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순환로를 지치는 차들의 헤드라이터의 불빛이 노면에 방울 방울 번져 서로 섞이는 날, 베란다를 내다보면 그 날이 비가 오는 날이다. 도로에 둘러싸여 산다는 건 무척 이색적이고 낭만적이고 동시에 성가신 일이다. 월요일 아침, 줄지어 서서 굼뱅이처럼 기어가는 차들에서는 절로 월요병 냄새가 풀풀 날린다. 금요일 오후 느릿느릿 밀리는 차들의 뒷꽁무니에는 주말의 휴식과 아껴둔 약속들의 기대가 겹친다. 

오늘도 헤드라이터의 불빛은 바닥에서 물기로 번진다. 근처 대학교 서점에 가서 백만년 만에 핑크 표지의 잡지를 집어 들었다. 패션 잡지의 표제기사에는 폴오스터, 아멜리노통 등 14인의 위대한 이야기꾼들에 대한 기사가 예고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패셔니스타와는 담을 쌓은 내가 생전 처음 보는 도발적인 눈매의 여배우가 노려보는 엘르를 들고 집에 왔다. 엘르와 나는 어울리지 않지만 가끔은 정말 기가 막히게 좋은 책과 작가들과 관련된 얘기들로 나를 매료시킨다. 몇 해 전에는 작가가 된다는 것에 그 어떤 문예지나 단행본보다 심도있게 리서치를 한 기사를 싣기도 했다. 만드는 사람들 중에 분명 탐서가가 있을 것이라는 심증이 강력하게 든다. 캣워크를 하는 매력적인 모델 사이로 책에 대한 진지한 얘기들을 발견하는 건 색다른 즐거움이다.

"인생의 대부분을 방 안에 혼자 있었다"는 폴 오스터는 담배 연기 속에서 부담스러운 시선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폴 오스터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못했다. 물론 시도해 보려는 생각은 있지만 매번 주문 전에 그는 정작 10년 동안 읽지 않았다는 서평을 참고로 다음에 읽을 것을 기약한다.  

   
 

 글 쓰는 건 참 이상해요. 병에 걸린 것 같죠. 어릴 때 글쓰기 바이러스에 감염됐는데 절대 고칠 수 없는 거예요. 그러니 써야만 하죠. 쓰지 않고서는 사는 게 아니었어요. 

-폴 오스터. ELLE와의 인터뷰 중

 
   

 

이 바이러스에 시간과 강도의 차는 있지만 앞서거니 뒷서거니 감염된 파울로 코엘류, 아멜리 노통, 조너선 사프란 포어, 알랭 드 보통이 차례로 쓰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자신들의 그 숙명적 글쓰기에 대한 소회를 풀어 놓는다. 물론 아주 쉬크한 흑백의 초상화들과 함께. 맘씨좋고 너그러운 인상의 할아버지 파울로 코엘료는 페이스북, 트위터와 온라인 스토어를 부지런히 활용하여 독자들과 소통한다고 한다. 아멜리 노통은 글을 쓰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싶어 하루 실험해 보고 사춘기 계집애처럼 마음이 널을 뛰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고 토로한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글쓰는 일을 매일 그만둬야지 한단다.(세상에!)
 

다들 책에 대한 관심이 스러져 가고 있고 작가의 사생활을 궁금해할 파파라치가 별로 없는 세태를 절감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책과 활자, 창작에 의해 선택 당하고 만 숙명에 굴복한다. 쓰지 않고서는 견딜수 없단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살기 위해 써낸 것들을 손에 쥐고 씌어 지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던 것들을 채굴하는 기쁨이 읽는 행위의동인이라고 해도 될까? 젊고 아름다운 여배우의 뇌쇄적인 눈빛의 표지가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면 작가들이 끊임없이 천착하는 생의 유한성과 허무는 영원에 대한 끌 수 없는 기대를 끄집어 내게 한다. 모든 모순, 대립, 한계가 한데 뒤섞여 있는 것 같은 잡지 한 권을 읽고 나니 왠지 아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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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5-22 0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블랑카님의 이 글을 자신들의 잡지에 싣고 싶어 하는 편집자들이 분명 있을 것 같은데요 ㅎㅎ 블랑카님 같은 고급 독자들까지 매료시키기 위해 말이죠^^

blanca 2011-05-23 10:18   좋아요 0 | URL
후와님 저 비행기 태워주시네요. 안그래도 대부분이 꾸물한 봄하늘, 지지부진한 감기, 할 때마다 떨리는 운전, 등으로 의기소침한 저에게 감사합니다.^^;;

stella.K 2011-05-22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어울리기는 내가 더하지 싶은데...
잡지라곤 거의 안 사 보는데 정말 블랑카님 덕분에
이건 저도 사 보고 싶어졌어요.^^


blanca 2011-05-23 10:19   좋아요 0 | URL
ㅋㅋ 스텔라님, 엘르 편집자가 아무래도 정말 책을 좋아하나 봐요. 몇 년 전에 작가가 된다는 것에 대한 기사는 정말 엄청난 분량과 깊이를 자랑하더라구요. 어찌나 재미있게 읽었던지. 외국 작가들도 수시로 인터뷰하고. 득템이라니까요.

비로그인 2011-05-22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저 패션을 사랑해서 보그를 매달 사서 읽어요. 비행기 탈 땐 꼭 보그를 손에 쥐고 있었어요. 왜 그런가 하면, 그저, 그것들은 아름다우니까요.
참고로 코스모폴리탄이나 슈어, 다른 잡지들 보다는 보그나 그나마 엘르만 보는 이유는, 그들이 남자에게 잘 보이는 법 보다는 패션, 런웨이, 시즌에 집중하기 때문에 그나마.

blanca 2011-05-23 10:20   좋아요 0 | URL
아, 보그! 저도 사실은 패션잡지를 참 좋아했어요. 심 대부터. 이뻐서요. ㅋㅋ 잠깐 나왔던 탑모델이라는 잡지도 열심히 읽고. 그러나 저는 전혀 패셔너블하지 않지요. 코스모폴리탄은 이제 못 보겠어요. 연령대가 이제 안 맞는 것 같아요.엘르는 여전히 참 좋네요. 저는 언제나 쥬드님의 실물이 참 궁금합니다. 세련되고 이쁜 여인일 것 같아서요.

비로그인 2011-06-01 12:48   좋아요 0 | URL
저는 차갑고 부서질 것 처럼 생겼대요. 최근에 저를 본 사람이 그랬어요.
예쁘다거나 못생겼다보다, 이 형용사들이 더 좋았어요.

blanca 2011-06-01 21:49   좋아요 0 | URL
더 궁금해져요. 그리고 옆 사진을 봐도 선이 참 가늘고 섬세한 모습일 것 같아요. 갑자기 제가 쥬드 님한테 작업 거는 남자처럼 느껴집니다. ㅋㅋㅋ

다락방 2011-05-22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너선 사프란 포어란 말씀이십니까! 전 엘르 는 사본적이 없는데 생에 처음 사보게 되겠네요. 조너선 사프란 포어라뇨!!

blanca 2011-05-23 10:22   좋아요 0 | URL
락방님! 안 그래도 저 다락방님이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진도 어찌나 멋진지요. 흑백으로. 인터뷰 기사는 한 쪽 정도이지만 지면은 두 쪽을 할애했더라구요. 저는 정말 몰랐어요. 그가 매일 글쓰기를 그만두고 싶어할 줄은. 하여튼 아주 흥미롭고 좋았어요. 잡지에 형광펜으로 줄치며 읽어보기는 정말 처음입니다.

2011-05-23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3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3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3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5-23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잡지란게, '모든 모순, 대립, 한계가 한데 뒤섞여 있는 것' 이라는 정의에 딱 들어맞네요.
특히 ELLE는 말이죠. ^^

그런데 말이죠, 난 살 빼기 전에는 저런 잡지 안 볼거예요, 짱나요!
(앞으로 평생 못 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대리 만족을 못 하는 성격이니... 차라리 안 볼 밖에요. 하기사, 살 빼도 모델처럼 될 가능성은 없으니 결국 못 보겠네요. 잡지를 사지 않는게 그런 이유였나. 아하하.)

blanca 2011-05-23 22:02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사진으로 뵈니 날씬하시던데요. 이쁘고 날씬한 여자들 나온 장은 대체로 건너 뛴답니다. ㅋㅋㅋ
 

어제는 끼어들기를 못해서 직진만 하다 돌고 돌아 늦은 귀가를 했고, 오늘은 게으르게 붙잡고 있던 쿠오바디스를 조금씩 울며 마침내 다 읽었다. 무언가 아주 조그마한 것들을 꾸준히 하고는 있는데 큰 진전은 없다.

   
 

네로는 돌풍처럼, 천둥처럼, 불길처럼, 전쟁처럼, 그리고 역병처럼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져갔다. 그러나 베드로의 대성당은 지금도 바티카누스 언덕에서 로마와 온 세계를 굽어보고 있다.  

예전의 까페나 성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조그만 성당이 하나 서 있다. 성당 입구에는 닳아서 희미해지기는 했지만,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쿠오 바디스 도미네(Quo Vadis Domine)."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네로의 핍박으로 로마를 떠나는 길에 환영처럼 만난 그리스도에게 베드로는 이 질문을 던진다. 그리스도는 서글픈 음성으로 대답한다. 네가 내 어린 양들을 버렸으니 또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기 위해 로마로 간다. 베드로는 자신이 던진 질문에서 답을 얻고 로마로 돌아가 순교한다. 

이 소설은 네로의 폭정 시대를 배경으로 젊은 두 남녀의 사랑과 기독교인들의 순교를 오버랩시키고 있다. 작가 헨릭 시엔키에비츠는 그리스도교 이념을 담은 대서사시를 쓰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발하여 로마를 다섯 차례나 직접 방문하고 수많은 관련 문헌들의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1세기의 로마를 역동적이고 생생하게 복원해 낸다. 흥청망청 벌어지는 귀족들의 연회, 원형경기장에서의 잔인한 학살 들의 묘사는 활자를 뚫고 생동하는 이미지들과 윙윙대는 소리들로 재연된다. 볼 수 있는 것들과 볼 수 없는 것들을 언어로 형상화해 내는 작가의 힘은 교묘하게 숙달된 요령이나 눈속임이 아니라 온몸을 던져 그 시대인들과 인간 그 자체에 천착한 진정성과 열정에서 나왔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소설은 쿠오 바디스 도미네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러시아, 프로이센, 오스트리아에 분할 점령을 당한 조국 폴란드에 작가가 보내는 눈물어린 연서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로마의 귀족 비니키우스가 사랑하게 되는 여인 리기아와 그녀를 보필하는 장사 우르수스는 간접적으로 폴란드인들을 대표하고 있다. 슬픈 대단원의 막을 내리면서도 두 젊은 남녀의 사랑을 이루어지게 한 것은 작가가 죽는 순간까지도 그리워하며 염원했던 폴란드의 독립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였다. 죽고서야 독립된 조국으로 귀향하게 되는 그와 불타는 로마를 등지지 못하고 끝내 돌아서서 눈물로 순교하는 베드로의 모습은 하나로 겹친다.  

<쿠오 바디스>를 결국 읽고야 말게 한 그녀는 이제 더이상 눈물 흘릴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 책 참 재미있다, 언니."라고 말했던 소녀는 이제 웨딩드레스를 입는다. 그 날 나도 너도 울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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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5-20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처음으로 블랑카님 서재에 1등으로 추천하는 동시에 댓글을 달아보네요 ^^
<쿠오바디스>.. 영화 이름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네요,
집에 소장하고 있는데 아직 안 읽어봤어요, 요즘 모 출판사 독서모임 때문에
민음사 세트가 점점 잊혀져가고 있네요,,^^;;

stella.K 2011-05-20 22:08   좋아요 0 | URL
캬~! 동시에 쓰고 있었군요. 시루스님과 3분 차이라는!ㅎㅎ

blanca 2011-05-21 09:50   좋아요 0 | URL
시루스님, 집에 있으면 꼭 읽어 보세요. ^^ 아, 그 모임이요! 후기를 매번 참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저는 세 출판사를 번갈아 가며 중구난방으로 책을 사서 그런지 책꽂이가 좀 지저분해지기는 하네요. 각 판형들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여하튼 요새 참 번역이 성의있고 좋아진다는 고마움이 있긴 합니다. 학창시절 중역본, 일역본 읽으며 그게 다인 줄 알았던 시간들이 억울할 만큼요.

stella.K 2011-05-20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민음사의 저 책들이 좀 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왠지 손이 안 가요.
모르긴해도, 저 판형으로 20년은 족히 버티고 있는 중인 것 같은데...
저는 이 작품을 책으로 못 읽고 영화로 봤는데 정말 장대한 스케일이더군요.
놀라운 건, 작가가 어떻게 등장인물 100명을 다루고 있을까 하는 거죠.
동생이 결혼하는가 봅니다. 축하할 일인데, 울기는...^^

blanca 2011-05-21 09:52   좋아요 0 | URL
ㅋㅋ 민음사 판형이 손으로 들고 보기가 힘든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자꾸 접혀서요. 제본만 놓고 본다면 열린책이 사철 방식인가 해서 참 좋긴 하더라구요. 대신 글자가 너무 빽빽해서 눈이 아파요. 아, 스텔라님 사촌동생이구요. 너무너무 잘 된 일인데 가장 기뻐해 줄 이모가 돌아가셨어요....어린시절 한 동네에 살아 이모한테 참 투정도 많이 부리고 정작 이모한테 해 드린 것도 없는데...회한이 많이 남아요.

stella.K 2011-05-21 10:27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군요.
그러면 신부가 정말 많이 울텐데...
블랑카님께도 특별한 분이셨을 것 같구요.
그래도 울지 마시고, 동생 분 잘 보내 주세요.
나도 눈물이 나려고 그러네. 안 되는데...

프레이야 2011-05-20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운전 초보이신가요? 직진만 하시다 뱅뱅 돌다에 웃음이 그만(죄송ㅋ)
웨딩드레스 입던 날 흘렸던 눈물이 지금도 생생해요.
그 이후로도 남의 결혼식 풍경만 봐도 이상하게 눈물이 나요.
저 책을 권해주셨던 그녀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참, 책 담아가요. 늘 매력적인 페이퍼~~

blanca 2011-05-21 09:54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운전한지 만 두 달 됐어요. 에피소드 모으면 유머집 반 권 분량은 된답니다. ㅋㅋㅋ 어제는 기름 넣고 왜 기름 넣었는데도 변화없냐고(그 계기판) 그랬더니 시동을 켜셔야죠! 그러더라구요--;; 끼어들기 하려다 다 안 껴줘서 직진 해서 엄청 돌고 돌아 집에 왔어요. 아이는 잠들고. 참 기분 안 좋더라구요. 바보가 된 기분이었어요. 퇴근시간까지 겹쳐서 난리도 아니었답니다.

... 2011-05-20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쿠오바디스>를 영화로 봤어요. 매년 성탄절에 <나 홀로 집에>에 버금갈 만큼 단골tv프로로 등장하잖아요. 영화도 감동 장난 아니었는데, 소설도 그렇군요. 나중에 작가가 폴란드 사람이란 걸 알고 의외다 싶기도 했어요. 이 책들을 보관함으로 얼른 보내야겠군요!

blanca 2011-05-21 09:56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저는 정작 영화를 못 봤네요. 찾아 봐야겠어요. 강추합니다. 브론테님 딱 좋아하실 것 같아요. 번역도 완전 유려하고. 저도 작가가 폴란드 사람인 걸 이번에 알았어요. 감동적이더라구요. 죽는 순간까지 폴란드 독립을 위해 모금 활동을 하고.

순오기 2011-05-21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발이 성성한 베드로가 '쿠오 바디스 도미네' 하던 장면은 보고 또 봐도 눈물이 났어요.
리지아역의 데보라 카가 입었던 연보라빛 드레스와 흰드레스가 오래도록 눈에 밟혔어요.
폴란드 작가의 독립 염원이 담긴 작품이었군요.
영화제목은 '쿼바디스'였지요. 이 영화와 십계, 벤허, 사운드 오브 뮤직 등등 정말 수없이 봤는데~

웨딩드레스를 입은 동생과 눈물 흘리지 말고 예쁘게 웃어요!!^^

blanca 2011-05-21 09:5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아, 책에도 그 드레스 색깔 나오는데. 데보라 카! 저는 왜 이 영화를 보지 못했을까요. 참 아쉽네요. 그리고 저는 순오기님의 그 생생하게 중요한 것들을 기억하시는 능력이 참 부럽답니다. 저는 항상 무언가 희미하고 불확실해요. 특히 영화는요. 감사합니다. 사촌동생의 결혼인데 배의 축복을 기원하고 싶어요.

양철나무꾼 2011-05-21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께,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끝은 창대하리라...이 경구를 읽어드릴 밖에요.
저도 아주 무언가 조그만 일들을 하고 있는데...진전은 없어도 좋으니 퇴보만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퇴보를 나이 탓으로 돌리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어요~ㅠ.ㅠ

blanca 2011-05-23 10:15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 그렇겠죠? 저도 슬슬 나이라는 것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되네요. 변명거리인데. 요새는 도통 제가 제 자신을 잘 못 믿겠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잘잘라 2011-05-21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이지 인생은 짧고 읽고싶은 책은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도 많아요. ㅜㅜ

blanca 2011-05-23 10:16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제가 맨날 하는 생각이에요. ㅋㅋㅋ 그리고 저희 아버지 얘기 들으니 노안이 와서 읽기도 힘드시다고 하더라구요. 눈이 그래도 제 기능할 때 바짝 읽어 둬야 할 것 같아요.

pjy 2011-05-22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날은 쪼금씩만 울고, 환하게 웃어요~ 좋은날이잖아요*^^*

blanca 2011-05-23 10:1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어제도 묘하게 사촌동생 꿈을 꿨네요. 활짝 웃을게요.

노이에자이트 2011-05-22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명하지만 실제로 읽은 사람들은 드문 고전들을 독파하는 블랑카 님. 쿠오바디스! 잘 했습니다. 혹시 읽어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시엔케비치의 단편 '등대지기'는 폴란드어를 사용 못하게 된 한 많은 어느 폴란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니 한번 읽어보십시오.

blanca 2011-05-23 10:17   좋아요 0 | URL
노자님! 제가 안 그래도 그거 읽으려고 폴란드 대표 소설 단편집 주문했답니다. 교과서에 실려 있다면서요. 내용이 너무 낭만적이라 꼭 읽으려고 별렀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5-23 17:51   좋아요 0 | URL
그 단편 읽으면서 리투아니아와 폴란드의 미묘한 관계도 공부해 보십시오.

마녀고양이 2011-05-23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 영화로 볼 때 참 감동스러웠어요.
아직도 눈앞에 삼삼한걸요. 그래서 책도 샀어요! 하지만, 당근 아직 못 읽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blanca 2011-05-23 21:59   좋아요 0 | URL
아, 마고님도 보셨군요. 이거 한 번 인터넷에 있나 찾아 보고 챙겨 봐야겠어요.
 

<한겨레 21>을 읽다가 최규문 씨가 "올린 정보에 대해서는 말과 행동이 어긋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소셜네트워킹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도덕률"이라고 조언한 대목에서 

어제 테이크 아웃 커피를 텀블러도 없이 일회용 컵에 떡하니 마신 나로서는,

과연 이 책의 리뷰를 쓸 자격이 있는가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커피를 마시는 일도 아프리카 아이들이 원두를 따는 일에 동원되게 하고 농약을 살포하게 하는 착취에 간접적으로 가담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마신다. 

단화 한 켤례가 필요해서(사실 없다고 못 걸을 일은 아니다) 한 켤례를 사면 신발이 없는 아이들에게 자동으로 한 켤례가 기증되는 신발을 샀다. 소비도 하고 자선도 한다는 환각에 취했다. 나는 때때로 적어도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는 착각으로 버틴다.  나의 욕구와 편리, 타성, 시간을 희생하며 좋은 사람이 되려고 했던 기억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니까 아주 적당히 그럴듯하게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다.  

취미로 고가의 우표 수집을 하는 남자가 있었다. 어느 날 불현듯 "세계는 자꾸만 산산조각나고 있는데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알록달록한 종잇조각이나 모으며 별 거리낌 없이 생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간 모은 우표를 팔아 기금을 모아 환경 및 인권상을 제정할 것을 노벨상 선정위원회에 제안했으나 거절당한다. 그는 낙심하지 않고 스스로 직접 재단을 만들어 바른생활상을 수여하기 시작한다.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와 진보 자체보다는 느리지만 천천히 바른 곳을 향해 걸어가는 이들이 이 대안 노벨상의 수상자로 지명되었다. 노르웨이의 사회과학자, 칠레의 경제학자, 인도의 양자물리학자, 캐나다의 기술공학자, 스웨덴의 언어학자, 케냐의 생물학자, 이집트의 사업가, 핀란드의 마을 운동가 등 14인의 대표적인 수상자들의 이야기들은 비단 환경과 인권 분야 뿐만 아니라 삶, 인간, 진리에 대한 저마다의 깨달음과 천착, 지향점 등으로 확대되어 울림을 준다.  

 

그곳에 도착하지 못한다 해도, 내가 그곳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내가 거기로 가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왕가리 마타이(케냐의 여성 생물학자) 

따라서 살아 있음이란, 역학적으로 안정된 비안정성입니다. 이 운동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걸을 때마다 항상 두 다리가 번갈아 우리 몸이 쓰러지지 않도록 지탱해준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걷기란 원래 쓰러지는 일의 반복입니다.
-한스 페터 뒤르(독일의 양자물리학자) 

 

신자유주의, 세계화, 녹색 혁명, 나노 공학 등 첨단과 진보의 색채를 이드르르하게 갈아 입고 나와 인간에게 무한정의 권능을 쥐었다는 환각과는 어긋나게 동시에 모든 것의 객체로 소외시키고 있는 눈먼 엔진들을 끄고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는 경험은 모든 고정관념과 관성을 깨고 '살아 있음'으로 다시 돌아가는 일이었다. 그것은 구태여 남보기에 그럴듯하고 고차원적인 좋은 삶을 포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자신과 나의 아이들과 또 그 뒤를 걸어갈 많은 나의 후손들의 터전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보전하기 위한 시급한 일이기도 하다. 또한 당장 어떤 성과를 보이지 않아도 불편을 감수해도 결국 그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자각은 삶을 더 유의미한 것으로 덧칠해 준다.  

 

  

하지만 나는 카페인 금단 현상을 앓기 마련이며 아이의 물휴지로 방바닥을 닦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텀블러를 쇼핑몰에서 고르며 마치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싶어하는 인간이다. 뉴욕 한 복판에서 일 년 동안 환경에 영향을 주고 살지 않기를 표방하며 제일 먼저 한 일이 멋진 장바구니를 고르러 가는 것이었던 주인공에게 전적으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저자야 책을 쓰고 방송에 출연해야 한다는 부담이 감시망의 역할을 해 주었지만 감시망이라고는 스스로의 자책감 정도 뿐인 우리들로서는 쉽지 않은 길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와 가족의 건강과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으로 출발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이 부분은 기가 막히게도 환경 운동 부분과 절묘하게 만난다. 가까운 거리의 농부들과 직거래를 하는 것도 유전자 조작 음식을 거부하는 일도 집단 사육되는 육고기를 거부하는 것도 가장 이기적이면서도 가장 이타적일 수 있는 지점이다. '나'를 대우하고 사랑하는 일은 결국 '너'와 '우리'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제스처에 진정성을 부여한다.  

 

 

마트료시카를 보면 인형 안에 인형이 계속 들어 있습니다. 마치 이 인형들처럼 지금 할머니 안에 엄마, 손녀가 이미 들어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세포 차원에서는 삼대가 동시에 존재하는 순간이 가능합니다. 이 순간에 당신이 먹는 음식이 부실하다면 당신의 건강뿐만 아니라 딸의 건강, 손녀의 건강에게까지 영향이 미친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p.29  

스코트 니어링이 백 번째 생일을 맞던 날 이웃 사람들의 깃발에 "스코트 니어링이 백 년 동안 살아서 이 세상이 더 좋은 곳이 되었다"고 씌어 있었다고 한다. 그 쪽으로 걸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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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8 0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9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립간 2011-05-09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 생각해 보시라고 말씀드리는 것인데요. blanca님이 실천하고자 하는 방식은 경제적 비용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육식의 종말>에는 '대량 생산을 조금만 벗어나면 가격이 치솟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알라딘에서 설문조사 비슷한 것을 한 적이 있는데, 진보적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도 실천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재래시장을 이용하기 보다 대형 마트를 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http://blog.aladin.co.kr/maripkahn/532494

blanca 2011-05-09 13:59   좋아요 0 | URL
마립간님,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 가계부를 한 번 적어 비교해 보려고 합니다. 농산물은 직거래를 한 달에 두 번 정도 하는 시스템으로 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식구가 적다보니 음식물이 마구 남기 시작하네요. 그래서 이게 잘 하는 것인지 자문해 보기도 합니다. 세계화 자체가 잘못이라기 보다는 그 세계화를 선진국들이 개발 도상국들에게 그럴듯한 기치로 내걸고 자기들의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그 심뽀가 고약한 것이라는 것에도 동의합니다. 사실 아직 정확하게 제가 어떻게 해야 하고 할 수 있는지 중심을 잡지 못했습니다. 고민이 시작되었다,는 것에 그냥 의미를 두려구 합니다.

순오기 2011-05-09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수고를 하지 않으면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는 저도 있어요.ㅜㅜ
환경 운동은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나가는 거죠~~~
제가 하는 것들은

쌀뜨물 받아 마당에 있는 화분에 물주기
달걀 껍질 빻아서 화분에 거름으로 얹어주기
세탁소에서 가져온 옷걸이 모아 다시 가져다 주기
무언가를 담아 온 비닐봉지를 차곡차곡 모아 길에서 장사하는 분들께 가져다 주기
빵집 비닐봉지 모아서 다시 가져다 주기
음식물 쓰레기는 껍질이나 손질한 푸성귀 외에는 버리는 거 없기
린스 안쓰기-댕기머리 샴푸는 린스를 안써도 되니까
설거지할 때 기름때 없는 그릇은 세제 사용하지 않기
커피를 습관적으로 마시지 않기 위해 집에 사두지 않기- 모임에 갔을때만 마시는 정도.
... 이런 정도를 실천할 뿐이지만, 차츰 늘려가야지요.

blanca 2011-05-09 22:0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많은 것들을 벌써 실천하고 계신 것 같은걸요. 세탁소에서 가져온 옷걸이 돌려주기 생각도 못해봤는데 저도 당장 배워야겠어요. 음식물 쓰레기 정말 반성합니다. 저는 한다고 하는데도 줄지를 않네요. 식구를 더 늘리면 가능할까요?^^;;

마녀고양이 2011-05-09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어쩜 좋을까요?
텀블러 저번에 사려고 보니, 몸에 나쁘지 않은 것은 사기 잔으로 사야 하는데 음... 그게 비싸더라구요.
그런데 그걸로 위안하려 했더니 블랑카님이 원두알로 더욱 예민한 곳을 찍어내시는군요.

저는 언니네텃밭에서 배달받은 이후로, 대형 마트를 끊었답니다.
그런데 거기에도 고용된 인원이나 연결된 곳이 많잖아요?
무조건 거부할 일도 아닌거죠. 어디까지 연결과 해악이 미칠지 잘 모르겠습니다.

원래 인간이란게, 좀, 모순된 존재잖아요. 음, 자기 위안 중~

blanca 2011-05-09 22:05   좋아요 0 | URL
마고님 스텐 텀블러도 몸에 안 좋은가요? 저는 플라스틱은 제쳐 두고 스텐만 찾아 보고 있었는데 내부가 사기로 되어 있는 것도 있어요? 우아. 아유, 커피는 지금 속이 너무 쓰려 이래저래 참고 있는 거지 속만 편했으면 저도 마시고도 남죠. 내일은 마실 겁니다.ㅋㅋㅋ 대형 마트를 끊으셨어요? 우아, 그거 정말 쉽지 않은데. 살림 노하우좀 배워야 겠어요. 마고님. 저 이번에 정신 차리고 예산까지 짜고 노력 중인데 그게 참 벌써 어그러지고 있네요.

2011-05-13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16 1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체로서 일체적인 완전함을 갖춘 섬과 같은 사람은 없습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 본체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 다른 사람의 죽음은 나를 축소시킵니다.
왜냐하면 나는 인류에 속해 있는 일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조종이 누구를 위해 울리는지 알려 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당신을 위해 울리는 겁니다. 

- 존 던, <묵상록>에서('필경사 바틀비' 옮긴이의 말 중 재인용) 

 

유달리 서러운 날이 있다. 세상 사람들에 너무 지나치게 공감해 버려 그냥 존재 자체로 눈물이 날 때가 있다. 깡총한 바지를 입고 주차장을 배회하는 내 남동생보다 어린 주차요원 남자애들. 내 어머니뻘인데 연신 굽신거리며 시식을 권하는 마트 아주머니들. 관리실을 비워버려 하염없이 집채만한 택배 상자를 이고 끌고 아파트 주변을 배회하는 택배 기사들.  

꽤 오랜 단골임에도 여전히 나의 커피 취향을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매번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물어보는 점원이 서러움 하나를 더 얹어 주었다.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도 영영 떨어져 저마다 허우적 대고 있다는 자각도 매번 쓰리기는 마찬가지다.  

씹을 수 없는 왼쪽 어금니가 우연처럼 맞닿아 몸을 뚫고 지나가는 그 예리한 전율감도 마찬가지다. 그럴 때 살아 있다고 느끼고 사는 게 참 전쟁이구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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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anca님께 - John Donne
    from 유리동물원 2011-04-26 22:59 
    John Donne을 제가 무지하게 좋아하긴 하는데 John Donne 단독 선집이라기 보다는 여러 시들이 한꺼번에 들어있는 데에서만 주로 봤네요. 헤밍웨이 소설의 제목이 된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 사람을 보내지는 말지라, 종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니 (Meditation XVII)' 랑 '죽음이여, 뽐내지 말아라 (Holy Sonnet X)'이 나오는 부분은 볼 때마다 좋아요. 하지만, John Donne 시가 들어있는 아주 유명한 사이트를 알고
 
 
마녀고양이 2011-04-26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신 말이죠, 소소한 기쁨으로 즐거워지는 날도 있죠.
미술 치료 수업 기관 근처 토스트 샵에서 일주일에 한번 토스트를 산지 어언, 3달.
얼마 전부터 인사드리고 이야기 걸구, 가게 앞 벚꽃 좋다 하고 했더니
토스트 할머니가 저를 보면 알아보고 웃으세요. 그러니 블랑카님, 커피 샵 가서 한번 깽판을 부리면..
아마.............. 잘 기억해줄 것임을.. ==3333333 부웅~ 도망가기 전에 뽀뽀 날려요, 쪽~

blanca 2011-04-26 21:51   좋아요 0 | URL
ㅋㅋㅋ 마고님 때문에 웃습니다. 사실 알 것도 같은데 컨셉인지도 모르겠어요. 가격도 싸고 커피도 너무 맛나서 기분이 우울해질 때 가게 되는 곳인데 참, 매번 모든 것을 다시 물어 보네요. 그럴 때마다 기분이 괜시리 별로 안 좋아지는 건 어쩔 수가 없어요--;;

穀雨(곡우) 2011-04-26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와 아무래도 관계가 있을까요. 그루미한 날, 조금 더 나가면 지독한 우울에 빠집니다.
한 숨 크게.....소녀시대의 훗훗이라도...ㅋㅋㅋ

blanca 2011-04-26 21:52   좋아요 0 | URL
곡우님, 소녀시대는 저를 더 우울하게 만듭니다. ㅋㅋ 너무 이쁘고 어리잖아요.

穀雨(곡우) 2011-04-27 09:04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저두 어쩔 수 없는 삼촌팬인가 봅니다..^^
그럴 뜻은 아니었는데 말이지요. 그래도 힘, 내세요....ㅎㅎㅎ

다락방 2011-04-26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토미 씨, 나요......, 서툴러서, 미안해요.
다키오가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서툴다니, 뭐가?
뭐든지.
그렇지도 않아. 나도 마찬가진 걸, 뭐.
그래요? 음...... 저기.
웬일로 다케오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히토미 씨도, 세상사는 거라든가 그런 거, 서툴러요? -'가와카마 히로미'의 [나카노네 고만물상] 中 에서


저도 그렇고 블랑카님도 그렇고 커피점의 점원도 그렇고, 우리는 모두 완전하지 못한 인간이잖아요. 늘 해오던 일은 익숙하게 해낼수도 있지만, 늘 해오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실수를 하기도 해요. 유달리 서러운 오늘 같은 날에, 커피점의 점원은 오늘 좀 서툴렀는가 봐요. 다음날은 마법처럼 블랑카님의 커피 취향을 기억할런지도 몰라요. 서투른 날이었어요, 오늘은 유독. 늘 살아오던 세상이고 늘 보아오던 환경인데 오늘 블랑카님은 서투른 블랑카님 본인과 만난거에요. 다른날과는 달리. 그래서 유독 서럽게 느껴졌던 거에요. 그리고 우리는 언제든 서투른 타인과 또 서투른 내 자신과 만나요.

비는 내리다 멈출거고, 눈물도 흐르다 멈출거고, 서투름도 결국 지나갈 거에요. 매번 쓰리다는 자각도 곧 잊혀질 거에요. 물론, 또다시 그 쓰림이 바깥으로 삐져나오는 날도 있겠지만요. (횡설수설..제가 전하고 싶은 말이 잘 안전해지지만, 아무쪼록 잘 캐치해주세요, 블랑카님 ㅠㅠ)

blanca 2011-04-26 21:54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이렇게 소중한 글도 인용해 주시고 참 고맙네요. 그런 날인 것 같아요. 정말 울고 싶은 날. 몸까지 안 좋고. 게다가 날씨도 멋지게 협조해 주시고. 다락방님의 댓글이 참 따뜻하네요.

... 2011-04-26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lanca님의 서러움에 공감하기 전에, 하고 싶은 말. 전 존 던을 무지 좋아해요!

이번엔 공감하며 (끄덕끄덕) 그런 날이 있어요.

blanca 2011-04-26 21:54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그러면요. 존 던 책 추천 좀 해주세요. 저도 이 글이 너무 좋아서 찾아 봤는데 거의 절판이고 대체 갈피를 못 잡겠더라구요. 꼬옥 좀요.

하이드 2011-04-26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러울 때.. 읽기 싫었던 책, 평소 안 읽었던 책 읽으면 잘(?) 읽혀요. 좀 이상하고, 알 수 없는 위안이지만요..

blanca 2011-04-26 21:56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 ㅋㅋㅋ 오늘도 꽃집을 지나다 하이드님 생각 했었는데요. 정말 그래 볼까요? 어떤 책이 있을까요? 지금은 참고로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를 시작했답니다. 저 요새 열린책의 그 사철 방식에 완전 빠져 있잖아요. 이제서야 하이드님 말씀이 이해가 갑니다. 맨날 배 갈라보고 놀아요 ㅋㅋㅋ

2011-04-26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6 2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4-26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lanca 2011-04-26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빗소리랑 창가의 차 지나가는 소리랑 너무 잘 어울리네요. 찾아 보니 슈베르트의 즉흥곡이네요. 바람결님, 고마워요.

비로그인 2011-04-27 0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게 생각하세요. 점원이 혹시 남자라면 블랑카님의 목소리를 더 듣고 싶었든지 아니면 대화를 더 나누고 싶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고, 여자라면 왠지 묘한 매력을 풍기는 블랑카님에게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아 확인에 확인을 거듭한 건지도 모르니까요ㅋㅋ(사람들을 볼 때마다 저 또한 블랑카님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터라 남일 같지 않아 위로차 적어봤습니다. 용서하세요)^^

blanca 2011-04-27 21:35   좋아요 0 | URL
후와님, 위로가 되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착각해야겠어요^^;; 유쾌해지는걸요.

양철나무꾼 2011-04-27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깡총바지 입은 주차요원은 제가 못가진 , 그 무엇보다 귀한 젊음을 가지고 있으니 패쓰하고요~
전 파지 줍는 할머니, 우유배달 하는 할아버지, 음~ 또 주차요원 할아버지들의 '아이고~'소리를 듣는 게 일상입니다.
(어째 쓰고보니 '그대를 사랑합니다' 필이...^^)
사는 게 전쟁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그 전쟁 같은 삶을 부러워 하잖아요~
비가 언제 내렸었나 싶게, 날씨가 쾌청이예요~

blanca 2011-04-27 21:37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 오늘 갠 날씨로 기분이 많이 좋아졌답니다. 저는 유독 그런 날이 있어요. 그냥 사람들 모두가 (저를 포함) 너무 가엾은 날이요. 연민과 공감이라는 허울 좋은 말로 포장해도 결국 저의 유약함과 오만일런지로 모르지요. 예, 앞으로 열심히 전진해 나가겠습니다.

비로그인 2011-04-27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몰래 흐르는 눈물
때때로 난 고아처럼 느껴요.
이런 오페라 레파토리의 제목이 생각나는 나날들이었어요.

한오백년 살자는데.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

발자국을 떼기가 힘들 때엔, 그저 자리를 지키는 것만 해도 숨이 차요. 타인의 생각을 내 기준으로 판단하지 말 것. 형용사와 부사를 빼고 생각할 것. 그런데 이 두가지를 내가 아무리 지키려 노력해도 누군가는 자신의 잣대로 나를 난도질하고, 형용사 부사를 빼고 명사와 동사만 남겨도 분통터지는 날들이 있습니다. 지나가기를 조용히 기다려요. 그런데, 막상 지나가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요. 난 그게 더 두렵습니다.

blanca 2011-04-27 21:40   좋아요 0 | URL
쥬드님, 아. 제가 어떤 위로를 드릴 수 있을까요. 형용사와 부사를 빼고 생각한다는 게 저는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나머지로도 힘드신 나날이라면 시간이라는 치유제와 상황의 변화라는 흐름을 기다리고 견디시고 나중에 돌아보면 그래도 가장 그 상황에서는 최선의 것들이 남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쥬드님이 눈물 흘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비로그인 2011-04-28 11:05   좋아요 0 | URL
으허헝 나 이 댓글, 블랑카님을 위로한답시고 쓴 글이었단 말입니다. 울어버릴테요. 저의 개떡같은 글솜씨 때문에요ㅠㅠ

blanca 2011-04-28 13:21   좋아요 0 | URL
ㅋㅋㅋ 쥬드님 너무 귀여우시네요, 백 프로 저의 오독일 겁니다. 제가 좀 형광등이라서요^^;; 오늘 하늘 보셨어요? 너무 이쁘죠!

2011-04-27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7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8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9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1-04-28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날이 있잖아요.
괜시리 서럽고, 괜히 아무것도 아닌 일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그냥 이유없이 슬퍼지면, 더 슬픈 생각을 짜내어 눈물을 쏙 뽑아내 버리고 싶어져요.

그러고 나면 또 기분이 나아지지 않을까요?

blanca 2011-04-28 13:20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오늘 푸른 하늘을 보고 기분이 참 맑아졌답니다. 하늘 너무 이쁘네요. 뭉게구름도. 그리고 선거결과도요^^;;

잘잘라 2011-04-29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lanca님! 「서러운 날」이 너무 오래 가는거 같아요.
얼른 새글 올려주삼!!!

blanca 2011-04-30 23:02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ㅋㅋ 그래야 할 텐데요. 사실 그 기분도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나 봅니다. 오늘 이 괴괴한 날씨도 그렇고. 빨래에서는 냄새가 진동하고. 빨리 활짝 개었으면 좋겠어요.

세실 2011-04-30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커피숍 점원 사업하면 안되겠네요. ㅎㅎ
나이 들수록 단골가게 찾게 되요. 편안함, 위로와 휴식을 얻고 싶은거겠죠.

blanca 2011-04-30 23:03   좋아요 0 | URL
근데 점원을 가장한 주인인 것 같다는 문제가--;; 나이가 꽤 있어 보이고 알바생을 부리는 것 같더라구요. 오늘도 단골 칼국숫집 갔다가 아주머니의 냉랭한 분위기로 괜히 죄지은듯 먹고 왔네요. 요새들 날씨도 그렇고 다들 기분이 안 좋으신지 왜 그러시나 모르겠어요. 그냥 한 번 웃고 따스한 말 한 마디만 건내도 서로들 더 행복해질텐데 참 아쉽습니다.

후애(厚愛) 2011-05-01 0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제가 많이 서러워요..
울고 싶은데 울 수가 없어요...

blanca 2011-05-02 10:26   좋아요 0 | URL
후애님.....어떤 위로를 드릴 수 있을까요. 힘들 때 억지로 웃거나 담담하려 애쓰기보다 가끔은 크게 목 놓아 우는 게 도움이 될 때가 있는데 우실 수도 없다니 걱정이 됩니다.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더 나아지기를 그래서 후애님이 슬퍼하지 않으시기를 기원합니다.
 

너는 사는 게 재밌냐? 

냉장고에서 썩기 직전의 무로도 시원한 뭇국을 끓일 수 있는 엄마는 갑자기 재우쳐 묻는다. 

나 : 엄마, 난 지금 사는 게 재미있는지 물을 수 있는 여유도 없어. 당장 한 시간 뒤에 사랑니를 빼야 하고 그곳에 완전 초보인 내가 운전을 해서 가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아.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생략했다. 비는 내리고. 나는 와이퍼 작동법을 모른다. 물론 만져보면 기억은 나겠지만 헤드라이터를 켜 본 적도 없다. 병원은 걸어서 이십 분, 대중교통은 없다. 나는 완전 초보 운전에 감각도 제로다. 게다가 사랑니를 뽑으러 가야 하는데 너무 심한 감기에 걸려 코는 꽉 막혀 있다.  

나 : 이를 뽑고 운전해서 올 수 있을까? 

엄마 :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정말 반가웠다. 나는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얻었다. 대체 운전을 해서 가야하는 부담감 때문인지 아니면 발치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감기 때문인지 지금 이 순간은 사는 게 재미없는 정도가 아니라 참혹하게 느껴진다. 

우산을 받치고 타박 타박 걸어갔다. 봄비가 으슬으슬하다. 벚꽃은 비 사이로 막 날린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심정이다. 아이도 낳아 봤는데. 왜 갈수록 더 대범해지는 것이 아니라 무서운 것들의 목록만 늘려 가는 것인지. 치과 대기실에 손님들이 즐비하다. 왠지 다들 반갑다. 휑했다면 더 떨렸을 것 같다. 기다리라는 간호사의 말이 정겹다. 그러나 너무 빨리 내 이름은 호명된다. 아주 젊은 의사다. 정말 물어보고 싶었다. 많이 아픈지. 그래서 아줌마는 물었다. 

저.... 저 많이 아픈가요?
 

마취할 때만 따끔하고 그리 아프진 않을 겁니다.
의사는 기분이 좋다. 대체로 친절하다. 그 이유는 후에 나온다.
마취. 이 마취부터가 충치치료 마취와 차원이 다르다고 웬수들은 겁을 줬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안 아프다. 아, 제발 빨리.
마취가 안 되면 어떡하지? 라고 자문하는 순간 통증이 온다.
이빨을 뽑는 느낌이 온다.
순간이다. 생각보다 안 아팠다.
그러나 거즈를 문 순간 구역질이 나온다.
의사가 당황한다.
왜 그러시죠?
저 이 거 못 물고 있겠는데 빼면 안 될까요?
안도하다 그럼 지혈이 안 된다고 한장 만이라도 물란다. 

간호사가 안내해 준다.
아주 이쁘다. ㅋㅋ
거즈를 물고 마취가 깰 그 순간을 고대하며 
타박타박 또 걸어온다.
순대를 샀다. 집에 와서 왼편에 거즈를 물고 오른편으로 순대를 씹었다.
자신감이 생긴다. 하나 더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갑자기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누구나 제 손톱의 거스러미가 제일 아픈 법.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진다. 

난 너무 단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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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4-19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앓던 이 뽑은 기분, 이란 말이 절로 생각나고
제 마음이 다 홀가분해집니다. ㅎㅎ

blanca 2011-04-19 21:20   좋아요 0 | URL
아, 안그래도 오늘 딱 그 생각했어요. 옛말은 그른 것이 없더라구요. 너무 신기하더라구요. 앓던 이 뽑은 기분^^

감은빛 2011-04-19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이를 뽑았군요.
생각보다 견딜만 하셨다니, 다행입니다!

blanca 2011-04-19 21:21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정말 견딜만 하더라구요. 사실 예약하고나서 뽑기 전까지가 어찌나 후달리던지. 그냥 한 번씩 우울해지더라구요. 아, 맞지, 사랑니 뽑아야지-- 하면서요 ㅋㅋ

양철나무꾼 2011-04-19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면 내시경 하고 용감무쌍하게 운전했던 거 생각나네요.
뭇국의 시원함을 알 수 있는 정도라면, 사는게 재밌다에 한표요~^^

blanca 2011-04-19 21:21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 그러니까 저는 어떻게든 운전대를 안 잡을 구실을 찾는 거였어요 ㅋㅋㅋ 자신이 없으니까요.

후애(厚愛) 2011-04-19 0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적에 할머니가 썩은 이빨를 실로 묻고 방문 밖에서 실을 잡아 댕겨서 이를 뽑아 주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때 정말 많이 아팠어요.ㅜㅜ

blanca 2011-04-19 21:22   좋아요 0 | URL
후애님! 저도 그랬어요. 아랫니 두 개. 지금도 그 생각 나요. 할머니가 이쁘게 뽑아 주셔서 그런지 아랫니만 고르게 나왔답니다.^^

비로그인 2011-04-19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블랑카님, 다소 몸을 떨며 읽었는데, 뽑으셨군요! 해내셨어요! 얼마나 스스로가 대견할까요! 전 소시적 MRI를 자주 찍은 적이 있는데(대체 이런 건 왜 자주 찍고 난리), MRI를 찍고나서, 그리고 열 몇 시간의 비행을 하고 나서는 제가 진정 대견했더랬어요. 괴롭고 힘들고 끔찍한 일들의 리스트 내에서도 상위에 근접한 그것들을 해냈다는 느낌이었는데, 오늘 블랑카 님의 페이퍼는 그런 목록들의 총체를 보여주시는군요.

그러한 단순함이 좋다가, 어느 순간 늪에 빠질까봐 공무도하가의 백수광부 아내의 마음이 되기도 하지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라고 말하는 그 아내.

blanca 2011-04-19 21:23   좋아요 0 | URL
쥬드님, MRI를 찍으셨었군요. 사랑니 뽑는 거야 엄살이지요. 요새 나이가 들수록 몸이 아픈 게 너무 싫더라구요. 예전에는 잘 견뎠는데.. 그래서 사람이 결국 아파 죽을 것이라는 사실도 너무 무섭고 슬퍼요. 때로 단순해서 견딜 수 있는 것들도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지금 사랑니 뽑는 문제에 집착하니 더 난해하고 풀기 힘든 문제들은 수면 밑에 가라앉더라구요.

프레이야 2011-04-19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고생하셨어요.
근데 왜이케 귀여운 거에요.ㅎㅎ
사랑니를 전 26년 전에 뽑았어요. 지금도 치과는 제일 끔찍한데ㅠ

blanca 2011-04-19 21:24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저도 정말 치과가 제일 무서워요. 과장 안 보태서 아이 낳으러 들어갈 때도 이렇게 떨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실제 출산시보다 더 고생했다는 얘기도 들어서요. 이십 대에 사랑니를 다 뽑아 버리지 않은 걸 정말 후회합니다.^^;;

2011-04-19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19 2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붉은구름 2011-04-19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어금니를 손대고 있답니다.. 남 일이 아니네요...ㅋ

blanca 2011-04-19 21:27   좋아요 0 | URL
와우, 안녕하세요. 사진이 너무 귀여우시네요^^ 제 고통을 십분 공감하시겠네요. 이제 신경치료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요새는 강박적으로 양치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건강할 때 잘 관리해야 하는 것 같아요. 아름다운마무리님도 어금니 치료 무사히 잘 마치세요.

꿈꾸는섬 2011-04-19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비 맞으며 걷는 기분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전 오늘 화창한 거리를 걸었지만요.^^
아이 낳는 것에 비하면 뭐가 무서워..라고 말하지만 전 아직도 주사바늘이 엄청나게 무서워요.ㅎㅎ
운전은 하면 할수록 느는 것 같아요.^^ 주차도 마찬가지구요.^^ 힘내세요.^^

blanca 2011-04-20 22:11   좋아요 0 | URL
그죠, 저는 아이 낳고 나면 세상 무서울 게 없는 줄 알았는데 더 소심하게 되어가네요. 아, 조금씩 느는 것 같긴 한데 여전히 떨리네요.

순오기 2011-04-20 0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를 빼는 것보다 공포감이 더 무서운데, 다행히 순조롭게 진행됐군요. 고생하셨어요~ ^^
근데 이를 빼고 오면서 순대를 사와서 바로 먹어도 괜찮은가요?

blanca 2011-04-20 22:11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안 되는 줄 알면서 속이 허해서 먹었어요^^;; 제가 또 순대 킬러랍니다.

2011-04-21 0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1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4-23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그러니까 말이죠, 지금 초보로서 차를 운전 가능하다고 하시는거죠?
어쩜 좋아, 흑....... 나두 해야 하는뎅! 아 부러워!

그리고 사랑니를 한방에 뽑았다 하시는거죠? 으, 이것 역시 부러워 미치겠네! 흑흑.

blanca 2011-04-25 11:07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동네 반경 오킬로 내외예요. 그리고 주차시 민폐를 끼칩니다. 사랑니도 매복된 아래 어금니가 대기중이랍니다. 윗니 뽑고 뽑았다고 얘기하기도 그래요^^;;

노이에자이트 2011-04-24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기나 생선을 자주 안 먹는데 일단 먹었다 하면 웬만한 뼈나 가시는 다 씹어먹습니다.쓰레기가 거의 안 나올 정도.거의 맹수이빨 수준이죠.치통 없는 것도 복이라고 하더군요.

blanca 2011-04-25 11:07   좋아요 0 | URL
노자님 ㅋㅋㅋ 그럼요. 튼튼한 치아는 오복 중 하나인 걸요. 맹수이빨 수준이시라니 좀 섬뜩합니다.^^;;

비로그인 2011-04-24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전, 사랑니, 사진, 바이올린..

점점 진행중이신가 봅니다. ^^
좀 있으면 골목 사진이랑, 바욜린 연습기가 등장하겠네요. 헙 기대하겠습니다. ㅋ

blanca 2011-04-25 11:08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바이올린은 아직 여유가 안 나네요. 여러가지로요. 일단 민폐 수준이 운전 실력을 좀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 같아요. 적어도 타인에 피해를 주면 안 되니까요. 사랑니는 하나만 뽑고 나머지는 아껴 두기로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