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너무 인간 중심으로만 생각해. 지구상 개체 수 젤 많은 게 뭔데? 곤충이야말로 지구의 주인!"

네바다 사막으로 필드 트립을 다녀오곤 하던 곤충학 박사 친구의 말 중, 가장 충격적 발언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린이들 많이 읽는 책 중에서도 "돼지" 중심인 [동물농장], 토끼들의 세상 [피터 래빗], 심지어 디즈니표 쥐, [미키 마우스 & 미니 마우스] 는 있어도 제대로 곤충 동화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찰스 다윈길 36, 곤충 아파트(원서 제목: Blatt)]는 특별했다. 요즘 쏟아지는 한국 작가의 동화들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학원, 핸드폰, 떡볶이, 성적 닦달해대는 엄마" 등 진부한 소재가 아니라서.


1983년생 작가가 2004년(출간 당시 고작 21세!)에 이탈리아 어린이들에게 선보인 이 동화는 이후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스테디셀러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푸른숲출판사가 무려 '이탈리아 대사관 주관 번역 문학상' 수상자인 이현경 박사에게 번역을 의뢰해 한국 어린이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첫 페이지에서부터, 바퀴벌레들, 거미, 집게벌레, 쇠파리 등의 동물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다들, 찰스 다윈길 36, 곤충아파트 입주민들인데 이들에게 무슨 위기가 닥쳤는지, 다들 초흥분상태이다. 예지몽 속에서 보았단 무시무시한 괴물은 실존했다. 바로, 털복숭이 네발 달린 짐승의 형상을 하고. 그는 다름아닌 개, "샘"이었다. 아파트 무단침입한 주제에 염치없기가 안하무인이고, 똥오줌을 무기 삼아 곤충들에게 오물 세례로 괴롭힌다.



읽으면서, 긴박한 전개가 흥미롭기도 했지만 '혹시 [동물왕국]처럼 어른들을 위한 정치 풍자 동화 아니야?'하면서, 캐릭터와 줄거리를 쉽게 지나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아버지 조지 W. 브라트를 둔 브라트 소장은 꼭 미국의 전 대통령들인 부시 일가를 연상시켰으니까. 또한 거대하고 대적하기에 묘안이 없어보이는 적을 앞에 두고, 전략가 곤충들이 회의를 하는 행태가 인간들의 그것을 떠올리게 했으니까.



그러나, [찰스 다윈길 36, 곤충 아파트]를 다 읽고 드는 생각인데, 이 책은 같은 일원으로 삼기에는 예외적인 구성원들을 포용하면서 진정한 공동체로 발전하는 모습을 어린이들에게 보여주는 책이다. 어린이라면 충분히 얻어갈 게 많을 것이다. 알고 봤더니 육류 소화장애로 채식만 고집하는 들고양이에게 곤충들의 아파트 출입을 허용하고, 곤충들을 그토록 괴롭혔던 개, 샘에게도 연민과 동정의 정서를 보이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큰 갈등과 미움보다는 화해와 조화를 택하는 현명한 결론을 통해 어린이 독자들도 위기가 대전환의 계기가 되는 경우를 막연하게 나마 느끼겠지! 좋은 동화이다! 다시 한번 반복하지만, 간만에,  "학원, 핸드폰, 떡볶이, 성적 닦달해대는 엄마" 라는 전형적 장치들이 등장하지 않는 참신한 동화를 만나서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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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무식" "까막눈"이라 자기를 낮춰도 "TMI(정보의 설사Too Much Information) "이 되레 조롱거리가 되는 시대인만큼 겸손한 애교의 표현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서예, 그 새로운 탄생] 전시회에서 '"까막눈"은 결코 애교가 아니구나'를 제대로 느꼈다. 서예 박물관 전시에 갔더니만 화선지 위 검은 글자는 그저 기호이더라. 세종대왕님이 아니계셨던들, 나는 일상은 커녕, 조롱받을 지경으로 까막눈이었겠더라.

[서예, 그 새로운 탄생]의 1부 제목인 "법고창신法古創新" 부터 알딸딸. 네이버 검색해서 뜻 확인.


갑골문자로부터 서예가 예술화된 명청(明淸)대까지의 작품들을 벗으로 삼아, 서사적인 임서와 새로운 창조를 선보이며 서예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선질과 혼을 품고자 합니다.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 



[서예, 그 새로운 탄생] 2부에서는 설치 작품으로서의 서예를 통해서 그 편면성을 극복하려는 실험의지를 보인다. 


갑자기 대만 "Cloudgate Dance Theater"가 십 수년 전 시도하고, 이미 널리 알려진 현대무용으로 옮기는 서예작품이 생각났다. "관람객들이 획의 예술과 공간의 여백, 글씨의 빛을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지만, 물질로서의 평면성 입체성을 떠나 비물질로서의 활자를 만들어 낼 시도까지는 어려웠을까?


https://youtu.be/nGQIrTs2FAw


[서예, 그 새로운 탄생] 3부. 실은 이 전시의 하이라이트일테고, 1부의 점잖고 우아한 "법고창신"은 이 3부의 화려한 색조화장을 위한 밑화장으로 기획되었으리라 추정해본다. 그래피티 아티스트로서의 서예가! 



예술의 전당을 동네 까페 나들이가듯 드나들던 시기에조차 "서예박물관"은 찾을 이유를 못찾았다. 작심하고 [서예, 그 새로운 탄생]를 찾으니, 그림과 글자가 하나요, 혼과 물질이 다름이 아니요, 21세기 cloud와 마찬가지로, 옛 사람들은 글자를 통해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고 초월해 통했구나.

놀라운 느낌이었다. 서예박물관 좀 더 자주 찾아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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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12-02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위의 사진이 갑골문자인가요? 오래된 문자인데 제일 조형미가 살아있는 듯 보여요. 상형문자가 유래했으니 그렇게 보이는게 당연한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국립한글박물관은 가봤어도 서예박물관은 한번도 안가봤어요. 덕분에 오늘도 흥미를 더해갑니다.

2019-12-03 0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9-12-04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 전에 서예 한답시고
수도 없이 먹을 갈곤 했었는데...

재주가 없어서 그만 두길 잘했다
싶기도 하구요.
 

말 해도 안 믿는 이들이 대부분이어서, '뻥튀기 뻥튀기 뻥뻥 튀기꾼' 취급 당할까 이젠 잘 꺼내지도 않지만 잡지 기사를 읽고 나서 적어본다.

한국 "데일리포스트"의 김정은 기자가 'Men'sHealth' 기사를 참조해서 쓴 듯 한데, 제목이 흥미롭다. "머리를 많이 쓰면 칼로리 소모도 늘어날까?"http://www.thedaily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71234



구소련 출신의 체스선수 아나톨리 카르포브(Anatoly Karpov)의 구글 검색 사진으로 보아, 이 위대한 체스선스에게 "쇠약"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데 기사에 따르면 그는 1984년 세계 체스 챔피언 타이틀 매치에서 의사의 강권으로 타이틀 매치를 중단하기 했다. 대회기간 10kg이상 체중이 줄면서 건강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


고3 때 모의고사를 보는 날이면 학교가기 전 몸무게가 집에 와서의 몸무게가 1~1.5kg 차이가 났다. 한마디로 교복 바지가 ('줄줄 내려왔'다면 심한 뻥뻥튀기이며) 헐렁헐렁해졌다. 불과 하루 만에!!! 현기증도 나서, 마지막 교시 시험을 치르고 복도에 나왔을 때 복도에 붕붕 떠다닌다고 느꼈던 적도 몇 번이다. 건강했다. 건강하다. 그니까, 바지가 헐렁해졌다거나 현기증을 느낀 건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어렸어도 막연히 그 이유는 알았다. 고도 초집중을 오랜 시간 지속해서 몸이 반응하는구나! 

뜨거웠던10대를 기억하면 떠오르는 감각 중, 바지가 헐거워졌을 때의 묘한 성취감. 가벼운 현기증.

장시간 초집중 후 가벼운 현기증과 함께 느꼈던 성취감, 희열. 아련하다.

뜨거웠던 10대 이후, 삶의 어떤 과정에서 그런 희열을 느껴본 것인지.......인간의 year단위가 무색할만큼 아득하게 느껴진다.

초집중할 무언가를 찾고 싶다. 찾는 게 문제가 아니구나...처음부터 아니었구나. 초집중할 능력을 되찾고 싶다. 아! 그렇다고 해서, 다시 고3수험 생활과 격주 모의고사 의례는, 결코 사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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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을 위한 순례에 동참 권유받는 불편감은 많이들 이야기해왔다. 오죽하면, 젊은 경영학자들이 살짝 치기어린 프로젝트로서 "자기계발을 위한 몸부림"을 몸소 실천해보고 그 부작용을 설파해서 유명세를 탔을까. 이들이 시도해보았던, "한 달에 책 한권 쓰기, 영성 높이기, 역도대회 출전, 마라톤 완주" 등등 다양한 프로젝트의 기저에는 "자연스러운 욕망, 욕구의 억제와 조율"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람마다 누르기 어려운 강도 면에서 최고난이로 꼽을 기본 욕구가 다를 텐데, "식욕"이라면 보통 사람들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괴물이자 친구이겠다. 없애거나 무시하기 어려운, 고마운 친구이기도 한데 약으로 지워버리려는 시도. 특히 한국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음을 오늘자 신문기사를 통해 확인했다. 



이렇게 처방받은 식욕억제제(appetite suppressant) 의 부작용이야 리스트가 꽤 길 것임을 익히 짐작할 수 있었는데, 사망자 리스트까지도 길 줄 몰랐다. 확인된 사망자 수는 최근 한 자리 수라 하지만, 미확인된 그리고 현재진행형의 리스트예비자가 부지기수라는 생각에 안타까워진다. 





안타까운 마음에 오늘 탐색할 자료들의 키워드는, Eating Disorder, Hunger로 정했다! 플러스, 활자밖 침투하여 목소리 채집할 루트는 차차 고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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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간의 수집

"Biomy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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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주간 주말마다 숲, 하천, 수목원 나들이. 

하늘이 파랗고, 미세 먼지 수치 한 자리 수인지라 좀이 쑤신다. 

오대산 전나무 숲길을 추천받았으나 단풍 더 곱게 물들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고, 

자연 속에서 책 읽을 수 있는 공간 급 검색. 


요샌 인스타그램에 사진 올리면 공짜 커피 혹은 혜택 주는 이벤트가 많다보니 강추하는 까페들, 믿음이 덜 간다. 리뷰가 수백 개씩 달린 까페 패스.

"정원," "까페" 키워드로 검색해서 나온 곳으로 달린다. 


입구는 꽤 그린과 거리가 멀다.


하지만 들어서자 마자, 인공향이지만 거북하지 않은 좋은 향이 가득하다. (분명 피톤치드는 아니고 여성 화장품 향수에 가까운)


화초를 무척 좋아하지만, 가드닝 책에서 보지 못했거나(기억 못하는) 독특한 화초들도 눈에 뜨인다. 판매도 하시나본데 내 맘에 든 화초는 가격이 무려 55만원.  분명 까페 사장님께서 원예 전공하셨거나 이 분야에 특별한 히스토리를 가진 분이시리라 추측한다. 직접 구우셨다는 케이크랑 커피랑 생과일쥬스랑, 맛 볼만한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주문하고 건물 밖으로 나가본다. 


10월에 가장 좋은 장소일 듯. wedding party용으로 장소대여를 하신다는 데 그럴 만 하다. 

야외에도 온통 초록 식물에 의자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중년의 여성이 [82년생 김지영]을 들고 앉아 계신다. 난 하필 상형문자 해독 미션의 책을 들고 간 지라, 진도가 안 나간다. 







까페에서 나와 인근 산에도 호기심에 올라 보았는데 이상하게도 피톤치드가 안 느껴진다. 높이 올라가도, 아파트촌에서 종종 맡던 음식물 쓰레기 같은 냄새도 나고, 참 특이하다 싶다. 검색해보니 이 지역에 석유폐기물 묻어서 환경이슈가 제기되었던 과거가 있더라. 연관이 있을까? 나무가 많은 지역이라해도 피톤치드향이 명백히 차이가 난다. 그걸 의식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겁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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