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일상이 로맨스겠어
도상희 지음 / 뜻밖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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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인 걸 뼈를 치도록 싫은 날들이 있었습니다.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혼자" 남겨지는 순간들이 너무나 많았거든요. 마치 버려진 듯한 기분이 들어 성인이 되어선 무리해서라도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다가 사회성이 부족했는지 사람들과 갈등도 겪고, 사랑이 서툴러서 이별을 경험하고, 정규직을 보장해준다는 약속때문에 기대심에 부풀어 나의 오늘을 희생하며 열일했는데 직장에선 그 약속을 지켜주지 않아서, 나는 "혼자"를 자처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혼자"는 필연적인 거라, 피하려 하면 안되겠더라구요. "혼자"면 안된다는 식의 분위기 때문에 "혼자"가 주는 진정한 의미를 우리는 느끼려 하지 않습니다. 도상희 에세이 혼자서도 일상이 로맨스겠어를 읽으며서 "혼자" 보내던 일상을 되돌아봤습니다.

 

■ 혼자서도 일상이 로맨스겠어 내용

 

하루하루 일희일비하는 초짜어른이라고 말하는 작가가 혼자여서(파트 1. 오롯한 혼자), 짝사랑에 젖어(파트 2. 습관성 짝사랑), 일에 치이면서(파트 3. 아등바등 사무실)느끼는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혼자여서 외로움에 사무치기도 하고, 짝사랑에 가슴 앓이도 하는, 그리고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을 고민해보는, 외로운 여정 속에서 자신과 마주하고 삶을 이해하는 "혼자"인 것에 관한 고찰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에세이입니다.

 

■ 느낀 점

 

저자는 부모님의 곁을 떠나 서울로 상경했고, 안부인사를 주고 받는 사람도 없는, 차라리 귀신이라도 나타나 말을 걸어주길 바라는 외로운 생활을 합니다.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다양한 대외활동을 하고 자취집으로 돌아오면 공허함이 급습합니다.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며 외로움과 맞서 싸우기도 하고 마음을 달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마음이 비어있다보니 자신과 같은 외로워 보이는 사람들에게 마음이 끌립니다. 그의 공백을 내가 챙겨주고 채워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동정을 사랑이라 착각하죠. 작가의 지인 언니 말로는 그런(?) 증상은 "구원자병"이라고. 나은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한, 개인적인 경험과 견해를 바탕으로 생각해봐도, 누군가를 구원해줄 만큼 좋은 사람이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면서 사랑받고 싶어하는, 지극히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것이 "구원자병"입니다. 그리고, 일에 있어서 오는 내적 갈등. 좋아하는 것을 일과 접목시켜 생각하지만 실상 현실에선 좋아하는 것만 할 수 없다는 사실과 마주하죠. 막상 하더라도, 무조건 자유로울수도 없고요. 포기해야할 것들도 많습니다. 결국 자신이 혼자서라도 감당할 수 있는 적정한 페이스를 찾아갑니다.

 

우리사회는 "혼자"인 것에 달갑지 않는 시선을 보내고, 혼족들이 넘쳐난다고 해도 "혼자"서 카페를 가거나, 식당을 가면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씁니다. 그리고 "혼자"여서 "공허함"과도 덤으로 친구삼아야 하는데, 마음 속 공백을 어줍잖게 사람 혹은 사랑으로 억지로 채우려고 하죠. 사람은 연인이 있고 배우자가 있고 가족이 있어도 "혼자"임을 느낍니다. 외롭고 고독하고 쓸쓸하고, 각 개인의 감정에 따라 느껴지는 것들이라, 이는 각자의 감당해야 해요. 혼자서 방치되어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혼자를 즐길 수 있는 방법, 혼자여서 얻는 것들, 혼자 사색하면서 마주하는 혜안들이 무엇인지 서로 공유하면, "혼자"라는 것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혼자라서 오는 공허함은 매울 순 없어요. 혼자라서 그 공허함이라는 구멍으로 숨을 쉬고 여유를 가지고, 나와 오롯이 마주할 수 있다는 걸, 그리고 나에게 맞는 삶의 속도가 있다는 걸, 알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혼자서도 일상이 로맨스가 되는건 일도 아니겠죠? 이렇게 오롯이 혼자, 나 자신과 함께 하는 순간이 즐거움이라 느낄 줄 아는 사람들이 사랑을 해도, 잘해요. 구원자병으로 동정을 사랑으로 착각하지 않고,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고 어필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각자가 해줄 수 있는 사랑만큼 주고 받는데서 고마움을 느끼고, 각자 혼자만의 시간도 허용하고 존중해주는 여유까지 생기거든요.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혼자"라는 느낌이 너무나 싫어서 나의 시선 밖의 외부적인 어떤 것들로 외로움과 공허함을 억지로 이겨내려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이 책에서 "혼자"임을 극복하는 방법론을 알려주진 않지만, 외로움과 공허함은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알게되죠. "혼자"여서 느껴지는 마음의 구멍을 매꾸려고 아둥바둥하는 분들은 멈추세요. 그리고, 혼자서도 일상이 로맨스가 될 수 있음을 느껴보면 좋겠습니다.

 

■ 책 속 글귀

 

p. 20 오늘은 '발견의 눈'이 떠진 날. 평소 잘 다니지 않던 골목길을 걷다가 비에 젖은 아름다운 능소화를 봤다. 그것 하나로 이번 주말은 좋은 주말이 되었다.

 

p. 32 어제는 다른 팀에서 하기 싫은 일을 부탁하기에, 할 수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토록 원하던 '단호박' 인간이 되었는데 왜 마음은 언잖을까? 거절함으로써 내게 부탁한 사람 사이와의 정을 약간 끊었기 때문이다. 삶은 하나 플러스에 하나 마이너스.

 

p. 51 하지만 그렇게 '지금 좋은 것'만 하고 몇 년 지냈더니, 미래가 현재에 희생당하는 것 같았다. 삶에는 꼭 해야만 할 것도 있는데, 그걸 해치우기 위한 꾸준한 노력을 하지 않았더니 행복해지질 않았다. 쾌락과 행복은 다른 것이니 이대로 오래오래 살게 된다면 낭패가 아닐까? 요즘 '소확행'이니 하는 말들로부터 멀어져 더 모으고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라는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명언을 다시금 떠올리며 뒤늦게 대꾸해본다. 저 이제 욜로 안 하렵니다.

p. 56-57 올해 여름 나는 두 사람을 잃었다. 잃었다기보다는 간다기에 그저 놓아주었다. 붙잡고 싶지도, 그럴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내가 생각보다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임을 알았다. 그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아무 일도 없는 평온한 상태를 원했으며, 이따금 그런 때가 무료해지면 사람을 찾을 뿐이었다. 사람이 너무나 절실했던 때도 있었다.

p. 66 "우리는 왜 꼭 행복해야 할까?왜 다들 행복해야 한다고 말할까. 행복은 일단 좋은 것이지만, 불행이 없으면 행복을 느낄 수가 없잖아. 행복에는 반드시 덜 행복했던 기억, 비교대상이 필요한 것 같아." "그러니 우리는 불행 덕에 행복할 수 있죠. 실은 '불행하자'. '불행하세요.'하고 인사해야 하는 건 어떨까요."

p. 99 내게는 다름을 애써 설명하지 않을 자유, 불편한 개인의 사정을 숨길 자유가 있다. 이 자유는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입힐지도 모를 질문'을 던질 자유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

p. 111 지금은 누군가를 마음에 담고 있지 않지만, 숫한 짝사랑의 시간들을 지나왔다. 매번 누군가를 마음에 담았던 순간들은 달콤한 만큼이나 괴로웠다. 몇 번의 짝사랑을 해오면서 그이와 내가 동등하다든지 내가 더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배울 수 있는, 그리고 기댈 수 있을 사람이라 여겨 좋아했다.

 

p. 114-115 이상형을 물으면 '뒷모습이 쓸쓸한 사람'이라고 답했었다. 어딘가 빈 곳이 있는 사람이 좋았다. (중략) 그다음으로 좋아했던 B는 긴 목에 깊은 눈이 슬펐다. (중략) 그들이 비어 있어서 내 마음이 머물렀다. 하지만 텅 빈 마음을 내가 채워줄 수 있는 건 아니어서, 그 사람들을 만날수록 나도 함께 비어갔다. 사랑하면서 행복하지 않았는데도 계속 그늘진 사람들에게 끌렸다. 친구들은 그런 나를 뜯어 말렸다. 이제는 좀 햇살 가은 사람을 만나, 따뜻하고 너를 더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나·‥…. (중략) 가까운 한 언니는 이런 나의 상태에 병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구원자병'. 내가 한 사람을 구원할 수 있을 만큼 강하거나, 따뜻하거나,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믿음이 원인이라는 거였다.

p. 120-121 애인이란 끊임없이 서로를 넓히고 생의 지난한 곯은 상처들을 빨아내어 뱉어주는 사이여야 할 터인데, 그런 일은 실은 저를 더욱 고단하게 만들 뿐입니다. 차라리 인형을 끌어안고 자겠습니다. (중략) 우리네 앞에 이제 고단한 하루가 있고, 그것은 아무리 고단한들 오롯이 나의 몫인 것입니다. 아무리 큰 어려움이 있어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충만함이 있어도 그것은 오로지 사랑하는 그이의 몫인 것입니다. 우리는 그 하루를 단정히 마무리할 때에 그저 서로의 곁에 있어주면 그만입니다.

 

p. 123 마음의 곪음이 옳아갈까 두려워 사람을 곁에 두지 못했다. 온전히 드러내도 도망하지 않을 이를 찾는 일도 이제는 버거워 그만두었다. 무엇이 나를 그리도 힘든 사람으로 만들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건 나 스스로, 라는 답밖에는 얻어지지 않는다.

 

p. 141-142 (중략) 저는 '자신을 사랑해야 해, 자신을 사랑합시다'라는 말을 쉽게 하는 강연이나 자기계발서를 미워해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어떤 사람에게는, 전 생에를 걸쳐 뼈아프게 해내야 하는 업보이니까요. 끝끝내 생을 마칠 때에도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자신을 사랑하려 몸부림치는 존재이기에 사람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저는.

 

p. 181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살아야지. 출퇴근길 나뭇잎에다가 하늘에다가 한강에다가 다짐을 써넣지만 누구를 위해 이렇게 눈뜨고 감는 건지 모르겠는 날이 있다.

p. 202 내 삶에 충실하면서, 계속 아픔들을 목도하고 싶다. 함께 곁에서 앓지는 못하겠다. 그럴 수 없는 사람인 나를, 그렇게 하지 않기로 한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괜찮다. 그렇게 믿는다. 믿는 대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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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되어 간다는 것 - 나는 하루 한번, [나]라는 브랜드를 만난다
강민호 지음 / 턴어라운드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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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를 즐기면서도 마케팅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나는, 블로거로서 활동을 하면서 마케팅의 개념과 중요성을 인지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마케팅 분야에 접근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마케팅에 접근하기 위해 한창 방황을 하던 중, 우연한 기회로 마케터 강민호의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만났고, 이를 통해 인문학적인 통찰력과 관점으로 마케팅 분야에 접근하는 것을 확인하곤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여운을 가지고 저자의 두번째 책 "브랜드가 되어 간다는 것"은 읽어봤습니다. [나]라는 브랜드를 관점으로 브랜드 영역을 확장하여 통찰하는 기회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 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 내용

 

소비를 즐기면서도 마케팅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나는, 블로거로서 활동을 하면서 마케팅의 개념과 중요성을 인지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마케팅 분야에 접근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마케팅에 접근하기 위해 한창 방황을 하던 중, 우연한 기회로 마케터 강민호의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만났고, 이를 통해 인문학적인 통찰력과 관점으로 마케팅 분야에 접근하는 것을 확인하곤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여운을 가지고 저자의 두번째 책 "브랜드가 되어 간다는 것"은 읽어봤습니다. [나]라는 브랜드를 관점으로 브랜드 영역을 확장하여 통찰하는 기회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 느낀 점

 

저자는 "가치있는 브랜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을 현혹만 시키는 브랜드가 아닌, 진정성이 담긴 브랜드를 만들어 소비자들이 유용하고 가치있는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되는 브랜드에 집중되어 있어서, 저자의 브랜드 전략에 몰입되었습니다. 특히, 그의 첫번째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그는 브랜드 전략을 세우기 위해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접근합니다. 이 책에서 "브랜드는 언어학적 이해와 문학적 감성(p. 193)"이라고 표현하는데서 이 글귀를 여러번 들여다 봤어요. 곰곰히 생각해보면, 광고를 비롯한 여러 매체를 통해 브랜드를 인지할 때 한 줄의 카피 혹은 문구가 소비자들의 욕구를 자극합니다. 언어적, 문학적 언어와 감성으로 구성된 문구는 소비자들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즉 우리들의 일상이, [나]라는 브랜드의 일상과 삶이 브랜드에 녹아들어있죠. 그렇게 소비자의 욕구가 충족되면 올바른 소비로 연결되고요. 이러한 접근으로 마케팅과 브랜드를 이해하니, 소비자들의 주머니만 턴다는, 마케팅에 대한 속물적인 편견이 점차적으로 사라지더라고요. 물론, 충동적인 소비로 욕구를 충족하는 소비는 지양해야 합니다. 그만큼 [나]라는 브랜드를 잘 알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그 필요성을 충족하기 위해선 어떤 브랜드를 만들거나 추구해야하는지 등 을 파악할 수 있겠더라고요. 게다가 필요충족할 수 있는 브랜드도 만들고, 필요충족할 수 있는 제품도 시기적절할게 구매할 수 있는 판단력도 생기고요.

 

이 책은 우리가 평소에 책 혹은 여러 매체에서 접했던 익숙한 자료들을 브랜드와 접목시킨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료들이 익숙하지만 브랜드와 만났을 때 흥미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고, 대중들에게 이미 알려진 브랜드를 이야기하면서 그 브랜드만의 철학과 스토리도 들여다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리고 [나]라는 브랜드를 이해하고 성찰하는 방법도 언급해서, 어떤 면에선 위로를 받습니다.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마케팅 분야에 관심은 많은데 어떻게 접근할지 몰라서 방황하고 있는 있는 마케터입문자에게 추천합니다. 관심분야라도 무엇이든 어렵게 접하면 시작자체를 못하거나, 질리기 마련인데요. 이 책을 가볍게 읽고 마케팅 분야에 점차적으로 파고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책 속 글귀

 

p. 9 친절한 태도를 지닌 사람은 친절한 브랜드를 만듭니다. 정직한 성품을 갖춘 사람은 정직한 브랜드를 만듭니다. '누가 하느냐'가 결국 '어떤 브랜드가 되느냐'를 결정합니다. 오늘 삶과 일상을 함부로 대하지 마세요. 피해 의식을 가진 사람은 피해자의 삶을,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은 주인공의 삶을 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삶과 일상이 [나]라는 브랜드의 운명이 될 것입니다. 각자가 추구하는 목적지가 어디든 함께 출발해 보았으면 합니다. 삶과 이상의 주인공으로 말입니다.

 

 p. 23 체험의 목적이 거래라면, 경험의 목적은 관계입니다. 거래는 사람과 상품을 연결하는 것이고, 관계는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것입니다. 의미 있는 경험은 사람을 동반합니다. 여기에는 개인의 삶이 있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것이 좀 더 의미 있는 연결인지, 또 어떤 쪽이 더욱 지속가능한 연결인지는 각자 판단할 문제입니다.

 

p. 31 진정성 있는 브랜드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진정성 있는 브랜드라는 것은 사실 특별하고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가지고 있는 날것 그대로를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브랜드가 품고 있는 본연의 생각을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약속한 이야기를 지키는 것입니다.

 

p. 43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어 가려면, 누군가 먼저 그 브랜드를 사랑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제일 먼저 브랜드를 사랑해줄 사람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브랜드의 첫 번째 고객은 누구입니다?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의 브랜드를 가장 먼저 사랑해야 할 사람은 외부의 고객이 아닌 바로 내부에서 브랜드의 일부로 존재하고 있는 구성원인 우리, 그리고 [나]입니다.

 

 

p. 55 일의 의미를 단순히 워크work라는 한 조각의 파편으로 이해하기보다는 라이프Life라는 삶의 관점에서 조금더 폭넓게 관조할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일과 삶이 통합된 일상 속에서 더 많은 감정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되면 10년, 20년 후의 우리는 다채로운 감정을 이해하고 따뜻한 조언을 건넬 수 있는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p. 61 새로운 아이디어는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르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했던 시간과 순간의 총량이 임계점에 도달하면 나타나는 것이 바로 새로운 아이디어입니다.

 

p. 71 더 많은 시간을 소유하는 사람이 더 나은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반드시 더 많은 시간을 소유합니다. 마찬가지로 더 노력하는 사람들이 꼭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성과를 내는 사람은 반드시 좀 더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p. 102 자율과 책임은 우리에게 익숙하고 쉬운 단어지만, 현실에는 이보다 무겁고 무서운 말이 없습니다. 자율성은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지향점이지만,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정작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의 자율성이 아니라, 어떠한 일, 업무에 있어 자율성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인재로 성장하기 위한 고된 훈련과 경험을 쌓는 것입니다.

 

p. 104 일의 자율성을 차지하더라도 자율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 열정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인풋이 필요합니다. 절대적인 훈련을 통해 고통을 이겨내야 합니다. 이 과정을 끝까지 견뎌내지 못한다면 영원히 열정의 주변부에 머물며 그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평생 속으며 살게 됩니다.

 

 

p. 178 개인 브랜드, 즉 퍼스널 브랜딩에는 일반적인 브랜드와는 다른 몇가지 특수성이 있습니다. 먼저 평소에 하는 말과 행동, 습관뿐만 아니라, 지금껏 살아온 삶의 궤적과 지니고 있는 생각, 신념, 철학까지 자신의 모든 것이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브랜드의 이미지에 그대로 투영된다는 점입니다.

 

p. 193 혹시 여러분은 얼마나 다양하게 읽고, 또 쓰기를 반복하고 계신가요? 세상의 존재하는모든 학문은 사실 인문학입니다. 그중에서도 브랜드에 필요한 것은 언어학적 이해화 문학적인 감성입니다. 자기만의 언어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훈련하고 반복하면 비로소 자기다움에서 오는 차이가 생깁니다. 차이는 브랜드의 가치를 생산합니다. 만약 여러분의 브랜드가 가치 있는다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면 아마 차별화된 언어를 가지고 있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의 책짓기 패널로 참여 후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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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도 웃던 날들 - 차가운 세상에서 뜨겁게 웃을 수 있었던
정창주 지음 / 부크럼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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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나는 평소에 우리의 삶을 두고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그런 대화가 너무나 진부하면 힘을 빼고 싶어서 아무 생각없이 앉아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보든지 아니면, B급 병맛 영화(지극히 남편 취향)을 보는데요. 개인적으론 앞뒤가 맞지 않으면 딴지를 걸고 싶어하는 성향인데, 남편따라 B급 병맛을 보고나면 딱딱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강박증이 사라지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기분 전환을 위해서 B급 병맛의 풀내가 풀풀 풍기는 정창주의 분노도 웃던 날들이라는 대조적인 단어로 조합을 이룬 에세이 한편 읽어봤습니다.

 

 

■ 분노도 웃던 날들 내용 및 구성

 

이 책은 저자의 대학 1학년 1학기 2007년 과거 시점과, 2019년 현재의 시점을 교차하면서 지극히 저자의 관점을 적어내려간 좌충우돌 B급 병맛 에세이입니다. 2007년 과거 시점엔 수능이 끝나고 민증이 나온, 드디어 대학을 입학하면서 성인이 된 저자는 원대한 꿈보단, 여느 남자 성인들이 생각하는 아주 응큼한 발상과 허세를 표출하는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지극히 원초직인 꿈과 환상에 젖어 있습니다. 반대로 2019년 현재 시점에선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뛰어든 저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역겨운 사회생활에 찌들어 있고, 자기다움을 갈망하며 자가다움을 추구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책의 중간중간에는 저자가 그린 듯한, 수준급의 만화가 그러져 있고, 그림에 맞는 B급의 주옥같은 글귀도 적혀있습니다.

 

 

 

■ 느낀 점

 

이 에세이의 전반적인 느낌은 제목에서 보여지는대로 B급 병맛입니다. 저자가 그렇게 자처하고 쓴 에세이예요. 가식이라곤 1%로도 섞지 않는, 그래서 표현의 위험수위가 높은 편입니다. 여자들이 보면 여성협오 발언을 한다는 느낌이 들정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듭니다. 그런데, 전적으로 전형적인 남자사람의 뇌구조를 들여다본다는 생각도 들어요. 엑스레이나 MRI로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그런 느낌이요. 수능의 굴레를 벗어나 성인이 되면 허용되는 모든 것(?)을 즐기고 싶어서 아주 환장(?)하고 허세가 덕지덕지 흘러넘칩니다. 글의 전개가 지나치게 사실적이여서, 야한 영화 한편 들여다 보는 기분도 들고, 진실을 너무 적나라게 들여다 보는 기분이 들어서, 중립적인 사고로 읽는데 힘이 들긴 했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저자가 아예 작정하고 솔직하게 쓴 에세이라, 독자들보고 사전에 감수하라는 듯, 서문에 글을 적어두긴 했지만 그래도 그의 글을 적응하는 건 모험과도 같았어요.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으로 보면 읽기 힘들지만, 부분 부분 저자가 고뇌하는 글을 보면 와닿는 글귀가 많아서, 아래와 같이 정리했습니다. 저자는 자유분방한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과 맞지 않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느정도 타협을 하며 살아가고 자기 성찰을 합니다. 저자만의 생각의 깊이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긴 했으나, 자기다움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 그의 태도를 봤을 때, 어느정도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나도 세상에 대한 불만이 많고, 가끔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어른들과 사회에 대한 반항심도 있으며 대신 이들과 적절하게 타협을 해야한다는 것정도는 아는데, 잘 안되서 마음으로 육두문자를 품을 때가 있거든요. 표현의 차이는 있을 뿐, 나와 비슷한 생각이 담겨있기도 합니다.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자기다움을 추구하고 싶은데, 막상 표출하는데 힘이 들고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은, 지극히 B급 병맛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만" 추천드립니다.

 

 

■ 책 속 글귀

 

p. 25 (중략) 미안하지만, 난 여느 에세이 작가들처럼 당신에게 어떤 그럴싸한 위로나 공감의 말 따위 또한 해주지 않을 생각이다. 그런 짓도 그럴 만한 깜이 되는 놈이나 하는 거다. 이건 그냥 어떤 망나니가 간신히 어른이 된 이야기다. 말하자면, 당신은 절대로 피해 가야 할 인생 중 하나라는 것이다. 무서워 죽겠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도망가라.

 

p. 36 쥐뿔도 없는 주제에 꿈이 크다고? 괜찮다. 꿈은 분수에 넘치게 크게 가져도 좋다. 설혹 산산히 부서지더라도 그 조각만큼은 클 테니까.

 

p. 91-92 얼핏 보면 사람들이 다 다른 모습인듯하면서도, 자세히 보면 또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대부분이 다 똑같다. 입고 다니는 옷, 헤어스타일, 향수 냄새, 심지어 애인의 생김새나 갓난 아기들 모습까지 매우 비슷하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난 사람들이 너무 자기 자신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저 인터넷이나 미디어에서 핫하고 유행한다는 흐름에 편승하여 자신의 모습을 틀에 맞추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진짜 자기 모습이 없다.

 

p. 92-93 정서나 마음 씀씀이까지 유행을 따라간다. 어떤 드라마에서 머리를 쇠망치로 서너 대 맞은 것같이 엉뚱한 말만 골라하는 사차원 캐릭터가 유행하면, 그해 유독 정신을 어디에다 두고 온 것 같은 사람들이 많아진다. (중략) 의식적으로라도 남과 달리 사는 연습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본다. 남들 하는 대로 하고 살 거면 뭐 하러 살지? 라는 생각도 든다. 괜히 난 하고 싶지 않고 따라 하고 싶지 않은데, 상대방과 주파수를 맞추겠다고 내 모습까지 바꿔버리면 결국에 내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모습 자체가 아예 사라져 버리진 않을까?

 

p. 110 아직은 돌아오는 월요일 출근길이 어색하다. 그래, 결국 이렇게 평범하게 나이 들어가는 건가. 이런 생각은 나를 굴종하게 만드는 것 같다. 평범하게 살고 싶지 않다. 평범하게 사느니 차라리 죽고 말지라는 주의다. 내가 어차피 너처럼 살고, 또 다른 너처럼 살다 갈 거 같으면 어차피 난 없어도 되지 않아? 어차피 너나 나처럼 살다 갈 사람들은 지금도, 앞으로도 발에 채고도 남을 테니까.

 

p. 128 시간에겐 자비란 없다. 일절 봐주는 것도 없다. 그래서 아무리 노력해도 이 시간이란 놈을 거스를 수 없게 되어, 그럴싸한 준비없이 속수무책으로 죽음과 가까워지게 되는 것이다. 나이가 드니 이렇게 하나둘씩 몸에 하자가 오는 게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매스컴에 나와서 자신의 성공담을 청춘들과 공유하는 나이 지긋이 먹은 갑부들이 항상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젊음은 돈이랑 못 바꿔요. 어릴 때만 해도 이 말, 희대의 개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꽤 공감이 가는 말이기도 하다.

 

p. 146 우리는 보통 어릴 때부터 사회 속의 사람은 홀로 살아갈 수 없다고 어른들에게 배워온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 산다는 건, 즉, 제대로 살고 있지 못함을 은연중에 내비치는 자전적 고백 같은 걸로 인식되곤 한다.

 

p. 148 어쨌든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가장 큰 단점은 사랑을 하는 동안 시야폭이 무척이나 좁아진다는 것이다. 내 모든 일상의 타임테이블을 상대방의 것에 안배하고 맞춰야 하다보니 볼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환경조차도 무척이나 제한된다. (중략) 내가 말하는 건 관념이다. 혼자 있을 땐 줄곤 잘했던 비판적이고 합리적인 생각, 즐거운 상상, 나에 대한 고민 같은 걸 할 시간이 없어진다.

 

p. 173 어렸을 때부터 줄곧 일관되게 생각해오기도 했지만,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어른 대접을 받는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때론 나도 나이에 맞지 않는 짓거리를 한다면 응당 아랫사람에게라도 조인트를 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두 번 다시 불썽사나운 실수나 행동을 하지 않는다.

 

p. 200 어른이란 것들은 앞으로 살아가며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기대보다 잃게 될 것들에 대한 불안으로 오늘 하루를 낭비하는 순 구제불능 머저리들밖에 없다. 그래서 난 어른이 되는 게 싫다. 어느 외국 영화의 주인공처럼, 낡은 배낭 하나와 제일 멋들어진 페도라 하나 걸치고 기차 짐칸에 몸을 싣던 돼지 똥내 나는 헛간에서 잠을 자더라도 늘 가슴 뛰고 예측할 수 없는 내일을 만드는 바람 같은 청년의 모습으로 살고 싶다.

 

p. 202 하지만 지금도 아예 자유롭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현재의 나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지금도 나름의 자유를 느끼며 살고 있다. 우선, 남은 여가 시간엔 오로지 내가 하고 싶은 활동에 집중하며 산다. 평일 퇴근 뒤에는 맛있는 요리를 해먹고, 이렇게 글을 쓰고, 돌아오는 매주 미술학원에 가서 그림을 그리고, 책을 보고, 괜찮은 옷이 눈에 띄면 한두 장 사기도 하고, 정말 재미있는 영화가 개봉하면 보기도 하고, 사람 구경도 하고, 좋은 전시회가 생기면 그걸 보러 가기도 한다. 감자기 이런 생각도 해본다. 대학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나면 과연 뭐라고 말할까? (중략) 적어도 최악으로 크진 않았네. 애썼다. 그럼 지금의 나는 역시 당했다는 듯이 무척이나 유쾌한 목소리로 웃을 것이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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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품격 -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
이기주 지음 / 황소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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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고 따뜻함이 서린 문체로 독자의 마음을 다독여 주는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에 이어서 말의 품격을 읽었습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셀레스트 헤들리의 말센스와 맥락은 비슷하지만, 작가 이기주만의 색채가 스며든, 말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입니다.

 

■ 말의 품격 내용 및 구성

 

책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 말할 때 지니면 좋을 4가지 품격, 이청득심(들어야 마음을 얻는다), 과언무환(말이 적으면 근심이 없다), 언위심성(말은 마음의 소리다), 대언담담(큰 말음 힘이 있다)을 각 1장씩 다루고 있으며, 각 장의 내용은 주제에 따라 다양한 문화, 책, 인문고전, 영화, 어원 등을 예시로 들면서 말을 더욱 깊이있게 통찰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 느낀 점

 

언어의 온도는 일상 속에서 환경과 사람을 관찰하면서 말과 글에 관한 내용을 옆 사람에게 이야기를 전해주는 듯한 느낌이었다면, 이 책에서는 말의 품격을 지니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한 강의를 듣는 기분이듭니다. 강의 느낌이라고 해서 딱딱하지 않고, 작가 이기주 특유의 차분한 어조로 조근조근 방법과 혜안을 설명해줍니다. 그리고 이기주 작가만의 특색이 있는데, 내용의 흐름에 따라 고전의 한 구절, 영화의 한 장면 혹은 대사, 그리고 책의 한 구절을 언급하고 무엇보다 단어의 어원을 풀어서, 그 단어의 본질을 파악하는 동시에 폭넓게 성찰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작가 덕분에 개인적으로도 어원을 공부하는 재미를 붙이긴했습니다. 물론, 이기주 작가만의 책 구성이나 흐름이 비슷한 감은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말"이라는 주제로 지루하지 않게 글을 풀어가는데 일가견이 있습니다. 이 책의 분위기와 느낌이 비슷한 책이 한동일의 라틴어수업인데, 이 책들의 공통점은 "말"로 운명과 인생을 흥미롭게 통찰하듯 그려내는 글이 아주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내가 무심코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는지 등 내가 살아온 삶의 흔적, 혹은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그대로 묻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라고, "내가 하는 말"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바람이 있다면 말만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닌, 몇 마디만 던져도 그 말 속에서 깊은 내공과 울림이 느껴지는 말을 하고 싶은데, 노력해야겠죠? 작가가 언어의 온도에서도 언급한 사람향기, 즉 인향이라는 표현은 말의 품격에서도 확인되는데요(분명히, 작가는 "인향"이라는 표현을 좋아하는 듯) 나의 말에서도 꽃향기같은 따사롭고 향기로운 인향이 나면 좋겠습니다.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말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입에서 나오는 말, 글로 쓰는 말에 품격을 더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좋은 글귀

 

p. 7-8 지금 우리는 '말의 힘'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온당한 말 한마디가 천 냥 빚만 갚는 게 아니라 사람의 인생을, 나아가 조직과 공동체의 명운을 바꿔놓기도 한다.

 

p. 18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p. 33 이순신 장군은 '제승지형'에 능한 인물이었다고 볼 수 있다. 운주당에서 부하들에게 일방적으로 명령을 하달하기보다 자신의 입이 아닌 귀를 내어주면서 다양한 정보를 수용했으며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면서 차분히 전쟁에 대비했으니 말이다.

 

p. 64 중용은 기계적 중립을 의미하지 않는다. 중용은 단순히 중간 지점에 눌러앉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여건에 맞게 합리적으로 위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유연한 흔들림이라고 할까.

p. 65 오히려 갈등과 다툼질 앞에서 서로 이해하지 못할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그 사실을 업신여기지 않을 때 오해의 가능성은 줄어든다. 그리고 그 순간, 어쩌면 마음 한구석에서 서로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의 싹이 돋아날지도 모른다.

 

p. 84 침묵이라는 '비언어 대화non verbal communication'의 힘은 세다. 침묵은 차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의미와 가치를 함축하고 있으며, 종종 사람들에게 백 마디 말보다 더 무겁고 깊게 발아들여진다. 침묵은 말실수를 줄이는 지름길이다. 말은 생각과 감정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그걸 아무 생각 없이 대화라는 식탁 위에 올려놓다 보면 꼭 사달이 일어 난다.

 

p. 106 숨 막히는 세상이다. 젱제되지 않은 예리한 말의 파편이 여기저기 튀어 올라 우리의 마음을 긁고 할퀸다. 이같이 난잡한 세상에서 허덕지덕 힘겹게 버티다 보면 헷갈리는 게 있다. 날카로운 언어의 창이 우리를 겨눌 때 촉수를 곤두세워며 예민하게 대응해야 할까, 아니면 외부적 자극에 둔감하게 반응하며 무덤덤하게 임해야 할까.

 

p. 126 모든 힘은 밖으로 향하는 동시에 안으로도 작용하는 법이다. 말의 힘도 그렇다. 말과 문장이 지닌 무게와 힘을 통제하지 못해 자신을 망가뜨리거나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들이 허다하다.

 

p. 137 말과 글에는 사람의 됨됨이가 서려 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사람의 품성이 드러난다. 말은 품성이다 품성이 말하고 품성이 듣는 것이다.

 

p. 143-144 말과 행동의 관계는 오묘하다. 둘은 따로 분리될 수 없다. 행동은 말을 증명하는 수단이며 말은 행동과 부합할 때 비로소 온기를 얻는다. 언행이 일치할 때 사람의 말과 행동은 강인한 생명력을 얻는다. 상대방 마음에 더 넓게, 더 깊숙이 번진다.

 

p. 169-170 '의사소통'을 의미하는 단어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라틴어 어원은 '커뮤니카레communicare'이다. '교환하다','공유하다'등의 뜻이 담겨 있다. 말은 혼자 할 수 있지만 소통은 혼자 할 수 없다. 소통은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며 화자와 청자가 공히 교감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때 가능하다. 상대의 귀를 향해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내던지는 대화는, 대화가 아니라 서로 엇갈리는 독백만 주고받는 일인지 모른다.

 

p. 188 지는 법을 아는 사람이야말로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지는 행위는 소멸도 끝도 아니다. 의미 있게 패배한다면 그건 곧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다. 상대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인정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p. 192 편견의 감옥이 높고 넓을수록 남을 가르치려 하거나 상대의 생각을 교정하려 든다. 이미 정해져 있는 사실과 진실을 본인이 쥐락펴락할 수 있다고 믿는다. 상대의 입장과 감정은 편견의 감옥 바깥쪽에 있으므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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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100쇄 기념 에디션)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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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느 순간부터 말과 글이 내 삶에 가까이 스며들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첫 사회생활에 발을 내딛는 순간, 너무나 혼란스러운 세상이라 말이 적어졌고, 글이라 하면 나를 지루하게만 만드는, 나와 친해질 수 없는 분야라고만 생각했었죠. 그러나, 오로지 나 자신과 마주할 땐 말과 글 뿐이었습니다. 나와 마주하면서 대화를 할 땐 혼잣말이라도 말을 해야했고,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선 글을 써야만 했습니다. 나의 생각을 도통 모를 땐 종이에 세겨진 활자를 보고 읽고 말하고 내 생각을 옮겨적는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이들과 가까워졌습니다. 그러나보니 말과 글에 관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갑니다.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라는 에세이도, 제목에서 나의 관심을 끕니다. '언어의 온도라니, 언어에도 온도가 있어?'라며, 에세이의 제목을 참 신기하게 들여다 봤습니다.


■ 언어의 온도 내용 


저자의 주변 일상과 다른 이들의 삶을 엿보고 엿들으며 마주했던 다양한 모양의 언어들을 은은하고 차분한 말투로 사뿐히 여백을 채운 듯한 글들로 담겨진 에세이입니다. 흥미로운 건, 각 사연에 따른 관련 단어를 언급하고 그 단어의 어원을 설명하는 구절이 있고, 다양한 문학과 고전, 그리고 작가 특유의 차분하고 따뜻한 감성이 잘 묻어난 위로, 충고, 사색과 통찰이 담겨있습니다.


■ 느낀 점 


아버지를 따라 퀴퀴한 헌책 냄새를 맡으며 헌책방에 다녀온 이후로 활자중독자가 되었다는 저자는 그때 이후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헌책을 읽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글을 다루고 책을 쓰는 직업으로 이어졌고요. 그의 글을 접하다보면 글을 얼마나 좋아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단어와 문장에 쏟은 정성이 느껴지는데요. 특히 그의 글에선 어원설명이 자주 출현(?)합니다. 다른 여러 책이서도 어원을 언급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는 유달리 어원을 자주 언급합니다. 뭐랄까, 우리가 평소에 쓰는 단어를 일상과 삶 속에 잘못 적용하고 있거나 편견이 있던 것을, 다시금 재정비해주는 느낌입니다. 라틴어 어원이든 한자 어원이든 그 뜻을 풀어서 다시 설명해주고,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뿐만 아니라 문학작품, 영화, 사회이슈,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이들을 적재적소에 잘 비유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온화하고 차분하고 부드럽게 이야기를 읊조리 듯 말해줍니다. 조금 오버해서 표현하자면 오디오북이 마음에서 울리는 듯해요. 그의 글들을 1차원적으로 바라보면 우리도 한번정도 생각해볼 법한 그런 고민이자 일상을 담고 있습니다. 시시할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한층더 가깝게 느껴지고, 우리들의 이야기에 여러 범위의 온도를 더해 들여다보는 것 같습니다. 나의 신경이 쭈삣쭈삣 날카롭게 서서, 어떤 타이밍에 결정적인 끈덕지가 눈에 거슬려 뭐라도 찔러버리기 일보 직전에, 온도가 더해진 글들을 보면 나의 신경을 위로하며 쭈삣함을 부드럽게 안정시켜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단어의 뜻을 잘 알고, 그 단어들의 조합이 잘 어우러지면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문장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도, 참 신기하게 느꼈던 에세이입니다.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시끄럽고 나를 괴롭히는 일상과 잠시 떨어져, 나만의 시간을 가졌을 때 가까이하면 좋을 책인 듯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여유없이 살아가는 분들, 차가운 말에 상처를 입었거나 따스한 말로 마음의 안정을 얻고 싶은 분들에게 꼭 추천합니다.


좋은 글귀 


p. 7-8 언어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습니다. 따뜻함과 차가움의 정도가 저마다 다릅니다. 온기 있는 언어는 슬픔을 감싸 안아줍니다. 세상살이에 지칠 때 어떤 이는 친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민을 털어내고, 어떤 이는 책을 읽으며 작가가 건네는 문장에서 위안을 얻습니다.


p. 29 그런 날이 있다. 입을 닫을 수 없고 혀를 감추지 못하는 날, 입술 근육 좀 풀어줘야 직성이 풀리는 날. 그런 날이면 마음 한구석에서 교만이 독사처럼 꿈틀거린다. 내가 내뱉은 말을 합리화하기 위해 거짓말을 보태게 되고, 상대방의 말보다 내 말이 중요하므로 남의 말꼬리를 잡거나 말허리를 자르는 빈도도 높아진다.


p. 30 우린 늘 무엇을 말하느냐에 정신이 팔린 채 살아간다. 하지만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고,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때론 어떤 말을 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다. 입을 닫는 법을 배우지 않고서는 잘 말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끔은 내 언어 총량에 관해 고민한다. 다언이 실언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으려 한다.


p. 59 "위폐는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꾸민 흔적이 역력해요. 어딘지 부자연스럽죠. 가짜는 필요 이상으로 화려합니다. 진짜는 안 그래요. 진짜 지폐는 자연스러워요. 억지로 꾸밀 필요가 없으니까요."


p. 69 위로의 표현은 잘 익은 언어를 적정한 온도로 전달할 때 효능을 발휘한다. 짧은 생각과 설익은 말로 건네는 위로는 필시 부작용을 낳는다. "힘 좀 내"라는 말만 해도 그렇다. 이런 멘트에 기운을 얻는 이도 있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힘낼 기력조차 없는 사람 입장에선 "기운 내"라는 말처럼 공허한 것도 없다. 정말 힘든 사람에게 분발을 종용하는 건 위로일까, 아니면 강요일까.


p. 96 궁금한 게 생긴다. 왜 우리는 질문을 아끼는 걸까. 궁금한 게 별로 없는 걸까, 아니면 궁금한 내용을 표현하는 데 서툰 것일까.


p. 115 '글'이 동사 '긁다'에서 파생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글쓰기는 긁고 새기는 행위와 무관하지 않다. 글을 여백 위에만 남겨지는 게 아니다. 머리와 가슴에도 새겨진다.


p. 121 어제는 노트북을 켜고 '사람'을 입력하려다 실수로 '삶'을 쳤다. 그러고 보니 '사람'에서 슬며시 받침을 바꾸면 '사랑'이 되고 '사랑'에서 은밀하게 모음을 빼면 '삶'이 된다.


p. 140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일은 고치는 행위의 연속일 뿐이다. 문장을 작성하고 마침표를 찍는다고 해서 괜찮은 글이 자연 발생적으로 생겨날 리 없다. 좀 더 가치 있는 단어와 문장을 찾아낼 때까지 펜을 들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지루하고 평범한 일에 익숙해질 때, 반복과의 싸움을 견딜 때 글은 깊어지고 단단해진다.


p. 169 진짜 소중한 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가끔은 되살펴야 하는지 모른다. 소란스러운 것에만 집착하느라, 모든 걸 삐딱하게 바라보느라 정작 가치있는 풍경을 바라보지 못한 채 사는 건 아닌지. 가슴을 쿵 내려앉게 만드는 그 무엇을 발견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눈을 가린 채 살아가는 것이 아닌지.


p. 205 우린 무언가를 정면으로 마주할 때 오히려 그 가치를 알아채지 못하곤 한다. 글쓰기가 그렇고 사랑이 그렇고 일도 그렇다. 때로는 조금 떨어져서 바라봐야 하는지도 모른다. 한 발 뒤로 물러나, 조금은 다른 각도로, 소중한 것일수록.


p. 259 우린 어떤 일에 실패했다는 사실보다, 무언가 시도하지 않았거나 스스로 솔직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더 깊은 무력감에 빠지곤 한다. 그러니 가끔은 한 번도 던져보지 않은 물음을 스스로 내던지는 방식으로 내면의 민낯을 살펴야 한다. '나'를 향한 질문이 매번 삶의 해법을 제공하지 않지만, 최소한 삶의 후회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살다 보니 그런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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