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씨 허니컷 인생의 중요한 한 순간이 이렇게 재생된다. 용감하게 마주해서 이겨 나가자!
햇빛 한가운데서 여자가 빨래를 널고 있었다. 반짝거리는 갈색 머리는 목뒤에 핀으로 고정되어 있 고 앞치마는 따뜻한 바람에 살랑거렸다. 나무 그늘 밑 퀼트 방석 위에는 분홍색 모자를 쓴 아기가 앉아 있었다. 아기 엄마는 베개잇을 털어 줄에 널면서, 아기에게 뭔가 다정한 말을 건넸다. 아기가 웃으며 손뼉을 치자, 엄마가 허리를 굽혀 아기를 안아 올리고 뱅뱅 돌렸다. - P356
그 모습을 보고 나는 가슴에 총을 맞은 것 같았다. 나는 눈을감으려고 했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엄마와 여자아이에게 고정된 눈은 점점 더 크게 벌어졌다. 귓가에 낮은 콧노래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점점 작아졌다. 마침내 아기가 된 나는 엄마 품에 안겨 있었다. "넌 내 하나뿐인 아기 토끼야." 엄마가 달콤하게 속삭였다. 엄마는 나를 빙빙 돌렸다. 나뭇잎들이 흐릿한 녹색 덩어리처럼보였다. "넌 나를 떠날 수 없어, 세실리아. 날 떠나지 않겠다고약속해줘." 엄마는 내게 코를 부비며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린 항상 같이 있을 거야." - P357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영화의 슬로모션처럼, 내 손에서 복숭아가 떨어져 퍽 뭉개지고 공중으로 튀는 과즙이 보였다. 나는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마음속 깊은 곳의 상처를 느꼈다. 바로 그때 엄마의 마지막날에 대한 진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그 진실이 눈앞에 펼쳐졌다. - P357
나는 침대에 누워서 로빈슨 가족』을 읽는 데 푹 빠져 있었다. 그때 엄마가 복도를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들어보니 엄마가 문가에 서 있었다. 엄마의 광기를 드러내는 푸른 눈에 검은색 아이라이너가 칠해져 있고, 입술에는 분홍색 립스틱이 얼룩져 있었다. 그리고 그 하얀 드레스와 빨간 구두. 손에는 왕관이 들려 있었다. - P357
내가 대답을 하지 않자 엄마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오, 제발, 씨씨. 드레스를 고르러 가자." 나는 엄마를 쏘아보았다. 처음도 아니지만, 그 순간 엄마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싫어요. 더이상은 참을 수 없어요난 파티 드레스를 입지 않을 거예요. 난 바보 같은 미인대회에 나가지 않아요. 난 엄마처럼 되지 않을 거예요!" ......
내 말에 대꾸하는 엄마의 목소리엔 상처받은 기색이 역력했다. "안 가면 후회할 거야." - P359
엄마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가 땅에 떨어졌을 때, 엄마의 발에서 벗어진 구두와 잔인하게 뒤틀린 팔다리와 피가튄 시폰 드레스가 눈에 보였다. 엄마의 눈이 커지고 입술이 벌어졌다. 엄마의 손가락은 뜨거운 도로 위에 마지막 인사를 타이핑하려는 듯 씰룩거렸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던 듯, 모든 일이 생생했다. 내가 그 모든 장면을 다 본 것 같았다.
엄마의 목소리가 계속 맴돌았다. "안 가면 후회할 거야………… 후회할 거야.………… 후회할 거야....……. 나는 차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내 마음은 죄책감으로 곪아버렸다. 나는 자동차로 기어들어가 무릎을 가슴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러나 엄마의 목소리와 길거리에 죽어 누워 있는 모습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마에서땀이 흘러내렸다. 온몸이 불덩어리였다. - P360
"오, 아가. 그래서 그렇게 힘들었던 거니?" 할머니가 이불을덮어주고 내 손을 잡았다. "엄마의 죽음은 너랑 아무 상관이 없어, 세실리아 내가 장담할게 인간의 마음은 놀라운 거란다. 우리가 자신을 보호할 수 없을 때, 마음이 우리를 보호하지. 때때로 우리가 안고 있는 고통이 너무 무거워지거나 깊어지면, 우리는 그 고통에 항복해야 해. 고통이 우리를 쓰러뜨리고 무너뜨리게 내버려두는 거지. 마침내 바닥을 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한동안 평안하게 쉴 수 있단다. 그리고 점점 고통이 줄어들면서 다시 세상에 나갈 수 있는 준비가 되는 거야. 그러면 우리는 일어설수 있어." 투티 할머니가 몸을 숙여 나를 감싸안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나를 안고 있었다. -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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