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연휴를 친정에 가서 보내고 왔다. 완도에서 태안까지 가려면 6시간 가까이 걸려서 늘 목포에서 밥을 먹고 쉬면서 다녀야 했는데, 원주에서는 반 정도의 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었다. 친정이 무지 가까워진 느낌이다. 그래도 세 시간 거린데 무지 가깝게 느껴지더란 말이지...  

어제는 남편이 써놓고 간 연하장과 달력들을 보내느라 우체국에 다녀왔다. 낯선 길을 혼자 걷기 싫어 아들 녀석을 꼬여서는 함께 다녔더니 동네도 좀 알겠고, 원주 사람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체국 다녀오는 길... 박경리 선생님이 18년간 살면서 <토지> 4부와 5부를 완성한 단구동 옛집이 보였다. 아담한 공원으로 꾸며놓아 잠깐 들렀다. 이사하기 전 아파트를 계약할 때부터 근처에 박경리 선생님의 옛집이 있다는 걸 알고는 무조건 이 아파트가 마음에 들었더랬다.   


입구에 선생님의 옛집을 공원으로 조성한 배경을 써놓았다.  


선생님이 살았던 옛집. 너무 춥고 썰렁해서 집안에는 안 들어가보았다. 나중에 날 풀리면 다시 가볼 생각.


집 앞마당에 이렇게 선생님의 동상을 만들어놓았다. 실제로 선생님이 나와 앉아 있는 듯하다. 고양이와 책 한 권, 호미도 보이고.


공원을 <토지>의 배경을 축소해서 꾸며놓았는데, 집 위쪽에 있는 홍이동산에 올라갔더니 건너편에 우리가 사는 아파트가 보였다.  


지금은 동네가 아파트랑 상가로 정신이 없는데 기념관 안에 있는 사진을 보니 택지가 조성되기 전에는 이런 모습이었던가 보다. 외딴 집에서 방해받지 않고 글을 쓰셨던 것 같다. 


공원 곳곳에 선생님이 쓴 시가 보였다. 선생님도 처음 원주로 이사 와서 많이 외롭고 힘드셨던가 보다. 이 시를 읽다가 내 마음이 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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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9-12-29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탁월하신 아파트의 선택이로군요.
엄청난 작가님과 마음이라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어디입니까.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베리그읏입니다. ㅋㅋ

소나무집 2009-12-30 11:06   좋아요 0 | URL
맞아요. 박경리 선생님이 저 곳에서 토지를 쓰셨구나 생각만 해도 흐뭇하네요.

치유 2009-12-29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상이 생겼나 봐요..지난 여름에만 해도 없었던것 같은데요...
친정다녀오셨군요..가까워진 친정 자주 자주 들르시길..
저희도 해남에 다녀왔어요. 엄마보고 장흥으로 보성으로 광양으로 휘~~~휘 바람처럼 돌다가 왔답니다.

신정연휴 끝나면 얼굴 하번 봐요..
아참, 따뚜 스케이트 장에 오시거든 언제든지 연락하세요..아이들 따뚜 스케이트 장에서 놀면 사천원으로 하루 종일도 놀수 있을거에요..스케이트 신발 빌려주고 입장료까지 사천원이라더라구요..이제 생겨서깨끗하고 사람도 무지 많다더라고 하더라구요..그래도 아이들은 신나게 놀수 있을거에요.

소나무집 2009-12-30 11:11   좋아요 0 | URL
아, 동상은 요즘에 새로 생긴 거로군요.
그날 너무 춥고 그래서 설명도 제대로 읽어보지 못하고 왔거든요.
친정 다녀오셔서 좋지요? 친정엄마도 건강하시구요?
스케이트장이 있어서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요.
딸내미 친구들이 불러내는 바람에 이사 오던 주에 벌써 한 번 다녀왔구요.
그날도 추웠는데 아이들은 오후 내내 놀더라구요.
전 오늘은 제주 시댁에 가야 돼요. 칠순 잔치하러요.
가면 일주일 후에나 올 듯. 다녀와서 연락할게요.

같은하늘 2009-12-30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다니 좋으시겠어요.
무조건 이 아파트가 마음에 들었다는 소나무집님의 마음이 헤아려져요.^^

소나무집 2009-12-30 11:13   좋아요 0 | URL
사람 마음이 이상해서
마음에 안 드는 게 많아도 한 가지가 마음에 쏙 드는 게 있으니
다 좋아 보이더라구요.

순오기 2009-12-30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동상이 설치됐네요. 여름엔 없었는데...
집 안으로 들어가보려면 문학관에 가서 관리자한테 말씀드려야 안내해주더라고요.
영상물 보고 나서 해설사님이 설명을 해주니까 좋았어요.
님, 이사 잘 하셨네요~ 곁에서 박경리 선생의 기를 듬뿍 받으시기를..^^

소나무집 2009-12-30 11:16   좋아요 0 | URL
여름에 순오기 님 다녀가고 설치했나 보네요.
알고보니 그곳 관장님이 예전에 여성민우회 활동을 같이 했던 분이더라구요.
자주 놀러 갈 핑계가 생겼어요.
어쨌거나 대작가님의 숨결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울 아이들 박경리라는 작가에 대해 호기심 급발동중이니 머지않아 청소년 <토지>를 읽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순오기 2010-01-09 01:13   좋아요 0 | URL
문학관에서 '토지학교'를 열던데 그곳에 살면 꼭 참여하고 싶은 프로그램일 듯...

소나무집 2010-01-10 08:39   좋아요 0 | URL
올해도 토지 학교 하면 저도 참여해서 토지 공부를 제대로 해볼 생각이에요.

꿈꾸는섬 2009-12-31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너무 좋은 곳으로 이사하셨어요.ㅎㅎ
저도 원주 나들이 한번 계획해야하는데 요새는 통 여행 계획이 잘 안세워지네요.

소나무집 2010-01-07 12:26   좋아요 0 | URL
근처에 박경리 선생님의 기가 흐르고 있다고 생각하면 좋아요. 작은 공간이지만 한 번 오셔서 들러보면 좋을 것 같아요.

하늘바람 2010-01-10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에 드신 곳을 찾으셔서 다행이에요. 이제 원주도 정이 듬뜩 들겠죠. 아이들도 빨리 자리 잡고요. 토지 문학간이 있는 곳이고 배꽃님도 사시는 곳이라 부럽기까지 한걸요.
 

어제는 전라남도에서 주최하는 봉사 활동 모임이 있어 전남 장성 백양사에 다녀왔다. 완도에서 세 시간 거리에다 비도 오고 그래서 새벽까지도 갈까말까 망설였는데 같이 가는 분이 7시에 아파트 앞으로 오셨다. 

장성 백양사는 내장산 국립공원 지역이었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그동안 백양사 단풍이 아름답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은지라 막상 길을 나서니 어떤 빛깔이 나를 맞을지 기대가 되었다. 더구나 난대림에 상록수가 많은 완도에 와 사는 3년 동안 제대로 된 단풍 구경을 해본 적이 없기에... 

비도 오고 낙엽도 이미 많이 떨어졌지만 빨갛고 노란 빛깔들이 너무 아름다워 혼자 보기 아까웠다. 왕복 6시간의 여행과 등산이 하나도 피곤하지 않은 건 모두 곱디 고은 단풍 덕인 듯... 단풍 사진을 보고 있으려니 또 행복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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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으로 숲해설가 교육을 받으러 다니면서 두 가지를 얻었는데 하나는 자연을 보는 눈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사람이었어요. 그 중 몇 사람과는 완도를 떠나기 전에 받은 가장 큰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마운 인연을 맺었답니다. 그 분들 덕에 6개월 동안 수목원에 가는 일이 더 즐거웠던 것 같아요.   

그 중 말 몇 마디 나눠보고는 담박에 내 마음을 빼앗은 분이 계신데, 해남에서 한옥 민박집을 하는 김순란 선생님. 선생님의 해맑은 웃음과 꾸밈없는 말씀들이 좋아서 무작정 마음속으로 친구삼아 버렸지요. 그리고 어제 오후 늦게 남편과 함께 선생님이 운영하는 한옥 민박집에 놀러 갔다 왔어요.   

넉넉한 마음을 가진 주인도 정말 마음에 들고, 마당이 넓은 한옥도 마음에 들어 남도를 오가는 분들이 이용하면 좋을 것 같아 소개합니다.  


완도 우리집에서는 30분 거리에 있고, 강진 쪽에서 들어오다 보면 남창이라는 곳을 1킬로 정도 앞두고 왼쪽에 이런 장승을 만나는데, 이곳에서 좌회전하면 됩니다. 


큰길에서 보면 삼나무로 둘러싸인 한옥이 보여요. 마을길을 따라 500미터 정도 들어가면 함박골 큰기와집. 인터넷에서 해남군 남도민박을 검색해도 같은 집이 나온다고 하네요.  


선생님이 직접 만들어놓은 장미 아치, 봄엔 꽃이 활짝 필 것 같았어요. 울도 담도 없는 걸 보니 요것이 대문이요, 울타리인가 봅니다.  


주인은 안 보이고 이런 글귀가 먼저 손님을 맞이했어요.  


사람이 안 보여서 장독대 앞에서 전화를 하니 선생님이 집 뒤쪽에서 언니랑 나무를 심고 계셨는데 그 모습이 꼭 밀레의 그림 한 폭을 보는 것 같았어요.  


일을 하다 달려오신 선생님과 함께.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선생님은 서울과 광주에서 오래 살다 5년 전에 고향인 해남으로 내려오셨다고 해요. 몸이 아프신 어머님도 돌볼 겸 고향집으로 내려와 한옥을 짓고 두번째 삶을 살고 계시는 중. 원래 있던 집을 가운데 두고 세 동의 한옥을 지었는데, 민박집을 운영하면서 정원을 꾸미고 텃밭을 가꾸며 사는 일이 수월하진 않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니 나날이 행복하시다고.



장독대가 있는 한옥이 대흥사 입구에 있는 유선관이 생각나게 했지만 넓은 마당이라든가 주인의 넉넉한 인심은 함박골이 한 수 위라는 게 두 군데 다 다녀온 저의 생각이네요. 주인도 시끌시끌하고 번잡한 게 싫어서 유선관처럼 유명해지는 것도 싫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가까운 곳에 갯벌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가면 갯벌 체험도 할 수 있대요.

의자에 앉아 전화 통화중인 분은 김순란 선생님의 언니예요. 자매가 알콩달콩 살면서 민박집을 가꾸고 계세요. 


넓은 마당에 큰 나무들은 이 집터의 세월이 만만치 않다는 걸 말해줍니다. 원래 이곳은 선생님댁이 대대로 살아오던 집터인데, 선친이 키운 아름드리 나무들을 골라 베어내고 한옥을 지었다고 해요. 마당 곳곳에 꽃밭을 만들어 봄에는 유채, 가을에는 국화, 겨울에는 동백을 구경할 수 있는데, 어제는 색색의 국화향이 마당에 가득했어요.   


마당 가운데 있던 작은 연못.  


마당가에 심어져 있던 박인데 오랜만에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어린 시절 나의 고향집에서 보았던 하얀 박꽃과 바가지를 만들던 박 생각에 미소가 저절로 떠올랐어요. 호박이 아니라 흥부전에 나오는 박이랍니다.  


지는 해를 받아 붉게 물든 한옥.


공동 취사를 할 수 있는 부엌. 재료만 가져오면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모든 시설이 구비되어 있어요. 그리고 마당에는 삼겹살을 구워 먹을 수 있는 시설도 있었구요.


깔끔한 화장실. 한지를 붙인 창문이 눈에 띄네요. 


한옥 한 동에는 이렇게 작은 찜질방까지 있었어요. 우리 아이들 후끈후끈하니 좋다며 나올 생각을 안 하더군요.     


마루에 걸터앉아 있는 우리 남매. 사진 찍을 때만 친한 척하지요. 다음에 가거들랑 요기 앉아 막걸리 한 잔 하고 와야겠어요.


집이 앉은 자리에 있던 삼나무를 베어 이렇게 목재로 썼다고 합니다. 이 정도 큰 아름드리 나무를 키우려면 몇 대가 살아야 할지 궁금하네요. 집을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곳곳에서 나무향이 났는데 우리 아들, 자연의 향기가 나는 아름다운 집이래요.


녹차를 마시면서 한옥을 짓게 된 이야기와 선생님 어린 시절 이야기까지 들었답니다. 차를 마시면서 자세히 본 선생님의 모습에 더 정이 들고 말았어요. 아무렇게나 입은 편안한 옷(직접 염색해서 만든 옷이래요)에, 이마엔 구슬땀이 송송 맺혀 있고, 손톱 밑엔 풀물이 까맣게 들어 있고... 정말이지 친정엄마처럼 편안했어요.

선생님의 노동이 얼마나 고될지 눈에 선한데도 민밥집 이름처럼 함박 웃음이 가득했던 선생님의 얼굴... 그 웃는 얼굴이 보고 싶어 자꾸 찾아가고 싶어질 것 같네요. 마당에 가득한 국화향보다 선생님의 웃는 얼굴에서 피어나는 향기가 더 진했더랍니다.   

***  해남 함박골 큰기와집(남도 민박) 011-9606-7557 (김순란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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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8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9-11-09 23:5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순오기 2009-11-08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런 곳이라면 일부러 가서 묵어보고 싶은데요.^^
나이 들어 고향집에 돌아와 이렇게 지낼 수 있는 건 아무나 누릴 복이 아니겠죠.

소나무집 2009-11-10 00:00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도 나중에 남도에 내려오면 숙박은 무조건 함박골에서만 할 생각이에요.
부모가 가진 땅이 있거나 내가 땅 살 돈이 있거나...

2009-11-08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9-11-10 00:01   좋아요 0 | URL
네, 알려 드릴게요.

꿈꾸는섬 2009-11-09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보고 싶어요. 너무 좋은데요.

소나무집 2009-11-10 00:05   좋아요 0 | URL
집 앞에 꽤 넓은 텃밭이 있어서
민박 손님들도 고추도 따고 고구마도 캐고 뭐 그러나 보더라구요.
주인장이랑 같이 밥도 먹구요.
완도 여행 오실 때 꼭 함박골에서 숙박하세요.
주인이 정말 좋아요.
장삿속 같은 것도 안 보이고
말 한두 마디면 바로 친근감이 느껴지는 분이세요.

무해한모리군 2009-11-10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남도로 한번 슝 내려가 봐야겠네요 ㅎㅎ

소나무집 2009-11-11 22:03   좋아요 0 | URL
네, 한 번 마음먹고 슝 내려오세요.

같은하늘 2009-11-12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림같은 집이네요.^^
저도 결혼하던 해에 시어른들 고향이 강진이라 그곳에 사시는 친척분들께 인사드리러 딱 한번 가봤는데요. 그때 해남 땅끝마을도 가보고... 그런데 정말 멀긴멀어요.^^ 참고로 여긴 경기도거든요.

소나무집 2009-11-12 11:49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군요.
저도 사실 남도땅에 와서 살아보기 전에는 좋은지 잘 몰랐어요.
살면서 구석구석 다니고 사람들도 만나보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네요.
남편 퇴직하면 다시 이쪽 동네 내려와 살자고 그랬을 정도예요.
님, 자꾸 다니다 보니 5~6시간 거리도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던 걸요.
 

대상 : 완도수목원을 처음 찾아온 일반인 

인원 : 10명  
작 장소 : 완도 수목원 전시관 입구 
소요 시간 : 1시간
 

  (처음 만나서) 

     안녕하세요? 완도수목원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완도수목원의 새내기 숲해설가*** 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행복한 장소에서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어 정말 반가워요. 혹시 그동안 완도를 한 번이라도 방문해 보신 분 계신가요? (없다는 대답) 아, 없으시군요. 모두 오늘 처음 완도를 방문하셨는데 완도 여행이 즐거우셨나요? 즐거워서 저절로 빙그레 웃음이 나오지 않았나요? 그리고 여기 완도수목원에 오니까 마음이 더 편안해지는 것 같지요? 이제부터 저와 저 위쪽으로 보이는 탐방로를 함께 하겠습니다.

  (입구 다리 앞에서) 

     완도수목원에 오시면서 멋진 단풍을 보겠다고 잔뜩 기대하신 분 있으면 손 들어보세요. 아, 세 분 계시네요. 이 분들은 좀 실망을 하셨을 것 같아요. 지금 한참 단풍철이라고 난리들인데 완도수목원은 어째 좀 심심하다 싶죠? 완도수목원은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난대 수목원이라서 그래요. 우리나라 산림은 한대림, 온대림, 난대림으로 나누는데 완도는 난대림 지역에 들어갑니다. 학교 다닐 때 시험 보느라고 억지로 외운 기억 있으시죠? 한대림은 한반도에서 제일 추운 함경도랑 평안도 지역이구요, 한대림과 난대림을 뺀 대부분의 지역이 온대림인데 가장 넓죠. 그럼 난대림은 어디냐? 바로 여러분과 제가 서 있는 이 지역이 난대림에 들어갑니다. 난대림은 연평균 기온이 14도 이상이고요, 1월 평균 기온이 0도 이상인 지역을 말해요. 한마디로 겨울에도 따뜻하다는 얘기지요. 그래서 완도수목원의 진가를 보려면 겨울에 방문하라고 권해 드리고 싶어요. 겨울에 오셔도 푸른 산을 만날 수 있거든요. 

     여기서 올려다보니까 도대체 어디까지가 수목원인지 알 수가 없죠? 여러분 눈에 보이는 부분이 전부 수목원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완도수목원은 오봉산의 1/3을 차지할 정도로 넓은 면적에 3700여 종류의 나무가 자생하고 있어요. 그 중 붉가시나무가 7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고, 후박나무, 동백나무, 감탕나무, 생달나무... 등의 상록 활엽수가 자라고 있습니다. 이쪽으로 와 보세요.

  (후박나무 앞에서)  

     수목원 입구부터 쭉~ 심어져 있는 이 나무는 후박나무예요. 후박(厚朴)이라는 이름에 정이 듬뿍 담겨 있지요? 후하면서 소박하다. 전 이 나무의 이름이 참 마음에 드는데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후하다는 이름처럼 이 나무 껍질의 쓰임이 아주 다양해요. 며칠 있으면 수능 시험인데요, 시험 치는 학생들에게 꼭 선물해야 하는 게 있는데 뭐죠? (엿이라는 대답을 듣고) 맞아요. 엿이죠. 그리고 엿 하면 또 어떤 엿이 떠오르죠? (울릉도 호박엿이라는 대답을 듣고) 예, 얘들도 다 아는 울릉도 호박엿. 그럼 이 울릉도 호박엿의 재료는 뭘까요? 당연히 호박이라고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원래 울릉도 호박엿의 재료는 바로 이 후박나무랍니다. 그럼 왜 후박엿이 아니고 호박엿이 되었을까요? 원래 울릉도 사람들은 후박엿이라고 불렀다고 해요. 그런데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후박엿이 알려지면서 후박보다 호박이 발음하기가 쉽다 보니 호박엿이 된 거죠. 후박나무에는 소화가 잘 되게 하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요, 약이 귀한 시절 이 나무의 껍질이나 열매를 달여서 엿을 만들어 먹었다고 해요. 지금도 위장약 중에 이 후박나무를 재료로 쓰는 약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울릉도 특산품으로 팔리고 있는 호박엿은 진짜 호박으로 만드는 거래요. 만약에 지금도 후박나무로 엿을 만들었다면 후박나무의 씨가 말랐을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보면 잘된 일이지요? 후박나무가 호박한테 고맙다고 절을 해야겠어요.

     이쪽 나무가 제법 큰데 나이가 몇 살이나 되었을까요? 50살이라고요? 너무 많이 쓰셨네요. 이 나무의 나이는 이제 20살 정도밖에 되지 않았대요. 처음 수목원이 생길 때 심은 녀석들인데 이렇게 잘 자라고 있는 거라고 하네요. 정말 빨리 자라는 나무지요? 후박나무는 상록활엽수 중에서 가장 잘 자라다 보니 요즘 남부 지방에서는 가로수로도 많이 심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혹시 여러분 중에 내가 아는 후박나무랑은 좀 다르다고 생각하시는 분 계세요? 알고 계신 나무는 어떻게 생겼지요? (목련처럼 생겼다는 대답을 듣고) 맞아요. 중부 지방에서는 일본목련을 후박나무라고 부르기도 해요. 조경업자들이 일본에서 목련을 수입해 오면서 일본식 한자 표기대로 후박나무라고 불렀다고 하네요. 남부 지방에 진짜 후박나무가 있는 줄도 모르고 말이죠. 나무에 대해 잘 모르는 무식한 조경업자들 탓에 우리 같은 사람들만 헷갈리게 된 거죠. 누가 일본목련을 후박나무라고 하거든 완도수목원으로 가라고 하세요. 거기 가면 진짜 후박나무를 실컷 볼 수 있다구요. 이런 경우랑은 좀 다르긴 한데 예쁜 우리 이름을 가진 나무들이 미국이나 일본으로 가서 엉뚱한 이름을 얻어 가지고는 역으로 수입되는 경우도 많은데요, 수수꽃다리가 미스김라일락이 되고, 똥낭이 돈나무가 되는 등 정말 가슴이 아파요. 앞으로는 우리 나무를 잘 지켜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되겠지요?

     (전시관 앞 완도호랑가시나무 앞에서)  

     이쪽으로 와서 이 나무의 이름표를 한 번 봐 주실래요? 뭐라고 써 있나요? (완도호랑가시나무라는 대답을 듣고) 뭐, 특이한 거 발견하지 못했나요? (완도라는 대답을 듣고) 호랑가시나무 앞에 완도라는 지명이 붙어 있지요? 이 나무는 미국을 가도 영국을 가도 완도호랑가시나무예요. 이 나무는 크리스마스 장식할 때 많이 쓰는 호랑가시나무랑 저 앞에 보이는 감탕나무랑 자연 교배가 돼서 생긴 잡종인데요, 완도에서 처음 발견되었기 때문에 완도라는 지명을 넣어서 명명하게 되었다고 해요. 이 나무는 천리포수목원을 가꾸신 밀러 씨가 처음 발견했다고 하네요. 제가 지난 여름 천리포수목원에 갔을 때 보니까 그곳에도 완도호랑가시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어서 아주 뿌듯했어요.

     여러분이 아는 나무 중에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따로 있는 나무는 뭐가 있나요? (은행나무라는 대답을 듣고) 은행나무처럼 완도호랑가시도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따로 있어요. 여기 전시관 앞에 두 그루 중 어떤 게 암나무고 어떤 게 수나무일까요? (왼쪽 나무가 암나무라는 대답을 듣고) 맞았어요. 어떻게 암나무라는 걸 알았지요? (열매가 있어서라는 대답을 듣고) 와,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숲해설가 하셔도 되겠네요. (웃음)

  (동백나무 앞에서)  

     겨울이면 눈 속에서도 새빨간 꽃을 피워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나무가 있는데 뭘까요? (동백나무라는 대답을 듣고) 맞아요. 동백나무예요. 동백나무는 완도군목이구요, 동백꽃은 완도군화이기도 해요. 저도 사실은 완도에 와서 산 지 3년 정도밖에 안 되었는데요, 완도 오기 전에는 동백꽃을 보려면 여수 오동도나 고창 선운사에 가야 되는 줄 알았어요. 다 노래 덕분이지요. (동백 아가씨, 선운사에 가 본 적이 있나요? 노래 유도) 그런데 완도에 와서 살다 보니 학교 담장도 동백꽃, 아파트 정원에도 동백꽃, 공원에도 동백꽃... 10월부터 피기 시작한 꽃이 2, 3월이면 사방천지에 붉게 피어나서 사람을 황홀하게 만들더라구요. 그래서 지금은 다른 도시에 사는 친구들에게 동백꽃을 보려면 완도로 오라고 말하곤 해요. 예전에 서정주 시인이 완도에 와서 동백꽃을 보셨더라면 더 멋진 시를 쓰지 않았을까 싶어요. 오늘 우리 수목원을 찾으신 여러분이 멋진 시를 한 편씩 써서 돌아가신다면 더 좋구요. 

      동백은 나뭇잎도 유난히 반짝반짝 빛이 나지요? (미리 준비한 낙엽활엽수와 동백나무 잎을 비교하면서) 두 나뭇잎의 차이점이 뭘까요? (사람들의 다양한 대답을 듣고) 가장 큰 차이점은 나뭇잎의 두께예요. 겨울을 날 수 없는 얇은 활엽수들은 가을이 되면 단풍이 들면서 떨어지지만 상록수는 겨울 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겨울 준비를 어떻게 하고 계시나요? (대답을 듣고) 네, 나무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겨울을 날 준비를 해요. 상록수의 경우 낙엽이 지는 나무와 달리 옷을 한 겹 두툼하게 더 입고 겨울 준비를 합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이 큐티클층이 바로 그 옷인데요, 이 큐티클층은 여름에는 강한 햇빛과 수분 증발을 막아주고 겨울에는 추위를 견디게 해주는 역할을 하죠. 큐티클층은 사람의 몸에도 있는데 어떤 부분일까요? (손톱이라는 대답을 듣고) 맞아요. 큐티클층은 손톱과 발톱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자기 몸을 보호하려는 본능은 사람이나 식물이나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산책을 마치고 헤어지기 전에 마무리) 

     숲길을 걷고 나니 정말 기분이 좋지요? 제가 얼마 전 장성 편백나무 숲의 치유 기능에 관한 다큐를 본 적이 있는데요, 여러분도 보셨나요? 저는 아픈 분들이 숲에 들어와서 걷고 휴식을 취하면서 조금씩 건강을 되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찡해지는 감동을 받았어요. 여러분, 심호흡 한 번 해보실래요. (심호흡을 하고 나서) 특정한 나무가 아니더라도 숲에 오면 마실 수 있는 맑은 공기는 사람들에게 두뇌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정서적인 안정을 준다고 합니다. 나무들이 내뿜는 피톤치드와 테라펜이라는 성분 때문인데요, 사실 이 성분은 사람들 좋으라고 내뿜는 게 아니고 나무들이 숲에 있는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살아남기 위한 방어 수단이라고 해요. 소나무 아래에서 다른 식물이 못 자라는 이유가 바로 그런 거라고 합니다. 특히 완도수목원에 많은 난대 상록수에서는 일반 활엽수보다 1.5배나 많은 피톤치드가 나온다고 하니까 자주 오세요. 

     이 외에도 나무가 인간에게 주는 혜택은 수도 없이 많아요. 뭐가 있을까요? (다양한 대답을 들고) 맞아요. 숲은 우리에게 정말 많은 것들을 줍니다. 요즘 세계인들의 최대 관심사인 지구온난화를 막아줄 수 있는 것도 숲이라는 거 다 아시죠? 그리고 여러분도 오늘 숲에 오니까 저절로 긴장이 완화되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피로가 풀리지 않았나요? 그렇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겠죠? 우리가 숲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다양한 대답을 듣고) 숲은 우리에게 인간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을 주면서도 불평 한마디 안 하잖아요. 이렇게 고마운 숲을 위해 함부로 자연을 훼손하지 않아야겠다는 마음과 후손들에게 잘 물려줘야겠다는 마음만은 잊지 않고 살아야겠어요.   

     오늘 완도수목원에서 한 삼림욕 덕분에 도시로 돌아가서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으셨길 바랍니다. 그리고 에너지가 좀 딸린다 싶으면 세계 제일의 난대 수목원인 완도수목원을 다시 찾아주세요. 오늘 여러분과 함께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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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9-11-04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에 걸쳐 자료를 조사해가며 과제로 쓴 완도수목원 숲해설 시나리오다.
오늘은 완도수목원 교육 과정 중 마지막인 실기 테스트가 있는 날이다.
쟁쟁한 10년 이상 경력의 숲해설가와 강사들 앞에서 직접 쓴 시나리오를 가지고 시연을 해야 한다.

같은하늘 2009-11-04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성공리에 마치시리라 생각합니다. 아자아자~~~
그나저나 이 글을 보니 완도로 가고 싶습니다. ㅜㅜ

소나무집 2009-11-11 22:04   좋아요 0 | URL
꼭 다녀가세요.
제가 있을을 때 오시면 해설을 들을 수 있어서 더 좋은데...

순오기 2009-11-04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이링입니다~ 님은 잘 하실 거에요. 이미 우리한테 잘 해설해주셨으니까요.^^
완도 후기를 못 올려서 죄송~

소나무집 2009-11-11 22:04   좋아요 0 | URL
바빠서 못 올리다 보다 하고 있어요.

무스탕 2009-11-04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라, 힘!!!
마치 같이 걸어다니며 설명을 듣는 느낌이었어요 ^^
후박나무가 호박엿이 된 사연 오늘 알았네요. ㅎㅎ

소나무집 2009-11-11 22:06   좋아요 0 | URL
해설 시연은 박수 받았으니 뭐 성공이지요. 자뻑~~~
호박엿 이야기는 저도 자료 조사하면서 처음 알았어요.

BRINY 2009-11-10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릉도호박엿의 재료가 호박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네요. 하나 배우고 갑니다.

소나무집 2009-11-11 22:06   좋아요 0 | URL
지금 판매되고 있는 호박엿의 재료는 호박이 맞아요.
 

'순오기는 한 번 마음 먹은 일은 반드시 한다'에 밑줄 쫙~입니다. 짜잔... 몇 달 전부터 완도에 오시겠노라 하더니 드디어 어제 토요일에 문학 기행팀을 이끌고 오셨거든요. 알라딘에서 순오기 님을 즐겨찾기한 일년여 동안 글로 보아 오면서 늘 이웃처럼 생각했던 분. 광주가 그래도 완도에서 가깝기는 하지요? 그래서인지 첫 만남인데도 어제 저녁을 같이 먹고 오늘 아침에 또 만난 언니처럼 하나도 낯설지 않았어요. 그리고 오프 모임하고 난 분들이 순오기에게 열광하는 이유를 저도 이젠 알았구요.

전 온라인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을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마음속에서 엄청 긴장을 하고 준비를 하곤 하지요. 역시나 전날 밤은 순오기 님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잠을 이루지 못했더랍니다. 그래서 눈가에 주름도 더 늘고 피곤에 지친 모습으로 순오기 님을 만나고 말았어요. 그것도 동네 버스 시간에 맞추느라 먼저 와서 기다리게 했구요. 요거이 해설하는 사람의 기본에 어긋나는 일인데...  그리고 늘 들고 다니던 카메라도 안 가지고 나가 순오기 님 사진 한 방 못 박아왔다는 게 넘 아쉬워요.

작년에 완도군문화관광해설가 과정을 공부하고 자격증을 받기는 했지만 실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해설을 해본 건 열 번이나 될까 말까 한 왕초보 해설가인데, 나 놀러 다니기도 바빠서 남들에게 해설해 줄 시간이 없어요. 순오기 님이 오신다기에 안내하겠노라 덜컥 약속을 했네요. 내가 좋아하는 곳에 가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하지 뭐 그러면서 큰 부담도 갖지 않고 말이지요. 

처음 계획을 세운 코스는 장보고기념관과 장도 유적지 - 신지도 명사십리 해수욕장 - 점심식사 - 국립공원 정도리 구계등과 방풍숲 - 완도수목원이었는데, 네비도 전날 밤 잠을 못 잤는지 기사님이 완도수목원 가는 길로 먼저 접어드는 바람에 완전 거꾸로 도는 코스가 되고 말았어요. 섬이다 보니 이래도 저래도 완도 한 바퀴 도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완도수목원. 요즘 이곳에서 숲해설 공부를 하고 있지만 이론이 2/3 를 넘고 그나마 공부하면 할수록 더 헷갈리고 겁나는 게 식물인지라 세세한 나무 설명은 애초부터 안 하려고 굳게 마음먹었지요. 그래서 오솔길 산책이나 하자 했는데 학구열 넘치는 순오기 님은 요 나무 저 나무 물어봐도 모르쇠로 일관했으니 답답했을 듯해요. 하지만 완도에 그렇게 멋진 수목원이 있다는 사실에는 감탄하지 않으셨을라나... 실력을 더 쌓아 멋진 숲해설을 하고 싶지만 완도를 떠나야 함이 안타까워요.  


정도리 구계등. 여기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보니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곳 일순위예요. 바닷가에 쫙~~~ 펼쳐진 둥글둥글한 갯돌을 보는 순간 모난 마음은 모두 사라지는 곳이거든요. 모난 마음 때문에 이웃에 혹은 세상에 대한 불만이 많은 분은 꼭 한 번 다녀가라고 전해 주세요. 착해지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정도리 구계등은 1996년 이상문학상을 받은 윤대녕의 <천지간>이라는 단편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해요. 이곳에 다녀간 후 읽어보면 문장, 단어 하나하나가 마음으로 느껴지는 걸 경험할 수 있어서 소개해 드렸답니다. 순오기 님, 읽으셨나요? 읽고 나면 정도리에 또 가고 싶어질 것 같은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섬 주도가 보이는, 추섬(주도의 옛이름)이라는 식당에서 점심으로 먹은 푸짐한 해물탕. 광주에서 아침도 못 먹고 일찍 출발했다는데 2시가 다 돼서 점심을 먹었으니 등이 꼬부라질 만했어요. 코스를 거꾸로 도는 바람에 시간이 늦어진 건 아시죠? 그리고 달콤새콤 맛나던 전어회 무침은 예약을 해서 특별히 준비해주신 메뉴라네요.  

신지도 명사십리 해수욕장. 전에 올려놓은 사진을 보고 순오기 님이 가고 싶어했던 곳인데 마음에 드셨어요? 그렇게 곱고 깨끗하고 긴 모래사장은 아무데서나 구경할 수 없답니다. 완도살이 3년 만에 완전 완도매니아가 되어버린 소나무집. 날이 썰렁하니까 바닷물에 발을 담가 보겠다고 나서는 분은 아무도 안 계셨구요, 모두 멀찍이 서서 파도치는 것만 구경. 하지만 드라마 주인공처럼 이런 철 지난 바닷가를 걸어보고 싶지 않으셨나요? 비어 있는 그 풍경 안에 나를 채우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았는지... 

마지막으로 간 장보고 기념관. 장보고는 완도의 대표 상품이에요. 어딜 가나 장보고가 빠지질 않죠. 장보고 마트, 장보고 공원, 장보고 모텔... 이곳은 자원 봉사를 여러 번 한 덕에 가장 자신 있는 곳이었어요. 물이 빠진 시간이었다면 실제로 청해진이 설치되었던 장도에 들어가서 목책도 찾아보고, 장보고의 기상도 느껴보고,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섬도 보여주고 싶었는데 좀 아쉬웠어요. 함께 오신 분들 슬슬 지쳐가는 모습이었으니 오히려 잘 된 일이었나요?

돌아다니다 보니 완도를 구석구석 구경하기엔 하루가 넘 짧다 싶더라구요. - 옆에서 이 문장 쓰는 걸 본 우리 아들은 엄마 없는 하루를 보내느라 엄청 긴 시간이었다네요. 하하하. (화가 났었기 때문에 빨강 글자로 하랍니다.) 그래서 순오기 님이 너희들 책선물까지 하셨잖니? -  어제 오신 분들 모두, 눈과 마음에 완도의 아름다운 풍경 가득가득 담아 가셨기를 바래요. 나중에 기회 되거들랑 청산도나 보길도 같은 진짜 섬으로 떠나는 문학 기행도 계획해 보시구요.  

걷는 거 싫어하는 사람이 하루 종일 걸어다녔더니 너무 피곤해서 아이들 밥 먹이고는 바로 쓰러졌다가 아침 일찍 일어났어요. 순오기 님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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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10-25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완도문학기행 가셨더랬군요.
너무너무 부러워요. 꼭 가보고 싶은 곳.^^
님도 걷는 것 싫어해요?ㅎㅎ

소나무집 2009-10-25 15:07   좋아요 0 | URL
꼭 오세요.
완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러요.
님도 제가 이사 가기 전에 오시면 안내해 드릴 수 있는데...

순오기 2009-10-25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문자에 '아이구 다리야~ '하셨길래
회원들한테 다리 아픈가 물어봤더니 아무도 없던데요.^^
아하~ 걷는거 싫어하는구나, 어제 멤버들은 나랑 같이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다들 너무 너무 좋았대요. 고생하셨어요!!
'지성과 교양을 겸비한 훌륭한 해설'은 내 옆에 앉은 멋쟁이 여행전문가의 표현이었어요.
어제 천지간 조금 읽다가 졸려서 잤어요~
오늘은 밀린 리뷰 숙제하고 후기는 월욜에 올려야할 듯...

소나무집 2009-10-25 15:07   좋아요 0 | URL
저도 버스에서 내렸을 때까지는 다리 아픈 거 몰랐어요.
버스 내린 데서 택시 타려고 기다리는데 안 오더라구요.
그래서 집까지 한 20분 걸어 올라왔더니 그게 피곤을 부추겼어요.^*^
걷는 거 싫어하지만 걸을 기회가 생기면 또 열심히 걸어요.
후기 기대하고 있을게요.

하늘바람 2009-10-25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넘 부러워요 순오기님 저도 완도 넘 가고 픈데
그것도 소나무님 사실 때에 말이에요. 흑흑 이건 불가능한일이 될게 뻔하니 부러워 죽을 지경이에요.
참 멋지네요. 특히 정도리~
어쩜 돌이 저리 몌쁘게~

소나무집님은 서울 오심 언제 한번 뵈어요

소나무집 2009-10-26 07:13   좋아요 0 | URL
님, 알라딘에서 완도 투어 모임을 결성하는 건 어떨까요?
완도 가실 분 없나요~~~~
오신다 하면 또 안내는 제가 맡아놓고 해 드릴 텐데...
순오기님 오신 날은 날씨도 정말 좋아서
여행하는 기분 최고였어요.

무스탕 2009-10-25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이지 완도는 언제고 꼭 한번 가봐야 겠어요.
그것도 시간 널널하게 많이 갖고 계획 잡아서요!!

소나무집 2009-10-26 07:14   좋아요 0 | URL
최소 1박 2일로는 오셔야 여유 있어요.
오신다 하면 믿을 수 있는 숙박, 식당 정보 다 드릴게요.

아영엄마 2009-10-25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신 분들도, 소나무집님도 추억으로 남을 좋은 시간 보내셨네요. ^^
저도 한 번 가서 님 만나뵙고 싶은데 가기엔 너무 먼 곳이라 부러움이 가득~ 입니다.

소나무집 2009-10-26 07:15   좋아요 0 | URL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언제든 아이들하고 여행할 수 있기를 바래요.

순오기 2009-10-26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도투어~~ 하면 좋겠네요.
내가 후기를 얼마나 잘 쓰느냐에 따라 이벤트가 조성될 수도 있겠어요.ㅋㅋ
정도리 구계등의 솨르르 솨르르~ 그 소리가 귀에 들려요.^^

소나무집 2009-10-27 00:00   좋아요 0 | URL
너무 멀어서 진짜 오시는 분은 없지 않을까요?
순오기님도 정도리 구계등 정말 좋으셨지요?
후기 기다리고 있어요.

꿈꾸는섬 2009-10-27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완도 다시 가보고 싶어요.ㅠ.ㅠ
보길도는 여러번 다녀왔는데 완도는 제대로 구경을 한 적이 없네요.
순오기님, 소나무집님 좋은 시간 보내신 것 같아요. 저도 언젠가 다시 가봐야죠.^^

소나무집 2009-10-28 00:21   좋아요 0 | URL
님, 꼭 그렇게 하세요.

같은하늘 2009-10-27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과 함께하는 시간은 시간 가는줄 몰라요.ㅎㅎ
완도는 한번도 못 가본 곳인데 '정도리 구계등'이라고 한 저 사진 정말 멋지네요.
소나무집님께서 완도는 잠시 가 계신곳인가봐요?
언제까지 거기 계시나요? 한번 꼭 가보고 싶네요.^^

소나무집 2009-10-28 00:22   좋아요 0 | URL
완도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 많아요.
꼭 한 번 오세요.
남편이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서 올해 안에 이사를 할 예정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