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엽 선생님의 『불온한 신화 읽기』(2011)는 엄밀히 말해 내 '첫'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평소에 인도 철학의 '인' 자도 몰랐던 내게 이 책의 내용은 큰 도전이었다. 무엇보다 이젠 내용의 옥석을 가리며 비평의 시선을 견주는 일에 대한 비중 만큼 '물질'로서의 책을 만드는 데 신경을 써야 했다. 독자들은 어떤 글자를 썼을 때 이 책을 술술 잘 읽을 수 있을까? 책을 손으로 잡았을 때 판형은 어떤 게 적당할까? 기본 먹색(검은색)과 잘 어울리는 별색은 무엇일까? 등 이 일은 내용을 잘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스타일의 테크놀로지'였다.
이 스타일의 테크놀로지가 꾀하는 건 결국 유인誘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인에서 표지는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 표지의 변화를 간단하게 살펴볼까.



현재 표지로 오기까지 몇 차례 수정이 있었다. 제목 또한 『세상의 눈으로 바가바드기타를 읽다』『신화의 거짓말』등이 물망에 올랐으나 결국 『불온한 신화 읽기』를 택했다.
이 제목은 이중적이다. 인도 최고의 경전이라는 여겨져온 바가바드기타 자체가 '불온한 신화'라는 것 그리고 경전 자체를 선의에만 입각해서 읽는 것을 경계하려는 저자의 의도를 살리고자 '신화 읽기의 불온성'을 강조하려 했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다는 건 불온한 신화를 만나는 일이자, 신화 자체를 불온하게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고 볼 수 있다.
정치적 용어를 쓰자면 이 책은 바가바드 기타를 '비판적으로 지지'한다. 이 책은 다행히 서로의 멱살을 잡을 필요도 없고, 트위터로 날을 세울 필요도 없다. 오히려 느긋하게 한 장씩 넘기며 책을 더욱 예리하게 자기 것으로 소화할 수 있는 분위기의 책이다.
이런 분위기가 필요한 건 무엇보다 이 책이 '생각과 여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생각은 가슴도 중요하지만 머리도 중요한 것 같다. 머리를 통해 장면을 상상하는 것. 인도에 가면 어디서든 볼 수 있다는 바가바드기타의 주인공 크리슈나 신과 아르주나의 그림 속 배경을 그려보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이 책에 담긴 글자는 허공에 있지 않고, 땅에 있게 된다. 어떤 책이든 그렇지만, 이 책은 더욱 그렇다. 몰아치고 계속 몰아친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그러나 여전히 하늘만이 아니라 땅 냄새를 챙기고, 땀 냄새도 챙긴다. 사람의 가치를 잊지 않는다는 말이다. 신화를 통해 신에 대한 추앙을 무조건 행하는 것이 아니라 신의 속살과 속내를 본다는 소위 '불경한 자의 독해'가 오히려 신을 더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게 저자의 논지이다.
이 책의 장점은 저자의 머릿속에 짜여진 한 편의 희곡 같은 구성이다. 누구든 보이지 않는 나만의 공간에서 춤을 추거나, 어제 봤던 드라마 속 캐릭터를 따라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혹은 잘 쓰다가 내버려둔 메모장을 챙겨 자신만의 이야기를 끄적거린 경험도 있을 것이다. 저자가 선보이는 희곡적 구성은 '단독의 방'에서 시작된 느낌을 준다. 오직 들숨, 날숨의 낌새만이 채워진 방 속에서 저자의 머리에만 소음이 부풀려져 있는. 그래서 이 소음이 자아내는 요란함은 불온하게 신화를 읽는 원천이 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문화 연구를 전공했기 때문에 편집을 하면서 닫는 글 <기타>라는 상품이 덜 팔려야 <기타>가 되살아난다, 가 가장 흥미로웠다. 이 챕터는 저자의 철학적 시선이 '정신의 자본주의화'라는 지점에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요가는 어떻게 우리에게 철저하게 유익한 상품이 되었는가. 저자는 바가바드 기타를 통해 신의 섭리만을 좇던 관습적 독해 대신 우리 시대의 신이 된 '자본주의의 섭리'를 파헤쳐보려 한다.
이 책을 통해 인도는 누구나 한번쯤 다녀와서 자신의 여행 경험담을 전파하는 나라가 아니다. 역사적인 치밀함, 사회에 내재된 쟁투가 도드라진 나라다. 신화의 마음을 읽는다는 건 결국 그 신화가 '만들어진 '사회의 마음'을 읽는다는, 이젠 제법 상식적인 시선의 기본기를 갖춘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책의 부제를 바가바드기타는 인도를 어떻게 신비화하였는가로 지었다. 이유는 지금까지 말해온 것을 종합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신화와 신비화의 관계는 매우 긴밀하다. 한 글자 차이로 우리는 신화를 통해 위험에 빠질 수 있고 때론 그 위험이 위기가 되어 이 시대를 성찰하는 데 필요한 사유의 주요 수단을 챙길 수도 있으리라.
다시,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