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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2일 토요일. 아침 눈발이 날렸다.
1월 22일 토요일 기다리던 아이를 가지고 낳고 3년을 키워낸 집에서 이사를 나가게 되었다. 
나의 이사를 정작 주도하는 아저씨들에게 괜히 면구스럽기도 계면쩍기도 해서
구석에서 핸드폰을 조물딱거리다 
1월 22일 아주 오랜만에 박완서 샘이 인기검색어 1위에 오른 것을 알았다. 

가슴이 철렁했다.
 

"<두부> 정말 좋더라. 정말." 

거짓말과 칭찬을 동격으로 싫어하는 여동생이 <두부>에 반하며 박완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사는 책을 동생은 사지 않고 동생이 선수친 책은 내가 뒤따라 읽으며 샘의 책을 모았다.
둘 다 결혼을 하고 책장이 분리되면서 우리는 똑같은 책을 한 권씩 가지게 됐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빌려줄까?" 

"이미 읽었어."

  

 

 

 

 

 

 

 

혼수로 해 온 거실탁자의 상판 유리가 깨지고 내부순환 도로의 교통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파아란 하늘과 구름을 눈썹에 달고 인터넷을 할 수 있는 멋진 방이 발치에 잔잔한 곰팡이 포자들을
무수히 숨기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그 교통상황은 귀로도 확인가능할 정도로라는 것을
수긍해야 할 때쯤 이사가 끝났다.  

침대에 누웠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왜 아픈지 하나하나 헤아려 갔다. 

내가 떠나온 집은 나의 것도 아니었고 이별한 친구처럼 작별인사마저 없었다는 점.
그럼에도 나는 부른 배를 부여잡고 뒤뚱거리며 올라가 만났던 너.
안아달라는 아이를 끌고 밀여 올라가서 만났던 너.
잘 돌보지 않았다고 야단맞아야 했던 너. 

를 헤어진 연인마냥 미워하고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그런 너를 떠나오며
동생과 나누던 무수한 에세이들.
아이를 안고 읽었던 그 누군가를 속이거나 의식하지 않는 삶의 이야기들과
아직은 한번쯤 더,라고 기대했던 그 분이 하필 이제 영영 가버리셨다는 거.  

명치 끝이 계속 서늘했다.
모든 익숙한 것들과 반드시 언젠가는 헤어져야 한다는 그 명제는
나의 것이기도 했다.  

이사하는 와중에 잃어버린 줄 알았던,
거의 일 주일을 넘게 읽다 말다 눕혔다 꽂았다 하는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가 얌전히 책장에 꽂혀 있는 것을
보고 조금 실망했다.
없어져서 다 읽지 못했다고 하고 싶었나 보다.
변명거리로 맞춤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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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1-25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하셨군요. 추운 날 고생하셨어요.
'주기율표'는 저도 끝을 못 내고 눕혀뒀어요.
전 박완서님의 '나목'을 쓸어봤답니다.
알라딘 서재 어여쁜 님이 주신 거라 더더 생각하면서요.

blanca 2011-01-25 22:45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저 그냥 안끝내기로 했어요^^;; 집중도 안되고 너무 질질 끌다 말다 하니 의욕도 안 생겨서 오늘 새로 온 책들 읽기로 했답니다. '나목' 그런 소중한 사연이 있었군요. 저는 교과서였나, 참고서에 발췌된 것으로만 읽었다 최근에서야 전문을 읽었답니다.

양철나무꾼 2011-01-25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결혼 초창기에, 남편이 사업을 말아 잡수셔서 이사를 엄청 많이 했어요.
그래서 새로운 집이랑 정들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마구 옮겨다녔었어요.
글에서 님의 애잔한 마음이 느껴져 짠 하지만요, 또 정 붙이고 그렇게 살다보면 추억이 되어 있겠죠.
이사하시느라고 고생하셨겠어요, 이젠 용이랑 돼지랑 블루스 추는 꿈만 꾸시면 되는 건가요?^^

blanca 2011-01-25 22:47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ㅋㅋ 슬픈 사연을 재미있게 말씀하셔서 죄송하지만 웃었답니다. 안 그래도 삼일 지내니 또 정이 차차 들어가네요. 다만 대중교통이 너무 불편해서 다리품좀 팔아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이긴 한데 용이랑 돼지랑 블루스 추는 꿈이라면^^;; 무슨 의미이신지. 제가 형광등이라는 소리를 좀 들어서 망설이다 질문합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1-25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태어난 집에서 스무해를 살아서 서울살이에 가장 힘든 점이 이사예요.
집 뿐만 아니라 동네, 타고다니던 버스에 마저 정을 붙이고 마는 저같은 촌년에겐 정말 도전이예요.

blanca님 여튼 날도 추운데 고생 많으셨어요.
곰팡이들이랑 헤어지신건 잘된거 같아요.
새집에서 더 행복한 기억들이 많아지시길.

blanca 2011-01-25 22:49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안그래도 오이지군과의 결혼 축하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시기를 놓치니 자꾸 멋쩍어 못드렸어요. 정말 축하드려요. 이쁜 새댁이 되셨군요. 스무해나 사셨어요? 맞아요. 도전 맞아요. 고작 사 년 살고도 맘이 참 휑하던걸요. 행복한 기억 만들어 갈게요. 감사합니다.

stella.K 2011-01-25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이사한 거군요.
난 벌써 하신 줄 알았는데.
어제 고 박완서님 추모 특집하는 거 보다 잤어요.
그걸 보다 자다니...ㅠ
그러고 보면 박완서님 책 제목은 정말 기가막히게 잘 지으시는 것 같아요.
얼마나 서민적이고, 사람의 마음을 파고 드는지.

여담이지만, 예전엔 두부 좋은 줄 몰랐거든요. 그냥 덥덥하고 밍밍한 게.
그런데 요즘들어 부쩍 두부가 좋아졌어요.
아무래도 추모하는 마음으로 박완서 선생님 책 한 권 읽어줘야 할 것 같아요.
언제고 블랑카님 동네 좀 사진 찍어 올려주세요. 궁금해요.^^


blanca 2011-01-25 22:51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네, 그랬답니다. 저도 요새 두부 좋아지던데 어쩜 같아요. 이제 맛을 알겠어요. 예전엔 정말 맛없는 음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새는 김치만 걸쳐 먹어도 어찌나 맛있는지. 된장찌개에 넣은 두부는 한 마디로 화룡점정^^;;이지요. 저도 잠깐 그 프로 보긴 했는데 졸리던걸요. 그 분을 좋아하는 마음과는 별개로요^^;; 그러고 보니 동네 사진 좀 찍어야겠네요!

책가방 2011-01-25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지금 사는 집에서 10년을 살았네요.
이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환경을 접해보고 싶어요.
여긴... 너무 재미없어요 ..ㅜ.ㅠ;;

blanca 2011-01-25 22:52   좋아요 0 | URL
책가방님, 저도 이사 좀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그랬는데 막상 떠나오니 참 섭섭하더라구요. 다만 이사를 하며 버릴 것 버리고 정리할 것 정리하는 과정이 또 좋긴 하더라구요.

비로그인 2011-01-25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 많으셨어요. 전 담 월요일에 이사랍니다. 추운 때 낯선 집으로의 이사는 좀 황량하고 심란하지요?
봄이 오면 그 용문고등학교 고갯길이 그리워지시려나요?

blanca 2011-01-25 22:54   좋아요 0 | URL
만치님은 월요일이군요.만치님 기억력 정말! 우아, 어쩌면 이제 몇 개월 지나면 만치님만 용문고등학교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어요. 저 기억력은 정말--;; 아, 그 고딩들의 시끄러움도 그리워지네요 ㅋㅋㅋ 정말 쉬는 시간, 점심 시간마다 얼마나 아우성을 치는지. 합창대회 연습기간에는 정말 대박이었답니다. 대회하기 직전 연습하던 모습 보고 혼자서 얼마나 웃었는지.

cyrus 2011-01-25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추운 날씨 속에 이사하느라 고생이 많으셨어요.
블랑카님은 집에 책을 많이 소장하셨을거 같은데,, 이사하는데 힘들지 않던가요?
아직 이사 걱정할 정도는 아닌데,, 방 안에 있는 책이랑 책장을 보니
괜시리 막막해지네요ㅎㅎ;;

blanca 2011-01-25 22:55   좋아요 0 | URL
cyrus님 안 그래도 이사할 때 책 많으면 정말 힘들다면서요. 저는 게다가 정리도 잘 안 되어 있어서. 아저씨들이 알아서 구멍구멍마다 잘 꽂아 놓으셨더라구요. 찾기는 힘든데 되레 정리가 되더라니까요. 안그래도 그래서 책을 사기 전에 조금씩 주저하게 됩니다. 이사를 겪어 보니 참 부담스럽더라구요.

카스피 2011-01-25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운날 이사하셨네요.고생이 많으셨겠네요.새로운 집에세 아가와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당^^

blanca 2011-01-25 22:56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 고맙습니다. 안그래도 아이는 이 집이 더 좋다네요 ㅋㅋ 몸고생은 아저씨들이 다 하셨고 저는 맘고생을 좀 많이 했답니다.

꿈꾸는섬 2011-01-26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추운날 이사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겠어요.
저도 이사하는 날의 그 쓸쓸한 감정을 알아요.ㅜㅜ
게다가 박완서 선생님 소식은 더더욱 가슴 아픈 일이죠.
전 요새 <못 가본 길이 아름답다> 읽고 있어요. 선생님께서 이 글 쓰시면서 죽음을 준비하고 계셨던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요.ㅜㅜ

blanca 2011-01-27 18:47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이 책 읽고 계시군요. 이사는 하기 전보다는 지금 맘이 더 정리되고 무언가 할 일을 한 것 같아 가뿐한 느낌도 있고 그래요.약간 낯선 느낌도 있지만요. 책을 통 못 읽네요.

세실 2011-01-28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는 참 번잡스럽기는 하지만 새로움에 대한 설레임도 교차하지요. 저도 슬슬 떠날때가 되었는데....ㅋ
두부 음 집에 있을듯한데 찾아봐야 겠습니다.
전 박완서 작가님 책중 '그남자네 집'이 참 좋았어요.

blanca 2011-01-29 23:44   좋아요 0 | URL
세실님, '그 남자네 집' 저도 참 좋아해요. 우연찮게 그 남자네 집이 저희 집 근처이기도 했구요^^;; 갑작스레 알고는 다시 읽어 보기도 했답니다. 역시나 좋더라구요.

2011-01-28 2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9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9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9 2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1-29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lanca님~


저는 아직도

문 앞에서 나를 맞아 주던 봄 바람.

고개를 젖히면 조각처럼 보이는 하늘.

사계절 마당을 늘 어슬렁 거리던 고양이.

수줍게 바람에 흔들리던 이름 모를 식물들.


이런 것들이 아른거려요. 사진에 담으면 잊을까, 마음에 새기고 왔습니다. 마음에 새기니 더 기억에 꺼내기가 쉽네요.
이사는 끝나셨겠지만 마음은 아직 그자리에 머물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툭툭. 엉덩이에 묻은 흙을 털어내지만 여전이 조금은 바지에 묻어 있는 것처럼.. 그렇게요.

blanca 2011-01-29 23:50   좋아요 0 | URL
혹 유년 시절의 집 얘기인지요. 바람결님 같은 집에 대한 기억을 저도 가지고 싶었는데 애석하게도 없어요. 지금도 가슴이 조금씩 저릿해요. 상황에 밀려 이렇게 되어 더 그런가 봐요. 작지만 아주 따사로운 집이었는데. 그리워지네요.
 

아이폰의 어플 ireaditnow(알라딘 서재 모분이 만드셨단다)는 일종의 독서기록장 어플이다. 별점도 매기고 간략한 코멘트도 덧붙이고인용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인터넷에서 책 이미지를 바로 불러와 읽는 진행 상태를 기록해 둘 수 있고 독서량 통계도 낼 수 있는 아주 사랑스러운 어플리케이션이다. 

나름대로 책을 좋아하고 어설픈 다독가라고 자평하지만 기록에 인색하니 읽은 책을 또 읽고 열심히 읽은 책 얘기를 남에게서 듣고 생소해하는 지경에 이르니 허무해서 시작한 서재활동은 그러나 보여진다,는 것을 의식하는 피로감이 있었다. 그리고 리뷰를 다 작성하기는 여력도 없고 능력도 없고 해서 숭덩숭덩 건너뛰니 독서 목록과 어느 기간 동안 얼마 만큼 읽었다,는 수치상의 합산 개념을 가질 수 없어 아쉬웠다. 이 어플은 정말 맞춤하였다. 한 달에 몇 권을 읽나, 별점 다섯 개인 책은, 세 개인 책은 어떤 게 있나, 이런 식의 조망이 가능해지니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괜히 스마트한 척 주변 사람들한테 자랑도 하고 했는데. 

바보처럼 인터넷에 연결해서 동기화를 잘못 하는 바람에 다 깡그리 모조리 아주 시원하게 날아가 버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애플에서 세 번째 무기한 병가를 내고 퇴장했다는 스티브 잡스의 어느 대학에서 했다는 연설문이 출력되어 옆에 놓여있고. 

최고의 최신의 삶을 살아간다고 회자되는 그가 대학생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입양아였고 췌장암진단으로 죽음 가까이 다가가 본 경험을 통해 죽음이 당신이 무엇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의 함정을 벗어나는 최고의 길이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온라인으로 이미지화되고 저장되는 것들은 어쩌면 실물이 아닌 하나의 허상, 환상일지도 모른다. 한 번도 가져 보지 못한 것들을 가지고 있다는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질 수 없는 것들을 간직하고 있다고 믿고 견디는 것은 아닌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오만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아주 시원하게 다 날려 버리고도 또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지. 잃어버린다는 것이 대체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개념과 어긋나는 건지 하나인 건지 모르겠다. 놀라웠던 것은 다 날아가 버린 것들을 애타게 그리워하지 않는 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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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1-21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날아가 버린 것을 애타게 그리워하지 않는 쿨함이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blanca 2011-01-21 21:35   좋아요 0 | URL
여기에서 영원히 살 것처럼 계획을 세워 놓았다 갑자기 이사 가게 된 것만 봐도 그런 것 같아요. 이제는 하나씩 버리고 추리는 연습도 해야 할까봐요, 순오기님.

양철나무꾼 2011-01-21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이폰으로 바꿔봐 했던 게 아이폰의 어플 ireaditnow때문이었는데 말이죠.
시원하게 날아가 버린 건...시원하게 잊어버리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는 순오기님 말씀에 한표요~!^^

이사 준비하시느라 바쁘시죠?
이사 끝내고 차근 차근 다시 시작해 보세요.
그때쯤 제가 혹 아이폰을 장만하기라도 하면, 선배로서 조언도 해주시구요~^^

blanca 2011-01-21 21:38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도 아이폰 장만하시려구요? 저는 먼저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에 걸맞는 내공은 전무하답니다.--;; 오죽하면 다 날려 버렸겠어요 ㅋㅋㅋ 스마트폰에 저장해 놓는 것들도 컴퓨터처럼 백업을 해야 겠더라구요. 결국 정말 소중한 것들은 수고를 해서 담아 놓고 관리해 주고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저 내일 이사인데 집안 정리도 안되고 지금 무언가 중요한 일을 안 해 놓은 것 같고 서재에서 이러고 있고 --;;

turnleft 2011-01-21 0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거걱.. 죄송합니다. 미리미리 백업 기능을 제공했어야 하는데.. ㅠ_ㅠ
혹시 iTunes 에서 아이폰 이름에 오른 클릭 하신 후 Restore 선택해 보셨나요? 그럼 최근 백업한 데이터로 되살려지기는 하는데..;;

blanca 2011-01-21 21:39   좋아요 0 | URL
TurnLeft님이 왕림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그런데 이제 소심증이 왔어요. 이 좋은 정보를 막 날아갔을 때 알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 이후로 또 이거저거 깔고 그래서 불안불안하답니다. 다시 시작할게요. 좋은 어플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제 탓이지요.

비로그인 2011-01-21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중한 기록이 있었어요. 내 기억의 한자락.
내가 들었던 말들과 내가 했던 말들을 다 기록했어요. 유아원 때, 집에 가기 전 동화책 한 단락을 읽어주는 걸 듣고 집에 가자마자 그걸 그대로 기록하게 하는 기억력 훈련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지요.
그걸 내도록 곱씹으며 몇 번을 다시 봤는데, 아, 세상에.

정품을 사용하다가 탈옥을 하다가 다시 정품으로 돌아오는 그 순간, 백업도 소용없이 그게 다 날아갔지 뭡니까.

행여나 아니 올까 그 님이 아니올까 기다리는 이 마음 허무해라

그 마음이었어요. 그 마음이었어요.

다 잃었다고 생각하고 털석 주저앉아 버렸는데, 제 기억 속에서 어떤 부분은 이제 잊혀져서 기억이 나지 않고 어떤 부분만 더 빛을 발합니다. 결국 기록하지 않고 있는다는 건 잊는다는 것이 아니라 더 생생하게 보관하는 일일거란 생각을 했어요. 양각과 음각이 있어 더 도드라지고 더 생생해집니다. 그걸 생각하면 지금도 볼에 홍조가 생기고,내 표정이 들뜨곤 해요.

결론-이제 탈옥 안합니다(응?)

blanca 2011-01-21 21:43   좋아요 0 | URL
쥬드님도 저와 똑같은 경험을 하셨군요--;; 순간 정말 벙찌다,는 표현이 절절하게 와닿더라구요. 게다가 쥬드님은 그토록 소중한 기억의 기록이었다니 순간 얼마나 허무하셨을까요. 양각과 음각. 이 말이 너무 좋아요. 책을 몇 권 읽고 별점 몇 개를 줬다는 데에 지나치게 매달리지 말란 가르침일까요?

결론 그러나 또 시작합니다.^^;;

saint236 2011-01-22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쿨럭...저도 그래서 아이튠즈는 거의 사용 안합니다. 노래 넣을 때나 영상을 넣을 때는 다른 프로그램으로...동기화로 몇번 날린 기억이 있어서...컴퓨터에 데이터화해서 집어 넣는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대단한 휘발성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blanca 2011-01-22 20:33   좋아요 0 | URL
saint236님, 정말 그래요. 저도 두 번째랍니다. 눈 깜짝할 새에 그렇게 되더라구요. 백업을 해 두는 습관을 들여야 하는데 그게 또 쉽지가 않네요.

like 2011-01-24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오래전 아이팟에 녹음한거 날라가서 국제전화까지 한적있어요..ㅎㅎ 편리하긴해도 저장매체로서 안정성은 최악이라는 글을 보면서 동감100%

blanca 2011-01-24 22:50   좋아요 0 | URL
저는 솔직히 제 잘못이라고만 자학했는데 댓글들에 위로를 받아요^^;; 아이팟! 넘 귀엽더라구요. 드라마도 다운받아 보는 거 보고 넘 귀엽고 간지럽고 하더라구요 ㅋㅋ 저 하도 저장 관련해서 식겁한 적이 많아서 이제는 정말 백업좀 열심히 하려고 하지만 역시나 안 하는 중이랍니다.
 

언젠가 베스트셀러를 읽지 않는 것이 올바른 책의 선택인양 호도하는 얘기를 읽은 기억이 난다. 시간의 혹독한 세례를 견뎌내지 못할 책들은 읽을 가치가 없다는 식의 논조는 베스트셀러는 흥미를 끌고 쉽게 읽히기는 하지만 그 이상이 될 수 없다는 단정를 품고 있었다. 

베스트셀러 순위를 자주 확인하고 또 그것에 기대어 책을 사기도 한다. 사람들이 많이 읽는 책에는 항상 이유가 있었다. 적어도 읽고 나서 들인 시간과 비용이 어처구니 없다,고 짜증이 확 치미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일단 가독성이 좋다. 잘 읽히고  그 시간이 즐거우면 그것만으로도 더할나위 없는 역할을 한 셈이다. 정말 좋아하는 친구일지라도 반 나절을 보내면서 항상 즐겁고 너무 유익했다,고 느끼기란 쉽지 않다.  책에도 너무 큰 기대와 과업을 걸지 말고 기다려 주고 그저 친근감 있게 반겨 주다 의외로 선전할 때는 어깨를 두드려 주는 그런 봐주기가 필요한 시간인 것 같다.   

  

 

 

 

 

 

 

 

나란히 꽤나 오랫동안 1,2위를 지키고 있는 두 책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르포도 아니고 달착지근한 로맨스 소설도 아니고 독자의 허를 찌르는 의외의 결말을 품고 있는 추리소설도 아니다. 인문학. 거의 사장되다시피 한 그 분야에서 막말로 의외의 대박을 터뜨려 준 두 책이 읽는 내내 묘하게 서로 겹쳤다. 같은 논지를 펴는 대목도 있었고 깔끔하고 평이한 문체도 많이 닮아 있었다. 아무래도 영어 원작이라는 공통분모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시차는 좀 있었지만 만나는 부분들을 정리해 보았다.

*두 책 모두 사례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 사례가 거의 서사의 매혹을 띠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장하준은 아동 노동을 얘기하며 아들을 데리고 들어오고 마이클 센델은 표류하는 구명 보트 안에서 한 사람의 인육을 먹어 나머지 세 사람이 살 수 있는 비극적인 공리주의의 실현 현장으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이 밖에도 다양한 현안, 시사적인 문제부터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사례들이 졸릴 만하면 툭툭 끼어들어 눈꺼풀을 치켜올리게 한다. 인문 사회 과학서들이 대중화할 수 있는 지점을 정확히 건드린 것 같다.

*또한 두 저자는 약속이나 한 듯  분배정의에 대한 얘기를 언급한다. 평등이라는 개념이 단순히 기회적 평등만을 강조하는 형식에 치우칠 때 실질적으로 불평등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평등에 관한 얘기는 대부분의 사람을 이입시킨다. 왜냐하면 끊임없이 더 높은 곳, 더나은 곳의 이미지가 난무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어느 정도 자신이 루저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등에 관한 언급은 주는 입장이 아니라 받는 입장에서 괜시리 극한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부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미국식 자본주의, 패권주의에 대한 경종
장하준은 결국 미국 선도의 자유시장경제 모델이 나쁜 자본주의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개발도상국들에게 스스로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나쁜 게임의 룰을 강요하는 패악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마이클 센델은 미군이 용병화되고 군 기능을 민간기능에 맡기면서 전쟁을 점점 우습게 생각하게 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공공 서비스, 기능까지 시장에서 거래하는 재화처럼 만들어 버리며 방기하는 책임에 대하여 센델은 우려하고 있다. 제러미 리프킨의 <유러피안 드림>과도 만난다.

*인간의 연대, 공적인 책임에 대한 갈망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와 <정의란 무엇인가>가 이토록 우리를 자극하는 것은 인간 존재의 긍정과 연대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는 얘기를 찾아 읽으며 몸을 떨지만 결국 괜찮아, 괜찮아,라고 다독거리는 어머니의 손길 아래 잠들기를 원하는 모순적인 존재이다. 도덕을 얘기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인간이 그래도 될 만하다,는 확신에서 나온 굉장히 자신감 있는 행동이다. 고로 두 책이 가지는 지나치게 이상화된 결말, 그 자체는 책의 완결성을 방해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강한 정부 그 자체가 도덕적으로 타락하거나 독재로 치닫게 될 경우를 간과하지는 않았는지,<정의란 무엇인가>에서 그저 인간의 미덕과 연대감에 무작정 기대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는 문제를 지적하는 인문 사회서에서 더 나아가 구체적인 대안과 지향해야 할 좋은 자본주의의 모델을 탐색해 보는 책들이 베스트셀러의 목록에 오를 때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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穀雨(곡우) 2011-01-12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클 샌든의 <정의>를 요즘 시간내어 시청하고 있는데, 명쾌한 강의가 인상적이더군요. 책에 없던 비유, 어렵고 난해하던 도덕론에 대해 자유분방하고 확고한 언어로 풀어내고 있더군요. 블랑카님 말씀처럼 인간 존재의 긍정과 연대를 강조하는 이유, 적확하고 날카롭습니다. 다시 읽어 봐야 겠습니다.

아, 늦은 새해 인사와 감사의 마음, 함께 전합니다.^^

blanca 2011-01-12 22:58   좋아요 0 | URL
곡우님, 저도 챙겨 보려고는 하는데 항상 졸면서--;; 흐지부지 되버리네요. 그런 강의를 듣고 학생과 교수가 쌍방향으로 생각을 주고 받는 하버드의 풍경이 참 부럽더라구요. 감사합니다. 곡우님은 벌써 좋은 출발하셨죠!

마녀고양이 2011-01-12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러피안 드림을 읽어봐야하는데 말이죠. 이 책은
노무현 대통령께서 추천하시던 책이죠? 저는 정의란 무엇인가도 읽지 않았기에... 아하하.

공적인 책임... 반드시 있다 봅니다. 딱 좋은 단어입니다.

blanca 2011-01-12 22:59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제가 읽게 된 계기가 노무현 대통령 책상 위에 마지막까지 펼쳐져 있었다는 그리고 그 책을 너무 좋아했다는 기사를 읽고 나서였어요. 사실 이 분야는 아무래도 많이 읽지 못했는데도 참 아름다운 책이더라구요. 심란한 마음으로 슬퍼하며 아이는 옆에서 쌀놀이를 하고 저는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cyrus 2011-01-12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두 책을 같이 보는 것도 참 좋은거 같아요. 이 두 책은 꼭 구입해야겠네요.

blanca 2011-01-12 23:01   좋아요 0 | URL
cyrus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지만, 이 두 책은 먹을 것이 많더라구요^^;; 아무래도 너도 나도 읽고 얘기하니 나도 덩달아 가봐야겠다 해서 접하게 된 책이지만 그렇게 덩달아 간 발걸음이 아깝지 않았답니다. 시간 나시면 꼭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2011-01-13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3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김연수가 김영수인 걸 처음부터 알았다면 김연수의 책을 읽을 생각을 안 했을것 같다. 김연수를 관심 있어 하게 된 건 딱 두 가지 이유에서다. 이름이 이뻐서. 둘째 작가 시국 선언에 당당히 내민 얼굴이 비겁해 보이지 않아서. 

 

 

 

 

 

 

 

그리고 시작했다. 일단 그의 문장들은 시인 등단 경력 덕택인지 노래 같고 경구 같아 참 이쁘다. 나는 소설을 읽었는데 줄 친 문장들을 모으면 시가 된다.  연인과의 프렌치 키스를 이런 식으로 묘사한다.

그 순간, 그때까지의 내 인생은 물론이고 과연 있을지 없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내 전생과, 그 전생의 전생과, 그 전생의 전생의 전생과, 그 나머지 모든 전생들까지도 아주 근사한 것으로 바뀌었다. 나는 프랑스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공부하는 소설가, 인문학적 지식을 소설에 녹여내는 재능이 있는 작가로 칭찬 받지만 때로 그는 자신의 지식과 공부를 과도하게 소설적 서사에 끼워 놓고 싶어하는 듯 넘친다. 천문학적 지식, 한문학, 근현대 역사가 졸아든 상상력을 눙치는 데 쓰이는 것은 아닌지 가끔 갸우뚱하게 되기도 한다. 김연수를 편애하지만 이 지점에서는 멈칫하게 된다. 오늘보다 항상 내일이 나아지고 있다는 연수님은 그러나 이런 약간 모호하고 넘치는 부분도 곧 귀퉁이를 잘 접어 매끈하게 만들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이 에세이집은 정말 그야말로 완전 근사하고 완전 웃기고 눈물난다. 작가 초년병 시절의 그 절절한 배고픔과 열망이 김연수의 재기와 솔직함과 만나 어떤 향연을 펼치는 지 김연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꼭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시로 마침내 등단하고 학생 식당에서 눈 마주치는 모든 학생에게 미소를 지어 주는 연수는 짝사랑했던 사람과 손 처음 잡은 날 길거리 사람들마다 다 등을 치고 다니며 여보쇼! 내가 오늘 뭘 한지 얘기좀 들어 주소!라고 하고 싶어했던 나의 그 어처구니없던 시간과 닮았다. 솔직하고 투박하고 여린 나날들을 잘 쓰고 잘 읽히고 싶다는 이차적인 욕심에서 물러나 그려 냈다는 느낌은 독자를 속일 수 없는 작가의 진정성을 추억하게 한다. 이 책 이후로 자기 얘기는 쓰고 싶지 않다던 그가 자신이 읽었던 책에 대한 얘기에 짤막한 소회를 곁들인 이런 책. 

 

  

소설의 인상적인 대목을 인용하고 거기에 겹치는 김연수의 체험과 감상을 한 페이지 정도 덧붙인 한 권과 현대 한국시들을 싣고 역시 개인적 소회를 곁들인 한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 부분에서는 사실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는 문구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 만큼 추천 도서 목록을 제시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정작 책에 대한 내용은 한 줄 단 한 단어 정도 아, 맞지, 이 책 얘기해야지, 정도로 첨언한 경우도 있다. 청춘의 연수와 마흔 중년의 연수는 많이 달라져 있고 익어 있다. 너무 이쁘고 너무 이뻐서 그었던 줄들은, 이제 고개를 끄덕이며 선배의 말을 경청하듯 사뭇 다른 자세로 그어지게 된다. 

 

 

   
 

그러지 말고, 가능하면 편애하도록 노력합시다. 모든 걸 미적지근하게 좋아하느니 차라리 편애하고, 차라리 편애하는 것들을 하나씩 늘려가도록 합시다. <중략>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학고, 싫어하는 사람을 싫어합시다. 우리가 이 세상의 판관도 아닌데, 공연히 공정해지려고 반대로 행하지 맙시다. 

................................................................................................................................................................................

그러므로 우리의 기분이 자주 더러워지는 걸 이상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가만히 놔두면 비뚤어진다. 노력하지 않으면 매사에 하고자 하는 의욕이 사라진다. 

 
   

고로 사람 싫어하는 걸 극도로 두려워하고 중립적인 척 하고 걸핏하면 기분이 더러워지는 나로서는 김연수에 대한 사랑이 쭈욱 지속될 도리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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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7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8 2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9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9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9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0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1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11-01-07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우리가 보낸 순간>은 일단 샀는데 구성이 너무 실망스러워서 다시 안펼쳐봤었어요... 자기글이 1/3인 책이라뇨라뇨라뇨라뇨 ㅜㅜ 블랑카님 덕에 이제 다시 마음을 열고 볼 생각이 들었어요 고맙습니다 저도 연수가 영수지만 연수로 좋아요~ 좋아한 연수가 언 몇년째인가 ㅋㅋㅋ

... 2011-01-07 18:15   좋아요 0 | URL
저는 <우리가 보낸 순간> 2권짜리를 오프서점에서 들춰보고 아, 이건 구매를 하지 않겠어, 하고 결심했다죠. 예전에 김연수의 문장배달에서 이메일로 부쳐주던거 모아서 낸 책 같던데요? 그대신 <7번국도 Revisited>를 샀지요 ^^ 근데 김연수 소설은 에세이보다 잘 안 읽게되요, 제게 있어선 마치 하루키같아요.

그건 그렇고, 저는 웬디양님은 새벽에만 서재를 돌아다니는 여자사람인 (아니 뱀파이어?) 줄 알았어요, 오후에도 돌아다닐 수 있으신 거군요. 해가 빨리져서 오후에도 어두어둑하니까 그런가? 하하핫.

blanca 2011-01-08 20:27   좋아요 0 | URL
그런데 웬디양님, 저는 소설편은 좋았는데 시편은 영 난해하더라구요. 김연수의 글은 정말 조금이죠. 아무래도 작업하고 있다는 그 일본에 가서 신부가 된 형제 얘기때문에 바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도 연수님 특유의 그 재기와 말하다 만 것 같은 귀여운 문체가 참 반갑더라구요.

마녀고양이 2011-01-07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연수님 책 한번 읽고 너무 안 맞아서 다 팔아버렸는데,
블랑카님의 인용구 너무 괜찮잖아요! 헉........ 이걸 어쩐다~~~

blanca 2011-01-08 20:28   좋아요 0 | URL
하하하, 마고님 말씀처럼 호불호가 확 갈리는 작가더라구요.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 모르겠다고 기피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런데 샀다 팔아 버리셨어요? 저도 그런 작가가 있나 기억을 더듬어 보는 중이에요.^^;; 김연수는 소설보다는 산문이 더 좋더라구요.

순오기 2011-01-07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수가 영수인지도 몰랐고, 그의 소설은 하나도 못(안) 읽었지만...메일로 받아 본 문장배달은 좋았어요.
그래서 <우리가 보낸 순간>세트도 구매했어요. 내가 보낸 순간을 생각하며 천천히 보려고요~ ^^
새해에도 분홍공주님과 알콩달콩 재미지게 사시고, 좋은 리뷰와 페이퍼 기대할게요!!

blanca 2011-01-08 20:29   좋아요 0 | URL
메일로 문장배달 받아 보셨군요. 천천히 조금씩 읽어야 하는데 저는 약간 책을 숙제하듯이 읽어 치운다,는 강박이 있어서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 같아요. 순오기님도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시고 서재의 큰 언니 자리도 지금처럼 쭈욱 계속 지켜주시기를....

poptrash 2011-01-07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이 페이퍼 제목 너무 귀여워요.

blanca 2011-01-08 20:30   좋아요 0 | URL
poptrash님이 7번 국도가 왜 절판(맞나요?) 됐는지 심히 안타까워하셨던 페이퍼를 기억해요. 더 멋지게 나왔더라구요. 귀엽다니, 고맙네요^^;;

세실 2011-01-08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글 읽으니 청춘의 문장들 다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걸요. 전 평범하게 읽은거 같은데.....

blanca 2011-01-08 20:32   좋아요 0 | URL
세실님~ 아마 읽었던 저의 시점과 감정 상태로 더 인상 깊게 남았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김연수에게 빠져 있던 상태라 전작주의를 해보자고 호기를 부리던 때였거든요. 하지만 전작은 커녕 몇 권 읽다 그만 두었지요--;;

후애(厚愛) 2011-01-08 0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blanca 2011-01-08 20:32   좋아요 0 | URL
후애님도 그러고 계시죠? 저는 오늘 밤 버킷 리스트를 보게 될 것 같습니다.

2011-01-08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8 2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1-08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따님이 잘 자라서 친구하심.. 참 재밌으실듯 합니다. ^^
막 상상을 하니, 킄 웃겨요!!
김연수. 전 아직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좀 깊이 읽을지도 모르겠지만요 ㅎ

오늘 아주 잠깐 눈 많이 왔는데요. 신경쓸 일 많으시겠지만 잠깐이라도 즐거운 토요일 되셨음 합니다.

blanca 2011-01-09 13:50   좋아요 0 | URL
커도 저랑 놀아줄까요 ㅋㅋ 김연수는 바람결님과도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요. 두 분 다 시적인 면이 있어요.

아시마 2011-01-08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연수는 안그럴것 같은데 뜻밖에 호오가 굉장히 분명한 작가같아요.
흠. 사실 달리 말하면 매니아도 있지만 그다지 넓은 독자층을 가지지는 못한 작가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럼에도 매번 많은 사람들이 나도 이제,라고 말을 하는 걸 보면, 뭔가가 있는(또는 있어보이는) 작가 인 것도 같고. ^^

글이 평이하다기보다는 맛이 뭐랄까, 아주 강한 맛을 내는 작가는 아니라서, 그냥 평이하게 두루두루 읽힐 것 같은 작간데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이렇다는게 전 사실 신기해요.

그러나 저러나 나도 김연수가 영수가 아닌 연수라서 좋아합니다. 하. 하. 하.

blanca 2011-01-09 13:53   좋아요 0 | URL
그래요. 글은 말랑말랑한데 의외로 호오가 갈려요. 전 딸 연두를 자전거에 태우고 달리는 산문을 읽고 이끌리더라구요. 그 맘이 상상이 되어서요. 벌써 열 살이라지요. 아시마님. 저는 왜이리 작가 사생활에 관심이 많은 걸까요--;;

아시마 2011-01-09 16:42   좋아요 0 | URL
김연수 딸 이름이 연두 였나요? 전 왜 열무로 기억하고 있을까요 -_-;;;
하기야, 열무라는 이름은 써 놓고보니 좀 심했다. 그때는 와 신선한 이름이다!! 했는데.
아니야, 아무래도 열무 아니었나? 잠시만요. 확인좀 해 보고. (아 이놈의 집착)

ㅎㅎㅎ <청춘의 문장들>을 확인한 결과 딸아이의 이름은 열무가 되겠습니다. ㅎㅎp.24

하긴 뭐, 진짜 이름은 연두이고 김연수가 그냥 열무라고 부르는 것일지도. 제가 울 딸들을 이름으로 잘 지칭하지 않듯... ^^

저도 작가 사생활에 아주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중 하납니다. 우리 나중에, 작가 스토킹 협회 이런거라도... ㅎㅎㅎ

cyrus 2011-01-09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김연수 작가의 글을 좋아하시면 그가 번역한 그레이엄 그린의 <권력과 영광>(열린책들)을 추천합니다.
사실, 이 책 이벤트로 받은거라서 아직 안 읽어봤지만,, ^^;; 김연수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분들은
이 분의 번역한 작품도 읽게 되더라구요. 블랑카님도 아시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블랑카님이 세계문학에도 관심이 많으신거 같아서 댓글로 남겨봅니다.
즐거운 일요일 되세요. ^^

blanca 2011-01-09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안 그래도 그래서 카버의 대성당을 읽게 됐어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즐거운 일요일 보내고 계시죠 !
 

초등학교 시절 계몽사의 <<세계 소년소녀문학전집>>에서 톨스토이를 만났다. 그가 쓴 몇 편의 단편 소설(아마 어린이를 대상으로 했을)은 죄다 '이반'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나왔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술주정뱅이가 우연히 거리에서 구해 준 벌거벗은 천사는 사람은 결국 '사랑'으로 사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고는 하늘로 올라가 버렸나 그랬던 것 같다.  

그 후 언젠가 <부활>을 지루하게 읽었고 사순절 기간 함세웅 신부님이 예수의 부활과 그 작품을 함께 언급한 강론에 감동받았고 서재에 와서 문학동네의 <안나 카레니나>의 몽환적인 표지에 사로잡혀 다시 톨스토이를 조금은 더 진지하게 만나게 되었다. 

<안나 카레니나>는 사실 안나 카레니나의 불륜에 초점이 맞추어진 소설이 아니다. 그랬다면 안나 카레니나가 철로에서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지는 장면에서 덧붙여질 이야기들이 없을 것이다. 안나 카레니나가 죽고도 이야기는 더 멀고 깊은 곳으로 뻗어나간다. 사회의 인습, 편견, 고정 관념에 역행하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의 이야기는 그 중간 지점 정도 될 것이다. 톨스토이는 여기에 등장하는 '레빈'이라는 모든 것을 다 갖춘 남자가 그것을 뛰어넘는 철학적 성찰로 이야기를 확장한다. 유한하고 모순 투성이의 삶이 가지는 무한한 의미를 찾아 헤매는 그의 모습은 톨스토이의 그것이기도 하다. 어떤 이야기가 주인공으로 여겨지지 않는 주변부의 인물의 머릿 속을 유영하는 수많은 생각들의 향연으로 이다지도 멋지게 끝맺음하기는 힘들 것 같다. 현학적이지도 추상적이지도 지루하지도 않게 울림을 가지는 결말을 완성하는 힘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슴 한 켠에 슬며시 밀어넣고 더듬게 되는 삶 그자체 대한 허무감, 모순,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에 놓고 싶은 이야기들의 공명 때문일 것이다. 

 

톨스토이는 상류층 출신이다. 백작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고 막대한 영지를 상속받았다. 젊은 시절 그는 잠깐이나마 가진 것을 절제 없이 누린 경험도 있다. 그러나 그 잠깐을 제외한다면 그는 평생을 자신이 가진 것때문에 미안하고 괴로워했다. 가난한 농부들 앞에서 무위도식하는 듯이 보이는 귀족의 생활을 누리는 것은 그에게 흡사 형벌이었다. 노년에 접어들어 러시아에서 차르에 버금가는 권력이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그의 영향력이 막강해졌을 때에도 그는 스스로를 여든 둘 먹은 바보 멍청이라고 자학한다. 그에게는 열여덟이나 어린 아내 소피야가 있었고 그녀에게는 양육해야 할 자녀들과 톨스토이가 포기하려는 세속적 가치들에 기대야 할 지난한 삶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저작물들의 가치를 포기하고 지팡이만 짚은 현자처럼 세상의 온갖 고매한 기대에 부응하려는 남편의 모습은 그녀에게 증오와 분노를 안겨 주었다. 대문호 톨스토이는 죽음을 앞두고서도 아내에게 살인자, 짐승이라는 욕설을 듣게 된다. 그녀에게 그는 그저 무책임하게 가족들을 방기하고 떠나려는 증오스러운 가장으로 보이는 지경에 이른다. 그가 시골 기차역장의 집에서 객사하게 되는 최후는 슬프기 그지없다. 모든 것을 버리고 높아지라!는 주변의 기대와 요구는 서머싯 몸의 말처럼 톨스토이가 스스로의 메시지에 갇히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톨스토이가 진정 원했든 그렇지 않든 그가 말년에 추구한 무소유의 삶은 가족 전체를 뿌리부터 흔드는 결과를 낳았다. 고통스러워하며 그악스러운 아내에게서 도망친 톨스토이는 죽어가는 그 와중에도 끊잆없이 무언가를 쓰는 시늉을 하고 진리를 추구했음을 잇새로 힘겹게 내뱉었다.  

<안나 카레니나>의 레빈의 고뇌로 맺은 결말은 톨스토이의 최후와 만난다. 톨스토이가 아내 소피야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는 끊잆없이 아내를 의식했고 그녀를 때로 측은하게 느꼈다. 그가 추구했던 형이상학적 가치들과 형이하학적 일상들이 어긋나는 지점에 오뚝 서 있는 소피야는 우리가 지향하면서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의 무게들을 의식하게 한다. 삶 그 자체의 의미와 고매한 가치들을 목이 부러져라 쳐다 보아도 결국 우리가 딛고 서 있는 곳은 땅이다. 그의 비극적 최후는 우리가 아무리 별을 쳐다 보아도 결국은 고개를 떨구고 발을 옮겨야 함을 가르쳐 주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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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1-05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봤어요? 우리 동네는 상영도 안 했어요... ㅠㅠ
대체 일산 메가박스랑 CGV는 머하는지 몰겠어요... 투덜투덜.
톨스토이 평전을 샀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봐도 없네.. 이젠 무슨 책을 샀는지도 잘 몰겠으니.

톨스토이의 모순에 이젠 공감할 수 있을거 같아요, 그런 나이가 됐나봐.

blanca 2011-01-05 17:11   좋아요 0 | URL
마고님, 저 삼년 간 개봉영화를 못 봤답니다.--;; 갑자기 서러움이 치밀어 오르네요--;; 안그래도 이 영화 너무 보고 싶어서 마침 시간이 날 것 같아 찾아 보니 상영 시간이 너무 간격이 크더라구요. 생각보다 호응이 없나 봐요. 근처에서는 안하더라구요. 마고님, 저도 갑자기 책이 또 꽂을 데가 없고 엉망진창이고 난리났어요. 한 번 정리하던지 해야 할 것 같아요. 지금 좀 팔아야 하나, 그 생각 중인데 다 줄 긋고 그러네요..<클라라>가 개봉했는지 그 영화도 넘 보고 싶고. 어흑--;;

프레이야 2011-01-06 02:59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클라라는 강추하고 싶어요.
작년 마지막 날 보았던 영화에요.
아, 너무 좋았어요.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도 기대중인데 아직 하질 않네요 여긴.

cyrus 2011-01-05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 영화로는 보지 못했지만 책으로나마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소피야와의 관계에 관한 톨스토이가 쓴 또 다른 작품이 있는걸로 아는데
제목이 생각이 안 나네요.^^;;


blanca 2011-01-06 23:12   좋아요 0 | URL
cyrus님, 아내와의 관계에 대해 쓴 톨스토이의 작품이 있군요. 영화도 꼭 보고 싶은데 기회가 안 되네요^^;;

2011-01-06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6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1-08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상하게 도스토예프스키는 정이 가는데 톨스토이는 정이 안 갑니다.
왜일까.. 아마도 어릴때 혹은 고등학교 다닐때 만들어진 어떤 선입견 같은 것이 있나 봅니다.

요새 톨스토이 책 많이 나오던데, 저도 쫌 두께 있는 책 하나 옆에 누워 있는데 좀처럼 깨우기가.. 싫습니다. ^^

blanca 2011-01-09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톨스토이는 뭐랄까 약간 윤리샘 같은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좋기도 하고 멀리하게 되는 것도 같아요. 뭐든지 마음이 가는 대로 가는 게 좋죠. 바람결님 좋아하시는 음악, 책이 그 자체로 특별하고 아름다운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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