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델 작가의 이번 책은 어머니를 이야기한다.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 자녀와 거울의 관계를 만드는, 애증의 대상 혹은 주체와 뒤섞이는 거리 혹은 공백의 어머니를 고민한다. 그럼 아버지 대신 어머니를 죽여야 합니까? 


목차에서 만나는 책들은 헙, 독자를 긴장하게 만드는데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 '댈러웨이 부인' '일기' 부터 구스타브 융, 도널드 위니캇, 앨리스 밀러의 아버지 말고 어머니를 초대한 정신분석, 에이드리언 리치와 베티 프리댄의 페미니즘 이론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어머니와의 관계 개선이거나 펑펑 울면서 어머니를 부르며 화해를 하거나 작가의 (다크, 리비도) 가족사 까발리기가 아니라 (이미 전작에서 다 풀어놔버렸고) 앞에 언급되는 책들의 최강도 과몰입 인생 독서기록으로 읽을 수 있다. 챕터마다 열심히 상담 받고 꿈꾸고, 거리두며 어머니의 이야기 듣는 작가의 종합기록장이며, 작가의 어머니가 원고를 읽고 하는 말 처럼 "이 책은 메타북Metabook" 인 것이다. 










연극배우와 시인 경력에 열정적인 독서가이며 뉴요커나 NYT의 북리뷰를 날카롭게 평하면서 딸과 수다를 (독백 수준으로) 떨 수 있는 어머니. 남편의 양성애 성향, 자살 같은 사망사고를 겪고 시댁이 경영하는 장례사에서 세 아이를 키우며 살았던 어머니. 정신과 전문의를 애인으로 두고 있는 어머니, '적당한 거리'를 두었으나 딸에게 늘 섭섭하고 증오의 대상이었던 어머니. 어머니의 굿나잇 키스를 기다리며 긴장했던 (프루스트는 어디에나 계시지) 어린 시절의 딸. 하지만 지금 어른인 딸의 고민과 불안정한 애정사가 과연 어머니 탓인가, 혹은 어머니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가. 어쩌면. 아마도. 그래도 아버지 보다는 낫지 않겠어? (레즈비언) 딸에게는?  


남사스런 러브씬들에 당황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전작 '펀홈'보다는 작은 그림으로 벗고 있어서 덜 놀랐고) 과하게 스마트하고 현학적인 말들이 쏟아지지만 은근 매력적인 책이다. 이런 찐하게 자학적인 정서의, 책과 인생 페미니즘 정신분석 읽기, 짜릿하게 좋았다. 어머니도 건재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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