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원주에 이사 온 지 반 년이 넘어섰다. 몇 년 동안 남도의 기온에 익숙해졌던 난 원주에서의 겨울이 참 낯설고 추웠다. 그래도 박경리 선생님의 옛집이 같은 단구동에 있다는 걸 생각하면 슬며시 웃음이 나오곤 했다. 그리고 봄이 되어 박경리 문학공원에서 주최하는 소설 토지학교에 다니면서  박경리 선생님과 <토지>에 대해 구체적인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했다.

7월 2일 방영된 MBC 스페셜 내 어머니 박경리를 보고는 선생님이 단구동 집을 떠나서 돌아가실 때까지 살았던 매지리에 가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일요일 오후 비가 한두 방울 내렸지만 토지문화관을 찾아갔다.(집에서 20분 거리)  토지문화관이 처음 생겼을 때 남편 친구가 근무를 한 인연으로 몇 번 가본 적이 있다. 그때 밭에서 일하던 박경리 선생님을 먼발치에서 본 기억이 나는데...  

그리고 다시 찾은 토지문화관에서 난 정말 마음이 아팠다. 얼마 전 다녀온 통영과 하동에서 보고 온 박경리 선생님은 정말 귀하디 귀한 분이었다. 지자체에서 얼마나 선생님을 추모하고 <토지>를 귀하게 여기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만큼 도시 곳곳에 박경리 선생님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박경리 선생님이 <토지> 4, 5부를 쓰고 26년을 사신 선생님의 집, 주인을 잃은 집이 황폐해 보였다. 일반 독자로서 선생님이 그리워 찾아간 선생님의 집에서 난 목이 메었다. 겉모습이 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최고의 작가가 살다 간 집이 너무 쓸쓸해 보여서...  

토지문화관은 선생님이 단구동 집에서 옮겨오면서 후배들의 창작을 위해 지은 공간으로 대부분 선생님의 인세 등 사재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토지문화관 올라가는 길.


문학관이 아닌 문화관이다. 문학뿐만 아니라 문화를 모두 끌어안은 선생님의 마음이 보이는 명칭이다.


토지문화관 마당에서 바라본 풍경. 


IMF 때 건물 시공자를 찾다가 현대건설을 찾아가 부탁하니 정주영 회장은 "비나 안 새게 지어 드리겠다"며 겸손해했다고 한다. 그런데 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습기가 안 차는 거라고.

  토지문화관 1층의 모습. 오른쪽에 강당이 있고, 왼쪽엔 선생님의 유품 전시실이 있다.  


사고(思考)하는 것은 능동성의 근원이며 창조의 원천입니다. 그리고 능동성이야말로 생명의 본질인 것입니다. 하여 능동적인 생명으로 있게 하기 위하여 작은 불씨 작은 씨앗 하나가 되고자 합니다. 토지문화재단 설립의 뜻입니다. 


왼쪽으로 들어서면 아주 작은 선생님의 유품 전시실이 있다. 오래되고 낡은 선생님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있자니 선생님의 손길과 화려한 것을 싫어했던 선생님의 소박한 삶이 느껴졌다.




박경리 선생님이 국어사전, 나무장과 더불어 평생 소중하게 생각하셨던 재봉틀. 지금도 선생님의 옷장에는 손수 지어 입던 옷이 가득 들어 있다고 한다. 소설 토지학교에 강의를 하러 오신 한 교수님은 그 옷들을 꺼내 패션쇼를 해도 될 정도라고 하셨다.


선생님의 손때가 잔뜩 묻은 담배갑, 안경집, 만년필... 이걸 보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더라.


50년 넘게 써서 너덜너덜해진 국어사전.  

 



꼼꼼한 기록을 볼 수 있는 친필 원고. 
  선생님의 유품실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오면 뒤에 건물이 하나 더 있다.

 앞건물과 이어져 있는 작가들의 창작실이다. 작가들을 위한 창작실은 박경리 선생님이 평생 숙원하던 일이었다고 한다.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은 이곳에서 머물며 창작을 위한 활동을 할 수 있다.  


토지문화관 오른쪽으로 있는 선생님의 집. 작가들은 밤늦도록 불이 켜져 있는 선생님 방을 바라보며 창작 의지를 불태우고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을 키웠다고 한다. 


선생님 집 앞에 있는 장독대. 저 많은 장독대에는 선생님이 아낀 후배 작가들의 밥상에 올리기 위해 장만한 것들이 담겨 있다. 박경리 선생님은 절대로 냉정한 분이 아니었다. 이렇게 후배들과 독자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분이었다.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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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0-07-06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관 풍경을 꼼꼼히도 찍어서 기록하셨네요.
당연히 찾아가서 관람을 해야만 예의겠지만 님의 사진과 글만으로도 모든 것을 헤아리고 남음직합니다. 쌩유 ^*^

순오기 2010-07-07 23:20   좋아요 0 | URL
전호인님, 문학관이 아니고 '문화관'이라니까요.^^
작년에 내가 간단히 올렸던 페이퍼보다 많이 많이 충실한 패이퍼에 감사하며 추천 꾸욱~
위대한 작가를 알아주는 단체장이나 공무원이 있다면 원주도 달라지겠죠.

전호인 2010-07-07 09:16   좋아요 0 | URL
아, 이런이런.ㅜㅜ
처음엔 문화관이라고 했다가 어 아니가 싶어서 간판은 보지도 않고 문학관으로 수정했네요. 쩝.
전호이가 아니라 전호인입니다. ㅋㅋ
메렁^^
아마도 최종원씨가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이광재지사가 도와주면 더 발전된 문화정책이 나올겁니다. 탄광지역 예술촌이 백지화되고 사행성 오락시설과 먹거리판으로 돌려놓는 유장관같은 몰지각은 없어야 겠지요. ㅎㅎ

소나무집 2010-07-07 10:52   좋아요 0 | URL
전호인 님, 순오기 님은 잘못된 건 절대 그냥 안 넘어갑니다요.^^ 그런 분이 닉네임 오자 내니까 넘 재미있지요?
주변인들의 권유를 물리치고 문학관이 아닌 문화관이라고 이름 지은 데에는 박경리 선생의 아주 깊은 뜻이 있답니다. 문학뿐 아니라 모든 창작인들에게 문을 열어놓겠다는 의미요.

소나무집 2010-07-07 10:57   좋아요 0 | URL
최종원이 당선되면 좀 변할까요? 원주에 아파트 좀 그만 짓고 박경리 선생 선양 사업이나 했으면 좋겠는데 새로 바뀐 시장님한테 탄원서라도 올려볼까 싶어요.ㅠㅠ

순오기 2010-07-07 23:23   좋아요 0 | URL
하하~ 전호이님으로 개명하심이 어떠실지.ㅋㅋㅋ
댓글을 보기 전에 앗~ 틀렸구나, 얼른 수정했더니 댓글이 줄줄이~^^
소나무집님, 아무한테나 틀렸다고 말하지 않아요.
나름 관심두고 사랑하는 분께만 한다고요.^^

하늘바람 2010-07-06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저도 다녀온듯하네요
여행 작가하셔도 되겠어요

소나무집 2010-07-07 10:42   좋아요 0 | URL
가까이 있으니 이런 거라도 해야지요.^^
여행 작가요? 누가 저 좀 밀어줬으면 좋겠어요.ㅋㅋㅋ
 

토요일 어린이대공원 돔아트홀에서 열린 김제동 토크 콘서트에 다녀왔다. 얼마전 3년 만에 모인 친구들 모임에서 "김제동 공연 갈까?" 하는 말이 나왔고, "그래, 가자"로 말이 모아져 8일 만에 또 뭉쳤다. 대부분 돈 버는 것과는 거리가 먼 아줌마들이기에 6만원이라는 입장료가 엄청났지만 일 년에 한 번 나를 위해 쓰는 돈인데...라며 당당해졌다. 

그녀들은 내가 처음 원주 와서 살 때 원주여성민우회 동화읽는소모임을 통해 만난 친구들이다. 난 큰아이는 업고 작은아이는 뱃속에 있을 때였지만 열심히 활동했다. 지금은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어 자주 만나기도 힘들고 민우회랑도 멀어져 있지만 아이들을 함께 키운 민우회 모임을 생각하면 고향 같다. 

김제동은 갑작스럽게 열린 이번 공연은 한국여성민우회를 후원하는 공연이라서 수락했다고 한다. 김제동은 2005년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주는 푸른미디어상(언어상)을 수상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김제동 님은 사투리 화자가 주는 친근함으로 말의 장단과 고저가 부드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언어가 난무하는 연예오락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도 바른 언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돋보인다. 반짝이는 기지와 날카로운 비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축적된 특유의 유머로 보는 이에게 자극적이거나 말초적이지 않은 넉넉한 서민적 웃음을 전달한다. 때문에 그는 늘 편안한 분위기로 시청자들의 사랑과 공감을 이끌어낸다."(선정 이유)

개그 프로를 그닥 즐기지 않는 나는 티비에서 김제동이 진행하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를 본 건 그와 관련된 이러저러한 뉴스를 통해서다. 그러다가 요즘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해서 방송에 전혀 나갈 수 없게 된 사연 때문에 안쓰러워하고 있었다.   


원주에서 올라갔는데도 한 시간이나 먼저 도착해서 공연장 앞이 한산하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뜨거운 감자<고백> 뮤직 비디오가 나왔는데 이젠 1박 2일에 안 나오는 김C 아저씨가 넘 보고 싶어졌다. 


누군지 모르는 아이돌이랑 나와서 춤도 추고 그랬는데 본인도 이야기했지만 넘 어색했다. 

김제동을 처음 보고 놀란 건 사람이 참 작다는 것이었다. 키도 작고 눈도 작고 너무 말라서 어찌나 안쓰러워 보이던지... 하지만 김제동은 자신의 이런 신체 약점을 모두 개그 소재로 삼아 관객을 즐겁게 해주었다. "못 생긴 김제동 덕분에 잘 생긴 아무개가 대접 받는 거 아니냐, 못 생겼다고 욕하지 말자, 우주에 딱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니 내가 최고다, 그리고 비교는 부분적 차이를 확대시키는 결과를 낳으니 비교하지 말자."

김제동은 관람객의 연령대가 유치원생에서부터 70대까지인 관계로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더니 책을 많이 읽는 사람답게 역시 책으로 시작했다.<지식-e>에 담긴 팀버튼의 "개성이 강한 사람은 늘 세상에서 괴물 취급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길게 아주 웃기게 하면서.  


김제동 토크 콘서트에는 늘 초대 손님이 있는데 이 날은 김신영이 나왔다. 김제동은 김신영을 정말 좋은 아이라고 소개했다. 또 속이 깊은 소녀 가장이기도 하다고. 공연장에 와서 십분 전에 만났다는데 둘이서 한 시간 동안 주고받는 에드립이 몇날 며칠 연습한 것처럼 척척 맞았다.


김제동의 본격 토크는 초대 손님인 김신영이 들어가고 난 후부터였다. 김신영이랑 둘이서 주고받는 말장난에 '저러다 끝나는 거면 넘 허무하네' 그러고 있었는데...음, 역시 김제동이었다. 그후로 계속된 김제동 토크에 너무 웃어서 원주에 와서도 내내 머리가 아팠을 정도다.   

김제동은 언어, 특히 영어와 각 지방 사투리의 특성에 대한 이야기를 오랫동안 했는데 모두 끄덕뜨덕... 영어는 경험상 너무 어려서부터 안 해도 되고,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인 표준어만 강요하면 민중성이 살아날 수가 없단다. 이 썩을 놈아!- 아주 친환경적이고 애정이 듬뿍 담긴 욕이니 자주 써야 한다고. 가장 나쁜 욕은 "이 안 썩을 놈아, 이 PVC 같은 놈아! 요즘 이런 욕 들을 사람 많죠?" 라고 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아주 심한 욕이라며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박경리의 <토지>에서 한 대목씩 뽑아냈는데 그게 참 어찌나 시의적절했는지... 그리고 욕은 모난 부분을 잘라내서 둥글둥글하게 만들고 더 큰 갈등이 일어나지 않게 해주는 역할을 하므로 적절한 욕을 하면서 욕구불만을 해소하는 것은 좋지 않냐고 묻기도 했다.

정치판 이야기도 좀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쪽 이야기를 대놓고 하지는 않았다. 대신 관객들 편을 갈라 박수치기를 몇 번 시킨 후 잘한 쪽 못한 쪽으로 금방 분위기가 썰렁해지자 "편을 갈라놓으면 이렇게 금방 갈라집니다."라는 말로 요즘 세태를 풍자해주었다.

김제동이 은평 보궐선거에 나올 거라는 설에 대해 어이없어 하면서 자신은 나이가 들면 친구들이 많은 고향에 내려가서 동네 이장을 하는 게 꿈이란다. 김제동 같은 사람이 정치를 하면 국회가 늘 웃음으로 가득 차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드는데... 지금은 개성이 강한 아이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관객들을 불러내어 즉석 춤추기도 시켰는데 용감하고 대범한 분들 넘 많더라. 한 분이 전북 완주의 한 초등학교 토크 콘서트를 섭외하러 왔다고 하니까 1년 안에 가겠노라고 즉석에서 허락하기도.  

내가 앉은 자리가 중간 이후여서 사진 상태가 모두 멀다. 김제동은 원래 관객 200명 이하의 소극장에서만 공연을 했는데 이번처럼 다양한 연령층이 몇천 명씩이나 모인 곳에서의 공연은 처음이라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며 웃겼다.


냉방이 시원찮은 공연장은 엄청난 관객들의 웃음과 함성으로 무지하게 더웠다. 김제동은 조명 받아가며 세 시간 동안 떠들어대니 얼굴에선 땀이 비오듯 쏟아졌는데도 불평 한마디 안 했다. 

세 시간의 공연이 다 끝나고 무대 뒤로 들어갔던 김제동이 앵콜 외침에 기타를 들고 다시 나왔다. 노래는 잘 못하지만 김광석을 좋아한다며 <일어나> 1절을 부르며 흥분된 공연장의 분위기를 가라앉혀주었다. 다시 일어나고 싶은 요즘 김제동의 마음이 들어 있는 것 같아 더 짠하다.

       일어나                  -  김광석
 
검은 밤의 가운데 서 있어
한치앞도 보이질 않아
어디로 가야 하나 어디에 있을까
둘러봐도 소용없었지
인생이란 강물 위를 뜻없이
부초처럼 떠다니다가
어느 고요한 호숫가에 닿으면
물과 함께 썩어 가겠지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김제동 토크 콘서트를 보고 난 느낌은 관객과 함께 어울려서 고통마저도 즐거운 웃음으로 승화해내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별 의미 없이 실컷 웃고 난 다음에야 뼈가 있었구나 되새기게 만들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힘들어하지 않게 하는 참으로 편안한 사람. 

그가 떠나가는 관객들을 향해 던진 마지막 말은 "여러분, 걱정하지 마십시오. 김제동 잘 살고 있습니다." 그래요, 꿋꿋하게 보란듯이 잘 살아주세요! 끝까지 당신을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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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07-05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추천 꾸욱~누르고 갑니다.

소나무집 2010-07-06 06:5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꿈꾸는섬 2010-07-05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장료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6만원이 아깝지 않은 콘서트였군요.^^

소나무집 2010-07-06 06:52   좋아요 0 | URL
아줌마들 부들부들 떨게 만드는 돈이었지만 공연 보고는 모두 아까워하지 않았어요.^^

2010-07-05 1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06 0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0-07-05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을 낮추어 다른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참 아름다운 사람이죠?! ^^


소나무집 2010-07-06 06:56   좋아요 0 | URL
네, 아름다운 사람.
김제동 씨는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사람 멋진 사람이었어요.


임걱정 2010-07-05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내가 여자면 제동이랑 결혼한다. 물론 제동이가 싫어하겠지만...ㅋㅋㅋ

smilepost 2010-07-05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꼭 한번 김제동 토크쇼 보러 가야겠네요 잘봤습니다.

소나무집 2010-07-06 06:58   좋아요 0 | URL
네, 소극장에서 공연할 때 보러 가세요.

엘리자베스 2010-07-06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갔다 오셨군요. 페이퍼 올린 거 보고 침만 흘렸었는데...
역시 행동으로 보여주시는군요.
김제동이 만든다는 대안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합니다.
15분 공부하고 45분 쉬는 시간을 주어서 그 쉬는 시간 동안은 온전히 사람하고만 놀게 할 거라고 했다는데... 참 김제동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나무집 2010-07-06 07:01   좋아요 0 | URL
발빠른 친구 하나가 표 다 구해놓고 "와!!" 하니 안 갈 수가 없었어요.
김제동은 개성이 강한 아이들이 괴물 취급을 받지 않는 대안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했어요. 15분 공부하고 45분이라... 지금 아이들에겐 꿈 같은 학교네요.

순오기 2010-07-06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제동, 참 심지 깊고 반듯한 젊은이지요.
작은 눈으로 보는 세상이야기에도 깊은 뜻이 담겨 있고요...
님 덕분에 김제동토크쇼~ 잘 감상했어요.^^

서울까지는 못 가고, 광주에서 하면 꼭 가보고 싶어요.

소나무집 2010-07-06 17:02   좋아요 0 | URL
네, 정말 심지가 깊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었어요.
엄마랑 누나 다섯 이야기가 들어 있는 영상도 보여주었는데 그게 더 친근하게 느껴졌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도 넘 좋아 보이더라구요.
소극장에서 공연할 때 가세요. 김제동 씨의 참맛은 소극장 공연에 가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공연은 워낙 사람이 많아서 김제동 씨도 힘들고 본인의 끼를 다 보여주지도 못하지 않았나 싶어요. 다음에서 다녀간 사람들 숫자를 보니 김제동 씨의 인기가 실감나네요.

내가하면민주화 2010-07-06 0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과거정부때 심현섭 현정부때 김제동...
먼저한넘 나중한넘...
다 개구리 올챙이시절 모르느걸 왜 나만 스캔들로 주장할까.

이루터 2010-07-06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김제동의 토크쇼를 인터넷 동영상으로 보았으면 참 좋겠다.
김제동씨의 용감한 아니 정직한 그 참모습을 보고싶다.
김제동, 화이팅!

동화 2010-07-06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귀한 소식 정말 고맙습니다. 직접 현장에 없었지만, 마치 현장의 뜨겁고 속시원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김제동씨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잇고, 또 이렇게 전달하시는 분이 계시니 우리 사회는 희망이 있어요. 힘내고 겨울을 이겨냅시다.

전호인 2010-07-06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괜찮은 친구입니다.
웃음에 철학을 가미한다고나 할까요?
말한마디 한마디에 뼈가 있어서 깊게 생각할 수록 묘미있는 웃음을 유발하는 친구같아요.
그래서 좋아합니다.
입장료가 좀 비싸다싶었는데 님의 글을 읽고 나니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밀려듭니다. ^*^

소나무집 2010-07-07 10:45   좋아요 0 | URL
정말 괜찮은 성실한 분이었구요, 소극장 공연할 때 가서 보시면 아주 좋을 것 같아요. 소극장 공연할 때는 관객석과 무대 구분 없이 돌아다니면서 소통하는데 이번 공연은 사람이 넘 많아서 그런 재미는 좀 별로였어요.

소나무집 2010-07-16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재 개설 이래 조용한 내 서재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추천을 해준 글은 처음일세그랴. 그동안 큰 의미 없이 다음으로 글보내기를 했는데... 김제동이 그만큼 대중적이고 사랑받는다는 의미겠지. 앞으로 빨랑 세상이 바뀌어서 방송에 복귀하고 장가도 갔으면 좋겠다. 제동 씨 홧팅! 놀라운 일이라서 기록.^^

프레이야 2010-07-15 0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제동 토크콘서트가 어떤 건가 했더니
우연히 님의 이런 페이퍼를 찾게되네요.
난 이걸 왜 이제야 봤다지요? ㅎㅎ
이곳 부산에 26일 합니다. 신청해뒀어요.
너무 기대돼요.^^

소나무집 2010-07-16 00:47   좋아요 0 | URL
제가 간 공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느낌 전달이 잘 안 됐어요. 제동 씨 토크는 혼자가 아니라 관객들 사이를 종횡무진 돌아다니면서 묻고 대답하면서 같이 진행하더라구요. 소극장 공연이면 더 좋을 거예요.^^
다녀와서 글 올려주세요.

한국여성민우회 2010-07-15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트랙백 걸기가 안 되어서 댓글 남겨요~ 감동적인 후기 잘 보고 갑니다. 저희 블로그에도 후기 올렸어요^^; 원주여성민우회 화이팅!!

소나무집 2010-07-16 00:48   좋아요 0 | URL
우와~ 영광입니다. 민우회 본부에서 찾아오시다니.... 그날 준비하신 모든 분들 수고하셨어요. 다음엔 권해효 같은 분 연극도 준비해 보세요.
 

원주에는 패랭이 그림책 버스가 있다. 패랭이 그림책 버스는 그림책 작가이자 번역가이면서 시인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이상희 샘께서 시작한 아주 작은 도서관이다. 폐차된 버스를 재활용해서 만든 이 도서관은 박경리 문학 공원 정문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니 아이가 없어도 한 번쯤 들어가고 싶어진다. 

지난 월요일 그림책 버스에서 <오리가 한 마리 있었어요><고사리손 요리책> 등으로 알려진 그림책 작가 정유정 샘을 초대했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으면서 패랭이꽃 그림책 버스 자원활동가인 엘리자베스 님과 함께 강연회에 다녀왔다.  

엘리자베스 님은 원주로 와서 가장 먼저 알게 된 이웃이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것 같다며 댓글을 한두 번 남겼는데.. 어느 날 슈퍼 앞에서 어여쁜 아줌마 하나가 선우엄마도 지우엄마도, 김ㅇㅇ씨도 그냥 아줌마도 아닌 "소나무집님!" 하고 불러서 어찌나 놀랐던지.  

내 페이퍼에 올린 사진 덕분에 대번에 알아볼 수 있었단다. 같은 아파트에 알라딘 식구가 산다는 사실도 놀랍고 우연히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그랬다. 절대 나쁜 짓을 하고 살면 안 된다는 교훈도 얻었고... ㅎㅎ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르므로. 


박경리 문학 공원 2층 사랑방이  꽉 찼을 정도로 선생님에 대한 인기는 대단했다. 패랭이 그림책 버스 회원과 나처럼 함께 온 사람들로... 특히 필리핀에서 시집 온 엄마 두 명이 맨 앞에 앉아 열심히 선생님 말씀에 귀울이고 있는 모습도 정말 예뻤다.


정유정 샘은 <세상에서 가장 힘센 수탉> <솔이의 추석 이야기>를 쓰신 이억배 샘의 아내라는 사실을 이 날 처음 알았다. 선생님 부부는 서울에서 살다 IMF를 겪으면서 도저히 서울에서는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경기도 안성으로 이사한 후 텃밭 농사를 지으며 살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그림책을 만들며 살고 있다고...  


그래서 선생님의 그림책에는 시골 살며 얻은 소중한 경험들이 들어 있다.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며 살아서 그럴까? 참말로 편안하고 다정다감해서 팔짱 끼고 산책이라도 나서고 싶은 마음이 드는 작가였다.

<오리가 한 마리 있있어요>는 시골 생활에 적응하느라 힘든 무렵 마당으로 찾아온 오리를 보며 쓴 작품인데 성장을 위해 현재의 안락한 삶을 버릴 줄 아는 작가의 모습이기도 하다고.  

<딸기 한 포기>는 딸기를 키우다 보니 열매라는 것은 사람 혼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 느낌을 그림책으로 썼다고 한다.  

<고사리 손 요리책>은 선생님의 데뷰 작품으로 아들을 임신했을 때 그림을 그렸는데 그 덕인지 아들이 요리를 좋아하고 수학을 무지 잘하는 걸 보면 뿌듯하다고. 책 속에 니오는 세 아이는 선생님의 아들 딸과 친구인 권윤덕(만희네 집의 작가) 샘의 아들이라고. 

<바위나리와 아기 별>은 친구가 없이 어린 시절을 보낸 선생님은 초등 3학년 때 만난 이 이야기에서 바위나리의 외로움을 공감했고, 보림에서 그림책으로 나온다고 했을 때 자청해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정유정 샘의 그림책들. 작가를 알고 책을 보니 책이 더 좋아지고 안 보이던 것들도 관심 갖고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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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0-06-30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뜻깊은 시간 보내셨군요.
작가와의 만남은 왠지 충실한 시간을 보냈다라는 감정이 들게 합니다. ^*^

소나무집 2010-07-01 09:49   좋아요 0 | URL
작품을 쓴 과정 이야기를 듣고 나면 그 책에 더 애정이 가더라구요.^^

엘리자베스 2010-06-30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 정리의 달인이십니다. 함께 해서 더욱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소나무집님 가시고 난 후에도 정유정샘은 사인하시느라고 약 한 시간 가량 더 계셨답니다. <오리가 한 마리 있었어요>는 원주에서 다 팔린 것 같다며 웃으셨죠.
팔 정말 많이 아프셨을 거예요.
다음 강연회때도 함께 가요~~

소나무집 2010-07-01 09:53   좋아요 0 | URL
뭔 달인씩이나...
우리 얘들이 작가 사인 받은 책 보고 좋아했어요. 땡큐~
팔은 아팠지만 인기 작가임을 확인하면서 흐뭇해하셨을 것도 같아요.

꿈꾸는섬 2010-07-01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유정 샘 책은 아직 못 봤네요. 이억배 샘 책은 봤는데 말이죠.ㅎㅎ

소나무집 2010-07-01 10:13   좋아요 0 | URL
현수 또래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들이에요.
<바위나리와 아기별>은 초등 2학년 국어책에도 나온답니다.
<고사리 손 요리책>은 아이들이랑 책 보면서 요리하면 좋을 것 같구요,
<내가 만난 나뭇잎 하나>는 주변에 있는 나무에 관심를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아주 좋은 책이에요.

세실 2010-07-01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두 분 다 유명하시잖아요. 부부셨군요.
요즘 좋은 강의 들으면 정말 행복해져요.

소나무집 2010-07-02 10:50   좋아요 0 | URL
책 따로 사람 따로 알다 보니 <바위나리와 아기 별>을 쓰신 분이 정유정이라는 사실도 저기 가서 알았어요.ㅜㅜ

같은하늘 2010-07-02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유정 선생님과 이억배 선생님이 부부셨군요.
소나무집님은 행복하시겠어요.^^

소나무집 2010-07-03 11:22   좋아요 0 | URL
부부라고 해서 와~ 했어요.
돈은 많이 못 버는데 두 분 다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하다 보니 행복해 보였어요.
저렇게 행복한 삶을 사는 분들을 만나고 오면 저도 행복해지고 아이들에게 더 좋은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 실천이 안 돼서 문제긴 하지만...
 

동피랑 마을은 소설 토지 수학여행으로 통영에 갔을 때 딸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곳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유치환, 김춘수 문학관에서는 지겨워 죽으려고 하더니 동피랑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얼굴에 환한 웃음이 피어올랐다. 

'동피랑'은 통영의 대표적인 어시장인 중앙시장 뒤쪽 언덕에 있는 마을인데 ‘동쪽 벼랑’이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라고 한다. 강구항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산동네 마을인 이곳은 이순신 장군이 설치한 통제영(통영이라는 지명은 통제영에서 제를 뺀 이름)의 동포루가 있던 자리로 마을을 철거한 후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2007년 통영의 한 시민단체에서 ‘동피랑 색칠하기 전국벽화공모전’을 열었고, 미술대 학생 등이 낡은 담벼락에 벽화를 그려 새로운 마을로 탄생하게 되었다. 벽화로 꾸며진 동피랑 마을이 알려지면서 명소가 되자 통영시는 동포루 복원에 필요한 집 3채만을 헐고 마을 철거 계획을 철회하였다고 한다. 다른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들 덕분에 오래된 마을이 유지되고 예술 마을로 변신 했으니... 여기서 박수 짝짝짝~ 

이주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주비를 주고 있으나 많은 사람들이 아름답게 변한 동피랑 마을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드문드문 빈 집은 예술인들에게 임대를 해주고 있는데 현재 이 마을 한 집에 소설가 강석경이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고 했다. 






경상도 사투리 너무 어려워~  




담벼락에 이렇게 예쁜 그림을 그려놓고 살면 하루하루를 아름답게 살 수밖에 없을 것 같아~ 






그림의 한 부분처럼 서 있는 딸아이~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면 구판장이 있다. 이곳에서 시원한 음료수 같은 걸 판다. 


쌈지교육장은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곳인데 학생들이 나와서 자원봉사를 하는 듯했다. 


구판장에서 바라다 보이는 통영 강구항의 모습. 


















딸아이가 이걸 보더니 외할머니댁에 가서 우편함에 이렇게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그림이 없었다면 언덕지고 비탈진 이 길을 오르면서 힘들다고 푸념이나 했을 텐데 죽어가는 동네에 생명을 불어넣은 예술은 정말 위대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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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06-21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하하하에서 보았던 풍경이에요. 가보고 싶은 곳이에요.^^

소나무집 2010-06-22 06:47   좋아요 0 | URL
영화에도 나왔던 곳이이군요.
벽화가 없었다면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을 가난한 마을의 변신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엘리자베스 2010-06-21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왕자와 스펀지밥의 만남! 생각만 해도 웃기네요.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네요.

소나무집 2010-06-22 06:56   좋아요 0 | URL
그 그림이 그려진 골목에서 딸아이랑 한참 놀았어요. 울 딸이 넘 좋아해서. 자기도 이런 벽화 그림 그려 보고 싶다고 ... 나중에 기회 되거든 통영 여행 한 범 가봐요. 통영은 한 번 가면 들를 곳이 아주 많아요.
원주에도 이런 벽화 마을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개운동이나 우산동 같은데...

같은하늘 2010-06-22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에서 보았는데 너무 가보고싶은 곳이예요.
이렇게 열심히들 다니시는거 보면 너무 부러워요.

소나무집 2010-06-22 06:50   좋아요 0 | URL
TV에 나온 적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곳인지 몰랐어요. 수학여행 스케줄에 있어서 갔는데 정말 좋더라구요. 맨날 놀러나 다니면서 사는 팔자 좋은 아줌마로 생각하실 것 같아요.ㅜㅜ

순오기 2010-06-22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금이샘이 다녀와서 블로그에 사진 올렸었는데 못 보셨나요?^^
나도 통영은 못 가봐서 언제든 꼭 가볼거에요.
이우~ 이쁘고 자연스러운 벽화가 동네랑 잘 어울려 좋으네요.
님 덕분에 토지마을과 동피랑까지 잘 봤어요. 고마워요~~
선우가 그려낼 벽화도 기대되고 외할머니댁의 우편함 벽화도 완성되면 인증샷 필수예요.^^

소나무집 2010-06-23 08:57   좋아요 0 | URL
이금이샘 블로그에서 못봤어요.
동피랑 마을 정말 예쁘죠?
그림 덕분에 절망의 마을에서 희망의 마을로 변했어요.
통영은 문학 기행으로 갈 곳이 정말 많아요.
유치환 생가랑 김춘수 기념관도 다녀왔는데 언제 올리나...

엘리자베스 2010-06-23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8일 월요일 10시에 박경리공원 사랑방에서 '정유정'작가(오리가 한 마리 있었어요, 보림) 강연회 있어요. 가실 수 있으면 연락 주세요. 함께 가요~~

소나무집 2010-06-24 10:42   좋아요 0 | URL
네, 갈게요. 7월은 방학이에요.

꿈꾸는섬 2010-06-25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피랑 마을 정말 예쁘네요.^^

소나무집 2010-06-26 07:44   좋아요 0 | URL
그죠. 재개개발 대상인 산동네의 화려한 변신이 아름다웠어요.^^
 

통영에서 하동으로 출발한 시간은 오후 4시 무렵. 통영을 벗어나 섬진강이 보이면서부터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통영은 바다를 끼고 있는 복잡한 소도시였지만 하동은 너른 들판과 빙 둘러싸인 푸른 산이 여행의 피곤함을 단박에 씻어주는 편안함이 있었다. 평사리 입구에서 저녁을 먹고 어둑해질 무렵 최참판댁에 도착했기 때문에 동네 구경은 아침이 되어서야 할 수 있었다. 

우리 일행은 교장샘과 하동군청의 인연으로 드라마 <토지> 세트장인 최참판댁에서 하룻밤 자는 특별 대접을 받았다. 저녁을 먹고 사랑채 마루에서 이어진 하동군청 문찬인 과장님의 해박한 악양면 평사리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박경리 선생이 평사리를 <토지>의 배경으로 선택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하동(河東)은 섬진강의 동쪽에 있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란다. 그리고 악양은 지리산 줄기인 형제봉이 중국의 악양을 닮았다 하여 정여창(조선 초기 성리학의 대가로 연산군의 스승을 지내기도 했으며 무오사화로 유배되고 갑자사화로 부관참시됨) 선생이 섬진강가에 악양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살았던 데서 유래했다.  

악양이라고 발음했을 때 느껴지는 강한 느낌과는 전혀 다르게 악양(岳陽)이라는 말에는 작고 따사롭다는 뜻이 들어 있다. 악양은 한일 합방 후 의병 활동이 많았고, 한국 전쟁 때는 남부군이 조직된, 우리 근현대사의 역사를 고스란히 지닌 땅이다. 박경리 선생도 악양은 이상향의 땅이라고 하셨는데, 지금도 악양은 한나라당 텃밭에서 민노당 군의원이 당선되는 신기한 동네라고...


평사리 들판을 바라보고 있는, 아니 거느리고 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최참판댁의 아침 6시 무렵.  

 최참판댁 마당에 서 있으면 56만 평이나 되는 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 드넓은 땅에서 <토지> 속 인물들의 흥망성쇠가 나온다.


우리가 최참판댁을 이용한 시간이 저녁 7시 30분부터 아침 7시까지라서 다른 방문객이 없어서 조용했다. 

딸아이와 나는 윤씨부인이 기거하던 안채에서 잤다. 아침 일찍 일어나 고소산성에 올라가기 전 최치수의 방 앞에서 컵라면을 먹고 있는 사람들 틈에 우리 딸이 끼어 있다. 대학생 언니들을 사귀어서는 졸졸 따라다니며 잘 놀았다.  


서희 어머니 별당아씨가 기거하던 별당. 사랑채하고는 다르게 연못도 있고 예쁘다. 


최참판댁 아래로는 용이네집, 월선이네 주막 등 소설 속 인물들이 살던 평사리를 그대로 재현해놓아 소설 속에 들어와 있는 착각이 들었고, 어디선가 임이네가 악다구니를 하며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최참판댁을 뒤에서 감싸고 있는 고소산성이다. 고소산은 지리산의 산줄기로 해발 300미터 정도 되는데 동학의 마지막 격전지였다고 한다. <토지>에서 구천이가 밤마다 헤매다 돌아오는 산이기도 하다. 아침도 안 먹고 오르느라 힘 좀 뺐지만 펼쳐진 풍경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고소산성에서 내려다본 풍경이다. 악양면 들판을 끼고 흐르는 섬진강이 시원하다. 그리고 아름답다.(아름다운 이 강을 그냥 내버려 두시라!!) 섬진강과 평사리 마을은 소설 속에서처럼 시끌벅적하지 않고 고요해서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었다. 하루 종일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풍경이었다. 

 고소산성에서 내려와 아침을 먹으러 가는 중이다. 이번 여행지인 통영과 하동은 8년 전에도 한 번 들렀던 곳이라 예전 모습과 비교되곤 했는데 평사리의 변신에 깜짝 놀랐다. 8년 전 평사리는 최참판댁 기와집 몇 채만 지어진 시골 마을 그 자체였다. 동네 입구에는 할머니들 몇 분이 나와 과일이랑 푸성귀를 팔고 있었고...   

그런데 지금은 한옥체험관, 평사리문학관, 식당,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한 관광 단지가 되어 있었다. 소설 <토지> 속의 평사리 사람들처럼 현재 평사리 사람들도 최참판댁 덕분에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사리는 <토지>의 마을 그 자체였다. 문학 작품 하나가 마을과 사람들의 삶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


고소산성에서 내려와 아침상을 받고 있는 우리 딸. 주차장에서 쭈욱~ 올라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읍내장터라는 식당이 나오는데 이번 여행길에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다는 게 우리 딸과 나의 평이다. 여기서 먹은 음식은 자연산 재첩국 정식~


그리고 이 아줌마의 친절함과 마음 씀씀이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하동 여자들의 30%가 섬진강 건너 전라도에서 시집 왔다는데 경상도 사투리를 쓰지 않는 걸 보니 이 분도 그 중 한 명인 것 같았다. 고추무침과 매실장아찌가 정말 맛있어서 집에 와서도 내내 생각났더라는...  

하동은 언젠가 가족과 함께 다시 가보고 싶다. 단체로 움직이다 보니 내가 가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을 다 돌아보지 못해 아쉬움이 컸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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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6-09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1년 내가 갔을 때하고도 엄청 변했네요.
최참판댁이 악양 사람들을 먹여 살린다는 말, 의미 있네요.
위대한 작가 덕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밥을 먹는지... 감사한 일이네요.^^


소나무집 2010-06-10 09:31   좋아요 0 | URL
지자체에서 상업적으로 너무 이용한 감도 들었지만 부럽더라구요. 통영이나 하동에 비해 원주는 너무 조용해요. 돌아가신 후 통영으로 가신 이유도 원주에서 무관심할 때 통영시장이 원주를 드나들며 박경리 선생에게 지극정성을 들인 결과라고 하더라구요.

순오기 2010-06-10 22:10   좋아요 0 | URL
아~ 그런 비화가 있었군요.
역시 오래도록 정성을 들이면 마음을 움직이게 되는군요.

프레이야 2010-06-09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동 다녀가셨군요. 작년인가 갔던 기억이 새로워요.
내려다보이는 마을도 한독도 모두 좋더이다.
담벼락 옆에 핀 살구꽃도 참 이뻤구요.
그나저나 배꽃님 친정어머니 위독하셔서 어쩌나요.ㅠㅠ

소나무집 2010-06-10 09:33   좋아요 0 | URL
통영보다는 하동에 다시 가고 싶어요.
정말 좋았어요. 개구리 소리 들으며 마을 논둑길도 걷고 싶고 그랬는데 바쁜 일정에 쫓겨 다니기만 했어요. 단체 여행의 비애랄까~
배꽃 님한테는 어제 전화해서 금요일 같이 영화 보자고 했어요.

꿈꾸는섬 2010-06-18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동다녀오셨군요. 얼른 달려와 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댓글 남겨요.^^

소나무집 2010-06-20 09:00   좋아요 0 | URL
하동이 참 좋았어요.
복잡한 도시보다 탁 트인 자연스런 공간들이 좋아서 또 가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