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에는 패랭이 그림책 버스가 있다. 패랭이 그림책 버스는 그림책 작가이자 번역가이면서 시인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이상희 샘께서 시작한 아주 작은 도서관이다. 폐차된 버스를 재활용해서 만든 이 도서관은 박경리 문학 공원 정문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니 아이가 없어도 한 번쯤 들어가고 싶어진다.
지난 월요일 그림책 버스에서 <오리가 한 마리 있었어요><고사리손 요리책> 등으로 알려진 그림책 작가 정유정 샘을 초대했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으면서 패랭이꽃 그림책 버스 자원활동가인 엘리자베스 님과 함께 강연회에 다녀왔다.
엘리자베스 님은 원주로 와서 가장 먼저 알게 된 이웃이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것 같다며 댓글을 한두 번 남겼는데.. 어느 날 슈퍼 앞에서 어여쁜 아줌마 하나가 선우엄마도 지우엄마도, 김ㅇㅇ씨도 그냥 아줌마도 아닌 "소나무집님!" 하고 불러서 어찌나 놀랐던지.
내 페이퍼에 올린 사진 덕분에 대번에 알아볼 수 있었단다. 같은 아파트에 알라딘 식구가 산다는 사실도 놀랍고 우연히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그랬다. 절대 나쁜 짓을 하고 살면 안 된다는 교훈도 얻었고... ㅎㅎ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르므로.
박경리 문학 공원 2층 사랑방이 꽉 찼을 정도로 선생님에 대한 인기는 대단했다. 패랭이 그림책 버스 회원과 나처럼 함께 온 사람들로... 특히 필리핀에서 시집 온 엄마 두 명이 맨 앞에 앉아 열심히 선생님 말씀에 귀울이고 있는 모습도 정말 예뻤다.
정유정 샘은 <세상에서 가장 힘센 수탉> <솔이의 추석 이야기>를 쓰신 이억배 샘의 아내라는 사실을 이 날 처음 알았다. 선생님 부부는 서울에서 살다 IMF를 겪으면서 도저히 서울에서는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경기도 안성으로 이사한 후 텃밭 농사를 지으며 살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그림책을 만들며 살고 있다고...
그래서 선생님의 그림책에는 시골 살며 얻은 소중한 경험들이 들어 있다.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며 살아서 그럴까? 참말로 편안하고 다정다감해서 팔짱 끼고 산책이라도 나서고 싶은 마음이 드는 작가였다.
<오리가 한 마리 있있어요>는 시골 생활에 적응하느라 힘든 무렵 마당으로 찾아온 오리를 보며 쓴 작품인데 성장을 위해 현재의 안락한 삶을 버릴 줄 아는 작가의 모습이기도 하다고.
<딸기 한 포기>는 딸기를 키우다 보니 열매라는 것은 사람 혼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 느낌을 그림책으로 썼다고 한다.
<고사리 손 요리책>은 선생님의 데뷰 작품으로 아들을 임신했을 때 그림을 그렸는데 그 덕인지 아들이 요리를 좋아하고 수학을 무지 잘하는 걸 보면 뿌듯하다고. 책 속에 니오는 세 아이는 선생님의 아들 딸과 친구인 권윤덕(만희네 집의 작가) 샘의 아들이라고.
<바위나리와 아기 별>은 친구가 없이 어린 시절을 보낸 선생님은 초등 3학년 때 만난 이 이야기에서 바위나리의 외로움을 공감했고, 보림에서 그림책으로 나온다고 했을 때 자청해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정유정 샘의 그림책들. 작가를 알고 책을 보니 책이 더 좋아지고 안 보이던 것들도 관심 갖고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