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촉오 삼국의 지난한 설립 과정을 숱한 장수들을 따라가면서 지켜본 것에 비하면 그 삼국의 시간은 짧았다. 지혜롭던 공들은 고집을 부리거나 회한에 차 안타까운 유언을 남기거나 못하거나 하면서 이승을 떠났다. 그들 뒤에는 기록과 역사가 남았고, 나관중의 팩션이 남았으며 오랫동안 아시아에선 신앙과 같은 문화로 자리 잡았다. 


역사학자 이중톈은 팩션과 문화에서 역사를 떼어내서 보려고 노력한다. 두껍지 않은 책으로 후한 멸망 이후 세 영웅을 중심으로 기록된 사건을 따라가며 그 역사적 의의를 냉정하게 분석한다. 정치세력의 변화와 그에 따르는 국가의 모습. 각 전투 마다 승패의 원인을 따지며 장수들의 투항과 배신에 깔린 충과 의, 두 가치의 정의를 현재의 비판적 시각으로 다시 말한다. 


저자는 삼국연의 속 아름다운 도원결의의 꿈에서 깨어나야한다고 주장한다. 역사 속에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삼국시대에서 역사를 바로 보고 지금을 살아야 한다고. 역사의 본성을 바꾸고 태평성대의 꿈을 만든 삼국연의에 취해 있으면 우매한 대중이 되어버리는 거라고. 


하지만 중국인이 아닌 나는 그 꿈을 굳이 내 독서에서 지우고 싶지 않다. 도원결의 부터 적벽대전, 삼국의 흥망이 내겐 1800년 전 역사이면서 이야기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중톈이 상대하는 중국인 독자와 나는 다른 입장이다. 내겐 삼국연의 속 충의가 실제적인 가치라기 보다는 비유이며 상징이 되었다. 호메로스의 노래와 그리스 비극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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