시간을 되돌려 수정할 수 있다면 수정하고 싶은 과거가 여럿이지만, 그러나 우리는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 그러나 그 과거가 분명히 나에게 있었고, 그랬기 때문에 나의 지금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지우개로 싹싹 지우고 락스칠까지 하고 싶은 과거들이 있다. 그 일이 내게 없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 일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지금과 같은 사람이 되었는걸.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그러니 제일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 밤의 피크닉 속 등장인물이 '내가 어릴 때 나니아 연대기를 읽었다면 좋았을거야' 라고 말한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똑같은 크기로, '그러나 어릴 때 읽었다면 달라졌을까?'를 의심하기도 한다. 만약 내가 어릴 때, 안나 카레니나를 읽었다면, 나는 그 책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그러나 오히려 편견 속에서만 판단하고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도 다르게 내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동시에 하는 거다. 그러니 어쩌면 모든 것은 타이밍일 것이다. 내가 나니아 연대기를 만나야 했던 때, 내가 안나 카레니나를 만나야 했던 때는, 내가 만난 바로 그 때였던 거다. 



나니아 연대기와 김신영에 대해서까지 이 과거라는 것에 대해 내가 생각하게 된 건, 사실 이 책 때문이었다.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저자의 말>이 나오는데, 그 저자의 말은 '이 회고록을 쓴 이유' 이기도 하다. 거기에 이런 부분이 있다.



어느 날 벽장 깊숙한 곳에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상자를 발견했다. 거기에는 제2차 세게대전 때, 군 복무 중인 아버지가 어머니와 주고받은 편지들이 들어 있었다. 나는 이 편지들이 그때의 기억들을 되살릴 열쇠가 되어 주었으면 싶었다. 워낙 어머니를 따라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닌 탓에 내 기억이 뒤죽박죽 엉켜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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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그 편지 상자가 요술 램프였더 모양이다. 램프 속 요정 지니가 내게 영감을 불어넣어, 내 예술을 위한 가장 강력한 연료는 바로 내 과거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 셈이니. -책 속, 저자의 말 中




그래, 바로 저 한 문장 때문이었다. 


'내 예술을 위한 가장 강력한 연료는 바로 내 과거라는 사실' 이라는 문장.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은 뒤에, 계속해서 이 문장을 떠올렸다. 아, 너무 좋다! 좋고, 그리고 옳다. 옳다는 건 적절한 표현일까? 아마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내가 글을 쓰는 데 있어서 많은 영감들이 다 나의 과거로부터 오는 게 아닌가. 어떤 것들은 과거라 불리고 어떤 것들은 추억이라 불릴 테지만, 나 역시 과거를 나의 가장 강력한 연료로 쓰고 있었던 거다.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추억만 되새기면서 평생을 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해왔는데, 내 안에 꽉꽉 차있는 과거 혹은 추억에 대한 일들과-대단치 않았는데도!- 감정들이 계속해서 나를 글쓰게 하는 거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어서, 다른 것들과 합쳐져야 타오르는 거다. 읽는 책이,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가, 듣고 있는 음악이, 보고 있는 영화가.. 이 모든 것들이 내 과거라는 연료에 불을 지피는 거다. 그러면 글로 타오르는 거지. '제임스 맥멀런'의 이 짧은 회고록 한 권이, 나로하여금 나의 과거를 돌아보게 하고 또 과거란 건 무엇인가 연속해 생각하게 하고, 이걸 생각하다보니 모든 것들이 다 '과거'를 중점으로 다시 보게 만드는 거다. 만약 이 책을 읽기 전이었다면 내가 김신영이 출연한 영수증을 보면서 과거란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됐을까, 나니아 연대기를 말한 밤의 피크닉을 떠올릴 수 있었을까. 이 모든 것들을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게 하고, 화두를 과거로 맞추게 된 건, 제임스 맥멀런의 회고록이었던 거다. 



아, 여러분. 책 너무나 좋지 않습니까!!!!!!!!!!!!!!!!!!!! (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물론 이 책은 단순히 저 한 문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모든 특성들을 갖고 있다. 그는 부모님이 바란 것과 다르게 자랐던 자신에 대해 얘기하고, 그림 그리는 사람을 보면서 푹 빠져들었던 자신의 어떤 특수한 감정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내가 무언가에 빠지고 그걸 생각하게 되는 것,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나의 재능이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것. 이런 것들이 진짜 너무 좋은 거다. 페이퍼가 너무 길어지고 있지만, 길어진 김에 긴 걸로 일등 먹어보자.



그 집주인이 테라스에 나와, 이젤 앞에 서서 풍경화를 그리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너무나 정상적이고 사실상 평온하게 캔버스에 붓질만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실망했다. 작업하고 있는 화가를 난생처음 본 나는 그 모습에 사로잡혀 버렸다. 친구들은 대뜸 집으로 발길을 돌렸지만, 나는 잠시 그 자리에 남아서 이상하리만큼 신비해 보이는 그 단순한 작업을 지켜보았다. (p.72)




그러니까 이런 것들. 어린 시절, 다른 아이들은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겼던 풍경에 대해, 제임스 맥멀런은 그 자리에 남아 지켜보는 거다. 앞서 김신영을 언급했는데, 그 고교생들의 춤추는 영상은 나도 이미 트윗으로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영상은 그냥 보고 넘긴 장면이었을 뿐, 그 뒤로 내게 남아있지 않았던 거다. 그러나 김신영에게는 어마어마한 영감을 줬고, 열정을 불러일으켜서, 일본까지 가게 하고 결국 데뷔하게 만들지 않나. 이런 거 진짜 너무 좋은 거다. 난 나를 비롯해 다른 어떤 사람이라도, 무언가에 흥미를 갖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되고 그로 인해 행동하게 되는 그 과정을 가지는 게 너무 좋다. 그런 사람들 보면 정말이지 한껏 응원하고 싶어지는 거다. 너무 멋지지 않나!!




어린 시절에 내가 보인 소심함은 셰퍼드에게 물린 사건 때문일까, 아니면 원래부터 두려움과 걱정이 많은 남자애로 태어난 것일까. 지금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어린 시절의 내가 약골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것이 아버지와 어머니에게는 걱정거리였고 대단한 실망거리였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이곳저곳 옮겨 다녀야 했던 내 삶의 이야기이다. 중국에서 시작된 우리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한, 자신이 그림에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차츰차츰 깨닫고, 아버지도 어머니도 남자다운 삶이라고 여기지 않은 세계에서 살아가는 법을 찾아가는 소심한 소년의 이야기이다. (p.10)



이 책을 읽으려고 시작하자마자 만나게 되는 문장이 이렇다. 벌써부터 사랑하게 되는걸. 어린 제임스 맥멀런에게 아버지는 남자답게 자라라고 하는데, 아무리 운동을 시켜도 제임스 맥멀런은 운동을 못하고 하기도 싫고 두렵기만 한거다. 일전에 한 번 배웠다 중도에 그만둔 권투를 또 배우게 되는데, 다른 아이들과 대결을 한 후 눈물이 쏟아지려고 하는 거다.



"우리 산책 좀 하자, 지미."

학교 운동장을 나란히 걸으면서 라이언 선생님이 물었다. 놀랍도록 다정한 목소리였다. 

"운동을 별로 안 좋아하는구나, 그렇지, 지미?"

"네." 나는 기어드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라이언 선생님이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서 말했다. "음, 내가 어머니께 너한테는 이 수업이 맞지 않는다고 말씀드리마. 그건 그렇고, 넌 좋아하는 게 뭐야?"

"저는 그림 그리는 게 좋아요, 선생님."

"그러면," 라이언 선생님이 웃음 띤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지미는 권투선수가 아니라 화가가 돼야지."

그 다정한 행동이 내 눈물의 수문을 열어젖혔다. 나는 교문까지 걸어가면서 소리 없이 줄줄 눈물을 흘렸다. 인사를 하고 헤어질 때까지 라이언 선생님은 내 어깨에서 손을 내리지 않았다. (p.112)




지미가 어린 시절 저토록 다정한 권투선생님을 만나서 지금은 화가가 되고 이렇게 회고록을 낼 수 있었을까? 만약 다른 권투 선생님이었다면, 만약 '사내새끼가 왜그렇게 약해!' 하고 윽박지르는 사람이었다면, 그랬다면 지금쯤 지미는 화가가 아닌 다른 무엇이 되어 있었을까? 이것 역시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인생의 그 시기에 저 선생님을 만나 힘이 되고 격려가 되고 그리고 지금 이렇게 살 수 있게 되었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그 선생님은 분명 지금까지의 제임스 맥멀런의 삶에 영향을 미친 사람이다. 나는 이토록이나 나약하고 소심하다고 자꾸 주눅들게 되는건, 주변에서 마치 그게 잘못인 것처럼 대하기 때문이다. 그 어린 시절에, 그 과거에 이 선생님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그러니 성인이 되어 '그 때 그 선생님을 만난 게 정말 행운이었지' 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은가. 




좋았다. 좋은 시간이었고 또 좋은 시간이 지금 흘러간다.

과거라는 것에 대해 계속 생각했고 그래서 과거라는 걸 중심에 둔 채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책 한 권이 가져온 일이다. 




나는 여전히 불태워버리고 싶은 나의 과거에 대해 생각한다. 그때 그러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계속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을 돌린다면 나는 다른 선택을 하게될까를 스스로에게 물으면 별로 그럴 것 같지 않은 거다. 만약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간다면, 나는 아마 또 공부하기를 싫어했을 것이고 학교 다니기를 싫어했을 것이고, 그렇게 소설책을 보고 노래만 들었을 것이다. 만약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간다면 나는 빈둥거리며 술만 마셨을 것이고, 또 만약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간다면, 나는 내 인생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긴 그 남자를 다시 사귀었을 것이고.. 어휴... 이미 지나온 게 어쩌면 다행일런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 공부좀 열심히 할 걸, 이라고 후회해봤자 그 시절이 되면 안할거야.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공부의 중요성을 알지. 내 인생의 이 타이밍에 공부가 재미있고 좋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거라면, 어차피 시간을 돌려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만약 그 때 다른 누군가가 끼어들었다면 또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만약 그 젊은 시절에 그 남자를 사귀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나에게 치명적인 과거가 생기진 않았겠지만, 어쩌면 나는 유약한 어느 남자와 벌써 결혼한 채로 힘들게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남자와 그런 연애를 해봤기 때문에, 그 다음의 내 연애는 확 더 좋아질 수 있었고. 내가 당신을 과거에 만났다면 그건 그대로의 의미가 있을 것이고, 내가 당신을 현재에 만났다면 역시 그건 그대로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좀 더 일찍 만났다면, 이라는 생각을 해보는 일이 종종 있지만, 그랬다면 나는 지금에 와서 당신과 인연이 끊어졌을지도 모르니까. 우리가 그때 만났던 것, 그리고 지금 만나는 것, 이 모두가 다 그대로의 의미를 가진 것일 거다. 


늘상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도 '시간은 우리가 있어야 할 곳으로 우리를 데려다놓을 것이다' 라고 말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지금 이 시간이 현재이지만 바로 과거가 되는 것처럼, 이 과거를 나중에 떠올리면서 그때 이랬다면 혹은 그러지 않았다면, 하게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함에 있어서 스스로에게 더 묻게 됐다. '지금 이 결정에 후회하지 않을까?' 라고. 이건 후회한 적 있던 나의 과거가 내게 준 선물이다.




아침에 엄마가 동태찌개를 끓여줬는데 완전 살이 실한 동태를 한덩어리 줘서 행복이 넘쳐흘렀다. 엄청 흡입했지. 엄마 사랑해. 엄마도 날 사랑해... 

그런데 또 배고프다.

고디바 쵸콜렛은 아까 먹었다.




우리는 아침마다 넓은 운동장에 나가서 보건 체조를 했다. 나는 보건 체조가 좋았다. 물구나무서기 같은 동작도 없었고, 체조를 하면서 매우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 운동장은 산허리를 깎아 만든 것이었다. 그런 까다락에 운동장 한쪽 가장자리는 곧장 아래쪽 골짜기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이었다. 운동장 맞은편 경치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곧장 칸첸중가 산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듬성듬성 솟은 작은 봉우리들밖에 보이지 않을지라도 그 근처에 있는 히말라야 산에까지도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따금 산봉우리가 유난히 찬란한 아침노을을 받아 샛노랗고 발갛게 빛날 때면 나는 아름다움에 빠져 넋을 잃고 말았다. 그런 나머지 팔 벌려 뛰기를 하는 다른 아이들과 보조를 맞추지 못해 앞으로 불려 나갔다. (p.96)

아뿔싸, 알고 보니 내 그림 솜씨는 친구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뛰어나지 못했다. 한 달 뒤 워먼은 단짝으로 지내던 친구가 부러진 팔이 다 나아서 학교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같은 축구부원으로서 물론 괴로웠을 것이다.) 그래서 예전 친구랑 다시 단짜긍로 지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부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이 세계에서, 나는 정신적 소유권을 가질 의욕을 조금도 불러일으키지 않는 남자애들 틈에서 친한 친구를 바꿔 가면서 그럭저럭 지냈다.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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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vis 2018-01-25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았다.좋은 시간이었고 지금도 좋은 시간이 흘러간다. . 이 문장 아 참 좋아요 좋아서 필사 함 해 보았어요♥랩걸에도 인간은 식물과 같다, 빛을 향해 나아간다. . 라는 멋있는 말이 있었어요 어떤 강한 바람을 가지고 있으면 인간은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스스로, 본능적으로 가게 된데요^^

다락방 2018-01-26 10:21   좋아요 1 | URL
클래비스님,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해요!
결국 제가 지금 사는 삶은 제가 원했던 삶인거죠. 저도 원하는 바가 있다면 사람은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원하는 삶과 아주 일치하는 삶을 사는 건 아니어도, 근사치의 삶을 살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한 이유겠죠. 헤헷.
원하는 게 있다면 그 방향을 향해 우리 뚜벅뚜벅 나아갑시다!

transient-guest 2018-01-26 0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금의 완숙함을 갖고 다시 20대로 돌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자나 남자나 그런 생각을 하겠지만, 그 이유랄까 의미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돌아보면 후회되는 과거의 일이 몇 개는 있어요. 근데 나머지는 후회하지만, 그 일로 인해서 다른 좋은 계기가 되었거나 더 나쁜 일을 피한 경우가 많아서 사실 50-50입니다. 과거를 완전히 벗어난 사람이 있을까요?

김생민의 영수증은 이미 배워야할 철학을 처음 몇 주간의 방송에서 다 봤고 지금은 계속 반복이라서 안 봅니다. 일단 절실함을 전제로 하지만,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할 때, 김생민씨의 approach는 좀 무리가 있어요. 다만 그 정신에서 정말 필요하지 않은 소비를 줄이거나 다시 한번 고민하는 등 도움되는 면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미 그 프로그램을 보면 피로감이 높더라구요..-_-:

그나저나 너무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유일하게 인정하는 시사잡지, 거기에 Moonlight이 전면에 떡..ㅎㅎ 잘 볼게요...

다락방 2018-01-26 10:24   좋아요 1 | URL
아, 트랜님 맞아요. 저 역시 그런 생각을 해요. 지금의 완숙함을 가지고 시간을 돌린다면 저는 공부도 더 열심히 할테고 그 남자를 선택하지 않을테고...그렇지만 시간여행이 아니라 단순히 시간을 돌리는 거라면, 과거의 저는 그런 선택을 할, 아직 성숙하지 못한 사람이겠죠. 그때는 그 나름으로 잘한 줄 알지 않았을까요... 공부 안한 게 제일 후회가 돼요 ㅠㅠ

김생민 영수증은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더이상 듣지도 보지도 않고, 몇 번 들은 걸로 재미는 다 지나갔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역시 그 와중에 도움되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저는 절실함을 가진 사람이 원했으므로 김생민이 솔루션을 내주는 것에 대해서는 응 그렇구나 하긴 하지만, 제가 그런 삶을 살 순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소비요정.... 음..요정은 아니구나. 어쨌든. 김생민의 추천삶은 제가 원하는 바가 아니므로 그냥 패쓰하는데, 간혹 그런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저보다 더 적게 버는데 저보다 더 저축 많이 하는 사람, 그리고 노동은 중요하다, 뭐 이런 얘기들. 그러면 그런 말들은 순간순간 저를 자극하기는 해요. 위로도 받고요.


사실 저는 그 표지 때문에 보낸 게 아니라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책읽기 부록 때문에 보낸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술을 마신 탓인지 아침에 일어나는 게 평소보다 더 싫었다. 눈은 한참 전에 뜨고서도 꼼지락꼼지락. 아, 출근하지 않는 삶을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평소보다 늦게 침대에서 빠져나와 씻고 출근준비를 했다. 엄마는 김칫국을 끓여주셨는데, 며칠전부터 '김치죽을 만들어 먹어볼까' 생각하던 참이라 반가웠다. 김칫국에 밥을 말아 후루룩 먹고는 양치를 하고 나와 버스를 탔다.


겨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추운 거야 괜찮은데, 추위를 잘 버티기도 하고, 그런데 출근시간에 나오면 깜깜한 게 너무 싫다. 거리가 적막한 것도 싫고 이른 시간에 출근하는 편이라 아직 깜깜한 거리를 걷고 버스를 기다리는 것이 싫다. 오늘도 사무실까지 걸으면서 빨리 따뜻해지기를 바랐다.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그러면 곧 따뜻해지겠지. 벌써 낮이 길어진 것 같긴 해, 그런 생각을 하며 터벅터벅 사무실로 걸어왔다.


출근하면 사무실의 커다란 창으로 바깥 풍경이 보인다. 겨울이면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 내가 출근한 시간쯤이면 어김없이 펼쳐지는 데, 동틀 무렵, 바로 그 풍경이다. 예전에도 사진 찍어 올린 적이 있는데, 어둠과 빛의 경계에서 붉은 빛으로 물든 시간. 그걸 바라보면 또 그렇게나 좋은 거다. 매일 일찍 일어나는 거 매일 싫고, 이제 그만하고 싶고, 그런데도 벌써 16년을 해왔네, 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다가, 그러다가 이런 풍경을 맞닥뜨리면, 아, 좋아, 일찍 오니까 이런 걸 봐... 하고 또 스스로 위로하게 되는 거다. 들어온 지 얼마 안된 신입도 불러서, 저길 봐, 하고는 가리켰다. 직원 역시 감탄했다. 아, 예뻐요! 하고.






나는 매일 아침 위와 같은 풍경을 맞닥뜨린다. 날이 좀 따뜻해지면 이제 볼 수 없겠지. 출근 시간도 빠른데 난 또 거기서도 더 일찍 오는 편이라, 잠깐동안 서서 저 풍경을 물끄러미 보고는 한다. 좋네, 좋아, 좋으네.

어김없이 칠봉이 생각을 한다.

출근길에 통화하다 사무실에 도착해서는 저런 풍경을 눈앞에 두고 계속 조잘조잘 이야기하던 기억이 나서, 저 풍경을 보면 칠봉이가 자동연상된다. 날이 좀 따듯해져셔 저 풍경이 눈앞에서 사라지면, 그러면 칠봉이 생각도 같이 사라지겠지....라고 생각하다가, 아아, 겨울은 그러나 또 오지.....하는데 까지 생각이 미친다. 우리가 만난 게 여름이라 여름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데, 이렇게 겨울까지 생각나면 어쩌란걸까.


너는 어떻게 살고 있니..

아기 엄마가 되었.............지는 않겠구나.





















일단, 이 856쪽에 이르는 두꺼운 책을 출퇴근길에 가지고 다니며 완독한 나를 칭찬한다. 고생 많았다...두껍고 무거웠어. -0-


책을 읽으면서는 당황했다. 책에 대해서라면 그 평가를 내 개인적으로 믿을만한 분들이 이 책을 좋다고 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나는 하나도 안좋은거다. 내용은 뻔하고 등장인물은 호감 캐릭터가 하나도 없고... 그래서 '아 이게 어디가 좋다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며 읽어나갔다. 그래도 끝까지 읽자, 하고는.


책 속 세상에서는 나라가 1지구부터 9지구까지 나뉘어있다. 1지구에는 명문 학교가 있고 사법행정기관이 모여있고 신분적으로 위에 있는 사람들만 있는 곳, 그래서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 아름다운 곳이다. 3-4지구를 중위지구라 하고, 그 밑을 하위지구라 하는데, 모든 범죄는 9지구 사람들로부터 일어난다. 그들은 몇 해전에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불균형과 불평등에 반대하며. 그러나 어김없이 9지구는 더 낙후하고야 만다. 거기 사람들은 이제 범죄를 저지를 의지 조차 갖지 못하게 된다. 대중교통도 제대로 다니지 않는 곳, 살아갈 의지가 없는데 범죄 의지는 어떻게 생기겠나, 하게 되는 것이다. 


주인공 '다윈 영'은 1지구에서도 명문중의 명문인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착하고 성실하게 공부한다. 아버지 역시 교육부 차관이라 이상적인 가정에서 이상적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학교에서는 9지구가 범죄가 일어나는 곳, 범죄자가 나타나는 곳이라고 가르치지만, 다윈은 학교의 반항아 '레오', 삼촌의 의문의 죽음을 파헤쳐나가고 싶은 '루미' 덕에, 어쩌면 이건 아니지 않을까, 우리가 제대로 모르는 건 아닐까, 라는 의심을 조금씩 갖게 된다. 물론 이런 의문은, 1지구 어른들에겐 전혀 반갑지 않은 일이고.


이 과정에서 루미는 그간 자신의 삼촌을 죽인 게 9지구 사람이라고 세상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1지구 사람이며 고위급 간부일 확률이 높다'는 데까지 추측해나간다. 다윈은 루미의 개인적 수사를 돕는데, 나는 다윈의 캐릭터도 루미의 캐릭터도 영 마음에 들질 않아 이 책이 별로 재미있게 느껴지질 않는 거다. 


그러나 1지구의 사람, 9지구의 사람들의 각자의 사정과 입장은 물론이고, 실제 일어난 일을 자기 입장에서만 해석하는 어쩔 수 없이 부족한 인간들에 대한 내면은 충분히 흥미로웠다. 이게 이 책의 장점이구나 싶었다. 쉽게 말해, 정의로워 보일 수 있는 9지구 사람들의 폭동도, 그 폭동 안으로 들어가보면 또 다른 사정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거다. 왜 안그렇겠는가. 그래서 이것이 장점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된다. 인간은 모두 불완전하지, 다 자기 중심적이야, 자기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맞다고만 여기지, 라는 걸 계속 일깨워주는 거다. 이를테면 다윈이 다윈의 사정이 있어 루미랑 연락하지 않게 되면, 루미는 '그때 내가 약속에 못나갔다고 꽁해있네'로 생각하고, 손자가 친구를 만나고 싶어서 할아버지 집에 못간다고 하면 할아버지는 아들놈이 자기를 싫어해서 손자를 못가게 했다고 생각하는 식인거다. 우리는 일상에서 얼마나 많이 이런 오해들을 쌓고 또 쌓고 있을까. 


나는 얼마나 오해를 하고 살고 있을까.

그 과정에서 나는 얼마나 많이 내가 맞다고 확신하고 있을까.



그래서 600쪽을 넘어가도록, 이것이 이 책의 미덕이구나, 하고 말았는데, 아이구야, 아니었다. 이 책은 굉장히 똑똑한 책이었다. 바로 이거였구나, 싶을만한 게 결말에서 다 드러나는 거다. 이토록 길게 다윈에 대해서, 다윈의 아버지에 대해서, 1지구와 9지구에 대해서, 루미의 추적에 대해서 설명한 건,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였구나!!! 하게 되면서, 아, 정말 똑똑한 소설이구나, 하게 된 거다. 그럼 그렇지,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좋다고 한 이유가 있었어!

영화로 만들어져 모두가 볼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 책을 많이들 읽으면 좋겠지만, 두꺼워서 안읽을 것 같아...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도 책은 술술술 넘어갑니다. 책장은 팔랑팔랑 잘도 넘어간다. 얼쑤~




아침에 출근해서 저렇게 아름다운 바깥을 보고 감상하는 건 잠시, 업무가 시작되면 또 여기가 지옥이여...하아-

집에 가서 김칫국에 밥이나 말아 먹고 싶다.

친구가 김칫국에는 라면 사리를 넣어도 맛있다 그랬는데, 나 고등학교 다닐 때 매점에서 파는 라면이 김칫국에 말아주는 라면이었어. 세상 맛있었는데....... 현실은 사무실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어떤 꿈을 반복적으로 꾸는 경우가 있는데, 내 경우엔 학교에 다니는 꿈을 반복적으로 꾼다. 그런데 학교 다니는 걸 다니면서도 힘들어하고, '이걸 언제 어떻게 졸업하나' 늘 고민이 많은 상황인 거다. 실제로 내가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서 4학년때도 1,2학년 과목 다 재수강 해야 했어서, 졸업할 때 친구들이 '니가 어떻게 졸업할 수 있냐!' 라면서 신기해 했었는데, 꿈속에서 고등학교에 다니기도 하지만 대학에 가서 졸업할라고 막 애를 써... 너무 싫어..... 그래서 깨고나면, '아 그 시기가 지났다' 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거다. 흙흙 나 졸업했어 ㅠㅠ 나 이제 사회인이야 ㅠㅠ 학교 다시 안다녀도 돼 ㅠㅠ 수업 안들어도 돼 ㅠㅠ 논문 안써도 돼 ㅠㅠ 이러면서 안도안도 하는데, 그렇게 안도하다가, '지나도 너무 지났지....졸업한 지 넘나 오만년 됐어....'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꿈은 대체 왜꾸는건지. 오늘 꾼 건 아니고, 뭐 그렇다는 거다.




아무튼 점심 생각이나 해야겠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4지구 출신 여자와 결혼해 고작 법원 말단 공무원이 된다는 아들을 자랑스러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이는 하급 공직 사회의 조용하고 안정적인 분위기가 좋았고 일생을 그 속에서 보내고 싶었다. 부모님은 결코 한 번도 주지 못한 것이었다. (p.312-313)

자신들이 처한 상황의 인과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노인들의 무지가 너무 커서인지, 다윈은 반감보다는 오히려 동정심이 들었다. 폭동을 전쟁으로 잘못 인지한 채 ‘폭동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하는 반성 대신 "그 전쟁에서만 이겼으면" 하고 한탄하는 한, 그들의 삶은 잘못 든 길을 잘못 든 줄도 모른 채 죽을 때까지 걸어야 하는 비극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 다윈은 60년이 지나도록 노인들이 진실을 깨달을 기회가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 놀랍고 안타까워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이제 와 그들의 믿음을 바꾸려 했다가는 괜한 혼란만 키울 것 같아 망설임 끝에 입을 다물었다. 폐허가 된 고아원에서 볕을 쬐며 여생을 보내고 있는 노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혼란보다는 평안일 것이다. (p.159)

성탄절 바로 다음 날 저녁부터 다윈은 다시 책상에 앉아 책을 펼쳤다. 외국어 문법책이었다. 학년말 고사 때 외국어, 특히 동사 변화를 외우는 데 애를 먹은 게 여전히 큰 부족함으로 남아 있었다. 시험 성적은 상위권이었지만 최고랄 수는 없었다. 전 과목에서 수석을 차지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건 아니었다. 다만 최고가 아니란 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고,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것은 다음번에도 똑같은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는 의미라는, 자기 안의 목소리가 스스로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전 해의 부족함을 그대로 둔 채 새해를 맞이하고 싶지는 않았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불확실하게 알고 있거나 혼동하고 있는 것들을 모두 바로잡고 싶었다. 안에서 이는 그 갈증이 너무 커 때로는 낮잠을 자는 것보다 문법 책을 들여다보는 것이 진정한 휴식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이 기간의 공부에는 친구들에게 뒤처질지 모른다는 상대적 불안감이나 압박감은 조금도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런 것들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편에 가까웠다. (p.808-809)

몇 시간씩 사전을 뒤적여 가며 단어의 어원을 추리하고 있다 보면 한순간 자신이 프라임스쿨의 유일한 학생으로 여겨져 고독해지기까지 했다. 자기가 아니면 이 작업에 책임감을 갖고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았다. 교수님조차 지금은 쉬고 있을 것 같았다. 자기 삶에서 진정으로 이루고 싶은 것을 찾은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그 고독감을 즐기며 다윈은 시험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알기 위하여‘ 단어의 성질과 문장의 구조를 파헤치는 데 몰두했다. 구토나 두통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 빈 자리에 새로운 진리들을 완벽하게 채워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돋아났다. (p.809)

"하지만 사실은 나도 그 돌덩이들 중 하나야. 안 그런 척하면서 사실은 이 시계를 꽤 자랑스럽게 여길 때가 있거든. 여기에 있는 게 참을 수 없다며 후드를 입고 학교를 빠져나간 밤에도 이 시계는 벗지 않았지. 내가 왜 위선자인지 알겠지?"
다윈은 웃으며 역시 똑같은 손목시계를 들어 보였다. 프라임스쿨 입학식 때 신입생들에게 나눠 주는 시계로 측면에 학생 한 명 한 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레오 네가 애교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니까 난 오히려 더 좋은데. 다른 사람들도 네 진면목을 알게 되면 오해를 풀고 네 이야기를 들을 거야."
레오는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됐어. 친구는 한 명이 모두인 거니까."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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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8-01-24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아침을 늘 격하게 (속으로, 멀리서???) 응원해요. 그리고 ....음.... 사랑합니다?

추운 날이에요. 따뜻한 거 드시고 ..요가 빼먹지 말아요. (응?)

다락방 2018-01-24 10:23   좋아요 1 | URL
앗! 저 요가 이번 주에 한 번도 안간 거 어케 아셨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가야지. 눈누난나~

유부만두님이 제 출근길 응원하시는 거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헤헷. 감사해요!
사랑고백도 감사합니다. 넘나 좋은 것 ♡

유부만두 2018-01-24 10:48   좋아요 0 | URL
요가 가요, 네? (사랑 뿜뿜)

다락방 2018-01-24 11:37   좋아요 0 | URL
넵!! ㅎㅎㅎㅎㅎ

잠자냥 2018-01-24 10: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눈 오다가 비로 바뀌었는데도 요가 안 가셨잖아요? (응? 2)
4월까지 열심히 쓰세요~ ㅋㅋㅋ

다락방 2018-01-24 10:41   좋아요 2 | URL
아니 제가 요가 안 간 거 어케 이렇게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알라딘에는 요가 얘기 한 번도 안했는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빵터졌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조기후 2018-01-24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가는... 빼먹으려고 다니는 거죠? 안 다니면 빼먹질 못하니까...... :p

다락방 2018-01-24 17:10   좋아요 0 | URL
사람이 말입니다... 빈틈이 좀 있고 그래야 다가설 수 있고 매력도 있고.. 뭐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transient-guest 2018-01-26 0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무실의 뷰가 좋네요. 저는 추운 날 일어나는 건 힘들지만, 쌉쌀한 이른 아침의 날씨를 좋아합니다. 특히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동이 틀 무렵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면 그 싸한 공기를 맡으면서 내가 깨어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뭐 저야 인생이 RPG라서...-_-:: 그냥 자뻑에..ㅎㅎ

다락방 2018-01-26 10:26   좋아요 1 | URL
지금 여기가 아침에 너무 볼 찢어지게 추워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할 만하지가 않아요. 빨리 지나가라 지나가라, 이런 상황입니다, 지금. 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저 풍경을 보는 건 참 좋아요. 늘 비슷한 시간에 출근하는데 저 풍경이 옅어지는 걸 보면서, 아 이제 아침이 조금씩 더 길어지는구나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겨울의 이른 아침이 깜깜한 게 싫거든요. 이제 밝은 때에 출근할 수 있겠지, 그런 날이 곧 오겠지, 생각하고 있어요.

연꽃처럼 2018-01-28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댓글은 처음 써봐요 ^^ 다른게 아니라 반가워서요 ㅋ 학교 꿈 꾸신다는거 ㅡ 저두요 ㅡ 하두 맨날 교복입은 고등학생이어서 전생에 학생때 죽었나 ㅡ 싶을 정도에요 ㅋㅋ ㅡ 우리 그때 많이 힘들었나봐요 ㅠㅠ 토닥토닥 해드려요 ^ㅡ^

다락방 2018-01-29 09:30   좋아요 0 | URL
아이고, 연꽃처럼님도 그러시군요. 저는 정말 자주 학교를 다 졸업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학교에 다니게 될 사람들을 보면, 아아, 무사히 다들 잘 지내야 할텐데, 하는 마음이 된답니다. 그때 딱히 힘들었다고 저 스스로 생각했던 건 아닌데, 제게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때인 것 같아요. 우리 이제 더이상은 그런 꿈 꾸지 맙시다. 흑흑 ㅜㅜ
 
















중학교 1학년 2학기 때, 영어 선생님은 갓 부임했고 아주 젊었다. 아이들에게 험한 말도 하지 못했고 화도 내지 못했고, 그렇지만 아이들이 뭘 좋아할진 알아서 아이들에게 팝송을 듣게 하고 가사를 해석해주고 무엇보다 영화 얘기를 아주 많이 해줬다. 그 때 얘기해준 영화들 중에 《라스트 콘서트》가 있었다. 백혈병에 걸린 여자가 피아니스트 남자랑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남자가 피아노를 연주하던 중, 관객석 앞자리에서 그 연주를 들으면서 죽는다는 내용이었다. 이 영화의 얘기를 해주는데, 참 어려서 그랬는지, 그렇게나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거다. '황순원'의 《소나기》에서의 소녀가 특별하게 느껴지고 그 이야기가 아름다웠던 것도 소녀가 일찍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한동안 반 아이들은 소녀가 가졌던 것과 같은 보조개를 갖기 위해 샤프의 꼭지 부분으로 자기 볼을 계속 누르고 다니기도 했는데(나도 그랬다), 누군가는 고추장을 바르면 세포가 죽어 그 자리에 보조개가 생긴다고도 했다. 그 때 나는 국어선생님을 좋아했는데, 뭔가 내가 그렇게 연약한 시한부 인생에, 게다가 보조개까지 들어간다면, 선생님께 아주 특별한 아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진짜 어리석기 짝이 없는데, 한동안 그래서 라스트 콘서트의 스텔라처럼 소나기의 소녀처럼 되고 싶었는데, 그러면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서 신해철에게 더 특별해질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했었는데,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였을까 혹은 그 전부터였을까, 이 모든 게 다 어린 마음에 나오는 낭만적인 환상이란 걸 깨닫게 되었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는, 내가 그 때 왜그랬을까, 어쩜 그랬을까, 하고 어린 나를 생각하며 헛웃음을 웃었더랬다.



그런데 이 책,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책을 읽는데, 그 당시 같은 어리석은 생각이 또 머릿속에 떠오르고 말았다. 나는 철이 없게도, 이 책을 읽으면서 '병원에 입원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거다. 그 생각을 하면서도 스스로 어리석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지금 이 상황에서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었던 거다. 주인공 '루시 바턴'은 90일 가량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그녀가 그 시간을 고통스러워 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것이 답이다'라는 생각을 하고야 만것이다. 그녀는 남편과 아이들을 볼 수 없는 그 시간을 외롭게 느끼고 고통스러워하는데도, 나는 '이게 답이야' 같은 걸 생각하고 있었어... 역시 책은 읽는 자의 몫인가... 하아-



루시 바턴은 병원에 입원을 한다. 어릴 때 지독하게 가난하게 살았고, 루시만 형제들 중에서 대학을 가고 부모와 형제와 잘 만나지 않은 채로 살아간다. 병원에 입원해있는 동안 남편은 직장생활과 육아를 하고, 혼자 있는 루시에게 엄마가 찾아온다. 엄마는 병원에서 닷새를 머무르는데, 그 과정에서 어릴 적에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며 함께 웃기도 하고 역정내기도 한다. 엄마는 다시 가버렸고 루시도 시간이 지나 퇴원했다. 그러니까 이 책은 크게 어떤 사건이 나오질 않는다. 그저 루시가 병원에 입원한 동안 과거를 떠올리고, 현재의 외로움과 고통 그리고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 퇴원 후에 시간이 지나 남편과 이혼하고 재혼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아이들에게 입혔을 상처에 대해 얘기한다. 덤덤하게 진행되는 이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에, 나는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대체 어느 부분에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언젠가부터 화악- 이 책이 내 가슴속에 스며드는 거다. 그래서 이상하게 같이 아프고 쓸쓸하고 외로워진다. 누가 물으면 이 책을 추천할 수도 없고 다른 사람이 이 책을 좋아할거란 생각도 할 수 없는데, 이상하게 나는 이 책을 나의 소중한 책들만 꽂아두는 책장에 꽂아두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보고싶은 어느날, 이 가족의 친구이면서 '자신의 아이는 없는' 여자가 루시의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에 찾아온다.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가족의 친구이면서 자신의 아이는 없는 여자가 다시 아이들을 데려갔는데, 그 때 그 여자가 아이들을 돌보는 걸 돕고 있었지만 아이들의 꼴이 지저분해서 병원에서 아이들을 씻기고 이 일을 기억한다. 그런데 퇴원후에 시간이 지나서 그녀는 남편과 싸우게 된다. 남편이 이 여자와 가까운 사이가 되어버린 것.




퇴원하고 몇 년이 지났을 때 나는 대학 시절에 사귄 그 예술가와 마주쳤다. 다른 예술가의 오프닝 행사에서였다. 결혼생활이 힙겹던 시기였다. 그 당시 내게 수치심이 들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내 남편이 내 딸들을 병원에 데려왔던 여자. 자신의 아이는 없든 그 여자와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된 것이다. 나는 그녀가 더는 우리집에 오는 일이 없도록 하자고 했고, 남편도 동의했다. 하지만 우리가 오프닝 행사에 갔던 그날 밤 말다툼을 했던 건 확실하다. (p.110)




어떻께 가까워진건지, 어떤 일이 있었던건지 자세히 나와있지도 않은데, 그저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된 것'이라고만 했는데도 나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 수치심과 그 가슴아픔이 바로 내 것인 것 같았다. 혼자 책을 덮고, 만약 루시가 병원에 입원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그녀가 아이를 봐주는 시간이 없었다면, 그랬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에 대해 질문해 보았다. 모르겠다. 그래서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니까. 다만, 사랑해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아내가 있는데 왜 다른 여자랑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된 것인지,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들은 결국 이혼하고 나중에 둘다 각자 재혼을 하는데, 나는 그런데도 책이 끝날 때까지 혼자 너무 아팠다. 찬바람이 부는데 얇은 카디건 하나만 걸치고 집 밖에 나가 양 손으로 팔짱을 끼며 서있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바람이 차, 내 팔을 내 손으로 쓰다듬는 기분. 더는 견딜 수 없어져서 이제 집에 들어가자, 하고 돌아서 집으로 들어가지만, 들어간다고 딱히 안락할 것 같지도 않은 기분. 그렇게 쓸쓸하고 아팠던 거다. 그러면서도 나는 왜 거기다 대고 '입원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걸까. 몇 해전에, '결혼하면 다 해결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그 어리석은 날들이 떠올랐다. 어리석은 생각들이 떠오른다면, 과감히 머리를 흔들어 그 생각을 떨쳐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부분.



내가 6학년이었을 때 동부 출신의 선생님이 새로 왔다. 이름은 미스터 해일리, 젊은 남자였다. 그는 사회를 가르쳤다. 그에 관해서는 두 가지가 기억난다. 첫재는 내가 화장실에 급히 가야 했던 날에 대한 것이다. 내게 주의가 쏠리기 때문에 나는 정말 화장실에 가기가 싫었다. 그는 고개를 한 번 끄떡이고 싱긋 웃으면서 내게 허가증을 주었다. 나는 교실로 돌아온 뒤 허가증-커다란 나무블록인데, 복도에서는 교실에서 나와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증거로 가지고 다녀야 했다-을 돌려드리려고 선생님에게 다가갔고, 그걸 건네는 순간 우리 반에서 인기 있던 캐럴 다라는 여자애가 어떤 동작을 하는 것을 보고 말았다. 손짓 같은 거였는데, 경험상 나는 나를 놀리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캐럴은 친구들도 한편으로 만들려고 아이들을 쳐다보며 그 동작을 하고 있었다. 해릴리 선생님의 얼굴이 붉어졌고, 선생님이 이렇게 말한 것이 기억난다. 너희가 다른 누구보다 더 잘났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마라. 내 교실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곳에서 다른 사람보다 더 잘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방금 몇 명의 얼굴에서 다른 누구보다 더 잘났다고 생각하는 표정을 읽었는데, 내 교실에서는 절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캐럴 다를 흘끔 쳐다보았다. 내 기억에 그애는 잘못을 지적받아 속상한 듯했다.

나는 조용히, 완전히, 단박에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지금 그가 어디에 사는지, 아직 살아 있는지조차 모르지만, 나는 여전히 이 남자를 사랑한다. (p.83-84)




아, 너무 좋지 않은가. 내가 어릴 때도 저렇게 말해주는 선생님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지금도. 지금도 저렇게 누군가 '내가 더 우월하다, 더 잘났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보다 잘난 사람은 없다'고 말해주는 선생님들이 있다면 좋겠다. 더 잘났다고 생각하며 뻐기는 걸 지적해주는 선생님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일은 루시에게 여전히 남아있는 일이고, 그리고 영향을 미친 일이다. 지금의 루시 바턴은 이렇게 생각하니까.




앞에서도 한 말이지만, 우리가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집단보다 스스로를 더 우월하게 느끼기 위해 어떤 방법을 찾아내는지가 내게는 흥미롭다. 그런 일은 어디에서나, 언제나 일어난다. 그것을 뭐라고 부르건, 나는 그것이, 내리누를 다른 누군가를 찾아야 하는 이런 필요성이 우리 인간을 구성하는 가장 저속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p.111)




아, 너무 좋아서, 회사의 보쓰에게 읊어주고 싶다... 그리고 이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권력이란 걸 가졌다 생각하며 그것으로 횡포를 부리려는 사람들 모두에게도.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나 역시 뜨끔했다. 나는 순간순간 내가 잘났다는 감정에 빠져들고 말아서... 인간......





토요일에는 그 유명하다는 '사마리아 별자리 상담소'에 찾아가 상담을 받고 왔다. 얘기중에 내가 오지랖을 부린다는 게 나왔는데, 그래서 내가 시무룩하게 말했다.


"맞아요. 제가 오지랖쟁이에요. 안그래야 되는데..."


그러자 쌤은,


"락방씨는 그렇게(오지랖 부리면서) 살아야 돼요."


라고 하시는 거다. 내가 태어난 별로 봤을 때 그렇게 살아야 되는 사람이라고.... 힝 ㅠㅠ




상담소에서 상담을 마치고 지하철을 탔는데, 내가 탄 뒤에 초등 3-4년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작은 캐리어를 들고 탔다. 그 뒤를 아이의 엄마가 큰 캐리어를 끌고 타려는데 지하철 문이 닫혀버린 거다. 아이도 놀라고 아이 엄마도 놀라고 주변 사람들도 놀라고 나도 당연히 놀랐는데, 문이 열리겠지, 하고 숨죽여 보던 사람들을 아랑곳않고 지하철은 출발해 버린 것이야... 나는 너무 놀라서, 이 아이가 미아가 되면 어떡하지!! 싶어서, 얼른 그 아이 옆으로 가 내 핸드폰을 빌려주려고 했다. 엄마 전화번호 아냐, 이걸로 전화해라, 라고 말하려고. 그런데 아이는 자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벌써 꺼낸 게 아닌가! 아! 핸드폰 있으니 다행이다, 해결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아이는 통화를 하면서 나로부터 멀리 저 쪽 자리로 이동했는데, 나는 내내 이 아이가 신경 쓰이는 거다. 그러다 두 정거장 가서 내가 내려야할 때, 아이가 내리는 거다. 통화하고 내렸으니 어련히 알아서 잘 내렸을까. 나는 '그냥 지나쳐' 라는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로, 그 아이에게 다가가, "엄마랑 통화됐어요?" 라고 물었다. 아이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웃으면서 그 아이를 두고 내 갈길을 갔는데, 그렇게 가자마자 또 속으로 



아 또 오지랖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 된 것이었던 것이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미친 오지랖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거슨 내 팔자인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개오지랖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재미있는 게,

나는 이중성을 가진 사람이라서 항상 직장을 다니면서도 취미 활동을 해야하고, 사람들과 소통을 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런 이중성을 계속 가지고 가야 되는 사람인데, 하하하하. 글을 쓸 때의 자아는 '또다른 나' 라고 하는 거다. 또다른 자아가 글을 쓰는 거라고. 끼가 있어서 노력하고 쓰는 게 아니라 삘을 받아야 쓰는 사람인데, 그 삘을 받으면 다다다닥 쓰는 사람인데, 그걸 쓰는 자아는 또다른 자아라고. 그래서 자기도 자기가 뭘 썼는지 모르는 경우가 생긴다고. 

아 빵터졌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그것이 의식의 흐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또다른 자아가 쓰기 때문에 항상 쓰다말고, '아니 근데 내가 이 얘긴 왜 썼지?', '왜 이게 여기로 왔지?' 이렇게 된것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내가 아니고 또다른 나였어. 그래서 나는 항상 그렇게 나와 대화를 나누곤 했던 것인가. 이 운세로 책 두 권밖에 못썼냐고;; 10권은 썼어야 된다고 했다. 


네????????????????????????????????????????????????



하이 스트레인저, 가 아니라 하이 또다른 나...가 되는 것인가.

넌 또다른 나...가 아니라 난 또다른 나..인 것인가... 인생......




세상 끝에 홀로 버려진 나를

어느새 넌 다독거렸지

헤아려주며

그래 나 살고픈 이유는 바로 너.....



나 살고픈 이유는 바로 나인 것인가...

세상 끝에 홀로 버려진 나를 다독거리는 것도 나......

또다른 나...

난 또다른 나인걸...... oh~




또다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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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8-01-22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 권은 쓰셨어야 했는데! 채찍질 들어갑니다.ㅎㅎ 저도 보관함에 넣습니다. 읽고 싶어요^^

다락방 2018-01-22 11:50   좋아요 0 | URL
ㅎㅎ 채찍질 받아들입니다! ㅎㅎ

얇은 책이지만 꼭꼭 씹어 읽어주세요, 문나잇님. 문나잇님께도 좋은 책이어야 할텐데요. 헤헷.

독서괭 2018-01-23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ㅋㅋ 글 너무 재미있어요. 특히 마지막이 ㅋㅋ
이 책 다른 사람에게 추천은 못 하겠다고 쓰셨는데 글 읽다보면 자연스레 읽고 싶어지는걸요? 찬바람이 부는데 얇은 카디건 하나만 걸치고... 이 부분 비유 참 좋습니다. 잘난 사람은 없다는 선생님 얘기도 정말 좋네요.
그런 선한 오지랖이 필요한 세상 같습니다. 아이 엄마가 알았으면 참 고마웠을 거예요^^

다락방 2018-01-23 09:46   좋아요 0 | URL
아 독서괭님.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기쁩니다. ㅎㅎ

근데 이 책을 읽은 다른 친구도 이 책 참 좋다고 하더라고요. 뭔가 정확히 손에 잡히진 않지만 되게 좋은 그런 게 있어요. 그게 뭔지 몰라서 말씀을 드릴 수가 없네요. 아아, 제가 가진 언어의 부족에 의한 것입니다. 흑흑 ㅠㅠ
두껍지 않은 책이니 독서괭님도 시간 되실 때 읽어보셔요. (추천 안한다면서 추천해버리는 나여...)

네, 저 선생님의 말씀은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기도 하지만 제 자신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얘기예요. 저야말로 제가 잘났다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사람이라 자꾸 스스로에게 ‘아니야, 그렇지 않아‘ 말해줘야 해요.
좋은 독서의 시간이었습니다!!

블랙겟타 2019-12-08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책을 읽다가 이 책이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뭐지? 읽을만한 소설이려나? 하고 검색하던 와중..
이미 비연님이?? 그리고 다락방님도?! 그럼 당연히 읽는겁니다요!!
우연히 아는사람의 옛글을 마주쳤을땐 더 기분이 좋아지면서.. 막 도서관에 검색해보니 있네요!!
다락방님이 인증한 책이니까 주저없이.. ㅋㅋㅋㅋ

다락방 2019-12-08 19:56   좋아요 1 | URL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라면 저는 고민없이 읽겠습니다! 물론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책을 사두고 아직 안읽고 있지만, 모든 책을 읽겠다고 결심한 작가중의 한 명입니다.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