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자지껄한 자리를 평소 좋아하지 않는 편이나, 나가야 할 경우가 있다.  구석에서 사람들의 태도를 구경하는 것으로, 그 불편함을 참는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이후 몇 년 동안 챙겨본 공통된 의례들. 그 안에서 특히  나같은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들을 습관적으로 '날리는지' 관찰해 본 적이 있었다.(물론 의도된 것은 아닌, 지금에 와서야, 관찰이란 표현을 쓸 수 있을 정도의 내 기억의 탓 때문일 것이다) 

그 중에서 내가 이상하게 싫어하는 남자들의 멘트 중 하나는 이런 것이었다. 자취하는 남자들의 그 식상한 멘트.  일단, 여자가 남자가 자취중이란 것을 알게 되는 상황. 그 남자가 아주 오랜 자취생이란 걸 알게 되면, 식상하게 이런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한다. "와, 그럼 요리 되게 잘 하시겠다." 내 경험에 의하면 이런 경우, 거의 대부분 우결의 '정형돈'처럼 인스턴트 인생이라고 말하는 남자는 거의 없었다. 그 중에서 제일 식상한 건 역시 "김치볶음밥"으로 시작해서, 찌개 종류로 전개되는 남자의 자취 약력이다. 좀 특별한 사람은 '스테이크'도 혼자 잘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나도 오래 자취생활을 해봤지만, 대개 자취하는 남자들의 그 진부한 멘트들은 왜 정말 그 진부함의 테두리 속에서만 갇히는 건지 참 신기하다. '스테이크 잘 한다'는 건 왠지 우연히 만들어진 거짓말 같고, '김치볶음밥'은 오랜 자취생활을 했다기엔  자취생으로서의 독특함이 없는 메뉴같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10-07-11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귀여우시다 얼님~

얼그레이효과 2010-07-12 22:52   좋아요 0 | URL
^^;

마늘빵 2010-07-11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구마, 감자 삶기, 계란 삶기, 토스트 뭐 이런 것만... -_- 찌개는 김치찌개뿐. 그것두 이제 귀찮구, 여름이라 자꾸 냄새나구 썩어서 안 해요. 계란 삶기 기술은 발전했어요. 이제는 껍질이 잘 까져요. 전이랑 하는 방법은 똑같은데 신기하죠. -_-a

얼그레이효과 2010-07-12 22:53   좋아요 0 | URL
고구마 감자 삶은 것 먹고 싶네요 갑자기. ㅡ.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소위 '맛집'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더군다나 내가 제일 싫어하는 아침 10시용, 저녁 6시용 맛집 탐방 프로그램들의 휘황찬란한 '명함-광고'들을 창문에 붙여놓은 곳은 더욱 더 안 가게 된다. 

한국 사회에서, 대부분의 맛집은 사람들을 '훈련병'으로 만들게 하는 것 같다. 

훈련병 시절, 육개장 사발면을 30초 안에 먹어야 하던 때가 있었다.  

내게 맛집은 사람들이 말하는 '맛있다'와는 좀 다르다. 조용하게 파를 썰거나, 양념을 준비하는 아주머니가 혼자 텔레비전을 보며 식당을 채우는 그런 곳이 내겐 '맛집'이 된 지 오래되었다. 
  

다만, 같은 곳인데, 아주머니의 얼굴과 주 메뉴 그리고 간판이 자주 바뀐다는 걸 이해해야 하지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10-07-04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육개장 사발면을 30초 안에? 못 먹나요? ㅋㅋㅋ
훈련병 때 식판을 받자마자 국에 밥을 말아서 그대로 걸어가며 들이켜듯 먹고 바로 잔밥시켰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늘 그랬던 건 아니고 조교들이 열받았을 때 그런 무지막지한 고문(?)을 했답니다.
참~ 사람들이 먹는 거 가지고 말이야...^^

얼그레이효과 2010-07-05 00:18   좋아요 0 | URL
뜨거운 것 들이마시라고 하니 곤욕이더라구요.ㅋ

비로그인 2010-07-05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일이니~~~
그 뜨거운걸~~~ㅠㅠ

얼그레이효과 2010-07-05 00:37   좋아요 0 | URL
처음엔 혀에게 미안했는데,사람이 적응의 동물인지..또 나중엔 마시게 되더군요.ㅡ.ㅡ
 

'냉정하게' 운동을 하겠다고 카운터 줄넘기를 산 맹세가 무색하게, 동네 치킨 집에 전시된 바삭바삭한 치킨에 넘어갔다. 주인 아저씨랑 아주머니가 '보살 미소'를 지으며, 된장찌개-저녁을 뒤로 한 채, 기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시원한 데 앉으시지. 저기 저기." 라는 아주머니의 구수한 배려, "아. 괜찮습니다" 내 특유의 어색한 미소와 수줍은 말들을 전해주고, 닭이 튀겨질 동안 책을 읽었다. 

몇 분 후가 지나니, 기다리는 건 닭이 아니라, 병아리들이었다. 딱 봐도 "저, 대학교 1학년 1학기 막 끝냈어요"라는 인상을 풍기는 학생들이 "야, 여기 졸라 시원해"하며 우르르 몰려든 것이다. 어리다는 느낌과 다른 어떤 순박함이라고 할까. 뭔가 근사한 곳에서 방학용 뒷담화를 풀 것 같은 나이의 친구들이, 홍대 클럽 대신, 순하고 순하며 좁디 좁은 동네 치킨집을 들리다니. 속으로 이상한 웃음이 났다.  

넙적한 모자창과 피케이 티를 입은 남자 아이가, 아저씨는 아랑곳 하지 않고, "야. 여기 맥주에 소주 냄새 나"라며 왁자지껄 여러번 읊어댄다. 아이들은 들은 척 만 척 '졸라' 시원한 에어컨에 탐닉해 있고, 뽀얀 피부와 어색하게 염색한 머리를 빗어넘기는 여자 아이들과, 수줍게 그 모습을 쳐다보는 남자 아이들을 슬쩍 훑어 본 나는, "포장 다 됐어요"란 말에 순간 "네"하며 병아리가 되어 버렸다. 

엘리베이터 안을 채우는 치킨 냄새와 그 아이들의 모습을 동시에 섞어 놓으니.. 

"아차, 매콤 소스 안 받아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내가 요즘 글을 쓰는 데 지친 이유. 직언을 하자면, 다시, 민주주의를 생각하다 같은 교양강장제 같은 비평의 언어만이 난무하는 지식인의 그 죽은 언어들에 지쳤고, 그리고 그 언어가 주는 또 다른 상징폭력 속에서, 정치의 윤리적 전환이 강요하는 '의로움의 소비'만이 우리 비평의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는 현실에 개인적으로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지식인을 휘감고 있는 그 유럽- 정치철학의  윤리적 소비가, 지식인들의 진정한 언어를 대변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러우며, 그러한 언어를 소비하고 있는 대중들의 과장된 환호도 내 안에 어떤 불편함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왜 이런 언어를 무시하는가,라고 선전할 때마다, 그들이 들이대는 정치철학을 둘러싼 윤리적 마케팅의 언어는 내겐 너무나 불편하다. 여전히 87년의 '물화된 기억' 안에서 민주주의의 윤리적 언어만이 우리의 새로운 국민교육헌장이 된 듯하여, 숨을 쉬기 어렵고, 우리의 불편한 그 속내 그리고 감정들은 사람들이 오로지 소비하는 그 '정의의 문제' 안에서 다양성이 아닌 이단으로 쉽게 낙인찍히는 현실이 더 두려운 것이다. 

진정한 지식의 계보학이 아닌, 날마다 누적되는 '정보-인문학적' 지도놀이에 신물이 나고, 어차피 이 동네 다 알고 아는 사이 아닌가라는 지식인들의 의례. 이 속에 가장 문제 제기되어야 할 진정으로 불편한 문제는 도외시되는 '포장된 정의'에 대해 우리는 정말 도전해야 하지 않을까. 

이 도전적 위치에 서는 가운데, 동시에 드는 그 과한 윤리적 폭력에 대한 앞선 두려움,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고 새롭게 표출하고 싶은 비평적 속내라는 용기에 대해 문득 기록해둔다. 

(늘 부족하지만, 그럴수록 들어오는 어떤 긴장감에 대해 쉽게 넙죽 엎드려 항복하지 않도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우연히 드라마에서 "다음주면 집이 넘어갈 것 같다"는 대사를 심각한 표정으로 하는 한 대기업 사장의 아들을 봤다. "아, 저거 내가 어릴 적부터 정말 두려워하던 장면인데.." '집이 넘어간다'라는 표현에서 오는 어떤 두려움.  

요즘, 학교 가는 길에 늘 보였던 '때리는 할머니'가 안 보인다. 신촌에만 늘 계시던 할머니가, 가끔 종로에 보일 때면, 이상하게 드라마의 그 장면이 생각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10-06-29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겠죠.

얼그레이효과 2010-06-30 11:45   좋아요 0 | URL
네. 그럴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