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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트로트 가수 동심원 6
유은경 지음, 안예리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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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늘 푸른책들 덕분에 동시를 읽는다. 동시를 읽는 동안은 나도 아이가 된 것 같고 마음이 맑아진다. 책제목으로 쓰인 <내 꿈은 트로트 가수> 등 재미있는 동시가 많았지만 특히 두 편의 동시 <전학 온 날>과 <싹>이 마음에 남는다.   

우리 아이들을 여러 번 전학시켜 본 난 전학 온 아이들이 첫날 얼마나 어색하고 쑥스러운지 안다. 딸아이가 그 첫날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이 너무 싫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힘든 날 친구들이 다가와 정말 친해질 수 있는 걸 물어봐주면 좋을 텐데 아이들은 공부가 더 중요한 모양이다. <전학 온 날>이라는 동시를 읽다가 우리 딸은 어땠는지 궁금해서 물었더니 자기네 반 아이들도 그렇게 물었단다. 

전학 온 날
 
"너 공부 잘해?"
"중간 시험 평균 몇이야?" 

아이들은
서너 걸음 떨어져서
날 훑어본다.

 나, 공부 잘해.
올백이야! 

이렇게 말하고 싶지만
꾹 눌러 참는다.

어디에서 왔어?
거긴 어땠어?
넌 뭘 좋아해? 

이렇게 물으면 참 좋을 텐데.
금방 친해질 텐데.


유은경의 동시집을 읽는 내내 난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겨울이 되면서 이사를 했고, 방학을 했고, 오갈 이웃이 없는 새 정착지에서 아이들과 24시간 함께 하노라 참 긴 겨울을 보냈기 때문이다. 싹이 나려나 내 몸도 여기저기 근질거린다. 

싹  

봄 숲의 나무들
오돌토돌 뾰루지 부풀었어.
온몸이 가렵대.
벅벅 긁고 싶대.

바람이 지나가면
이때다, 하며 팔 뻗어 서로
시원하게 긁어주지.

꽃샘바람 부는 봄날
키 큰 나무에 기대 서니
내 몸 여기저기 근질거려.
싹이 트려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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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 난다 신난다 - 제7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동심원 3
이병승 외 지음, 권태향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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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책들 출판사에서 주는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을 받은 세 시인의 작품을 모은 동시집이다. 잊고 살다가도 푸른책들 덕분에 동시를 읽게 되니 참 좋다. 이번 동시집은 한 번쯤은 일상에서 겪은 듯 익숙한 이야기들이라 아이들도 나도 더 즐거웠다. 동시를 싫어하는 아이라도 "나도 그런 적 있는데" 하며 관심을 가질 것 같은 동시도 여러 편이다.  

우리 아들이 가장 좋다고 한 첫번째 동시 <헬리콥터>을 읽는 순간부터 웃음이 나온다. 수업이 끝나고 신발주머니를 빙글빙글 돌리며 달려가는 아이의 모습, 우리 아들도 동시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신났던가 보다. 마지막 구절 난다 난다 신난다(10쪽)를 계속 반복한다.  

우리 아들은 12층 살던 먼저 아파트에서 가끔 엘리베이터 숫자판을 전부 눌러놓고 계단을 뛰어 내려가곤 했다. 엘리베이터하고 저하고 누가 먼저 내려가는지 시합을 한다는 것이었다. 가끔 엘리베이터가 층층이 설 때마다 누가 그런 짓을 하나 궁금했는데 우리 아들도 그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고는 기가 막혔는데...  

그때 생각이 나서였을까? <15층 아파트 계단 내려가기>라는 시를 읽으며 너무나 좋아한다. 우리 아들도 마법의 지도가 든 배낭을 메고 모퉁이마다 도사린 괴물들 마법의 숫자 버튼을 눌러 물리쳤나(16쪽) 보다. 하지만 이젠 2층에 살아서 그런 장난을 할 수 없으니 어쩌나 그래.

이병승 시인은 우리 아들 같은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게 분명하다. 동시마다 어쩜 그렇게 우리 아들을 보는 듯한지... <등굣길>이라는 동시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벌어지는 우리집 풍경이다. 나? 또 신발 주머니 놓고 왔다 헤헤(24쪽) 지난 주 월요일에도 실내화를 현관 앞에 고이 모셔두고 간 우리 아들이기에. 

백승우 시인의 동시들은 나의 마음을 잡아끈다. 바다를 떠나온 지 얼마 안 되어 그런가 <바다>라는 시가 마음에 콕 박혔다. 온갖 모양 온갖 색깔 진귀한 보물들 숨겨놓고 바람에 출렁이는 푸른 천으로 탁, 덮어 버렸다(48쪽) 아, 보물이 가득했던 남녘의 바다가 정말 그립다.  

<이사 온 집>도 요즘의 내 마음이다. 냉장고, 텔레비전, 장롱, 책상도 제자리를 찾아 태연히 앉습니다 우리 식구들만 며칠째 자리를 잡지 못합니다 어머니는 닦고 닦고 걸레질만 하십니다(50쪽) 전보다 넓은 집으로 이사한 후 나랑 아이들이 자리를 찾지 못해 집안을 방황하는 모습을 들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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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눈 - 신현득 동시집
신현득 지음, 정점식 그림 / 재미마주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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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득이란 시인의 이름을 아이들 교과서에서 몇 번인가 만났기에 이 시집을 받아들고는 정말 반가웠다.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의 이 시집은 사실 무척이나 촌스럽다. 코팅도 되지 않은 표지에 속지는 옛날 교과서에서나 본 듯한 누런 종이다. 그래서 새로 만드는 책을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궁금했다.  

재미마주에서는 지난 해부터 50, 60년대 동시집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하고 있는데 <아기 눈>은 그 두번째 책이다. 그래서 동시는 물론 삽화나 책의 느낌도 옛 느낌 그대로를 살렸다고 한다. <아기 눈>이 처음 출간된 것은 1961년이라고 하니 그때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도 한참 전이다.

어제 아침 이 동시집을 수목원 가는 길에 읽었다. 누런 알곡들이 익어가는 시골길을 지나면서 읽어서 그랬을까? 동시의 소박하고 담백한 느낌이 더 마음에 와 닿았고, 처음 출간된 지 50여 년이 지난 동시집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또 이철수 님의 판화 그림도 살짝 생각나게 만드는 흑백의 삽화도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소박하지만 두루두루 담백한 동시집이다.  

한 편 한 편 읽다 보면 저절로 아이들의 마음이 된다.

빠꼼 빠꼼/문구멍이/높아간다./아가 키가/큰다. - <문구멍> -  아기 키가 커가면서 뚫어놓은 문구멍도 점점 높아지는 모습이다. 나도 이렇게 컸겠지 싶어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참새네 학교는/글 배우가 쉽겠다./국어책도 "짹짹짹"/산수책도 "짹짹짹"/참 재미나겠다. - <참새네 말 참새네 글> 중에서 -  우리 딸아이가 1학년 교과서에 실린 이 동시를 배우면서 엄청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사람이 밭을 매면/지구는/등허리 긁어준다 생각하지요.//큰길에 차가/왔다 갔다 하면//이 놈 사람들 땜에/가려워 못 살겠다 하지요.//비행기는/파리라고 생각하지요./파리가 무슨 파리가/요렇게도 작을까 생각하지요. - <지구는> 중에서 -  지구의 입장에서 인간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래 ,인간은 요렇게 작디작은 존재인 것을 왜 그리 큰소리치면서 지구를 못 살게 구는 인간이 늘어가는지 모르겠다. 

골짝물이/조잘대며 흐르는데/바위들에게도/귀가 있을 거야.//산나리꽃이/예쁘게 웃어주는데/나무들에게도/정말은 눈이 있을 거야.//심심해 노루들이/메아리를 부르다 가면/메아리를 듣고/나무들이 크고/꽃이 피고 - <산> 중에서 -   요즘 아이들도 산에 가서 이런 생각을 키우면서 살 수 있다면 좋겠다. 이 작품은 요즘 내가 수목원에 자주 드나들어서 그런지 가장 마음에 남는 동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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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에서 뛰는 이유 시읽는 가족 12
초록손가락 동인 지음, 조경주 외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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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시집은 동시를 쓰는 사람들의 모임인 <초록 손가락>에서 낸 두번째 시집이다. <초록 손가락>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동시가 실린 시인도 여럿이 있을 정도로 짱짱한 동인이다.  

동시집을 읽다 보면 나도 동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하지만 나는 내가 동시를 쓸 수 없다는 걸 안다. 시를 쓰기 위해서는 한 사물을 오랫동안 들여다 보면서 천천히 느릿느릿 살아야 하는데 나의 생활은 그와는 정반대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시를 쓰는 시인들이 더 대단해 보인다. 

딸아이는가 동시들이 통통 튀어다니는 것 같다고 말해서 얼른 시집을 펼쳐보았다. 학교 생활 이야기를 시로 쓴 박은영 시인의 동시를 읽다 보니 나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동시 한 편 한 편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하다.

시간표에는 없지만 학교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은 급식 시간이고 (급식 시간), 복도에서 뛰다가도 멈추지 않는 건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한테 가야 하는데 복도에 좌측통행만 있고 신호등이 없기 때문이란다.(복도에서 뛰는 이유

시험 문제의 답이 얼른 들어와서 시험 시간 절반도 지나지 않아서 문제를 다 풀어버렸는데 채점한 시험지를 받아들고 보니 아닌 것은, 알맞지 않은 것은, 관계가 없는 것을 찾는 문제였다. 공부라는 것은 바른 것, 옳은 것, 알맞은 것을 아는 게 아니었나 보다(채점 끝난 시험지

여섯 시간 들은 날 책가방이 무거운 건 책 속에 글자들이 빼곡하고 글자들 속에 어려운 시험 문제들이 있고 체육 시간도 없기 때문이란다.(여섯 시간 들은 날)  

박신식 시인의 동시에는 배려의 마음이 가득 들어 있다. 

청각 장애인 엄마를 위해 화가 날 땐 뒤에서 미워 소리치다가도 마음을 전할 땐 엄마 앞에서 손으로 말하거나(눈 속의 귀), 우리 반 31명이 토끼풀처럼 3명씩 모여 앉다 보니 한 명이 남아서 우린 네잎 클로버라고 말할 줄 아는 아이들의 모습(우리 반 31명). 그 속엔 서로를 생각해주는 예쁜 마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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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는 속상해 - 제8회 '우리나라 좋은 동시문학상' 수상작, 3학년 2학년 국어교과서 국어활동 3-2(가) 수록도서 시읽는 가족 9
한상순 지음, 임수진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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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동시 <도깨비뿔을 단 감자>를 읽다가 그만 큭 웃어버렸다. 해마다 우리집에서도 볼 수 있는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초여름 무렵이면 친정에서 감자를 몇 박스씩 보내주는데 먹다 먹다 남을 정도로 많다. 그러면 늘 반 박스쯤은 남겨둔 채 잊곤 한다. 내가 그 감자 박스에 다시 눈길을 주게 되는 건 감자 싹이 박스 밖으로 길게 내밀 즈음이다. 

이렇게 구석에 처박아놓을 테면/시골 할머니 댁에 다시 보내 줘!/푸른 뿔을 번득이며/소리소리쳤을 거야  - <도깨비뿔을 단 감자> 중에서 

이 부분을 읽다가 며칠 전에 받아놓은 감자 박스를 열어보았다. 제일 크고 실한 것들로 골라 보내신 친정 부모님의 마음이 느껴져서 마음이 짠해진다. 감자가 도깨비뿔을 달고 할머니댁으로 보내 달라고 아우성치기 전에 얼른 먹어야겠다. 

<친구 구함>이라는 동시에서는 요즘 바빠서 놀이터에 나가 놀 시간도 없는 아이들의 비애가 느껴진다. 새로 지은 아파트에 멋지게 놀이터를 만들어놓았건만 놀러오는 친구가 없어서 놀이터가 친구를 구하기에 나섰으니... 

가방을 바꿔 들고/이리저리 바쁜 아이들아/엄마한테 꾸중 듣고/눈물이 나오려고 할 때/정말정말 학원 가기 싫을 때/언제든 오렴 - <친구 구함> 중에서    

나도 가끔은 어른들 앞에서 남편을 '지우아빠'라고 부르곤 한다. 결혼 12년차건만 '여보'라는 단어가 익숙치 않아서 부르곤 하는 호칭이다. 어른들 앞에서 '자기야'라고 부를 수도 없고 '지우아빠'가 참 편하다. 그런데 딸내미가 동생 이름을 갖다 붙였다고 오해할 수도 있겠다. 이젠 아들 딸 이름 번갈아가며 불러줘야겠다.

외할머니는/딸 중 우리 엄마가/ 제일 좋은가 보다/막내딸/우리 엄마/황연숙 - <연숙이 아부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 동시는 <뻥튀기는 속상해>다. 저희들이 평소에 많이 쓰는 말이 고스란히 시어가 된 게 신기한 모양이었다. 특히 우리 아들은 이 시를 보며 동시를 쓰는 게 어렵지 않다는 걸 깨달았단다.

선생님, 그거 뻥 아니죠?/민수 걔 뻥쟁이야/너, 그 말 뻥이지?/야! 뻥치지 마 - <뻥튀기는 속상해> 중에서

동시를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아름다운 그림이 한 장씩 그려진다. 동시 덕분에 한 주 동안 심란했던 마음이 조금은 씻겨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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