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갈문리 해변에는 천연기념물 428호로 지정된 모감주나무 군락지가 있다. 늘 지나다니면서 한 번도 들어가보지 않았는데 추석 연휴에 드디어 가 보았다. 

모감주나무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나무라서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서 보호하고 있다. 모감주나무는 무환자나무과에 속하는 수종으로 목란자(), 또는 염주나무라고도 부른다. 옛날에는 절 주변에 많이 심었는데 검은색의 단단한 씨로 염주를 만든다고. 요즘은 가로수로도 심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몇 군데 군락지가 있는데 그 중 완도 갈문리는 나무의 수령이 오래되고 나무가 474그루나 되어 규모가 다른 곳에 비해 크다. 해안 마을에 방풍숲으로 조성한 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대규모 군락지를 형성하게 된 듯하다고. 




6~7월에 황금색 꽃이 피기 시작하면 노란색 비가 내리는 것 같다고 한다. 영어명이 Goldenrain tree다. 우리가 찾아갔을 때는 잎도 말라가고 있고 열매도 이미 다 떨어져버린 상태여서 나무가 그리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지는 않았다.   


모감주나무뿐만 아니라 개비자나무, 고무말채 등 해안가에서 자생하는 난대 식물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모감주나무가 해변을 따라 1킬로미터 가량 죽~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이곳은 개인 소유의 땅인데 완도군에서 보호 관리하고 있다. 현재 산책할 수 있는 나무 데크 공사를 하는 중.




꽃이 피면 장관이라는데 미리 못 가본 게 억울하다. 완도를 떠나면 시간 맞춰가서 볼 수도 없는데... 


벌써 이렇게 잎이 말라가고 있다. 단풍은 아니고 해풍에 시달리다 말라가는 것 같다.




세모꼴의 초롱 같은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다는데 길가에 떨어진 열매뿐이었다. 이 열매로 염주를 만들어서 염주나무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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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10-09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도의 기억은 술, 밤, 그리고 터미널뿐이라 다시한번 꼭 가고 싶은 곳이에요. 소나무집님 소개로 완도를 미리 둘러보네요.^^

소나무집 2009-10-10 18:14   좋아요 0 | URL
네, 한 번쯤 와 볼만한 곳이에요.
오시면 장보고기념관이랑 장도, 신지 명사십리해수욕장이랑 정도리 구계등,
완도수목원은 꼭 보고 가세요.
하루쯤 머물면서 산에 올라가보는 것도 좋고...
구석구석 다녀보면 정말 아름다운 곳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동네예요.

찌찌 2009-10-30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가 사는 포항에도 모감주나무가 자주 보이던데, 해풍을 맞고 자라는 나무라서 바닷가 마을에 잘 자라나 봅니다. 꽃은 소담스럽게 예쁘게 핀답니다.
 

추석날 늦은 아침을 먹고는 숙승봉에 다녀왔다. 숙승봉은 완도에 있는 오봉산(다섯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산이라서 붙은 이름)의 한 봉우리다.  
저 뾰족하게 솟아 있는 곳이 바로 우리가 올라간 숙승봉이다. 완도의 산은 육지에 있는 산보다 낮은데 올라가다 보면 시간이 훨씬 더 걸렸다. 남편은 그 이유를 보통 산의 높이는 해발로 따지는데 완도는 바로 바다에서 산이 시작되기 때문에 해발이 고스란히 산의 높이가 되기 때문이란다.  


664미터의 상황봉은 오봉산 중 가장 높은 봉우리로 재작년 가을에 한 번 올라갔다 온 적이 있다. 만만치 않은 등산으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잘 안 알려졌지만 등산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권하고 싶은 코스다.


정오 무렵이었는데 산길이 아주 컴컴했을 정도로 동백나무랑 붉가시나무를 비롯한 난대 상록수가 울창하다. 그래서 겨울에도 푸른 산의 모습을 보여준다.


정상에 오르기 전 숲길 사이 뻥 뚫려 있는 곳으로 몇 발짝 옮겨보니 이렇게 멋진 풍경이...  


불목리 <해신> 드라마 세트장(신라방)도 한눈에 보이고.   


드디어 정상이다. 바위 끝에 앉아 있는 아들이 아슬아슬하네. 누군가 쌓아놓은 돌무더기도 예쁘다.


461미터 숙승봉을 알리는 표지석. 숙승봉(宿僧峰)은 스님이 누워서 자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상황봉에서는 제주도쪽 넓은 바다가 보였는데 이곳은 육지 사이의 바다와 작은 섬과 마을이 보이니 더 좋다.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면 믿을까?   

바다 위에 떠 있는 아기자기한 작은 섬들이 내가 다도해에 살고 있다는 걸 실감나게 해준다. 

 숙승봉에서 바라다 보이는, 대흥사를 품은 해남 두륜산. 하늘과 바다와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 들판이 어쩌면 그렇게 잘 어울리던지. 


바다 건너 멀리 보이는 마을은 다산초당이 있는 강진이다. 산에 올라오니 완도, 강진, 해남이 한눈에 다 보인다.  


숙승봉에 오로지 우리 가족만 있다고 신나하고 있는데 이 동네가 고향이라는 젊은 아저씨 두 분이 올라왔다. 덕분에 이렇게 가족 사진도 찍었다. 모자 그늘에 가려 표정을 알 수 없는 사진이지만...  

느릿느릿 천천히 걸어 왕복 세 시간이 걸린 행복한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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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9-10-09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원~하네요. 저도 한국 들어가면 완도를 꼭 가봐야겠어요.

소나무집 2009-10-09 10:46   좋아요 0 | URL
완도는 아직은 정말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에요.
꼭 다녀가세요. 산에 오르면 완도의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더 좋아요.

miony 2009-10-09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도 사람도 풍경이 정말 멋집니다.
롱다리 따님이 훌쩍 자란 것 같아보여요.

소나무집 2009-10-09 10:47   좋아요 0 | URL
아들도 딸도 정말 많이 컸어요.
완도의 아름다운 자연이 키워준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09-10-09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너무 멋져요. 저희도 얼른 아이들 키워 산에 오르고 싶어요.^^

소나무집 2009-10-10 18:10   좋아요 0 | URL
우리는 작은 아이가 네 살 때쯤부터 산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이젠 아이들이 엄마보다 훨~씬 더 잘 올라가네요.
엄마는 늘 뒤에 처져서 헉헉대는 처지예요.

montreal florist 2010-01-09 0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로 아름다운 멋잇는 풍경이군여
 

9월 20일이 결혼기념일이었다. 내가 무슨 기념일이라고 요란을 떨며 보내는 성격도 아니다 보니 13년이 될 때까지 특별하게 결혼기념일을 챙긴 기억은 없다. 더구나 결혼을 추석 무렵에 해서 시댁에 오가는 중이거나 설거지를 하며 보낸 날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추석은 10월에 멀찍이 떨어져 있고, 마침 주말에 내려온 남편이 완도를 떠나기 전에 꼭 한 번 가자고 했던 조도 이야기를 꺼냈다. 진도군에 속해 있으면서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 지역인 조도는 완도 살 때 아니면 일부러 찾아가기 어려운 곳이라며. 먼 길 온 남편에게 좀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래, 내일은 결혼기념일인데 하는 마음이 겹쳐 토요일 점심을 먹고는 서둘러 집을 나섰다.  


명량해전이 있었던 울돌목 근처에서 놀다 진도 팽목항에서 출발하는 마지막 배를 아슬아슬하게 타고는 조도로 향했다. 팽목항은 2년 전 진도에 왔을 때 한 번 들른 적이 있다. 바로 저 항구에 서서 조도를 바라보며 사진도 찍고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다도해의 진수를 느끼려면 조도에 꼭 가 보아야 한다고...  


6시에 출발하는 마지막 배를 탔기에 바다로 떨어지는 일몰을 볼 수 있었다. 진도에서 가장 낙조가 아름다운 곳은 세방낙조라고 했지만 배에서 바라본 낙조도 아름다워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우리가 타고 온 배가 팽목항을 출발한 지 40분 만에 조도에 닿았다. 섬으로 들어오는 마지막 배고 여름 휴가철도 다 지난 때라 배 안은 썰렁~ 물론 여행자 차림은 우리 가족뿐이었다. 그런데 난 이렇게 한적하게 하는 여행이 더 좋아라.


조도항(어류포) 입구의 풍경. 배에서 내리면 여객선 매표소가 왼쪽에 있고, 오른쪽에는 국립공원 다도해 서부 사무소(목포에 있음) 조도 분소가 있다. 사무소 뒤로 보이는 붉은색 건물은 우리가 묵은 여관이고.


국립공원 조도 분소의 모습. 남편이 소속된 사무소는 아니지만 국립공원이라는 간판만 보아도 기분 좋고 고향에 온 것 같다. 사무소 앞에 있는 자전거는 여행하는 이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무료로 빌려준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고 하는 조도 여행도 즐거울 것 같다.  

우리는 조도에 도착하자마자 국립공원 사무소 뒤에 있는 산해장이라는 여관에 짐을 풀었다. 변변한 식당 하나 없는 섬이라는 이야기는 미리 듣고 왔지만 시간에 쫓겨 아무 준비도 없이 섬에 들어온 우리. 배고프다는 아이들의 성화에 여관에서 물어 보니 여관 아래로 가면 식당이 하나 있다고 알려주었다. 


식당에 들어서니 탁자가 두 개 있었는데 그나마 하나는 짐이 잔뜩 쌓여 있어서 정작 손님이 앉을 수 있는 탁자는 딱 하나였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망설이는데 좀 무섭게 생긴 주인 아줌마가 "밥 먹게?" 이러는 바람에 나가지도 못하고 그냥 주저앉고 말았다. 

우리는 해물탕 먹고 싶다고 했는데 메뉴도 아줌마 마음대로, 반찬도 밥도 모두 아줌마 마음대로 내놓고 거기다 소주까지. 술에 약한 나는 소주는 정말 마시고 싶지 않았는데 이미 병을 따고 건배를 외치는 아줌마 땜시 나도 연달아 소주 석 잔을 마시는 쾌거를... 그리고 그후 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 소주 석 잔에 거의 기절 상태에 이른 나는 남편한테 기대어 여관으로 돌아왔고 아이들이 뭐라뭐라 하는 소리를 들으며 꼬로록... 결혼기념일을 맞이하여 아이들과 파티도 좀 하고 싶었는데 그 주모(?) 아줌마 땜시 모두 망했다.


일찍 잔 덕에 새벽 5시 반 무렵에 잠이 깨어 창밖을 내다 보니 하늘이 붉어져가고 있어 얼른 카메라를 챙겨 들고 나왔다. 야, 일출이다~


곤히 자고 있는 식구들을 깨우기가 미안하여 나 홀로 부두로 나와 붉디 붉은 기운이 바다를 물들이고, 하늘을 물들이고, 구름을 물들인 후 해가 쑤욱~ 떠오르는 걸 지켜보았다. 자연이 연출하는 화려한 풍경 앞에 사귄 지 얼마 안 된 연인이라도 마주한 듯 가슴이 설레였다. 남편 깨워서 같이 나올 걸 후회스러워라.


아침 먹으러 그 아줌마네 식당으로 또 가기가 싫어서(그 아줌마 아침부터 술 먹자고 할까 무서워!) 가게에서 컵라면을 사다가 먹은 후 하조도 등대를 보러 갔다.  


하조도 등대는 올해로 등대 설치 100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하지만 원래 모습은 다 사라지고 몇 년 전 지금의 모습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다고.  


날씨가 안 좋을 때 등대 불빛 대신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여러 가지 도구들.   


하조도 등대에서 바라본 다도해 풍경. 점점이 섬이 보인다. 하지만 아직 다도해의 진수를 느끼기엔 이르다.     


벤치에 앉아 바라본 전망대 올라가는 계단과 하늘도 참 예쁘다. 전망대에 올라가면 꼭 하늘 끝에 닿을 것만 같다.  


햇살이 비친 바다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울돌목 만큼이나 물살이 센 바다에 금가루가 출렁이는 듯했다.


하조도 등대에서 내려온 우리는 국립공원 사무소에 들러 안내해줄 직원 강현 씨와 함께 상조도로 향했다. 이 조도 대교는 하조도와 상조도를 연결하는 다리로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설치했다고 한다. 앞에 보이는 풍경이 하늘밖에 없어서 꼭 차를 타고 하늘을 향해 올라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다리를 지나면서 들었던 상조도에 있던 초등학교가 폐교된 이야기는 가슴을 찡하게, 그리고 안타깝게 만들었다. 이 동네 초등학교에는 12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3년 전 세 아이가 함께 바다에서 스티로폼을 타고 놀다가 물살에 휩쓸려 모두 하늘 나라로 떠나는 사고가 발생했고, 10명 이하의 학교는 폐교되는 원칙에 따라 남아 있던 아홉 명의 아이들은 현재 하조도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구불구불한 길을 오르고 올라 도리산 전망대에 드디어 도착했다. 오는 동안 강현 씨가 들려주는 조도와 그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그 지역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여행하는 것과 풍경만 담아두는 여행은 정말 느낌이 다르다. 혹시 조도를 여행하게 되면 국립공원 사무소에 들러 꼭 해설을 부탁하시라. 용인이 고향인 조도의 미녀 우리 강현 씨에게!  


멀리 우리가 건너온 하조도와 상조도를 연결하는 조도 대교가 보인다.

점점이 박혀 있는 게 모두 섬이다. 이 섬들을 모두 묶어 조도 군도라고 한다. 조도(鳥島)라는 이름은 새들이 많아서가 아니라 바다 위에 떠 있는 섬들이 꼭 새들이 앉아 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전망대에 올라서는 순간 우리 아들이 "왜 다도해(多島海)라고 하는지 알겠다"고 했을 정도로 어디로 눈을 돌려도 섬, 섬, 섬이었다. 


남편도 다도해(多島海)라는 글자를 통해서가 아닌 실제 풍경을 보며 섬이 많은 바다를 느끼고 싶었던 것 같다. 서울에서 내려와 쉬고 싶었을 텐데 기꺼운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준 남편이 정말 고맙다. "당신은 내 인생 수많은 선택 중 최고의 선택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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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9-22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여행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제가 여행한 것처럼 뿌듯하고 섬세해서 참 좋아요.
결혼 기념일 축하드립니다. 참 좋은 계절에 결혼하셨네요

소나무집 2009-09-23 08:50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제가 결혼하던 날은 넘 더워서 한여름 같았어요.
옷은 전부 가을 옷을 입어서 어찌나 어색했는지...

마노아 2009-09-22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아름다워요. 말 그대로 다도해로군요. 화면으로나마 엿볼 수 있어서 기뻐요. 직접 보고 오셨으니 얼마나 근사했을까요. 주모(?) 아줌마 때문에 욕보셨지만 덕분에 멋진 일출도 보셨네요.^^

소나무집 2009-09-23 08:53   좋아요 0 | URL
정말 섬이 많더라구요.
한 번쯤 여행 가볼 만하다 싶은 섬이었어요.
보길도 청산도에 비해서 차를 싣고 가는 비용도 얼마 안 들고
여관비도 정말 싸고(시설 너무 좋은 새 여관인데 3만원)
진도 여행할 기회가 있거들랑 조도까지 들어가 보세요.
그래도 그 아줌마 덕분에 추억 하나가 더 생겼어요.^*^

BRINY 2009-09-22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기념일 축하드려요.
그래도 결혼기념 회식(?) 증거사진은 남기셨군요. *^^*
이제 도시로 나오시는건가요? 아쉽네요.

소나무집 2009-09-23 08:54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ㅋㅋㅋ 남편이 사진을 찍었나 봐요.
다녀오고 보니 그 아줌마 때문에 더 재미있었다 싶어요.
11월경에 이사를 할 예정이에요.
그래서 정말 많이 아쉬워하는 중이구요.

꿈꾸는섬 2009-09-22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우울한 결혼기념일을 보냈는데 소나무집님 너무 좋은 시간 보내셔서 배 아픈데요.ㅎㅎ
바닷바람이 느껴져요. 아름다운 사진 보고 있자니 또 바다 가고 싶네요.^^

소나무집 2009-09-23 08:56   좋아요 0 | URL
저도 님 결혼기념일 보낸 이야기 읽었는데...
미안해요. 저 혼자 재미나게 보내서요.
저도 이렇게 결혼기념이라고 이름 붙여가면서 보낸 건 처음이에요.
도시에 살면 바다 보기가 쉽지 않죠?

꿈꾸는섬 2009-09-24 23:30   좋아요 0 | URL
소나무집님이라도 잘 보내셨으니 다행이에요.^^
내년엔 의미있게 보내도록 노력해야죠.ㅎㅎ

프레이야 2009-09-23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 부러워요.
멋진 풍광이네요.
소나무집님 결혼기념일 축하 드려요.
무지하게, 계속, 행복하시길요~~

소나무집 2009-09-24 10:59   좋아요 0 | URL
님, 정말 고마워요.
이렇게 멋진 바다를 실컷 보고 살다가 이사 가면 병이 날지도 모르겠어요.

순오기 2009-09-24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기념일 몇주년일까요?
내 인생의 선택 중 최고라는 찬사를 날리다니~ 부러워요!^^
우리 10월 24일 완도기행 학교에서 결제나서 예정대로 진행됩니다.
건망증 아줌마가 이걸 까먹고 여고반모임을 10월 23일로 잡았어요.
결국 반모임은 11월로 연기~~~ 내가 못 살아요.ㅠㅜ
울둘목 물소리가 들리는 듯~ 다도해는 언제 가봐도 아름다울거 같아요.

소나무집 2009-09-26 07:03   좋아요 0 | URL
님이야 한 20주년? 따님이 대학생이니까...
저희 부부는 늘 서로에게 그런 찬사를 날리면서 살아요.ㅋㅋㅋ
10월 24일 일정 확정되었군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완도에는 여러 개의 등대가 있는데, 그 중 완도 읍내 방파제에 설치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은 노래하는 등대다. 해변 공원에 차를 세우고 걸어가면 된다. 우리는 아이들하고 자전거를 타고 수시로 놀러가곤 했다. 집에서 자전거 타고 15분.


원래는 평범한 등대 모양이었는데 작년에 관광객들을 위해 공모를 거쳐 노래하는 등대로 새롭게 탄생했다. 천천히 걸어가면서 바다랑 완도 읍내를 구경할 수 있다.


8분음표가 그려진 터치패드 위에 손을 대면 음악이 흘러 나온다. 우리 아들이 몇 번 해보면서 하는 말, "엄마, 외할머니가 좋아할 것 같은 노래만 나오네."


언제 어디서나 늘 신나게 노는 우리 아들.


등대에서 보이는 풍경. 멀리 동망산에 완도 타워가 보인다. 완도 타워에서는 밤마다 화려한 레이저 쇼가 펼쳐지는데 난 개인적으로 그런 것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야경은 좋을지 모르지만 환경 오염으로 보여서리.


반대편에는 신지 명사십리 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신지 대교가 보인다. 이 다리도 밤이면 불꽃이 화려하게 피어난다. 처음 찾는 관광객들은 그렇게 화려한 완도가 좋으려나, 아님 조용한 완도가 좋으려나...  


완도항의 야경은 이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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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9-16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 조용한 완도가 좋죠. 전 조용한 곳이려니 하고 생각했었어요.
이사가시면 서운하시겠어요

소나무집 2009-09-16 13:40   좋아요 0 | URL
네. 그래서 그동안 찍었던 사진 정리하면서 하나씩 기록 남기려고요.

순오기 2009-09-17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하는 등대~~ 그런데 다리가 있어 걸어간다니 내가 알던 등대와는 다른 느낌이군요.^^
뭐든 자연 그대로가 좋은데 인간은 뭐든지 제 맘대로 바꿔버리죠.ㅜㅜ

소나무집 2009-09-17 06:38   좋아요 0 | URL
동네마다 관광 때문에 난리가 나서 휘황찬란하게 만드느라 야단인데
그런 것 좀 안 했으면 좋겠더라구요.
이런 시골의 경쟁력은 자연 그대로,
있는 그대로 훼손되지 않은 아름다움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꿈꾸는섬 2009-09-17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하는 등대, 가보고 싶어요.^^

소나무집 2009-09-18 10:01   좋아요 0 | URL
막상 가보면 별것도 아니랍니다.
 

장흥에는 유난히 문인들이 많은데 가장 유명한 두 분이 소설가 이청준이랑 한승원이다. 아침에 나설 때는한승원 선생이 있는 해산토굴이랑 이청준 선생의 생가 두 군데를 모두 가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놀며 놀며 다니다 보니 시간이 늦어져 이청준 생가에만 다녀왔다. 해산토굴은 얼마 전 순오기 님 덕분에 구경을 했고, 늦은 시간에 가면 싫어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다음으로 미루었다. 

슬로시티 유치면은 장흥군 제일 꼭대기에 있고 이청준 선생의 생가는 장흥군의 가장 남쪽에 있어서 장흥군 일주를 한 셈이 되었다. 작년 여름 이청준 선생이 돌아가셨다는 뉴스와 함께 장흥군에 생가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장흥군 회진면 소재지를 벗어나니까 바로 생가를 알리는 표지판이 나왔다.   


생가보다 먼저 만난 <천년학> 영화 세트장이다. 소설도 영화도 못 보았는데 지루했다는 이야기를 좀 들었던 것 같다. 이곳에 갔던 날은 집에 가서 영화를 찾아 보아야지 했는데 아직도 못 보고 있다.


세트장 앞에서 바라본 갯벌이 보이는 풍경. 


작은 소나무 두 그루가 <천년학> 세트장을 지켜주는 느낌이 들었다.


세트장을 나서서 갈림길을 만났는데 더이상 생가를 알리는 표지판이 나오지 않았다. 그물을 만들고 있던 동네 어른들한테 물어보고 알려주신 대로 올라가다 만난 진목마을 이정표가 반갑다. 

남도인의 한과 소리를 담아낸 소설가 이청준, 그가 태어난 마을이 맞나 보다. 하지만 우리 현대 문학을 이끈 소설가가 태어난 마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마을에 기념관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이 안내판 하나가 그를 알리는 것의 전부였다. 빛이 바래고 훼손된 사진을 보니 마음이 안 좋다.


마을 회관 앞에 차를 세우고 골목길로 들어서니 생가를 알리는 작은 푯말이 나왔다. 이청준 선생은 2005년 장흥군에서 생가를 사들이기 전까지는 한 동네 살면서도 이 집에 발길도 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한 번 더 왼쪽 골목으로 꺾어 들어서야 선생의 집이 나온다. 집들이 들어서기 전에는 이 길 담장이 예뻤다는데... 지나다 보니 왼쪽 담 문이 열린 곳에서는 소가 살고 있었다.


생가 마당. 장독대도 보이고 작은 마당엔 고구마도 심어놓아서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지만 그리 넓은 마당은 아니다. <눈길>에 나오는 그 넓은 마당은 작가의 상상이었을까?


마당에서 바다가 훤히 보일 줄 알았는데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산에 가려져 바다는 잘 보이지 않았다.   

마당가에 이청준 선생을 알리는 안내판이 집이랑은 정말 안 어울리는 모습으로 서 있다.   


생가 앞 골목에서 만난 동네 아저씨인데 생가에 들르는 사람들을 위해 안내도 해주신다고 했다. 이 집이 시골에서는 보기 드문 다섯 칸 집일 정도로 선생이 어릴 적엔 부자였다고 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집을 돌보지 않고 술을 좋아하다 보니 가산을 탕진했고, 광주로 중학교를 가면서 고향 마을을 떠났고, 고등학교 때는 이 집마저 남의 손에 넘어갔다고 한다. 1979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쓴  <서편제> <눈길> <축제> 등은 이 마을이 배경을 이루고 있다. 


아저씨는 우리에게 이청준이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냐고 자꾸만 물으셨다. 고향을 떠났던 그가 소설을 쓴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오랫동안 고향을 찾지 않았고, 고향으로 돌아온 후에도 그냥 편한 동네 형님쯤으로 생각했지 유명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단다. 유명하다고 해서 소설들을 읽어 보았는데 너무 어렵더라고...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선학동 나그네> 때문에 요즘은 고등학생들이 문학 기행을 많이 온다고 했다. 그리고는 이청준 선생 덕분에 마을이 알려져서 좋은데 장흥군에서 너무 홀대하는 느낌이 든다며 섭섭한 마음을 드러내셨다. 강의실까지 지어준 한승원 선생과 비교하면서...


방안에 들어가 보니 소박한 모습의 유리장 안에 선생의 소설책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방바닥에 있는 석유등이랑 재봉틀, 화로 같은 것은 선생이 쓰던 건 아닐 것 같고 어디서 가져온 거겠지?

생가에서 2킬로쯤 떨어진 언덕배기에 있는 선생의 묘소다. 위 묘소는 어머니고, 아래 두 묘소 중 왼쪽이 선생의 묘소다. 오른쪽은 선생의 아내를 위한 가묘라고 한다. 비석 하나 없어서 우리 문학계를 대표하는 소설가의 묘소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묘소 앞에 서 있는데 자꾸만 쓸쓸해지는 건 왜일까?


묘소 앞에 넓은 들이 있고 그 앞에 바다가 펼쳐져 있다. 이 모든 곳이 선생의 문학적 배경이 되었겠지... <당신들의 천국> <축제> 등 이미 가물가물해진 지 오래된 그의 소설들이 다시 읽고 싶어진다. 그리고 소설 속에 표현된 그의 고향을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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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8-17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녀오셨군요~ 나도 지난번 한승원선생님 뵈었을때 여기도 갔는데 아직 후기를 안 올렸죠.ㅜㅜ 님이 올린거에 제가 찍은 사진을 보태면 좋겠네요. 이 집은 남의 소유였으니까 이청준선생이 찾을 수가 없었겠죠~ 소설 <눈길>속에 그려진 가슴 아픈 사연의 집이었으니 더욱 더...

소나무집 2009-08-20 23:38   좋아요 0 | URL
다녀오셨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맞아요. 저도 가슴 아픈 사연 때문에 그랬다는 생각이 들어요.

프레이야 2009-08-17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보고싶은곳이에요.
천년학 세트장 보니 영화 생각나네요.^^

소나무집 2009-08-20 23:39   좋아요 0 | URL
요즘 드라마 세트장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원래 그렇게 있던 집 같았어요.
천년학 꼭 보고 싶은데 아직도 못 보고 있네요.

꿈꾸는섬 2009-08-19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넘 가보고 싶어요.^^ 순오기님 서재에선 한승원 생가를, 소나무집님 서재에선 이청준 생가를, 맨입으로 구경하네요.ㅎㅎ 아이들 크면 여기저기 다닐 곳이 너무 많아요.^^

소나무집 2009-08-20 23:40   좋아요 0 | URL
아이들은 이런 작가들 잘 몰라요.
그냥 엄마아빠가 가니까 덤으로 따라다니는 거죠 뭐.

꿈꾸는섬 2009-08-21 10:27   좋아요 0 | URL
아이들에겐 아직 어려운 작가죠. 그래도 데리고 다니다보면 아이들에게도 친숙해지지 않겠어요.^^ 결국 엄마의 욕구충족이지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