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의 부득탐승不得貪勝 - 아직 끝나지 않은 승부
이창호 지음 / 라이프맵 / 201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렸을 적엔 남들을 위해 살았다고 할 정도로 타인들을 의식했다.

내 주변에 있거나 오래 알고 지내던 지인이나 친척들은 물론이거니와,

아무런 상관이 없거나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된 사람들에게도 잘 보이고 싶어했다.

그렇게 그들에게 간택받고자 했고,

간택받지 못 하면 버림받는 거라 생각했다.

 

성인이 된 후에도 한동안 이런 성향은 이어졌으나,

버림받는 것이 간택받는 것의 반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이후에, 내 삶은 달라졌다.

내 인생의 주인공이 나라는걸 인식하게 된 이후에,

나로 인하여 타인이나 상대방이 좀 불편해질지라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살자는 주의로 바뀌었다.

나를 우선으로 놓는다고 하여 타인을 불편하게 하는 예는 거의 없었던 걸 보면,

내가 우려하는 만큼 '남들이 내 삶에, 내가 남들의 삶에' 깊숙이 개입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산다고 하여,

자아를 회복하고 정체성을 갖게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요즘들어 마저 깨닫는다.

어떻게 보면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얘기인데,

자아 정체성이란 것이 자기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지만,

연민을 갖고 들여다보는게 아니라, 한걸음 떨어져 관조적으로 객관성을 유지할때 가능한 일이니까 말이다.

 

프로 바둑 기사가 쓴 이런 종류의 책을 몇 권 읽었다.

더 잘 읽혔던 것도, 덜한 것도 있었다.

그동안은 유명세를 내세워 일반론적인 얘기를 하며 삶을 대충 훑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제 아무리 내로라하는 바둑기사여도 글솜씨는 별로인가 보다 자위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창호의 이 책은 약간 달랐는데,

아내가 바둑사이트 기자 출신이어서 그런 것인지, 손종수 님이 정리를 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의 것과는 뭔가 다른 울림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은 후에,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책의 후반 무렵 등장하는 일본의 거장 '후지사와 슈코'의 메시지를 읽은 후에,

그동안의 것들과는 뭔가 다른 것을 느꼈다.

 멋진 구절들이 넘쳐나는데, 그 중 내가 감동받은 부분을 옮겨보자면 이렇다.

ㆍㆍㆍㆍㆍㆍ지금대로라면 뭐랄까, '정감이 없는 바둑'이라고 말하고 싶다.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이 적다. 바둑은 승부를 내는 동시에 음악이나 회화와 같이 개성을 표현하는 엄연한 예술이다. 예술이라면 우리들이 보고 감동하는 그만의 독특하고 창조적인 차원의 세계가 무르녹아 있어야 되는 것이다. 오직 이기기 위한 승부에 앞서, 자기표현에 충실한 바둑을 항상 생각할 일이다.

이 군은 넘버원이기 때문에 이제 그러한 임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그러한 감동을 주는 바둑은 어떻게 하면 둘 수 있게 되는가? 이것은 어려운 경지의 것이기는 하지만 바둑의 공부만이 아닌, 인간 그 자체를 높이는 공부가 바탕을 이루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수업. 일본에는 미야모토무사시라는 검호가 있었다. 생애불패의 그였지만 검의 수업만으 한 것은 아니다. 좌선을 하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교제를 넓히면서 인간을 높인 것이다. 오늘날 전해지는 그의 그림은 상당한 수준에 이른 수작이다. 인간을 높이는 것으로써 검의 도를 깊이 연구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130쪽)

 

바둑을 스포츠로 볼 것이냐, 예술로 볼 것이냐, 를 놓고 시시비비가 있는 상황이고,

이건 삶을 경쟁적으로 사는 것과 예술적으로 사는 것 쯤으로 치환시켜 볼 수 있겠다.

 

그동안의 나는, 예술적이라고 하면 뭔가 꾸미고 치장하는 것 쯤으로 생각했었는데,

곰곰 생각해보니, 비우고 줄여 단출해지는 것도, 예술이 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자존심을 높이고, 자아정체성을 회복하는 그것이,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포함되지만,

비우고 줄여 단출해져서,

텅비고 소박한 그 조용함에 집중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걸 깨닫았다.

내면의 목소리가 아예 없어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

 

나는 이 부분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감이 있는데,

그걸 책에선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그렇다. 모든 '느림'은 절대적인 느림이 아니다. 빠르게, 좀더 빠르게 질주하는 현대생활의 모든 사고방식에 대한 상대적 느림이다. 상대적 느림은 '감속'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바둑의 속도는 외형으로 드러나는 행마의 속도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그 이면에 감춰진 인식의 속도, 판단의 속도

가 중요하다. 몸에 맞는 옷과 같은 것, 바로 적정의 속도가 핵심이다. 그것을 달리 표현하면 '균형'이다.(138쪽)

 

바둑을 두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만이 곧 패착'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스스로 교만한 줄 모르는 것이 자만의 포석이고, 아예 겸손한 척하는 것이 자만의 중반전이며, 심지어 자신이 겸손하다고 착각하는 것이 자만의 끝내기다. 그것이 내가 30년 가까이 반상을 마주하며 수없이 많은 실전에 임하면서 비로소 깨닫고, 가장 경계했던 부분이다.(153쪽)

자기가 가보고 싶었던 길을 가겠다는 의미일텐데,

사람은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존재이이지만,

삶의 축소판인 바둑판에서조차 이들은 전쟁을 치르고 있다.

 

是故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라고,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이라는데,

그런 의미에서 나는, 항상 전의를 강렬히 불태우고 있거나, 너무 소란스러운 것 같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09-21 1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09-23 09:21   좋아요 3 | URL
아하~,
저에게 추석은 지나간 과거일뿐~!
이젠 개천절을 기다리며 산답니다~ㅅ!

[그장소] 2016-09-21 18:48   좋아요 2 | URL
아휴 ㅡ저는교만에 ~ 자만을 경계하는 척 까지 한것 같으니 , 이 소란을 어쩌면 좋아요..ㅠㅠ

양철나무꾼 2016-09-23 09:27   좋아요 2 | URL
극과 극은 통한다잖아요~!
교만과 자만의 끝을 쳤으니, 이제 다시 겸손 모드의 시작이잖아요~^^

이창호도 그렇고, 이세돌도 그렇고...
너무 어린 나이부터 바둑만 둬서,
바둑이외의 것을 바라보지 못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 부분을 타성에 젓어 습관적으로 두던 바둑에서 탈피하여,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걸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했습니다~^^

[그장소] 2016-09-24 18:06   좋아요 1 | URL
네 ㅡ 말씀 새길게요!^^ 주말 즐거이 보내세요!^^

AgalmA 2016-09-22 00:37   좋아요 3 | URL
비우고 줄여 단촐함을 추구하는 예술로 미니멀리즘도 있잖슴요^^ 정신을 그리하면 선이나 명상이 되려나. 그러고보면 세상사 참 양면적인 듯. 살기 위해 죽이고, 얻기 위해 뺏고 그런 삶의 행위들이....

양철나무꾼 2016-09-23 09:45   좋아요 3 | URL
Agalma님 굿모닝~^^
추분지났다고 아침저녁으로 가을 바람이 불어요.
전 추녀는 아닌듯 한데, 이 가을이 유난히 반가운 건,
지난 여름이 성대했다는 의미인거 겠죠?

양면적이라는 건 기준이 있어야 하는 것일 것이고,
깨달음이랑 연관하여 극과 극이 연결되어 있다...가 제겐 설득력이 있어요.
바닥을 쳐봐야 이젠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신호라는걸 몸으로 느낄 수 있으니까 말예요.
제겐 그래요~^^
 
알라딘 이달의 당선작(리뷰)에 대한 두 번째 문제제기

요즘 힙합이 대세란다.

그동안 난 힙합에 대해서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몸에 금붙이를 주렁주렁 달고, 바지는 똥싼 바지를 입어줘야 하며, 머리엔 스냅백을 써주는데,

그걸로 끝이 아니고 '힙합 뮤지션이 잘난 척을 하거나 으스대는 걸 가리키는 swag'을 구사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스웩(swag)이라는 것이 힙합에 관해 일자 무식인 내가 보기엔,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냥 다른 사람들을 디스(dis)하는 것처럼 보여 완전 별로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며칠전 무슨 텔레비전 방송을 보는데,

'산이'라는 래퍼가 나와서 ('자이언티'와 더불어 내가 엄청 좋아하는, ㅋ~.) 하는 말이 의외였다.

남들을 내리깐다고 제가 우뚝 서는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정확한지는 모르지만 이런 뉘앙스였다.

 

오늘 아침 알라딘서재에 들어왔다가 반가운 yamoo님의,

'알라딘 이달의 당선작'에 대한 두번째 문제제기'란 글을 보게 됐다.

개인적으로 난 yamoo님께 '글 잘 쓰는 법'에 관해서 공짜로 몇 번의 사사를 받은 적이 있을 정도로 호감을 갖고 있었던 터라,

요번 글이 못내 아쉬웠다.

 

yamoo님의 문제 제기는 충분히 그럴 듯 하다고 생각하지만, 방법은 못내 아쉬웠다.

충격적이기까지 했는데,

래퍼들의 그것처럼 스웩을 위한 디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었다.

 

그런 의미에서 yamoo님께 '이달의 당선작 선정 위원'에 응모해서 활동해 보실 걸 권해 드린다.

나도 그동안 비슷한 생각들을 했었고,

그래서 이달의 당선작 선정 위원 활동을 3개월동안 했었고,

그런 후에 바라보니,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동안 '이달의 당선작'에 대해 내가 어떤 생각을 가져왔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

언젠가 서재지기 님께 썼던 메일을 옮겨본다.

 

안녕하세요, 서재지기님.

양철 나무꾼, 4월 투표 완료하였습니다.

투표하면서 느낀것은,

최소한의 격식이랄까, 사람들이 원하는 요건을 갖춘 그런 작품이 생각 만큼 많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시작하고 얼마 안되어,

이걸 그만 두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회의감에 시달렸다고 할까요?

그동안 몇몇 알라디너가 제기하였던 문제들,

당선작이 되는 사람들만 되고,

최소한의 격식이나 형식을 갖추지도 않은 함량 미달의 작품들이 당선작이 된다는 문제에 대해서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던 지라,

공정성을 기하려고 노력했었는데,

얼마 안되어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만 쓰고 있어서,

새로운 인물이나 새로운 글들에 투표를 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페이퍼의 경우, 아무리 좋은 글이어도 알라딘 상품 첨부 없는 경우라던가,

사진만 링크해 올리거나, 한두줄 코멘트가 있는 경우에도,

유대감의 표시로 '좋아요'를 누르다 보니, '좋아요'를 남발한 감이 있습니다.

글이 짧아진 건, 두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가 있을텐데...

그 중 하나가 북플의 영향인 것 같고,

또 하나가 다른 인터넷 서점들이 더 좋은 조건에서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일례로 저 같은 경우, 블로그는 알라딘 서재 한 곳밖에 없는데,

지난 가을 100자평을 일정 분량 올리면 석달에 90만원씩 도서상품권을 지급해 주겠다던 제안이 있었습니다.

그밖에도 많은 방법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도서정가제 이후, 바뀐 법률 때문이라고 한다면 다른 인터넷서점들은 편법을 쓰고 있는 것이 되는 건가요?

주제 넘지 싶지만,

알라디너 사이에서 이런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는 걸 모르시는 듯 하여 몇 자 보태봅니다.

감사합니다

 

 

내 생각이 바뀌게 된건... 알라딘 서점을 바라보는 입장 변화가 한 몫한 것 같은데,

알라딘이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라는 것이고,

그런 까닭에 이런 이달의 당선작이란걸 내는 행위가,

영업 행위의 일종인 '광고 효과'라는 걸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yamoo님이 제기하신 문제들의 일부는,

순수한 문예 작품 공모작에서 기대해야 되는게 아닌가 소심하게 의견을 제시해 본다.



좀 다른 얘기인데,

한때 프로들이 이곳을 매개로 공모전에 응모하는 것이 언페어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생각을 바꾸게 된게,

지난 번 어떤 시인의 공모전 당선 여부를 놓고 SNS상에서 논란이 되는걸 보고나서 였다.

공모전이 책을 만든 출판사나 책을 파는 서점에서 하는 리뷰 대회 형식일 경우,

그 리뷰 대회가 책의 홍보를 위한 광고행위라는건 '무언의 합의'일테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제로 제기하신 '글의 분량'의 경우,

 

아무래도 북플이 활성화 되면서 생긴 일인것 같은데,

북플에서 글을 쓰다보면 어느 정도 분량의 글을 쓰는게 엄청난 인내를 요구하는 일이고,

마찬가지로 북플로 글을 읽는다는 것 또한 스크롤의 압박이 심하다는걸 깨닫게 되기 때문에,

'이달의 당선작' 글들을 서재글만으로 제한하지 않는 이상,

계속 논란이 될 듯 싶은데,

이건 북플의 활성화에 반하는 상황이지 싶다.

 

실은 이 글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놓고 한참 망설였다.

그런데 글을 읽다 보니, 꾸준히 '이달의 당선작'에 드는 사람이고,

yamoo님의 페이퍼에 실명으로 언급되지 않은 사람이라서 용기를 냈다.

 

거듭 밝히거니와,

yamoo님께  '글 잘 쓰는 법'에 관해서 공짜로 몇 번의 사사를 받은 내가,

그를 이해시키려거나 그에게 반박하기 위해서 이런 글을 쓰는건 아니다.

yamoo님께서 반어법을 빙자하여 쓰신 내용들이 전부 나에게 적용되는것 같아 몹시 찔려서,

도둑이 제 발 저려서 드리는 말씀 정도로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

'정의를 위해 분노한 것'이라 하셨는데,

그 정의가 'justice'인지 'definition'인지 갸웃거리게 되는건,

너무 힙합적으로다가 스웩을 생각하다보니 그리된 일인것 같다.

 

페이퍼를 쓰는 내내, '해피투게더3'에서 '산이'가 한 이 말이 계속 생각났다.

 

남들을 내리깐다고 제가 우뚝 서는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댓글(44)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립간 2016-09-12 14:56   좋아요 1 | URL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어디에다 균형점을 두느냐의 문제이네요.

양철나무꾼 2016-09-12 18:22   좋아요 1 | URL
기준점은 `관점`에 관한 문제인것 같습니다.
팔이 안으로 굽듯, 자기에게 이로운 쪽으로 기우는 것을 각자 `균형`이라고 생각할테니까 말예요.


별족 2016-09-12 15:20   좋아요 0 | URL
분량이 턱없이 작고, 책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는 잡담을 서평이라고 올리는데다, 이달의 당선작에 걸린 게 기억조차 안나는 지경이라, 반대의견을 가지고도 피력을 못했어요, 제가. ㅋㅋ

양철나무꾼 2016-09-13 09:53   좋아요 1 | URL
책은 읽으라고 있는 것이고, 반대 의견은 피력하라고 있는 것이라고...이 연사 외칩니다~^^

CREBBP 2016-09-12 16:02   좋아요 1 | URL
글의 길이는 문제삼을 일이 아니죠. 저에게는 짧게 쓰는 게 더 어렵습니다.
글의 내용은 선정위원회의 주관적 평가를 존중하는 방법 말고 다른 대안이 있다면 그것을 내놓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여집니다.
제목에 매우 공감합니다. 남을 깐다고 내가 서는 건 아니죠. 하지만 남을 까면 스스로 쾌감을 느끼게 되더라구요

양철나무꾼 2016-09-13 09:55   좋아요 1 | URL
저에 비하면 님은 잘 정리되고 응축된 글을 쓰고 계시다는 거~^^

암튼 저도 글을 짧게 쓰는게 더 어렵다는 점에서 님과 닮았습니다~^^

다락방 2016-09-13 10:11   좋아요 1 | URL
저도 글이 짧게가 안써져요.... 길게 쓰는 게 제 단점 ㅜㅜ

양철나무꾼 2016-09-13 12:29   좋아요 1 | URL
어머머~, 다락방님, 반가워라~^^
다락방님도 저와 닮은 점이 있으시다니 왠지 한뼘 가깝게 느껴지지만,
님처럼 다양한 독자 층을 형성하신,
멋진 글을 구사하시는 분이 `단점`이라시니 가당치 않습니다~ㅅ!


에이바 2016-09-12 16:23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님 글에서 느껴지는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저도 쇼미더머니 유행어를 써 보았어요.. 양철나무님 글 잘 읽었습니다. 야무님 글도 읽고 왔는데 저 역시 명단에 들진 않았지만 말씀하시는 우려와 제 발저림 때문에 고민하다 당선작 위원회 관련한 말씀에 공감해 댓글을 씁니다. 위원회로 활동해보니 의외로 알라딘에 글이 많이 올라오지 않더라고요. 세달을 내리 체크하니 열심히 활동하시는 분들 닉네임이 눈에 익고요. 활동이 많지 않지만 좋은 글 쓰시는 분들은 상대적으로 눈에 덜 뜨이고요. 아침저녁으로 올라오는 거의 모든 글을 읽고 공감을 눌렀지만 제가 밀었던 분들은 당선이 잘 안 되시더군요. 마이너의 비애 ㅠㅠ 제 나름대로 500자이상인 글을 기준으로 삼았지만 그에 미치지 않는 글들이 대다수고요. 거기에 주관적인 판단이 더해지니 기준이 모호하긴 해요. 그래서 다양성을 위해 위원회 활동 기간을 짧게 잡는게 아닌가 하고요, 이 부분에 대해 의견이 있으신 분들이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북플을 이용하다보니 단문들이 많아져서 그렇다는 말씀에도 공감해요. 리뷰보다 독서 후 단상을 남기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저 역시 북플로 쓰다보니 생각이 잘 정리가 안 되는데... 알라딘 이달의 당선작은 따로 응모하는 서평대회가 아닌만큼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듯 합니다. 아무래도 기준이 생기면 활동에 대한 제약이 생기니까요. 저는 압축적인 글이 더 좋다고 생각해서 글이 길어지면 아예 다시 쓰기도 하고... 되도록이면 A4 한장 내외로 쓰려고 하는 편인데 다른 의견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제 생각에 이 모든 일은 도서정가제 때문입니다. 도정제를 탓합시다, 도정제는 우리의 원수...ㅠㅠ 저 역시 야무님께 위원회 활동을 하시는게 어떤가 싶어요. 활동을 해보니 이전의 제 생각이 좀 달라지더라고요. 저는 아직 이렇다할 대안은 생각하지 못했지만 현 상황에 대해 문제점을 느끼고 계시니 저보다 더 좋은 의견 내주실 것 같아요. 여러모로 이 글에 공감합니다.

CREBBP 2016-09-12 17:44   좋아요 2 | URL
너무 긴 글, 너무 전문적인 글은 책으로 읽어야지요. 저도 때로 글이 너무 길어질 때 혹은 너무 전문적인 내용을 담게 될 때가 있는데, 이웃분들이 그 글 읽으면 질리겠구나 민폐겠구나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책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을 궁금해하는 사람은 리뷰에서 그 책의 자세한 내용을 기대하지도 않죠. 물론 긴 글이 공감되고 좋은 분량을 담고 있다면, 눈이 피곤해도 컴이나 북플로 빨려들듯 모두 다 읽게 되지만, 모두에게 그런 건 아니지요. 길면 웬만하면 다 읽지 못해요. 우리는 그렇게 남이 쓴 글 한편을 꼼꼼하게 정독할만한 여유 속에서 살고 있지 않죠. 제 개인적으로는 책 한권 소개하기 위한 한 편의 길이는 A4 분량이 적당하다고 생각해요. 리뷰 쓴 것 말고 아무 잘못도 없는데 저렇게 공개적으로 부당하게 지적당하신 분들이 쓰신 글들이 오히려 분량면에서는 적당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다른 분들은 다르게 생각하시겠지만 전 그래요.작가의 글이라고 해도 스압 좋아하는 분 별로 잆을 거에요. 제 생각에는 그래요.

양철나무꾼 2016-09-13 10:06   좋아요 1 | URL
에이바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위원으로 활동해 보셨다니,
그래서인지...저랑 많은 부분 공감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달의 당선작 선정 위원에 응모할때 분야가 있었죠?
아마 저는 인문, 과학, 역사, 이딴 분야 였는데,
이 분야와 관련된 글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달의 당선작에 들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이렇게 글이 많이 올라오지 않는 분야들을 집중 공략해 보시는 것도 한 방법일 듯~^^

양철나무꾼 2016-09-13 10:19   좋아요 1 | URL
CREBBP님의 이 글을 읽으면서 제가 부끄러워졌습니다.
전 너무 전문적이라든지, 이 글을 읽으면 질리겠구나 따위의,
저만의 생각이라는게 없었으니까 말이죠.

전 그냥 저 좋자고,
깜박깜박하는 기억력을 붙들어두는 기억이라는 의미가 강하거든요.

암튼, 책이나 알라딘서재 따위는 잠시 떨쳐버리고,
맛난 송편 배불리 먹으면서 보름달 구경이나 하자구요.
해피 추석이요~^^

CREBBP 2016-09-13 12:49   좋아요 1 | URL
어떻게 애기를 하다보니, 뭐 대단히 전문적인 내용이라도 쓰는 것처럼 말했는데, 아니아니 그게 아니구요 흠 잘 모르는 걸 억지로 꾸역꾸역 삼키다보면 기억 안날까봐 메모하다보면 책에서 주워들은 jargon들을 마구 남발할 때가 있거든요. 스스로 소화를 제대로 못시키고 책의 표현을 그대로 옮겨 적는 걸 전문적이라고 잘못 표현한 것 같습니다. 널리 이해해주시길. 이해하고 책을 덮고 완전 자기 언어로 쓰면 `전문적`이지 않게 써도 책의 내용을 잘 응축할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에이바 2016-09-13 14:42   좋아요 1 | URL
저는 문학, 역사, 예술 파트에서 활동했어요. 3개월 동안 아침 저녁으로 접속해서 많은 글을 읽으려고 노력했는데 정말 거의 모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글이 없습니다. 몇 줄 정도 올리신 글이 많아서 제외하다보면 그 수가 엄청 줄어요... 제가 활동했던 시기에 글이 특히 없었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것 같진 않아요. 근데 정말 힘들더라고요. 다른 사람 글을 판단하는데서 오는 책임감과 부담이요. 서평대회 저도 세 번 정도 참여했는데 그때 올라오는 글들은 목적이 있잖아요. 상품도 크고 그래서 다른 출품작들을 읽고 잘 썼다, 못 썼다 판단할땐 괜찮았는데 이달의 당선작 같은 경우는 서재 활동을 하면 자동으로 응모되는 시스템이니까 좀 달라서... 지난번에 당선작 관련해서 저 역시 글을 썼는데 그 의견 여전합니다. 나를 위해 쓴 글인데 당선되면 덕질 지원금이 들어오니 기분 좋은 일종의 보너스, 보상이라는 거요. 그 때도 여러 의견들이 있었는데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면서 비난이 되는 건 한 끗 차이잖아요. 문제가 되는 결과물은 함께 서재를 꾸려 나가는 알라디너들이 쓴 글이고... 대의를 위한 쓴소리, 필요한 발언이라 하시기 전에 모니터 뒤에 사람 있다는 걸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혜택이 알라디너에게 골고루 주어지고 잘 쓴 글에 대한 보상이면 좋겠지만 당선작 위원회의 고충-글이 많지 않음, 주관에 의지한 모호한 기준, 다수결의 콜라보, 이윤을 추구하는 알라딘의 사정-도 있으니까요... 이번에 언급돼서 앤드류대디님 리뷰를 읽었는데 그 책 보고 싶더라고요. 전 그런 책 잘 안 보는데... 전자책 행사도 하니까 사서 보려고요. 이런게 관점 차이죠. 사안의 성격상 글에 대한 비판은 불가피하고 애정어린 공간의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 피로를 느끼셔서 발언의 강도를 높이시는 것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매우 유감이에요. 그리고 양철나무꾼님께는 리스펙...

북플로 써서 날리기도 했는데 서재에 길게 댓글 남겨서 죄송해요. 즐거운 명절 보내시고요.^^

양철나무꾼 2016-09-13 15:58   좋아요 1 | URL
CREBBP님, 님이 어떤 의도로 하신 말씀인지 충분히 이해하고,
님이 어떤 고민을 하시고 어떻게 글을 쓰시는지 엿볼 수 있어서,
(이 페이퍼를 쓴 것을 후회하고 있었는데,)
힘이 되는 따뜻한 댓글입니다.
감사합니다, 꾸벅~(__)

양철나무꾼 2016-09-13 16:04   좋아요 1 | URL
에이바님, 귀한 댓글 감사드려요.
저도 뭐라고 뭐라고 길게 님에게 댓글을 남기고 싶은데,
근무 시간 중 짬을 내는 거라,
내용이 이어지지 않고 자꾸 끊기네요.

실은 이 페이퍼를 올려놓고도 한동안 오지랖을 부린것 같아 후회했었는데,
에이바님이랑 이렇게 댓글을 통해 한뼘 가까워진 것 같아 훈훈해지네요.

다시 한번 반갑습니다, 에이바 님~^^

AgalmA 2016-09-12 17:26   좋아요 4 | URL
양철나무꾼님, 알라딘 마실 오셨다가 이렇게 마음 불편한 글을 남기셔서 짐이 무거우셨겠습니다...

그런데 서재지기님에게 답장은 받으신 건지 정확히 말 안 해 주셔서^^;

알라딘이 회사이고 이달의 당선작이 광고효과를 바라는 행위라는 건 누구나 인지해야 할 점이죠. 신간 위주라는 분석과 yamoo님 요구는 일견 타당했지만 이 점을 우선 놓친 거 같더군요. 이 달의 당선작 질과 분량 지적은 신춘문예 단편 A4 8~10장 내외 요구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리고 디스 당한 알라딘 회원이 알라딘과 계약을 한 것도 아니고 당선작이 된 이유만으로 그런 모욕을 공개적으로 하신 건 모두에게 좋은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짧은 글이 늘 이달의 당선작으로 끼어 있는 거 보면 유려한 글도 필요하겠지만 가볍게 읽을 글도 필요하다는 걸 감안한 선정이라 생각됩니다. 새로운 유입 독자라면 격려 차원의 인센티브도 있을 테고요.
또 요즘 독자 서평 분량에 대한 기준이 1000자 내외입니다. skip이 많은 디지털 시대엔 그게 합리적이라고 어디서 결론이 난 듯? ㅎㅎ;

제가 5개월 가량 서재 활동을 그만둔 사이 좋은 글 쓰시던 분들이 많이 잠수하셨더군요. 꾸준히 이달의 당선작이 되시던 분들도요. 저는 공간에 대한 환멸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좋은 환경을 위한 건설적인 비판을 앞세운 이런 신경전과 비방이 난무하는데, 있던 사람도 나가는 판에 새로 오는 사람들 겁나서 글쓰겠습니까. 좋은 글, 좋은 공간을 바란다면 사람 간의 도의도 지켜야 하는 겁니다. 가르치긴 쉽지만 스스로 모범이 되긴 어렵죠. 제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달의 당선작 꾸준히 되시는 분들은 그럴만하다 싶은 게.... 다른 서점도 병행하시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양철나무꾼님처럼 이곳에만 글 쓰시는 분들이 많죠. 알라딘 붙박이로 열심히 써주는 분들 위주. 좋은 글이라도 여러 서점에 쫙 퍼져 있으면 당첨이 중복될 우려도 있고 변별력을 위해서 제외할 경우도 많을 겁니다. 어디까지나 제 짐작이지만 아마 맞을걸요?

아, 이 글 쓰느라 또 40분이 지났ㅜㅜ;

이곳을 아끼는 사람들 맘 때문에 저도 부족하나마 생각을 보태 봤습니다...



CREBBP 2016-09-12 17:56   좋아요 2 | URL
신간에 대해서는, 지적은 타당하지만, 어느 정도 선에서는 신간에 대한 선정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저 역시 좋은 글 다 냅두고, 제일 후진 글이 뽑혔을 때는, 2만원 받은 거 보다 그거 붙박이 돼서 1달간 걸려있는 게 더 신경쓰일 때가 있는데..그럴 때 뽑힌 글은 주로 신간 위주더라구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말입니다. 신간을 그런 방식으로 알리지 않는다면 누가 신간을 먼저 읽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영화도 먼저 보는 사람들에 의해 입소문을 타듯이 신간을 가장 먼저 읽는 사람들에 의해서 입소문이 나게 마련인데, 영화와는 달리 책은 시간소요가 많이 되지요. 신간을 읽은 사람들은 어떤 면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시간을 절약해준 것과도 같습니다. 어떤 책에 대한 주관적인 의견일 수밖에 없는 리뷰일지라도, 그 책에 대한 출판사나 서점 리뷰가 아닌 일개 개인의 평범한 사람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의 의견이 필요하거든요. 그런 의견 몇몇 개가 겹쳐야 책에 대한 나름대로의 객관적 평가가 가능해집니다. 어떤 책을 빌려 읽을지 사서 읽을지 읽지 말지 이런 것들 말입니다. 환멸에 대한 의견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부당한 대중의 지적질을 받을만한 잘못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은 마음의 상처를 입고 가치없는 언쟁에 휘말리느니 그냥 외면해버리는 거죠.

양철나무꾼 2016-09-13 10:30   좋아요 1 | URL
agalma님,
서재지기 님께 뭐라고 답장을 받긴 했었는데,
메일함 용량이 넘쳐 벌써 삭제해 버렸다나 어쨌다나~ㅠ.ㅠ

그러게요, 좋은 분들이 많이 떠나셨죠.

그런 의미에서 제가 강은교의 사랑법 한대목을 개조해 봤어요.
떠나고 싶은자 떠나게 하고,
돌아오고 싶은자 돌아오게 하고,
그리고 돌아온자 꼭 붙들고 놓아주지 말 것~^^


양철나무꾼 2016-09-13 10:32   좋아요 1 | URL
CREEP님, 이달의 당선작으론 한달간 대문에 걸려있지만,
3개월동안 블라인드 처릴 못 하죠~^^

cyrus 2016-09-12 16:45   좋아요 1 | URL
`기준`이 생기면, 여기에 반대하는 여론이 형성됩니다. 제가 예전에 이달의 당선작 선정에 대해서 의견을 내놓았을 때, 선정 기준을 만드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당선작을 선정하는 위원님들은 매일 글을 보느라 힘들 거고, 그 많은 글 중에 좋은 글을 고르는 일이 어려울 겁니다.

양철나무꾼 2016-09-13 10:40   좋아요 1 | URL
예전에 cyrus님의 의견을 보았던 듯.
저도 그런 문제제기에 대해서 긍정적입니다~^^

2016-09-12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09-13 10:43   좋아요 1 | URL
전문적인 작가까지요?
그럼 일이 너무 커지는데...

이곳에 자기 책을 내신 작가 분들이 많으니,
그 분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네요~^^

하지만,
but,
아무리 생각해도 비용적인 측면을 감당키 어려울 듯~!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2 17:50   좋아요 1 | URL
저는 거의 매달 알라딘 당선작에 선정되는 1인입니다. 야무 님 글에 가장 불쾌해야 될 대상은 저이지만 저는 야무 님의 지적이 매우 합당하며 건설적이고 좋은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지적할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 거의 없다고 보여집니다. 눈치가 보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순에 대해서 지적한 야무 님의 글은 정직하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글입니다. 야무 남 글이 불편하셨습니까 ? 불편하시겠죠. 진실에 다가가는 글은 항상 불편하니 말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양철나무 님의 이 글과 이 글과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야무 님의 글이 진짜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둘 다 불편한 글이기 때문입니다. 불편하다는 것은 그만큼 진실에 가깝다는 것일 겁니다. 이런 글들이 많아야 좋은 알라딘이 되지 않을까요. 오히려 역겨운 지점은 이때다 싶어서 한쪽을 까는 정치적 수사를 행하는 댓글이 역겨운 겁니다..

양철나무꾼 2016-09-12 18:16   좋아요 1 | URL
앗차차, 매번 이달의 당선작에 선정되는 곰발님 앞에서,
제가 뻔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은 건가요? ㅋ~.

저 님이 왜 이렇게 흥분하셔서, 오타와 추측을 남발하면서 댓글을 달아주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오래간만에 님이 달아주시는 댓글이라 소중합니다.
야무님의 글이 진짜다 하신 것은 반면에 내글이 가짜다 이렇게 들려 속상하지만,
님의 주관적인 견해이니 차치해두기로 하고,
님 같은 고수가 제 글을 제대로 이해 못할 정도로, 제가 또 이리저리 널을 뛰는 글을 썼나 돌이켜보았는데,
위의 댓글들을 보니 그런 것 같진 않군요.

제가 이 페이퍼에서 말씀드리고자 한 것은,
리뷰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의 페이퍼에서 `공개적으로 지적질을 당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충 헤아려 보려 했지만,
`오히려 이때다 싶어서 한쪽을 까는 정치적 수사를 행하는 댓글이 역겨운 겁니다.. `라는 게 뭘 의미하는 건지 아무래도 모르겠어서, 퇴근길에 잠깐 휘리릭 댓글을 남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2 18:24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양비론이 아니라.. 저는 이런 글을 쓰신 두 분이 다 정직하다고 생각하는 1인입니다. 왜 정직하냐면 정치적 이해 관계를 떠나 있기 때문입니다. 즉, 한쪽 편을 들어서 다론 쪽 편을 공격하는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좋은 지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패거리 문화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점입니다. 저는 야무 님의 지적도 옳고 야철나무님의 지적도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건설적인 논쟁의 지점이거든요. 하지만 그 분열을 틈 타서 평소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특정 인물을 공격하는 게 불편할 따름입니다.. 후후..

cyrus 2016-09-12 18:48   좋아요 0 | URL
To. 양철나무꾼님 / 곰발님이 말씀하신 ‘한쪽을 까는 정치적 수사를 행하는 댓글’이 비회원 계정의 댓글을 의마하는 것 같습니다. 비회원 계정으로 자신의 의견을 소신 있게 밝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알라딘 서재에서 벌어지는 댓글 논쟁을 지켜보면서 양쪽 입장을 균형 있게 바라보면서 의견을 밝힌 비회원 계정의 댓글을 보지 못했어요. 대부분 한쪽 입장의 회원을 공격하는 내용이 많았어요.

양철나무꾼 2016-09-13 10:58   좋아요 1 | URL
네, 곰발님~^^
위 페이퍼에서도 밝혔지만,
yamoo님의 문제제기를 문제시 한게 아니었습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들을 했었고,
충분히 타당한 문제 제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방법론적인 것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효과적인 면을 놓고 보니,
yamoo님은 저랑 비교도 안 되는 고수이신 듯~^^

이렇게 강한 충격으로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걸 보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신 것 같습니다.

아니다, 목적 달성이 될려면, 알라딘에서 뭔가 변화의 바람이 불어야 하는건가요?^^


양철나무꾼 2016-09-13 11:02   좋아요 1 | URL
cyrus님~^^
아, 어려워 어려워~요.

암튼, yamoo님으로선 이 모두를 고려하였던 고도의 전략이었던 같습니다.
긍정적으로 잘 해결되길 바랄밖에요~^^

cyrus 2016-09-13 11:37   좋아요 0 | URL
To. 양철나무꾼님 /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알라딘이 망하거나 이달의 당선작 제도가 사리지지 않는 이상, 논란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회원들끼리 설전만 벌어봤자 서로 간에 불화가 생길 뿐입니다.

yamoo 2016-09-12 20:41   좋아요 0 | URL
저는 남을 내리까지 않았습니다. 그냥 비판했죠. 비판이 내리까는 건가요? 더군다나 저는 앤드류 님을 전혀 알지 못하고 그 글을 처음 본 겁니다. 뭐가 우뚝 서는지 모르겠습니다. 설마 제가 우쭐하기 위해 그 페이퍼를 썼다고 생각하시는지요..그렇지 않다면 양철님의 표현상 문제인가요? 까내리기 위해서는 의도가 필요합니다. 저는 앤드류 님에게 어떤의도도 없습니다. 단지 선정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견을 파력한 것일뿐입니다. 신경숙의 글을 비판한다고해서 신경숙을 까내리는 건 아니잖습니까..

yamoo 2016-09-12 18:53   좋아요 0 | URL
모바일로 써서 자꾸 오타가 나는데 pc앞에 앉는 대로 수정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한가지만 더..저는 양철님에게 글잘쓰는 법을 사사한 적이 없습니다. 논리상 잘못된 점이나 비문에 대해 요청하셔서 일명 지적질이란 걸 했지요. 그건 글잘쓰는법이 아니라 기본적 사안이었습니다. 그걸 갖고 글잘쓰는법을 사사했다니..전형적인 허수아비 논증 인듯합니다. 저는 누구를 사사할 정도로 글을 쓰는 넘이 아닙니다. 허수아비까지 동원하여 쓰신 이 글....제목과 더불어 어떤 의도에서 쓰셨는지 알겠군요~ 그냥 사안만 보세요. `사사`운운은 양철님이 비판하시는 사안과 아무 관련이 없는 내용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09-12 19:28   좋아요 2 | URL
전 우뚝 선다는 의미의 반대로 내리깐다고 했지, 내리 깐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님의 글이 비판으로 비춰졌는지 내리깔기 위해 쓰여졌는지, 의 여부는 그 글에 등장하고 글 속에 닉이 거론되진 않지만 제 발 저린 저같은 사람의 판단도 무시할 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글 잘쓰는 법 사사 문제는, 전에 `나도 글을 잘썼으면 좋겠다`라는 제 페이퍼에 달린 댓글이었고 저는 분명 사사라고 생각했었는데,
님이 지적질이라고 하시니 이제와서 완전 불쾌해지는군요.

제가 어떤 의도에서 쓰셨는지 아시겠다니 부족한 댓글을 더 이상 달 의미가 없어지는군요.

yamoo 2016-09-12 21:04   좋아요 0 | URL
우뚝선다는 의미의 반대로 내리깐다는 것과 내리 깐다는 건 뉘앙스 차이지 의미는 거기서 거긴 거 같습니다. 그 의미를 지금에서야 이해했는데, 역시 표현상의 문제가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거 같습니다.

뭐가 그리 불편하시지 모르겠군요. 실명으로 거론해서 문제가 되었다면, 그런 글을 선정한 위원회의 책임은 생각하지 않으시는지...저는 적은 분량을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적은 분량이라도 문제 삼을 거리가 없었다면 문제의 소지가 될 글을 쓰지도 않았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글로 양철 님 이하 여러 알라디너 분들에게 한소리 듣는 거.....전 괜찮습니다. 저로 인해 당선작이 조금 더 좋은 글이 선정될 수 있다면 말이지요. 불쾌했다면 사과드립니다. 지적질과 사사...보는 관점에 따라 한 끝 차이니까요.

평소에 제 글을 좋아해 주셨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근데, 제 글은 비판하고 문제제기 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불편하셨던 당선작에 대한 문제제기 글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그 방향이 달랐던 것 뿐이지요. 신경숙에 대한 비판, 강신주에 대한 비판, 알다딘 당선작에 대한 비판, 김사과 작가에 대한 비판...OO에 대한 문제제기...등 제 글은 그 본질이 죄다 같습니다. 좋아한다와 불편하다는 그게 나와 연관되느냐 여부에 달려있었던 듯합니다. 제 서재에 있는 대부분의 글은 본질이 같습니다. 잘 보시면 보일 것입니다~

댓글을 보니, 님에 대한 오해는 풀렸습니다. 단, 님이 제게 대한 비판의 요지는 충분히 예상했던 것이고, 위 댓글에 대한 요지들도 충분히 인지하였습니다~

곰발 님 말씀처럼 저 역시 알라딘에 이런 글이 올라왔어야 됐다고 생각합니다. 불편함을 넘는 그 무엇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발전이라는 거겠지요.

양철나무꾼 2016-09-13 12:11   좋아요 0 | URL
저로서는 님의 과격한 페이퍼가 의외였고,
그게 엄청 불편했었는데,
그것까지 계산에 넣고 던지신 미끼를 제가 덥썩 문 셈이네요?^^

근데, 그거 아시려나?
제가 말이죠, 편식이 심해서 아무 미끼나 덥썩 물지는 않는다는거~^^


양철나무꾼 2016-09-12 19:55   좋아요 1 | URL
지적질이라고 하셔서 잠시 불쾌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님의 조언 들은 감사합니다. 감사할 일은 감사할 일이지요. 다른 사람의 글을 그렇게 주의깊게 읽고 조언이 됐든 지적이 됐든 해주는 사람, 많지 않으니까 말예요.
제가 님에게 사사받았다고 한것은, 제가 님에게 사사 받을 정도로 평소에 님을 좋아하고 님의 글을 좋아했다는 얘기였습니다. 오해없으시길 바랍니다.

2016-09-13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3 15: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3 15: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9-13 20:17   좋아요 1 | URL
머리 아픈 문제는 제쳐두고, 서로 간에 미운 감정으로 대립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무꾼님.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6-09-14 00:17   좋아요 1 | URL
cyrus님, 걱정하실 일 없을거예요, ㅋ~.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잖아요.

그런 페이퍼를 쓴 yamoo님이 좀 밉긴 하지만 무관심하진 않습니다.
누차 얘기하지만 사제지간인걸요, ㅋ~.

님도 보름달처럼 풍성한 한가위 보내셔야 해요~ㅅ!

초딩 2016-09-14 12:03   좋아요 2 | URL
양철나무꾼님 추석 잘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6-09-23 09:47   좋아요 1 | URL
추석이 언젠데~댓글이 너무 늦었습니다.
님도 추석 잘 지내셨죠?^^
 
판을 엎어라 - 드라마틱한 역전의 승부사 이세돌의 반상 이야기
이세돌 지음 / 살림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응답하라, 1988'을 볼때, 류준열이 훨씬 좋았지만 바둑 기사 최택으로 분한 박보검도 싫진 않았다.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등장했는데, 새롭지 않았지만 추억을 돌이킨다는 의미에서 감동적이었다.

'응.팔.'과 동시대를 살았던 내게 생소한 직업이 있었는데 그게 바둑 기사였다.

바둑기사가 바둑을 두는 사람이라는 걸 몰랐다는게 아니라, 바둑기사의 일상을 몰랐다.

 

간혹 텔레비전 뉴스를 통하여 엄청난 상금 액수를 듣고 부럽다 싶긴 했지만,

정규 교육을 제대로 못 받는다는 것도 몰랐고, 두통과 불면증으로 맨날 약을 달고 사는 것도 몰랐을 때의 얘기다.

울아들이 7세때, 바둑을 전문적으로 시켜보라는 주위의 권유에 심사숙고했던건,

이 같은 지난함을 몰라서 였을 것이다.

 

전에 이런 궁금증을 해갈할 요량으로 조훈현의 고수의 생각법(==>리뷰 링크)을 읽기는 했었지만,

그 책을 볼때만 하더라도,

우리와 동시대를 사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완 격이 다른 사람, 고수라는 말로 치환할 수 있는, 일종의 신을 보는 기분이었다.

정치가들처럼 출판 기념회용 도서라는 느낌도 살짝 들었었는데,

책을 내고 얼마후에 정계진출을 하더라~--; 

 

암튼 조훈현의 그것이 일종의 자서전이나 위인전을 읽는 기분이었다면, 이 책 '판을 엎어라'는 자기계발서의 느낌이 강하다.

인생을 먼저 산 엉아가 동생이나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일종의 덕담 같다.

그래서일까?

언뜻 보기엔 바둑을 두는 후배들이 대상인것 같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하고 삶의 방향을 묻는 모든 이들로 확대 할 수도 있겠다.

일종의 덕담이니 일반론적이고 깊이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게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겠다.

 

물론 역전승을 이끌어내는 것도 실력의 일부이긴 하지만 운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특히나 중요한 판에서 상대방이 실수를 안 해주면 역전승은 기대할 수 없다.

사람이란 누구나 실수를 하게 마련이지만 아무런 실수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희망이 없는 국면에서도 상대의 어이없는 착각이나 실수로 역전승을 거둔 적이 많으니 내가 '행운의 기사'라는 말은 맞는 듯하다.(65쪽)

 

하지만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좋은 바둑을 남긴다는 건 힘든 일이다. 한판의 바둑에서 한 번의 실수도 하지 않기는 어렵다. 그런데 상대 역시 실수를 안 한다면 대국은 더 어려워진다. 좀 다른 얘기지만 내가 실수를 '못'할 때도 있다. 상대가 먼저 중반에 너무 큰 실수를 해버렸을 때가 그렇다.상대가 쉬운 수를 착가해서 큰 실수를 해버렸을 때가 그렇다. 상대가 쉬운 수를 착각해서 큰 실수를 하면 나에게는 실수할 타이밍이 없어져버릴 만큼 바둑이 허무하게 끝난다.(169쪽)

 

실력에 자만하지 않고, 실력이 비슷비슷한 상황에선 실수를 운과 동일선 상에 놓는 건 어찌보면 좀 멋지다.

 

내 경우에는 바둑을 둘 때 적당한 긴장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편이다. 오히려 아무 부담 없이 너무 편한 마음으로 바둑을 두다 보면 자칫 기백이 빠진 무기력한 내용으로 흐르기도 한다. 물론 반대로 긴장이 지나칠 경우에는 바둑의 행마(行馬)나 흐름이 경직되고 활발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긴장감 조절이 필요하다. 사실 '적절하다'는 게 말은 쉽지만 수치로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해서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84쪽)

 

마인드 컨트롤도 마찬가지다. 대국에서 지고 자신감과 확신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억지로 자신감을 끌어올리려고 하다 보면 오버 페이스가 되어 경솔해질 수 있다. 내 마음이지만 아무 때나 '내 마음대로'되지는 않는 것이다.

바둑판 앞에서든 바깥에서든 평소에 지속적으로 마음을 안정시키고 상대방이 누구든, 그 기세가 얼마나 대단하든 주눅 들지 않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억지로 단시간에 만들어낸 자신감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느낀 것이 우승컵을 놓친 대가랄까?(90쪽)

긴장을 하고 부담을 갖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건 바둑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삶이라고 불리우는 일상의 모든 일들이 그렇지 않을까?

통증의 역치를 낮추듯이,

긴장과 부담의 역치를 낮추는 자기만의 비법을 개발해야지 싶다가도,

그게 반복되면 무뎌질지도 모를 일이니, 그걸 경계하는게 우선이지 싶기도 하다.

 

이세돌의 경운 그걸 극복하였고 적절한 긴장을 받아들이고 즐기는 듯 보이지만,

적절한 긴장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주눅들지 않는 자신감을 갖기 위해선 실력을 키우는게 우선이다.

실력을 갖춘 후라면 자신감은 저절로 생겨날 것이고,

그런 상태에서 '행운'이 따라오는 것이지,

근원을 알 수 없는 무모한 자신감은 자신을 위장할 순 있을지 몰라도 타인을 설득할 수는 없다.

 

아예 잡념이 들지 않도록 그 싹을 잘라버릴 방법이 있다면야 가장 좋겠지만 아무리 중요한 대국에서라도 무의식 속에서 느닷없이 치고 올라오는 잡생각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렇게 예방이 안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차선책이 필요하다. 잡념이 생길 때 어떻게 처신하고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은 개인마다 다를 것이고, 프로바둑기사라면 각자 성격이나 스타일에 맞는 비법이 있을 것이다. 내 경우에는 억지로 뿌리치려고 애쓰기 보다는 오히려 잡생각에 잠깐 응답을 해준다, '오늘 이키면 삼겹살에다가 소주나 한잔하지''이따 대국 끝나고 전화해서 딸아이한테 물어보면 되잖아' 이렇게 정리하고 넘겨버리게 된다.

  잡생각이 들면 드는 대로 순응해서 넘겨버리고 나면 잠깐에 그치고 지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지금 팔자 좋게 이런 거나 생각할 때야? 바둑에 집중해야 될 때란 말이야'라는 마음으로 자책하면서 잡생각을 자꾸 떨치려고 애쓰다 보면 오히려 그 생각에 발목을 잡혀서 자꾸 떨치려고 애쓰다 보면 오히려 그 생각에 발목을 잡혀서 잡념이 떠나지 않는다. 그러다 결국 마음이 흔들리고 바둑의 페이스까지 잃게 된다. 강물이 흐르듯 순응하면서, 그 강물에 잡다한 이물질(?)이 흘러내려오면 그냥 흘러내려 가게 놔두는 게, 다른 사람에겐 몰라도 내게는 가장 좋은 대처 방법이다.(100~101쪽)

 

잘라내는 것과 가라앉히는 것은 고통이나 추억이라고 불리우는 나쁜 기억들에만 적용되는게 아닌 것 같다.

그걸 이 책에선 잡생각 정도로 축소시켰고,

잘라내는 것과 가라앉하는 것을 두고 어느게 더 좋다 나쁘다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이렇게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자기 자신을 구슬리고 타협하는 방법도 괜찮을 것 같다.

 

어찌 보면 엉뚱한것 같기도 하고 사차원 같기도 한데, 내가 보기엔 멋졌다.

그의 이 같은 행동을 멋지다고 할 수 있는건,

짬뽕공 마냥 생각이 어디로 튈지 자신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닮음꼴이고,

우리는 흔히 자기랑 닮은 꼴이거나 사고방식의 사람들을 보면 편하게 느껴지는 것이,

급 호감을 갖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인가 보다.

 

바둑기사라면 상대가 약하다고 해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 갓 프로가 된 신인이든, 정상의 자리에 오른 고수든 상대를 얕잡아보는 태도를 고치지 않으면 나쁜 습관이 생긴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 태도를 이렇게 합리화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상대가 약하니까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이길 수 있는데 굳이 힘을 쓸 필요가 없잖아? 강한 상대와 둘 때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두면 되지. 그게 페이스 조절이잖아."

얼핏 그럴듯하다. 상대가 약하면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이길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바둑 두는 습관이 생기기 시작하면 자신의 바둑 전체가 오염된다. 약한 상대인지 강한 상대인지 따지는 것도 나의 주관에 불과하다.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상대방을 과소평가하는 심리가 조금씩 있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는 자신보다 약한 상대가 아닌데도 얕잡아 보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 버릇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결국 '누구와 둬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 바둑을 두게 된다. 그때의 결과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ㆍㆍㆍㆍㆍㆍ자신의 대국 일정이나 컨디션에 따라서 페이스 조절을 하는 것과 상대가 약해 보인다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158쪽)

 

여러 생각을 하게 하고,

그의 가치관이랄까, 인격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럴 때 내가 쓰는 방법은 '빨리 포기하는 것'이다. 가령 호각지세인 길이 A에서 D까지 네 가지가 있다고 했을 때, 그런 상황에서 다른 기사들이라면 보통 B라는 길을 선택한다고 해도 내 감이 '그건 느낌도 별로 좋지 않고 내가 둘 바둑이 아니다'라고 신호를 보낸다면 빨리 포기해 버린다. ㆍㆍㆍㆍㆍㆍ

실전으로 다져진 감이란 정말 무섭다. 호각지세인 여러 갈림길이 있을 때 어떤 게 내 스타일인가는 빠른 시간 안에 감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 감으로 초기 단계에서 경우의 수를 줄이는 것이다.(165쪽)

 

신변잡기 식이어서 생각을 깊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다방면으로 생각거리들을 제공해주었다.

이런 저런 생각들 중에, 몇몇 진지하게 생각해 본 것이  있는데,

(지극히 주관적인 내 생각이지만),

하난, 바둑도 앞에 '내기'를 붙이게 되면 도박이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겠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난, 그런 바둑의 아시안 게임 정식 종목 채택 여부를 논의하는걸 보니, 바둑을 스포츠로 분류해야 하는가 보다 하는게 다른 하나였다.

이 두가지 생각은 하나의 결과로 모두어졌는데, 정정당당한 페어플레이를 지향해야 겠다는 것이다.

 

바둑이 스포츠라는게 설득력 있게 다가온 부분은 실은 나이 40이면 은퇴를 고려한다는 부분이었다.

바둑처럼 정적인 것이 어느 정도 에너지를 소모하는지 몰랐던 내겐 일종의 기준점처럼 작용했다.

 

이 책으로 궁금증들이 전부다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그는 아직 길 위에 있는 사람이고,

나머지 궁금증을 해갈하기 위하여 이창호가 기다리고 있으니,

그럭저럭 괜찮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09-08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08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08 2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09-12 14:34   좋아요 1 | URL
전 어렸을때 할아버지를 따라 마실을 다녀서,
바둑이랑 장기를 쫌 둘 줄 압니다.
노인정 바둑과 장기라고 해야 하려나?
어깨 넘어로 배운게 야무진 눈썰미 덕인지(으쓱으쓱~^^)...
지금 노인정에 데려다 놔도 용돈을 벌 수 있을 겁니다.

근데 화투는 짝도 못 맞춘다는 거~--;
하지만 그래도 남편 친구들이랑 내기를 하면,
판돈은 제가 다 쓸어 모은다는 사실~^^

지금은 아주 많이 나아졌는데,
아무래도 지고는 못 사는 성격 탓인 것 같습니다~^^


책읽는나무 2016-09-09 06:45   좋아요 1 | URL
응팔 드라마를 통해서 저도 바둑에 대한 관심이 생겼었어요
그리고 저도 류준열을 좋아해서 `어남류`의 결말로 이루어지질 않아 어찌나 화가 나던지~~한 며칠 박보검 얼굴만 봐도 속이 쓰려서~~ㅜ
그러다 꽃청춘에서 박보검의 인성을 보고서 화를 달래고 마음을 돌렸던 기억이 나네요ㅋㅋ
그러면서 박보검 하면 아직 사극을 보질 못해서 그런지 항상 바둑이 먼저 떠올라요!!
어릴적 생각해보면 응팔 그시절였던 것같아요!! 친정아버지께서 늘 바둑판만 잡고 계셨던 기억이 많이 나네요~그러고보면 그시절쯤 바둑이 유행이었었나?싶기도 하구요
암튼 바둑이라하면 어렵지만 괜스레 친근감이 가고 약간 추억의 스포츠 같단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자기계발서라 생각하고 관심없었던 책이었는데 나무꾼님의 글을 읽고 나니 이책도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직장생활 하시느라 힘드시죠?
건강 조심하시고 다가오는 명절도 잘 보내시구요
(넘 이른 인사에 괜히 심란하게??ㅋ)

양철나무꾼 2016-09-12 14:39   좋아요 2 | URL
저 지금 이창호 부득탐승 읽고 있는데,
이세돌보다는 가독성이 뛰어나요.
거기다가 최택(박보검)의 설정이 전부 다 이창호에서 비롯되었지 싶네요.

전 시어머니가 살아 계실땐 명절에 시골 가는게 그리 좋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남들이 다 가니까, 체면에 물려 형식적으로 오가는 것 같아서...시간 낭비이지 싶지만,
그래도 어쩔 수 있나요?
오랜 전통인데...악법도 법이다 이러면서 따라야죠~(,.)

님도 보름달처럼 풍성한 추석 보내시길~^^

2016-09-11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2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우구스투스
존 윌리엄스 지음, 조영학 옮김 / 구픽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 이 책을 제대로 읽을 깜냥이 안 되나 보다.

고등학교때 이과였던 나는 국사와 세계사에 한참 약해서,

이런 역사 소설의 경우, 궁여지책으로 그 시대의 역사책을 먼저 훑어본다.

이 책 '아우구스투스'도 읽기전에 그 무렵 로마의 역사를 공부를 하는 걸로 워밍업을 했다.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들을 보면 작가 생전보다는 사후에 회자되고 인기를 얻기도 하는 걸로 미루어,

이 책도 그렇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아무런 상 따위는 수상하지도 않은 '스토너'가 나름 괜찮았었기에,

찬사가 쏟아지고 1973년에 전미도서상도 수상한 이 책은 더 나으려니 했었다.

 

이 책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내 견해를 밝혀보자면, 속빈 강정이고 빈수레가 요란한 꼴이다.

우리나라에 이제서야 소개된건 다 이유가 있지 싶다.

 

미국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서에는 반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미국에서 받은 상은 뭐냐고, 어떻게 받게 되었냐고 할 수도 있겠다.

1973년 무렵, 미국의 정세나 상황에 이 책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않았을까 소심하게 추측해 본다.

 

번역도 그리 깔끔하지 않다.

조영학 님의 다른 번역 작품들을 좀 읽었었던 터라, 기대가 너무 컸었는지도 모르겠다.

오타 작렬에다, 문장에서 시제가 일치하지도 않는다.

과거에 벌어진 사건을 두고 편지를 쓰며 회상하는건데, 현재시제여도 이상할텐데 미래시제로 번역된다.

또 '물주구문'이라는 것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류이지 싶은데,

사람을 주어로 바꾸었을때 시킴과 당함을 혼동하고 있다.

 

고백하건데==>고백하건대(20쪽)

이 정도는 '숨은그림찾기' 급의 퀴즈이고,

21쪽의 이 부분을 읽다가 무슨 말인지 알아먹지 못한 나는,

아마존까지 꾸역꾸역 들어가서 원서를 미리보기로 비교하였다.

 

 

그저 성격좋은 애송이 정도였지. 얼굴은 너무 섬세해 혹독한 운명을 이겨낼 것 같지도 않고 성격은 내성적이라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고, 목소리도 감미로워 지도자의 거친 언어를 담아낼 것 같지 않았네. 그저 한가로운 학자나 문인이라면 또 모르지. 가문과 부가 있으니 자격이야 충분하지만 솔직히 저렇게 빈약해서는 원로도 어려울 듯싶어.(24쪽)

위 박스 안은 서기전13년, 마에케나스가 리비우스에게 보낸 서한이다.

과거를 회상하며 쓴 편지 글인데,

편지를 쓸 당시에는 이미 황제가 되어있는 옥타비우스를 얘기하면서 현재시제를 사용하니 완전 코미디가 되어버린다.

'원로도 어려울 듯 싶었어'정도가 어떨까 싶다.

친구들이 어떻게 보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날은 물론 그 후로도 한동안 다들 나를 바보같다고 생각할 거네. (23쪽)

이 부분도 '생각했을 거네'정도로 바꿔 주는게 낫지 않을까?

25쪽의 카이사르가 옥타비우스에게 보낸 서한에서는,

아무리 편지 글이 그런 형식을 띤다고 해도 '친애하는 옥타비우스'는 좀 웃기는 번역이다.

 

초반부에 집중되던 이런 오류들은 중반부로 넘어가면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하지만 몰입에 실패해서 맥이 빠져버리니 재미가 없다.

 

그러고 보면, 이 책의 전미 문학상 수상은 어찌보면,

황제라는 미명하에 독재를 정당화하고, 그리하여 왕권을 강화시켰던 로마 시대의 그것을,

1973년 당시 강대국인 미국이 재현해 내려했던 욕구와,

그 당시 강대국을 열망하고 선민 의식을 키우려던 미국 국민들의 그것에 부응하려는 기대심리가 맞물려 이뤄낸 성과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서신과 일기, 회고록 등 여러 형식의 글들이 엮여 한 편의 소설이 되는데,

서신도 어느 한 사람을 중심으로 한게 아니고,

일기, 회고록 또한 어느 한사람의 것이 아닌데,

이런 것들이 남아있는 자료들을 바탕으로 한 것인지, 존 윌리엄스의 창작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한사람이 쓴 것 같다.

그 시대에는 모든 글을 연설체로 씌여서 문체에서 자신만의 개성이 두드러지지 않았던 것인지, 

존 윌리엄스가 그렇게 써서 그런 것인지,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그 섬세함을 잡아내지 못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쉬웠다.

암튼 이러저러한 편견을 버리고 평상심을 유지하려 애쓰면서 보니,

옥타비우스 보다는 '브루투스'가 오히려 멋지다.

브루투스라 함은,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죽음의 순간에 '브루투스 너마저도'했던 그 브루투스이다.

 

그동안 난 브루투스를 반역을 꿈꾼 포악한 정치가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도덕적'이라는 관점에 있어서는 사람들에 따라 입장이 다를테니 차치하고,

행동가이기 전에 학구적이었던 것 같다.

변론가로서도 명성이 높았고 정치적·철학적인 작품의 저자로도 유명했다는데,

따로 그의 작품으로 남아있는 것은 없고 서신만 몇 편 존재한다니 아쉽다.

 

이 소설 속에서 브루투스가 옥타비아누스에게 보낸 서신을 보니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다.

 

지금의 지위가 얼마나 위중한지 자네가 제대로 이해할 것 같지는 않구먼. 내게 애정이 남아 있지도 않겠지. 나 또한 바보가 아니니 자네를 걱정하는 척 위선을 부릴 생각은 없네. 이 편지를 쓰는 이유도 자네가 아니라 이 나라를 걱정해서일세. 안토니우스는 미친놈이니 편지를 받을 수 없고 레피두스는 멍청이라 편지를 이해조차 못할 터이니. 자네는 미치지도 않고 바보도 아니니, 내 마음에 귀를 기울여주리라 믿네.(116쪽)

 

암튼, 원로회 의사록과 개개인의 일기를 보니,

미신과 점성술, 예언가나 주술가 따위가 그 시대, 그 국가에도 성행했었나 본데,

시대와 국가를 막론하고 '독재의 시대'에는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것들이 기승을 부리나 보다.

나처럼 긍정적이 못해 맨날 투덜거리는 투덜이 스머프 같은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며 감정이입을 하다가 뒷목을 잡고 뒤로 넘어갈 수도 있으니 조심 또 조심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다보면,

나라를 잘 다스리고 세력을 튼튼히 하여 로마 제국 전역으로 확장시킨 카리스마 짱 넘치는 아우구스투스 황제를 만나게 되는 것이 아니라,

한명의 철학자 내지는 선각자를 만나는 기분인데,

이건 왠지 스토너 교수를 닮은 듯도 하고, 존 윌리엄스 작자 본인을 닮은 듯도 싶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이 의미가 없어질수록 세월을 버텨낸 힘에 대해서까지 점점 회의가 든다네. 인간이야 운명을 향해 발버둥친다지만 신들은 분명 그런 미천한 존재들한테 관심조차 없다네. 신탁도 모호하기 짝이 없기에 결국 그 예언도 직접 뜻을 헤아려야 하지. 사제 노릇을 할때도 난 짐승 수백 두를 잡아 내장과 간을 실험했고, 그 결과 설령 신들이 실존한다 해도 인간사에 개의치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네. 그래서 내가 사람들한테 로마의 고대 신을 따르라 부추겼다면 그건 종교적 신념이 아니라 필요 때문이었네.(382~383쪽)

위 문단을 곱씹어보게 되면 알 수 있듯이,

아우구스투스 이기 전에 옥타비우스였던 그는 정치적이지도 않고 종교적이지도 않고,

"우리는 승리가 아니라 삶을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26쪽)의 그것처럼 살기 위한 여정이었을 수도 있다.

 

ㆍㆍㆍㆍㆍㆍ어차피 사람은 혼자일 수밖에 없다네. 아무리 초라하다 해도 본질을 넘어선 그 누구도 되지 못해. 나는 지금 말라빠진 정강이, 쭈글거리는 손, 세월에 얼룩지고 처진 살갗을 보고 있네. 한때 이 육신이 그 자체에서 벗어나 타인의 육신에서 위안을 찾으려 했다니 우습기까지 하군.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혹자는 쾌락의 찰나에 온 생을 걸고는, 육신이 말을 듣지 않으면 괴로워하고 외로워하지. 그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이유는, 육신이 아닌 것이 오로지 쾌락뿐이건만, 그 쾌락이 어떤 의미인지조차 모르기 때문이야. 오히려 우리 믿음과는 달리, 성애란 그 무엇보다도 이타적이라네. 타인과 하나가 되어 스스로를 탈피하려 하기 때문일세. 그 때문에 대부분 가장 저급하다고 여기네만 성애도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네. 성애가 더욱 소중한 이유는 우리가 그 사실을 알기 때문이야. 하지만 일단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자아에 갇히지도, 자아 속으로 쫒겨나지도 않는다네.ㆍㆍㆍㆍㆍㆍ동성애는 내가 볼 때 육체적 쾌락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네. 동성의 몸을 애무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애무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야.오컨대 자아의 탈출이 아니라 자아로의 구속이라는 뜻이라네. 친구를 사랑할 경우 자신을 타자화할 수 없어. 온전히 자신으로 남아, 될 수도 없고, 되어본 적도 없는 자아의 신비를 관조해야 하지. 아이를 향한 사랑은 이 신비에서도 가장 순수한 형식이라네. 아이의 내면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잠재력이 많은데다, 가장 극단에 있는 자아가 관찰자로부터 분리되기 때문이라네.(384~385쪽)

 

존 윌리엄스의 전작 '스토너'도 그렇고 요번 '아우구스투스'를 읽고 느낀 점은, 사람 사는 건 다 거기서 거기라는 것이다.

스토너가 학문을 광적으로 사랑하거나,

아우구스투스에게 전쟁을 불사하는 독재자나 폭군의 피가 흐르고 있어서, 가 아니라,

나름 자기자신에게 집중한 삶을 살았던 것이다.

 

모르겠다.

다른 이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어낼지 모르겠지만,

난 이 책이 별로였던 이유를 내 자신에게서 찾아야할 듯 싶다.

이 책을 읽을 깜냥이 아니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단 가랭이가 찟어진다는 말은 적절한 비유가 아니라고 툴툴거린다.

뱁새도 황새도 조류여서 날개로 날아가면 되는데, 굳이 종종 거리면서 걸어가다가 가랭이가 찟어질 일도 아니다.

 

때문에 '부루투스, 너마저도'했던 부루투스를 멋지다고 설레발을 칠 수도 있는 것이고,

거기서 '브로콜리 너마저도'를 유추해 낼 수도 있는 것이리라.

 

 

 

 

 

 


댓글(27)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물선 2016-09-02 16:16   좋아요 1 | URL
ㅎㅎ마지막 브로콜리 너마저에서 빵 터졌어요!

양철나무꾼 2016-09-03 09:46   좋아요 1 | URL
따뜻한 유자차 한잔으로 시작하고 싶은 아침입니다~^^

저 브루투스 멋지다고 했다가, 친구한테 엄청 욕먹었어요.
아무리 카이사르가 폭군이었다 하더라도,
친아버지가 아닌 양부였던 하더라도,
정당화할 수 없다나 어쨌다나~ㅠ.ㅠ

비록 아버지가 잘못했다 하더라도 자식은 아버지를 편들어야 한다...해가면서 공자를 인용하는데,
저 죽는줄 알았어요.

전 소설을 읽은 것이고, 소설 속 브루투스가 멋지다는 것인데 말이죠.
근데 소설 속 브루투스의 저 말, 쫌 멋지지 않아요?^^

2016-09-02 1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09-03 09:58   좋아요 1 | URL
충분히 좋았고~,
님의 선물이어서 가치가 배가 됐습니다.

어제 텔레비전에서 `나혼자산다`를 보는데, 전현무랑 기안84가 그러더라구요.
악플에 상처받았다고요.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그렇지만 악플보다 더 나쁜게 무플이라구요.

이런 리뷰도 마찬가지일거예요.
비판은 장기적으로 봤을때 출판사를 성장시키는 것이고,
그 성장은 독자에게로 되돌아 오리라 믿습니다~^^

좋은 책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ㅅ!

[그장소] 2016-09-02 17:20   좋아요 0 | URL
조목조목 신랄한 글 ㅡ잘 읽고 가요~^^
거침없어 시원한 ~~^^

양철나무꾼 2016-09-03 10:13   좋아요 1 | URL
맵더이까, 쓰더이까?ㅋㅋㅋ~.

장렬했던 여름이 전사한 느낌이예요.
독서의 계절 가을이 왔습니다.
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책을 읽어보자구요~^^

[그장소] 2016-09-03 20:19   좋아요 0 | URL
저는 간이 고른게 맵짜고 칼칼한거 좋아해요!^^

초딩 2016-09-02 17:55   좋아요 0 | URL
시대상, 시대가 듣고 싶은 이야기, 강제하고 싶은 이야기. 그렇게 상을 받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 속으면 안되는데 ㅎㅎㅎ
개츠비도 같은 맥락이라고 슬쩍 내밀어 봅니다.

양철나무꾼 2016-09-03 10:16   좋아요 1 | URL
아, 맞아요.
개츠비도 그런 듯 해요~^^

하지만 개츠비는 디카프리오 땜에 다 용서할 수 있어요.
완전 후덜덜한 외모고 연기였잖아요~^^

초딩 2016-09-03 10:1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네에 디카프리오 맞네요 ㅎㅎㅎ
좋은 주말 되세요~

다귀찮아 2016-09-02 19:17   좋아요 4 | URL
안녕하세요, 아우구스투스 담당자입니다. 평소에 양철나무꾼 리뷰들을 즐겁게 읽는 팬이에요. 아우구스투스는 특히나 좋은 평 받고 싶다 생각했는데 찬찬히 읽다보니 느끼시는 부분들이 이해가 갑니다. 저는 담담하고 재미있게 읽어내려갔는데 소설은 역시 여러 분들이 많이 읽으시고 각각 느끼시는 부분이 달라서 재미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오탈자 부분은 제가 잘 살피지 못했네요. 잘 살피고 다음 쇄 때 수정 반영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리뷰 많이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양철나무꾼 2016-09-03 10:26   좋아요 1 | URL
불쾌하셨을 수도 있을텐데, 이렇게 호의적인 댓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위 댓글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이 모두가 이 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다른 표현이니까 이해해주실거라 믿습니다~^^
귀사와 귀하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구픽 출판사 낯설어서 검색해보니, 올 1월 신생이더군요.
저 한때 장르소설에 열광했었는데, 아무래도 종종 넷상에서 리뷰로 만나게 되겠군요.
그렇지 않아도 감정선을 따라가는 장르소설을 좋아했었는데,
존 코널리도 출간 예정이시더군요.

감정선을 따라가는 장르소설로, 존 카첸바크 출간해 주실 의향없으신지?
완전 강력 추천이요~^^

다귀찮아 2016-09-03 17:09   좋아요 2 | URL
실은 예전 회사에서 마이클 코넬리를 오랫동안 담당해서 그때 좋은 리뷰 써주신 것도 기분 좋게 보고 그랬습니다. 스토너도 그곳에 있을 때 저희 팀에서 출간한 책이라 좋은 리뷰 보고 아우구스투스도 좋게 보셨으면 좋겠다, 기대를 했고요. ㅎㅎ 앞으로 구픽에서 존 코널리와 기타 좋은 작가들도 소개하려고 하고요. 존 하트 작가의 책도 곧 출간됩니다. 카첸바크도 잊고 있었는데 말씀해주시니 다시 검토해봐야겠네요. (그러고 보니 존 윌리엄스-존 코널리-존 하트에 만약 말씀하신 존 카첸바크까지 더하면 존들만 계속...)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yrus 2016-09-02 19:19   좋아요 2 | URL
책표지만 있는 페이퍼보다 읽고난 뒤 책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밝힌 리뷰가 좋습니다.

양철나무꾼 2016-09-03 10:29   좋아요 0 | URL
저 이렇게 주제 넘는 짓(?) 했다가 벌써 몇번이나 욕먹었었잖아요~^^

하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멈출 수 없는 이유는
책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고 소심하게 고백해 봅니다~--;

cyrus 2016-09-03 14:43   좋아요 0 | URL
누가 우리 양철나무꾼님을 욕한답니까? 밑에 시이소오님 댓글의 답글에 있는 링크를 확인했는데요, 예나 지금이나 비회원 계정으로 남을 비판하는 건 정말 쉽군요. 자신의 비판이 맞으면 떳떳하게 닉네임을 밝히고, 비판 내용의 문제점이 있으면 정중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일이 어려운 가 봅니다.

양철나무꾼 2016-09-08 14:50   좋아요 0 | URL
처음부터 비회원 계정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고,
도깨비 방망인가, 그런 닉으로 들어왔던 그 책 편집자였던 걸로 기억해요.

본인이 편집한 책에 열정을 드러내는 것은 좋지만,
그러기 위해선 본인이 실력을 키우는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꼽으라면, 독해능력을 키웠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봅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어떤 뜻과 의도에서 쓴 리뷰라는거 충분히 알 수 있을테니까 말예요~^^

요즘은 보면 출판사도 그렇고 이런 서점도 그렇고 독자도 그렇고,
불황이라는 이유만으로, 잔뜩 독기만 머금은거 같아서,

출판사나 서점, 독자 모두 윈윈하는 존재가 아니라,
제로 썸 게임을 하는 것 같아,
아니, 모두들 제 살 깎아먹기인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ㅠ.ㅠ

시이소오 2016-09-02 20:40   좋아요 2 | URL
원문비교독서시라니, 번역하시는분들 정신이 번쩍들겠네요. ^^

양철나무꾼 2016-09-03 10:55   좋아요 1 | URL
제가 좋아하는 책을 향하여 과욕을 부리다보니,
때론 오지라퍼로 발현되기도 하더군요.

저를 이해해주시는 호의적인 출판 관계자 분들도 계시지만, 때론 욕을 먹기도 하죠.
전에 이런 일도 있었답니다~--;

http://blog.aladin.co.kr/745144177/4538065

지금행복하자 2016-09-02 23:20   좋아요 2 | URL
좋아요. 신랄한 비판. 읽으면서 감안해야겠어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6-09-03 10:59   좋아요 2 | URL
저와는 다른 입장에서 바라보실 수도 있을 거예요.
세상에 수많은 사람만큼 수많은 다양한 입장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어여 읽고 리뷰 남겨주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2016-09-04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08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6-09-04 20:34   좋아요 1 | URL
카시우스의 부추김으로 시저를 암살한 부르투스의 흑역사마저 수용? ㅎㅎ
존 윌리엄스의 뚝심으로 아우구스투스를? 하며 약간 기대됐는데 양철나무꾼님 평이 이래서 의외....

양철나무꾼 2016-09-08 14:41   좋아요 1 | URL
바닷가의 수많은 모래알들처럼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존재하고,
제각각 개인적인 감성과 취향이 맞물려 책이 다른 의미와 느낌으로 다가오는게,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라이 투 해보셔도, 후회 안하실거예요~ㅅ!

제가 별 셋 미만은 리뷰로 안 쓰는데,
별 하나인데도 리뷰를 쓴 적이 딱 두번 있었습니다.

하나는 왕꽃선녀님 류의 책이었고,
다른 하나는 4대강 찬성 류의 책이었어요--;

asnever 2016-10-03 15:25   좋아요 1 | URL
관심이 비슷한 것 같아서 주제넘게 링크를 걸어봅니다.

http://asnever.blog.me/220825922818

양철나무꾼 2016-10-06 10:58   좋아요 1 | URL
평소 님의 열정과 노력 참 멋지다고 생각했었는데,
제가 네이버 블로그는 하지 않아 인사를 남기지 못했었습니다.

이리 주소를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__))
 

어렸을땐 세상을 잘 못랐었다.

국민(=초등)학교 땐 선생님들이 너무 좋아해서 선생님들은 화장실도 안 가고 잠도 안 자고 그러고 살 줄 알았다.

시인들을 향하여서도 비슷한 환상을 품고 있었는데,

시 속의 언어처럼 예쁜 말만 하고 시 속의 삶처럼 그렇게 예쁘게 살 줄로만 알았다.

 

세월이 흐르고 나도 나이를 먹고 삶을 살면서,

이젠 선생님들도, 시인들도,

환상을 품고 꿈만 꾸는 것이 아니라,

지지고 볶고 그렇게 그렇게 삶을 사는 존재들이란 걸 알게 되었다.

 

당신들이 산 삶의 경험과 체험들을 함께 나누려고 선생님을 하고 시를 쓰는 것일 게다.

타인의 삶을 대신 살아 줄 수는 없다.

고기잡는 법을 알려줘야지 고기를 잡아줘선 아무 쓸모가 없다는 걸 알지만,

때론 함께 하는것만으로 위로가 된다는 걸 알고 실천에 옮긴 이들이 아닐까 싶다.

 

 

 

 

 집에 가자
 김해자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5년 6월

 

'김해자'라고하면 '데드슬로우'란 시에 익숙해 있던 나는,

요번 시집을 읽으며 그동안 내가 알던 그 '김해자'가 맞나 하고 갸우뚱했었다.

시를 통해서 느끼게 되는 정서가 무게 잡지 않는 것이 가볍고 경쾌하지만,

그렇다고 태양을 향해 날아들어 소진하고 녹아내리는 밀랍인형같은 것이 아니라,

인생 살아보니 뭐 별거 없더라 하는 달관의 경지에서 비롯된 가벼움 같은 것이었다.

시들도 그랬다.

어려운 말을 쓰거나  시적인 수사법을 일부러 구사한 것도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어느 시보다도 큰 감동과 진한 여운을 주었다.

니가 좋으면

가끔 찾아와 물들이는 말이 있다

두레박 만난 우물처럼 빙그레 퍼져나가는 말

전생만큼이나 아득한 옛날 푸른 이파리 위에

붉은 돌 찧어 뿌리고 토끼풀꽃 몇 송이 얹어

머시마가 공손히 차려준 손바닥만한 돌 밥상 앞에서

이뻐, 맛있어, 좋아,

안 먹고도 냠냠 먹던 소꿉장난처럼

덜 자란 풀꽃 붉게 물들이던 말

덩달아 사금파리도 반짝 빛나게 하던

니가 좋으면 나도 좋아,

말한 게 다인 말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말

나만 얻어먹고 되돌려주지 못한

니가 좋으면 나도 좋아,

붉은 돌에 오소록 새겨진

평범한 일상이고,

그런 일상에서 포착해낸 평범한 단어들인데,

적재적소에 자리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건 있어야 할게 제자리에 있는 거란다.

 

지그시

소나기 몇 줄금 지나간 어스름 옥수수 몇 개 땄지요 흘

러내리는 자주와 갈칠 섞인 수염, 아무렇게나 겹겹 두른

거친 옷들 한 겹 두 겹 벗기다 그만 그의 연한 병아리 빛

속 털 보고 만 것이네 무게조차도 없이 그저 지그시, 알

알 감싸고 있는 한없이 보드라운 속내 만지고 만 것인데

요, 진안 동향면 지나다 왜가리숲 아주 오랫동안 바라본

적 있어요 소나무 가지에 앉아 있는 왜가리들, 꼼짝 않고

있는 새들은 모두 알을 품고 있었죠 폭우가 쏟아져도 한

자리에서 지그시, 입과 날개 거두고 지그시, 소중한 것

깊이 품어본 자들은 알죠 왜 한없이 엎드릴 수밖에 없는

지, 왜 한사코 여리고 보드라워질 수밖에 없는지, 왜 하

염없이 그를 감싸줄 수밖에 없는지, 사랑은 그런 것이다,

지그시 덮어주는 일에 골몰할 수밖에 없는 것, 그게 사랑

이다, 혼자 중얼거리며 온갖 생각도 지우고 지그시, 중얼

거림도 멈추고 그냥 지그시

'지그시'라는 시도 좋다.

시가 어쩜 이렇게 순하고 맑을 수가 있는지,

어떻게 이토록 여리고 보드러워질 수 있는지,

이 시를 생각하면 중얼거림도 노래가 되고, 중얼거리다 멈추는 것도 춤이 된다.

왼손이란 시는 또 얼마나 멋진가 말이다.

왼손

오른손으로 김치찌개를 푸다 왼손에 엎질렀다

오른손 하는 일 왼손이 모르게 하라 했는데

글렀다, 오른손이 한 짓 왼손도 알아버렸을 게다

벌겋게 부어오른 자리가 쉬지 않고 욱신거리므로

생각해보니 다친 손은 대부분 왼쪽,

사과 깎다 칼에 찔린 것도 왼손 엄지고

못질하다 망치에 두드려 맞은 것도 왼손 검지

오른발이 미끄러졌는데도 부러진 건 왼쪽 손목 아니었나

내 짓 생각해보더라도 제 손으로 제 손 찍는 일

이 행성에선 드물지 않다 내가 잠시 살아본 오른손잡이

세상에선 칼 쥔 오른손에 왼손이 자주 베이고 피 흘렸다

상한 왼손에 성한 오른손이 약 바르고 방대 감아준다

할 일 대충 마친 오른손이 볼펜 잡고 글도 못 쓰는

왼 손을 잠시 바라본다 친친 감겨 입까지 틀어 막힌

왼손이 불뚝거리고 있다

합일

거기, 밖이 무너지고

여기, 안으로 삼켜져

눈 감는 음저를

거기까지 너였다,

여기까지 나였다,

경계가 차츰 무뎌지고 무너지다

문득 모든 말들이 끊긴다

하지 못한 말,

이미 한 말,

들이키고서야 합쳐지는 입과 입

여기서부터 검은 숲,

침묵이 범람한다

말하면서 동시에 사랑할 수 없다

나조차 잊어버려야 나로 돌아갈 수 있다

너조차 잊어버려야 너에게 들어갈 수 있다

'합일'이라는 시는 '날선 울음'이라는 시와 닮았다.

'날선울음'의 마지막 연은 이렇게 끝난다.

 

내가 가진 것만 잃어버릴 수 있다

나인 것은 도저히 잃어버릴 수가 없다

가진 것은 더하거나 잃어버릴 수 있지만,

체화하여 내 안에 들인, 나 자체는 잊어버릴 수는 있어도 잃어버릴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욕심부리지말고 겸손하게 살아야 겠다.

 

김해자는 시만 좋은 것이 아니라, 수필도 멋지다.

수필이란 붓가는대로 쓰는 글이라는데,

그것이 시든 수필이든 간에, 삶을 그대로 반영하는 건 나름대로의 진정성을 가지고 있어서 멋진 것인가 보다.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다 이상했다
 김해자 지음 / 아비요 /

 2013년 7월

 

요즘은,

집 안에 쌓아둔 책을 정리하고 버리는데 집중하다보니,

책이 안 읽히고 비껴가기만 한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겠지 싶어 집어든 책들이었는데,

책의 무게가 가벼웠을 뿐이었고,

의외로 진하고 강한 여운을 주는 책들이었다.

 

책구매를 최대한 자제하다보니, 알라딘 서재 마실도 뜨문뜨문이다.

오래간만에 책 마실을 다니다가 이런 책을 발견하였다.

아무리 자제를 해도 이런 시집의 구매까지 자제할 필요는 없고, 자제해서도 안 되지 싶다.

 

 

 

 

 그 쇳물 쓰지 마라
 제페토 지음 / 수오서재 /

 2016년 8월

 

 

 그마음의 온도는 몇 도일까요?
 정여민 시, 허구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6년 8월

 

요즘 내가 열쉬미 듣는 앨범'페이퍼컷 프로젝트'

 

 페이퍼컷 프로젝트 - 1집 불공정연애
 페이퍼컷 프로젝트 (Papercut Project) 노래 /

 미러볼뮤직 / 2013년 5월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ureka01 2016-08-24 15:57   좋아요 1 | URL
읽을 분량이 조금 되어서 일까요 ..먼저 ,,,선 댓 후 감...하겠습니다.^^..

아무튼, 시인들은 존재의 감성특공대^^...혹은 감성 선발대....아닐까 싶어요..
유난히 삶에 대한 촉수가 민감한 감도가 있는 분들이니까요..

흔히 저처럼 무덤덤한 것들에게 까지 세밀한 농도의 감각 촉수를 내미는 사람들이었으니까요...

좋은 시가 많아서 엄지척!~

양철나무꾼 2016-08-24 16:18   좋아요 3 | URL
yureka님이 무덤덤하시다구요?
동의할 수 없습니다~ㅅ!

그럼 님의 사진이나 페이퍼에 매번 감동을 받는 전~
넘쳐나서 질질 흘리고 다니는 걸까요? 으허엉~ OTL

님에게 적절한 수식어가 생각났는데,
감정 깡패 어떠세요~ㅅ?
(자신을 과소평가한 벌입니다여~!ㅎㅎ)

yureka01 2016-08-24 16:20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 감정 깡패..완전 웃었습니다..ㅋ 뭐 감정 말미잘 쯤 했으면 좋겠...촉수가 흐느적흐느적 ㅋㅋㅋ ^^ 덕분에 웃게 되었습니다. 하하하~~~^^..

양철나무꾼 2016-09-02 16:13   좋아요 0 | URL
이 한 몸 망가져 웃음을 드릴 수 있다면야, ㅋ~.

2016-08-24 1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02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8-24 18:11   좋아요 0 | URL
시집은 얇고, 가볍고, 무엇보다도 가격이 싸니까 많이 살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첫 문장에 오타가 있어요.

양철나무꾼 2016-09-02 16:16   좋아요 0 | URL
시집을 사면서 감성의 수혈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저렴한 가격으로 감정적으로 호사를 누리는건, 시집이 으뜸아닐까 싶어요~^^

2016-08-24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REBBP 2016-09-01 12:18   좋아요 0 | URL
그 쇳물 쓰지마라 에 실린 시인 제페토님 .. 오래전에 인터넷 찾아가면서 열심히 읽었었는데 시집으로 나와서 저도 너무 반가왔어요. 시를 잘 이해하지 못하긴 하지만, 뉴스와 연결되어 있어서 더욱더 절절함이 느껴졌었어요~

저는 부모님이 선생니이셔서, 그런 신비감은 없었는데, 부모님(엄마만)이 선생님 같았어요. 마주치면 뭔가 잘못한 거 같아서 슬금슬금 피하고 싶은 ㅋ

양철나무꾼 2016-09-02 16:33   좋아요 0 | URL
제가 님을 어떻게 유추했느냐 하면, 리뷰 쓰는 문체 때문이었어요.
문장과 단락을 나누는 솜씨도 그렇지만, 길게 늘어지지 않고 간결하고 단정한 느낌.

부모님이 선생님이셨다고 하셔서 드리는 말씀인데,
님은 왠지 일상도 간결하고 단정할 것 같다는, 헤에~^^

짧게 쓰는게 더 힘든 저로서는 마냥 부러울 뿐이랍니다~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