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 다음 날 오후,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다큐 공감'이라는 프로를 보게 되었다.

지리산 산내마을 청춘 식당 '마지' (==>링크)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청춘식당 '마지'는 지리산으로 귀농한 사람들의 2세대 청춘들이,

마을을 벗어나지 않고도 성장하고 자립할 기회를 갖게 되는 데 초점을 맞춘 곳이었다.

귀농은 자신 없지만,

버리고 비우고 소박해지는 것의 연장선 상에서시골에서 살고 싶은 나는,

그런 종류의 책도 몇권 읽었던 터라,

관심을 갖고, 완전 공감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봤다.

이들의 모토는 '적당히 벌고 잘 살자' 라는데,

적당히 벌고도 잘 살 수 있을까, 조금 염려스럽긴 했지만 뭐~(,.)

 

그러고 보니, 언젠가 읽었던 '시골생활'과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란 책이 생각났다.

 

 

 시골생활

 정상순 지음, 지리산 이음 기획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11월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4년 6월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의 경우,

내가 마르크스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해서 인지 모르지만, 그닥 재미있지 않았었다.

 

이윤을 내지 않겠다는 것은 그 누구도 착취하지 않겠다는 의미, 즉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우리는 종업원, 생산자, 자연, 소비자 그 누구도 착취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돈을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올바르게 쓰고, 상품을 정당하게 '비싼' 가격에 팔 것이다. 착취 없는 경영이야말로 돈이 새끼치지 않는 부패하는 경제를 만들 수 있다.  (196쪽)

라고 하고 있는데,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은 '필요한 돈을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올바르게 쓰고, 상품을 정당하게 '비싼' 가격에 팔 것이다.'라는 부분이었다.

이쯤에서, 그룹 쥬얼리의 맴버였던 조민아가 운영하는 빵집과 그곳의 어마무시한 가격들과 연결치켜 볼 수 있겠다.

저런 논리대로라면 전직 연예인이었다는 이유로 품위유지비가 많이 들고,

손도 금손일테니, (ㅋ~.)

그 금손으로 만든 빵들은 가격이 얼마가 되든 용서해야 한다는 논리도 적용될 터이다.

 

빵을 만든 이력이 5~6년 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을 달인이라고 하는 평가하는 '와타나베 이타루' 도 그렇지만,

어마무시한 가격을 매기고 똥손으로 만든 것보다 못한 솜씨와 맛을 내보이는 조민아 또한, 이해불가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와타나베 이타루' 경우,

'빵을 만드는 장인이 숙련된 기술을 가졌다는 이유로 존경받으려면 잘 쉴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삼단 논법을 거치는 수고를 하면 취지는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다고 쳐도,

도시 생활에 실패하고 시골에서 빵집을 차리게 되는데 돌아가신 할아버지에게 영감을 받는다는 설정은,

좀 무모하게 여겨졌다.

 

'와타나베 이타루'를 보면 그렇게 해서 운영이 될까 싶을 정도로 휴일도 많다.

다만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해도 적자를 예사로 내서는 가게가 존속할 수 없다. 수입과 지출을 엇비슷하게 맞추고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 손익 분기점 달성을 이루고 나면 투자한 만큼은 반드시 돌아온다. 그렇게 가게는 굴러간다. 이윤 덕에 덩치가 커지지도 않고 손실 탓에 위축되지도 않는 상태에서 다음날도 변함없이 빵을 구울 수 있는 것이다.

라고 하는데,

나는 빵집을 할 것도 아니니, 착한 소비나 현명한 소비 등으로 발상을 전환시켜 보는 것이 좋겠다.

 

 

 

 

 

 시노다 과장의 삼시세끼
 시노다 나오키 지음, 박정임 옮김 /

 앨리스 / 2017년 2월


알라딘 서재 웹서핑을 다니다보니 취지는 다르지만, 이런 책도 있다.

재미있을 것 같지만,

그냥 읽기만 해서는 크게 재미있을 것 같지 않고,

직장에서 벗어나,

적어도 일본으로 식도락 기행이라도 할 수 있어야 묘미를 느낄텐데 말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벌어 먹어야 살 수 있지만,

저들의 취지대로 또는 이 페이퍼의 논리대로,

잠시 쉬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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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2-02 18:38   좋아요 1 | URL
시노다 과장의 삼시세끼, 라는 책 23년간의 그림일기라는 것이 놀라워요.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한데 일본이라 모르는 음식과 여긴 없는 음식이 많을거예요 아마도요.
양철나무꾼님 따뜻하고 맛있는 저녁 드세요.^^

양철나무꾼 2017-02-03 13:44   좋아요 1 | URL
그쵸?^^
‘시노다 과장의 삼시 세끼‘란 책 참 따뜻한것 같아요.
무엇보다 전, 23년간 꾸준히 할 수 있는 저력이 부럽습니다.

일본은 그랬던것 같아요, 음식외에 곁들여 나오는 반찬 하나 하나에도 금액이 지불되는게 좀 불편했어요.
전 비린내를 싫어해서 그런 음식을 피하다보니, 인스턴트 음식의 향연, 편의점 음식과 다를게 없었어요~^^

요즘은 일본, 당일치기 여행 상품도 나왔더라구요, ㅋ~.

cyrus 2017-02-02 19:30   좋아요 0 | URL
돈을 적당히 벌면서 책을 많이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책을 많이 사고 싶어도 책값이 부담스러워요. ^^;;

양철나무꾼 2017-02-03 13:52   좋아요 1 | URL
저도 얼마전까지 님같은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채 읽지도 못할 책을 사들인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러니 내가 갑자기 죽기라도 하면 남겨진 유품을 어찌할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어요.
유품이래야 별다른게 없고 다 책들일테지만,
그렇게 누군가에게 버려지고 내팽개쳐진다고 생각하니,
더 견디기 힘들었어요.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면 좀 견손해지는거 같아요~^^

AgalmA 2017-02-05 21:54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같은 생각을 저도 했더래서 내가 죽으면 책을 어찌 처리할 지 정도는 유언으로 써 둬야 하지 않을까 했는데, 책이 자꾸만 늘어서 분류가 너무 어려워짐ㅜㅜ

현재로선 빨리 읽고 세상으로 다시 돌려 보내는 게 가장 적절한 방법이다 하며.... 매우 느리게 읽고 있는-,.-;;;;

꼬마요정 2017-02-02 22:15   좋아요 0 | URL
저도 책값이 부담스러워요ㅠㅠ 전자책은 잘 안 읽히고ㅜㅜ 책 놓을 공간을 살 돈과 책 살 돈이 많으면 좋겠어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7-02-03 13:5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책 살 돈도 돈이지만,
책 놓을 공간,
공간이라고 하니 뭔가 거창하지만,
책꽂이라도 몇 개 맘 놓고 들였으면 좋겠어요~^^

희선 2017-02-03 02:11   좋아요 0 | URL
적당히 벌고 살려는 생각은 괜찮지만, ‘비싼’ 값은 좀... 그게 아주 맛있어야 그렇게 해도 팔릴 텐데 싶습니다 맛이 별로고 비싸기도 하면 누가 사 먹을지... 이름만으로도 팔 수 있을까요 그날 그날 팔 것만 만들고 다 팔리면 문 닫으면 괜찮겠습니다 그런 음식점이 일본에는 있다고 하더군요

많은 걸 바라지 않으면 적은 돈으로도 살 수 있어요 지금은 물건도 그렇고 먹을거리도 넘쳐나잖아요 조금 편하지 않게 살아도 괜찮다 싶은 사람은 그렇게 사는 거고, 자신이 갖고 싶은 걸 사려고 돈을 벌어도 괜찮겠지요 자신한테 맞게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희선

양철나무꾼 2017-02-03 14:06   좋아요 1 | URL
알마전에 무슨 다큐멘터리 프로를 봤는데,
거기 공산주의국가인 체코의 경제에 대해 나오더라구요.
국가가 정한 일이 있고,
그 일을 한 후에는 나름 자신의 소질을 계발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어요.

논리는 그럴 듯 한데,
사람들이 국가가 정한 일을 할때에는 대충 시간을 떼우는 식으로 하고,
퇴근후 사유재산을 형성하는 경제활동에 집중한다는 그런 내용이더라구요.

이름만으로 팔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저도 해봤는데,
‘창렬스럽다‘의 판결이 오늘 났더라구요.

적당히 벌고 살려는 생각을 이해 못 하는건 아니지만,
그동안 앞만 바라보고 마구 달려온 저같은 사람에겐,
한 순간에 목표를 잃은 듯 허망해지는 느낌도 들어요.

중간 쯤 적절한 타협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생각해볼 거리를 만들어주시는 귀한 댓글입니다.
감사합니다, 꾸벅~(__)

아무개 2017-02-03 08:39   좋아요 0 | URL
많이 벌려고 애쓰지 않아서 이렇게 나태하게 사는걸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적당히 라는 것이 어디까지가 적당히 일까 하는 생각도 그렇구요....







양철나무꾼 2017-02-03 14:27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적당히‘의 경계가 궁금해요.
저 책에 나오는 빵집이나 우리나라 지리산 청춘식당 마지처럼 해서는,
저의 경우에대입해 본다면,
전 손가락 빨고 살아야 할테니까요.^^

서니데이 2017-02-04 15:53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오늘 입춘이라고 해요.
입춘대길, 올해도 좋은 일들 계속되시길 바래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7-02-06 16:26   좋아요 1 | URL
올해는 입춘첩도 못 썼어요~ㅠ.ㅠ

뭐가 그리 바쁜지,
바늘허리에 실을 매 쓸 수 없는데,
왜 그렇게 바쁜 척 서두르는지,
놓치고 돌아보면 저만큼 뒤로 멀어지네요~ㅠ.ㅠ

2017-02-06 17: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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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6 17: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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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6 17: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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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6 17: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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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6 18: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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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6 18: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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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6 17: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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