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버지니아 울프 - 한 사람의 인생이 모두의 이야기가 되기까지
수사네 쿠렌달 지음, 이상희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서는 정말 단편적으로 대충 알고 있지만

이 책 읽고 나니 어느 정도 맥락은 깨우치게 되었다. 

그래픽 노블이지만 글자수도 제법 된다.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선 그녀가 오래 앓아왔던 정신병력에 대한 부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페미니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그녀의 뛰어난 에세이 작품들이 있다는 것 을 아는 정도였다. 마지막에 자살로 생을 마무리하면서 그것이 오히려 작가에 대한 평가를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 한편 안타까운 일이 아니 수 없다.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인데, 이부 오빠인 조지 덕워스에게 성추행을 당한 것이 그녀의 전 생애를 통틀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파도>에서 이렇게 썼다.


나는 커튼을 걷어 올렸어

로다가 말했다.

그리고 달을 바라보았어.

문이 열리면 호랑이가 뛰쳐 나올거야

 

문이 열리자 공포가 덮쳐온다.

사냥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나는 내가 멀리멀리 숨겨 두었던 보물을  찾으러 갈거야.

제비의 날개를 달빛으로 물들이며,

달은 푸른 바다 위를 외롭게 미끄러져 갔다.


나는 여기 우스꽝스럽고, 끔찍하게 어울리지 않는 몸을 불태우며 서서

제비가 날개를 담그곤 하는 세상 반대편의 연못과 그 대리석 기둥을 그리워하곤 해.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조지는 그녀가 잠드는 것을 도왔다.(33면)


이게 뭐야. 왜 조지 식히 잠드는 것을 돕지?

나 욕 잘할 수 있는데...... 참는다!!!


정신은 자유로우면서,

진취적인 페미니스트로서, 또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시대를 앞서나간 뛰어남을 보여주었지만

몸은 그와 반대로 그녀는 평생 자신의 몸을 끔찍해하고 혐오스러워하였다. 레너드 울프와의 결혼 생활에서도 부부로서의 관계보다는 친구로서 동반자로서의 면모를 많이 보여 주고 있다.

그녀의 불안과 공포, 우울 등은 그래픽에서 검은 손, 검은 파도, 검은 구름, 활활 타오르는 불꽃 등으로 표현이 되어 있는데, 어찌나 잘 표현이 되어 있는지 너무 실감나서 그 순간은 버지니아의 감정이 그대로 읽히는 듯했다.

그녀와 애인 관계에 있었던 비타 색빌웨스트 사이에서의 일들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그 부분도 책에서는 꽤 긴 부분이 할애되어 있고, 실제로도 오랜 시간 이어진 관계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녀의 작품은 첫 번째 소설 <출항>, <제이콥의 방>,<댈러웨이 부인>,<등대로>,<올랜도>,<세월>,<파도>,마지막 작품인 <막간> 등을 잇따라 발표하였고, 1929년 <자기만의 방>이 출간되었다.

그녀는 작가로서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엄천난 관심을 받았고, 성공적인 작가로서 우리에게 남아있다. 그녀가 백 년 후에도 뛰어난 작가로 남아 있다고 알려 주고 싶다.

 두 번에 걸친 세계 대전의 포화 속에서 그녀와 레너드는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이사를 다녀야했는데, 불안한 정신의 그녀에게는 엄청난 부담감을 안겼을 것이다. 그녀가 살던 집이 폭격으로 완전히 무너졌고, 어쩔 수 없이 런던을 떠나 서식스 주에 마련한 몽크스 하우스로 피신했지만,  근처 우즈강 가까이로도 공습과 폭격, 그리고 비행기가 추락을 하는 등 결코 안전하다고 볼 수 없었다. 그녀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했을 것이고, 검은 구름으로 묘사된 그녀의 우울과 불안은 내가 봐도 너무 무섭다. 가까이엔 심지어 검은 모자를 쓴 사신이 점점 그녀 쪽으로 다가온다.결국 남편인 레너드 울프에게 유서를 남기고 사라진 그녀의 시신은 3 주 후 우즈강에서 발견되었다.


그녀의 작품들은 이른바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함으로써 읽었을 때 이해를 했다고 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줄거리가 무언지 알기 어렵고 이야기의 맥락을 잡기가 어려워 재미를 느끼기도 힘든 것은 사실이다. 한 작가의 작품을 몰아서 몇 권이라도 읽는 나에게 버지니아 울프는 쉬운 작가가 아니다. <댈러웨이 부인> 한 권 읽고 <세월> 도전했다가 처참하게 전사한 이후 다시 시작을 못하고 있잖아.. 그런데 이런 의식의 흐름 기법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어느 순간 술술 읽히기도 한다(엥?... 절대적인 희망 사항).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버지니아 울프에게 출판 의뢰가 왔었는데 책 출판을 거절했다고 한다. 내용의 난해성(역시! 나만 그런게 아니야), 방대한 양 때문에 어느 인쇄소에서도 받아주지 않았다는데, 이 책을 읽은 버지니아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사실 좀 궁금, 질투가 났을지도 -나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술술 읽히는 건 프루스트,  조이스는 노노!아무리 해도 안읽히는 이것은 무엇!!!

조이스는 너무 어려워 ㅠ.ㅠ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과 에세이를 읽어보고 싶은 것은 뭐 너무도 당연한 귀결이지 싶다.

도서관 가서 빌려 읽어야겠다.

나도 올해부터는 다락방에 더 이상 책을 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여러이유가 있지만, 서가가 있는3층 다락방까지 까지 왔다갔다 성가시고 정리하기도 귀찮고 남편 눈치도 보이고... 등등

 이사오면서 정리하느라 알라딘 중고 서점을 낑낑대며 카트에 실어 몇 번을 다녀오고, 나중엔 어쩔 수 없이 고물상으로.... 속이 너무 쓰렸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 때 버린 책들 너무 아까워 피눈물!


근데, 뭐부터 읽지...바람돌이님 추천해 주신 <등대로>부터?

민음사, 열린책들, 은행나무 ,문예출판, 동서문화사 등등 많기도 하네.

추천해줘요~~~~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서괭 2023-01-19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민음사 이미애님 번역으로 장만해두었습니다. 저도 추천받아서 그걸로 골랐어요^^ 읽기만 하면 됩니다만…

은하수 2023-01-19 14:48   좋아요 0 | URL
아... 다행히 도서관에 있어서 빌려 올 수 있겠어요
잘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3-01-19 1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울프일기를 추천합니다. ㅎㅎ

은하수 2023-01-19 21:38   좋아요 0 | URL
버지니아 울프 계속 읽어 보겠습니다.
이 책도 솔출판사에서 나왔네요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3-01-19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지금 솔 출판사걸로 모으고 있어요.
책이 이뻐서~^^;;;
전집이 꽤 되더군요.
이제 <올랜도> 한 권 한 장 읽었습니다. 아~~ㅜㅜ

은하수 2023-01-19 21:42   좋아요 1 | URL
솔 출판사에서 전집으로 나온거죠?
1권이 <등대로>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모으는 재미가 있을법한 책 장정이었어요
전 일단 참아보겠습니다.
<올랜도> 재밌게 읽으시길요^^

바람돌이 2023-01-19 2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솔출판사걸로 모으고 있어요. 역시 전집으로 나온거니까 뽀대가..... 번역을 논할 능력이 안돼서 그 부분은 패스!!! 진짜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읽기 쉬운 작가는 버지니아 울프뿐이지 않을까요? 소설 진짜 어려워요.
앗 그리고 열린 출판에서 나온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도 모았구요. 이제 읽기만 하면 됩니다. ㅎㅎ

은하수 2023-01-20 01:47   좋아요 0 | URL
전집이 멋지긴 하죠
책꽂이에 꽂아두고 책등만 봐도 뿌듯함이야 이루 말할수 없죠!
저 열책들 좋아하는데-특히 민음사 대비해서요 근데 딸램이 저보고 이상하다고... 그래도 전 열책에 한표요
산문선은 저도 열책으로 해볼까요? 자꾸 안사야하는데.... 고민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