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패리시 부인 미드나잇 스릴러
리브 콘스탄틴 지음, 박지선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굉장히 똑똑한 소설이다. 1장은 빼앗는 여자의 시점에서 그리고 2장은 빼앗기는 여자의 시점에서 진행되는데, 1장만 읽어나갈 때 이 소설은 별다를 바 없는, 그저 뻔한 내용으로 진행이 되는 거다. 가난하게 자란 여자 그래서 부자가 되고 싶은 여자. 그런데 자기 능력으로는 도무지 그렇게 될 수 없으니, 이미 화려한 삶을 살고 있는 여자의 자리를 뺏어 부자가 되려는 여자. 너무 뻔한 내용이라 대체 이 소설이 어떻게 진행되려는가 싶어지려는 찰나, 나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빼앗기는 여자의 시점에서도 이야기를 접하게 되는 거다. 그래서 알 수 있는 건, 우리가 한 사람에 대해 얼마나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 나만 해도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일 것이고, 착한 사람일 것이고(이건 좀 아닌가...),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일 테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오만하고 잘난척하고 재수없고 다시는 상종하기 싫은 사람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에게 흠없는 사람이 될 순 없다.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를 다른 사람은 싫어할 수도 있고, 내가 다정하다고 보는 사람을 누군가는 쌀쌀맞다고 볼 수도 있다. 저 사람은 정말 완벽한 것 같아, 라는 누군가의 평가에 나는 '그 사람은 좀 아닌 것 같은데?'라고 말하게 될 수도 있고. 그러니까 친구가 결혼할 남자를 내가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친구가 만나지 말라는 남자를 내가 좋아하기도 하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나. 우리 모두가 한 사람만 같은 크기로 같은 식으로 보게된다면 세상은 아마 지금보다도 훨씬 훨씬 부조리해졌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 바로 그걸 자연스레 보여준다. 한 사람에 대해 엇갈린 평가. 물론 한 쪽은 아직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기에 완벽하다고 평하는 남자를, 다른 쪽에서는 처음부터 '어쩐지 뭔가 어딘가는 찜찜한' 사람이라 생각했었고, 주변에서도 '그 새낀 좀 이상한데... 어딘가 찜찜한데' 하고 생각했었다는 것. 이것들은 아마도 사람이 자기가 보고싶은 대로 보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원하는 게 화려한 생활과 넉넉한 돈이라면, 그걸 이미 갖추고 있는 잘생긴 남자가 완벽해 보이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 그러나 내가 가장 높게 평가하는 게 돈이 아닌 다른 것, 이를테면 자기 자신을 잘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혹은 '나의 소중한 사람에게 잘 대해줄 것인가' 에 있다면, 우리가 보는 방향은 아예 달라질 테니까, 한 사람에 대해 전혀 다른, 엇갈린 평가를 내릴 수 있게 되는 거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유난히 강한 촉이 있다. 어? 이 사람은 좀... 아닌 것 같은데? 그간 살아본 내 경험에 의하면, 나는 이 촉이 괜히 생기는 게 아닌 것 같다. 그 촉이 생겼다면, 그 촉을 무시하거나 깊이 눌러담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속 옆에 두고, 왜 내가 이런 느낌을 받았는지, 왜 내 촉이 내게 이런 말을 했는지 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이렇게 한 사람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하게 되는 두 사람의 입장에 대해 자연스레 보여주는 소설이 나는 꽤 똑똑하다고 생각했다. 1장을 읽을 때는 뻔했던 것이 2장을 읽으면서 오호라- 하게 됐달까. 잘했는데? 싶어진 거다. 그런데,



이 결말이 이런 식으로 흐른 것에 대해서는 '꼭 이래야만 했을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 책을 나보다 먼저 읽은 친구와 토요일에 만나 이 책에 대한 얘길 했는데, 친구 역시 나처럼 찜찜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한 여자는 화려한 생활을 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이미 화려한 생활에 깊이 들어가있는 여자의 자리를 '빼앗고자' 했다. 그녀가 가진 집이며 자리 재산 그녀의 남편까지도. 누군가의 것을 빼앗는 것은 나쁜 일이고, 그 나쁜일에 이르기까지 또 여러가지 나쁜짓들을 한 여자는 계속 저지른다. 물론 그전에도 그녀가 나쁜 짓을 했다고 나온다. 그러니까 이 여자는 '악녀'라 불러야 할 것이다.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고 또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에게 상처를 입힌 여자라면 그 죄에 대해 벌을 받는 것은 마땅하다. 그러나 그 벌의 성질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거다. 나 역시 그녀가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는 것은 나쁘니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녀가 받은 그 벌이란 것은, 그러니까, '그래도 그 벌은 아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 벌 속으로 그녀를 밀어넣기 위해 부러 그녀를 악녀로 설정한 것이 아닌가 싶어진 거다. 그러니까, 이 상황으로 밀어 넣은 것에 대해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 그녀를 이렇게 만들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것. 그 벌에 대해 쓰면 이 책에 대한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스포일러를 말하지 않으려 하다 보니 이야기가 뭔가 애매모호해지는데, 빼앗긴 여자가 빼앗는 여자를 응징한다는 이야기가 , 이 책에서는 속시원하지 않은 거다. 게다가 결말에 이르고 나면, 빼앗은 여자에 대해서 '그러니까 착하게 살지 그랬어'라는 생각보다는, '이야기를 너무 과하게 풀어내버리는군' 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이 얘기까지 가진 않았어도 됐을텐데, 하는 것.



그래서 끝나고나서도 찜찜하다. 어느 순간 분명히 똑똑하다고 생각했던 이야기가, 흥미롭다고 생각했던 이야기가, 책장을 덮고 나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어도 됐을텐데, 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게다가 말끔히 해결된걸까, 감옥에 평생 갇히는 게 아닌데 모두가 다 괜찮아지는 걸까, 생각하게 되는 거다.



자, 빼앗긴 여자는 사실 나쁜 상황에 처해있었다. 어떻게든 빠져나오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빼앗는 여자가 자기에게 접근했다. 알고보니 자기에게 접근한 그녀는 나쁜 여자였다. 그러므로 자기가 이 상황에서 빠져나오는 데 이용해도 괜찮았다. 그래서 빼앗기는 여자는 자신의 나쁜 상황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었고 그 상황에 빼앗는 여자를 밀어넣을 수 있었다. 그녀는 나쁜 여자니까, 그녀가 원했던 것이 어떤 일로 닥쳐올지, 빼앗은 뒤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얘기는 후련할 수 있는 이야긴데, 이 책은 후련하지가 않다.



이 후련하지 않음은, 빼앗으려하고 빼앗기게 되는 것이 '돈과 명예를 모두 가진 육체적 힘도 센 남자'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남자가 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있어서, 그 남자가 힘을 가진 사람이어서,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 왜 힘을 가진 사람은 그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할까.



빼앗는 여자에게 내려진 벌은 너무 가혹했고, 힘이 센 남자에게 내려진 벌은 너무 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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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1-29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포일 하지 않으려고 애쓰다보니 리뷰가 망했네... 제기랄......
추리 소설 리뷰는 앞으로 쓰지 않는 걸로....
에잇.....

다락방 2018-01-29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지만 이것은 추리 소설인가? 잘 모르겠다. 친구는 로맨스 소설같다고 했다.

다락방 2018-01-29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면 스포일 해도 되지 않나?

다락방 2018-01-29 0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됐어..이미 등록을 마친 글이니 내버려두자...

비연 2018-01-29 10:10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이걸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되는 시점요

다락방 2018-01-29 10:55   좋아요 1 | URL
전 무조건 경험주의라, 읽어보고 판단하는 게 낫다고는 생각하지만, 또 이 책을 굳이 읽어 뭐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 리뷰 보니까 재밌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 ˝)

(역시 도움 안되는 댓글 죄송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8-01-29 1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뭐지 위의 이 4다락방토론회는......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8-01-29 10:55   좋아요 1 | URL
자아분열 일어났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lavis 2018-01-29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의 실시간 의식의 흐름 대탐구♡흥미로바요

다락방 2018-01-29 17:21   좋아요 1 | URL
실시간 의식의 흐름 대탐구.... 라니. 자아분열을 좋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