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528, 오전 1020.

내가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서 한국을 떠나 본 최초의 날, 최초의 시간이다. 발권했던 순간, 그날의 이륙 풍경부터 착륙 풍경까지 하나하나 모두가 기억난다. 내게 이 날짜부터 일주일간 기록된 여행은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고, 다시 돌아가고픈그것이다.

 

 

내가 미국으로 여행하게 된 계기 하나는, 퇴직금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으로 직장에서 퇴직금을 받아 봤다. 내가 다니는 곳은 진짜 퇴직해야 퇴직금을 한방에’ ‘왕창주는 곳이 아닌, 연말에 한 번씩 월급을 더 지급해 주어 퇴직금을 정산하는 회사다. 아직 경제 개념 없고, 경제 개념의 필요성도 잘 몰랐던 철부지 나에게 그렇게 털어서 들어오는 돈은 횡재였다. 그날 이후 세부, 홍콩 등 친구들이 적은 돈으로도 쉽게 갈 수 있다고 추천을 한 곳을 하나씩 떠올리며 무조건 해외여행을 마음속에 품게 됐다. 대학교 2학년 때, 당시 패키지로 팀을 꾸린 친한 친구가 한 친구의 펑크 때문에 자리가 났다며 나에게 유럽 여행을 200만원 대로 찍어보지 않겠냐고 무척 권했었던 그 해외여행(그것도 배낭여행!). 20대 초반, 체력이 짱짱하고 배짱도 두둑할 때 가야한다고 늘 방학 중에 묻지 마! 떠나리라!’ 마음먹으며 살았는데, 난 부모님이 아닌 오빠의 결정적 한마디 때문에 그 여행이 좌초된 적이 있다.

 

니가 처음부터 계획하고 준비한 여행이 아니잖아.”

 

오빠의 이 한마디로 그날 가족회의(?)는 끝이 났다. 그날 이후로 모든 해외여행은 내가 계획하고 준비해서 가리라 마음먹고, 가족들한테 돈을 좀 빌려 달라며 생떼를 쓸 필요 없이 내 돈을 벌 힘만 있으면 해외여행을 떠날 생각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가봤자 세부, 홍콩 정도로 비교적 돈은 적게 들면서 해외에 다녀온 티가 나는 여행지만을 생각했던 내게, 두 친구가 미국 동부 여행을 떠나자고 꼬드기기 시작했다. 미국 동부그냥 미국도 아닌 미국 동부부끄럽지만 이름만으로도 너무 멋있고 폼이 났다. 그리고 한국과는 12시간 시차가 나는 머나먼 대륙이라니. 내겐 정말 평생에 한번 갈까 말까한 큰 이벤트였다.

 

친구들이 미국 여행 이야기를 꺼낸 날, 내가 왜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되는지에 대해 고민해 봤다. 돈은 퇴직금이 해결해 준다, 마침 한 친구가 미국에서 유학 중이고 자동차도 있기 때문에 비용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이렇게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한순간 지르는 마음이 없으면 다신 없을지도 모르는 기회다, 여행이란 건 젊을 때 하는 여행일수록 또 다른 의미와 가치가 있다별 생각 없이 생각해 봐도 끄덕여지는 말이었지만, 내가 미국으로 떠나리라 마음을 먹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지금까지 달려 온 회사 생활에 대한 괜한 허무감 때문이었다. 바쁠 땐 죽어라 바쁘고, 여유 있을 땐 여유가 있는, 적당히 좋은 일인 듯한데, 언젠가부터 그런 괜찮은일에 나만이 부여할 수 있는 가치와 의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니, 결국 나는 잘 살아왔나?’는 무겁고 거친 질문까지 품게 됐다. 그 이후 매일 매일이 막연하게,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연속된 시간 같았고, 내가 참 가엾은 존재라며 이유 없고 대책 없는 자기 동정까지 하게 됐다.

 

결국 4일 뒤, 친구의 도움을 받아가며 난생 처음 미국행 티켓을 예약하고, 구체적인 세부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내가 그렇게 큰 돈을 쓰고 멀리 떠나는 이유를 좀더 탄력 받게 하기 위해, 한편으론 내가 느끼는 현재 나의 모습에 대한 서글픔을 애써 끄집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계획을 짜고, 미국 동부 관련 책을 읽으면서 혼자서 여행의 컨셉과 목적에 대해 생각해 봤다. ‘나를 멀리서 바라보기가 내 여행의 목적과 컨셉이었다. 나와 연고가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피부로 느끼면 상대적으로 나를 느끼기도 쉽고, 애달픈 자기 연민과 괜한 걱정도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목적과 컨셉이 워낙 묵직한 탓에, 2번을 경유하고 가는 총 23시간의 비행시간마저도 내겐 달콤한, 나만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시간이었다.

 

 

워싱턴 뉴욕 애틀랜틱 시티 보스턴 필라델피아 워싱턴

 

 

 

먼 대륙에서 다섯 점을 이어가며 하루가 모자랄 정도로 가지치기 식 명소 찾기 여행(?)을 하고 다녔다. 애미쉬 타운, 조지타운, 내셔널 몰, MIT와 하버드, 뉴욕 현대미술관, 사무엘 아담스 맥주 공장, 보스턴 레드 삭스 야구 경기, 브로드웨이, 브루클린 브릿지, 월 스트리트, 백악관, 센트럴 파크 그리고 점, , (). 바쁜 여행 일정 속에 묻힐수록 지쳤던 한국에서의 내 생활이 조금씩 잊혀져 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내가 조금씩 보였다. 사람들 속의 내가 얼마나 점(.)인지, 그 사실은 슬픈 일이 아니라 얼마나 힘이 나는 일인지, 아이러니하게 알게 됐다. 내가 지치고 허무해져 갔던 건, 욕심이 많은 내가 주변은 둘러보지도 않고 내가 아는 방법으로만 나의 욕심을 채우려 허우적거리고 있었다는 것, 세상은 생각보다 다양한 삶의 시도가 일어날 수 있는 곳이라는 것, 내가 나만 빛이 나는 그런 반짝반짝 거리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같은 시공간에 흘러가고 있는 소박한 점이라는 것, 그래서 더욱 어깨에 긴장을 잔뜩 넣을 필요가 없다는 것미국에서 본 세상은 천천히 흐르는 여유 속에서도 자신만의 희망을 간직하며 자기만의 속도로 한걸음씩 움직이는 것 같았다. 월 스트리트, 백악관처럼 TV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곳만 떠올려 보면 늘 바쁘고 쫓길 것 같았는데, 그래서 그 바쁨 속에서 내 생활을 잠시라도 잊거나 한 걸음 떨어져 뭐를 붙이고 뭐를 도려내야 하는지 셈을 하려 했는데, 생각과는 반대로 그 곳에서 여유와 느림을 찾고, 내 생활을, 그대로의 나를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하루에 두 끼만 먹으며 8~9시간을 관광하면서도 내가 묵직하게 가져갔던 과제를 생각보다 담담하게 풀어낼 수 있었다. 미국이란 도시가 내게 선물한 건지, 여행이란 자유가 내게 선물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일주일간의 미국 동부 여행은 한번쯤 다시 되돌리고 싶을 만큼 소중한 추억이다. 여행이란 어쩌면 아무 생각 않고, 훌쩍 떠나면 더 값어치가 있을 마술인 것도 같다.

다음엔 어디로 떠나볼까?’

한 문장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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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재습격 2012-02-03 0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bake1025님.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오뒷세이아>의 역자 천병희 선생은 "<오뒷세이아> 이후 인간은 인간의 삶과 운명을 표현하는 두 가지 비유을 얻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여행'과 '바다'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 저는 bake님의 글을 읽으면서 종종 그 구절을 떠올렸습니다. 공허해진 내면과 여행을 통해 '치유' 또는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곁눈질해 볼 수 있었고요. 또한,

' 미국에서 본 세상은 천천히 흐르는 여유 속에서도 자신만의 희망을 간직하며 자기만의 속도로 한걸음씩 움직이는 것 같았다.' 같은 구절은 진정 미국을 밟은 산책자만이 쓸 수 있는 구절이 아닐까요?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제가 좀 아쉬웠던 부분은, 여행이라는 아주 구체적인 소재를 두고서도 이 글이 그다지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가령, '바쁜 여행 일정 속에 묻힐수록 지쳤던 한국에서의 내 생활이 조금씩 잊혀져 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내가 조금씩 보였다. 사람들 속의 내가 얼마나 점(.)인지, 그 사실은 슬픈 일이 아니라 얼마나 힘이 나는 일인지, 아이러니하게 알게 됐다.'라는 구절은 무척 흥미로운데,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도대체 필자가 어떤 '풍경'속에 서 있었기에 그런 사실이 '자연스럽게' 인지되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조금 범박하게 말씀드리면 '친구네 집에서 라면을 끓였더니, 정말 맛있었다.' 라는 문장보다는, '정말 우리는 무지하게 배가 고팠다. 달걀프라이 모양의 자석도 당장 씹어먹을 것 같은 의지로 넘쳐났다. 우리는 냄비에 물을 받아 가스불 위에 올렸다. 보글보글 끓는 물에 면과 스프를 허겁지겁 넣었다. 계란도 하나 풀어넣었다. 4분이 지나자 우리는 그야말로 탄성을 질렀다. 탱탱하게 익어가는 면, 자신의 햐얀 속살을 감질나게 드러내는 계란, 붉은 기운과 노란 기운이 뒤섞인 달콤하도록 매운 라면의 국물, 우리는 그 뜨거운 날것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자지러졌다'라는 문장이(*여전히 별 볼일 없는 문장이긴 합니다만) 좀 더 공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미국동부의 공기는 어떻든가요? 햇빛은 얼마나 따뜻하던가요? 다인종이 섞여 걷는 넓은 거리의 모습은? 복잡한 번화가와 인생이 나른하게 느껴지는 미국의 오후는요? 느긋하게 그늘에서 쉬는 홈리스들의 표정은 어떻든가요? 그것 모두가 어떻게 '삶'과 '자아'로 수렴되던가요? 저는 bake님이 보셨고 느꼈고 감각했을 그곳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치유되었다는 말보다 치유를 이끌어낸 구체적인 풍경이 좀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 같은데, 그 부분이 미약한 것이 아쉽네요. 이상입니다.^^

꽃별이 2012-02-04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선 쉽지 않은 여행길을 기획하고 실천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 드리고 싶습니다. 나는 이제까지 꽤 많은 시간을 살아오면서도 뭐가 무서운지, 집을 박차고 여행을 다녀본 경험이 별로 없습니다.(그냥 스케줄대로만 움직이면 되는, 문학기행 정도로만 다녀봤습니다) 님의 글을 읽으면서, 항상 접하게 되는 '왜 여행을 해야 하는가?'의 중요성에 대해 새삼 공감하게는 되었지만, 큰 틀에서의 여행기보다는 좀 더 개인적인 경험이 살아있는 글쓰기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도 님의 그 '알 수 없는 미지의 시간'속으로 사뿐히 걸아나갈 수 있는 용기가 부럽습니다...^^

시실리 2012-02-05 0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여행을 무사히 마치신것 같아 보입니다. 더구나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첫 여행이 결실을 맺는데는 오빠의 쓴 충고가 결정적 요인이 된 점을 자세히 기술한 부분은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그래서 다음 여행을 꿈꾸게 되었다는데 공감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본인이 계획하고 준비한 것들이 여행에서 어떻게 빛이 났는 지 아니면 문제점은 없었는지, 준비와 실제는 어떻게 달랐는지 하는 구체적인 서술이 아쉽습니다. 첫 여행이었음에도 그 곳 사람들, 또는 그곳 하늘이라던가 음식 분위기 등등에 대한 필자의 인상이 좀더 궁금합니다. "나를 발견 하였다" 어떤 나였나요?

이준입니다. 2012-02-05 0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지막 문장이 제일 좋습니다. “한 문장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여행을 통해서 얻은 성찰이 그 문장 속에 모두 녹아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자가 아니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요.
다른 선생님이 쓴 기행문 보셨죠. 처음부터 美文으로 독자를 압도 하는 글도 좋지만, bake1025님 글도 좋습니다.
그러나 글에 방점이 없습니다. 마지막 문장을 방점으로 살리기 위해서는, 회사생활에서 느꼈던 공허함을 더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조한다는 의미가 과장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글을 기행문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소재로 한 에세이로 보고 이야기 드리는 것입니다.)
글을 자세히 보면, 회사생활에 대한 공허함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관념적이 단어들을 사용해서. 이러한 설명은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합니다. 첫 시간에 자기소개하면서,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본인은 아니시죠? ^.^;;)“컵에 말라붙어 있는 유자 찌꺼기를 닦다가, 나는 ~~”이러한 시각적 묘사는 독자의 시선을 확 사로잡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에피소드를 추가해서 마지막 문장과 연결한다면 더 멋진 글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네스 2012-02-05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빠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착한 동생이시네요! 저 같으면 어깃장 부리고 보란듯이 떠났을 것 같은데. 오빠의 조언이 아프게 들어온 것은 단순히 여행이 아니라 어떤 선택이 필요할 때 '자신이 계획하고 준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반응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그래서 미국행을 감행한 자신이 무척 자랑스럽고 대견하게 느껴지는 듯한 느낌을 글에서 읽었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 여행 뒤에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서 하는 일이 많아질 것이고 그런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자신을 만날 수 있기를 글쓴이도, 이 글을 읽는 독자도 기대하고 있을 겁니다.
다만 여행 중 이런 자각을 가능케한 에피소드가 하나쯤 있었으면 더 재미있게 읽히지 않을까 합니다. 감상도 구체적인 사건이나 소재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생기를 얻는 것이니까요.

리얼리티 2012-02-05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을 비워버린 느낌이 느껴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글을 읽으며 여행이 주는 치유의 힘이 느껴져 좋았습니다. 나만의 속도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살자고 생각하는 요즘이라 “미국에서 본 세상은 천천히 흐르는 여유 속에서도 자신만의 희망을 간직하며 자기만의 속도로 한걸음씩 움직이는 것 같았다”라는 문장은 특히 와 닿았습니다. 하지만 위에 여러분이 말씀하신 대로 글이 구체성을 띤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고리 2012-02-06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 동부여행'이 글쓴이 bake1025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여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부터 해외여행을 꿈꾸게 된 근원의 사건!까지 거슬러올라가서 '나는 왜 이 여행을 떠나야 했는가'라는 여행의 변을 충실히 쓰신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미래를 그리기 위해서 떠나는 여행자의 마음가짐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이 과정에서 오빠와 가족회의 에피소드가 생생하게 그려졌는데 자기 주체적 여행의 조건(?)을 생각해 보게 하는 재미난 일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독자로서 품게 된 궁금증이 몇 가지 있어서 질문드립니다. 나와 연고가 눈꼽만큼도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피부로 느끼고자 하셨다고 하셨고, 뒤에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점처럼 소박한 존재라는 점이 위안이 되셨다고 하셨는데, 뭔가 예시가 될 만한 이야기를 풀어 놓아 주시면 더욱더 생생한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다양한 삶의 시도가 일어날 수 있는 세상의 사례도 궁금하다고 생각했고요. 또, 이번 여행이 나만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시간이었다고 하셨는데, 동행이 함께하는 여행을 하시면서 어떻게 온전히 나를 위한 여행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비결을 좀 알려 주세요!ㅎㅎ

bytheway 2012-02-06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가 처음부터 계획하고 준비한 여행이 아니잖아.”-> 저 이거 정말 싫어요. 사람이 의도하지 않고 몸으로 때우면서 느끼고 경험할수도 있잖아요.
젊어서 하면 좋은게 여행이랑 연애라고 하잖아요. 연애를 의도와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하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그런게 없어도 자기 입장과 가치관만 뚜렷하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시작해도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막연하게 여행도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미국 동부 여행이야기가 여행기가 아니라 독후감처럼 읽혀요. 글만 읽어서는 무척 재미없는 여행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이건 여행에 대한 기대가 달라서 그런 걸수도 있겠네요. 전 여행은 모험 혹은 뭔가 새로운 걸 느끼고 경험하는 것으로 생각해요. 자신을 돌아보고 깨달음을 얻는게 아니라.
이글에 대한 리뷰는 리뷰가 아니라 친구만나서 술먹으며 수다떠는 것처럼 쓰게 되네요. 원글 자체가 무척 자연스럽고, 이상하게 친근하고 내 이야기 같고 친구이야기같아요.

보거스 2012-02-06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여행을 하고 오셨군요. 여행에서는 때로 무엇을 보았냐보다 무엇을 느꼈는가가 더 중요한 것 같은데, bake 님께서 느꼈던 중요한 축을 보여주셔서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저 역시 해외여행을 했을 때, 제가 보아오던 것과는 전혀 다른 사람들-분위기-풍경 속에서 오히려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것 같아 참 아이러니하다 느꼈는데, bake 님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오신 것 같아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를 왜 볼까, 하고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제 경우를 돌이켜보니, 여행을 하고 온 사람이 느끼는 새로운 공간의 분위기 속의 감정을 읽으며 제 가 여행에서 느꼈던 것들에 대해 추억해보게 되어 즐겁더군요. bake 님의 글처럼 무엇을 보았는지보다 그때 그 장소, 날씨, 만났던(혹은 만날) 사람들이 주는 감정과 제가 생각했던 것들이 더 많이 떠오르더라고요. <모나리자> 같은 명작을 본 기억보다 시골 어느 동네 작은 미술관에 걸려 있던 그림 속 주황색-분홍색 사이의 색감에서 노을이 지는 벼 밭을 상상하며 얼마나 청량감이 느껴졌는지가 더 기억나는 것 같은 거죠. 제가 여행을 기억하는 것과 비슷하게 bake 님의 글은 본 것보다는 느낀 것에 집중한 글 같습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들은 없어서 독자들이 이 글을 읽으며 미국여행을 추억하거나 상상하기는 좀 힘들겠지만, 그래도 부모님 돈으로 여행하며 약간 죄책감을 느낀적이 있다거나, 지루한 일상 속에서 훌쩍 여행을 떠나봤거나 그렇게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겐 충분히 공감을 얻을 만한 글인 것 같습니다. 전 미국여행은 다녀오지 않았지만 제 여행에 대해서도 추억해보게 된 것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희망둥이 2012-02-06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기는 언제 읽어봐도 재미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댓글처럼 저 역시, 20대 후반에 인도여행을 했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고생도 고생이지만, 자기 인생에 대한 새로운 전환점이 된다는 것이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행이 일상탈출이라고 하지만, 사실 여행이야말로 일상 그 자체를 다시 재조명하는 것이라고 느껴집니다. 우리네 삶이란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든, 지구 반대편 어느 마을에 사는 사람이든 거의 유사하기 때문이지요. 그런 점에서 여행기는 언제 읽어도 신선하고 삶의 활력이 되어 좋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문장이 좀 더 다듬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책을품은삶 2012-02-07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 동부를 향한 해외여행의 의미와 즐거움, 팡팡 묻어납니다. 그러나 어떻게 여행을 가게 됐고, 준비과정이 어땠는지에 무게가 많이 실린 탓에 정작 여행과정의 즐거움과 의미는 두루뭉술합니다. 구체적으로 여행의 어떤 지점이 깨달음을 줬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빈약합니다. 다녀온 곳 중심으로 나열한 것에서 글쓴이가 찾은 의미를 건져올리기까지 근거나 에피소드 등이 부족한 탓으로 여겨집니다.

아울러, 글에 기교를 부리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그게 나쁜 것은 아니나, 여행에서 찾은 의미와 깨달음을 전달하는데 있어서 진정성이 떨어집니다. 글에 힘을 좀 뺐으면 좋겠어요.

돌이 2012-02-07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 위에 선 여행자는 자신이 떠나온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다고들 하죠. 이 여행으로 직장 생활에서 받았던 '허무감'을 조금이라도 떨칠 수 있었다면, 미국 여행은 무엇보다 소중한 경험이었을 겁니다.
사회 초년생의 고민과 여행의 기대감을 느낄 수 있는 글입니다. 이 글을 읽으니 저도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네요. 다만 관념적이고 상투적인 표현들이 많아 깊이 공감하기는 어렵습니다. 자신만의 구체적인 경험으로 서술하셨다면 bake1025님께서 느끼셨을 감동을 나눠 가질 수 있었을 텐데, 그 부분이 안타깝습니다.
 

저는 이수미입니다.

수정을 할까 하다가 단점 많이 찾으시라고 그냥 올려 봅니다.

(귀찮아서는 절대 아닙니다.)

 

세권의 책 리뷰이구요, 책은 피터 조셉의 시대정신, 커트 보네거트의 나라없는 사람, 김광기교수의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 입니다.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는 다 읽지 않은 상태에서 올려서 좀 어리버리합니다.

 

한미 FTA 협정이 체결되었다고 한다. 잘은 모르지만 체결 과정 중의 정황으로 보아 우리나라보다는 미국에 더 유리한 협정이었을 것이다. 정치나 경제에 무지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감히 추측해 보건데, 미래의 전쟁은 바로 이런 형태가 아닐까 싶다. 총과 폭탄을 들고 하는 전쟁이 아니라 경제적 이권을 다투는 전쟁. 강대국이 자신의 국가적 권력을 배경으로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에 투자를 빌미로 자국의 이권을 챙겨가는 형태가 진짜 전쟁일 것이다.

그러면서 갑자기 미국이라는 나라의 경제체제, 정치체제에 대해 약간의 관심을 갖게 되었다. 벌써 지난 가을의 일이니 3개월도 더 되었다. 학생 하나가 추천해 준 피터 조셉감독의 시대정신을 시작으로 커트 보네거트의 나라 없는 사람, 김광기 교수의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라는 책을 읽으며 미국이라는 나라의 단점을 다룬 책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위에 언급한 책들은 미국에 대해 소위 좌파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이들의 작품인 듯하다.

피터 조셉 감독의 시대정신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책으로 다시 엮어 출판한 작품으로 대기업에 좀 먹히고 있는 미국의 경제체제에 대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끔은 이게 정말이라면 너무 황당한데. 미친 짓이군하는 사실 혹은 의견도 있어서 읽는 이를 혼란스럽게도 한다.

혼란스러운 사실 한 가지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국화폐 달러가 우리나라처럼 공기업인 조폐공사 같은 곳이 아니라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라고 하는 사기업에서 만든다는 것이다. 사기업에서 만든 달러를 미국 정부가 구입하여 사용하는데 1달러짜리 지폐를 한 장 구입하려면 1.1달러를 지불해야 한단다. 이러한 화폐체제를 개선하고 국가에서 화폐를 발행하고자 했던 링컨대통령이나 케네디대통령은 FRB 관계자들에 의해 총격당하여 살해되었다는 것이 작가의 주장이다. 또 이 FRB 관계자들이라는 사람은 당연히 미국 내 대기업 소유주라고 한다.

혼란스러운 의견 한 가지는 2001년 전세계를 경악하게 했던 9·11 테러가 이라크 탈레반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주도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미국 정부와 대기업의 자작극이라는 의견이다(차마 사실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한 국가의 정부가 아무리 사악하다 해도 그럴 수가 있겠는가.). 작가는 당시 세계무역센터로 돌진하던 비행기가 민간 비행기가 아니라 군용 전투기였다는 점과 모 대기업 고위 근로자가 테러가 나기 전에 지인에게 귀띔해준 말을 근거로 주장하고 있다. 상상하지 못했던 이야기에 대해 반심반의하며 읽었지만 페이지마다 흥미진진하여 생소한 분야이고 어려워 시간이 많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글이 끝나는 것이 사뭇 아쉬웠던 책이다.

커트 보네거트의 나라 없는 사람은 팟캐스트 방송인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에서 듣고 읽게 되었다. 커트 보네거트는 대단히 풍자를 즐기는 작가인 듯하다. 이 책은 수필집으로 앞부분은 신변잡기적인 자신의 이야기나 일상 속의 생각들을 늘어놓고 있지만 중간부분부터 글을 쓸 당시의 조지 부시 정권과 미국사회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내용들이 나온다. 특히 맞는 말이다시리즈가 인상적이다. 여러 가지 맞는 말 중에 기업은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뇌물을 줘도 괜찮고, 환경을 조금 파괴해도 괜찮고, 가격을 담합하거나 멍청한 소비자들을 우롱하거나 공정 거래를 위반해도 괜찮고, 파산 시 국고를 낭비해도 괜찮다,‘ 라는 글이 나온다. 왠지 익숙한 느낌이다. 우리나라 대기업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생각을 해 본다. 특히 미국의 절대 권력자들에 의해 절대타락한 미국이 이성적인 나라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라고 서술하고 있다. 나라에 대한 실망과 개선불가능을 인지하여 결국 나는 나라 없는 사람이다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작가는 풍자가 심하기 때문에 이것을 감안하지 않고 읽으면 이렇게 심하게 비난할 것까지야... 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는 반전주의, 환경보호, 가족 중시, 인간관계 중시 등 괜찮은 생각으로 똘똘 뭉친 사람인 것 같다. 그러므로 그의 글을 더 나은 미국사회가 되길 바라는 일종의 어리광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는 아직도 읽고 있는 책 김광기 교수의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이다. 이 책은 소소하게 미국 가정의 경제와 소비형태 변화에서 시작하여 국가적인 경제의 변화로 확장시키며 52가지의 에피소드를 전개해나가고 있다. 앞부분은 노숙자나 미국가정의 가축 사육, 실업률, 교도소의 죄수 수감 비용 등 흥미롭고 쉬운 내용들이라 새로운 사실을 알아 가는 재미에 쉽게 책을 덮을 수 없다. 하지만 중간 이후로 넘어가면 책읽기에 심한 정체현상이 생긴다. ‘부도덕이 난무하는 월가라는 부분부터인데 금융과 관련된 단어들과 통계수치 같은 것들이 많이 나와 경제, 수학적 지능이 부족한 나로서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작가는 자신이 유학시절 겪었던 미국 시민들의 타인에 대한 신뢰와 경영에 있어서의 청렴함을 이제는 더 이상 미국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고 말한다. 노력하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었던 아메리칸 드림의 신화가 사라졌다고 한다.

나는 항상 정치인이 바로 서고 나서야 그들이 정한 법령에 의해 기업을 경영하는 자들이 투명하게 경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왔다. 하지만 대기업 소유주들에게는 법보다 더 강력한 이라는 권력이 있었고 이 권력에 좌지우지되는 정치인들은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게 이 책과 시대정신에 서술되어 있는 내용이다.

우리나라 대기업 역시 오랫동안 중소기업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분야에 진출하여 우위를 점하고, 공공사업을 따내어 국민의 세금을 쉽게 벌어 챙기고 있다고 들었다. 재벌기업의 이라는 권력에 점령당한 정치인들이 그들을 도와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스럽게도 정치에는 여권과 야권이 있고 공중파뿐만 아니라 인터넷뉴스에서도 정보를 취하여 국민들이 움직일 수 있지만,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재벌기업에게는 어떤 대항을 한 들 그들을 막을 수 있을까?

언젠가 안철수씨의 기업가적 사고방식이라는 라디오 방송을 얼핏 들은 적이 있다. MBA과정 중 성적이 가장 좋은 학생들이 나중에 금융사범이 되어 감옥에 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인성이나 기업윤리에 대한 자각이 없는 대기업 소유주들이 경제적 이윤만을 쫓고 있는 가운데 그들의 시장이 되는 소비자들은 앉아서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가.

나는 오늘도 의심해 본다. 당연한 듯 진행되는 컴퓨터 기반 수업과 특별실마다 들어 있는 컴퓨터와 모니터들. 교실마다 들어가 있는 LED TV, 도저히 적절하다고 말 할 수 없는 학생들의 손에 들려 있는 높은 이용료의 휴대전화, 해가 거듭될수록 복잡하고 집요해지는 온라인 업무처리시스템, 교원의 수는 늘리지 않으면서 리모델링만 거듭하고 있는 학교현장까지, 이 모든 것들이 대기업의 권력인 의 운영결과가 아닌가 하는 의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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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재습격 2012-02-03 0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이수미님. 글 잘 읽었습니다.^^ 책을 세 권을 겹쳐 읽고 독후감을 쓰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닌데, 핵심을 빠르게 요약하면서 연결하는 솜씨가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두 가지가 인상적이었는데, 첫째, 글이 <책의 핵심 요약 + 자신의 짧은 감상>의 구조를 반복하고 있어서 자칫 산만해지지기 쉬운 다양한 내용이 분산되지 않았다는 점. 다른 하나는 이수미님이 골라낸 '책의 핵심'이 책의 인상을 정확하게 짚어낸다는 점이었습니다. 가령,

'커트 보네거트는 대단히 풍자를 즐기는 작가인 듯하다. 이 책은 수필집으로 앞부분은 신변잡기적인 자신의 이야기나 일상 속의 생각들을 늘어놓고 있지만 중간부분부터 글을 쓸 당시의 조지 부시 정권과 미국사회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내용들이 나온다.'

같은 문장은 책의 전체적인 인상과 느낌을 그대로 전해주고 있지 않은가요? 저는 그런 점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다만, 애매하다고 생각한 점은 다음과 같은 점입니다. 글의 초반에 이 글이 '미국과 관련된 세 가지 책의 독서'라는 점을 밝히고 있는데요. ('피터 조셉감독의 『시대정신』을 시작으로 커트 보네거트의 『나라 없는 사람』, 김광기 교수의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라는 책을 읽으며 미국이라는 나라의 단점을 다룬 책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책에 대한 짧은 감상을 빼면 정작 필자가 생각한 '미국'에 대한 평가가 없습니다. 대기업과 기업권력이 지배하는 우리나라 현실에 관한 짧은 결론이 들어가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필자는 '미국'을 통해 '기업'이 권력이 되는 현실을 깨달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이 같은 초반부와 결론부의 이질적인 결합은 깔끔한 글을 허술하게 느끼게 합니다. 혹은 결론부가 '이상적인 독후감'(읽은 계기-책의 내용-필자가 느낀점)의 공식을 타율적으로 반복했다는 느낌을 들게 하고요. 초반 부분과 결론 부분이 같은 주제로 수렴되든가, '미국'과 '기업권력'을 연결시키는 직접적인 고리가 있다면 좀 더 수월한 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상입니다.^^

이준입니다. 2012-02-05 0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 권의 책을 가지고 신자유주의의 부작용을 겪고 있는 미국에 대한 주제 서평을 완성하셨습니다. 커트 보네거트 작품들은 제 독서목록 상위에 놓여있고 [나라 없는 사람]은 키보드 바로 옆에 있지만, 완독은 못한 생태입니다. 그러니 3권 모두 읽지 않았습니다. 또한, [나라 없는 사람]을 저는 다른 각도로 읽고 있기 때문에 이 선생님이 이야기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공감할 수가 없네요.

전체적으로 글의 형식적 논리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서평의 주제와 관련된 책의 선택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만 받은 외국의 사회학 교수, 풍자소설가, 독립영화감독. 이 세 명의 책을 가지고 미국을 분석 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르게 생각해본다면, 한국에서 박사학위만 받은 중국 교수와 우리의 김 총수 그리고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광고인 박웅현의 책을 분석해서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집어낼 수 있을까요?

당연히 의심하고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서평에서는 그런 고민이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 서평에 데이비드 하비의 [신자유주의] 정도의 책을 포함 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된다면 전문가가 보는 미국의 상황과 소설가와 영화감독의 견해와 외국인의 시각 등 다양하면서도, 지금 서평보다는 더 정확한 분석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해야하지 않을까요?

신자유주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사람이 하비 교수입니다. 뉴욕 시립대학교 교수이고, 일부 한국의 무지한 관료들은 도시계획전문가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분명히 마르크스주의자입니다. 금서가 아니니 읽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학교에 들고 가시지는 마세요. (개인적인 의견일 뿐입니다.)

bytheway 2012-02-07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편의 글을 하나로 엮는 주제가 없어서 아쉽습니다.
차라리 3편중 하나만 고르고, 나머지 책은 곁다리로 [여기서는 이런 말을 하더라]정도로 다루는 게 좋았을 것 같습니다.
---------
[수정을 할까 하다가 단점 많이 찾으시라고 그냥 올려 봅니다.]
->이런 표현은 안 쓰시는게 나을 것 같아요.

꽃별이 2012-02-12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의 물음표가 새로운 앎의 세계로 나서게 하셨네요...^^...저도 세상의 보여지는 구조에 익숙한 사람으로서 요즘은 보여지지 않으나, 실재로 존재하는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나름대로 읽어낼 수 있는 눈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위에 쓰신 리뷰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차표'처럼 읽혀집니다. 도착지로의 무사귀환을 응원합니다...^^

시실리 2012-02-13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 글에 대한 요약과 함께 필자의 견해가 중간 중간 삽입 되어 있어 전체적 흐름이 편안 합니다. 개인적으로 3편에 대한 평을 한 주제로 묶어 필자의 견해를 내 놓았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특정 주제 의식을 가지고 3권을 선택하신것 같아 보이지는 않지만, 서평이 미국의 사회 구조 특히 정치와 경제와 관련된 문제로 모아지고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고리 2012-02-14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편의 책을 엮어 '대기업의 권력에 좌지우지되는 미국'에 대한 글을 쓰셨네요. 연관성은 있을지라도 직접 관계가 없는 책을 엮어서 한 편의 글로 쓰기는 쉽지 않은데, 재미있는 글이었습니다. <시대정신>의 저자가 주장하는 바에 충격을 받고 의심하며 수용하시는 과정이 재미있었습니다. 회의의 시선을 글쓴이의 주변으로 돌려서 글을 마무리하신 점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 미국의 경우에서 한국으로 이어지는 전개는 약간 논지가 약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책에서 알게 된 지식을 나의 현실에 비추어 보려는 노력처럼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아쉽게 느낀 부분을 말씀드릴게요. 미국 정부가 사기업이 만든 화폐를 구입해서 쓰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FRB라는 사기업이 1달러 지폐를 생산해 1.1달러 받고 판다'는 현 상황, '화폐 체제를 개혁하려고 했던 링컨, 케네디가 살해됐고, 암살자는 FRB 관계자로서 미국 내 대기업의 소유주다'라는 저자의 주장을 근거로 이루어졌는데요. 글쓴이 또한 부당하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어디가 문제라고 생각하시는지를 짚어 주시지는 않으셔서 '음모론'처럼 수상해서 이상하다고만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FRB가 이윤을 많이(?) 남기는 것, 링컨과 케네디를 암살한 FRB 관계자들이 대기업 소유주와 관련이 있다는 것만이 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돌이 2012-02-14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미 FTA 협정을 계기로 미국의 진짜 모습을 알기 위해 위의 세 권을 읽으셨다면 나쁘지 선택이었던 것 같네요. 간단히 말해 대기업의 이익이 현재 미국을 지배하는 '시대정신'이라면, 미국인은 대기업의 은밀한 지배를 받는 '나라 없는 사람'들이며, 이제껏 정의가 살아있다고 배워온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 이렇게 요약할 수는 글이어서 좋았습니다. 비약은 아니지요?
논리적으로 요목조목 따지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이 책들처럼 딴지를 걸 듯, 대기업과 관료들의 꼼수를 까발리는 시도도 때로 중요하고 의미있다 생각합니다. 다만 그런 의도의 책을 세 권이나 언급하시면서 정작 dongsin님의 글은 진지하고 조금 무거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그게 조금 아쉬웠습니다.
 

<세계경제위기와 잠정적 유토피아> 강의 요약, 홍기빈 박사

 

 

1. 들어가며

- 지금의 세계경제위기는 1930년대 대공황과 많이 닮아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이제 끝장났다는 주장은 위험하다. 그런 식의 접근보다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조직원리를 근본적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결국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 성공했던 케이스를 찾아봐야 한다.

- 30년대 대공황을 성공적으로 빠져나온 유일한 케이스로 비그포르스의 정책 외에는 난 모르겠다. 케인즈주의의 뉴딜정책도 다시 공황을 불러왔다. 사실상 2차대전, 즉 전시경제체제 덕에 공황에서 탈출했다고 봐야한다.

 

 

2. 마르크스주의의 역사 결정론

- 비그포르스가 극복하려던 이데올로기는 2가지로 1) 자유주의와 2) 마르크스주의다.

- 마르크스주의를 거칠게 비판해보겠다. 흔히 경제결정론이라 부르는 데, 맞다. 그게 맑스주의다. 19세기 마르크스주의가 사상적으로 경쟁해야 했던 2가지 이론이 있었는데, 1) 바쿠닌의 아나키즘, 2) 페르디난트 라살레의 국가사회주의다.

- 1) 바쿠닌의 경우, '즉각봉기로 즉각 때려부수자'로 요약되는 테제를 내세웠다. 즉 국가없는 사회로 이행하자는 것이었고, 2) 라살레의 경우, 현실적으로 자본에 맞설 유일한 힘으로서 국가를 긍정했다.

- 맑스-엥겔스는 이 두 이론을 비판하며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역사적 필연성”을 주장했다. 즉, 사회체제라는 것이 발전의 단계가 있으므로 없애는 것도 순서가 있다는 것,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자본가의 사적소유를 철폐하여 노동자가 국가 권력을 해체해야 한다는 것을 핵심주장으로 내세운 것이다.

- 이를 두고, 맑스주의자들은 ‘역사의 운동법칙(law od motion)을 발견’했다고 맑스를 추앙하고, 이는 마치 다윈이 생물의 진화 법칙을 규명해낸 것과 같이 역사의 법칙을 발견한 것이라고 떠들었던 것이다. 결국 이를 통해 바쿠닌과 라살레를 비판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실제, 맑스주의자들은 이러한 믿음에 기초하여 19세기가 끝나기 전에 자본주의는 붕괴하고, 혁명이 자연적으로 일어날 것을 굳게 믿고 있었다. 곧 무너질 체제이므로, 자신들이 할 일은 혁명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복지국가니, 기본소득이니 하는 이야기는 이른바 ‘개량’이고, 이러한 기회주의적 시도를 제압하는 것을 사회주의 정당의 임무로 보았다.

 

 

3. 독일 사민당과 베른슈타인

- 문제는 자본주의가 붕괴할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것. 오히려 갈수록 경제는 호황기를 맞고, 노동자도 혁명을 원하지 않는 분위기가 굳어지게 되었다.

- 그 와중에 독일 사민당의 지독한 위선에 비판을 가하며 등장한 인물이 베른슈타인이다. 그는 상당히 정직한 사람이었다. 그가 보기에 당내 지식인들은 ‘자본주의는 곧 망한다’는 믿음만을 되풀이하거나 여전히 ‘헤겔 변증법이 어쩌구 저쩌구’만 반복하기만 하면서 정작 하루 하루 당을 어떻게 조직할지, 매일 매일의 정책적 판단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 이에 대해 베른슈타인은 1) 마르크스주의의 ‘사적 유물론과 프롤레타리아 계급독재’는 과학적 합리성도 결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2) 그런식으로 혁명을 기다리는 것 자체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을 폈다.

- 그 다음 벌어진 일은? 맑스주의자들이 베른슈타인을 밟기 시작했다. 개량주의자, 수정주의자! 너는 맑스주의를 잘못 이해했다! (이런 식의 논리가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되풀이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즉, 맑스주의를 비판하면, 그건 본래 맑스가 얘기했던 것이 아니고, 네가 말하는 것은 속류 맑스주의다라는 식의...그럼, 대체 맑스주의는 무엇이란 말인가? 실체가 있는 이론이기는 한가? 끝도 없는 논리, 한없는 논리, 유령논리가 되어버렸다. <공산당 선언>을 빌어 이야기한다면 맑스주의가 진짜 유령이다!)

 

 

4. 마르크스주의의 파산

- 1917년 제2제국이 붕괴하면서, 독일 사민당에게 더 큰 도전이 왔다. 여당이 된 것이다. 혁명만을 바라보던 정당이 수권정당이 되면서, 이른바 행정을 하게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사민당은 혁명정당도 되지 못했고, 유능한 정당도 되지 못했다.

- 가장 큰 이유는 맑스주의가 원래 가지고 있던 각본(자본주의 붕괴-노동자 각성-프롤레타리아 독재 등으로 이어지는)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각본대로 되지 않으면 현실(정치)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마르크스주의의 파산이다.

 

 

5. 자유주의와 마르크스주의의 치명적 한계

- 1930년대 대공황으로 인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실업률이 20-40%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자유주의와 맑스주의의 처방은 간략하게 다음과 같다.

1) 자유주의 - 아무 것도 하지 마라. 경기부흥정책은 회복을 오히려 더디게 한다. 복지재정도 안된다. 그냥 시장이 해결하도록 놔둬라.

2) 맑스주의 - 지금 벌어진 공황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단, 이게 자본주의 종말이라 한다면, 전면적 사회화와 국유화에 착수해야 한다.

- 놀라운 것은 대공황이라는 위기 상황 앞에서 자유주의와 맑스주의의 처방이 본질상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맑스주의에 기초한 사회주의 정당들에게 ‘실업대책’과 같은 단기 대책은 중요치 않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 둘의 공통점은 ‘법칙’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법칙’(시장)과 ‘역사법칙’(사적 유물론).

- 결국 1932년 선거에서 나치당의 집권을 가져오게 된다. 나치의 공약은 단순했다. ‘일자리와 빵’

 

 

6. 비르포그스와 잠정적 유토피아

- 요컨대, 자유주의와 맑스주의 경제학은 대공황을 뚫고 나갈 매뉴얼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여기서 비르포그스의 핵심이론인 잠정적 유토피아를 소개하겠다.

- 잠정적 유토피아는 객관적, 선험적 역사법칙을 끌어내지 말고, 지금 여기있는 사람들의 열망에서 유토피아를 끌어내려는 시도이다.

- ‘유토피아’란 말을 생각해보자. 이상적 담론이 듣는 질문. ‘과연 현실성이 있냐?’ 당연히 없을 수 밖에. 유토피아는 정의상 현실성이 없다. 항상 비현실적이란 욕을 먹을 수 밖에 없다.

- 그렇다고 어떤 정당이 현실주의 노선을 채택한다고 했을 때, 대개 특별한 이상적 모델 없이 현실에서 요구되는 이런 저런 정책을 펼치고 만다. 민주당을 보면 그렇지 않나. 박근혜의 공약보다 더 뚜렷하게 진보적이라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되나. 이게 현실주의 정체의 한계이다.

- 유토피아, 이상사회를 가진 진보정당은 등대정당, 횃불정당으로 찍히고, 반대로 현실주의 노선을 취하면 기회주의 정당으로 찍히는 것이 딜레마이다.

- '잠정적 유토피아' 개념은 이를 해결하고자, 우선 사람들의 마음 속에 어떤 열망이 있는지 찾고, 특히 그중에서 네거티브한 열망, 다시말해 ‘제발 이 꼴만은 안봤으면’하는 소망들을 조직해내는 것이다. 이렇게 모인 열망은 매우 구체적일 수 밖에 없다.

- 우리사회의 경우, ‘의료걱정, 교육걱정, 집 걱정없는 세상’ 이렇게 접근하면 눈이 확 띄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네거티브한 열망을 찾아서 이들이 모순되지 않으면서 일관되게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모델, 시스템을 미래의 사회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 그 시스템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 내적 논리가 어떻게 되는지 설명해낸다면, 그것은 대중들에게 구체적 상상력과 행동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운동으로 터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 비그포르스는 잠재적 유토피아를 ‘청사진이 아니고 길잡이’라고 했다. 비그포르스가 보기에 맑스주의는 '청사진'이었다. blue print. 건물 짓기전에 모든 게 딱 짜여져있고, 일꾼들은 시키는대로 일해서 건물을 완성하는 식의. 치명적 문제는 2가지. 1) 현실이 청사진대로 안 흘러가면 어떻게 되나? 2) 건물 다 만들어졌는데, 나 거기 들어가서 안 살래 이러면?

- 그에 비해 잠정적 유토피아는 ‘길잡이’다. 지금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열망에서 출발했기에 그들 스스로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기폭제 구실을 해주는 것이다. "우리는 몇 십년 몇 백년 후에나 찾아올 낙원을 준비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 비그포르스

 

 

7. 나라살림의 정치경제학

- 앞서 말한대로, 비그포르스는 자유주의와 맑스주의 경제학의 한계를 비판하며 자신의 이론을 구축했다. 그것이 바로 플란후스호닝(planhushallning - 스웨덴어)이다. 앞의 플란은 plan이고, 뒤의 후스호닝은 householding, 즉 집안살림이다. 비그포르스 경제학의 핵심은 나라살림 경제를 어떻게 건설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대기업, 소기업, 협동조합, 소비자, 생산자 등 다종다기한 분야의 주체들을 조직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 따라서 여기서의 plan은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계획’이 아니고, co-ordinate ‘조직’에 가깝다. 또한 케인주주의식의 재정팽창을 통한 경기부양정책과도 다르다. 산업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조직해낼 것인가가 중요한 화두이다. 그 결과 스웨덴은 30년대 초반 잠깐의 적자재정 이후에는 균형재정을 유지했으며 경기 회복에도 성공했다.

- 이러한 플란후스호닝이라는 기틀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 복지국가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웨덴 하면 복지국가부터 떠올리는데, 그 이전에 비그포르스라는 이론가이자 정책가가 있었고, 전 사회적 혁신과정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 글을 제대로 읽어보시려면 프린트를 하셔야 할 겁니다. 강의 내용을 거의 다 옮겨 놓아버렸네요. 그만큼 하나도 빠뜨릴 부분이 없는 명강의였습니다. 저는 이번 강의를 통해 맑스주의의 역사결정론의 한계를 명확히 깨달았습니다. 유토피아는 아래로부터의 열망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지, 선험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리 어렵지도 않은 ‘잠정적 유토피아’라는 개념을 가지고 SNS 등에서 사람들의 열망들을 모아보는 실험을 해보는 것도 의미있겠다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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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과제리 2012-01-23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정말 완벽한 강연 후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강연 들으랴 내용 옮겨적으시랴... 짧은 시간에 어떻게 그게 가능하세요? 아... 책과 세계님께서는 놀라운 기억력의 소유자 이실지도 모르겠습니다.뒷풀이에서 책과세계님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들었었는데... 강연내용에 대한 깔끔한 정리가 돋보이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맑시즘부분에 대한 비판은 너무 길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긴 어렵지만... 정치에 대한 "네거티브적 열망"을 적절하게 집어내고 시민들에게 정치적인 소통, 각종 불만에 대한 일시적(?) 해소라는 "잠정적 유토피아"를 제시한 사례가 나꼼수가 아닐까 생각이 들더군요. 나꼼수에 대해서는 진보라 불리는 인사들도 좀 불편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던데요. 나꼼수의 담론에 100%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그 어떤 진보진영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낸 점에 있어서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가 딴 곳으로 새어서 죄송합니다. 책과 세계님의 닉네임인 책과 세계는 혹시 강유원씨의 "책과 세계"에 영향을 받으셔서 지으신게 아니실까 생각해봅니다. 혹시 아닌가요? ^^: 홍선생님은 강의 정말 재밌게 하시죠. 개인적으로 경제학 강좌 시리즈로 기획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봅니다. 제3섹터나 사회적 자본에 대한 연구는 많은 진전이 있으셨는지 궁금하구요. 2012년이 un이 정한 협동조합 해라고 하네요. 협동조합에 대한 도서가 출간 되고 있는데... 이론소개에만 그치고 있어 좀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에구 자꾸만 이야기가 딴곳으로 새는군요.) 좋은 하루 되시구요. 상세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책과세계 2012-01-25 13:12   좋아요 0 | URL
칭찬 감사합니다. 강의를 듣고나면 항상 정리를 하는 편인데, 공유도 할겸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제 아이디 강유원님의 '책과 세계' 맞아요.

책세상 2012-01-26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훌륭하십니다. 마치 이것은 교과서!

*
책과세계님, 저희 블로그에 댓글 남겨주신 것 확인했는데 성함과 연락처가 빠져 있어서 못 보내드렸습니다. 댓글 다시 부탁드릴게요~
 

1강만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매주 수요일에 있는 모임이 두 번 취소돼서 다 듣게 되었네요. 끝까지 다 듣고 나니 깊은 만족감이 듭니다.


특히 3강 강의를 듣게 된 게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가장 쉽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명강의였으니까요.


이전 강의들이 좀 지루하고 집중하기 어려웠던데 반면, 3강은 기본적으로 목소리도 크고 또박또박한데다가 대중적이고 교양적이었습니다. 그만큼 전문성이 떨어진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쉽고 일반적인 데다가 무엇보다 재미가 있었습니다.


책의 내용도 좋을 것 같네요. 여러분에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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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2012-01-20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새님, 안녕하세요.
3강 모두 참석하셨군요. 마지막 강의라도 재밌게 들으시고 만족감 느끼셨다니 다행입니다.ㅠ
책도 즐겁게 보시기를 바랍니다.

톰과제리 2012-01-23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전 강의들엔 참석해보지 못해서 1,2강 저자분들의 강연에 대해서 어떠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홍선생님의 강연을 들으면서 느낀 건 어쩜 그리도 쉽게 잘 설명해주시는지... 전 이전의 홍선생님의 강연들에 비하면 좀 아쉬웠습니다. 맑시즘 부분에 대해서 예상외로 많은 시간이 할해되어 비그포르스의 "잠정적 유토피아" 정치사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적었던게 아닌가 해서요. 그리고 홍선생님 특유의 중간 중간의 농담(?)은 강의의 긴장을 풀어줌과 동시에 또하나의 즐거움을 선사하거든요. 이전 강연에 비해 그런 부분이 없어서 전 좀 아쉬웠습니다. 후기 잘 읽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앞서 톰과 제리님이 너무 자세히 정리를 해주셔서 더 이상 요약 후기는 필요 없을 것 같네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거대한 전환]에 비해서,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밀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죠.

사회주의와 막시즘이 다르다는 점에서는 공감을 하지만,

막시즘을 유령이라고 평가하는 부분에 대해서 공감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저는 막시스트가 아닙니다.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에 있어서, 막시즘의 견재가 없었다면 지금의 복지담론과 같은

수정자본주의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이후 100년동안 유령으로 떠돈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활동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잘못된 단어의 선택이지만,

우파로 상징되는 보수파의 경우 자본과 권력이 가지는 응집력으로 뭉치는 것이고,

좌파로 상징되는 진보(이단어도 적합하지 않지만)파는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겠죠.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구. 이념과 행동의 문제이니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혁명 밖에 다는 이야기죠. 그것이 볼세비키 폭력혁명이든, 촛불집회 같은 비폭력 혁명이 되든...

그런 혁명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사회주의자나 막시스트가 추구하는 유토피아는 비현실적이고,

스웨덴식 잠정적 유토피아는 현실적이라는 논리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웨덴이 국민들이 유토피아에 살고 있다면 사민당 이외의 다른 당이 존재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다른 말로,

스웨덴이 우리나라에 비해서 사회적으로 더 평등하고 잘 살지만, 그래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데

우리나라처럼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고, 분단문제 등으로 외부의 압력도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통된 열망과 갈망을 뽑아낸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어느 순간. 터저나오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개인적 의견입니다. 논쟁은 사절입니다.

 

아쉬웠던 것은 홍박사님 뒷풀이에 참석했어야 했는데..

밀린 일이 많아서 참석 못한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하지만, 홍박사님이

세금 더 내기 운동을 하신다면 적극적으로 동참할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돈도 안 되는 책 출판하신 책세상에 감사드립니다.

이런 책이 많이 팔리는 사회가 된다면 유토피아가 따로 없을 것인데..

[고전의 세계], [니체 전집], [비트겐슈타인 전집]은  절판시키지 마시구요..

책 많이 팔리는 책세상이 올 때까지 버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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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2012-01-19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준님,
강의 계속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평가나 ‘잠정적 유토피아’의 현실적 유효성...등에 있어,
홍기빈 선생님의 견해가 유일한 정답이라기보다 우리 사회에 하나의 유력한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를 고민하고 모색하게 해주지 않나, 증세 운동도 그런 맥락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살포시 해봅니다.

마지막 말씀도 너무 감사드립니다. ^^*

톰과제리 2012-01-23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후기 잘 읽었습니다. 저도 이준님의 말씀에 많은 부분을 동의 하는 바입니다. 유토피아가 현실적 비현실적이다는 논쟁보다는... 홍선생님께서 지적해주신 "네거티브 욕망"의 해결이 가장 중요한 듯 보입니다. 이것도 글로 이야기하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요. 한국의 경우 빈부의 격차도 심하지만 공통적인 열망과 갈망은 충분히 뽑아낼 수 있다고 생각 됩니다. 다른 건 몰라도 교육문제 만큼은 빈부를 막론하고 문제의식의 공유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아무튼 네거티브적 욕망의 해결과 점진적인 변화... 그것에 대한 고민의 시작을 위한 자리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2시간의 남짓의 강연으로는 강연에 많은 기대를 하고 오신 분들의 고민을 해결하기엔 무리가 있었단 생각이 들구요. 그에 대한 한계가 저자의 도서 내용 요약 정리에 미치는 점이 늘 안타깝습니다. 뒤풀이 자리에 함께 하셨었다면 이준님의 고민에 대해 홍선생님의 생각을 잘 들을 수 있었을텐데 아쉽습니다. 물론 저도 뒤풀이 자리에서 궁금한 건 많았었지만 기본소득에 대한 질문 밖에 드리지 못해서 좀 아쉬웠어요. 좋은 후기 잘 읽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