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자지껄한 자리를 평소 좋아하지 않는 편이나, 나가야 할 경우가 있다. 구석에서 사람들의 태도를 구경하는 것으로, 그 불편함을 참는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이후 몇 년 동안 챙겨본 공통된 의례들. 그 안에서 특히 나같은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들을 습관적으로 '날리는지' 관찰해 본 적이 있었다.(물론 의도된 것은 아닌, 지금에 와서야, 관찰이란 표현을 쓸 수 있을 정도의 내 기억의 탓 때문일 것이다)
그 중에서 내가 이상하게 싫어하는 남자들의 멘트 중 하나는 이런 것이었다. 자취하는 남자들의 그 식상한 멘트. 일단, 여자가 남자가 자취중이란 것을 알게 되는 상황. 그 남자가 아주 오랜 자취생이란 걸 알게 되면, 식상하게 이런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한다. "와, 그럼 요리 되게 잘 하시겠다." 내 경험에 의하면 이런 경우, 거의 대부분 우결의 '정형돈'처럼 인스턴트 인생이라고 말하는 남자는 거의 없었다. 그 중에서 제일 식상한 건 역시 "김치볶음밥"으로 시작해서, 찌개 종류로 전개되는 남자의 자취 약력이다. 좀 특별한 사람은 '스테이크'도 혼자 잘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나도 오래 자취생활을 해봤지만, 대개 자취하는 남자들의 그 진부한 멘트들은 왜 정말 그 진부함의 테두리 속에서만 갇히는 건지 참 신기하다. '스테이크 잘 한다'는 건 왠지 우연히 만들어진 거짓말 같고, '김치볶음밥'은 오랜 자취생활을 했다기엔 자취생으로서의 독특함이 없는 메뉴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