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인생찬란 유구무언

 

      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몇 년 전에 읽은 신현림의 이 책을 떠올린다.  작가의 살아온 삶의 자세가 치열하고 진지해서 신간이 나올 때마다 사서 읽곤 한다. 더구나 눈으로는 잘 읽히지만 마음으로는 더디 읽히는 사진도 마음에 든다.

 

     오십 중반의 어중간한 나이에 남편이 거취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그처 책읽고 가르치는 것 뿐인데 그 자리에 그냥 있어야 할지, 아니면 털고 나서야 할지 갈등을 겪고 있다. 하는 일에 대한 어려움이 아니라 인간관계에 고전을 하고 있는 탓이다. 원칙주의자이고 소신과 명분을 중요시 하며 살아왔는데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소통이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어디까지 남편에게 조언을 해야할 지 좀 막막하다. 이미 남편은 사십 대 초반에 한 번 자리를 바꿔앉았다. 또다시 다른 길을 가기에는 무리가 있고 위험부담도 많다. 이제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가 아니고 하고 있는 일을 좀 더 잘하고 제대로 마무리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할 터이다.

 

    이런 문제들을 안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온전히 '오늘 하루'를 사는 일에만 집중한다. 저녁 무렵 집으로 오면 내일 해야 할 일만 생각한다. 그렇게 살아보니 그것도 살아가는 한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 산을 오를 때는 먼곳까지 바라보지는 말 일이다. 

    

    어제는 남편과 소통이 어렵다는 사람들 열 다섯 명과 하동에 벚꽃 나들이를 다녀왔다. 일제히 만개한 꽃들은 우리들의 복잡한 마음을 알리 없겠지만 그래도 많은 위로가 되었다. 꽃은 피었다가 지고 세월이 흐르면 다시 핀다. 내 인생도 지금 밤이 지나고 나면 다시 새벽 여명이 다가올 것이다.

 

     아, 인생찬란 유구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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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4-17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좋은 사진들인데, 역시 사람이 있는 풍경이 더 멋진 것 같아요. 나무(자연)가 얼마나 큰지도 그 대비로 알 수 있고요.

소통, 인간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가 아닌가 싶네요. 각자 지나온 삶의 역사가 다르고 현재의 환경이 다를진대, 어떻게 생각이 같겠습니까. 늘 어려운 문제예요.

사진과 글, 잘 보고 갑니다. 꽃의 아름다움을 잘 담아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