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마스떼! 김 써르 - 다정 김규현의 히말라야의 꿈 1 다정 김규현의 히말라야의 꿈 1
김규현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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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떼! 김 써르(Namaste! Kim Sir)』의 부제는 "다정 김규현의 히말라야의 꿈1"이다. 저자 김 써르, 김규현은 칠순을 넘긴 나이가 무색하게, 『네팔의 역사와 문화산책』 와 『티베트와의 인연, 4반세기』도 근간 준비 중이다. 나마스떼! 김 써르』만해도 330여 페이지 분량인데, 그 왕성한 창작욕구는 어디에서 나온걸까? 속된 말로 역맛살이 대단해서 젊어서부터 티베트와 친숙했고 여생을 네팔에서 보내는 저자의 경험세계가 이야기 거리를 풍성하게 해주기 때문이리라고 추측해본다. 더 근원적으로는 그가 아내를 떠나보내며 바뀐 에너지 덕분이라고 상상해 본다. 저자는 네팔에 미술 선생님, 그러니까 김 써르(김 선생님)으로 봉사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말한다. 


내 한평생을 돌아보니 그런대로 열심히 살았다고는 하지만, 그 세월들은 어찌 보면 지극히 이기적인 삶이었다... (중략)... 이제는 남은 여생이라도 내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위해, 나아가 그들의 꿈을 이루어 주기 위해 살아야 하지 않겠나? 하는 결기가 가슴속 깊숙한 곳에 들어차기 시작했다. (본문 77쪽)  

 

다정 김규현은 헌신 어린 봉사를 향한 결의라고 정리하지만, 나마스떼! 김 써르』는 이 작가의 마음에 여전히 인연 동심원의 잔물결이 쉼 없이 파동침을 드러낸다.  아내를 향한 그리움과 추억을 정리한 1부,  ‘영원한 이별 그리고 비우고 떠나기’를 읽다 보면 '애잔'하다고밖에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독자의 마음에 올라온다. 자신을 취재하러 온 띠동갑 여기자와 결혼, 손수 지은 집 '수리재'에서의 신혼과 가정확대기, 하지만 아내에게 찾아온 병마, 꿈을 펼치지 못하고 하늘로 떠난 아내 유품 중 발견한 창작노트. 남편 김규현은 문학가를 꿈꿨던 아내 노력을 뒤늦게(재능은 진작에) 발견하고 정성을 담아 출간해냈대. 이렇게 1부에서 독자는 마치 김규현 저자가 상주로 있는 장례식에 경건한 마음으로 조문온 기분을 느낀다.


나마스떼! 김 써르』본문에서

2부부터 저자는 더 아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자신이 미술 선생님으로 몸담은 네팔 비렌탄띠 마을의 '스리 비렌탄띠 세컨더리 휴먼스쿨'과 그 학생들 이야기부터, 산악인이라면 특히 좋아할 안나뿌르나 트레킹 이야기, 네팔의 종교와 먹거리 문화를 소개한다. 아마도 저자 자신과 "글로벌콘텐츠" 출판사 편집자가 많은 내용을 덜어냈겠지만, 김규현의 경험세계가 워낙 폭넓고 깊기 때문에 이야기는 방사형으로 뻗어 나간다.  네팔을 아끼는 반semi내부자로서 뼈가 든 충고도 하고, 네팔과 한국과의 여러 연계(지원, 문화교류 등)에 대해 구체적 소개를 하며 향후의 소통 채널을 열어주는 일도 한다.

저자 김규현은 어떤 이들을 독자로 상상하며 글을 썼던 것일까? 1부에서는 아내 추모행사에 자리를 함께 해준 이들을 상세히 언급하고, 2부에서는 이례적으로 긴 지면을 할애하여 '세칸더리 휴먼스쿨' 염소 후원자의 실명과 기관명을 빼곡하게 적고 있다. 마찬가지로 3부에서는 안나뿌르나 트레킹을 계획한 이들을 위한 여행 코스를 상세하게 제시한다. 마치 김규현의 일기, 가까운 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등반 떠나려는 후배에게 전하는 쪽지글, 네팔 현지문화 전문가로서의 에세이를 동시에 섞어놓은 글을 읽는 듯하다.

염소 기증자 명단

나마스떼! 김 써르』는, 다른 어떤 네팔 안내서와도 차별되는 개성으로 네팔을 소개하리라는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그랬다. 김규현이라는 영혼과 발이 자유로운 구도자, 의미의 여행자, 그 만의 렌즈로 세상을 걸러 보여주기에 이 책은 충분히 그 기대를 충족시킨다. 끝으로 본문의 몇 문장을 옮겨 적는다. 다정 김규현 선생 덕분에 처음 듣게 된 '옴 Aum,' 뭘까? 궁금타.


히말라야는 분명 인간의 영역 밖이다. 그것은 히말라야의 깊이 모를 경이로움 앞에 마주서 본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인하는 바일 것이다. 그 앞에 서면 '옴 (Aum)'이라는 신비로운 파장이 자신도 모르게 전율같이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155쪽).

신령스러운 기운이 감도는 산 밑에 서면 우리는 두려움과 함꼐 안온함도, 마치 모태에 다시 들어가 앉아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160쪽).

몇몇, 이미 그렇게 되기로 운명지어진 사람들은 그 부름소리를 듣고 성스러운 것에 대한 열망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 일어남을 꺠달아 그 영감의 근원지를 찾아 길을 떠나게 된다. 자연에 이어진 보이지 않는 끈을 자신의 영혼에 잇기 위하여,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자아를 찾아 순례의 길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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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랑하는 아이로 키우기
앨리슨 데이비드 지음, 이주혜 옮김 / 좋은꿈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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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Help Your Child Love Reading 』, 『책을 사랑하는 아이로 키우기』 정직하고도 명료한 번역이다. 어린이책 출판사 에그몬트 출판사(Egmont Publishing)에서 디렉터로 일하는 엘리슨 데이비드가 영국에서 펴낸 부모 가이드를 '좋은꿈 출판사'가 한국 독자에게 소개한다. '좋은꿈 출판사' 역시 어린이를 책과 사랑에 빠지도록 어르고 달래고 유혹하는 출판사이니, 엘리슨 데이비드의 책을 이 출판사에서 한국판으로 출간해준 게 우연은 아닐 것이다.



실은,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어떤 주장이 펼쳐질지 짐작할 수 있었다.

"부모부터 책을 늘 가까이하고, 책 읽는 가정 분위기를 조성할 것," "핸드폰 등 스마트기기를 멀리할 것," "아이에게 직접 책 읽어주거나 함께 읽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질 것," "도서관 자주 들릴 것"

뭐 비결이 딱히 있겠나? 내 아이, 책 사랑에 풍덩 빠지게 하는 데에. 어떻게 그 타오르는 책 사랑을 가르치거나 억지로 강요할 수 있겠나? 그건 느껴본 자만 알고 다시 찾는 환희의 샘물. 마셔도 기분 좋게 또다시 목마르게 하는 샘물. 극장에서 꼬마 군단과 "미녀와 야수"(2017)를 보다가, 어이없게도 눈물샘이 뻥 뚫렸었는데, 다름 아닌 서재 씬 때문이었다. 시골이라는 좁은 공간, 좁은 경험 세계에 갇혀 있던 소녀 Bell이 야수의 서재에서 책들을 보자 환희에 떠는 그 마음을 내가 아니까. 마음이 블루일 때 책이 천연 프로작이 되어주고, 몸이 지칠 때조차 책을 비타민 삼는 사람들의 그 마음을 아니까..... 책 읽다가 간혹 속해있는 시공간을 잊으니까.....

책 읽기 전 짐작한 대로 앨리슨 데이비드는 "부모부터 솔선수범 책과 친하고, 스크린 사용 시간을 제한하고,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와 경험을 공유하라"라는 조언을 한다. 차별점은, 저자가 엄마이자 출판인으로 쌓아온 노하우에 기반해 자녀 연령별로 구체적인 팁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장에서는 0~4세인 '미취학 아동'을 위한 조언을, 5장에서는 자칫 부모의 손길(?)을 떠나기 쉬운 12~16세 청소년기 자녀들의 책 사랑 키우기를 위한 조언을 전개한다. 앨리슨 데이비드의 목소리에 더해, 이 분야 전문가들과 다른 교사들의 충고를 함께 들려주기에 설득력을 몇 배로 올라간다.



작년에 서민 교수의 출판기념 강연회에 참석했을 때, 자타인정 책벌레 서민 교수는 '스마트폰'의 폐해를 청중에게 인지시키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스마트 기기 사용시간과 종이책 넘기며 종이책과 사랑에 빠지는 시간'이 거의 대부분의 남녀노소에게 반비례 관계라는걸, 누가 몰라?"하는 이들 많았을 것이다. 『책을 사랑하는 아이로 키우기』 역시, 핵심 주장을 뒤집어보면 "화면 사용시간을 제한, 최소화하라"와 다름없다. 지키기 어려워서 그렇지, 책 사랑으로 건너가기 전 첫 장애물로 등극한 스마트폰, 절대 멀리해야만 하나보다.



엘리슨 데이비드의 충고 중 또 하나, 인상 깊은 것은 큰 아이들(소위 '중2' 전후)에게도 부모가 같이 책을 읽는다거나, 읽어주거나 역으로 아이가 책을 고르게 하여 그 책을 부모가 읽는 등 소통을 적극 꾀할 필요가 있다는 충고이다.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는 꼬마들 베드타임용으로 끝내는 게 아니냐고 반문할 부모가 많겠지만, 함께 읽기의 효과는 아이 나이를 넘어선다.

만약, 이 책을 읽게 될 이가 부모라면, 더 무엇 말하랴. 손 닿는 데 책을 두고 늘 읽는 모습을 보이면, 책 읽기가 곧 명상이자 힐링인 모습을 보이면 아이 역시 책을 삶의 일부로 들일 텐데.... 2019년은 아이와 나란히 채워나가는 책 일기장을 한 권 준비들 하시면 어떠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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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9-02-07 0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 책이 늘 가까이에 있었던 걸 기억합니다. 사실 아주 자연스럽게 그냥 그렇게 읽었고 중간에 국민학교 3-4학년 정도 때 책을 덜 읽던 시절에는 행여 글에서 멀어질까봐 부모님이 만화책을 사주셨었어요 (나중에 들으니 그래서 사주셨다고 하시네요). 방법론은 모르지만 늘 책을 보는 환경이면 자연스럽게 그리 되는 것 같습니다.

2019-02-07 0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 죽어야 고치는 습관, 살아서 바꾸자!
사사키 후미오 지음, 드로잉메리 그림, 정지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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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덕분에 몸살림(kg)까지는 아니더라도, 방살림은 확연히 가뿐해진 이들, 저만이 아닐 테죠? 저 역시, 이 책 읽던 날 새벽까지 분리수거 쓰레기 장을 들락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으로 일본에서뿐 아니라, 해외 21개국에 이름을 알린 사사키 후미오. '미니멀라이프' 열풍의 회오리를 일으킨 분인데 이런 유명세를 얻자 되레 침체기를 겪었나 봅니다. 속된 말로 "까라진 채" 이년반을 허송했다 하네요. 심지어는 본업인 글쓰기조차 놓았었나 봐요? 3년여 만에 새로 펴낸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에서 '글쓰기'라는 바퀴에 윤활유도 안 치고, 바퀴를 굴리지도 않았기에 신간 쓰며 고전분투했다고 반성하거든요.

자, 이번 신간도 과연 일본에서만 16만 부 팔렸던 전작의 기록을 깰 수 있을 까요? 어찌 보면 "습관을 바꿔라"라는 진부하디 진부한 자기계발서 단골 주제인데 과연 독자들이 사사키 후미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까요? 읽기 전에는 반신반의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를 다 읽고 나니, "이 책 힘이 있구나! 많이들 읽으시겠구나!" 싶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요?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감상을 적어봅니다.



습관의 중요성, 반복의 힘을 강조하는 자기 계발서야 서가에 꽂고도 넘쳐 눕혀놓아야 할 지경으로 많겠죠. 이런 류 저자의 대다수는, 소위 '가르쳐들려는' 어투로 지시하고요. "~~해야 한다. 나는 ~~이렇게 했는데 되더라." 소위, 독자 주눅 들게 하기 전략. 그런데 사사키 후미오는 다릅니다. 대놓고 가상의 독자를 이렇게 상정했습니다. "스스로 의지가 약하다고 믿는 모든 사람에게" 게다가 어떤 소제목은 아예 "사람에게는 원래 집중력이 없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겸손을 넘어 자기비하의 경계를 넘나 싶을 만큼 자신을 '의지와 재능이 없는 사람'으로 어필합니다. 저자가 이렇게 스스로 낮추고, 허물을 드러내니 독자는 주눅과 죄책감에서 해방됩니다. 대신 독자는 '아! 사사키 후미오도 그랬구나. 남들도 다 그랬구나. 내가 부족한 게 아니라... 해 보자! 그래 바꿔보자!'의 뜻을 세웁니다.


사사키 후미오는 주장은 프롤로그의 제목으로 압축시킬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지속이다." 우리가 천재라고 믿는 이들이 번개 맞듯 영감을 얻어 큰 성취를 이룬 것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반복을 통해 큰 성취의 조각을 쌓아갔다는 것입니다. 인간, 심지어는 매일 달리기로 유명한 하루키나 프로 마라토너조차도 운동화 끈을 죄여 매기 전엔 '아! 하기 싫다'라는 생각도 하고요. 그걸 이겨내고 자동반사적인 습관으로 만들려면 설계를 해야 한다네요. 저자는 찰스 두히그가 "신호→ 반복행동 →보상"이 습관을 만드는 3가지 요소라고 주장하는 데 동의합니다. 나아가 깨알 팁, 아주 구체적으로 습관을 만드는 방법 50가지를 소개하는데요. 그중, 제게 인상 깊었던 전략 몇 가지를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step 28: 남들의 시선을 이용한다. step29: 미리 선언한다." 즉, 아직 실천하지는 않았으나 마음먹은 일을 SNS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질합니다. 때로는 미래형 시제를 과거형으로 고치는 변칙도 씁니다. 탈고하지 않았는데 "탈고 후, 비엔나 커피는 달콤 그 자체"라는 식으로 완료형 문장을 과시하다 보면, 스스로 양심에 찔려서라도 그 일을 하게 된다나요? 가장 솔깃했던 팁이었습니다. 저자의 경우, 차기작으로 "즐거운 금주"를 가제로 제시하네요. 저도 뭔가를 '선언'부터 내질러버리고 싶은데요? 여러분은 어떤 '선언'을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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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1-30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집중력은 개인의 천부적인 능력보다는 주변 환경 등 외부적인 영향에 의해서 생기는 것 같습니다. 집중력이 좋지 않다고 해서 능력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건 일종의 편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이야말로 집중력을 떨어뜨리게 만드는 주범입니다. ^^;;

2019-01-30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 - 4차 산업형 인재로 키우는 스탠퍼드식 창업교육
이민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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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얼굴만 봐도 성적이 보였"(4쪽)던 자칭 "잘 나가는 입시강사"(4쪽)였다던 저자 이민정은 한국에서 열린 아이비리그 대학 입학설명회에 참석했다가 그녀의 교육관을 뒤흔든 한줄기 빛을 본 듯 하다. 그것은 "스탠퍼드식 창업교육!"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자녀가 있다면 스탠퍼드에 보내야 합니다.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될 수 있으면 제가 이 책을 쓰지도 않았겠지요."(20쪽)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국 학생 대다수가 스탠퍼드 유학 비용을 쉽게 해결할 수도, SAT고득점 얻어 입학 허가서를 받기도 어려우므로 바로 이 책,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자로 키운다』을 썼다 한다. "4차 산업형 인재로 키우는 스탠퍼드식 창업교육"이라는 부제만큼이나 제목이 길다. 요새 뜨는 드라마 "SKY캐슬"을 향한 대중의 관심으로 미루어, 이 제목 자체로 많은 독자들을 모으리라 예상된다. 열심히 쓴 좋은 책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저자의 주장에 의문부호가 많이 생기는지라 리뷰가 치우칠까 봐, 의도적으로 저자의 목소리를 직접 인용해본다.


공부는 순수학문으로 접근해야지 취업 훈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것은 현실을 너무나 모르는 말입니다... 전 세계의 교육 추세가 학령기에 들어서는 학생들에게 경제 교육과 기업가 정신 교육의 비중을 점점 더 늘리고 있습니다. (38쪽)

자기 자신을 사업가로 볼 수 있는 시야가 생겨야 합니다. "나도 사업가가 될 수 있다."라는 자각이 생기면 모든 것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태도가 생깁니다. (39쪽)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자로 키운다』 본문 중




이민정 저자는 두 아이를 각각 캐나다와 국내 대학에 진학시키고, 입시강사로서 많은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온 노하우에 더해 한국미래교육협회 (futureedu.co.kr)를 운영하는 기업가로서의 경험을 십분 살려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를 집필했다. 군데군데, 책장 넘기다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부분이 꽤 많은 이유는, 사교육-공교육을 떠나 저자가 교육현장에 오래 몸담으며 숙성시켜온 내공력 때문일 것이다.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고 창업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SKY 보다 훨씬 중요" (27쪽) 하고 SKY진학을 목적으로 한 교육은 시대 흐름을 잘못 읽은 오류이기에, 이젠 4차 산업혁명기를 준비하며 모두가 "내 안의 기업가 정신"을 일깨워서 기업에 고용 당하는 게 아니라. 주체적으로 창업하라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독자만 1등 하는 경쟁주의가 아니라, 협력하고 혁신적으로 생각하고 능동적으로 같이 잘 살려는 태도를 체화해야 한다고 한다. 듣기엔 멋진데 현실에서 실천하기 어려운, 익숙한 이야기들의 조합이다.



궁금해서 참기 어려운 질문이 있다. 저자는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에서 (비록 일일이 세어 보지는 못했지만) '4차 산업형 인재'니 '4차산업혁명 시대' 라는 단어를 수십여 번 사용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일반인이 이 단어를 들을 때 떠올리는 막연한 수준의 단어들 외에, 어떤 구체로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상상하는지 잘 모르겠다. 왜 굳이 이런 질문을 하느냐고?

이민정 저자가 그리는 근거리 미래사회, 즉 "4차산업혁명시대"의 속성과 밑그림을 알아야, 다가올 미래 시대에 왜 우리 모두가 "기업가 정신"을 살려내야 하는지 저자 주장의 당위에 수긍할 수 있을 테니까. 왜 우리가 미래 사회에서 잘 살려면, 창업을 해야 하지? 모두가 대학을 창업 위한 디딤돌로 활용하고, 창업하려 애쓴다면 나머지 학생들은 무얼 하지? 왜 창업이 살 길이고, 왜 기업가 정신이 그토록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는 가치이지? 그런데 정작 이민정 저자는 '기업가 정신'이 무엇인지, 왜 초등학생부터 기업가 정신을 길러야 하고 전 국민 수준의 기업가化를 꾀해야 하는지 여백은 채워주지 않은 것 같다. 난 그게 젤 궁금한데......

또 하나의 궁금증. 저자가 다양한 연령대에서 스탠퍼드 대학의 디스쿨 프로그램을 현지 응용한 디스쿨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수만 명을 가르쳤다고 하는데, 스탠퍼드 대학 측과는 이에 대한 어떤 사전 조율 혹은 인가가 있었나? 스탠퍼드 대학 프로그램과 무관하게 창업교육을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면 이런 식으로 스탠퍼드 대학 마케팅을 하는 데 문제가 없는가?

궁금증 둘. 한국에서 스탠퍼드식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이수했다고 해서 과연 그 학생이 창업에 성공해서 스탠퍼드대학 출신 창업가처럼 주가를 올릴 수 있을까? 저자가 1장에서 극찬한 snapchat의 CEO 에반 스피겔 역시, Google회장 에릭 슈미트와 Youtube공동 창업자 채드 헐리랑 대학수업후 뒤풀이차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스탠퍼드 식 인맥의 덕을 보진 않았을까? 스탠퍼드 대학이 자랑하는 인맥과 글로벌한 외국어 소통능력이 없는데 과연 저자가 운영한다는 '미래교육협회'의 디자인싱킹 수업을 듣고, 불과 4시간 만에 창의력을 신장시킨다고 미래에 대비한 "4차산업형인재"로 "성공"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운영하는 프로그램, "2~3시간, 길어봐야 4시간 남짓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서로 소통하고 창의적으로 변하는 것을 목도"(8쪽)했다지만, 진정 wild world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통능력 창의능력만큼이나 글로벌 인맥과 학교이름이 주는 아우라의 힘이 크지 않을까? 스탠퍼드 나온 사람을 어찌 따라잡나.....나는 솔직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스탠퍼드 대학 출신이 어마무시하게 실리콘벨리를 끌어왔고 끌어갈거라면, 스탠퍼드 식 창업가 교육프로그램이 훌륭한 이유도 있겠지만 이 대학의 글로벌 인맥과 자원이 순항지원하는 힘이 더 클거라고 본다. 스탠퍼드식 프로그램이 훌륭하다는 저자의 주장에 반대할 생각 전혀 없지만, 과연 같은 프로그램을 한국에서 단기 이수한다고 해서 스탠퍼드 대학 출신처럼 창업가 신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커질까? 그렇다면 결국 답은 열심히 SAT 점수 올리고, 추천서 써서 스탠퍼드 가는 것? 모르겠다. 더 머릿 속이 복잡해진다. 무엇보다, 미래 인재상을 '기업가'로 정의하고 미래사회에 안정적 성공을 도모하려면 창업이 제일이라는 생각에 물음표를 자꾸 도발시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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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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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수치 검색하듯, '알라딘'에도 짬 나면 접속합니다. 책 사려는 목적이라기보다, 책 덕후 알라디너들은 어떤 책을 읽을까 궁금해서 기웃거리는 게죠. 그렇게 알게 된 이름, '이언 매큐언.' 소외감을 느낄 만큼, 이미 많은 책덕후끼리 공유하는 스타 작가였더라고요. '책덕후들이 이토록 극찬하는 작가인데, 나도 입문해볼까?'하며 읽은 『솔라(Solar)』는 2010년대에 읽은 소설 중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이언 매큐언'을 더 알고 싶어서, 불과 두세 달 만에 그의 작품 다섯 편을 찾아다녔네요. 『넛셀』의 상상력, 『첫사랑 마지막 의식』의 대담함, 『칠드런 액트』의 독창성, 다 흡족했지만 그중 재미 면에서 한 권을 꼽으라면 『 Solar 』를, '걸작' 소리가 절로 나는 한 권을 꼽으라면 『어톤먼트(Atonement)』를 고르겠습니다. 500여 페이지의 소설을 한자리에서 새벽 4시까지 읽었습니다.



소설책 뒷면에 세 줄로 『속죄』의 내용을 압축해놨던데, 옮겨 보겠습니다.

시간이 멈춰버린 뜨거운 여름 오후,

소녀의 오해가 불러온 젊은 연인들의 비극,

그리고 이를 되돌리려는 한 소설가의 60년에 걸친 지난한 속죄

『속죄』 출판사 홍보 문구 중

얼핏 위 문구만 보면 한 캐릭터의 속죄, 치매로 잊거나 죽음으로써 밖에 면죄부 얻을 길 없는 죄책감이 주된 내용의 소설로 보입니다. 네, 그렇기도 합니다. 감수성이 유난히 예민하고 조숙한 소녀 브리오니가 '거짓말(이었다고 정작 자신은 생각하지 않으나), 거짓 증언'으로 친 언니의 남자친구를 강간범으로 몰아세운 후 평생 속죄하며 소설로서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으려 분투하는 줄거리가 소설의 한 축이니까요. 실제 '면죄부'는 자가 발행 수준으로밖에 이뤄질 수 없어요. 브리오니가 사죄해야 할 친언니와 그 연인 로비는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 각각 패혈증과, 폭격으로 아주 오래전 사망했거든요. 언니는 20세기 중반에서는 드물게,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수학한 여학생이자 남자친구를 범죄자로 전락시킨 가족(정확히는 브리오니)와 의절하고 외롭게 살았습니다. 로비는 가난한 가정부의 아들이었지만 의대 입학을 앞둔 수재였지만 브리오니의 증언으로 인생행로가 암흑 나락으로 곤두박질 칩니다. 소설의 2부에서는 로비가 그 참혹했던 전쟁터에서 연인과의 재회를 꿈꾸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펼쳐지지요. 이언 매큐언이 영국 왕립 전쟁박물관 문서관리소를 드나들며 1940년 당시 활동했던 군인과 간호사들의 서신, 일기, 회고록 등을 자료 삼아 쓴 만큼, 현실감 넘치는 묘사가 압도적입니다. 『속죄』를 읽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던케르트』를 다시 본다면, 사지에 몰려 있는 영국 군인들 속에서 로비를 찾아내게 될 것 같습니다.



"1999년"이라는 마지막 챕터, 즉 소설의 4부에서 독자는 브리오니가 결코 언니와 로비에게 사과하거나 잘못을 바로잡지 못했음을 알게 됩니다. 속죄하고자 60년간 소설을 써왔다지만,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할까 가명 등 여러 소설적 장치를 쳐 놓은 까닭에 정작 쓴 사람 빼고, 누가 알까요? 사실은 로비가 강간범 아닙니다. 엉뚱한 사람 인생 망친 거예요. 라고 누가 알까요?

게다가 브리오니는 계속 강조합니다. 자신이 살아 생전 그 속죄의 소설을 출간할 수 없는 정치적인 이유들을. 강간 당한 당사자인 사촌 언니 롤라와, 그녀를 강간했지만 '로비'가 대신 누명을 썼기에 승승장구한 진짜 강간범은 놀랍게도 결혼해서 반평생 잘 살고 있거든요. 그것도 엄청난 부호로서. 까딱하면 소설가인 브리오니가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할 수 있으니, 살아 생전 원고가 출간되지 않는답니다. 속죄일까요? 누구의 속죄가 필요한 걸까요?

『속죄』에는 주옥같은 문장과 마치 캐릭터의 머릿 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 치밀한 심리 묘사가 매 페이지마다 펼쳐지는데, 500페이지 두께라는 걸 잊고 필사하고 싶어지기 까지 했습니다.

지난 오십구 년간 나를 괴롭혀왔던 물음은 이것이다. 소설가가 결과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라면 그는 과연 어떻게 속죄할 수 있을까? 소설가가 의지하거나 화해할 수 있는, 혹은 그 소설가를 용서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소설가 바깥에는 아무도 없다. 소설가 자신이 상상 속에서 한계와 조건을정한다. 신이나 소설가에게 속죄란 없다. 비록 그가 무신론자라고 해도, 소설가에세 속죄란 불가능하고 필요 없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그가 속죄 하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이다.

『속죄』 5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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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1-04 1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래 전에 절판된 <위험한 이방인>
빼고는 국내에 나온 이언 매큐언의 책들
을 모두 섭렵했는데, 역시 대단하더군요.

개인적으로 <솔라>가 제일 재밌었습니다.
진지근엄해 보이는 작가 스타일과 달라서
그런가 봅니다.

2019-01-04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