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베르톨트 브레히트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김남주 옮김,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남풍, 1988)


책을 펼치니 브레히트의 시가 먼저 나온다.
다음 페이지에 작가의 글(화)...
그래서 신형철의 시화인가보다.
한 챕터씩 읽기 좋을 것 같다.
다만, 빌려온 책이라 여유를 가지고 읽지는 못할듯하여 ...좀 아쉽겠다.
결국 구입하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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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

오랜 시간,*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 왔다. 때로 촛불이 꺼지자마자 눈이 너무 빨리 감겨 ‘잠이 드는구나.‘라고 생각할틈조차 없었다. 그러다 삼십여 분이 지나면 잠을 청해야 할 시간이라는 생각에 잠이 깨곤 했다. 그러면 나는 여전히 손에 들고 있다고 생각한 책을 내려놓으려 하고 촛불을 끄려고 했다.
나는 잠을 자면서도 방금 읽은 책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는데, 그 생각은 약간 특이한 형태로 나타났다. 

*오랜시간 불면에 시달리며 잃어버렸던 시간을 풍요롭고 창조적인 시간으로 바꾸는 것, 바로 이것이 이 작품의 주제다.
(역주)


~~첫 문장부터 역주가 붙는다.
아이고ㅠㅠ
하긴 역주가 없으면 읽어나가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내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을 날이 올거라곤 상상해 본 적도 없다. -그 방대한 양에 질리고 이렇게 시작부터 역주가 줄줄이 따라오는 책은 읽으면서도 이해가 쉽지 않을 거란걸 생각하기 때문인데...책을 펼치는 순간 또 작가의 생각이랄지 사상이랄지가 주루룩 이어지면... 여기부터 읽을까 말까 고민하며 고비를 넘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음사에서 이번에 완간된 13권 세트의 장정은 읽기 욕구를 마구 표출하도록 유혹?한다. 넘 이쁘잖아요~~
소장욕구도 뿜뿜~~~!
사실 책을 읽어보기로 하자 도전을 마음먹게된 계기는 따로 있는데, 바로 이 책을 먼저 읽고 계셨던 이웃 친구님들의 쉽게 쓴? 리뷰를 여러편 보았기 때문이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책을 보고 마음에 와닿는 리뷰를 읽다보니, 이 방대한 책을 보고 내가 모든 내용을 기억하는건 사실상 불가능하니 나에게 와닿는 내용만 기록으로 남기며 읽어나가면 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고.
그래서 소심하게 일단 1 권을 먼저 질러버렸다.
오늘부터 대장정이 시작된 느낌!
끝까지 가보자.


날이 너무 추워 집에 있을까 하다가,
집 근처 카페에 나가보기로 했다. 카페 어디가 좋을까 고민하며 그 곳에서 이 책을 읽고 있을 나를 떠올려본다.


작년에 거의 35 년을 살아왔던 아파트를 탈출하고 이사온 우리집... 이름하여 전원주택! 근데 겨울은... 넘 춥다!
난방비, 전기요금(태양열 발전도 함에도 불구하고) 정말 장난 아니게 많~~이 나온다.
차라리 커피값 쓰고 나가는 것이 낫다.^^
하지만 아직은 시간이 이르다.
카페도 따뜻하게 데워질 시간이 필요하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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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러한 열정을 누리는 일은 한 권의 책을 써내는 것과똑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장면 하나하나를 완성해야 하는 필요성, 세세한 것까지 정성을 다한다는 점이 그랬다. 그리고 몇 달에 걸쳐서 글을 완성한 후에는 죽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이 열정이 끝까지 다하고 나면 -‘다하다‘-라는 표현에 정확한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
겠다ㅡ죽게 되더라도 상관없을 것만 같았
다. - P19

가끔 내 집에 묵으러 오는 아들들에게 그
사람과의 관계를 감추지 않았다. 그와의
 관계를 수월하게 유지하기 위해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을 아들들에게도 일러두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집에 와도 되는지 알기 위해 미리 전화를 걸어주었고,
A가 온다는 연락이 있으면 집에 있다가도 서둘러 돌아갔다. 이렇게 주변을 정리해두었기 때문에 최소한 겉으로는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았다. 그러나 어렸을 적에 불장난 같은 연애사건을 부모에게 숨겼듯이 아이들에게도 이번 일을 비밀로 하는 편이 나았을지도 몰랐다. 물론 아이들에게 판단받고 싶지 않아서였다. 부모와 자식은 육체적으로 너무도 가까우면서도 완벽하게 금지되어 있어서, 서로의 성적 본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무척 불편한 사이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엄마의 알 수 없는 침묵과 멍한 시선 속에 드러나는 육체적 욕망을 자연스럽게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아이들은 그런 순간에 빠져 있는 엄마를 늙은 수고양이를 따라다니는 발정난 암고양이쯤으로 생각할 뿐이다."


*<마리 끌레르> 지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젊은이들은 이혼했거나 별거 중인 어머니가 연애를 하는 것에 대해 가차없이
비난하고 있다. 한 소녀는 원망에 가득찬
말투로 "엄마의 애인은 엄마가 허황된 꿈만 꾸게 만들어요." 라고 주장했다. 하지
만 외로운 엄마에게 그보다 더 위안이 되는
일이 있을까?(원주)

- P22

그 사람과 사귀는 동안에는 클래식 음악을 한 번도 듣지 않았다. 오히려 대중가요가 훨씬 마음에 들었다. 예전 같으면 관심도 갖지 않았을 감상적인 곡조와 가사가 내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런 노래들은 솔직하고 거리감 없이 열정의 절대성과 보편성을 말해주었다. 실비 바르탕이 노래한 <사람아, 그건 운명이야>를 들으면서 사랑의 열정은 나만이 겪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대중가요는 그 당시 내 생활의 일부였고, 내가 사는 방식을 정당화시켜주었다.


*단순한 열정에 빠진 문학교수는 예전처럼 바흐를 듣거나 사르트르를 읽지
않고 유행가와 영화에 공감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란다. 부르디외의 견해에 따른다면 문화소외계층이 도무지 진입할 수 없는 취향영역이 음악이다. 다시 말해
신분상승과 더불어 취미, 의상, 입맛 등이 바뀌지만 음악에 대한 감수성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작가는 전남편
의 권유로 가까스로 바흐를 듣게 되었지만
연인에게 버림받자 <마태수난곡>보다는 실비 바르탕의 노래에 절감하게 된다.
---(옮긴이의 말 ) 중에서

~~~난 개인적으로 미술이 더 그렇던데...

- P23

그 사람이 유부남이라는 사실은 내게 많은 제약을 강요했다.
전화를 하거나 편지를 보낼 수도 없고, 선물을 할 수도 없었다.
그 사람을 난처하게 만들게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사람이 한가할 때나 겨우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별로 불평하지 않았다. - P31

그 사람의 전화만 기다리며 고통을 겪는 일이 너무 끔찍해서그와 헤어지기를 원했던 적이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럴 때면 나는 그 사람과 헤어지는 순간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아무것도기대하지 않으며 사는 나날들이 되풀이되겠지. 나는 결국 어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사람에게 다른 여자, 아니 여러 여자가있다고 하더라도(그의 곁에 있는 여자가 한 명일 경우 내 고통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 사람과의 만남을 계속하기로 했다. 모든 것이 사라지리라는 걸 예감하면서도, 지금이 오히려 행복하다고 생각
했다.
- P39

그 사람은 6개월 전 프랑스를 떠나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다시는 그 사람을 만나지 못할 것이다. 처음에는 새벽 두시면 어김없이 잠에서 깨어났다. 내가 죽었는지 살아 있는지조차 알 수없었다. 온몸이 아팠다. 나는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고통은 도처에 있었다. 차라리방에 강도라도 들어와 나를죽여주었으면 싶었다. 낮 동안에는 버려졌다는 상실감에 사로잡혀 하는 일 없이 우두커니 앉아 있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무슨 일이든 하려고 노력했다(상실감에 사로잡힌다는 말은 내게우울증에 빠지거나 술을 마시기 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 P45

언제인지 정확한 날짜는 알 수 없지만, A가 떠난 지 두달쯤지난 후부터 "작년 9월 이후로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나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A와의 관계에 관련된 것들은 무엇이든 정확히 기억할 수 있었다. 
- P52

어느덧 4월이다. 이제는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곧바로A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한다거나 영화를본다거나 외식을 하는 등 ‘일상의 작은 기쁨을 누려보겠다는생각에도 거부감을 덜 느끼게 되었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열정의 시간을 살고 있다(잠에서 깨어나도 더이상 A 생각을 하지않는다고 공언하게 될 언젠가에 비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그사람이 예전처럼 그렇게 내 일상을 집요하게 차지하고 있지는않다. - P57

전쟁이 터지고 첫번째 맞는 일요일 저녁, 전화벨이 울렸다.
A의 목소리였다. 잠시 동안 나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나는 울먹이며 그 사람의 이름만 되풀이해 불렀다. 그 사람도 "나야, 나라고 하는 말만 천천히 반복했다. 그는 당장 나를 만나고 싶다며택시를 타고 오겠다고 했다. 그 사람이 도착하기 전까지 30분 정도
의 여유가 있었다. - P63

그 사람은 "당신, 나에대해 책을 쓰진 않겠지" 하고 말했었다. 나는 그 사람에 대한 책도, 나에 대한 책도 쓰지 않았다. 단지 그 사람의 존재그자체로 인해 내게로 온 단어들을 글로 표현했을 뿐이다. 그 사람은 이것을 읽지 않을 것이며, 또 그 사람이 읽으라고 이 글을 쓴 것도 아니다. 이 글은 그 사람이 내게준 무엇을 드러내 보인 것일 
뿐이다. - P66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
나 긴 드례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따
위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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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
올여름 나는 처음으로 텔레비전에서 포르노 영화를 보았다.


*아니 에르노 처음 읽는 책
다른 책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며 읽기 시작해본다.
김환기 화백 전시회 가는 차 안에서 읽으려
한다. 중편 정도 분량이라 금방 읽을 수 있을 듯!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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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2-15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완독 하셨을 것 같습니다

전시화 가는 자동차 이동중에 독서는
눈, 시력에 좋지 않은뎅 ^^

은하수 2022-12-15 09:32   좋아요 1 | URL
네^^ 완독했어요
눈에는 확실히 안좋아요 점점 떨어지는 시력 때문에 아주 슬프죠 ㅠㅠ
너무 짧아서 아껴 읽으려고 부득불 집 올때까지 참았어요^^
 


<첫문장>
올여름 나는 처음으로 텔레비전에서
포르노 영화를 보았다. (P7)


*아니 에르노 처음 읽는 책
다음책으로 이어질수 있길 기대하며 읽기 시작.
이따 화가 김환기 전시회 보러 서울가며 읽을 생각이다.
금방 읽을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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