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춤을춰라_시즌2 Let's Dance Crazy_




"사춤?" 고유명사인양 친숙한 그 두음절은, "사랑하면 춤을 춰라"의 준말입니다. 13년동안 무려 5000회나 롱런 공연 해오고 있다하죠? 해외초청도 많이 받았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 메달 플라자 사전 행사 등 큰 무대에 많이 올랐던 유명 공연을 이제서야 봅니다. 대학로에서 연극, 무용, 뮤지컬 공연 그렇게 보러 들락였어도 미마지 눈빛극장은 처음 들어보고, 처음 방문입니다. 번화가의 반대편, 서울과학고 방향에 있습니다. 


Open Run이니까, 꽤 오랫동안 '사춤' 전용 극장이 될 듯 하네요.



2층 공연장까지 올라가는 계단과 공연장 내부 벽면에 온통 "사랑하면 춤을 춰라"의 현란한 핑크 포스터가 즐비해서, "Let's Dance Crazy"의 달아오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초대받아 공연장을 찾았지만 추가 티켓 구매는 알뜰 할인제도를 활용해서! 다양한 할인제도 및 재관람 관객에게 특별 혜택이 있으니 꼭 확인하세요. 


관객의 연령층이 다양한 점이 흥미로웠네요. "Let's Dance Crazy"라면 왠지 10대 20대가 가장 열광할 공연같은데,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에 중장년층, 가족단위 관람객과 중국, 일본 관광객까지 참 다양했어요. 객석은 이런 분위기! flash만 터뜨리지 않는다면 공연 중간에 사진촬영 가능하다던데, 저는 일행분이 "사진촬영불가"라고 잘못된 정보를 알려주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공연 중간의 사진은 거의 못 찍었네요. 무대의상을 어찌나 자주, 다양하게 갈아입고 나오시는지 출연진 댄서분들 의상 담당해주신 분이 다 궁금했습니다. 20초 안에 짜잔 하고 다른 옷 갈아입기의 달인들 같았어요. 춤추랴, 의상 갈아입으랴, 춤 장르 바꾸랴. 참 대단한 댄서들입니다. 



"사랑하면 춤을 춰라" Season2에서는 퍼포먼스를 강화했다하네요. 현대무용, 발레, 재즈댄스, 탱고, 어반 댄스, K-POP 댄스, 브레이크 댄스, 군무.....정말 다양한 장르의 춤이 어색하지 않게 한 무대위에서 숨가쁘게 교차되면서 세련된 안무로 펼쳐지는데요! 무엇보다 이런 다양한 장르의 춤을 다 섭렵한 춤의 마스터, 출연진 댄서들이 대단해 보였어요. "사랑하면 춤을 춰라" 총감독 분의 안목이 대단하신듯. 연기력과 춤실력 출중한 재원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네요. 다들 멋지셨는데, 제가 로비에서 사진을 초점 안 벗어나고 찍은 몇 분 위주로 소개해봅니다. 

무용수마다 매력이 다른데, 가히 사춤 무대의 Queen과 같은 다희 배우는 80분 내내, 춤도 춤이지만 표정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능력이 best of best! 박민우 댄서도 움직임의 질감과 무게감에서 차별감이 있더라고요. 중국어, 일어, 한국어 3개국어 능통에 공연 진행의 목소리까지 완벽한 이용석 댄서도 많은 호응을 이끌어냈지요. 



아래에 출연 댄서 사진을 확인할 수 있어요. 현대무용, 발레 기본기 위에 재즈틱한 움직임과 K-pop댄스까지, 못 추는 춤이 없는 크로스오버 댄서들이죠. 


80분 공연이 인터미션 없이 1,2부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중간에 객석에서 관객들을 호출합니다. 공연의 일부는 관객이 함께 만들어나가는지라, 대범하고 끼많은 관객의 몫도 크네요. 사실, "사춤" 5000회 공연 경력답게 너무도 자연스럽게 관객과의 소통을 유도합니다. 박수 정말 많이 치고, 목이 쉬어라 환호했네요. 





공연장 찾기 전에 인터파크 예매페이지 댓글을 보고, '너무나 극찬 일색 아닌가? 다들 극찬하다니? 정말?' 살짝 의심하는 마음으로 공연장 찾았는데, "사랑하면 춤을 춰라 시즌 2"보고 나니, 좋아하는 친구 초대해서 또 와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박수와 환호, 웃음은 건강에 좋습니다! "사라하면 춤을 춰라" 덕분에 박수치고, 뭉친 어깨 풀며 어깨 들썩이고 목청도 뚫어보아요. 건강해질듯요! 또 갑니다! 
아참, 출연 댄서들 친필 사인 있는 포스터를 기념으로 2000원에 구매했네요. 춤 만큼이나 사인도 자유분방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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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zhak(2017) - 이차크의 행복한 바이올린

 

 

사심 가득 포스팅입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의 "Ryuichi sakamoto: Coda" (2017)는 상영관 관람 시기를 놓치고도 크게 아쉬워하지 않았는데, 12월 20일 개봉한다는 "Itzhak(2017) - 이차크의 행복한 바이올린"은 몹시 기다리고 있습니다. 왜? 사심이 가득하냐면, 이자크 펄만이 (흠모하는) 데이비드 가렛(David Garrett)의 스승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가렛의 연주를 유투브 동영상으로 감상하다가 펄만의 연주를 교차해서 듣는 습관이 있기에, 제 머릿 속에서 그 둘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영화 Trailer를 보다보니, 이런 대사가 등장하더군요. "재능이 있다면 써야지(Use it), 테니스 선수가 될 건 아니잖아."  최근 본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의 프레디 머큐리 대사와 공명하는군요. 음악가(Musician)가 존재이유인 사람들. 자신의 재능, 열망을 잘 알기에 혼자 그 재능을 담아두지 않지요. 말그대로 세상을 위해 풀어내는데, 그렇다면 다시 소심한 질문이 자신을 향합니다. "너는? 뭘 하고 싶지? 테니스 선수도 아니고, 테니스 선수가 될 건 아니잖아. 알잖아. 뭘 하고 싶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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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밤 , 한옥에서 달 구경 하다.

 

손수 관리할만큼 부지런할 자신도 없고, 개미떼나 버글거리는 벌레를 상상만해도 목이 짧아지는 주제에 "한옥," 아니 "한옥에 살기"를 부러워한다. 현실은 시멘트로 툭툭 찍어낸 아파트 거주민. 소유가 어렵더라면, 1박만이라도 빌려 머물고 싶다. 흙과 나무로 지은 한옥에서.

소박한 꿈에, 지인들이 추천해준  최적 목적지는 태안반도 "천리포 수목원"내 가든 스테이( http://www.chollipo.org/?menuKey=112)였는데, 오호 통재라! 주말 예약은 몇달 전에 완료될 정도로 이미 알만한 분들 많이 다녀가시는구나. 하지만 우리에겐 녹색창이 있잖아?  "태안반도," "한옥"을 검색어로 자판을 두드리니, "별궁"이라는 어여쁜 이름이 뜬다. "http://byulgung.com" 검색하며 더 찾아보니, 마음 맞는 친구 2분이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펜션을 지으셨다 한다. 초창기에는 소위 "매스컴 많이 탄" 듯, 후기며 자료가 많지만 2018년 근래의 리뷰가 없어 살짝 불안은 했으나, 당장 예약부터.

*

여행 당일, 천리포 수목원에서 감탄 +찬탄 +오도방정 좋아하다 오래 머무는 바람에, 늦은 오후에야 도착한 별궁. 예약한 방, 전망이 이렇다. 한지 곱게 발린 창문을 열면 작은 연못, 그 너머 서해와 작은 섬'이 보이네. 

 

 

 

마찬가지로 방 안에서 내다본 창 밖 풍경. 늦은 오후인지라 가까이 보이는 섬의 나무들이 석양 받아 따뜻한 색으로 달아올라 있다.

 

 

 

별궁 밖에서 별궁 쪽을 바라보면 이런 뷰가 나온다. 글 쓰거나, 마음 정리하며 머물고 싶을 때 다만 보름이라도 자리를 빌리고 싶어지는 집.

 

 

도시 빛공해에 시달리다 익숙해진 눈에는 확실히 어둠이 짙다. 별궁의 밤. 전기 덕분에 별궁의 자태를 밤에도 볼 수 있다. 나와 보니, 저 바다엔 달이 떠 있고 달 그림자를 저 아래에 심어 두었네. 달2개를 동시에 보는 기분이라니! 달 하는 하늘에, 달 둘은 별궁 앞 물구덩이(?)에.

 

 

 별궁은 한옥인지라, 옆방 투숙객들이 소주 혹은 아류의 알콜물에 취해 노래 부르고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여과 없이 들린다는 단점은 크더라. 자정 넘은 시간인지라 "민원" 넣고 심은 심정이 부글부글하건만, 그들의 여행기분에 후추 뿌릴 수야 없지. 달도 2개나 보았는데, 꾹꾹 참으리!  

그리고 아침, 아침의 산책길.

별궁에서 "자연에 도취를 흉내내는 놀이"를 하다, 민망해졌는데 다름 아니라 요 풀 때문. 꽃이 다 진 코스모스인가하고 쓰다듬어주는데 별궁지기(주인장)님이 "뭐 하세요?"라고 묻는다. "코스모스가 예뻐서요."라고 대답했다가, 차라리 침묵할 걸 하는 후회가 물밀듯. 그것은 코스모스가 아닌, 옛날 싸리비를 만들 때 쓰던 식물이었소.

 

만회를 해야겠다. 이 풀은 이름을 확실히 알지요. 채송화요!!

*

소박함과 정직함이 느껴지는 횟집. 별궁지기님께 물어보면 알려주심. 그러고 보니, 정작 푸짐한 횟감 접시 사진은 못찍었구나. 안면도 대하 축제 무렵이어서 대하를 놓치고 가면 아쉬울 듯, 한 접시 푸짐하게!  

 

별궁 여행, 올해가 가기 전에 정리하며

내년 봄에 또 찾아가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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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스마트폰에 밀린 책 읽기 기록



"2017 알라딘 서재의 달인"이라는 과분한 타이틀이 무색하리만큼, 2018년 책읽기 혹은 그 기록에 게을렀다. 스마트폰 왼손에 들고 멍때리기를 많이 한 탓일텐데, 이제와 후회한들 무엇하리......그래도 명색에 "서재의 달인"이라는데, 2018년 읽은 책 정리를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억을 더듬는다. 


회로가 꼬여서 읽은 순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어렸을 때는 한 권 다 읽기 전에 다른 책 집어드는 행위를 불경이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동시에 여러권 나눠 읽기를 생활화한지라 2018년 책 읽기 지도 그리기에 시간 요소를 집어 넣지 못하겠다. 그냥 무작위로, 기억나는 대로 적어본다.



1. 소설의 재발견 


 꽤 오래 전엔, 미셸 투르니에니 에밀리 노통브 등 프랑스 소설가 작품이 나오자마자 찾아 읽을 정도로 열성이었는데 소설을 서가에서 밀어낸지 오래다. 그러다가, 알라디너 중 "책 덕후" 고수님들끼리 통하는 이름에 '이언 메큐언Ian McEwan'을 엿듣고 찾아 읽었다. 총 3권 중, <Solar>를 가장 먼저 읽고 <Nutshell>을 가장 마지막에 읽었다. 누군가가 올린 리뷰를 통해 알게 된 사실처럼 이언 메큐언의 소설에는 전문직 주인공들이 등장하나본데, 개인적으로 <솔라>에서 묘사한 괴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의 생각법과 행동양식에 가장 공감이 많이 갔다. 몇몇 문단은 아예 통째 외워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는데, 리뷰를 꼼꼼하게 쓰기도 전에 도서반납일이 다가와서 빠이빠이!  <Nutshell>은 태아를 인격체로 그려내는 독특한 발상도 기이하지만, 그 태아가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와 뜨거운 복수의 계략을 모체 안에서 발현시키는 게 무서웠다. 


   

 

    













2018년, 록산 게이를 글로나마 만나서 행복했다. 그녀를 face - to -face 실제 만날 기회가 오기를 꿈꿔보기로 했다. <Hunger>가 하도 센세이셔널한 소재와 작가의 체형 때문에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기에 일부러 똥배짱. 읽고 싶은데 일부러 늦추고 늦추다가 <어려운 여자들>부터 만났다.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평탄해보이지 않는 삶을 사는데도 묘하게 담대하고 강인한데다 살아 남는다. 소설을 먼저 읽고, <Hunger>를 뒤에 읽으니 그제서야 <어려운 여자들>의 소설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록산 게이는 어려웠던 시절을 글쓰기로 이겨냈다. 현재형이기도 하고. 문체가 아름다운 그녀의 책, 구어체는 어떠할까 궁금해서 스토킹하듯 그녀의 강연과 인터뷰를 훑고 다녔다. 내 눈에 그녀는 사랑스럽고 카리스마 넘친다. 만나고 싶다. 

















2. 읽고 다시 또 돌아가서 읽은 책














2018년(아직 한 달 남았지만), 가장 시원한 지적 자극을 준 책은 브래드 에반스의 <국가가 조장하는 위험들>

개발 담론, 회복력 담론, 환경 재앙 담론을 이렇게 새롭게 해석할 수 있구나. 단지 해석의 문제강 아니라 독자, 나아가 사람들에게 '그저 위험 앞에 생존하는 수준으로 웅크리고 있지 말고 야생의 삶, 유토피아를 꿈이라도 꿔보라'고 도발하니 참 신선하다. <사피엔스>는 처음 읽을 땐, 쉬웠는데 되레 두번 세번 읽으니 챕터마다 맛이 다르다. 


정치철학자 브래드 에반스에 반해서, 영국 유학가서 제자가 되고 싶다는 엉뚱한 꿈도 꾸었다. 엉뚱한데다가 실현가능성이 낮기에 그냥 책읽기로 스승 삼기로 한다. <만화로 보는 세기의 철학자들, 폭력을 말하다>는 책 펴들자 마자 한 자리에서 다 읽었는데, 해외주문으로 받은 <Disposable Futures>는 서문만 읽었을 뿐이다. 2019년으로 넘어갈 듯. 















3. 아프지 말자, 아프려면 같이 아프자. 


유독 2018년은 건강 불평등의 문제를 고발하는 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김승섭 교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숱한 도서관에서 늘 "대출중"인 도서이며 베스트셀러였다. 사회학자 콘래드의 <어쩌다 우리는 환자가 되었나>는 "의료화"를 수십년 꾸준히 연구해온 그가 대중 눈높이에서 쓴 책이라 두껍지만 술술 넘기며 읽을 수 있다. 
















4, 사회학자 오찬호 


'사회학자'란 단어를 쓰다 생각났는데, 올해 오찬호 박사의 책을 많이 읽었구나. 어떤 블로거는 "믿고 찾는 작가"라며 오찬호 박사를 치켜세우는데, 오찬호 박사 역시 종종 자신을 "작가"로 확인하는 듯 하다. 일상의 수다와 학생들의 레포트에서조차 의미를 캐내고 시원한 사이다 스타일 문체로 휙휙 풀어나가는 그의 필력 덕분에 인기가 한동안 계속될 듯 하다. 

 

 













5. 유난히 언어 톺아보기 류의 책이 많이 나왔기에

일부러 찾아 읽은 것도 아닌데, 책 목록 생각하다보니 '언어'의 (잠재적) 폭력성에 주목한 책들을 두 권이나 읽었구나. 불어교육전공의 이화여대 장한업 교수의 <차별의 언어>와 언어학자 신지영 교수의 <언어의 줄다리기>.
















6. 아마 그 외 백여권은 읽었을 테지만.......정리는 머리 속에서나....

남은 2018년에는 

우선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과 <Disposable Future>를 마지막 챕터까지 다 읽기! 이언 매큐언 소설 마스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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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12-03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년에 이언 매큐언의 소설에 빠져 올해 나온
<솔라>까지 모두 읽는데 성공했습니다.

과연 <솔라>는 여느 매큐언 선생의 책과는 다른
결을 보여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출간 책인 <스윗 투스>의 출간도 기대해 봅니다.

2018-12-03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 "돈키호테"

 

겨울 발레라면 왠지 러시아 발레단의 공연으로 보아야 제맛일듯한 상상. 그중에서도 '마린스키 발레단 Mariinsky Ballet Company' 공연이라면 'best of best'일진대, 운 좋게도 개인적으로 특별한 날에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내한공연의 초대장을 받았답니다. 자주 드나들어 익숙한 세종문화회관 건물도, 러시아에서 날아온 예술가들이 이국의 호흡을 불어넣어 주어서인지 그날따라 웅장하고도 새롭게 보이더군요.

 

 

 여러 채널을 통해 공연 홍보글과 열띤 호응의 댓글을 보아왔기에, 11월 16일 공연에서는 객석이 꽉 차지 않을까 궁금했답니다. 막상 2층의 경우, 빈 객석이 많았어요. 아무래도 VIP석 28만원, R석 23만원이라는 고가의 티켓가격 책정이 전석매진을 방해했겠지요. 역으로 그만큼 열혈 발레 팬들이 공연장을 찾았기에 '양보다 질'의 객석매너를 보여주리라는 위안 반, 즐거운 기대 반의 마음이었습니다.  

 

2층 R석에서 막이 오르기 전에 찍었습니다. 이정도 시야가 확보됩니다. 아쉽게도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연주 모습은, 앉은 상태에서는 한 눈에 들어오지 않지만 무대만큼은 잘 보입니다.

공연시간이 3시간이라면 지레짐작, 놀라는 예비관객도 있겠지만 실제 공연시간은 3시간보다 훨씬 짧답니다. 1막 45분, 2막 25분, 3막 50분 사이사이 25분씩 인터미션이 주어지니까요. 바깥 바람이 차서 인터미션 50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채 로비를 어슬렁 거렸네요. 덕분에 팜플릿(10000원, 스티커 페이지 포함)을 구입해서 한줄 한줄 탐독할 긴 시간도 확보하고, 포토존에서 사진도 찰칵했습니다.

마린스키 발레단 단장인 유리 파테예프는 "화려한 춤과 모험, 진정한 고전 발레"로서의 돈키호테를 소개한다며 내한 소감을 밝힙니다. 공기가 차가워지는 초겨울밤, 정열적이고 뜨거운 "돈키호테"라니, 마린스키 발레를 알리기에 탁월한 레파토리 선정입니다.

"돈키호테"하면, 발레 마임 특유의 부드러운 익살스러움과 붉은 의상의 정열, 집시들의 플라멩고, 희극 발레의 대명사이자 스페인의 정열의 맥박을 울리게 하는 작품이지요? 1869년 전설적인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51세에 처음 선보였습니다. 이후 1900년 알렉산더 고르스키가 스승이자 대선배인 프티파의 안무 중, 늘어지는 버전을 압축하고 앙상블과 군무를 재정비한 안무를 내놓았다고 합니다.  오리지널 안무가인 프티파의 심기를 건드리기는 했지만 개정안무는 러시아 발레의 양대 산맥인 마린스키발레단과 볼쇼이발레단에서 초연하고, 호평을 받았다고 하네요.

 

같은 안무일지라도 어떤 무용수가 해석해내고 무용수들의 호흡이 어떤가에 따라 천차만별의 공연이 될터인데, 2018년 11월 16일 공연의 주역 무용수로는 키트리역에 엘레나 예브세예바와 바질 역에 필립 스테판이 발탁되었습니다.

솔직히, 16일 공연에서는 김기민님의 춤을 볼 수 없어 많이 아쉬웠어요. 그도 그럴 것이, 김기민은 2016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는 '부느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에서 최고 남성무용수상을 탔고 '마린스키 발레단' 250년 역사상 처음으로 동양인으로서 수석무용수로 활약하고 있거든요. 11월 15일 공연 후기를 보니 김기민님의 춤에 고국팬들의 열띤 환호가 대단했었나봅니다.

 

키트리역에 엘레나 예브세예바는 세련된 테크닉만큼이나 세련되고도 사랑스러운 외모덕분에 많은 팬을 확보한 마린스키의 스타무용수라 합니다. 바질 역의 필립 스테판은 2005년 마린스키에 입단하여 2009년 솔리스트로 승급한 이후 우아함과 섬세함을 겸비한 무용수라는 평을 받으며 꾸준히 활약하고 있다 하고요.

 

 

 한국 양대 발레단이라 할 '유니버설 발레단'과 '국립발레단'의 "돈키호테" 공연 및, 해외유명 스타 갈라공연에서의 "돈키호테" 하이라이트 공연을 감상했던 기억을 더듬거리며 '마린스키 발레단'의 공연을 감히 평해보자면.......
"가진 자의 여유"가 느껴지는 공연이었습니다. 우선 그 화려하고도 색감 풍성한 의상들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는 우아한 육체성과 동일한 무대장치에 동일한 오케스트라와(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숱하게 호흡을 맞춰온 노련한 경험에서 나온 여유.....그 여유가 말 없이 몸짓으로 전해지는 무대였습니다.

 

이처럼 초일류 무용수들의 토슈즈를 더욱 가볍게 해주는 것은 관객의 뜨거운 박수와 응원일텐데, 한국의 점잖은 관객들이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원들을 다소 당황하게 하지는 않았을까 내심 불안해하며 3막까지의 공연을 지켜보았습니다. 불과 하루 전, 15일 공연에서 김기민님이 어마한 환호와 커튼콜을 받았다고 하는데, 주역 무용수가 등장할 때도 박수가 없고 3막에서 바질이 키트리를 '깃털 들어올리듯' 번쩍 들어올리는 장면에서도 호응이 약합니다. 특히 투우사 '에스파다' 역을 맡은 이반 오스코로빈이 탄력 어마한 점프와 유연함으로 투우사의 강렬한 춤을 소화해내는데 객석이 점잖다 못해 고요해서 내심 불안했습니다. 초일류 무용수일지라도 그들의 핏줄을 뛰게하는 것은 객석의 호응일진대......다행히 3막까지 모든  공연이 끝난 후, 객석에서는 그동안 아껴두었던 열렬한 환호를 폭발시켜냈습니다.

 

 손뼉 딱딱 맞게 시의적절한 뜨거운 호응이 2도만 더 높았더라면 200%의 기량을 보여주고 갔을 마린스키 발레단. 2막 정령의 여왕은 다소 불안하게 점프하고 군무의 호흡도 살짝 흐트러지던데 왠지 2도 높은 박수였으면 긴장감가지고 깔끔하게 처리할 힘을 받지 않았을까 혼자 상상해봅니다.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는 마지막 인사 때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안무가의 영감이겠지만 현실에서 그 위대함을 살려내는 반은 무용수의 기량과 예술적 감성이요, 나머지 반은 관객의 박수와 음악이라는 점에서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는 정말 큰 기여를 했답니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 발레단뿐 아니라 오케스트라에게 꼭 붙여주고픈 명칭이네요.
2018년에 "돈키호테"로 다녀갔으니, 2019년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으로도 한국무대를 다시 찾아주면 하고 욕심부려봅니다. 이번에 마린스키발레단과 오케스트라를 초청한 서울콘서트매니지먼트측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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