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연필과 흔한 색연필, 소요시간: JTBC 뉴스 듣는 동안)

1일 1그림이 아니라 띄엄띄엄 그림이라 해야 하나....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양철나무꾼 2016-12-13 2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싸~^^
제가 1빠로군요~^^
오늘 님이 좀 한가하신가 봅니다. 이렇게 사람이 일에 쫒기지 않으면 넉넉하고 여유로운 사람이 되는군요. 그림이 완전 멋집니다. 색연필로 만들어낸 그라데이션도 그렇고, 선도 과감한 것이 한두번 그려본 솜씨가 아니시군요.
부러워라, 췟~(,.)

AgalmA 2016-12-13 21:54   좋아요 1 | URL
철야 상황이라 스트레스 해소로 그렸어요ㅎㅎ; 연신 일 처리 물어보는데 그림그리고 있고ㅎ;; 저 참 먹고 살기 힘든 족속;;

양철나무꾼 2016-12-13 2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시군요. 전 그러고 보면 토욜날 오전 근무 하는게 지랄 같을때도 있지만, 헐렁한 시간이 있는 직업.
하지만 퇴근무렵이면 몸이 파김치가 되어 마찬가지로 먹고살기 힘든 족속~--;

힘내세요~, 저녁이랑 야식이랑 넉넉히 챙기셔야 합니다~ㅅ!

AgalmA 2016-12-13 22:19   좋아요 0 | URL
먹고 살기 힘든 족속이라 말한 건 사무실은 바쁘다고 아우성이고 눈앞에 일이 잔뜩 쌓여 있는데 태평하게 그림 그리고 있는 저를 약간 비웃으며 말한 거였어요ㅎㅎ
평안한 밤 되시고 내일도 즐거운 그림 그리는 시간 잘 챙기시길^^/

yureka01 2016-12-13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블로그에 하루에 한 컷은 포스팅이었는데 이걸 못합니다.ㅎㅎㅎ 사진은 그림과 달리 아무거라도 찍어서 걸면 되는데 그 아무거나 라는 이게 어렵.흐규...그림 참 독특합니다.^^.

AgalmA 2016-12-14 07:38   좋아요 0 | URL
그림도 낙서가 될 게 아니라면 맘에 드는 그림 만들기 쉽지 않아요^^ 사진을 아무거나 찍는다고 의미있는 게 안 나오듯 그림도 좀 그래요. 실컷 그렸는데 맘에 안 들면 속상하더라고요. 글 쓰면서 좋은 이야기거리로 전개되어 가듯이 그림도 그리다가 좋은 아이디어쪽으로 흘러가면 좋은데 제 경험상 좋은 그림은 아이디어와 영감에서 출발할 때가 많아요. 꾸준히 노력해야 발전한다는 게 관건. 창작은 다 비슷비슷한 듯.

북다이제스터 2016-12-13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넘 멋진 그림입니다.
앞으로 꼭 1일1그림 해 주세요. ^^

AgalmA 2016-12-14 06:4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사장님 눈치보며 그린 보람이 있네요ㅎㅎ
계획성...그게 제일 문제.
오늘도 일찍 출근하셨겠구만요. 건강 잘 챙기시길~

나와같다면 2016-12-13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퍼하는 사람의 얘기를 들어주고, 슬퍼하는 사람과 같이 슬퍼하는 천 개의 눈을 가진 관음보살이 생각나네요..

AgalmA 2016-12-14 07:35   좋아요 0 | URL
나와같다면님 해석이 더 멋지시네요. 아마 저 천 자락이 ˝피에타˝(제 그림이 그런 급이다란 뜻은 아니고) 느낌을 줘서 그런 인상을 받으신 건지도 모르겠어요. 저렇게 천으로 감싸인 이미지들은 종종 종교적인 느낌을 많이 주니까요.
멋진 감상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보슬비 2016-12-14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묘한 그림~~ 아갈마님의 그림 솜씨 탐나요~~

AgalmA 2016-12-14 06:52   좋아요 1 | URL
감사요^^ 보슬비님도 1일1그림에 동참을? 그림그리는 사람들은 자료로 모으는 그래픽노블 집에 많으시잖아요ㅎ 따라 그리기만 해도 공부 많이 되실텐데요^^

책읽는나무 2016-12-14 07: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머릿속에 있는 무언의 형상을 종이에 그려내는 사람들이 참 존경스럽단 생각을 늘 하곤 했었는데 요즘 특히나 더 합니다.
묘사가 아닌 상상화 그림을 멋지게 만들어 내는 아갈마님의 그림도 예전부터 눈여겨 보고 있어요.
레이저가 발사되어 서재가 구멍이 뚫릴지도 모르겠습니다ㅋㅋ

AgalmA 2016-12-14 08:30   좋아요 1 | URL
그림 참 오래 그렸죠. 그 약간의 재주로 밥벌이도 하고 있고요;
밤새도록 만화 베끼고ㅎㅎ 방학되면 더 신나서 스토리 짜서 만화책 만들고ㅎ 만화방에서도 트레싱지로 만화 베낀 적도 있어요ㅎㅎ
화실에서 데생, 수채화, 정밀묘사 공부도 하고 그림 배우러 학교도 갔었고... 평생 노력한 거에 비해 큰 성과는 못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매일매일 부족한 게 보이니까요. 창작은 늘 그 순환인 듯. 배우고 아쉽고 또 배우고 하나 완성한 뒤의 짧은 기쁨 뒤에 또 그리고. 글쓰기 과정도 마찬가지더군요.
결국 나와 삶 전체의 대화, 나와의 싸움^^
같은 INFP끼리 잘 아시죠? ㅎㅎ
 

모든 곳에 아름다운 빛이 있나니.
눈이 아니라 마음을 열어야 더 많은 걸 볼 수 있다고 매일의 일상이 사물이 내게 말을 건다.

 

 

 

 

"누군가 말하고 있기 때문에 빛이 생긴다" ㅡ 프로이트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yureka01 2016-12-04 2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장 참 멋집니다..빛은 누군가의 말이라는 표현....^^..

AgalmA 2016-12-05 00:45   좋아요 0 | URL
성경에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겼다˝라고 하죠. 하느님도 말로 빛을 만드신ㅎㅎ

2016-12-12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12 2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12 2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12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12 2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 줄기에서 뻗어나와 다른 자태를 가졌고 남기고 갔다.
나는. 당신은요.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그장소] 2016-12-01 18: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인 1닭 ㅡ에서 1일 1그림도 있고 1일 1사진도~^^

AgalmA 2016-12-01 18:20   좋아요 2 | URL
yureka01님과 양철나무꾼님 영향도 좀 있죠^^ 하다말다 해서 침체기였는데 덕분에 이번에 다시 재추진 의욕~
최근 추진하던 제 프로젝트는 1일 1 사물^^

[그장소] 2016-12-01 18:18   좋아요 3 | URL
오옷~ 다들 뭔가 같이 하는 분위기 ~ 전 1일 1시 ㅡ 리뷰나.... ㅎㅎㅎ

AgalmA 2016-12-01 18:19   좋아요 2 | URL
그장소님은 1일 多리뷰 아니었음요? ㅎㅎ

[그장소] 2016-12-01 18:39   좋아요 2 | URL
아 ..뭐예요~ 제가 1 다‘리뷰 였단 말입니꽈~^^ 가끔 그러죠! 뭉텅이로 던질때가 있긴해요..ㅎㅎ

책읽는나무 2016-12-01 18: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일 1과자는 어떤가요?ㅋㅋ
전 컨디션님이랑 1달 1과자 하기로 했어요
날마다 뭔가를 공유하며 사유하는건 참 좋아요^^

[그장소] 2016-12-01 18:39   좋아요 2 | URL
1일1과자 ㅡ 이거 좋네요!^^

AgalmA 2016-12-02 08:40   좋아요 1 | URL
책읽는 나무님 과자 얘기 페이퍼로 읽은 기억나네요. 그게 그렇게 발전되었습니까ㅎㅎ 1일 1과자자로서 1달 1과자는 몹시 어려운 프로젝트네요;;;

지금행복하자 2016-12-01 19: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일 1치킨도 있늘데용 ㅎㅎㅎ

AgalmA 2016-12-02 00:16   좋아요 2 | URL
1일 1 피자, 1일 1잔 ... 이거 왠만한 거 다 나올 듯ㅎㅎ

yureka01 2016-12-01 21: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하루에 한장의 사진.ㅎㅎㅎ 이게 또 매일 하다보면 365일의 스토리가 나올거 같아요.

AgalmA 2016-12-02 00:20   좋아요 2 | URL
아무것도 아닌 걸로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죠. yureka01님도 잘 아시리라 생각하는데, 의미있게 보려고 하면 어떤 것에서도 의미를 읽을 수 있죠^^
매일 관찰하고 생각하는 게 피곤하긴 하지만 이걸 습관으로 만드는 게 중요한 일이죠. 작가들이 매일매일 정해진 시간, 분량을 생각하며 쓴다고 하듯이^^

단발머리 2016-12-02 0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뭐든지 하나 하고 싶은데요. 으흠..
1일 1커피? ㅎㅎㅎ

AgalmA 2016-12-02 15:51   좋아요 0 | URL
이참에 단발머리님도 자신만의 뭐 하나 특별한 거 추진해 보세요^^

커피소년 2016-12-02 2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일 1시간 마사지는 어떤가 싶습니다.

건강에도 좋고 기분전환도 되고..

불면증에 좋은 마사지도 있습니다..

관련 혈자리를 지압하는 것이죠..


AgalmA 2016-12-02 21:33   좋아요 1 | URL
예전에 집에서 30분 요가를 꾸준히 했는데 확실히 좋더군요. 알면서 안 하고 마는 게 너무 많습니다^^;;

커피소년 2016-12-02 21:38   좋아요 1 | URL



아갈마님 댓글 감사드립니다..^^



집에서 30분씩 요가를 하셨군요..

대단한 열정이십니다..^^

집에서 간단하게라도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은데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죠..

문제는 운동이나 마사지 같은 경우 꾸준히 하기 힘들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ㅎㅎ

저도 댓글은 1일 1시간 마사지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적었지만 꾸준히 하지 못 하겠더군요..ㅎㅎ
 

원하지 않는 쪽으로 진전되고 있다는 예감에 모든 것에 조금씩 다 나태했다. 평소 육체 건강 염려보다 정신 건강 염려에 나는 더 신경쓴다고 생각하지만 병이 오면 모든 것이 역전된다. 우리가 죽음을 앞두고 그리되듯이.
잠들기 전 꺼내든 랭 드 보통 《프루스트가 우리 삶을 바꾸는 방법들》 첫 문단을 읽고 뜨끔했다.

불행만큼 인간이 전념하는 대상이 또 있을까. 만약에 어떤 악의적인 창조주가 오로지 고통을 주기 위한 목적 하나만으로 우리를 지상에 놓아두었다면, 그 과제를 달성하려고 열성적으로 반응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대견스러워할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고 하겠다. 위로가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널리고도 또 널렸다. 우리 육체의 연약함, 사랑의 변덕스러움, 사회생활의 불성실, 우정의 손상, 습관의 둔화 작용 등등. 이런 지속적인 고난 앞에서야, 우리가 더 큰 기대를 품고 기다릴 만한 사건은 오로지 우리의 사멸뿐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ㅡ 1장 오늘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

 

 

 

 

 

 



에밀 시오랑과 비슷하면서도 덜 시니컬하고 차분하다. 에밀 시오랑이 한밤에 쓴 고통에 대한 글이라면 알랭 드 보통은 낮에 쓴 그것 같다고 할까. 정확성을 위해 생각 전개에 살짝살짝 브레이크를 거는 느낌이 전해진다.


고독과 절망의 대가로 불렸던  밀 시오랑(1911~1995)이 종말과 고통에 대해 쓴 글을 살펴봤다.

 

 

그 마지막 순간 인간의 삶이 너무나 높은 강도에 도달한 나머지 후회, 갈망, 사랑, 증오 그리고 절망으로 느꼈던 모든 것이 폭발하여 폐허가 되기를! 그러한 혼란 속에서는 하잘 것 없는 의무에 가치를 두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내부 모순의 압력으로 존재 자체가 와해될 것이다. 그 혼란 속에서 없음이 승리하고 비존재가 화려하게 등장하게 될 것이다.

 

에밀 시오랑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종말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의 가장 특이한 점은 자신의 고통이 절대적이라고 믿는 것이며, 그 믿음 때문에 자신이 고통을 독점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나는 세상의 모든 고통이 내 안에 농축되어 있고, 나만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 잔혹한 고통, 제 몸의 살점이 찢겨 떨어져 나가며 죽어 가는 고통, 흉악한 범죄와 같이 용납할 수 없는 고통을 확인하더라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한 고통이 어떻게 닥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어떻게 고통의 목적과 같은 허튼소리를 지껄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고통이 내게 주는 가늠할 수 없는 충격은 내게 남은 용기를 앗아간다. 고통이 삶의 동물성, 비합리성, 저주로부터 파생된다는 사실은 고통이 있음을 알려줄 뿐, 그것에 정당성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존재 자체와 마찬가지로 정당성이 없을 것이다. 존재에 당위성이 있는가? 아니면 순수하게 내재적인 이유가 있는가? 존재란 오로지 있음뿐인가? 없음이 최종적으로 승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존재는 무를 향해 가고 있으며, 있음은 없음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왜 인정하지 않는가? 없음만이 유일하고 절대적인 현실이 아닌가? , 이것이 세상 차원의 한 가지 역설이다.

고통이라는 현상에 깊이 매료되기도 하지만, 나는 고통을 예찬하는 글을 쓸 수 없다. 지속적인 고통은진정한 고통은 지속적이다시작 단계에서 제아무리 우리를 정화시켜준다 하더라도 결국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우리를 혼란에 빠트리고 파괴하며 무너트린다. 탐미주의자나 아마추어 예술가들은 고통을 하나의 여흥으로 생각하고 쉽게 열광한다. 그들은 고통이 가진 무서운 파괴력과 독성자아를 분열시킬 정도의도 모를 뿐 아니라, 고통이 가져다주는 지혜도 알지 못한다. 그 지혜를 얻으려면 아주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고통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 깊은 구렁텅이 위에 매달려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한 의미의 고통은 바로 그것이다.

 

에밀 시오랑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통의 독점

 

 

『랭트랑지장』신문이 보낸 ‘지구 전멸 상황에서 뭘 할 것인가‘ 란 질문에 루스트는 ˝루브르, 사랑, 인도(india)˝를 말했다. 방에 틀어박혀 지내길 좋아한 그가 루브르와 인도를 말한 건 굉장히 뜬금없게 느껴진다. 답변을 증명할 새도 없이 그는 넉 달 뒤 감기로 사망한다. 병이 나면 계획은 전면 포기되거나 수정되지. 하지만 나는 매일 나태의 사치 속에서 오늘을 원망하며 싸운다.

오늘도 시작부터 그리되고 있다. 건강검진받기로 한 날. 네 번이나 예약을 바꿔서 이젠 전화를 건다면 바틀비처럼 굳은 목소리로 ˝안 하고 싶습니다˝를 말해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 건강검진 4시간 전, 나는 이러고 있다. 예전 건강검진 때도 3시간 자고 갔던가. 그때는 갔고 이번엔 안 갔다. 중대함도 선택의 문제이고, 그것이 이성적인지 감정적인지 본인조차 정확히 가르기 어렵다.

지구 전멸 상황이 왔을 때 나는 무엇을 필사적으로 바꿀 것인가. 쓰고 있는 글의 문장? 멋지기 보다 끔찍한데.
유언은 쓰는 사람에게도 보는 사람에게도 짧은 게 좋은 거 같다. 자살자들은 대체로 그렇다고 한다. 아예 유언장이 없는 경우도 많고.
폴 칼라니티 《숨결이 바람 될 때》 같은 책을 쓸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셸 슈나이더가 지성들의 죽음의 순간을 생각하며 쓴 《죽음을 그리다》죽음보다 삶과 문학에 더 가까이 갔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까이 하는 것이 그것이기 때문에.

 

몽테뉴는 말이란 절반은 듣는 사람을 위한 것이고, 절반은 말하는 당사자를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에게 속하는 법을 아는 것이다.” 이것이 수상록에서 그가 말하고자 한 것이다. 자신에게 속한다는 건 자신이 되는 것 또는 자신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방식대로 죽는 것이다.

미셸 슈나이더 죽음을 그리다미셸 드 몽테뉴 편(1592913일 사망)

 

 

곧 하겠다? 바로 그것 때문이야. 곧 하겠다는 말. 그래서 인간은 행복하지 않은 거야. 곧 행복해질 거라고 하니까.” 라고 심술궂게 말했다.

미셸 슈나이더 죽음을 그리다임마누엘 칸트 편(1804212일 사망)

 

 

인생은, 계산할 때 보면 실패의 총합일 뿐이다.

감정은 자기 자신에게서 끝난다. 우리는 서로 헤어진다.

결론: 헤어진 후에도 가끔 서로 만나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플로베르가 1862년과 1863년 사이에 수첩에 쓴 글이다. 감정교육이란 결국 실망을 느끼게 하는 교육이다. 유일하게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교훈이 없다는 것이다. 감정은 교육하는 것이 아니다. 감정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죽음은 한 마리의 짐승과 같다. 마침표를 찍어야 할 일이 있을 때 죽음이 찾아오면 거추장스럽다. 188058, ‘죽음을 상징하는 짐승이 얼마 전부터 플로베르 주변을 맴돌다가, 마침내 그에게 달려들었다. 나머지 일을 처리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죽음은 거추장스러운 존재다. 죽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미셸 슈나이더 죽음을 그리다귀스타브 플로베르 편(188058일 사망)’
 

 

예전엔 매우 공감했던 에밀 시오랑과 미셸 슈나이더 그리고 지성들의 글을 다시 접하니 단정과 허점과 모순이 많이 보였다. 사변은 불가피하게 이런 인상과 결과를 낳는다. 과학 실증 주의자들은 매우 싫어할 글이다. 내 글도 마찬가지겠지. 내 심정도 내게 그리 호의적이진 않다. 나는 언제나 1분 전의 나를 후회한다. 먼저 오는 후회는 없고 언제나 먼저 가는 '나'가 있다.





 

 

 

 

진저리나는 삶에 대해 읖조리며 노래할 줄 아는 The Czars가 여기에 어울리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철나무꾼 2016-12-01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태그 지금 봤어요, ‘Agalma가 뽑은 Best서문‘ 좋아요.
전 에밀 시오랑은 너무 재미없게 읽어서, 저런 구절이 있는지도 몰랐네요.

이 페이퍼 마지막 구절의 깨달음 너~어~무 좋은 것 아닙니까, 췟~(,.)

AgalmA 2016-12-02 02:03   좋아요 0 | URL
요즘은 컴 가까이하기가 힘들어서 모바일로 1차로 쓰고 나중에 시간 여유있을 때 웹에서 태그나 기타 사항을 추가해서 늦게 발견하신 듯^^

에밀 시오랑은 그때의 내 감성과 딱 맞아 떨어질 때 시너지가 생기는 작가 같아요. 그래서 호불호가 있는 작가란 생각도 하고요^^

도를 도라 말하면 도가 아니라잖아요ㅎㅎ; 깨달음 같은 게 왔다고 생각될 때는 순간이고 그걸 잘 실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죠ㅜㅜ
 



겨울늪



도착했을 때 겨울은 이미 와 있었다
우리는 자판기에서 실수로 얼음커피를 뽑았다 일종의 징표처럼
차라락 쏟아진 겨울의 체온 겨울의 언어로 뒤덮인
늪은 충실한 노트로 펼쳐져 있었다
결정을 덧입은 낙엽과 마침표로 남아있는 돌들과
깨지기 직전의 온도계로 서 있는 나무 사이로
우리는 오래된 늪의 가장자리만 맴돌았다
겨울의 수천만 개의 손들이 늪에 일제히 기록하는 것을 보며
우리는 호호 입김을 불며 감탄했지만
새들이 휘갈기는 메모조차 읽을 수 없었다
왜 이곳에 하늘과 물과 돌과 나무와 새들이 완벽하게 모여 있는지
왜 우리는 제 손안의 얼음조차 감당할 수 없는 이방인인지
살얼음만큼의 마음도 말도 감당 못하는 우리는
얼음에 젖은 손을 내밀 수도 붙잡을 수도 없이
하얗게 튼 입술로 멋쩍게 웃었다
웃음보다 가벼운 눈이 눈 위로 쌓이며
하늘과 땅이 나누는 입김 속에
겨울도 늪도 우리도 점점 흐릿해졌다
그리고 다음 방문객이 도착하는 소리를 들었다



ㅡ 어느 해 시작(詩作) 노트에서




*
궂은 날씨다.
궂은 혹은 굳은 얼굴이 아니도록 우리는 계속 노력했다. 삶의 카드를 그리 쉽게 뽑는 게 아니라고 거리에 버려진 카드들을 보며 나는 그리 읽었다.
식어가는 커피를 마시며 추웠던 어느 해 겨울 적막했던 공간을 생각했다.
첫눈이 내가 처음 본 순간에 대한 지정(指定)이듯이 나는 정의(正義)가 다분히 자의적이고 인간적인 기준이며 과한 신념일지도 모른다고 자주 생각했다.
누군가는 빨리 오라고 누군가는 천천히 가야 한다고 서로에게 전달했다. 그렇게 계속 도착해 왔고, 오늘도 듣고 외칠 것이다. 듣는 존재이자 말하는 존재 모두에 충실할 것이다. 또한 그런 존재들을 목격할 것이다.
정의는 그런 목격들의 結晶일 때 가장 충실하지 아닐까. 기록과 기록 사이에서 나와 네가 발견되듯이.
초과적인 존재.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속에서 언제나 그렇게 말하는 존재.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그장소] 2016-11-26 16: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년에도 눈이 왔더라고요 . 첫 눈오는 밤 ㅡ 겔랑을 맡으며 전 강아지처럼 흥분했는데 ㅡ 그게 벌써 작년일 이더라는~

AgalmA 2016-11-26 23:04   좋아요 2 | URL
전 베르가못향을 좋아합니다^^ 그장소님 강아지 버전 상상하니 귀여우신데요ㅎ 너무 많은 작년들의 우리...

[그장소] 2016-11-27 00:34   좋아요 1 | URL
오오!! 베르가못도 좋소!^^
그나저나 눈와서 광장까지 눈맞으로 간건 아닐테고!^^ ㅋㅋㅋ
ㅋ다녀오셨나봅니다!^^ 응원 ! 하야~~ 그네를 청와대 (의학대) 졸업시키자는 투쟁!

AgalmA 2016-11-27 00:56   좋아요 1 | URL
제가 음악에 관심이 많잖습니까? 하야송 배우러 갔습니다ㅎ
졸업이라뇨. 퇴학이죠-_-! 정유라와 마찬가지로 입학취소까지 갔으면 싶지만. 가짜 대학생처럼 가짜 대통령.

[그장소] 2016-11-27 02:08   좋아요 1 | URL
사실 전부 부정행위라 , 퇴학으로도 갈수없으니
명예 (?)졸업이라도...푸흣!( 이게 말이야 방구야~!!) 학교자체도 부정이라, 지우개는 이럴때 슥슥 지우는 역활로 있음 좋은데,
그쵸?! 염원 하야~~ 퇴진! 그네정부! !

2016-11-26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6-11-26 23:13   좋아요 3 | URL
집회가 본격 시작될 즈음에는 눈비가 그쳐 다행이었습니다. 원래 동참할 생각이었는데 날씨가 이래서 동참 인원이 줄까봐 좀 걱정이었어요. 150만 이상이었다고 하니 그또한 다행이었습니다. 곳곳마다 봉쇄되어 더 못 올라간 게 모두가 아쉬웠을...
양희은 가수 라이브는 처음 들었는데 자리가 자리인 만큼 좋더군요.

2016-11-26 1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6-11-26 23:09   좋아요 2 | URL
식당에서도 거리에서도 핫팩을 나눠주는 인심이 있어 추위와 싸우기 수월하더라는^^
염려 감사드립니다.

2016-11-26 1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26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11-28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추운 날씨 속에 광장을 지키고 계시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AgalmA 2016-11-29 20:40   좋아요 1 | URL
많이 춥진 않은데 내내 촛불을 들고 있자면 손이 좀 시린 듯... 그래서 떨어뜨린 장갑을 현장에서 참 많이 봤어요^^;
이런 에너지가 모이는 일 좋아요. 하지만 집회가 긴 시일로 길어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여러 사람들 힘들게 하는 일이니까요.

cyrus 2016-11-29 20:13   좋아요 0 | URL
차가운 손 따뜻하게 할 수 있도록 횃불을 들고 와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