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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엄마들
조지은 지음 / 달고나(DALGONA) / 2025년 3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한국의 지나친 교육열은
드라마나 영화 등 각종 매체에서
단골 소재가 되었습니다.
시대가 변하면 하늘을 치솟던 교육열은 사그라들줄 았았으나, 그건 그저 바람이었을 뿐, 여전히 그 열기는 우주까지 치솟았습니다.
내 아일 1등 그 이상으로 오르게 하려는 부모의 집착과 수단방법은 기상천외하게 변해서, '실제로 저런다고? 말이 돼?' 라고 의문을 품지만, 우리가 아는 교육열의 매카, 서울의 강남구 혹은 교육의 인프라가 조성된 서울/경기 신도시에선 당연히 존재한다는 사실.
이런 적나란 사실을 저자 조지의의 소설 《서울 엄마들》에서 더더욱 흥미롭게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의 특징을 잘 살린 겉표지 문구들.
사실 소설의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이 증폭됩니다.
왜냐, '서울 엄마들' 하면 자연스럽게 '아이들 교육에 극성인 엄마들'이라는 편견부터 떠오르거든요. 내용은 뻔하겠지만 그래도 소설 속 현실을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합니다.

배우 차인표가 극찬하는 소설.
이 소설을 읽고, 그가 남긴 찬사를 읽어봤습니다.
"어떻게 소설의 내용을 농도깊은 몇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거지?"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물론, '서울 엄마들'에 대한 자의적 편견과 배우 차인표의 찬사를 읽고 보면, 소설의 재미가 더해지는 건 사실입니다.
>> 작가 조지은에 대하여

<서울 엄마들> 소설의 저자, 조지은은 옥스퍼드 대학교 한국언어학 정교수로 현직에 있으며, 심지의 옥스퍼드 사전의 한국어 컨설턴트를 맡고 있다고 합니다. 그녀의 전공과 역할만 봐도 한국어와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픈 의지가 상당해보입니다.
게다가 이번 <서울 엄마들>은 그녀의 첫 소설로, 소설을 내기 이전엔 영어공부를 포함한 학습과 관련한 책들을 출판한 다수의 경험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그녀의 경력과 경험의 밑바탕엔 한국 교육 현실에 대한 조예와 통찰력이 깊은 것으로 보이며, 이를 소설에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 간단 줄거리

당연히 금묘아파트는 학군도 대한민국 최고다. 아파트 단지 주변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나가는 학원이 다수 포진해 있고, 입주민 자녀들의 명문대 진학 비율도 넘사벽이다. 그만큼 입주 조건을 맞추기도 보통 어려운게 아니다. 금묘아파트에 입주하려면 재증명서를 입주민 대표회의에 먼저 제출해서 동의를 받아야 한다. 돈만 많다고 되는 게 아니다. 부모의 대학 성적표도 제출해야 한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건 학점이 아니다. 그 성적표를 발급한 학교가 어디냐가 진짜 포인트다. p.12
금묘아파트는 육아 인프라가 훌륭하다. 금묘조리원과 금묘영유(영어유치원), 금묘인스티튜트까지 아파트 상가 건물에 한데 모여있다. p. 12
뱃속에서부터 명문대로 이어지는 교육 인프라가 체계적으로 자리잡은 8학군지 금묘아파트. 금묘라는 아파트 이름이 참 요상합니다. 금묘란, 아파트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황금 고양이상입니다. 즉 금으로된 고양이라는 뜻이예요. 금묘아파트 사람들은 금묘가 아파트를 수호하는 영엄한 힘이 있다고 믿었어요(p.9) 특히 금묘아파트에서 자고 나란 사람들은 대부분 명문대로 진학해서 사회적으로 자리잡는 사람으로 입지를 다지기에, 전국에서 교육에 관심있는 부모들이라면 금묘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동경하기도 했습니다.
부모들의 스펙도 대단하고 교육열도 치열한 금묘아파트에 사는 105동 203호 안미아, 105동 303호 봉선아 그리고 105동 403호 김진아, 세 엄마를 중심으로 소설은 전개됩니다. 그들 각자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보유하고 있는 스펙은 다르지만, 자녀를 명문대 의대로 보겠다는 의지만큼은 똑같은 세 엄마들. 거기에 엄마의 재력과 역량에 따라 울트라 슈퍼맘, 슈퍼맘 그리고 돼지맘으로 카데고리가 나눠진다는 점. 엄마들의 노력을 재력과 역량으로 또 세분화해서 나눈다니, 너무나 어이가 없지만, 이또한 현실이라는 점을 소설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 감상평
명문대를 꼭 입학해야만 성공의 척도라고 믿는 한국의 부모들. 교육열은 시간이 흘러서 사람들의 생각이 깨이면 충분히 사그러들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여러 매체를 통해서 들여다본 현대의 교육열은 진화되었지 열기는 사그러지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명문대라는 목적만 보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과정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어느 드라마에서 학생들의 학습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 몇시간 동안 강의실에 가둬두고 자물쇠로 잠그는 일명 자물쇠반 에피소드를 보곤 경악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드라마가 사실을 기반하여 각색한 드라마였기에 자물쇠반이 진짜 존재할 가능성이 높았죠. 꼭 그렇게까지 명문대에 집착해야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등살에 떠밀려서 아침일찍 일언 학교를 시작으로 학원 뺑뺑이를 돌아야합니다. 한창 잠을 많이 자고 많이 먹어야 할 아이들은 잠을 줄여가며 공부하고, 끼니는 건강에 나쁜 편의점이나 바깥 음식을 먹으며 간신히 때웁니다. 이런 현상은 마치 1760년대 영국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산업혁명 시대에 노동착취를 당하는 아이들의 모습과도 비슷해보입니다. 그 시기의 아이들이 현대의 아이들보다 더 처참하게 살았던 건 사실입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위험한 상황에 놓이면서 부품으로 이용만 당했던 거잖아요. 그러나 현대의 아이들도 1등 혹은 명문대만 바라보고, 어른들의 강요에 못이겨서 사교육 세계에 휘말려들어서 원치 않는 경쟁을 하며 밤낮을 지세고 있습니다. 이런 사교육을 기점으로 부동산 시장을 비롯하여 전반적 사회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니, 아이들이 어른들의 이익을 위해서 이용을 당하고 있습니다.
1등과 명문대라는 목표만 바라보다가,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신을 살피고 주변을 돌보면서 경험할 수 있는 무한한 기회 마저 박탈당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치열한 성적 경쟁에서 못 버티겠다고 절규하면 '명문대만 가면 다 편해질꺼야, 그때부터 넌 자유야'라는 말로 아일 구슬립니다. 아인 그 말만 믿고 험난한 경쟁에서 이겨 명문대를 갔으나, 거기서 마주한 건 자유가 아닌, 허망함입니다. 자기 못지 않게 뛰어난 친구와 선후배가 있고, 여기서 또 다른 사회적 경쟁에 돌입하게 됩니다. 부모가 설계해준 노선대로 살아가면 자유롭게 행복할 줄 알았지만, 유년을 포기하고 목숨걸며 달려 합격한 명문대는 자신의 미래를 책임져주지 않습니다.하여, 요즘 명문대를 나와도 제대로된 사회생활을 못하고 캥거루족으로 사는 젋은이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공부 외엔 할 줄 아는게 없다보니 험난한 모험은 두렵기만 합니다. 여기서 우울증, 무기력증과 공황장애와 같은 정신적인 문제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소설 <서울 엄마들>에선 잘못된 교육열이 불러 일으키는 가족과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어이없다고 여겨지지만 진짜 존재하는, 명문대를 향한 교육 인프라가 구축된 학군지! 여전히 그 속에서 수많은 갈등과 사투를 벌여야하고 남들에게 표현해서도 안될 고충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소설에서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두고 웃기고 슬프기도 한, 그래서 블랙 코미디가 반영된, 소설 <서울 엄마들>. 이 소설을 통해서 우리가 명문대만 집착하다가 놓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흐름도 보여줍니다. 너무도 원만한 흐름이려서 다소 현실감이 떨어지는 면도 있습니다. 소설이니까 그런 유토피아적인 요소를 넣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 문장수집
p. 20 금묘인스티튜트 옆에는 제법 큰 놀이터가 있다. 그네도 있고, 미끄럼틀도 있고, 시소와 정글짐까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놀이 기구도 가득하다. 그런데 아이들이 없다. 놀이터를 이용하는 사람은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 나온 어른들 뿐이다.
p. 53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 「연인」에 나오는 아사코나 백석 시인의 시에 나오는 나타샤가 되고 싶은 꿈도 있었다. 그 꿈을 이루고자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지금의 나는, 나는 그대도 아니고, 연인도 아닌 대한민국의 가장 평범한 아줌마가 되었다. 아니 딸에게 치이고, 남편에게 외면받는 비참한 아줌마가 되었다.(303호 봉선아 이야기 中)
p. 55 슈퍼맘들은 곳곳에 쌔고 쌨다. 이름만 슈퍼맘이지 쉽게 말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이다. 워킹맘들 듣기 좋으라고 슈퍼맘이라고 불러주는 것 뿐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슈퍼맘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모범적이거나 이상적인 어머니, 가정을 성공적으로 관리하고 자녀를 양육하며 풀타임으로 경력을 쌓는 사람.'(중략) 사실 나는 울트라 슈퍼맘을 꿈꿨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슈퍼맘의 허울을 쓴 아줌마일 뿐이다. 여기저기서 깨지고, 찌그러지고, 부서지며, 무시당하는 아줌마. 슈퍼맘이 되려다 가랑이 찢어진 서울 아줌마.
p. 64-65 한국은 북한과 휴전을 한 지 70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 전투적인 자세로 살아간다. 전쟁을 싫어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라고 말은 하지만 입만 열면 어디서나 파이팅, 아자 아자 파이팅! 도대체 뭘 그렇게 맨날 싸우자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그 영향인지 엄마들도 육아 전쟁, 교육 전쟁을 벌이고, 애들은 성적 전쟁을 벌인다.
p. 121 남편과 연애한 거 빼놓고는 대학 다니면서 공부한 기억밖에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암기한 기억밖에 없다. 사시는 사실 스터디고 뭐고 다 필요 없었다. 판례를 죽어라 외우고, 일제 볼펜 제트스트림으로 백강고시체를 죽어라 연습하면 됐다. 나는 수능 2점 차로 서울대 법대를 못갔는데, 재수를 하지 않는 이유도 어차피 사시를 볼 것이기 때문이었다. 사시는 두 가지 길 밖에 없다. 합격 아니면 불합격. 10년을 공부해도 불합격이면 이력서에 아무것도 쓸 수가 없는게 이 바닥이다. (403호 김진아 이야기 中)
p. 140 요즘 나는 엄마 중2가 되었다. 은주가 학교 간 사이에 나 혼자 인강을 들으며 중2 문제집을 풀기 때문이다. 학교 다닐 때 이렇게 공부했으면…나도 서울대 갔을 것 같다.(203호 안미아 이야기 中)
p. 163-164 서울의 밤이 반짝인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자동차들의 헤드라이트와 끝을 모르고 위로 솟은 아파트 조명까지 모든게 반짝인다. 이미 자정이 넘었는데도 이 도시는 멈추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다. 그런 도시에서 또 하루를 살아남은 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조금이라도 틈을 줘선 안 된다. 말 한마디는 물론이거니와 옷매무새도 신경을 써야 한다. 심지어 귀걸이 하나도 잘 어울리는 걸 골라야 한다. 약해 보이면 안 된다. 약하면 지는 거다. 첫인상부터 승자의 임팩트를 줘야 한다. 내가 에르메스를 찾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403호 김진아 이야기 中)
p. 184-187 성공하는 아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3박자가 있다고 들었다. 조부모의 경제력,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과 체력, 우리 집은 3박자가 딱 맞아떨어지는 집이다. 남편 앞으로 된 강남 빌딩은 시아버지가 물려준 것이고, 지금도 애 학원비 보태라며 꼬박꼬박 내 통장으로 돈을 보내주신다. 우리 남편은 진짜 금묘의 모범 아버지다. 와이프 일에 절대 간섭하지 않는다. 모든 결정은 내가 하게 하고 자기는 자리를 피한다. (중략) 마지막으로 성공하는 아이를 위한 조건 하다 더 있다. 바로 착한 아이. 다행히 우리 은주는 내 말을 고분고분 잘도 듣는다. 그러니까 이런 은주를 최소한 서울대 의대에 보내지 못하면 나는 실패한 엄마가 되는것이다. 어깨가 무겁다.(203호 안미아 이야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