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우리 영혼은
켄트 하루프 지음, 김재성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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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침실 바깥에서 갑자기 바람이 일더니 열린 창안으로 거세게 밀려들어오면서 커튼이 이리저리 펄럭거렸다. 그리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창문을 닫는게 좋겠어요.

꼭 닫지는 말아요. 냄새가 예쁘잖아요. 지금 가장 예뻐요.

정답이에요.

그가 일어나 약간만 남기고 창문을 닫은 뒤 침대로 돌아갔다.

두 사람은 나란히 누워 빗소리를 들었다.

우리 둘 다 인생이 제대로, 뜻대로 살아지지 않은 거네요.

그가 말했다.

그래도 지금은, 이 순간은, 그냥 좋네요.

이렇게 좋을 자격이 내게 있나 의심스러울 정도로요. 그가 말했다.(109쪽)

 

너무 행복한 순간을 맞게 되면 오히려 불안해 하는 경향이 있다.

그 순간을 받아들이고 즐기면 되는데,

어렸을 때부터 항상 준비하고 대비하라고 교육받았기 때문인지,

정상 다음은 내리막길 뿐이란걸 예감하기 때문인지,

날아가 버리거나 사라져 버릴까 두려워하는 것 같다.

 

그동안 앞만 보고 내달려와서 삶을 잘 몰랐었다.

아니 삶을 살아왔지만, 삶에 대해서 깊숙히 들여다 본적이 없다고나 할까.

삶의 숨은 이면들.

나이 들어가면서 산다는건 죽음을 대비하는 일이란걸 가끔씩 생각하게 되지만,

산다는 것은 더 멋지게, 더 잘 산다는 것으로 연결될 뿐이지,

죽음을 대비하는 것으로까지 여겨지질 않았었다.

 

그래서 였을까?

'밤에 우리 영혼은'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이, 노년의 사랑법이, 궁금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여기서 '사랑법' 자리엔 '삶'으로 대신해도 좋겠다.

 

기실, 노년의 사랑이라고 하면 이 책의 누군가 처럼 남우세스러워 좀 쭈뼛거리겠지만,

노년의 삶으로 바꾸어 얘기하면 좀 안다고 자신할 수 있다.

 

친정아버지는 내가 아주 어렸을때부터 자유분망한 삶을 살아오셨고,

시아버지도 몇 년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아주머니 한분을 만나 새로운 삶을 꾸리셨다.

게다가 내 직업이라는 것이 남녀노소 아픈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실정상 노인들을 제외하고는 아프다고 맘 놓고 치료받을 수 있는 여건이 아니기도 하고 말이다.

 

돌이켜보면 어린시절의 나는 착한 아이였다.

공부도 제법 했고 행동거지도 모범적이었다.

근데 그게 내 안의 울림을 따른, 내가 하고 싶은 대로의 삶이 아니라,

어른들이나 선생님, 책에 나와 있는 것을 그대로 따르는 삶이었다.

 

대학에 들어가 남편을 만났고,

남편은 내게 무엇을 시키지도 않았고, 무엇이 되어야 한다고도 하지 않았다.

내가 하는 얘기를 귀담아주고, 내 의견을 북돋워주었기에,

그게 맏아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예스, 맘'표 결정장애인줄 몰랐었다.

넌 이곳 사람들을 지나치게 걱정하는구나.

누군가는 해야 하지 않겠어요?

나는 이제 안 한다. 그걸 배웠지.

그녀한테서?

그래. 그녀한테서.

진보적이라든지 행실이 나쁜 아주머니로는 생각 안 했는데.

행실이 나쁜 게 아니야. 무지한 소리다.

그럼 대체 뭔데요?

자유로워지겠다는 일종의 결단이지. 그건 우리 나이에도 가능한 일이란다.

십대 소년처럼 구시네요.

십대 시절에도 이러지 못했다. 그럴 엄두조차 못 냈지. 하라는 일만 하며 자랐으니까. 내 생각엔 너도 너무 그렇게 살아왔어. 나는 네가 자발적이고 추진력 있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ㆍㆍㆍㆍㆍㆍ

아빠가 이런 얘기 할 때가 정말 싫어요. 난 나대로 살게 해줘요, 아빠. 내 인생은 내가 살 거예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ㆍㆍㆍㆍㆍㆍ(61쪽)

이젠, 언제 올지 모르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하여 현재를 살기는 싫다.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싶다.

 

나는 그런 건 신경 안 써요. 어차피 다 알게 될 거고요. 누군가가 보겠죠. 앞쪽 보도를 걸어 앞문으로 오세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 갖지 않기로 결심했으니까요. 너무 오래, 평생을, 그렇게 살았어요. 이제 더는 그러지 않을 거예요. 이렇게 뒷골목으로 들어오면 마치 우리가 몹쓸 짓이나 망신스럽고 남부끄러운 일을 하는 것 같잖아요.(13쪽)

 

누가 됐든 밤에 따뜻하게 해줄 사람을, 함께 이야기나 나눌 늙은이를 대충 찍은 줄 알았어요?

ㆍㆍㆍㆍㆍㆍ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친절한 사람이요.(27쪽)

 

이 책이 분명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주긴 하지만, 우리의 현실에 맞춤한다고는 못하겠다.

 

미국은 의료보험제도도 열악한 걸로 알고 있었는데,

나이가 들면 노령 연금 등 공적부조에서 의료보험이 지원되는 것일까?

우리나라 시골 마을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여도 이렇게 멋지게 느껴졌을까?

 

혼자 자신의 먹거리를 해결하고,

빨래, 청소 등의 집안일을 하며,

집의 외부를 돌보고 가꾸는 것을 하고,

여력이 있어서 '밤에 우리 영혼'을 돌볼 수 있는 어르신들이 몇 명이나 될까.

 

거기다가 젊은 시절보다는 죽음에 노출될 확률이 많아지는데,

그렇게 서로 의지하다가,

누군가 먼저 세상을 달리한다면 그 상실감은 또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암튼 중요한 것은 내 몫의 삶은 내가 사는 것이고, 내 취향은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선택이 나의 몫인만큼, 책임도 나의 몫인 것이다.

 

내게는 언제일지 모르는, 가까울지 멀지 모르는, 미래를 대비하라는 소설일텐데,

현재에 충실하라고 읽히는 것이,

참 묘한 일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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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09 21:45   좋아요 2 | URL
흔히 노후를 대비하면 돈이 많이 모아야한다고 생각해요. 미래를 위해서라면 틀린 건 아닌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면 죽을 때까지 우정을 나누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지낼 수 있으니까요. 노년을 혼자서 보낸다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금방 느껴질 겁니다.

양철나무꾼 2017-02-10 16:50   좋아요 1 | URL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돈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과 별개로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자기만의 에고가 강해지는 것 같아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말을 시키면,
못 알아듣는 것도 아닌데,
자기 할말만 하고 딴소리 하는 걸 아주 흔하게 보거든요.
그럴때 말하는 사람은 답답하지만, 본인은 참 편할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가끔 타인의 목소리에 경청하는 분들을 보게 되면,
다시 보여...한번 더 돌아보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저는 마음에 안 맞는 사람과 함께일바엔,
오히려 혼자가 낫다고 생각하는 ‘스스로를 따시키는 1인~--;

순오기 2017-02-09 23:07   좋아요 0 | URL
마음 편히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노년도 외롭지 않을 듯...^^

양철나무꾼 2017-02-10 16:51   좋아요 0 | URL
순오기 님은 지금도 넉넉하시잖아요.

전 님을 뵌게 한번뿐이지만,
지금도 마음 편히 만날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하는 걸 보면 더 더욱 이요~^^

2017-02-13 1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4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5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5 0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5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만담 - 책에 미친 한 남자의 요절복통 일상 이야기
박균호 지음 / 북바이북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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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러스한 사람이 좋고, 글도 유머 코드가 배어있으면 좋지만,

내 성향은 유머 감각이라곤 하나도 없는 왕진지 모드이다.

때문에 책이나 넷 상에 돌아다니는 글을 읽을때 몰입하여 대성통곡을 하고 울어본 적은 여러 번 있지만,

포복절도하며 웃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이 책을 어제와 오늘 직장에서 읽는데,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서도, ㅋ~.)

웃음을 참느라 허벅지를 꼬집어도 너무 꼬집었다.

개콘이나 SNL보다 재밌는거 같다.

 

이 책이 좋은 것은 '저자가 멋져 보이려 폼 잡지 않아서'이다.

헌책을 구하느라 찌질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좋다.

자신이 원하는 책 한권을 위해서라면 조금쯤 비굴해져도, 찌질해져도 좋지 않겠나.

이 책을 먼저 읽은 선배로서 책을 읽게 될 사람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웃다가 배꼽을 분실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라~^^

 

그렇다고 이 책이 개그 또는 유머집은 아니다.

옛 성현들이 해학으로 삶의 진정성을 비벼냈듯이,

저자는 이 책을 해학과 진지한 (하지만 비굴하고, 찌질하게 비춰질 수도 있는) 삶으로 버무렸다.

그걸 옛 성현들은 골계미라고 했었던 것도 같다.

 

내가 이 책에 쉽게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은,

저자와 나의 연배가 비슷하거나 정신 연령이 비슷하고, ㅋ~.

저자가 나열하는 책들이 내가 읽은 것이 많으며,

무엇보다 저자가 좋아하는 작가와 책들이 내 인생의 책들로 생각하고 아끼는 책들이어서 공통분모가 쉽게 형성되기 때문인 것 같다.

 

게다가 저자는 모든 것을 책으로 배우는 버릇이 있다고 하는데,

나 또한 궁금한게 많아서 먹고 싶은 것도 많고,

궁금한게 생기면 집요하게 관계자료를 책으로 구입해서 봐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니까 말이다.

(책으로 해결되는 게 있고, 실제 경험으로까지 연결되어야 하는게 있다는걸 이젠 알지만, 그건 차치해 두기로 하자.)

 

책 얘길 하면 생각나는 것이,

언젠가 친구 하나는 내가 이렇게 저렇게 골라 읽는 책들이 책같지 않다며 구박을 했었다.

같이 뭉뚱그릴 수 있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이 사람에게 호감을 갖고 좋아하고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에 호감을 갖고 좋아하게 되는 것이지,

그 사람을 내 기호에 맞게 뜯어 고쳐 놓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알라딘 서재 내에서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공감을 할 수 있으면 더 없이 좋겠지만, 모두와 더불어 공감하고 소통을 할 순 없다.

그런 관계 속에서 누군가와는 비껴 갈수도 있다.

비껴가는게 한두 번이라면 노력을 해 볼 수도 있지만, 반복되면 로드가 걸리기 마련이다.

관계라는건 잘ㆍ잘못의 문제가 아니라 호ㆍ불호의 문제이기 때문에,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고 호감을 갖는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의식의 흐름까지 바꿔놓을 수는 없고, 그러려고 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책도 마찬가지이다.

잡식성이 됐든, 그리하여 꿀꿀이죽이 됐든,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을 뿐이고,

이곳에서의 관계도 (상대를 배려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젠 내 자신 내면의 목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일부러 챙긴 것이 아닌데도 관심사가 겹치다보면 책이 재밌어지고 책읽기가 즐거워진다.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 김갑수의 '나의 레종데르트', 강유원의 '책과 세계'까지 언급한다.

 

 

암튼 저자는 모든 얘기를 아내와의 냉전에 빗대어 얘기하고 있는데, 그런 설레발과 거들먹거림이 너무 좋았다.

1장 '하나도 쓸모 없는 책 이야기' 로 시작하여,

2장 '지질한 아저씨의 위대한 패배', 3장 '오늘도 나는 괜찮다' 까지 내겐 가정의 평화를 위하여 일부러 져준다고 읽혔다.

게다가 책을 읽은 리뷰나 서평 따위를 단도직입적으로 늘어놓지 않는다.

그점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책의 줄거리나 리뷰 따위는 최첨단 인터넷 시대인 만큼,

몇번의 클릭질을 해주는 수고만 거치면 찾아낼 수 있는거고,

책을 읽었을 때의 그 느낌이랄까,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기록으로 남기니까 말이다.

 

깔깔 대고 웃거나 펑펑 울고나면 카타르시스라고 하여 허무하게 마련인데,

이 책은 뭐랄까, '다 괜찮아~'하고 위로해 주는 느낌이다.

청년들은 서재를 가꾸듯 자신을 가꾸는 법을 배울 것 같고,

장년들은 서재와 함께 늙어가는 법에서 위안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와 함께 주문한 세 권의 책은 조금 뒤적거리다가 버렸다. 나는 내가 읽고 나서 재미없으면 웬만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주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 산 책이 맘에 들지 않는 경우가 많아 버리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56쪽)

새 책을 사서 실망하는 것보다는 내 서재에 있는 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사두기만 하고 아직 읽지 못한 『모비딕』을 마치 공부하듯이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정복해가는 즐거움도 크지 않을까.(57쪽)

  내 서재는 나와 함께 늙어갈 터이고 언젠가는 아내나 딸에 의해서 묘지(헌책방)로 실려 가겠지.(59쪽)

 

이젠 나도 재밌어보여 들였지만 책이 맘에 들지 않는 경우가 많아진다.

그래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이 곳 서재의 리뷰도 열심히 보고, 독서에세이나 서평집도 챙겨보게 된다.

 

이렇게 재밌는 책이었지만,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다.

책의 여백을 일러스트로 처리했는데,

일러스트라는게 어땠다는게 아니라,

(충분히 적절했고 좋았다...하지만,)

이렇게 다른 사람이 쓴 리뷰나 독서에세이, 서평집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서재나 책들을 실물로(실물이 안되면 사진으로라도) 구경하고 싶어하니까 말이다, ㅋ~.

 

서재의 책장도 그렇고,

귀하다는 책들도 그렇고,

책장에 책들을 배치하는 법들도 그렇고,

엿보고 싶어지는데, 그런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어서 아쉽다

 

책의 전통적인 또 다른 용도는 컵라면 뚜껑 누르기용이나 라면 냄비 받침대다.ㆍㆍㆍㆍㆍㆍ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역시 두꺼운 책보다는 얇고 작은 시집이 좋다는 것. 두꺼운 책을 사용하면 무게중심을 조금이라도 맞추지 못할 경우 컵라면의 몸체가 쓰러져 아까운 라면을 버리게 될뿐만 아니라 덤으로 청소까지 해야 한다.(71쪽)

 

이런 기발함은 어쩔 것인가 말이다.

이런 기발함에 동참하고 싶어서, 오늘 점심은 컵라면을 먹어야 할까 보다, ㅋ~.

컵라면 뚜껑 누르기용 책으로 시집 대신 켄트 하루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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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8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7-02-09 17:17   좋아요 0 | URL
그쵸, 배꼽을 부여잡을만 하죠?^^
어떻게 잘 지내십니까, 2월도 어느새 1/3이 지나갔습니다.
무탈하시고 행복하시길~!

[그장소] 2017-02-08 13:43   좋아요 0 | URL
어~ 북홀릭 님 ㅡ 책 ...맞죠? 다섯번째 책이라고 본것 같은데 양철나무꾼 님 부지런 하신건 알아줘야해요!^^

양철나무꾼 2017-02-09 17:29   좋아요 1 | URL
어~(,.)
북홀릭 님 아니고, 요 밑의‘잡식성책장‘님인것 같은데~--;
북홀릭 님도 멋진 책을 내셨나 보죠?
궁금~@@

부지런하시기로 치면, [그장소]님을 따라갈 사람이 있겠습니까?
잘 보고 있습니다, 꾸벅~(__)

[그장소] 2017-02-09 20:26   좋아요 0 | URL
아 ㅡ 이쪽에서 닉넴이 다른 모양인가봐요 . 아님 제가 뭔가 헷갈린걸수도 ~^^

겨울호랑이 2017-02-08 13:45   좋아요 0 | URL
두꺼운 철학책이나 사전 등은 종이컵 받침대로 유용합니다^^ ㅋ

양철나무꾼 2017-02-09 17:32   좋아요 1 | URL
어헛~, 소심하신것 아닙니까?
하드커버라면 자고로 냄비받침 아니겠습니까, ㅋ~.

실제의 저는 소심해서 ‘종이 컵 받침대‘로도 노노~! 입니다~--;

박균호 2017-02-08 13:49   좋아요 2 | URL
허술한 제 책을 읽고 이토록 유머와 심도있는 분석을 해주시니 뭐라 고마움을 표시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마치 한 권의 생활철학책을 읽은 기분이에요. 거듭 고맙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7-02-09 17:35   좋아요 1 | URL
저야말로 그토록 재미있는 책을 읽게 해주셔서, 완전 감사드립니다.
전작들 찾아 읽고 싶어집니다~^^
.
.
.
그런 의미에서 다음 책은 언제쯤?

박균호 2017-02-09 17:53   좋아요 0 | URL
그렇지 않아도 고전책을 소개하는 책을 계약 했는데 아직 시작도 안했어요 ㅠㅠ

양철나무꾼 2017-02-10 16:41   좋아요 0 | URL
천천히 꾸준히 하시면 돼죠.
제겐 아직 읽지않은 몇권이 있습니다요~^^

북프리쿠키 2017-02-08 14:05   좋아요 0 | URL
지름신이 제 옆에 떡하니 와있네요

리뷰 중간에 ˝꿀꿀이˝님도 계시고~
소중히 읽고 있는 마리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도 나와서 반갑네요^^;

새책도 좋지만 오래된 친구 다시 만난다는 생각이 저랑 같아서 공감됩니다~
글구 한페이지 정복한다는 생각도요^^

양철나무꾼 2017-02-09 17:42   좋아요 0 | URL
모든 神은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지만, 지름신만은 No하셔야 합니다, ㅋ~.

이책, 기분 꿀꿀할때 꿀꿀함 퇴치용으로 그만이지 싶습니다.

yureka01 2017-02-08 14:10   좋아요 0 | URL
물론이겠지요..알라딘 서재에 이웃분들이 올라오는 책 다 취향에 맞을 수는 없겠지요..저도 꿀꿀이 책이 딱 좋더라구요 ㅋㅋㅋ

양철나무꾼 2017-02-09 17:44   좋아요 0 | URL
찌찌뽕~, 헤에~^_____^
저는 책이라면 뭐든지 다 좋습니다.

잠자냥 2017-02-08 14:26   좋아요 0 | URL
이 책 좀 궁금해지네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7-02-09 17:45   좋아요 0 | URL
재밌습니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ㅅ!

서니데이 2017-02-08 16:14   좋아요 1 | URL
이 저자분도 그동안 수많은 책을 읽고, 사셨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운이 좋다면, 언젠가 제가 읽었던 책도 만날 수 있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양철나무꾼님, 즐거운 오후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7-02-09 17:47   좋아요 1 | URL
네, 서니데이 님이 읽으신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언급됩니다.

이 분이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시지만,
장서벽이 좀 있으신 듯~^^

이 책에 언급된 500원 동전 땜에 집에 있는 돼지 배 갈랐어요~ㅠ.ㅠ

세실 2017-02-09 14:11   좋아요 0 | URL
호호 저자는 컵라면 위에 두꺼운 책을 올려 놓았다가 낭패 본 경험이 있나 봅니다.
마치 우리 주변사람 같은 분이네요^^

양철나무꾼 2017-02-09 17:50   좋아요 0 | URL
이분 아내분이랑 냉전일때면 헤븐표 김밥집에서 떡라면을 드신대요.
컵라면을 드시는지는 알 수가 없다는~ㅠ.ㅠ

네, 우리 주변의 누군가처럼 친근해서 책이 더 재밌었습니다.

ICE-9 2017-02-16 00:12   좋아요 0 | URL
컵라면 뚜껑 누르기용 책 하니까 아주 어릴 때 봤던 컵라면 광고가 문득 생각나네요. 그 광고에서 컵라면 뚜껑을 책으로 누르는 장면이 나왔는데, 마당문고로 나온 ‘데미안‘이었습니다. 그 광고를 통해 ‘데미안‘이란 존재를 처음 알았어요. 무슨 책이기에 광고까지 나오는걸까 하는 생각으로 기억에 새겨두었다가 어른 책도 이제 도전해봐야지 마음 먹었을 때 가장 먼저 ‘데미안‘을 찾아 읽었었죠. 그렇게 헤르만 헤세도 알게 되고 푹 빠지게 되었네요. 컵라면 광고 때문에^^
저도 남의 집에 가게 되면 가장 먼저 보는 게 서재일만큼 그 쪽의 관음증이 상당해서, 이 책에 어떤 책 이야기가 있을지부터 궁금해지네요.^^

양철나무꾼 2017-02-16 18:25   좋아요 0 | URL
전 20대 초반 무렵에 컵라면을 하도 먹어서 한때는 컵라면 냄새 맡기도 싫었었는데,
요즘 다양한 컵라면이 나오고 편하다는 이유로 다시 손대게 되네요.^^

데미안도 그렇고 헤르만 헤세를 전 학창시절 삼중당문고로 만났었어요.
한권 두권 모으고 읽고 하면서 되게 뿌듯해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되게 불편한 책읽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 생각하면 감상에 빠지게 되고, 덕분에 미소짓게 되는 저녁이네요.

헤르메스 님, 서재를 엿본 적은 없지만, 어떨지 상상해본 적은 있습니다.
예전에 제가 좋아하는 장스소설 리뷰 엿보러 들락거렸을 때부터요~^^
 

어제 늦은 아침을 먹고 어슬렁 어슬렁 목욕탕엘 가려고 마을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총각 하나가 동네가 떠나가도록 혼잣말을 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또래들처럼 귀에 이어폰을 끼고 노래라도 따라 부르는 것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집안사 소소한 일들을 마음에 담아두지 못 하고 이러쿵 저러쿵 내뱉는 것이었다.

혼잣말의 형태를 띠었지만, 누군가 그에게 말걸고 들어줄 귀를 애타게 기다리는 눈치였다.

나는 목욕탕에 가느라 갈길이 바빠서 그만~(,.)

기실은 갈길이 바빠서라는건 핑계이고,

남의 가정사, 집안의 은밀한 일은 그들만의 리그이기 때문에,

타인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부분이 아니어서 였다.

 

 

 

 엿듣는 벽
 마거릿 밀러 지음, 박현주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9월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장르소설 한권을 재미나게 읽었다.

장르소설만을 읽을 때도 있었으니, 그간 적조한 편이었는데,

이런걸 심리 스릴러라고 하는구나 싶게 가슴 속 어딘가를 팽팽하게 잡아당겨 쫀쫀하게 만들어놓는 느낌이어서 좋았다.

 

장르소설에 미쳐 장르소설만 읽었을 때도 있으니, 초창기의 것부터 제법 읽은 셈이다.

'윌리엄 윌키 콜린스'의 '흰옷을 입은 여인'으로부터 시작해서, 윌리엄 아이리쉬, 존 딕슨 카, 코넬 울리치 따위...

그 맛을 알고 읽을 땐 재미 있었지만 그전까진 약간 올드하고 고루하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어떤 건 장르소설이 가지는 문학사적 의미를 생각해하며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 것도 있었다.

반면 이 소설은 문체도 그렇고, 글을 서술해나가는 방식도 그렇고, 무엇 하나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요즘 나오는 소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제목은 '엿듣는 벽'이고 '벽 너머로는 들리지 않는 진실'이라는 부제를 달고있다.

표지 그림은 열쇠구멍을 사이에 두고 쥐와 새가 무게감 있게 대립하고 있는데,

'Walls have ears'라는 속담이 생각났다.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까봐 극도로 자제하게 되는데, 생각 거리를 충분히 던져주는 내용이다.

'엿듣는 것'에 '몰래'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서 정보가 굴절되고 왜곡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생각했었지만,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하고자 하는 얘기는 그 부분을 살짝 비껴가는듯 여겨지기도 한다.

현대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라도 수많은 귀와 눈에 노출된 채로 살아가게 된다.

누군가에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을테고,

눈에 띌까봐 조용히 자신을 지우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또 자신을 과장하여 드러낼 수도 있고, 감추고 일부분만을 보여줄 수도 있다.

그러면서 소통 부재를 얘기하고 '외로워, 외로워'하게 된다.

보고 듣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보여주고 싶은 것과 보고 싶은 것 사이의 격차가 크면 큰만큼 비껴가게 된다.

그것을 말에 적용시키게 되면,

말을 안 하는 것도, 말을 하는 것도, 사람의 자유 의지라고 하지만,

그 말할 자유와 말하지 않을 자유 사이에서 수위를 적절하게 조절하기 힘이 든다.

나만 하더라도 때론 너무 수다스러운 것 같고, 가끔은 말을 지독히 아끼는 것 같다.

때론 내가 본 것을 그대로 전달한다고 하면서 사사로운 느낌이나 감상을 추가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인식하지 못 하는 사이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오류를 범하게 된다.

거기서 벗어나는 방법은 코끼리를 한 눈에 다 넣어 볼 수 있을 정도로 적당한 거리 두기인데,

그렇게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보게 되면 코끼리의 털 같은 세세한 것은 또 간과할 수밖에 없다.

"걔도 여자야. 여자는 인생의 반쯤은 자기가 뭘 하고 싶어 하는지도 몰라. 어떻게 하라고 명령과 안내를 받아야 하지. 난 항상 자네가 좀더 고삐를 당겨야 했다고 생각했네."

"우습네요. 전 고삐를 쥔 쪽이 형님이라고 생각했는데."

길의 얼굴이 붉어졌다.

"무슨 뜻이지?"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제가 언제 고삐를 쥐어본 적이나 있었나요. 또 전 아내를 말과 같은 부류로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말과 여자는 공통점이 많아. 들판에 풀어놓으면 도망가버리지."

"대체 어디서 여자에 관해 그렇게 많이 배우셨죠, 형님?"(87쪽)

소설의 초반부에서 에이미의 남편 루퍼트가 어떤 제스츄어를 취하지 않는데도,

사람들이 그에게 호감을 갖고, 그가 원하는 대로 행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저자 마가렛 밀러가 에이미와 남편 루퍼트에게 감정 이입을 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매력적으로 그리고는 있지만,

그를 범인으로 유추하도록 해서 였을까, 하나도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는 창가로 걸어가 두 사람 사이의 시간과 공간을 떨어뜨렸다.

자기 자신을 통제하고 결과적으로 버턴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되찾기 위해서였다. 버턴의 충성심에 관해선 추호의 의심이 없었다. 하지만 충성심이 뭐기에? 힘을 받으면 부러지고 열을 받으면 구부러지는 것 아닌가? 거기에 진실이 얼마나 담겨 있나?

ㆍㆍㆍㆍㆍㆍ

루퍼트는 창문에 비친 그림자를 보며 말했다. 사람보다는 그림자에 대고 거짓말하는 편이 더 쉬우니까.(164쪽)

이런 구절도 그렇다.

문장만 놓고 봤을땐 그럴 듯 하지만,

한개의 창문이 있고 두 사람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창문을 바라보고 있다.

창문에 비춰진 둘의 모습을 루퍼트만 보는 것이 아니라, 비서인 버턴 양도 같이 보는 것인데,

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속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게 가능할까?

거짓말을 하는게 더 쉽다는 당위는 저렇게 사람 형상을 한 그림자가 아니라,

눈과 귀와 입이 없는 까만 실루엣의 그림자래야 하지 않았을까?

둘이 같은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라 할 지라도,

각자가 보고싶은 것만 보고, 제각각 나름대로 해석하는 것이라 하면 할 말이 없을테니까 말이다.

 

암튼 이 소설을 끝까지 읽게 되면,

남의 가정사를 잘 알 것 같다는, 또는 나와 인연이 있다는 이유로, 개입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을 확고히 할 수가 있다.

 

 

 

 독서만담
 박균호 지음 / 북바이북 /

 2017년 2월

 

 

그리고 이 책을 읽었다, 아니 읽기 시작했다.

책을 '쩜' 읽다보니, 가끔 출판사와도 궁합이란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중 한곳이 '북바이북'인것 같다.

몇 장 넘기지도 않았는데,

내가 이런 책을 좋아하고, 이런 종류의 독서관련 서적에 목말라 있었다는걸 깨달았다.

저자가 이곳 저곳에 연재했던 서평을 엮은 것인가 본데,

딸이나 아내와 연관된 가족 에피소드가 대부분이라는데,

글이 꽁트보다도 잼나다.

 

가족 에피소드가 대부분인것에 대해, 그는 이렇게 얘기한다.

아내와 딸에게 놀림감이 되고 아내와의 냉전에서 패배만 할까 하는 생각을 자주 생각해봤는데 사안별로 진즉에 읽었다면 좋았겠다 싶은 책이 늘 있었다. 사람은 다양한 이유로 힘들지만 다행히도 그 다양한 이유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책을 소개하고 싶은 욕구가 이 책을 쓴 동기다.(8쪽)

 

 

나이가 들면서 눈과 귀가 비껴가는걸 온몸으로 느낀다.

아무리 좋은 책도 단숨에 읽기는 힘들고,

아무리 좋은 음악이어도 귀를 혹사시킬 정도는 아니다.

때로는 내가 아주 좋아했던 음악들이 소음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오래간만에 내가 미쳐서 리핑까지 해갖고 다니는 곡.

Marian Hill의 Down

어디 CF에서 쓰인것 같은데 뭔진 모르겠고,

누가 불렀는지 따윈 관심에도 없고, 누가 만들었는지 완전 좋다.

 [수입] Marian Hill - Act One [2LP]
 메리안 힐 (Marian Hill) 노래 /

 Republic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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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17-02-06 16:46   좋아요 2 | URL
부족한 제 책을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7-02-06 18:13   좋아요 2 | URL
오홋~^^
‘독서만담‘의 저자 분이시군요?
반갑습니다, 꾸벅~(--)
잼나게 읽고 있습니다~^^

yureka01 2017-02-06 16:48   좋아요 1 | URL
서재 블로그도 마찬가지일겁니다.
엿보아 달라고 글을 올리는 거 같아서요.

하기야 마음 속에 있는 거 다 내뱉을 수도..
그렇다고 전혀 안 뱉을 수도 없기도 하겠지요....


양철나무꾼 2017-02-06 18:18   좋아요 2 | URL
저는 엿보아도 상관 없지만, 엿보아달라고, 는 아닌것 같습니다~^^
가끔 넷상이라는걸 빙자하여,
필요 이상으로 용감무쌍해지는 경향이 있지만 말예요~^^


서니데이 2017-02-06 16:58   좋아요 2 | URL
그분은 다른 사람이랑 전화한 건 아닐까요. 이어폰이나 블루투스로 통화하는 것 처음 보았을 때 신기했던 기억이 나요. 요즘은 속이 답답한 사람이 많은 모양이예요.
벽에 귀 있다는 말을 들으면 어디선가 듣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가끔은 모르는 척 하면서 듣는 걸지도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7-02-06 18:24   좋아요 3 | URL
아~, 전에 님이랑 그런 블루투스 관계로 댓글 나눴던 것 같아요~^^

저 총각은 말예요.
섬어를 남발해서 병원 진료를 요하는 수준이었어요.
저는 가끔, 대중교통을 이용할때,
사람들의 수다를 피해 빈 이어폰을 꽂기도 해요, ㅋ~.
오늘은 덜 춥네요, 따뜻하고 맛난 저녁드세요.

2017-02-06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8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프리쿠키 2017-02-06 18:54   좋아요 2 | URL
잡식성책장님이 독서만담 저자시군욤~
신기신기~*

양철나무꾼 2017-02-08 12:57   좋아요 3 | URL
저도 신기신기해요~^^
알라딘 서재가 아무래도 책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보니,
출판 관계자나 편집자, 저자, 역자...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명절 연휴 다음 날 오후,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다큐 공감'이라는 프로를 보게 되었다.

지리산 산내마을 청춘 식당 '마지' (==>링크)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청춘식당 '마지'는 지리산으로 귀농한 사람들의 2세대 청춘들이,

마을을 벗어나지 않고도 성장하고 자립할 기회를 갖게 되는 데 초점을 맞춘 곳이었다.

귀농은 자신 없지만,

버리고 비우고 소박해지는 것의 연장선 상에서시골에서 살고 싶은 나는,

그런 종류의 책도 몇권 읽었던 터라,

관심을 갖고, 완전 공감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봤다.

이들의 모토는 '적당히 벌고 잘 살자' 라는데,

적당히 벌고도 잘 살 수 있을까, 조금 염려스럽긴 했지만 뭐~(,.)

 

그러고 보니, 언젠가 읽었던 '시골생활'과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란 책이 생각났다.

 

 

 시골생활

 정상순 지음, 지리산 이음 기획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11월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4년 6월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의 경우,

내가 마르크스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해서 인지 모르지만, 그닥 재미있지 않았었다.

 

이윤을 내지 않겠다는 것은 그 누구도 착취하지 않겠다는 의미, 즉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우리는 종업원, 생산자, 자연, 소비자 그 누구도 착취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돈을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올바르게 쓰고, 상품을 정당하게 '비싼' 가격에 팔 것이다. 착취 없는 경영이야말로 돈이 새끼치지 않는 부패하는 경제를 만들 수 있다.  (196쪽)

라고 하고 있는데,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은 '필요한 돈을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올바르게 쓰고, 상품을 정당하게 '비싼' 가격에 팔 것이다.'라는 부분이었다.

이쯤에서, 그룹 쥬얼리의 맴버였던 조민아가 운영하는 빵집과 그곳의 어마무시한 가격들과 연결치켜 볼 수 있겠다.

저런 논리대로라면 전직 연예인이었다는 이유로 품위유지비가 많이 들고,

손도 금손일테니, (ㅋ~.)

그 금손으로 만든 빵들은 가격이 얼마가 되든 용서해야 한다는 논리도 적용될 터이다.

 

빵을 만든 이력이 5~6년 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을 달인이라고 하는 평가하는 '와타나베 이타루' 도 그렇지만,

어마무시한 가격을 매기고 똥손으로 만든 것보다 못한 솜씨와 맛을 내보이는 조민아 또한, 이해불가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와타나베 이타루' 경우,

'빵을 만드는 장인이 숙련된 기술을 가졌다는 이유로 존경받으려면 잘 쉴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삼단 논법을 거치는 수고를 하면 취지는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다고 쳐도,

도시 생활에 실패하고 시골에서 빵집을 차리게 되는데 돌아가신 할아버지에게 영감을 받는다는 설정은,

좀 무모하게 여겨졌다.

 

'와타나베 이타루'를 보면 그렇게 해서 운영이 될까 싶을 정도로 휴일도 많다.

다만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해도 적자를 예사로 내서는 가게가 존속할 수 없다. 수입과 지출을 엇비슷하게 맞추고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 손익 분기점 달성을 이루고 나면 투자한 만큼은 반드시 돌아온다. 그렇게 가게는 굴러간다. 이윤 덕에 덩치가 커지지도 않고 손실 탓에 위축되지도 않는 상태에서 다음날도 변함없이 빵을 구울 수 있는 것이다.

라고 하는데,

나는 빵집을 할 것도 아니니, 착한 소비나 현명한 소비 등으로 발상을 전환시켜 보는 것이 좋겠다.

 

 

 

 

 

 시노다 과장의 삼시세끼
 시노다 나오키 지음, 박정임 옮김 /

 앨리스 / 2017년 2월


알라딘 서재 웹서핑을 다니다보니 취지는 다르지만, 이런 책도 있다.

재미있을 것 같지만,

그냥 읽기만 해서는 크게 재미있을 것 같지 않고,

직장에서 벗어나,

적어도 일본으로 식도락 기행이라도 할 수 있어야 묘미를 느낄텐데 말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벌어 먹어야 살 수 있지만,

저들의 취지대로 또는 이 페이퍼의 논리대로,

잠시 쉬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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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2-02 18:38   좋아요 1 | URL
시노다 과장의 삼시세끼, 라는 책 23년간의 그림일기라는 것이 놀라워요.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한데 일본이라 모르는 음식과 여긴 없는 음식이 많을거예요 아마도요.
양철나무꾼님 따뜻하고 맛있는 저녁 드세요.^^

양철나무꾼 2017-02-03 13:44   좋아요 1 | URL
그쵸?^^
‘시노다 과장의 삼시 세끼‘란 책 참 따뜻한것 같아요.
무엇보다 전, 23년간 꾸준히 할 수 있는 저력이 부럽습니다.

일본은 그랬던것 같아요, 음식외에 곁들여 나오는 반찬 하나 하나에도 금액이 지불되는게 좀 불편했어요.
전 비린내를 싫어해서 그런 음식을 피하다보니, 인스턴트 음식의 향연, 편의점 음식과 다를게 없었어요~^^

요즘은 일본, 당일치기 여행 상품도 나왔더라구요, ㅋ~.

cyrus 2017-02-02 19:30   좋아요 0 | URL
돈을 적당히 벌면서 책을 많이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책을 많이 사고 싶어도 책값이 부담스러워요. ^^;;

양철나무꾼 2017-02-03 13:52   좋아요 1 | URL
저도 얼마전까지 님같은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채 읽지도 못할 책을 사들인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러니 내가 갑자기 죽기라도 하면 남겨진 유품을 어찌할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어요.
유품이래야 별다른게 없고 다 책들일테지만,
그렇게 누군가에게 버려지고 내팽개쳐진다고 생각하니,
더 견디기 힘들었어요.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면 좀 견손해지는거 같아요~^^

AgalmA 2017-02-05 21:54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같은 생각을 저도 했더래서 내가 죽으면 책을 어찌 처리할 지 정도는 유언으로 써 둬야 하지 않을까 했는데, 책이 자꾸만 늘어서 분류가 너무 어려워짐ㅜㅜ

현재로선 빨리 읽고 세상으로 다시 돌려 보내는 게 가장 적절한 방법이다 하며.... 매우 느리게 읽고 있는-,.-;;;;

꼬마요정 2017-02-02 22:15   좋아요 0 | URL
저도 책값이 부담스러워요ㅠㅠ 전자책은 잘 안 읽히고ㅜㅜ 책 놓을 공간을 살 돈과 책 살 돈이 많으면 좋겠어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7-02-03 13:5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책 살 돈도 돈이지만,
책 놓을 공간,
공간이라고 하니 뭔가 거창하지만,
책꽂이라도 몇 개 맘 놓고 들였으면 좋겠어요~^^

희선 2017-02-03 02:11   좋아요 0 | URL
적당히 벌고 살려는 생각은 괜찮지만, ‘비싼’ 값은 좀... 그게 아주 맛있어야 그렇게 해도 팔릴 텐데 싶습니다 맛이 별로고 비싸기도 하면 누가 사 먹을지... 이름만으로도 팔 수 있을까요 그날 그날 팔 것만 만들고 다 팔리면 문 닫으면 괜찮겠습니다 그런 음식점이 일본에는 있다고 하더군요

많은 걸 바라지 않으면 적은 돈으로도 살 수 있어요 지금은 물건도 그렇고 먹을거리도 넘쳐나잖아요 조금 편하지 않게 살아도 괜찮다 싶은 사람은 그렇게 사는 거고, 자신이 갖고 싶은 걸 사려고 돈을 벌어도 괜찮겠지요 자신한테 맞게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희선

양철나무꾼 2017-02-03 14:06   좋아요 1 | URL
알마전에 무슨 다큐멘터리 프로를 봤는데,
거기 공산주의국가인 체코의 경제에 대해 나오더라구요.
국가가 정한 일이 있고,
그 일을 한 후에는 나름 자신의 소질을 계발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어요.

논리는 그럴 듯 한데,
사람들이 국가가 정한 일을 할때에는 대충 시간을 떼우는 식으로 하고,
퇴근후 사유재산을 형성하는 경제활동에 집중한다는 그런 내용이더라구요.

이름만으로 팔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저도 해봤는데,
‘창렬스럽다‘의 판결이 오늘 났더라구요.

적당히 벌고 살려는 생각을 이해 못 하는건 아니지만,
그동안 앞만 바라보고 마구 달려온 저같은 사람에겐,
한 순간에 목표를 잃은 듯 허망해지는 느낌도 들어요.

중간 쯤 적절한 타협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생각해볼 거리를 만들어주시는 귀한 댓글입니다.
감사합니다, 꾸벅~(__)

아무개 2017-02-03 08:39   좋아요 0 | URL
많이 벌려고 애쓰지 않아서 이렇게 나태하게 사는걸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적당히 라는 것이 어디까지가 적당히 일까 하는 생각도 그렇구요....







양철나무꾼 2017-02-03 14:27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적당히‘의 경계가 궁금해요.
저 책에 나오는 빵집이나 우리나라 지리산 청춘식당 마지처럼 해서는,
저의 경우에대입해 본다면,
전 손가락 빨고 살아야 할테니까요.^^

서니데이 2017-02-04 15:53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오늘 입춘이라고 해요.
입춘대길, 올해도 좋은 일들 계속되시길 바래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7-02-06 16:26   좋아요 1 | URL
올해는 입춘첩도 못 썼어요~ㅠ.ㅠ

뭐가 그리 바쁜지,
바늘허리에 실을 매 쓸 수 없는데,
왜 그렇게 바쁜 척 서두르는지,
놓치고 돌아보면 저만큼 뒤로 멀어지네요~ㅠ.ㅠ

2017-02-06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6 1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6 1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6 1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6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6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6 1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선생님의 가방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서은혜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요즘 내 주된 관심사는 물건을 버리고 비우고 그리하여 소박하고 단출한 삶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혹여 다른 사람들도 그럴지 모르겠는데,

난 무엇 하나 쉽게 버리지 못 하는 부류이다.

생명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사물에까지 의미부여하여 곧잘 의인화해버리는데, 중증이다.

 

기억력도 마찬가지이다.

한때는 기억하지 못 하는걸 위악으로 생각할 정도로 사소한 것에까지 의미를 부여하고 붙들고 살았다.

생각해보면 그건 수집이라는 열정적인 것과는 좀 다른,

이 책의 선생님 말대로,

"나는 잘 버리질 못하는 편이에요."

에 가깝다고나 할까.

 

그런데 나를 돌이켜보자니,

물건을 향하여 연연해하지만,

정작 사람을 향하여선 좀 모질기도 한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인 선생님의 집사람처럼,

뭘 깊이 생각한다던가, 남을 배려한다던가 하는 게 없는 정도까진 아니어도,

좋은 것과 중간까지는 좋지만, 싫은 것은 명확하게 싫다.

 

그런 내가 이 책을 눈물을 찔끔거리면서 읽었다고 하면,

둘의 사랑이 아름다워서...눈물이 난다, 따위의 상상을 하실 수도 있겠지만,

삶의 부질없음, 나이듦의 허망함 때문이었다.

 

난 이 책을 좀 답답하게 읽었는데,

선생님이 자신의 잘못은 깨닫지 못하고 아내의 문제로만 돌리려 하고,

쓰키코도 마찬가지로 애인의 문제로 돌리는데,

어찌 보면 서로의 삶에 간여하지 않는 쿨한 관계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이런 일이 실제 내 삶에서 벌어진다면 난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했을때,

분명히해야 할 한가지가 있는데,

상대방만의 문제가 아니라, 당사자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흠뻑 담굼질 하지 않고,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면서 쿨 함을 가장할 수는 있지만,

자신의 삶을 관조하는건 쉽지 않다.

 

얼마간 걷다가 쉬면서 꿀에 절인 레몬을 두 조각씩 먹었습니다. 저는 신 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지만, 산에 갈 땐 레몬 꿀 절임이 제일이라고 아내가 화를 내진 않았겠지요. 하지만 분노라는 것은 미묘하게 쌓이고, 작은 파도가 한참이나 떨어진 곳에서 커다란 파도를 일으키는 것처럼, 그렇게 쌓인 분노가 살면서 뜻밖의 장소에서 터질지도 모르는 거지요. 결혼 생활이란 그런 거죠, 그럼요.(69쪽)

 

이 책의 선생님과 쓰키코는 선생님과 제자 사이인데,

만났을때 쓰키코를 향하여 서른 여덟?- 아니, 일곱이예요 하는 걸 보면,

20여년 후에 우연히 만나게 되는 것 같다.

 

둘은 만화 '심야식당'에 나올 것 같은 주점에서 가끔 만나게 되는데,

따로 술을 시키고,

따로 안주를 시키고,

가끔 선문답 같은 대화를 나누고,

각자 따로 계산을 하고,

각자의 집으로 간다.

 

가까스로 증상이 가라앉아 정상으로 돌아온 아내에게 한소리 했습니다. 오늘 하루만으로도 자신이 얼마나 남들에게 못할 짓을 했는지, 생각 좀 해 봐. 아마도 득의 양양하게 설교를 했겠지요. 학생들에게 하듯이. 아내는 고개를 숙이고 듣고 있더군요. 내 말에 일일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죄송해요, 하고 몇 번이나 말했어요. 마지막으로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네요"하고 아내가 진진하게 말했습니다. "나는 폐 같은 건 안 끼쳐요. 당신이 폐를 끼친 거지. 자기 자신의 일을 모든 사람이 그러는 것처럼 확대시키지 말아요."나는 야멸차게 대답했죠.(73쪽)

선생님이 쓰키코에게 아내에 대해 얘기하는 대목이다.

선생님을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그는 다른 사람의 삶에 깊숙이 관여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건 어쩜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많은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일종의 관조처럼 보여지기도 하지만,

마찬가지로 무덤덤한 쓰키코가 아니었으면, 관계 맺고 발전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

오마치 상은 쿨 하네, 하고 친구가 말한 적이 있다. 그 사람, 나한테 몇 번 상담 전화를 걸어 왔어. 쓰키코가 정말로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하더라구. 어째서 오마치 상, 그 사람한테 전화 안 한 거야? 그 사람, 기다리던데ㆍㆍㆍㆍㆍㆍ.

친구는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왜 나에게 직접 말하지 않고 친구에게 상담을 한 걸까? 나는 어이가 없었다.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더니 친구는 한숨을 쉬며, 그렇지만, 하고 중얼거렸다. 그렇지만 사랑하고 있을 때는, 불안한거잖아. 오마치 상은 안 그래?(84쪽)

 

나는 책 속의 문장들을 읽는 것인데도 숨을 고를 수 없이 힘이 드는데,

그들은 무덤덤하게 그렇게 관계를 맺고 발전을 하니 말이다.

 

  너무나 간단해서 이대로 평생 선생님과 얼굴을 마주치지 않을는지도 모른다. 평생 안 만나면 체념도 되겠지.

  "기르니까 크는 거야."

ㆍㆍㆍㆍㆍㆍ

"연정이라는 게 그런 거야."

큰 숙모는 말하곤 했다.

소중한 사랑이라면 나무와 마찬가지로 퇴비를 주고 가지를 치고 손질할 것을 명심.

그렇지 않은 연애라면 저강히 내버려 두어 그대로 말라죽게 만들면 안심.(208~209쪽)

이런 구절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 아프다.

관게속에서 해결하려 들지 않고, 혼자만의 상상 속에서 해결하려 드는 건 좀 비겁하지 않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랄까, 거리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그날 밤엔 둘이서 청주를 한 다섯 홉쯤 마셨다. 술값은 선생님이 치렀다. 다음에 같은 집에서 만나 마셨을 때는 내가 계산을 했다. 세 번째부터는 계산서도 각각, 돈을 내는 것도 각자 하게 되었다. 그후 이 방법이 이어지고 있다. 만남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었던 것은 선생님이나 나나 그런 기질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안주의 취향뿐 아니라 타인과 거리를 두는 법도 닮아 있다. 나이는 삼십 년도 넘게 차이 나지만, 동갑내기 친구보다 훨씬 더 가깝게 느껴졌다.(10쪽)

그러고보면 선생님은 타인을 자신의 일정한 경계 안에 들이는 것을 폐를 끼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내 서재 제목인 '안전 거리 확보'처럼, 안전 거리만 확보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언젠가 친구에게 영혼의 찝찌름한 냄새가 같다고 했더니,

그건 같다고 착각하는 것 뿐이지,

영혼의 찝찌름한 냄새 따위는 같을 수가 없다고 했었던게 생각난다.

 

'선생님의 가방'을 놓고 나름대로 해석할 수가 있을텐데,

난 이렇게 해석하고 싶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모든걸 다 손에 넣고,

바리바리 싸들고 평생 살아갈 수 있을 것처럼 행동하지만,

정작 죽을때 가지고 갈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내겐, 추억이나 과거에 대한 기억 마저, 죽는 순간 가지고 갈 수 있는 건 그리 커다란 부분이 아니란 말처럼 들렸다.

 

나는 어떠한가?

언젠가 죽는다고 생각하면, 너무 과하게 끌어안고 사는건 아닐까?

나눠주거나 물려줄 수 있는 건 별개로 하고,

순간의 좋았던 추억은 가방 하나에 담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열심히 달려왔고,

때로는 게으를 때도 있었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영혼으로 지배하고 기억되는 사람이기보다는,

단 한 사람에게라도 좋으니,

마음 속에 기억되어 남는 사람이고 싶다.

 

간만에 만난, 맨밥에 물 말아 먹는것 같은 그런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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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1-24 19:11   좋아요 1 | URL
맨밥에 물 말아먹는 느낌이라 하시면 가장 소박한 밥상인데, 이 책도 그만큼 수수한 모양이네요.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덜 춥지만 찬 바람을 맞고 재채기 하던데요.
따뜻하고 맛있는 저녁 드시고, 저녁의 좋은시간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7-01-26 09:12   좋아요 2 | URL
이 책 뭐랄까, 아련하게 아려왔어요.
이 책을 만화책으로 만든 것도 있던데, 아기자기하고 재미날것 같더라구요.
요즘 꼭 구입하고 싶은 책이 몇권 있는데,
명절 연휴 기간이라 올 스톱이예요.

이 책 읽다보면 음식먹으러, 일본 여행가고 시포요~ㅠ.ㅠ

아참참, 2017년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명절 인사 안 하면 서운하겠죠.
2017년엔 운수대통하시길~!^^

서니데이 2017-01-26 14:53   좋아요 2 | URL
매번 저보다 먼저 인사를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엔 소망하시는 일 이루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2017년 달력 시작하고 한 번, 그리고 음력설을 맞아 다시 한 번의 새해인사와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늘 좋은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담으로 주신 올해의 운수대통을 기대하겠습니다.
설연휴에 맛있는 음식 많이 드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양철나무꾼 2017-02-01 17:32   좋아요 2 | URL
새해 댓글이 늦었습니다.
그닥 바쁘지는 않은데,
어수선하고 경황없다고 해야 할까요?

지난해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올 한해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꾸벅~(__)

yureka01 2017-01-26 17:02   좋아요 1 | URL
즐거운 연휴 되시길 바라구요..한해도 참 많은 글로 보여주시니 감사함 가득이었어요..앞으로도 좋은 책 소개 많이 부탁드립니다..ㅎㅎㅎ감사합니다.새해 복 많이 쌓이는 시간 되셨음 좋겠습니다.~~~~~

양철나무꾼 2017-02-01 17:35   좋아요 1 | URL
지난 한해 감사드립니다.
사진에, 시에,
그밖에도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마련해 주셔서,
같이 생각해보고, 돌아보고, 그리하여 한걸음 앞으로 내딛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올해는 따님 앞에 두고 자전거 열심히 타시겠네요.
슬림하고 건강해지신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북프리쿠키 2017-01-31 15:48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 설명절 잘 보내셨습니까.
소설이 잔잔하니 좋으셨나봐요.

˝단 한사람에게라도 좋으니 마음속에 기억으로 남는 사람이고 싶다˝
마음을 비우고 생각해보니,
난 누군가의 마음속에 남아있을까... 자신이 없네요..
그 누군가에게 남는다는 것은
그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는 것뿐임을..

누군가를 댓가없이 사랑한다는 것도 대단한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부터 저도 마음을 조금만 열고 살아볼까요..? ㅎ

양철나무꾼 2017-02-01 17:44   좋아요 1 | URL
전 예전엔 자신감 제로에,
누구에게나 잘 보이고 싶어서, 잘 보이려고 애썼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 나이들어서 생각해 보니, 그러지 않아도 괜찮겠더라구요.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움직여도 세상에 크게 거스르지 않게 된달까?

모두를 만족시킨다는 것은, 제 자신 하나 만족시키지 못 하는 것도 같고요.

따님, 있으시죠?
따님은 그렇게 사랑하게 되지 않던가요?^^
전 올해22살인 저희 아들을 그렇게 사랑하겠다는데,
아들이 거부합니다, 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