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승. 섭.
재작년,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고 나니 '김승섭'은 지인도 아니건만 문득 안녕이 궁금하고 그 존재만으로 감사한 이름이 되어 있다. 역시나 김승섭 교수도 이름모를 독자들,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해준다. 2018년 출간한 『우리 몸이 세계라면: 분투하고 경합하며 전복되는 우리 몸을 둘러싼 지식의 사회사』 면지에 새겨진 그의 서명과 덕담이 왜 이처럼 든든하게 느껴지는지. 또 고맙다. 모르긴 몰라도 최근 타계하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못지 않게 살인적인 스케줄로 하루를 48조각으로 쪼개쓸 분이신데 이처럼 또 책을 안겨주니, 이 얼마나 머리 숙여 인사하고픈 고마움인지......
김승섭 교수는 하버드대학 보건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2013년부터 고려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데2016, 2017, 2018년 3년 연속 고려대학교에서 최우수 강의상과 연구상을 받았다. 지금은 한국의 Paul Farmer처럼 보이지만, 지금처럼 헌신적이고 소신 세운 학자로서 십년만 활동한다면 그의 이름은 한국을 넘어 세계인이 알게 되리라고 감히 상상해본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교수, 학자들 과반수가 미국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오는 현실에서 학문유행의 큰 물줄기에도 '본토(?)' 수입산 어류들이 헤엄치는 것은 당연하다. 2010년대 한국 사회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건강불평등에 주목한 학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김승섭 교수가 이 물줄기에서 변별되는 이유는, 그가 한국 사회에 필요한 지식을 만들기 위해 총대를 매고 앞장 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연구가 한국어로 출판되지 않고, 한국의 연구가 한국사회를 고민하지 않는 현실 이면의 배경을 그는 이렇게 정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