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 제도화된 수렁들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크리스틴 델피 지음, 김다봄.이민경 옮김 / 봄알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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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이혼, 유산 상속 등의 사회 제도, 특히 가부장제 하에서 여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무엇 하나도 정당하게 취하지 못했고 착취 당했던 과거를 다시 읽고 있으니 답답했지만 오늘날 내가 그나마 누리고 있는 가시적인 결과물들을 생각하며 끊임없이 투쟁해야 함을 다시 인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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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은 인간보다 강하다 - 생태계 파수꾼 꿀벌에 관한 모든 것
마리 클레르 프레데릭 지음, 류재화 옮김 / 뮤진트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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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유예 기한 내에 사라지게 될 거라는 말들을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궁금했었다. 우리 인류는 선사시대로부터 꿀벌과 꿀을 귀하게 여기고 숭배했음을 밝히고 있으며 '꿀'이라는 말의 어원을 찾아보고 꿀을 취하기 위해 행한 각종 사냥의 방법들, 황금을 주조하기 위해 밀랍을 이용하고 왕은 권력의 상징이었던 꿀로 술을 만들어 하사하고 꿀로 병을 치료하고 그 진미를 맛보면서 다시 각종 과자류와 빵 등을 만들어 취하는 과정들을 이 책에서 보여준다. 하지만 가장 궁금했던 건 제목에서도 시사하는 바와 같이 꿀벌이 인간보다 더 오래 살아남게 될 것인지, 또는 오늘날 환경의 파수꾼이라는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도 어느 순간 사라지게 될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이 이 책을 읽은 가장 큰 목적이었다. 



꿀벌이 소멸한 직후 모든 식물이 사라질 것이란 가설은 그럴 법하지 않다. 예를 들어 호주나 뉴질랜드와 같이 최근에 꿀벌이 도입된 곳이 있지만, 그곳에서도 식물은 자라고 있었고 1939년 꿀벌이 도입되기 이전부터 이미 농업이 시작되고 있었다. 또한 꿀벌들만이 꽃식물의 수분 매개자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다른 곤충들(뒝벌, 나비, 딱정벌레 같은 초시류), 새나 박쥐 같은 척추동물, 심지어 바람도 그 역할을 한다. 전체 수분 중에서 꿀벌이 16.6 퍼센트만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꿀벌이 멸종하면 야생 식물군에 상당한 변화가 관측될 것은 분명하다. 몇몇 장미과, 철쭉과, 또는 소관목류(금작화 등), 꿀풀과, 도는 초본식물 등 벌에 의존하는 식물군은 사라지거나 감소할지도 모르지만 다른 종들이 이들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하지만 안심하자. 생명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251쪽)." 반면 재배 식물에 대해서는 꿀벌의 의존도가 높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 재배하는 식물 종의 84퍼센트가 꿀벌에 의존하고 있다. "만일 꿀벌이 사라진다면 농업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고, 여러 식량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다. 벌이 사라진 후, 거의 의심할 바 없이 혹독한 적응을 해보겠지만, 모든 식물이 다 멸종하고 인간도 이 지구 행성에서 4년 안에 사라질 거라는 것은 과장이다(252쪽)," 



집꿀벌이 사라지는 이유는 여러가지로 다양해서, 지금까지의 결과로는 무엇 하나 단정지을 수 없다. 살충제의 위해한 영향, 농업 관행의 강화, 농경지의 통합(보다 합리적이고 수익성 있는 농경지를 만들기 위해 작은 구획들을 하나로 통합해 큰 단위 농지로 개발하고 있다), 제초제 사용으로 인한 토끼풀을 비롯한 잡초의 소멸, 식물의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획일화된 문화의 확대 등이 원인일 수도 있고 벌에 기생하는 진드기들의 공격, 꿀벌 번데기의 부패병, 바이러스나 버섯, 말벌의 공격도 무서운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랑스에서는 파괴적인 살충제 사용을 금지하고 있고 벌이 기생충 공격에 저항할 수 있도록 저항력이 강한 벌을 키우기 위한 유전학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특히 많은 생산성을 보이는 꿀벌들을 선별하고 어느 지역 환경에 서도 적응하는 꿀벌들을 선별하여 보편적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즉, 오늘날 양봉가의 과제는 유전자 자원을 보존하고 생물학적 다양성을 확보해 자연 속에서 꿀벌들이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리하게 벌들을 이동시키는 '이동목축', 즉 꿀의 생산을 다양화하기 위해 꿀벌들을 이동시키는 작업을 하지 말아야하고, 정확히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과잉 먹이기(벌들에게 설탕 시럽을 주는 일)'를 하지 말아야 한다. 무분별하게 외국 여왕벌을 수입하는 일은 벌들의 지역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애쓰는 양봉가들의 노력을 무효화시키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럼에도 벌들의 생태에 대해 낙관적인 시선을 갖게 되는 것은 '벌들의 경이로운 적응력'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상이한 여러 지질 시대에도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것, 그것은 멸종의 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스스로의 자원을 발견해냈다는 것을 뜻한다. "생태계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자기 공간과 시간, 그리고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258쪽)"  그래서 작가는 "꿀벌은 인간보다 강하다"라는 제목을 붙인 것인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우리는 기이한 반전을 목도하고 있다. 벌은, 그 벌집의 조직과 이른바 도덕적 자질, 꿀 제조라는 생산활동 때문에 모든 자연물 중 재배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현대문명에 의해 초래된 자연의 위기로 이제 자연의 상징이 된 것이다. 벌은 환경의 파수꾼이다. 어던 대가를 치르더라도 보존해야 할 생물 다양성의 파수꾼이 된 것이다. 벌은 사실상 식물계를 지배한다. 정말 감각 있고 분별력 있는 방식으로, 유일무이하고 절대적인 방식으로 그 식물의 영속성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258쪽)

꿀벌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환경의 중요성과 그 보존에 대한 더욱 커져만 가는 인식 및 양심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벌들이 꿀을 생산한다는 사실 그 자체는 결국 부수적인 것이 되었다. 벌들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이전처럼 인간 사회만이 아니라 지구라는 행성 자체를 감시한다는 것이다. (259쪽)

환경에게 이롭기 그지 없는 이 공경받아 마땅한 벌의 행위로 생산된 자연 산물인 꿀은 따라서 이런 인식의 상징이 되었다. 진정한 꿀을 소비하는 것은, 벌들을 보호하고 싶다는 것이고, 이것은 어떤 면에서 "지구에게 선을 행하는" 일이다. 오늘날, 꿀은 이제 우리의 상처만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세계의 상처를 치료한다. (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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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 제도화된 수렁들>
유산상속 : 공공연한 불리의 세습
--->대물림과 계급 내부의 구성


대물림이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을 영입하는 방식이었고 대물림이 ‘절차‘로서 기능한다는 점, 자식(장자인 아들)이 아버지의 ‘위치‘를 점하는 ‘움직임‘과 대립하는 효과는 자식들(장자 이외의 아들들과 딸들)을 아버지의 위치로부터 배제하는 것이다. 후자가 대물림의 ‘고전적인‘ 효과인 전자의 조건이라는 점에서 두 효과는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대물림은 하나의 ‘움직임‘에서 생겨나는 불가분의 두 가지의 효과의 총체다.

대물림은 보편적으로 자연 현상처럼 간주된다. 
상호적으로 아버지의 위치를 자식이 차지하는 행위는 안정성으로 평가된다. 대물림은 따라서 이중으로 관성적이다.하나는 ‘자연‘적인 상태로서, 다른 
하나는 ‘움직임이 없는‘ 상태로서 그렇다. 이는 뒤이은 절차가 부재하게끔 이끄는, 절차가 부재한 상태로 이해된다. - P90

그러나 대물림이 사회적 현상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대물림이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을 영입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영입 방식으로서 대물림은 반드시 행위를 필요로 하며 따라서 대물림이 ‘절차‘
라는 점 역시도 명백하다. 그러므로 자식이 아버지의 위치를 점하는 것은 그 자체로 ‘움직임‘이다. 이때 대물림이 발휘하는 또 다른 효과는 앞서 언급한 움직임과 대립하는 성격의 것으로서, 자식들을 아버지의 위치로부터 배제하는
것이다. 이 두 효과는 서로 연관되는데, 모두 대물림
의 효과이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후자가 대물림의
‘고전적인‘ 효과인 전자의 조건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대물림우 하나의 움직임에서 생겨나는 불가분의 두 가지 효과의 총체다. - P91

그러므로 우리는 사회적 위치의 대물림을 설명할 때 ‘안정성‘이라는 용어를 지양해야 한다. 또한 대물림이라는 명칭을 그 두 효과 중 하나로 한정하지도 말아야 한다. - P92

결론적으로, 대물림은 계급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나 계급간 ㄱㅐ인들의 움직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계급 자체의 구성에 작용한다.
 바로 계급 ‘내부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대립된 범주
와 지위의 존재 및 그 생성에 관여하는 것이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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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음을 가꾸는 식물
작가가 뽑아낸 잡초, 나의 식물을 먹어치우는 작은 곤충, 그리고 풀의 종류는 약간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원 일은 다 비슷해서 이해가 백퍼센트 잘 된다는게 너무 신기하다.
작지만 나만의 정원을 갖게 될거란 생각은 불과 얼마 전까지도 해본 적 없었는데 지금의 내 삶에서 정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정원에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면서 얻는ㅡ 어느 순간 정화된 듯한 느낌과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ㅡ
‘원예 카타르시스‘는 경험해 본 사람만 알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식물을 키울 때는 기본적으로 일을 약간 미룰 수는 
있지만, 계절과 싸울 수는 없다. 다음 주에는 이 씨를 뿌리고 저 모종을 심어야 한다. 일을 미루면 기회를 놓치고 가능성을 박탈당하지만, 흐르는 강물에 뛰어들듯 일단 씨앗을 심어놓으면 우리가 계절의 에너지에 실려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때가 온다. - P19

나는 특히 초여름에 하는 정원 일을 좋아한다.
그때는 성장의 힘이 가장 강하고, 땅에 심을 
것이 너무도 많다. 
한번 시작하면 멈추기가 싫다. 보통 어스름한 새벽빛 속에서 시작해 어두워져서 앞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일한다. 일을 끝낼 때쯤이면 불을 환하게 밝힌 집의 온기가 나를 안으로 끌어들인다. 다음 날 아침에 살그머니 나가 보면, 내가 일한 곳이 밤사이에 제대로 자리가 잡혀 있다. - P18

물론 당연히 계획이 틀어지는 경험도 한다. 기대 속에 나갔다가시들어버린 어린 상추나 이파리가 다 떨어진 케일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 민달팽이와 토끼의 분별없는 식습관이 분노발작을 일으키기도 하고, 잡초의 끈질긴 생명력이 진을 빼놓기도 한다. - P20

식물을 돌보는 기쁨이 모두 창조 행위와 관련되지는 않는다. 정원에서 파괴적인 행위를 하는 일의 좋은 점은 그것이 용인 가능할 뿐아니라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정원은 온통 잡초에 뒤덮인다. 그래서 정원 일의 많은 행동이 공격성을 띠고 있다. 전정가위를 들고 가지를 치거나 땅을 깊이 파헤치거나, 민달팽이를 없애고먹파리를 죽이거나, 바랭이 풀을 뜯어내고 쐐기풀을 뽑거나 하는 일들이 그렇다. 우리는 복잡한 생각 없이 이런 일에 힘을 쏟을 수 있다.
그것은 성장을 돕는 파괴이기 때문이다.  - P20

정원에 나가 한참 동안 일을하다 보면 녹초가 될 수 있지만, 내면은 기이하게 새로워진다. 식물이아니라 마치 나 자신을 돌본 듯 정화한 느낌과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이것이 원예 카타르시스다. - P20

원예는 반복이다. 내가 이만큼 하면 자연이 그만큼 하고, 거기 내가 응답하면 자연도 다시 응답하는 식으로 반복하는 게 대화와 비슷하다. 속삭임도 아니고 고함도 아니고 어떤 이야기도 아니지만, 이 주고받음 속에는 느리지만 계속 이어지는 대화가 있다. 때로는 내가 느린 쪽이 되어서 잠시 입을 다물기도 한다. 식물이 그런 방치를 견디고살아남아주니 감사한 일이다. 잠깐 떠났다 돌아오면 훨씬 흥미롭다. 내가 없는 사이 다른 사람이 무슨 일을 했나 싶은
기분이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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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듀의 사랑

"아니라네. 그 아이가 아프다고 들었네. 들일을 너무 무리하게 해서 벌써 며칠째 앓고 있다고 베르트랑이 말해 주더군. 나는 내일쯤 어떤가 들러 보려 하네. 형편만 되면 오늘이라도 가 볼 참이고" 신부가 대답했다. - P147

신부의 말 가운데 아즈너의 귀에 제대로 들린 것은 ‘그 아이가 아프다네‘라는 말뿐이었다. 그는 잠깐 아무 의미도 없이 망설이는 듯하더니 돌연 단단히 결심을 굳힌 사람처럼 사제관을 빠져나왔다. 자기집 쪽으로 걸어가는가 싶더니 자기 집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지나쳤다. 좁은 길을 따라 아래쪽으로 곧장 걸어 내려간 그는 그날 랄리가 사라지는 걸 봤던 바로 그 숲으로 들어갔다. - P147

숲속은 온통 어둑하게 그늘이 져 있었다. 해는 서쪽으로 이미 많이 저물어 빽빽한 나뭇잎들 사이로 한 줄기 빛도 제대로 비추지 못했다. - P147

랄리의 집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즈너는 왜 전에는 그곳엘 가본 적이 없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마을이나 이웃의 다른 아가씨들은 종종 찾아다니기도 했으면서 왜 그녀에게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것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즈너의 가슴속 깊은 곳에자리 잡고 있어서 아즈너 자신도 그저 어렴풋하게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녀의 비참한 삶을 보고야 말 것같은 두려움! 아즈너는 그 고통을 견딜 자신이 없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마침내 그녀에게 가고 있었다. 그녀가 아픈 지금! 그는 곧 기억 속에만 남아 있는 그 허물어진 현관 앞에 서게 될 것이다. - P147

폭풍우

그들은 격렬하게 쏟아지는 억수 같은 비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팔에 안겨 폭풍우의 굉음을 들으면서 웃고 있었다.
그 어둡고 불가사의한 방에서 그녀는 뜻밖의 경이로운 존재였다. 자신이 당연히 누려야 할 타고난 권리를 처음으로 깨달아 가는 단단하고 탄력 넘치는 그녀의 육체는 태양이 이끄는 대로 세상의 영원한삶을 위해 자신의 숨결과 향기를 거침없이 풍기는 매끄럽고 부드러운 백합 같았다. - P206

꾸밈도 거짓도 없는 그녀의 충만하고 아낌없는 열정은 그의 깊고깊은 관능의 본성을 꿰뚫어 들어와 그 속에서 감응하는 하얀 불꽃같았다. 그도 이런 놀라운 경험은 처음이었다.
부드럽게 애무하는 그의 손길에 그녀의 가슴은 황홀한 듯 전율하며 거침없이 그의 입술을 원했다. 그녀의 입에서 희열의 신음 소리가 분수처럼 흘러넘쳤다. 마침내 그가 온전히 그녀를 소유했을 때,
두 사람은 삶의 신비라는 그 아스라한 경계에서 한 몸이 되어 혼절한 것 같았다. - P206

으르렁대는 천둥소리가 멀리 사라져 갔다. 널빤지 지붕 위로 부드럽게 떨어지는 비가 그들을 나른한 졸음과 아스라한 잠으로 유혹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 P207

보빈트와 비비도 마음이 놓이면서 즐거워졌다. 세 사람이 식탁에앉았을 때 끊임없는 웃음소리가 얼마나 크게 계속되었는지 저 멀리 라발리에르 동네에 사는 사람도 들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 P208

클라리세로 말할 것 같으면 남편의 편지를 받고 황홀할 정도로 기폈다. 그녀와 아기들은 잘 지내고 있었다. 사교 생활도 마음에 들었다. 많은 옛 친구들과 지인들이 그 빌록시 베이에 살았다. 결혼 이후처음 맛보는 자유로움이 아가씨 때 느꼈던 기분 좋은 자유를 다시가져다주는 것 같았다. 남편에게는 헌신적이었던 만큼 그들의 친밀한 부부 생활은 중요한 것이었지만 당분간은 기꺼이 그녀 마음대로해나갈 용의가 있었다.
- P209

그렇게 폭풍우는 지나갔다. 모두가 행복했다. - P209

한 시간 동안의 이야기

뭔가가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었고, 그녀는 두려움 속에서 그것을기다리고 있었다. 무엇이었을까? 그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너무도묘해서 뭐라 말하기도 어려운 그것. 하지만 그녀는 느끼고 있었다.
하늘에서 나와 대기를 가득 채운 온갖 소리와 향기와 색채들을 가로지르며 천천히 그녀에게로 다가오고 있는 그것. - P221

그녀의 가슴이 격정적으로 고동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제 그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다가와 그녀를 소유하려는 그것. 그녀는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의지로 그것을 밀쳐 내려고 애써 보았지만 가늘고 흰 두 손이 그렇듯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마침내 그녀가 그 노력을 포기하고 말았을 때 보일 듯 말듯 살짝열린 그녀의 입술에서 나지막한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녀는 그 말을 나지막이 여러 번 속삭였다.
"자유, 자유, 자유!" - P206

 하지만그녀는 그 쓰라린 순간을 넘어 오롯이 그녀 자신의 것으로만 지속될 앞으로의 기나긴 세월을 보았다. 그녀는 두 팔을 활짝 열고 그 시간을 반갑게 맞아들였다.
앞으로 다가올 그 세월에는 그녀를 대신해 살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녀 스스로 살아갈 것이다. 자신의 의지를 타인에게 강요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맹신하면서 집요하게 그녀의 결심을 꺾으려는 그 어떤 강력한 의지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짧고 강렬한 이 정신적 각성의 순간에 돌이켜 보면, 친절한 의도에서건 잔인한 의도에서건 상관없이 타인의 의지를 꺾는 그 행위는 범죄나 다름없었다. - P222

그때 누군가가 열쇠로 현관문을 열었다. 여행으로 인한 약간의 피로감을 보이면서 여행 가방과 우산을 들고 태연하게 들어선 이는 바로 그녀의 남편 브렌틀리 맬러드였다! 그는 사고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기 때문에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귀청을 찢을 듯한 조세핀의 비명 소리와 
맬러드 부인이 그를 보지 못하게 막으려는 리처즈의 재빠른 움직임에 깜짝 놀란 그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나 리처즈는 너무 늦었다.
나중에 의사들은 너무나도 엄청난 기쁨이 불러온 심장마비가 그녀의 사망 원인이라고 말했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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