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언제까지 올리는지 몰라서 헷갈리다가 15일에 쓸자료도 빨리 올려야 한다는 거 듣고 급 올립니다~.
sherpa님에게 메일로 보낸 버젼에서 아주 조금 손봤고,메일 보낼때의 길이가 2페이지 반정도라서, 2페이지로 줄였습니다.
빗금 아래부터 내용입니다.
---------------------------------------------------------------------------------------------------------
내 안의 아이 안아주기_바로 당신의 눈앞에_안세열_
[바로 당신의 눈앞에]_2011 SPAF (서울국제 공연예술제)
이 공연은 '갑 스쿼드'와 '캄포'라는 창작집단이 협업해서 만든 작품이다.
프로가 아닌 7명의 아이들이 무대위의 유리로 둘러싸인 네모난 세트안에서 공연한다. 아이들은 구석 에 설치된 비디오를 통해서 나오는 지시에 따라 말하고 움직인다.세트는 특수유리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세트밖의 관객을 볼수 없다. 아이들이 보는 건 세트안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일 뿐이고, 관객은 세트밖의 객석에서 세트안의 아이들을 볼 수 있다.
비디오의 지시는 아이들에게 19살이 되었을때, 30살이 되었을때,45살이 되었을 때, 그리고 노인이 되고 죽을때등등 이런 저런 상황에 처했을때 어떨 것 같냐고 묻고 연기를 하게 시킨다. 아이들은 각각의 나이에 맞춘 자신들의 미래를 즉흥으로 연기하게 시킨다.
-----------------------------------------------------
<넌 19살이 된다면 뭘 할수 있니?>->지금부터 <>안은 비디오의 지시사항입니다.
“비키니 13벌을 가질수 있어.해변에 가서 수영복을 입고 돌다니면서, 수영은 안 할수도 있어.
섹스를 할수 있고, 임신을 할수 있고, 월세를 내야 하고 운전을 할수 있고, 투표를 할수 있고, 도박을 할수 있고, 감옥에 갈수 있고, 내 한계를 알아낼 수도 있지. 사람을 고용해서 내가 가진 문제를 진단하게 할수도 있어.”
--------------------------------------------------
<모든 사람이 웃는다. 타샤만 빼고.><모두 타샤를 봐.><타샤, 모든 사람에게 네가 가지고 있는 신제품에 대해 말해.>
타샤는 핸드백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사람들에게 그 물건이 얼마나 대단한 물건인지 설명하는 시늉을 한다.
이 연극 전체에서 가장 슬프고 끔찍한 장면이었다. 아이들이 연기하는 설정이 딱 나를 비롯한 어른들이었다. 자기가 어떻게 보이는지를 신경쓰고,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를 걱정하는 건 나이가 들수록 더 심해졌다.
----------------------------------
<45살이 되면되면 뭘 할수 있니?>
“모터사이클한대를 사고 중년의 위기를 부정할수 있고, 내가 젊었을때 어찌어찌 했다고 뻥을 칠수 있지.”“수면제를 먹을 수 있어.”
“간단한걸 계산할 때 전자계산기를 쓸수 있고, 몸에서 악취가 날수 있고, 친구들과 만나 하룻밤을 예전처럼 놀수있고, 섹스를 애들이 잘 때를 틈타 할수 있고 45살이란 건 그냥 숫자일 뿐이라고 주장할수 있어.
내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내 아이들에게 어떤 옷을 옷을 입으라고 시킬 수 있지”
어른이 된다는 건 특별히 멋있는 일은 아니다. 남들에게 멋있게 보이기 위한 연기를 하기에는 적당한 여건을 갖추게 되지만.
------------------------
<너희들이 예상했던 대로 일이 안풀렸어? 뭘 기대했지?>
“그와 결혼할 수도 있었지.”“그녀와 결혼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지.”
“더 많은 다른 친구들을 사귈 수도 있었지.”“그 애의 충고를 들을 수도 있었지.”“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걸 할 수도 있었지.”
그리고 모두가 춤춘다. 퀸의 ‘돈 스탑 미 나우.’를 배경음악으로.
한명씩 바닥에 쓰러지고, 마지막 한 명이 쓰러지면 암전되고 공연은 끝난다.
공연이 다 끝난 다음에 이어진 작가와의 대화에서 기획자는 ‘이 공연속의 아이들은 자기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비디오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움직인다.
아이들은 미래에 대해 궁금해했고, 자신이 뭔가 특별한 사람이 되거나,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특별하게 생각할 거라고 기대했다.
아직 세상을 충분히 살아보지 않은 사람 특유의 ‘나는 반드시 승리할 거야’, 혹은 ‘나는 남과 다른 인생을 살 거야. 어떤 방식으로든 다른 삶일 거야.’라고 믿는 태도가 보였다. 초등학생에게 어느 대학교 갈거냐고 물으면 대부분 서울대에 가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다만 눈가에 달마시안처럼 큰 점을 그린 ‘로브’라는 이름의 작은 남자아이는 예외였다. 그 아이는 카메라를 향해서 ‘난 네가 싫어, 네가 보잘 것 없어.’라는 말을 되풀이했는데, 어른이 된 미래의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도 ‘넌 결코 어른이 될 수 없을 거야.’라는 말이었다. 부정적인 쪽의 치기라고 하기에는 어색했다. 이미 냉소가 아이의 성격이 되어버렸고, 얼굴표정이 되어 버렸다.
사실 나는 어렸을 때 텔레비전에서 시트콤을 보는게 무척 싫었다. 주인공들은 시도때도 없이 화면안에서 ‘자기가 얼마나 밝고 시끄럽게 웃을수있는지 경기라도 하듯이’웃고 있었다.
주인공이 아닌 나머지 사람들은 활짝 웃고 있는 주인공들의 시녀나 하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화가 났고, 왜 나의 하루하루는 웃음과 행복으로 채워지지 않았는지가 억울했다. 내가 시트콤에 출연한다면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로브’를 보면서 어렸을 때의 내 모습이 겹쳐졌다. 난 반항심에 표정을 구긴게 아니었고, 그냥 어쩌다 보니 표정이 구겨져 있었고 주변에서도 내가 밝고 행복한 아이가 아니라는 걸 쉽게 알아차리곤 했다.
어른들이 아이를 보고 해석하려는 노력은 항상 재미가 없고 끔찍하다.모든 어른은 틀림없이 어린시절을 거쳤지만, 이미 어른이 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걸 자기기준에서만 생각하고 끼워 맞추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른에게 어린이는 어쩌면 외계인과도 같다.
이 공연이 특별했던 이유는 아이들이 어른을 연기하는 연기자로 나온다는 점이다. 어른이 된 관객의 눈에 유치하고 틀린 답으로 생각되는 걸 아이들이 말하는 걸 보면서 '나는 저게 틀린 답이라는 걸 알아.'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관객도 답은 모른다. 어른 연기자가 무대에서 움직인다면 객관적으로 보고 틀린 답을 비웃어 넘길수도 있지만, 아마츄어어린이 연기자의 한계때문에 무시할수가 없다.
어린이도 관심이 필요하지만, 나를 포함한 각각의 어른게게도 관심이 필요하다.
누구나 자기의 인생이 드라마이길 원한다. 내 사랑을 로맨스라고 말해달라고 트로트를 부르면서 애원하고, 자기의 손가락에 피가 난 상처, 자기마음에 새겨진 슬픔을 '너에게만 말하는 이야기'라고 하면서 옆에 있는 사람에게 자랑한다.
그렇지만 정작 자기의 상처를 깊게 들여다 보거나 찬찬히 생각하는 일은 별로 없다.
20살이 넘어서 내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할 때는 자기소개서의 '성장과정'을 작성할 때를 빼고는 별로 없었고, 그나마 성장과정을 적을 때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서 좋게 보이려고 스스로 편집을 하곤 했다.
‘바로 당신의 눈 앞에’를 보면서, 난 이 공연이 싸이코 드라마 같다는 생각을 했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계속해서 생각하게 되돌아 보게 만드는 공연. 싸이코 드라마를 본 적은 없고, tv에서 싸이코 드라마가 어떤 거라는 식의 말을 들은게 전부지만.
아이들이 무대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관객이 자신의 어린시절을 되새기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관객이 나이를 먹으면서 남들이 바라는 대로 행동하느라 신경을 쓰지 않았던 자기를, 어린시절의 자신에게 손을 내밀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