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씨 허니컷 인생의 중요한 한 순간이 이렇게 재생된다. 용감하게 마주해서 이겨 나가자!


햇빛 한가운데서 여자가 빨래를 널고 있었다. 반짝거리는 갈색 머리는 목뒤에 핀으로 고정되어 있
고 앞치마는 따뜻한 바람에 살랑거렸다. 나무 그늘 밑 퀼트 방석 위에는 분홍색 모자를 쓴 아기가 앉아 있었다. 아기 엄마는 베개잇을 털어 줄에 널면서, 아기에게 뭔가 다정한 말을 건넸다. 아기가 웃으며 손뼉을 치자, 엄마가 허리를 굽혀 아기를 안아 올리고 뱅뱅 돌렸다. - P356

그 모습을 보고 나는 가슴에 총을 맞은 것 같았다. 나는 눈을감으려고 했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엄마와 여자아이에게 고정된 눈은 점점 더 크게 벌어졌다.
귓가에 낮은 콧노래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점점 작아졌다. 마침내 아기가 된 나는 엄마 품에 안겨 있었다. "넌 내 하나뿐인 아기 토끼야." 엄마가 달콤하게 속삭였다.
엄마는 나를 빙빙 돌렸다. 나뭇잎들이 흐릿한 녹색 덩어리처럼보였다. "넌 나를 떠날 수 없어, 세실리아. 날 떠나지 않겠다고약속해줘." 엄마는 내게 코를 부비며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린 항상 같이 있을 거야." - P357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영화의 슬로모션처럼, 내 손에서 복숭아가 떨어져 퍽 뭉개지고 공중으로 튀는 과즙이 보였다. 나는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마음속 깊은 곳의 상처를 느꼈다.
바로 그때 엄마의 마지막날에 대한 진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그 진실이 눈앞에 펼쳐졌다. - P357

나는 침대에 누워서 로빈슨 가족』을 읽는 데 푹 빠져 있었다.
그때 엄마가 복도를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들어보니 엄마가 문가에 서 있었다. 엄마의 광기를 드러내는 푸른 눈에 검은색 아이라이너가 칠해져 있고, 입술에는 분홍색 립스틱이 얼룩져 있었다. 그리고 그 하얀 드레스와 빨간 구두. 손에는 왕관이 들려 있었다. - P357


내가 대답을 하지 않자 엄마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오,
제발, 씨씨. 드레스를 고르러 가자."
나는 엄마를 쏘아보았다. 처음도 아니지만, 그 순간 엄마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싫어요. 더이상은 참을 수 없어요난 파티 드레스를 입지 않을 거예요. 난 바보 같은 미인대회에 나가지
않아요. 난 엄마처럼 되지 않을 거예요!"
......

내 말에 대꾸하는 엄마의 목소리엔 상처받은 기색이 역력했다. "안 가면 후회할 거야." - P359

 엄마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가 땅에 떨어졌을 때,
엄마의 발에서 벗어진 구두와 잔인하게 뒤틀린 팔다리와 피가튄 시폰 드레스가 눈에 보였다. 엄마의 눈이 커지고 입술이 벌어졌다. 엄마의 손가락은 뜨거운 도로 위에 마지막 인사를 타이핑하려는 듯 씰룩거렸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던 듯, 모든 일이 생생했다. 내가 그 모든 장면을 다 본 것 같았다.

엄마의 목소리가 계속 맴돌았다. "안 가면 후회할 거야………… 후회할 거야.………… 후회할 거야....…….
나는 차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내 마음은 죄책감으로 곪아버렸다. 나는 자동차로 기어들어가 무릎을 가슴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러나 엄마의 목소리와 길거리에 죽어 누워 있는 모습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마에서땀이 흘러내렸다. 온몸이 불덩어리였다. - P360

"오, 아가. 그래서 그렇게 힘들었던 거니?" 할머니가 이불을덮어주고 내 손을 잡았다. "엄마의 죽음은 너랑 아무 상관이 없어, 세실리아 내가 장담할게 인간의 마음은 놀라운 거란다. 우리가 자신을 보호할 수 없을 때, 마음이 우리를 보호하지. 때때로 우리가 안고 있는 고통이 너무 무거워지거나 깊어지면, 우리는 그 고통에 항복해야 해. 고통이 우리를 쓰러뜨리고 무너뜨리게 내버려두는 거지. 마침내 바닥을 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한동안 평안하게 쉴 수 있단다. 그리고 점점 고통이 줄어들면서 다시 세상에 나갈 수 있는 준비가 되는 거야. 그러면 우리는 일어설수 있어."
투티 할머니가 몸을 숙여 나를 감싸안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나를 안고 있었다. -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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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3-01-24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씨씨 너무 가여웠어요.... 할머니 말씀대로 씨씨의 잘못이 아니었는데 혼자서 아픔을 견뎌야해서요... 아버지는 너무나 부족한 사람이었고요..

은하수 2023-01-24 21:59   좋아요 1 | URL
정말이요... 할머니가 넘 좋은 분이셔서 얼마나 감사한지요^^
그래도 아버지가 잘한게 한가지 있죠? ㅎㅎ
할머니에게 보낸거요~~
 

북노마드님 서재 갔다 보고 읽고 싶어 도서관에서
얼른 빌려왔다. 재미있다면 언제나 환영!
나에겐 문학이 언제나 1순위.




첫문장

"엄마는 도로 한가운데 빨간색 새틴 구두를 남겨놓았다." - P9

오델 할머니는 나를 꽉 안아주고 집으로 돌아갔다. 어둠 속의흐릿한 달처럼 할머니의 백발이 은은하게 반짝거렸다. 나는 창가에 서서 할머니가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때 내 마음속에서 진실이 불끈거렸다. 더 좋은 날은 절대로 오지 않을 것이다. 1951년 비데일리아 양파 여왕‘인 나의 엄마, 커밀 슈거베이커 허니컷은 내일도 모레도, 여전히 미친 사람이기 때문이다. - P39

1967년 6월 2일 금요일
목격자는 세 명이었다. 모두 똑같은 말을 했다. 엄마가 전속력으로 달리던 ‘해피 카우아이스크림‘ 트럭에 치였고, 땅으로 떨어지면서 제라늄처럼 새빨간 새틴 구두가 벗겨졌다는 것이다. 우리집에 찾아온 배불뚝이 경찰 아저씨는 엄마가 즉사했다고 말했다. - P48

엄마의 방은 향수 냄새가 진동하는 전쟁터였다. 무엇보다도그 방은 엄마의 병을 증언하고 있었다. 화장대위 거울은 금이가서 반으로 쪼개졌고, 헤어롤과 립스틱은 사용한 총알 껍데기
‘처럼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모든 것이 엄마의 내면에서 오랫동안 치러진 전쟁의 슬픈 잔해였다. 엄마가 던졌던 파우더 통의 가루가 아직도 윤기 없는 나무 바닥의 틈 깊숙이 박혀 있었다. 그가루들이 공중에 흩어지던 모습이 떠오르자 목구멍에서 큰 덩어리가 올라왔다.
삼나무 서랍장에서 엄마의 스크랩북을 집어들고, 한 장 한장천천히 넘겨보았다. 엄마의 가장 소중한 기억들, 지문으로 얼룩지고 시간의 흐름으로 흐려진 기억들을 어루만졌다.
- P66

"무슨 일이 일어났어요?"
"내 슬픔이 사라졌단다. 사실은 말이다. 너한테 내가 필요했던날보다 나한테 네가 필요했던 날이 훨씬 더 많았어." 오델 할머니의 눈이 반짝거렸다. "오, 씨씨. 우린 정말 추억이 많지. 하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추억이 생길 거야. 플로리다는 서배너에서그리 멀지 않아. 우리는 꼭 다시 만날 거야."

잠옷 아래로 차가운 바람이 들어왔다. 새들이 짹짹거리며 노래를 시작했다. 이슬방울이 막 떠오른 태양의 빛을 받아 생기 있게 반짝거렸다. 나는 내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보고 천천히 일어났다. 뒷문 손잡이를 잡았을 때, 내 안에서 뭔가 달라진 것을 느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오델 할머니가옳았다. 
내 인생의 책에서 한 장이 끝나고, 새로운 페이지가 펄럭거리며 넘어가고 있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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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국가대표 출신의 국회의원이었던 문대성 씨의 박사논문 표절과 대필 의혹이 일던 시기에 쓰여진 글인듯 하다. 책에는 무혐의라고 하는데 내 기억과는 달라 검색해보니 표절로 밝혀져 한나라당을 탈당했었다.

찰스 라이트 밀스의 <사회학적 상상력>의 서평 ‘지식인은 장인이다‘의 글은 지금도 유효하다!

공부는 엉덩이 힘에서 나온다. 누가 오래 의자에 앚아 있는지를 보면 그놈이 공부를 잘할 놈인지 아닌지 대번에 알 수 있다.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큰놈,
작은놈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근데 표절은 또 다른 문제이긴 하다.

찰스 라이트 밀스의 <사회학적 상상력>은 어떻게 소개하는 사족이다. 이 책은 전공을 막론하고 공부를 주제로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고, 인식하고, 갖춰야 할 정치학과 윤리학을 다루고있다. 1959년에 출판됐지만 유명한 고전이라 원서도 번역서도 여러 판본이 있다. 이 글의 텍스트는 1977년 강희경과 이해찬(세종시에서 당선된 그분 맞다)이 공동 번역한 1992년 중판 2쇄본이다.

이 책은 냉전 이후 미국 사회과학계의 보수성과 관료주의에 대한비판에서 시작됐지만, 밀스는 좌파를 포함한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않고 외톨이를 자처했으며 두려움이 없었다. 1957년 자서전 성격의편지에서도 "셀프메이드(self-made)"를 강조했다. 이후 신좌파의선구자, 순교자, 뼛속까지 유목민(radical nomad)으로 불렸다. - P208

많은 비평가들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 부분은 특이하게도 부록인 "장인 기질론"이다. 지식인을 화이트칼라로 여기는 것은 앎에 대한 가장 치명적인 오해다. 이런 인식이라면 절대로공부를 잘할 수 없고 좋은 글이 나올 수 없다. 자료 조사, 인터뷰,
독서, 집필・・・・・…. 논문 하나를 위해 수천 쪽의 자료를 읽는 것은 기보이다. 체력과 끈기가 관건이다. 연구는 고된 노동이다. - P208

밀스가 좋아한 용어 ‘기예(craft)‘는 세가지 조건을 함축한다. 외롭고 지루한 노동, 완엉도에 따른 비타협성, 창의력. "기존의 집단 문화에 저항하라.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방법론자가 되자.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이론가가 되고, 이론과 방법이 지식(craft)을 생산하는 실천이 되도록 하자." - P209

5살에 첫 작품을 작곡한 모차르트 같은 천재를 제외하면, 대개지식의 수준은 헌신한 노동의 시간과 질에 의해 결정된다. 사유 자체가 중노동이다. 획기적인 문제의식은 노동의 산물이다. 여기에선한 마음이 더해진다면 인간의 기적이요, 공동체의 축복이다. 공부를 잘하는 방법? 지적으로, 정치적으로 빼어난 글을 쓰는 방법?
책상에 여덟 시간 이상 앉아 있을 수 있는 몸이 첫째다. - P209

경쟁 사회에 국한하면 인간이 행복해지는 방법은 두 가지다. 욕망을 다루는 도인이 되거나 욕망을 달성하거나. 평생 욕망을 관리하느라 몸부림치는 것보다 (구조의 제약이 크긴 하지만) 달성하는 편이 더 쉬울지 모른다. 

욕망을 이루려면 노력해야 한다. 특히 지식인, 운동선수, 예술가는 부자나 권력자와 달리 혼자만의 노동, 자신과의 결투가 성공에 절대적이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 이르는노고와 박사가 되기 위한 노동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전자는 잘하는데 후자는 어렵다? 전자는 운동선수고 후자는 지식인이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같은 공부다.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운동선수도 지식인도 아닐 가능성이 크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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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이 내가 읽는 모든 책을 ‘통과만‘ 하면
안되는데 ...
나도 격하게 좋은 글 남기고 싶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난 이런 글이 안나온다.

-2교대 <돈 잘 버는 여자 밥 잘하는 여자>
_알리 러셀 혹실드 중에서

정희진 선생님이 어중간하게 아는, 새벽 1시에 집전화로 전화를 한 ‘기러기 아빠‘의 고독에 대한
통화의 내용을 설명해 놓았는데, 그가 한 말의 요지인 즉슨, ˝집에 오면 아무도 없는 컴컴한 방에 들어가 고단한 몸을 누이는데, 아무리 재충전을 해도
속일 수 없는 세월의 피로와 외로움의 연속인 삶˝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충분히 공감했는데
그런데...
뒤에 이어지는 내용도 일하는 여성이었던 나와 진짜 똑같다. 와... 이런..c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갑자기 삭이기 힘든 이견이 생각났다. 그에게 메일을 썼다. "선생님은
퇴근 후 집에 가족이 있으면 덜 외로운가요? 저는
반대거든요. 저처럼 ‘아내‘가 없는 사람은 종일 일
하고 집에 들어갈 때 누군가 있는 것이 완전 공포
거든요. 녹초가 된 몸으로 또 집안일을 해야 하니까. 여관이라도 가고 싶은 심정이에요. 제겐 가족이 외로움을 덜어준다기보다 일거리예요. 저는 혼자 있을 때 안 외로워요."
- P142

남성에게 집은 쉼터지만 여성에게는 노동의 공간이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규범이다. 그래서 남성은 혼자일 때 더 외롭고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들은 독립, 자립, 씩씩함 같은 ‘우월한‘ 남성성에 대한 통념과 다르게, 실제로는 같이 놀아줄 이성을 필요로 한다. 여주인이 ‘호스티스‘로 둔갑하고 ‘위안부‘, ‘접대부‘는 남성 문화를 상징한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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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1-20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희진샘 진짜 날카로우시죠. 아 저 심정 너무 사무치게 이해됩니다. ㅎㅎ

은하수 2023-01-21 14:33   좋아요 1 | URL
ㅋㅋㅋ
읽다 그냥 웃음만 나고 그저 맞네 맞네 그렇네
이러게 돼요!
근데 너무 좋아요
그리구 촌철살인 짧은 서평이라 읽기도 정말 좋아요^^

yamoo 2023-01-21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하수 님, 설 연휴 잘 보내시고, 새해에는 늘 건강하시길요!!

은하수 2023-01-21 14:35   좋아요 0 | URL
yamoo님께서도 건강하시고 연휴에도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되세요.
전시회도 무탈하게 잘 준비하세요^^
 
나, 버지니아 울프 - 한 사람의 인생이 모두의 이야기가 되기까지
수사네 쿠렌달 지음, 이상희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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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서는 정말 단편적으로 대충 알고 있지만

이 책 읽고 나니 어느 정도 맥락은 깨우치게 되었다. 

그래픽 노블이지만 글자수도 제법 된다.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선 그녀가 오래 앓아왔던 정신병력에 대한 부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페미니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그녀의 뛰어난 에세이 작품들이 있다는 것 을 아는 정도였다. 마지막에 자살로 생을 마무리하면서 그것이 오히려 작가에 대한 평가를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 한편 안타까운 일이 아니 수 없다.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인데, 이부 오빠인 조지 덕워스에게 성추행을 당한 것이 그녀의 전 생애를 통틀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파도>에서 이렇게 썼다.


나는 커튼을 걷어 올렸어

로다가 말했다.

그리고 달을 바라보았어.

문이 열리면 호랑이가 뛰쳐 나올거야

 

문이 열리자 공포가 덮쳐온다.

사냥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나는 내가 멀리멀리 숨겨 두었던 보물을  찾으러 갈거야.

제비의 날개를 달빛으로 물들이며,

달은 푸른 바다 위를 외롭게 미끄러져 갔다.


나는 여기 우스꽝스럽고, 끔찍하게 어울리지 않는 몸을 불태우며 서서

제비가 날개를 담그곤 하는 세상 반대편의 연못과 그 대리석 기둥을 그리워하곤 해.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조지는 그녀가 잠드는 것을 도왔다.(33면)


이게 뭐야. 왜 조지 식히 잠드는 것을 돕지?

나 욕 잘할 수 있는데...... 참는다!!!


정신은 자유로우면서,

진취적인 페미니스트로서, 또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시대를 앞서나간 뛰어남을 보여주었지만

몸은 그와 반대로 그녀는 평생 자신의 몸을 끔찍해하고 혐오스러워하였다. 레너드 울프와의 결혼 생활에서도 부부로서의 관계보다는 친구로서 동반자로서의 면모를 많이 보여 주고 있다.

그녀의 불안과 공포, 우울 등은 그래픽에서 검은 손, 검은 파도, 검은 구름, 활활 타오르는 불꽃 등으로 표현이 되어 있는데, 어찌나 잘 표현이 되어 있는지 너무 실감나서 그 순간은 버지니아의 감정이 그대로 읽히는 듯했다.

그녀와 애인 관계에 있었던 비타 색빌웨스트 사이에서의 일들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그 부분도 책에서는 꽤 긴 부분이 할애되어 있고, 실제로도 오랜 시간 이어진 관계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녀의 작품은 첫 번째 소설 <출항>, <제이콥의 방>,<댈러웨이 부인>,<등대로>,<올랜도>,<세월>,<파도>,마지막 작품인 <막간> 등을 잇따라 발표하였고, 1929년 <자기만의 방>이 출간되었다.

그녀는 작가로서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엄천난 관심을 받았고, 성공적인 작가로서 우리에게 남아있다. 그녀가 백 년 후에도 뛰어난 작가로 남아 있다고 알려 주고 싶다.

 두 번에 걸친 세계 대전의 포화 속에서 그녀와 레너드는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이사를 다녀야했는데, 불안한 정신의 그녀에게는 엄청난 부담감을 안겼을 것이다. 그녀가 살던 집이 폭격으로 완전히 무너졌고, 어쩔 수 없이 런던을 떠나 서식스 주에 마련한 몽크스 하우스로 피신했지만,  근처 우즈강 가까이로도 공습과 폭격, 그리고 비행기가 추락을 하는 등 결코 안전하다고 볼 수 없었다. 그녀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했을 것이고, 검은 구름으로 묘사된 그녀의 우울과 불안은 내가 봐도 너무 무섭다. 가까이엔 심지어 검은 모자를 쓴 사신이 점점 그녀 쪽으로 다가온다.결국 남편인 레너드 울프에게 유서를 남기고 사라진 그녀의 시신은 3 주 후 우즈강에서 발견되었다.


그녀의 작품들은 이른바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함으로써 읽었을 때 이해를 했다고 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줄거리가 무언지 알기 어렵고 이야기의 맥락을 잡기가 어려워 재미를 느끼기도 힘든 것은 사실이다. 한 작가의 작품을 몰아서 몇 권이라도 읽는 나에게 버지니아 울프는 쉬운 작가가 아니다. <댈러웨이 부인> 한 권 읽고 <세월> 도전했다가 처참하게 전사한 이후 다시 시작을 못하고 있잖아.. 그런데 이런 의식의 흐름 기법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어느 순간 술술 읽히기도 한다(엥?... 절대적인 희망 사항).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버지니아 울프에게 출판 의뢰가 왔었는데 책 출판을 거절했다고 한다. 내용의 난해성(역시! 나만 그런게 아니야), 방대한 양 때문에 어느 인쇄소에서도 받아주지 않았다는데, 이 책을 읽은 버지니아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사실 좀 궁금, 질투가 났을지도 -나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술술 읽히는 건 프루스트,  조이스는 노노!아무리 해도 안읽히는 이것은 무엇!!!

조이스는 너무 어려워 ㅠ.ㅠ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과 에세이를 읽어보고 싶은 것은 뭐 너무도 당연한 귀결이지 싶다.

도서관 가서 빌려 읽어야겠다.

나도 올해부터는 다락방에 더 이상 책을 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여러이유가 있지만, 서가가 있는3층 다락방까지 까지 왔다갔다 성가시고 정리하기도 귀찮고 남편 눈치도 보이고... 등등

 이사오면서 정리하느라 알라딘 중고 서점을 낑낑대며 카트에 실어 몇 번을 다녀오고, 나중엔 어쩔 수 없이 고물상으로.... 속이 너무 쓰렸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 때 버린 책들 너무 아까워 피눈물!


근데, 뭐부터 읽지...바람돌이님 추천해 주신 <등대로>부터?

민음사, 열린책들, 은행나무 ,문예출판, 동서문화사 등등 많기도 하네.

추천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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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1-19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민음사 이미애님 번역으로 장만해두었습니다. 저도 추천받아서 그걸로 골랐어요^^ 읽기만 하면 됩니다만…

은하수 2023-01-19 14:48   좋아요 0 | URL
아... 다행히 도서관에 있어서 빌려 올 수 있겠어요
잘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3-01-19 1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울프일기를 추천합니다. ㅎㅎ

은하수 2023-01-19 21:38   좋아요 0 | URL
버지니아 울프 계속 읽어 보겠습니다.
이 책도 솔출판사에서 나왔네요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3-01-19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지금 솔 출판사걸로 모으고 있어요.
책이 이뻐서~^^;;;
전집이 꽤 되더군요.
이제 <올랜도> 한 권 한 장 읽었습니다. 아~~ㅜㅜ

은하수 2023-01-19 21:42   좋아요 1 | URL
솔 출판사에서 전집으로 나온거죠?
1권이 <등대로>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모으는 재미가 있을법한 책 장정이었어요
전 일단 참아보겠습니다.
<올랜도> 재밌게 읽으시길요^^

바람돌이 2023-01-19 2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솔출판사걸로 모으고 있어요. 역시 전집으로 나온거니까 뽀대가..... 번역을 논할 능력이 안돼서 그 부분은 패스!!! 진짜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읽기 쉬운 작가는 버지니아 울프뿐이지 않을까요? 소설 진짜 어려워요.
앗 그리고 열린 출판에서 나온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도 모았구요. 이제 읽기만 하면 됩니다. ㅎㅎ

은하수 2023-01-20 01:47   좋아요 0 | URL
전집이 멋지긴 하죠
책꽂이에 꽂아두고 책등만 봐도 뿌듯함이야 이루 말할수 없죠!
저 열책들 좋아하는데-특히 민음사 대비해서요 근데 딸램이 저보고 이상하다고... 그래도 전 열책에 한표요
산문선은 저도 열책으로 해볼까요? 자꾸 안사야하는데.... 고민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