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젊은 날의 숲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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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먹함이란 표현이 맞춤일때가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참으로 먹먹하다'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 세상 사람들이 나를 배신해도 가족만은 믿어주리라는 무조건적인 희망, 내가 힘들고 지칠때 쉴 수 있는 의자 같은 곳, 그런 부모가 되려고 아이들에게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 책에는 온전한 가족의 모습은 없다. '아버지는 작년 9월에 이감되었다.'로 시작하는 첫 문장은 당혹스러움으로 다가온다. 아버지는 군청의 5급 공무원으로 뇌물죄와 알선수재로 징역형을 받고 감옥에 수감되었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혐오스러워 하고, 감옥에서 나오면 따로 살려고 기존의 단독주택을 팔아 아파트 두 채를 장만했다.  

얘, 그 인간이 모범수가 되었대. 라고 어머니는 말했다. 아버지가 구속된 후 어머니는 아버지를 그 인간, 또는 그 사람으로 지칭했다. '인간' 또는 '사람'이라는 익명성에는 어머니가 살아온 삶의 피로감이 쌓여 있었고, 익명성을 다시 구체적 대상으로 특정하는 '그' 라는 말에는 아버지에 대한 어머니의 혐오감이 담겨 있었다. (중략) 어린 내가 보기에도 아버지의 삶은 멸종의 위기에서 허덕거리듯이 위태로웠고, 비굴했다. 아버지는 어린 자식들이 보기에도 민망하게 직장의 상사들에게 굽실거렸고 밤중에도 수시로 불려나갔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29세의 딸 조연주는 가족에게서 멀리 도망치듯 피해 민통선 부근의 국립수목원에 세밀화 그리는 계약직 직원으로 살아간다. 가끔은 아버지에게 면회를 가지만 "미안하다"로 일관하는 아버지는 한없이 초라한 모습이다. 그에 반해 어머니는 맹목적으로 종교를 믿으며 시도때도 없이 딸에게 전화를 걸어 "힘들다"는 말로 불안함을 대신한다. 
 
일그러진 가족의 모습이 읽는내내 부담스러워 연주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램은 직장 상사 안실장과의 첫만남에서 여운을 남겼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아픔이 있다. 안실장의 아들 신우는 또래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해 학교가기 싫어하는 자폐아이고, 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조연주씨군요.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고 메말랐다. 그의 목소리는 음성이 아니라 음항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그 목소리는 뭐랄까, 대상을 단지 사물로서 호명함으로써 대상을 밀쳐내는 힘이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내 이름을 불러서, 내가 더이상 다가갈 수 없는 자리에다 나를 주저앉히는 듯했다. 그렇게 낯선 목소리를 듣기는 처음이었다.

연주는 그녀가 근무하는 자등령 젊은 숲에서 작약, 패랭이꽃. 도라지꽃, 수련등의 세밀화를 그리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민통선안으로 면접보러 오던 첫날, 입구에서 출입제제를 하던 김중위와 몇번의 만남을 갖는다. 그로 인해 메마른 연주의 삶에는 작은 희망이 비쳐지고, 김중위의 제안으로 전사자 유해 발굴사업중 찾은 유골 그리는 작업도 병행한다.

감옥이 편하다는 아버지의 말과는 다르게 퇴소한 아버지는 많이 아프지만, 어머니는 아버지를 장만해둔 아파트로 보내고 간병인을 쓰면서 간혹 들여다 보는 것으로 살아간다. 결국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아끼던 ' 좆내논' 말을 타고 멀리 떠났다.

이 책에는 수목원의 사계절을 묘사한 아름다운 나무와 꽃의 풍경이 펼쳐지지만, 주인공들의 을씨년스러움과 유해현장 발굴이라는 오싹함이 오버랩되어 읽는 내내 늦가을 낙엽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만지면 부서질듯한 위태로움과 회색빛 그림자가 스멀거렸다. 작가는 가족의 해체를 다루었겠지만 이런 극단적인 삶은 조금 더 시간이 흐른뒤에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아직은 가족은 삶의 희망이다. 

그해 말 연주는 재계약에서 제외되었고, 근무하면서 김중위와 가끔 만나는 동안 사랑의 눈빛은 보지 못했지만, "김중위를 다시 만났을까? "하는 설레임이 드는걸 보면 작은 희망은 보았나보다. 어쩜 책을 읽는동안 대상이 누구라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없는지.... 참으로 비루하다.    

여우꼬리.

이제 전을 부쳐서 엄니 전화하시기 전에 시댁으로 가져가야 한다.
오늘은 우리 넷이 함께 전을 부치는 날이다. "일어나, 일어나~~~~" 
명절때 난 전을, 형님은 두 세가지 요리를 해 오는데 형님이 넘어져서 팔에 기부스를 했단다. 이런 0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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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02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2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2-05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독서회 1월 토론도서였는데,
김훈에 대한 호불호도 나뉘었지만, 작품에 대해서도 찬반토론이 대단했어요.
요즘은 읽은 책 리뷰 쓰는 것도 귀찮아서 서평단 도서 아니면 잘 안 쓰게 되네요.
나이가 먹어서 그러나, 게을러져서 그러나~~~~~ ㅜㅜ

세실 2011-02-09 09:48   좋아요 0 | URL
전 김훈 작가를 좋아하는데 이 책은 정말....아니었어요.
작가의 진정한 의도가 뭔지도 찾아내지 못했어요.
난해하기도 하고, 어쩜 하나같이 모두 불완전한 가족인지.
읽는내내 우울했습니다.
님은 그러시면 아니되옵니다. 알라딘 안방마님께서 ㅠㅠ
힘내세요.
그러지말고 21일 청주에 오세요.
꽃그린터, 코람데오 그립지 않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