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하게' 운동을 하겠다고 카운터 줄넘기를 산 맹세가 무색하게, 동네 치킨 집에 전시된 바삭바삭한 치킨에 넘어갔다. 주인 아저씨랑 아주머니가 '보살 미소'를 지으며, 된장찌개-저녁을 뒤로 한 채, 기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시원한 데 앉으시지. 저기 저기." 라는 아주머니의 구수한 배려, "아. 괜찮습니다" 내 특유의 어색한 미소와 수줍은 말들을 전해주고, 닭이 튀겨질 동안 책을 읽었다. 

몇 분 후가 지나니, 기다리는 건 닭이 아니라, 병아리들이었다. 딱 봐도 "저, 대학교 1학년 1학기 막 끝냈어요"라는 인상을 풍기는 학생들이 "야, 여기 졸라 시원해"하며 우르르 몰려든 것이다. 어리다는 느낌과 다른 어떤 순박함이라고 할까. 뭔가 근사한 곳에서 방학용 뒷담화를 풀 것 같은 나이의 친구들이, 홍대 클럽 대신, 순하고 순하며 좁디 좁은 동네 치킨집을 들리다니. 속으로 이상한 웃음이 났다.  

넙적한 모자창과 피케이 티를 입은 남자 아이가, 아저씨는 아랑곳 하지 않고, "야. 여기 맥주에 소주 냄새 나"라며 왁자지껄 여러번 읊어댄다. 아이들은 들은 척 만 척 '졸라' 시원한 에어컨에 탐닉해 있고, 뽀얀 피부와 어색하게 염색한 머리를 빗어넘기는 여자 아이들과, 수줍게 그 모습을 쳐다보는 남자 아이들을 슬쩍 훑어 본 나는, "포장 다 됐어요"란 말에 순간 "네"하며 병아리가 되어 버렸다. 

엘리베이터 안을 채우는 치킨 냄새와 그 아이들의 모습을 동시에 섞어 놓으니.. 

"아차, 매콤 소스 안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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