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라 민토, 논리의 기술 - 개정판
바바라 민토 지음, 이진원 옮김, 최정규 감수 / 더난출판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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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룸 진행자의 "앵커 브리핑"시간이면 긴장한다. A라는 시발점에서 풀어내는 이야기가  X, Y, Z 어느 종착역에 이를지 첫 몇초만에 추측할 수 없으므로. 늘 궁금했다. 앵커 본인이 직접 쓴 원고일까? 방송작가들이 다듬어 주었다면, 왜 항상 저런 구조로 이야기를 진행할까? 앵커는 바바라 민토가 [논리의 기술(원제: The Minto Pyramid Principle)] 에서 충고하는 글쓰기의 방식과 사뭇 반대편의 전략을 구사하는 듯 하다. 그녀는 맥켄지컴퍼니에서 문서(특히 제안서 및 보고서 등 컨설팅 분야) 작성에서 두각을 나타내어 이 분야 전문가로 진로를 텄다. 알고보니 [논리의 기술]은 일찌기 1973년에 초판되어 국내외 컨설턴트들의 글쓰기 바이블이었다고 한다. 거진 50년 동안 전 세계 수백만 독자를 확보했던 이 최장기 베스트셀러를 2019년에 '더난출판사'에서 개정판으로 펴내주었다. 초판에 없던 11장 "피라미드 원칙으로 프레젠테이션하기"가 추가되었으며 편집과 디자인을 대폭 보강해주어 가독성이 높다. 

 

바바라 민토의 문제 의식 기저에는 독자와 청자에 대한 배려가 깔려 있다. 작가는 전달할 내용을 자신의 뇌의 요구를 충족시킬뿐 아니라 "상대의 뇌 피라미드 구조에 맞게 잘 정리 (29쪽)"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아무리 이해력이 높은 독자(청자)일지라도 정신적 에너지의 양에는 한계가 있기에 가급적 핵심, 즉 "전체를 요약한 생각을 서술한 다음 개별적인 생각을 하나씩 설명(30쪽)"한다.  위에서 아래로의 논리 전개, 이것이 바로 "민토 피라미드"의 핵심이다. 민토 피라미드 원칙에 의거해 쓴 글이나 프리젠테이션 자료는, 작성자의 머릿 속 지도에 있던 생각을 독자의 뇌구조에 쉽게 점핑시켜준다고 한다. 



저자는 1963년 맥킨지 사상 최초의 여성 컨설턴트로 선발된 이후, 영어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유럽 각국 컨설턴트들에게 글쓰기 지도했고, 이후 독립하여 '민토인터내셔널http://www.barbaraminto.com/' 을 설립, 운영하면서 오랜 노하우를 쌓아왔다. 덕분에 [바바라 민토, 논리의 기술]에는 '민토 피라미드 원칙'을 와닿게 설명해줄 수 있는 구체적인 글쓰기 사례들이 많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실제로 초짜 컨설턴트가 작성한 두서없는 보고서를 예시 삼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바바라 민토의 손끝을 거친 교정안으로 증명해준다. 



실은 이 책이 맥킨지식 논리적 사고법의 기초이자 논리적 글쓰기 지침서 중 권위를 인정받는다고는 하나, 모든 작가지망생에게 보다는 컨설팅계에 헌신하는 이들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줄 것 같다. 대중 강의나 교육을 업 삼는 이들에게는 개정판에 추가된 11장이 큰 도움이 될 터이다. 텍스트 슬라이드 및 도표 슬라이드 디자인의 구체적 팁과 스토리보드 짜는 법을 명쾌하게 알려준다. 한국에서는 유아기부터 "독서머리 교육법"이 열풍이라지만, 정작 논리적 글쓰기를 위한 논리학에 대한 인식은 약한 듯 하다. 나 역시, 최대 취약점으로서 논리성의 결여를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아무쪼록 '논리적 글쓰기'를 겁내 하면서도 필요성을 절감하는 예비 독자들이 [바바라 민토, 논리의 기술]을 멘토 삼아 실제 글쓰기 전략 수정에 도움 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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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식의 심리학 - 현대인은 왜 과식과 씨름하는가
키마 카길 지음, 강경이 옮김 / 루아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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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만은 스승 삼을 이를 만나도 몰라 보고 스쳐 지나가게 한다. 

[과식의 심리학(The Psychology of Overeating)]을 2년 전쯤 읽었을 때, 그 몹습 병, 속독 때문에 저자 Cami Cargill와의 확장가능한 교집합을 몰라보았다. 

그래도 너무 자책하지는 말자. 실은 저자 역시도 2001년 박사 임상수련과정에 있을 땐 본인이 "음식 심리학" 분야의 큰 이름이 될지도, 이 분야가 이처럼 활성화될지도 몰랐으니까. 



에필로그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데, 그녀는 애초에 "음식 심리학"  분야가 있는줄도 잘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심리학, 음식, 영양"이라는 자신이 평소 좋아하는 세 가지 화두가 맞아 떨어지는 분야인데다가, 주위의 기대('음식 심리학 강의'를 개설해줄 것으로 철썩같이 믿었기에 그녀를 조교수로 임용한 대학측 기대를 포함)가 있었기에 이 길을 개척하기로 한다. 


2015년에 낸 <과식의 심리학>이 히트를 쳤고, 이듬해 <Food Cult>를 내었다. 대중 강연과 미디어에서의 인터뷰 영상들을 보니, 학자로서의 치밀함에 더해 인품에서도 매력이 느껴진다. 조크를 더하는 스토리텔링 강의능력도 탁월하고. 

https://youtu.be/LqSop499qIY


 <과식의 심리학>은 이렇게 요약해서 이해할 수 있겠다. '과식, 폭식' 이로 인한 심리, 신체적 고통은 실은 현시대 소비문화가 낳은 문화적 질병이다. 그런데 이것을 "무절제, 탐욕" 등의 죄명으로 개인에게 책임 전가하다 보니, 개개인은 다시 이 문화적 질병에 저항하지 못한 채 자신을 고치려고 의사며 식품이며 약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깸으로써 우리는 문화적 질병으로서의 다이어트 강박, 폭식과 비만 등에서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핵심 주장이다! 



그녀의 문장을 그대로 빌어와 다시 정리해본다.


충동성과 나르시시즘, 고질적 정서적 허기를 드러내는 자아를 창조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공허함을 문화적 질병으로 여기기 보다는, 개인의 결핍으로 경험하기 때문에 이를 '치료'하기 위해 의약품, 상품, 음식을 소비. 소비로 인한 문제를 새로운 형태의 소비로 푸는 것은 자멸하는 이라는 점이다.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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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 한 정신 의학자의 정신병 산업에 대한 경고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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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내내 집중했던 책을 반납하고 홀가분해지려던 차에, 카트 위에 누군가가 방금 반납한 책 제목이 하필이면 [정신병 만드는 사람들]이었단 말이지, Thin Red Line에 대한 관심, 다시금 촉발! 

"뉴욕타임즈"의 스포츠 면을 슬쩍 보는것만으로도 내게는 금지된 쾌락으로 여겨졌다(9쪽).



한 시간 넘도록 헐리우드 셀러브리티의 '고무줄 몸무게' 검색하는 나는 전혀 죄책감 없는데, '스포츠 면' 슬쩍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guilty pleasure를 느끼다니 저자 앨런 프랜시스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TYPE A형, 명사임에 틀림 없다. 그는 뉴욕주립대 의학박사, 코넬대를 거쳐 듀크대 교수이자 DSM 3판과 4판의 총책임자이다. 


https://youtu.be/h4i_qekWvYQ


1987년 첫 DSM 책임자의 중책이 주어졌을 때 '진단 거품,' 즉 '진달과열현상'을 주의하며 신중했음에도 불구하고, DSM가 '자폐증, 주의력결핍장애,소아양극성 장애'의 사회적 유행에 영향을 미쳤음을 경험했다. 그런데 2009년 우연히 참석한 칵테일 파티에서 그의 후배이자 동료들이 DSM의 개정작업에 발 들여놓으며 새로운 진단명을 대거 추가하려는 집합적 열의에 들떠 있음을 목도했다. 앨런 프랜시스는 동료들과 칵테일 파티에서 고작 한 시간 대화 나누었을 뿐인데, 자신이 '성인주의력결핍,' '약한 신경인지 장애,' '혼합성 불안/우울 장애' 등 다섯개나 DSM진단명을 얻었다며 DSM의 느슨한 진단과 오남용 폐해를 경고할 사명감을 느낀다. 그 동안, 정신의학과 심리학계에서 쌓아온 명성과 인맥이 있기에 첨예한 논쟁에서는 뒷짐지고 모르쇠하다가 투사로 변모해 논쟁의 한복판에 설 계기를 경험한 것이다. 프랜시스 박사는 전세계를 돌며 강연하고 블로그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질병 장사"에 취약한 정신의학의 속성과 DSM의 허와실을 알려왔다. 이 책, [Saving Normal]은 그 노력의 일환이다. 서문에서 저자는 발췌독으로 인해, 자신의 의도가 곡해될 위험을 경계하는데 저자에게는 죄송하지만 나는 서문과 1장, 그리고 나에게 필요한 챕터를 속독으로 발췌해서 읽는다. 

1장은 이러한 주제로 책을 쓸 어떠한 저자라도 그러하겠지만 "정상/비정상" 경계짓기에 대한 논의에 할애한다. 언어학, 철학(공리주의), 통계학, 사회학과 인류학 등 어떤 접근으로도 '정상/비정상' 경계는 유동적이고 맥락적이기에 그을 수 없음을 밝힌다. 그 와중에 정신의학이 이 논의 정교화에 기여한 바가 큰데 DSM이 그 한 성과물이다.

2장에서는 어쩌다 자신이 DSM3판과 4판의 총책임자의 중책을 맡아, (당시에는 소모적으로 보였던) 논쟁에 에너지를 쏟느니 수백명의 전문가들을 잘 규합해서 잘 빠진 DSM을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였는지를 회고한다. "진단 인플레이션"과 "거대 제약회사의 질병장사"를 폭로하는 내용에 할애한다. 진단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개인적인 소모(stigmatized identity), 사회적 비용(우리가 만약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의 정신상태를 논의하는데 사건의 본질을 놓친다면)을 언급한다.

속독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꼼꼼히 읽은 2부는 "정신 질환에도 유행이 있다"라는 소제목으로 묶어 두었다. 무도춤("춤추는 빨간 구두" 에피소드), 뱀파이어 신드롬이 상대적으로 옛 유행의 정신질환이라면, 오늘날 유행은 자폐증과 ADHD, 소아양극성 장애, 사회공포증,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등을 들 수 있다.

6장에서 저자는 잠언의 문구, "거만에는 재난이 따르나니"를 인용하며 앞으로 유행할 정신질환을 예측한다. 어린아이들의 짜증은, '분노조절장애"에서 나중에는 "파탄적 기분조절 곤란 장애(DMDD)"라고 진단된다. 폭식은 'Bulimia'로, 열정은 중독(행위 중독). 다행히도 DSM-5에 포함될 뻔했으나 마지막에 다행히도 기각된 진단명으로는 "혼합성 불안/우울 장애," "사춘기 성애증," "과다 성욕 증후군" 등이 그것이다.

마지막 3부는 "진단 인플레이션"으로부터 각 개인이 스스로를 지키는 법, 사회가 자정하는 구체적 방법론을 실어 놓았다. 한마디로 제약회사와 의학계의 유착관계를 약화시키고 제약회사의 힘을 빼놓고, 개개인은 과도하게 정신과 진단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치유하는 힘을 믿고 시도해보라로 요약가능하다.

저자 스스로가 자타 공인 별나면서도 산만한 사람인데, 알렌 프렌시스는 우리 모두는 "대부분 충분히 정상이다"라는 말로 책을 마무리한다. "정신의학을 구해야만" "정상을 구하는" 목표에 이를 수 있다는 마지막 문단에 저자의 의지가 집약된다. 이런 목소리를 냄으로써, 주류 정신의학계에서 저자의 정치적 입지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굉장히 궁금한데 에필로그로만은 알 수가 없다. 여전히 궁금하다.


오전 내내 집중했던 책을 반납하고 홀가분해지려던 차에, 카트 위에 누군가가 방금 반납한 책 제목이 하필이면 [정신병 만드는 사람들]이었단 말이지, Thin Red Line에 대한 관심, 다시금 촉발! 

"뉴욕타임즈"의 스포츠 면을 슬쩍 보는것만으로도 내게는 금지된 쾌락으로 여겨졌다.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9쪽

한 시간 넘도록 헐리우드 셀러브리티의 '고무줄 몸무게' 검색하는 나는 전혀 죄책감 없는데, '스포츠 면' 슬쩍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guilty pleasure를 느끼다니 저자 앨런 프랜시스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TYPE A형, 명사임에 틀림 없다. 그는 뉴욕주립대 의학박사, 코넬대를 거쳐 듀크대 교수이자 DSM 3판과 4판의 총책임자이다. 

오전 내내 집중했던 책을 반납하고 홀가분해지려던 차에, 카트 위에 누군가가 방금 반납한 책 제목이 하필이면 [정신병 만드는 사람들]이었단 말이지, Thin Red Line에 대한 관심, 다시금 촉발! 

"뉴욕타임즈"의 스포츠 면을 슬쩍 보는것만으로도 내게는 금지된 쾌락으로 여겨졌다.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9쪽

한 시간 넘도록 헐리우드 셀러브리티의 '고무줄 몸무게' 검색하는 나는 전혀 죄책감 없는데, '스포츠 면' 슬쩍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guilty pleasure를 느끼다니 저자 앨런 프랜시스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TYPE A형, 명사임에 틀림 없다. 그는 뉴욕주립대 의학박사, 코넬대를 거쳐 듀크대 교수이자 DSM 3판과 4판의 총책임자이다. 

오전 내내 집중했던 책을 반납하고 홀가분해지려던 차에, 카트 위에 누군가가 방금 반납한 책 제목이 하필이면 [정신병 만드는 사람들]이었단 말이지, Thin Red Line에 대한 관심, 다시금 촉발! 

"뉴욕타임즈"의 스포츠 면을 슬쩍 보는것만으로도 내게는 금지된 쾌락으로 여겨졌다.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9쪽

한 시간 넘도록 헐리우드 셀러브리티의 '고무줄 몸무게' 검색하는 나는 전혀 죄책감 없는데, '스포츠 면' 슬쩍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guilty pleasure를 느끼다니 저자 앨런 프랜시스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TYPE A형, 명사임에 틀림 없다. 그는 뉴욕주립대 의학박사, 코넬대를 거쳐 듀크대 교수이자 DSM 3판과 4판의 총책임자이다. 

오전 내내 집중했던 책을 반납하고 홀가분해지려던 차에, 카트 위에 누군가가 방금 반납한 책 제목이 하필이면 [정신병 만드는 사람들]이었단 말이지, Thin Red Line에 대한 관심, 다시금 촉발! 

"뉴욕타임즈"의 스포츠 면을 슬쩍 보는것만으로도 내게는 금지된 쾌락으로 여겨졌다.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9쪽

한 시간 넘도록 헐리우드 셀러브리티의 '고무줄 몸무게' 검색하는 나는 전혀 죄책감 없는데, '스포츠 면' 슬쩍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guilty pleasure를 느끼다니 저자 앨런 프랜시스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TYPE A형, 명사임에 틀림 없다. 그는 뉴욕주립대 의학박사, 코넬대를 거쳐 듀크대 교수이자 DSM 3판과 4판의 총책임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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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성이 고민입니다 - 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과학자의
장대익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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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쓰는 고수들끼리 통하는 걸까? 정대승 박사는 공석에서 올리버 색스에 대한 존경심을 감추지 않았고, 다독 과학자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명현 박사는 친구인 장대익 교수 칭찬에 인색함이 없었다. 오늘 새벽에 읽은 [이명현의 과학책방]에서 장대익의 [인간에 대하여 과학이 말해준 것들]을 소개하는 이명현은 장대익의 초강점을 이렇게 요약한다.


여러 전공과 여러 연구소를 전전(?)한 그의 떠돌이 전력이야말로 장대익식 융합과 통섭을 꽃피우기 위한 여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자신이 과학과 인문학 사이의 경계인이자 잡종이기 때문에 '인간에 대하여 과학이 말해준 것들'을 일상의 언어로 '잘' 그리고 '쉽게' 표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153쪽).


아울러 이명현 박사는 "얼마 전에는 비슷한 시기에 과학과는 거리가 멀다고 자인하는 지인 두 사람으로부터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과학책을 읽었는데 지은이(장대익)가 너무 쉽게 써서 술술 잘 읽혔다는 것이었다(152쪽)."며 장대익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격찬한다. 나도 한 자리에서, 한 호흡에 다 읽을 줄을 몰랐다. 장대익의 신간 [사회성이 고민입니다]를! 




휴머니스트 출판사는 다소 학구적인 건조한 편집에 강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는데, 이처럼 가볍고 산뜻한 편집력을 살렸구나에 감사함을 느끼며 몰입해서 빠르게 읽었다. 어쩌면 이미 전작 [울트라 소셜]을 정독하며 시간투자했었기에 가속이 붙었을지도 모르겠다. 장대익 스스로 "[울트라 소셜]과 내용이 일정 부분 겹치더라도 질문에 응답하는 형식으로 새롭게 풀어내려고 했습니다(11쪽)."고 인정한다. 책을 펴내기까지 "녹취 및 원고 정리"를 "김자연"이 담당한 걸로 보아, 장대익 교수와 Q&A형식으로 대담을 진행하고 그 녹취를 가독성 있는 문장으로 풀어내지 않았나도 추측해본다. 어떻게 만들었던간에, 문장도 장대익스럽고 내용도 유익하다. 




장대익 교수는 먼저 자신을 낮추고, '독자님, 당신의 고민, 저도 마찬가지로 잘 압니다. 21세기 인간이라면 비슷할 걸요?'하는 위로의 뉘앙스로 이야기한다. 자신이 꽤나 사회성 발달한 과학자라 생각해 왔는데,"저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모임에서는 왠지 위축됩니다...(중략)....인맥이 넓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절친은 두셋에 불과합니다(9쪽)"며 전략적으로 고백한다. 

이어 초밀착, 초연결성을 강요하는 이 사회에서 관계에 피로감을 느낀다면, '그거 당연하죠. 인간은 Dunbar's Number, 150 을 넘는 도토리 자원을 가지지 못했기에 관계증폭에 허세부리지 말고 150 도토리로 잘 해보자'는 뉘앙스로 충고한다. 




영화 "Cast Away"(2001)의 주인공이 배구공 Wilson에 눈을 그려 넣은 것을 신의 한수, 즉 외로움이라는 신체화된  정신적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는 처방으로 분석한다.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개개인의 취약성 때문이 아니라, 사회성을 추구하는 인간이라면 본능적으로 느끼는 고통이라며 다독인다. 외로움의 고통이 심하다면 Wilson배구공을 만들던, 강아지를 끌어안던 혼자 삭이지 말고 구조요청 하라는 실질적인 충고로 챕터를 마무리하며. 


3장 "평판에 대하여"를 읽고나면, '자발적 기부문화' '봉사정신으로 굴러가는 공동체'에 대한 최근 내 고민에 회의적인 생각이 더 깊어진다. 여러 연구 성과를 인용하며 장대익 교수는 "기부를 더 많이 받기 위해서는 기부자의 이름을 공개하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누가 얼마를 냈는지 아무도 모른다면 '공유지의 비극 tragedy of the commons'처럼 기부금 통장은 금세 텅텅 비게 될 것입니다(82쪽)"고 말한다. 


4장에서는 이미 독자들이 여러 매체를 통해 익숙하게 들어보았을 "꼬리감는 원숭이의 보상실험(원숭이조차도 불공정에 분노한다!)"을 예로 들어, "남의 떡이 더 컸을 때" 인간 심리, 그럼에도 인간은 다른 영장류에 비했을 때 배려와 초협력성향이 강하다는 긍정의 이야기도 해준다. 



5장 네트워크의 마음에서는 "과학책방 갈다"와 장대익 교수의 인연을 사례로 소개하는데, 이 책방 대표이자 장대익의 친구라는 이명현 박사 역시 본인의 저서에서 "과학책방 갈다" 네트워킹 진화과정에 장대익 교수의 이름을 수차례 거론했다. 부럽다. 긍정순환의 지적 자극을 주고받고 상생하는 관계라니! 


다시금 화두는, 어쩌자고 장대익, 이명현, 올리버 색스, 글을 이처럼 잘 쓰시는가? 어떤 양분을 취하셨길래 이런 글들이 나오는가? 통섭이니 경계인이니 구호가 아니라 글로서 보여준다. 도대체 무슨 보약들을 어린 시절 드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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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이끄는 인구 혁명 - 인구에 대한 가장 정확한 예측과 대안이 담긴 미래보고서
제임스 량 지음, 최성옥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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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한 사업가를 연상시키는 이미지 연출 때문이었을까? 은하계 인구의 절반을 날려버린 후, 농부 차림에 평화로운 몸짓을 보이는 타노스가 "악역"인지 잠시 헷갈렸다. 타노스의 대선배 멜서스는 1798년 익명으로 출간한 "인구론"에서 인구증가를 디스토피아의 전조로 파악했다. 반면, 중국의 학자이자 온라인 여행사 CEO인 제임스 량은 저서 『혁신을 이끄는 인구 혁명』에서 "인구구조와 경제에 관한 멜서스의 이론을 산업화 경제 이전 시기나 최빈개도국에게나 적용할 수 있다" (50쪽)고 단언한다. 대신, 그는 경제적 인구구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하는데 '높은 출산율, 플러스 인구 성장률의 인구구조'야말로 성공적 혁신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다.


먼저 『혁신을 이끄는 인구 혁명』의 저자 제임스 량부터 알아보자. 불과 15세의 나이에 중국 푸단 대학(Fudan University)에 입학했고, 18세에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에 입학하여 20세에 '컴퓨터 공학'으로 대학원 과정을 모두 이수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다가 중국에서 1999년 "씨트립"을 공동 창업했고 현재에도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한다. 42세에 스탠퍼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 취득 후, 북경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의 약력부터 소개하는 이유는, 그가 거의 400여 쪽에 이르는 저서에서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분석에 오롯이 한 챕터를 할애하며 제시한 정책이 그의 이런 인생 경험과 유관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는 2026년부터는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 한국이 채택할 수 있는 최우선 정책으로 "공교육 12년에서 10년으로 단축"을 꼽고 있다. 세계 최우수의 인적자원을 가진 한국이 대학 입학을 위한 입시학원과 다름없는 중고등교육에 시간 낭비할 필요 없이, 젊은이들이 보다 일찍 사회생활 시작하여 혁신에 기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라는 조언이다.



『혁신을 이끄는 인구 혁명』을 읽다보면, 저자가 사회문제들을 인공위성처럼 높은 데서 내려다 보며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동시에 낙관적인 세계관을 가졌다는 인상을 받는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에서 1등을 놓치지 않던 친구의 아들이 한국이나 중국 등 아시아권 외국인 학생이 전학오면서 4등으로 내려갔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친구에게는 어짜피 세계무대에서 경쟁상대이며 외국인유학생 덕분에 학교명성이 높아졌다는 식으로 생각을 물꼬를 돌려준다. 큰 틀에서 인구문제를 파악하는 제임스 량의 예측에 따르면, 중국은 1985년부터 2015년까지 강압적으로 진행했던 "출산억제정책"으로 손상된 인구구조 때문에 21세기 후반까지 선전할지 확신할 수 없지만 일단 중국, 미국, 인도가 미래 혁신선도국이 될 것이다. 일본에 대해서는 "잃어버린 10년"이 아닌, "30년"으로 봐야 옳다고 하는 동시에, 기업가정신의 쇠퇴로 인해 전망을 어둡게 한다. 


한국? 블룸버그 혁신지수에서 전 세계 1위를 기록하는 등 혁신과 기업가정신의 측면에서는 선두이지만, 곧 초저출산으로 인해 (손 쓰지 않으면) 쇠퇴를 맞게 된다는 예측이다. 이 책의 부제가 "인구에 대한 가장 정확한 예측과 대안이 담긴 미래보고서"인데, 읽으면서 본인이 몇 번이나 수긍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는지 녹화해보면 어떨지 싶다. 분석과 제시한 대안에 격하게 공감하며 읽게 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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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9-16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의 제목과 부제에 ‘정확한’이라는 표현이 있으면 저는 의심하거나 거릅니다.. ^^;;

2019-09-17 0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