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은 단편집을 이어서 읽었다. 옹기전묘씨생. 말하는 옹기와 고양이를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생각했다. 그 안에 담긴 다른 목소리, 어쩌면 작가의 목소리를 상상했다.

6, 7년 전에 발표된 단편들이라 요즘 읽은 황정은 작가의 사람들 이야기, 그래도 계속해 보는 이야기와는 다르다. 더 어둡고 무겁고 끈적거린다. 그런데 무슨 말인지 다 알아먹겠다. 설명이 많은 소설이다. 날씨가 돕는건지, 아니, 그건 아니지. 어젠 너무 추워서 집안에 있다가 잠깐만 나갔다 왔는데도 아주 지쳐서 책을 읽을 마음도 들지 않았다. 읽던 페란테 소설 속 나폴리의 아름다운 바다, 더운 여름밤의 모기 등은 다 거짓말만 같아서 짜증났다.

재개발지역에서 옹기를 주워와서 꾸중듣는 청소년. 그는 점점 어쩐지 사람 얼굴이 되어가는 옹기를 들고 길을 나선다. 서쪽에 여섯개가 더 있다는 주문, 혹은 저주를 듣고 모험을 떠나는 동화 속 주인공이 된다. 모험 아이템인 나침반도 구했고, 주머니엔 약간의 돈이 있다. 이 아이가 만약 곡씨를 만난다면? 자기 몸은 고양이처럼 깔끔하게 간수하지만 기분 나쁜 냄새와 흔적을 흘리는 곡씨 아저씨를. 아저씨는 그 상자 방을 나와서 이젠 아홉번째 생을 살아내는 중이다. 여섯 개의 옹이를 끌어안고서.

이렇게 추운데 은희경 작가의 ‘눈송이’ 속에 그 소녀는, 얼음이 생기는 타일벽 방, 난방이 전혀 되지 않는 그 하숙방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걱정된다. 얼어버린 내 세탁기와 아파트 화단의 얼룩이도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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