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를 읽을 땐 주인공 모리스와 그의 첫 사랑에 짜증이 났다. 어느 유럽 부잣집 소년의 아슬아슬한 동성 친구 사귀기,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며 나름대로의 원칙을 따르려는 모습은 데미안과 소년들, 회색노트에서도 읽은 적이 있다. 성장통이려니 하기엔 이들은 늘 어머니 부터 무시하고 시작한다. 집안의 어른은, 자신이다, 이거지. 편리한 셋팅인지 두 소년 (이라기엔 이십대 초반 대학생)의 아버지들은 이미 고인이다. 이들에겐 ‘어른 남자’는 없고 자신이 인생을 새로 개척해 나간다는 착각만 있다. 이들은 기존 질서는 허세라며 무시하려 하지만 계급이 주는 안락은 그저 즐길 뿐이다. 좋은건 킵, 싫은 건 위선이니 아웃. 


주인공 모리스와 클라이브는 사랑의 절정이랄까 완성을 채 갖기 전에 이별을 하고 클라이브는 결혼을 하며 기존 사회 질서 안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모리스는 뒤늦게 눈뜬 ‘새로운’ 혹은 ‘병적인’ 사랑과 욕정(?)에 괴로워 하며 방황한다. 그리고 그는 절대적인 결정을 내리는데 그런 그를 바라보는 클라이브, 그리고 작가, 자기 자신의 속내를 풀어놓고 자신의 정체성, 혹은 자기애, 사랑을 단단하게 그려내는 작가가 도드라지게 보인다. 그의 자기애 탐색 과정을 읽었다.

사랑의 설렘과 이별의 안타까움, 세상의 편견과 맞설 용기, 등등이 소설을 계속 읽게는 해 주었지만 주인공의 충만한 자기애는 많이 버거웠다. 1913년, 세계대전이 벌어지기 이전의 세상, 그 아련함....이라고 하기엔 분노 포인트가 많았다. 내친김에 영화도 봤는데. 1987년작 무려 32년 전의 휴 그랜트가 클라이브 역을 맡아서 예의 그 찡긋 거리는 표정으로 그 액센트 섞인 대사를 한다. 그리고 모리스의 육체파 러브신이 많이 나와서 흠.... 소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어쩐지 성인용 해리포터가 생각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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