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로서 일체적인 완전함을 갖춘 섬과 같은 사람은 없습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 본체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 다른 사람의 죽음은 나를 축소시킵니다.
왜냐하면 나는 인류에 속해 있는 일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조종이 누구를 위해 울리는지 알려 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당신을 위해 울리는 겁니다.
- 존 던, <묵상록>에서('필경사 바틀비' 옮긴이의 말 중 재인용)
유달리 서러운 날이 있다. 세상 사람들에 너무 지나치게 공감해 버려 그냥 존재 자체로 눈물이 날 때가 있다. 깡총한 바지를 입고 주차장을 배회하는 내 남동생보다 어린 주차요원 남자애들. 내 어머니뻘인데 연신 굽신거리며 시식을 권하는 마트 아주머니들. 관리실을 비워버려 하염없이 집채만한 택배 상자를 이고 끌고 아파트 주변을 배회하는 택배 기사들.
꽤 오랜 단골임에도 여전히 나의 커피 취향을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매번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물어보는 점원이 서러움 하나를 더 얹어 주었다.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도 영영 떨어져 저마다 허우적 대고 있다는 자각도 매번 쓰리기는 마찬가지다.
씹을 수 없는 왼쪽 어금니가 우연처럼 맞닿아 몸을 뚫고 지나가는 그 예리한 전율감도 마찬가지다. 그럴 때 살아 있다고 느끼고 사는 게 참 전쟁이구나,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