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지옥일 때 부처가 말했다 - 분노의 늪에서 나를 건지는 법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박수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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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성취를 너무나 추구하는 지극히 세속적인 성향의 한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늘 마음과 정서에 중점을 두고 살아가는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뜻대로 될 때는 늘 마음이 즐겁지만 40여년 살아보면 즐거움과 기쁨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많이 누리기보단 거의 부정적 감정에 메여서 살아가는 일들이 더 많습니다. 부정적 감정 속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이 때론 숙제같고 모험같을 때가 있어요. 왜냐, 그만큼 느끼기 힘들어서 의지를 가져야만 누릴 수 있는 감정, 긍정적 감정이라고 생각되거든요. 그런데 그 중에선 우린 주로 부정적 감정 중에 분노에 자주 사로잡혀 있습니다. 분노의 밑바탕은 주로 불안과 불만이죠. 여기에 속박되어 있닥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에 우리는 돌파구를 찾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며, 삶을 살아가는 매순간이 분노이며, 분노로 자신을 불행의 나락으로 이끌 수 있거든요. 하여 돌파구에서 벗어날 혜안을 줄 분의 지혜를 이번 포스팅에 담았습니다. 그분은 《생각 버리기 연습》과 《초역 부처의 말》로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전직 승려였다가 현재는 작가로 활동하는 코이케 류노스케입니다. 그는 마음과 생각을 다스리는 주제로 다양한 책을 출간했습니다. 이번에는 《내 마음이 지옥일 때 부처가 말했다》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마음이 지옥인 사람들에게 바로 와닿는 제목입니다. 마음이 지옥일 때 부처가 와서 조언을 해줬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마음이 편할까요? 편아한 마음을 지금을 살아갈 힘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지옥으로 만드는 주체는 무엇일까요? 가까운 사람? 친구? 가족?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환경? 모두 맞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자기 자신이라는 걸 절대 잊어선 안됩니다.



'너를 무너뜨리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바로 너 자신이다!'

책 표지에 적힌 강렬한 문구.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해야 할 문구입니다.


코이케 류노스케의 글은 자신에게 가까워질 수 있도록 이끕니다. 객관적인 관점에 자신을 두고 자신을 조망하게 하고 관찰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 코이케 류노스케에 대하여



마음과 생각이 얽히고 설킬 때 작가 코이케 류노스케의 글을 들여다보면 됩니다. 아주 간결하고 명쾌합니다. 마음과 생각, 감정, 정서 부분에서 오랜 시간 아주 깊이있게 공부해 온 분이라는 걸, 글을 통해서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는 한때 승려였으나 일반인 대상으로 좌선 지도를 하다가 수행을 위해 떠난 여행에서 좌절을 경험한 후 생각을 정리하고 승려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현재로선 감정에서 자유롭게 해방하는 방법을 전하는 삶을 사는 작가입니다. 부처의 지혜를 불교의 교리로만 전달하지 않습니다. 부처의 지혜를 기반으로 하되 그의 경험과 뇌과학도 접목하여 종교인이 아닌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쉬운 글로 지혜를 풀어냅니다. 그는 독자들이 분노로 겪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글은 쉽게 마음에 닿습니다.





>> 구성 및 내용




이 책은 전체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욕망/분노/미혹/번뇌/평온한 마음이라는 큰 주제로 불안정한 정서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글을 담아냈습니다.




>> 감상평


욕망, 분노, 미혹이라는 세 가지 독이 마음을 공격해 오면 불쾌 물질이 생겨나고, 실제로 독극물이 몸속을 누비고 다닌다. 그러다 보니 가슴이 답답해지거나, 배가 압박받는 느낌이 들거나, 목이 막히는 듯하기도 한다. '이런 고통을 견딜 수 없으니 이 감정을 멈춰!'라는 몸이 보내는 SOS 신호라고 할 수 있다. p. 214


며칠 전에 아이한테 화를 냈습니다. 화를 내야할 대상은 다른 사람인데 그 사람에게 내지 못한 화를, 뜻대로 안된다며 짜증내는 아이에게로 미친듯이 쏟아냈습니다. 아이는 평소에 화를 잘 내지 않는 엄마를 두렵게 바라봤습니다. 화에 휩쓸린 저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수치심과 죄책감이 밀려들어서 더 힘겨운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화는 터져 나오는 순간, 속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지만 또 다른 고통의 후유증도 덤으로 선사합니다. 이 고통이 사람을 정말로 미치게 합니다. 마치 허우적 댈수록 더 깊이 옥죄이는 올가미 속에 갇둬진 느낌이랄까요?!


인간사에 시달리면서 온갖 감정들이 몸속에 뒤엉키게 됩니다. 감정의 찌꺼기는 밖으로 발설하라는 욕망을 자극하고, 욕망이 표출되지 않으면 분노가 누적되어, 특정한 계기로 건드려지는 순간, 엄청난 파괴력을 보이면서 터지게 됩니다. 욕망/분노 그리고 미혹이라는 마음의 독이 사람을, 그러니까 자신을 해치도록 끌어들입니다. 세상과 타인이 자신을 파괴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에 휘둘리고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건 결국 자신의 탓입니다. 대부분 인정하기 싫어하며 외부의 원인에 집착합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오히려 자신을 갉아먹고 자신을 망치는 지름길이 됩니다. 안정적이지 않아요. 그 자체가 고통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요?


아닙니다. 우린 마음만 먹으면 고통의 굴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걸, 저자 코이케 류노스케가 알려줍니다. 그가 제시하는 고통의 굴레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건 간단합니다. 속에서 존재하는 번뇌를 자각하는 것. 그 번뇌로 인해 느껴지는 온갖 감정을 인지하는 것. 그리고 터져나오기 직전인 상황에서 충분히 통제하는 것입니다. 자각하고 인지하고 통제하는, 이 방식이 오히려 자신을 속박하는 기분이 들게 할까요?


번뇌를 제어하고자 자기 확인을 하는 것은 스트레스 요인이 되는 잡념을을 없애기 위해서다. 욕망과 분노,미혹은 다양한 스트레스가 되어 본래 지닌 능력을 떨어드린다고 몇 차례 이야기했다. 여기서 말하는 자기 확인은 그러한 스트레스 요인을 없애고,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키며, 행복한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p. 177-178


오히려 번뇌를 자각하고 인지하고 통제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키며 행복한 마음이 들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저자는 언급합니다. 자기 통제력이 없다는 건,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유연하게 다루는 힘이 없다는 것과도 직결됩니다. 자신의 마음의 주인은 자기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의 속에서 날뛰는 번뇌를 스스로가 다룰 줄 모르면, 자기 파괴로 어이지고, 이는 주변과 세상에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하여, 자신과 마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부처의 지혜를 통해서 다시 한 번더 배우게 되었습니다. 또한, 여기저기 날뛰는 의식이 지금에 머물게 하는 것이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케하지만, 공空의 상태로 이끌어주어 내면적으로 편안한 상태로 이어지게 합니다. 고통과도 멀어지죠. 하여, 오늘부터 과거 현재 미래로 오고가는 의식을 지금에 머물게하여 온몸에 전해지는 오감에 조금더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 겠습니다. 분노를 다루는 마음 공부는 평생토록 해야되는게 맞나 봅니다.



>> 문장수집


p. 29-30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하고 싶어, 저렇게 하고 싶어.'라고 생각해도 상관없지만 시작하면 눈앞에 놓인 일만 하나씩 확실하게 해내자. 그러면 쓸데없는 생각을 하거나 욕망으로 마음이 흐트러질 일이 없다. 잡념으로 마음이 흐트러지는 일이 없으니 스트레스도 전혀 받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니 그 일을 오랫동안 계소개도 몸과 마음 모두 피곤할 줄 모를 것이다. 그저 무심하게 일하며 마음이 텅 빈 상태, 즉 '공空'을 유지 한다면 만족감을 맛볼 수 있는 동시에 일에 대한 의욕도 유지할 수 있다.



p. 41-42 욕망을 키우는 요인은 명백한 스트레스뿐만이 아니다. 식탁 위가 어질러져 있거나, 주방이 지저분하거나, 부엌이 너저분한 상황처럼 우리 눈앞에 거슬리는 잠재적 스트레스 요인이 있을 때도 식욕이 강해진다. 식욕은 주로 분노 에너지로 인해 강해지기 때문이다.


p. 45 온갖 요인에 따른 번뇌 때문에 스트레스가 늘어나면 도망치고 싶다는 충동 에너지도 점점 격해질 수밖에 없다. 도피하고 싶다는 충동도 끊임없이 식욕으로 바뀐다. 이때 입으 통해 다양한 것을 위에 집어넣는 행위 자체에 현실을 잊게 하는 효과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먹는 순간 피가 위장 쪽으로 쏠려 머리가 멍해지고 생각을 맣이 하지 않게 된다.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얼버부린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p. 55 좋은 마음을 만들면 좋은 모습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법이다. 자신을 우선하고 싶은 욕망만 억제하면 상대방 기분에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다. 더불어 상대방 이야기를 듣는 행위만으로는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는다. 자신 위주의 에너지에 휩쓸려 지루한 이야기를 강요하고 싶은 욕망을 억제하는 것. 단순한 방법이지만 수많은 지침서에서 소개하는 자잘한 기술보다 실전에서 활용도가 훨씬 높고 어디에든 응용할 수 있다.

p. 61 우리는 왜 이토록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이해받고 싶어 할까. 느낀 것을 함께 나누고 싶고 이해받고 싶다는 충동의 이면에는 두 가지 요소가 존재한다. 하나는 상대방을 물들이고자 하는 점령 욕구이고, 다른 하나는 '누군가 고독한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않겠어요?'하는 외로움이다.


p. 73 분노에 빠져 허우적대는 동안에는 이전에 느끼던 온갖 불쾌한 일이나 스트레스가 마비된다. 괴로움, 만족감 결여, 재미없음, 비참함 같은 스트레스를 일시적으로 느끼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기쁨을 느끼면서 분노가 심신에 손상을 주고 있음을 자각하지 못한다. 그래서 마음은 화를 내는 것이 이득이라고 착각한다. 이러한 착각은 강력한 프로그램으로 마음에 설치된다. 화가 치밀어 오르면 좋지 않다는 얕은 지식으로는 도저히 감당해낼 수 없다.


p. 98 화가 날 때 억압도 발산도 하지 말고 분노라는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평온하게 받아들이자. 자신의 마음을 '그래, 내가 화가 났구나!'하는 식으로 바라보고, 분노에 점령된 마음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면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마음'과 '관찰되고 있는 분노'가 분리되어 갑자기 술이 깬 것처럼 화가 서서히 진정된다.


p. 109 미혹은 욕망, 분노와 함께 인간의 세 가지 근본적인 번뇌 중 하나이며 최대 최악의 번뇌라고 할 수 있다. 미혹이란 의식이 지금 이 순간에 딱 머물지 못하고 어딘가 다른 곳으로 날아가버릴 때 작용하는 충동 에너지다. 집중력, 결단력, 실행력, 지속력 같은 능력을 떨어뜨리는 에너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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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자유에 이르는 길 - 김익한 교수의 읽고 쓰는 실천 인문학
김익한 지음 / 김영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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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자유>의 개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자유>를 진심으로 누리는 방법이 담겨져 있는 책 《철학,자유에 이르는 길》을 담아봤습니다. 거기에 <자유>를 누리기 위한 기록의 힘이 얼마나 큰지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철학하는 만큼 인생은 자유로워진다. 기록하는 만큼 지유는 내 것이 된다." 책의 핵심 내용을 담고 있는 책표지의 문구! 철학을 통해서 <자유>의 개념을 진정성있게 성찰하고 그런 자유를 기록을 통해서 들여다볼 수 있는 책입니다.


>> 김익한 교수에 대하여




이 책의 저자는, 우리나라 제 1호 기록학자인 김익한 교수입니다. <거인의 노트>로 알려진 작가이기도 합니다. <거인의 노트>를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번에 이 책을 읽고부턴 기록이 가진 힘이 얼마나 큰지 다시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자유>와 <기록>을 함께 연관지어 "어른으로서 자유"를 성찰하고 실천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 구성 및 내용



책의 구성은 크게 탐색/변화/성장 총 3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자유>의 개념을 면밀히 검토하고, 자신을 속박하는 환경과 상황을 직시하며 그 속에서 변화를 도모하여, 나아가 성장으로 이어지는 맥락으로 글을 전개됩니다. 그리고 "기록"을 기반으로 성찰을 실천할 수 있는 "실천적 성찰"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자유>를 위하여 자신은 현재 어떤 상황과 위치에 있으며, 자신의 자유는 타인에 의한 것인지 자신에 의한 것인지 파악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한, 자기를 돌보면서 소소하게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자신을 위해서 고민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습니다. 특히 워크북으로 별도로 제공되어서, 책을 읽은 다음 별도의 시간에 자신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감상평


어린시절,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어서, '빨리 어른이 되면 좋겠어. 내가 원하는거 마음대로 하면서 살게'라는 포부를 혼자서 품은 적이 있습니다. 어린시절엔 제 눈엔 어른들이 자유로워 보였어요. 원하는걸 마음대로 자유자재로 누릴 수 있다고 여겼거든요. 그렇게 어른이 되고픈 간절한 포부를 담고서 어느새 어른이 되었습니다. 너무나 설렜습니다. "자유다! 이젠 뭘 하면서 내 마음대로 살까?"라는 부푼 기대감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는 꿈으로만 끝나고 말았습니다. 어느날 어머닌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젠 성인이 되었으니, 집안 살림살이를 위해서 돈을 벌어야 겠다"고 말이죠. 청천벽력같은 제안이였습니다. "뭐라고? 나보고 살림에 보탬이 되어라고?!!" 말도 안되는 억측같았지만, 성인이 될 때까지 어머니가 우릴 먹여 살릴려고 고군분투하며 살아오신 세월을 알기에 한치도 반항도 없이 어머니의 제안을 받아들여야만 했습니다. 입장 차이겠지만 어머니도 얼른 우리가 성인이 되길 바라셨을 거예요. 세간살림 혼자서 안고 오셨으니 이젠 자식들에게 힘을 나누고 싶은 마음, 충분히 이해가 되었거든요. 그때부터 속박의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공황장애가 왔던 그때, 아니, 공황장애가 엄습하기 한 참 전인, 어른이 되기 전에 <자유>에 관한 철학서라도 읽었더라면 내 삶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김익한 교수의 《철학, 자유에 이르는 길》을 읽으면 <자유>에 대한 기본 개념과 맥락을 철학적 관점으로 들여다볼 수 있고 그가 제시한 개념과 맥락은 실천에 옮기기에도 참 용이하거든요. 진작 알았더라면, 공황장애도 겪지 않고 유연하게 삶을 살아왔을 것이라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시작으로, 조직에 들어가서 충성을 다해야만 우리 집의 경제력을 유지할 수 있었거든요. 조직에서 살아남으려면 인간관계에서도 모나지 않아야 했습니다. 싫어도 좋은 척, 힘들어도 잘하는 척,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사람이 되어야만 했습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이탈하지 않아야 집안 경제도 타격이 없는 쳇바퀴와 같은 구조가 너무나 힘겨웠습니다. 어린시절엔 적어도 '나'라는 존재 자체를 인식할 수 있었지만 어른이 되고선, '나'는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어머니의 제안이였지만 어쩔 수 없이 그 굴레를 선택한 것도 제 자신이기 때문에 그에 온 책임을 다하려고 했으나 결국엔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공황장애가 왔습니다. 진짜 나를 가면 뒤에 숨기고 진짜 나의 감정을 억누른채 살아가는게 너무나 힘겨웠는지, 마음의 병이 찾아왔습니다.

김익한 교수도 어른이 되면 충분히 자유를 눌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막상 어른이 되고 나서 <자유>가 박탈되는 치열한 삶과 마주했습니다.

우리는 자유를 바라기만 했을 뿐, 그것을 실제로 느끼고 연습할 기회는 얻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다. 자유는 이따금 허용되는 보상이나 특별한 예외처럼 여겨질 뿐, 인생의 근본원리로 자리 잡지 못했다. 사회에 나오면 이런 경향은 더욱 강화되고 심화된다. 우리는 취업준비, 승진시험, 인사고과 등 끊임없이 어이지는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간다. 이 구조에서 우리는 '하고 싶은 것'보다는 '잘하는 것'을 기준 삼게 되고, 이는 곧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선택하기보다, 타인의 인정을 받을수 있는 일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욕망보다는 사회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모방하다보니, 욕망 자체가 왜곡된 채 살아가게 된다. p. 17-18

자유를 바라지만 진짜 자유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진짜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한 바라는 것의 가치는 무엇인지 조차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우리는 그저 사회가 바라는대로 생각하고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자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서 추상적으로만 여겼던 <자유>를 구체화하는, 강렬한 경험을 안겨준 책(p.25)이라고 언급합니다. 존 스튜어트 밀이 언급한 자유란 이러한 것입니다.

개인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자기 삶을 결정할 자유가 있다. p. 25

자유는 자신이 소속된, 동시에 자신을 억압하는 환경과 구조로부터 탈출하여 해방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자신이 선택한 삶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동반한 능동적 상태(p. 26)라는 것입니다. 밀이 언급한 <자유>에 관한 세 가지 핵심이 축은 '생각의 자유', '행동의 자유','삶의 양식'을 나눕니다.

생각의 자유는 자기 검열에 빠지지 않고 사고의 폭과 깊이를 확장할 수 있는 힘이라고 합니다. 외부의 억압이나 내부의 편견에 휘둘리지 않고 진실을 탐색하며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정신의 자유를 말합니다. 행동의 자유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옮길 수 있는 자유이며 관념을 실현할 수있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실천은 언제나 책임을 동반한다는 것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의 행동이 주변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서도 깊이 고려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기꺼이 감수하는 태도도 너무나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삶의 양식은 직업을 비롯한 삶의 방식, 하루 리듬과 감정의 흐름, 관계를 맺는 방식 등 삶을 살아가면서 스스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위의 세가지는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저자는 언급합니다.

생각의 자유가 있어도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용기가 없거나, 그 행동이 내가 원하는 삶의 양식과 어긋날 때 자유는 공허한 외침이 되고 만다. 세 가지 자유는 서로 보완하고 지지하는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만 온전히 작동한다. p. 27

스스로 자신이 살고자 하는 삶의 목적과 방향을 설정하고, 이로 인해 스스로 감수해야 할 것들이 무엇이며 그런 삶을 살아도 좋을지 가치와 주변에 끼칠 영향력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 그리고 실천에 옮기면서 원하는 삶을 그려가고 유지하는 것이 곧 자유라는 것! 우리가 도덕시간에 <자유>에 대해서 이렇게 깊이있게 체계적으로 그려가는 연습을 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아쉬움이 깃듭니다.

이 책은 읽을수록 빠져들어갑니다. 태어난 국가, 선택하지 않은 가정환경과 마주해야하는 사회구조와 인간관계를 전면적으로 외면하는 것이 <자유>가 아닌, 숙명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자신을 내면적으로 마주하면서 어떤 삶을 선택할지 고민하고 이를 선택하고 자발적으로 실행하는 용기가 곧 <자유>라는 걸 인지하게 됩니다. 가치있고 의미있는, 진짜 <자유>를 뒷받침해주는 다양한 철학자와 철학서를 제시합니다. 그리고 기록학자답게 자유를 기반으로 하는 기록의 힘이 얼마나 큰지 꾸준히 알려줍니다.

기록은 억압적인 언어를 그대로 받아 적는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내가 속한 세계의 틈을 발견하고, 그 틈에서 다시 숨 쉬려는 시도다. 말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감정들, 겉으로는 아무 일 아닌 듯 지나가지만 내 안에 남은 울림들, 그 모든 것을 기록은 포착한다.p. 124

기록은 단절이 아니라 이해를 위한 거리 두기이며,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잠시 물러나 내 마음의 중심을 회복하는 고요한 사유의 시간이다.p. 153

기록은 밖으로 향하던 시선을 안으로 돌린다.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안에서 고유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도록 돕는다. 단순히 지나간 일을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의 나를 위한 청사진을 그리는 창조적 행위로 작용한다. 마치 스쳐가는 생각을 메모장에 붙잡아두듯, 기록은 나를 나에게 다시 소개하는 언어적 행위다. p. 175



>> 문장수집



p. 18 어른이 되어 자유를 추구하려 할 때, 정작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분명하지 않은 혼돈에 빠지게 된다. 자유는 관념으로는 존재하지만, 일상에서는 손에 잡히지 않는 낯설고 먼 개념이 되어버린다. 무엇을 위해 이토로 바쁘게 달려왔는지, 어떤 가치를 좇으며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법조차 잊어버린다.


p. 30 프리드리히 니체는 "자유로운 존재는 자기 자신에게 책임을 진다"라고 말했다. 밀이 자유를 '성숙한 개인의 책임'과 연결한 것과 같다. 그 누구도 대신 짊어질 수 없다. 이 온전한 책임의 무게가 바로 '고통'의 본질이다. 그러나 이 고통은 우리를 갉아먹는 무의미한 괴로움과 다르다. 그것은 내가 선택하 삶의 무게를 실감하며 스스로를 단련하는 '성장의 통증'이다. 이 통증을 감수할 때 우리는 비로소 더 강인하고 성숙한 존재로 거듭난다.


p. 30 자유란 감정의 분출이나 충동의 해제가 아니다. 그것은 내면의 목소리를 명확히 인식하고, 그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역량과 조건을 스스로 구축하는 능동적인 힘이다. 이 힘은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오랜 성찰과 자기 점검, 꾸준한 실천을 통해 서서히 단련된다.


p. 43 자유는 주어진 현실이 아니라 끊임없이 훈련해야 하는 기술이다.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경신해야 할 지향 점이다. 진정으로 자유로워지려면, 먼저 자신이 어떤 시선과 억압에 반응하는지 자각해야 한다. 삶을 반성적으로 바라보는 메타인지적 사고, 그리고 기록을 통해 자신을 객관화하고 그 반성을 실천하는 기술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p. 53 성찰은 허세에서 벗어나 진짜 자신으로 사는 출발점이다. 가면은 쉽게 벗겨지지 않는다. 익숙한 연기를 멈추려면 먼저 그 패턴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래서 기록이 중요하다. 기록은 일시적인 감정을 넘어 자신의 행동 패턴과 그 이면의 심리적 동기를 분석할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한다. 기록을 반복해서 쓰고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우리는 내가 언제 허세를 부리는지, 그 허세를 부추기는 근본적인 두려움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식하게 된다. 바로 '기록학적 성찰'이다.


p. 62-63 자유의 길은 때때로 고독하다. 사회적 통념이나 다수의 의견을 따르지 않을 때 우리는 고립감과 소외감을 경험한다. 그러나 그 고독은 역설적으로 내면의 힘을 단련시키고 자신의 가치를 더욱 명확하게 다지는 기회를 제공한다.


p. 79 무작정 자신을 몰아붙이는 노력은 자기 착취일 뿐이다. 참된 성장은 '나다운 성실함'을 바탕으로 한 자유로운 실행 속에 있다. 우리는 진지하게 자문해야 한다. 지금 내가 하는 이 노력이 정말 '나'를 위한 것인가?'


p. 97 삶은 계획대로 꾸미는 것이 아니라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익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 흐름 속의 변화는 기록을 통해 가시화된다. 중요한 것은 나만의 기준과 속도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자기 성장은 곧 삶이 주인이 되는 과정이며, 우리는 이를 기록 속에 고스란히 담아야 한다. 여기서 '기록'은 목표 달성 여부를 체크하는 도구가 아니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내면의 변화, 예상치 못한 깨달음, 타인과의 교감에서 비롯된 작운 울림을 담는 그릇이다. 이런 기록이야말로 참된 차기 성장의 증거다.


p. 108 기록학자로서 나의 경험은, 기록이 단지 과거를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주체성을 강화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도구임을 끊임없이 일깨워준다. 기록은 수동적 저장이 아니라 능동적 세계를 해석하고 자신을 재구성하는 창조적 행위다.


p. 139 기록은 관계를 해석하는 감정의 지도다. 어떤 이와의 대화에서 내가 진짜 웃었는지, 어떤 순간 말하지 못하고 삼켰는지, 그 자취를 남기는 것은 곧 나의 기준과 경계를 세우는 일이다. 그렇게 감정의 잔여물을 기록하고 바라보는 시간은 나를 돌보는 동시에 더 건강한 관계를 설계하기 위해 필요하다. 관계의 자유는 바로 일상 속 작고 조용한 기록 실천에서부터 시작된다.


p. 150 실제로 고통에 공감하려 애쓸수록, 우리는 자주 무너진다. 타인의 아픔을 나의 것으로 내면화하면서 감정은 소모되고 마음의 에너지는 바닥난다. 더욱이 '공감해야만 하는 사회'는 개인에게 일종의 감정 연기를 강요한다. 울지 않으면 냉정한 사람, 분노하지 않으면 무관심한 사람으로 낙인 찍히기도 한다. 이것이야말로 현대판 감정의 강요이자, 우리 내면의 기록을 왜곡시키는 폭력이다.


p. 151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맹목적인 공감이 아니라, 건강한 경계를 세우는 '성숙한 공감'이다. 성숙한 공감은 상대의 고통에 휘말려 나를 잃지 않도록 스스로를 보호하는 '자기 돌봄'의 감정 기술이다. 슬퍼하는 상대와 함께 있어주되 그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나의 중심을 지킬 때, 우리는 지치지 않고 오래도록 곁에 있을 수 있다.


p. 202-203 자유는 홀로 빛나지 않는다. 타인과 연결되고 그들에게 다정한 손길을 내밀 때 자유는 비로소 빛을 발한다. (중략) 개인이 온전히 자신으로 서는 동시에, 그 존재가 타인과 관계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확장되는 것, 그것이 '이타적 개인주의'의 시작이다. 고독한 자유를 넘어, 더 넓고 풍요로운 자유의 지평을 함께 열어갈 때다.


p. 207-208 오늘부터, 아니 지금 이 순간부터, 당신의 삶을 이타적 개인주의자로 당당한 친절로 대하라. 당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그 친절이 당신을 더욱 단단하고 자유롭게 해 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깨달음과 실천 속에서, 당신은 비로소 현재를 춤추듯이 살아갈 것이다.이 춤은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는 당신만의 고유한 리듬이자, 세상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자유로운 움직임이다. 삶의 모든 순간이 바로 당신이 펼치는 예술적인 춤이 될 것이다. 어른의 자유, 당신의 삶이 바로 그 자유의 춤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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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지옥일 때 부처가 말했다 - 분노의 늪에서 나를 건지는 법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박수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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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시끄럽고 생각이 많아서 정리가 안될 때 만났던 고이케 류노스케. <생각 버리기 연습>을 통해서 따뜻한 위안을 얻었던 기억이 있기에, 그의 새로운 글을 통해서 다시 한번 마음을 깊이 성찰하며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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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책
로스 게이 지음, 김목인 옮김 / 필로우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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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요즘 여러 매체를 통해서 일상을 뒤흔드는 수많은 사건사고를 접하게 됩니다. 불행의 소식을 들으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만약 나에게 혹은 우리에게 닥친 불행이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면 너무나 아찔해집니다. 이런 일들을 뒤로하고 나의 일상을 보면 남들보다 못 누리는 것 같고 남들보다 더 불행한것 같다며 불평불만을 할 때가 있습니다. 나의 바운더리 바깥으로 일어나는 위험요인들을 고려해보면, 내가 누리는, 무탈한 지금에서 충분히 사색하고 소소한데서 기쁨을 마주하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일상을 면밀히 자세히 들여다보는데서 누리는 기쁨에 관한 책이 있습니다. 미국의 에세이스트이자 시인인 로스 게이의 《기쁨의 책》입니다.




세상의 흐름에 따라 유유자적 자유롭게 댄서나 발라리나(발레리노)처럼 춤을 추는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표지입니다. 화이트와 블루의 조화를 자랑하는 표지에서 이미 <기쁨>이 전해집니다. 세상의 자유를 온몸으로 즐기는 <기쁨> 말이죠!!



>> 로스 게이 작가에 대하여



요즘엔 문학적 감성을 마음에 담고싶은 마음에 시인이나 에시이스트의 글을 마주하고 그들의 글을 음미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마침 미국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로스 게이를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 반갑기도 했습니다. 그는 시와 산문을 비롯하여 음악 작업을 통해서 작품 세계를 확장하고 있는(자료출처 책날개) 예술가이기도 합니다. 시 낭송과 음악의 조화를 이룬 앨범을 발매한 적도 있고, 지역 사회와 함께 과일 재배를 하며 나누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조화를 인지하고 여린 인간을 품을 줄 아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 구성 및 내용



이 책은 에세이이며, 일기 형식이지만 일기같지 않은 철학서같은 책입니다. 총 102편에 해다하는 글이 담겨져 있습니다. 제목도 작가의 느낌가는대로 정하고 내용도 그러합니다. 그러나 그 속에는 기쁨을 고찰하는 글들이 공통적으로 담겨져 있습니다.




>> 감상평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로스 게이는 이탈리아 움베르티테의 한 카페에서 에소프레소를 두 잔 마신 뒤 성에 있는 숙소로 가는 길에(p. 23), 에세이를 1년간 매일 한 편씩 쓰기로 계획하고 결심합니다. 그의 계획과 결심이 실천으로 옮겨져서, 에세이 한 권이 나왔습니다. 기쁨에 관한 주제로 말이죠. 그는 그 주변의 일상을 기반으로 글을 적어갑니다. 뭔가 평범한듯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일상이 아닌 그가 말이죠.


기쁨을 자극할만한 것들을 누리면서 기쁨을 담지 않습니다. 그는 감성적이며 섬세합니다. 그리고 예술과 문학을 포함하여 정치와 사회경제, 인류애적인 조예도 상당합니다. 그의 글을 들여다보면 평소 대중적으로 접해보지 못했던 문학작품이나 음악 앨범에 대해서 알게 되며, 외면하거나 인지하지 못했던 사회문제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로스 게이는 세상 일에 아주 관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따뜻해요.


그의 글을 보면 식물과 작물, 혹은 과일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자연 속에서 삶을 들여다보기도 하며 세상을 조화롭게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때로 부조리하게 돌아가는 세상에 일침을 가하기도 합니다. 그럼에서 소소함 속에서 <기쁨>을 찾아내는 노력을 의식적으로 해냅니다.


그의 글을 보면서 또 느껴씁니다. <기쁨>을 느끼려면 의식하려고 부단히도 노력해야 된다는 것을요. 부정적인 감정엔 본능적으로 쉬이 자극 받으면서, 긍정적인 감정을 인지하는데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편안함이라 자극적이지 않다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한때 모닝감사일기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감사일기를 매일매일 쓰는게 그렇게 고충일 수 없더라구요. 왠만한 것들에 감사의 테그를 붙였으나, 매일 새로운 감사를 쥐어 짜내려니 감사하는 마음도 우러나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굳이 새로운 "감사거리"가 필요했던 걸까요? 그렇지 않잖아요. 늘 똑같은 패턴의 반복일지라도, 똑같은 패턴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인내도 소소하게 기쁨을 누리게 하는데 한 몫합니다.


그는 여유가 있습니다. 세상을 평화롭게 바라보는 여유 말이죠. 그래서 소소한 기쁨이라도 충족할 줄 알며 연약한 인간을 품을 줄도 압니다. 소소해서 불평불만 많이 했던 태도를 반성합니다. 소소함이 일상의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걸, 로스 게이는 알려줍니다.


그는 오해없이 의미를 전달해주는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 보여집니다. 그의 글을에 몰입하다보면 tmi 정보가 흐름을 막긴합니다. 유유자적 흘러가는 글을 선호하는 편인데 글의 맥이 끊기는 느낌이 들어서 이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긴 했습니다. 허나, 읽다보니 이 또한 그의 배려라고 여겨지더라구요. 그가 경험하는 모든 일상을 세부적으로 공유하고 싶어하는 마음과 오해없이 뜻을 전달하고 싶어하는 마음, 모두 전달되는 것 같았거든요. 로스 게이는 섬세하고 따뜻하며 배려심이 깊은 시인이자 에세이시트입니다.


>> 문장수집


p. 42-43 수전 손택은 어딘가에서 이런 말을 했다. 글쓰기의 속도를 높여주는 기술보다 늦추어 주는 기술이 우리가 사용해야 하는 기술이라고. 분명 수전 본인도 해당되었을 '손으로 쓰는 사람'이라는 주제에 관한 논문이었던 것 같다. (중략) 나의 경우에누 딱히 어떤 논문은 없지만, 손으로 써 온 것, 특히 이 짧은 에세이들을 손으로 쓴 것이 놀랍고도 완벽한 기쁨이었다는 걸 일러두고 싶다.

p. 78-79 가장 최근에 커피를 잔 받침 없이 받아 드는 즐거운 경험을 한 곳은 한 에스프레소 카페였는데, 그곳을 좋아하는 건 그들이 만드는 질 좋은 커피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 바리스타의 호기심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커피를 탐닉하는 동안 내 얼굴을 자세히 관찰한 사람. "잔 받침 없이 맞죠? 여기 있습니다." 한 번 갔을 뿐인데 그는 나의 기호를 바로 알아차렸다. 그 사람은 정말 최고다.


p. 106 보편적 he가-마술처럼 그의 책에서 모든 가상의 독자와 저자를 남성으로 바꾸어놓으며-만들어내는 남성 중심적 사고, 남성 지배적 사고 혹은 남성 이외에는 지워거리는 사고를 인정하기보다는 그 언어의 마술적 측면을 인정하잦 실제로 언어가 어떻게 상상을 부추기고, 상상이 어떻게 언어를 부추기는지를, 사실 그건 마술 축에도 안든다-그냥 언어에 뭔가를 강요하기보다는 언어를 떠밀고, 언어와 춤을 추자. 그래서 언어가 대명사들과 젠더들, 잠재적 세계의 다양성을 표현하게 하자. 더 나아가 저자의 사고에 담긴 어려움과 풍성함, 사랑스러움을 담아내고 표현할 수 있도록 그 언어를 활용하자.


p. 128 단순한 관찰은 기쁨이 될 자격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지만, 가끔은 그저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p.145-146 짜증은 항상 짜증난 상태에서 비롯된다고 말하면 여러분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 같고, 그래서 내가 짜증에 인격을 부여해 내 몸 안에 살 게 한 것이다. 아마 녀석에게 불을 지피는 건 응답받지 못한 감정, 자제력을 잃은 감정안 것이다. 또 가끔 탈수나 허기, 수면 부족일 것이다. 불쌍한 녀석.


p. 173 내가 무언가에 한눈을 팔다가 찾아낸 기쁨, 여전히 그런 식으로 찾고 있는 기쁨(티셔츠 문구 아이디어:기쁨과의 외도)의 특징 중에는 발견하는 느낌이 있다. 한 사람이 무언가, 아마 물질적으로, 영적으로, 혹은 초자연적으로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을 찾아냈다는 느낌, 드러냈다는 느낌 말이다. 기쁨은 어쩌면 무언가를 가리키는 우주의 거대한 손가락 같은 것일지 모른다. 아니, 기쁘믄 우주의 거대한 손가락이 무언가를 가리킨 뒤, 그 무언가(중략)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가까울 것이다. 오호! 아니면 우아, 저거야!


p. 184 좋은 날이다. 우리가 목격하는 유쾌한 것들이 마치 영적인 낭송처럼 들리고, 적어도 좋은 소설의 제목처럼 들리는 날. 혹시 모르지, 나쁜 소설의 제목일지도.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은 지금이 졸업 시즌이라 내가 일하는 대학교 캠퍼스에 학사모와 가운 차림으로 분주히 걸어 다니는 이들, 분수와 시계탑, 교정의 숲에서 포즈를 취학 있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학교를 상징하는 색의 튤립이 하늘거리는 곳 옆에도 그들이 있다. 정말 농담이 아니다.


p.224 숲이지만 어딘가 교회 복도 같은 느낌도 드는 포포 숲에서의 기쁨은 열매 찾는 법을 배우는 데에 있다. 열매들은 오밀조밀 모인 형태로, 주로 약간 높은 나무 위에 있다. 그래서 가리키는 행위, 특히 혼자가 아닐 때에는 더더욱, 최소한 작은 축복이라고 할 만한 우리 인간의 능력을 쓰게 만든다. 개가 있는 방향으로 포도를 던지고 가리켰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을 때, 며칠 뒤 아기에게 보라며 새 한 마리를 가리켰는데 여전히 같은 결과일 때 깨닫게 되는 능력 말이다.

p. 232 이 모든 사례가 뚜렷이 알려준다. 별종이라는 건 종종 원기 왕성하거나 열정적이라는 뜻도 된다는 건. 이 두 가지 특징 모두 위축되어 있거나 상처받기 쉬운 상태일 때 우리 안에 창피함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다시 한 번 자기 안에 숨에 있는 별종으로서의 모습에 대해 스스로가 느끼는 두려움에 주목하게 한다는 것을.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그 아이의 끝내주는 문워크를 보았을 때 어떤 감정이 들었는데, 그때는 그걸 창피함으로 여겼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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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한다는 것 - 소통의 시대에 느림의 철학자 피에르 쌍소가 전하는 “진정한 대화”와 “대화의 행복”
피에르 쌍소 지음, 이진희 옮김 / 드림셀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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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 <대화>를 주제로 다른 책 《대화를 한다는 것》을 담아봤습니다. 기질적으로 말하길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원만한 소통을 위한 대화법, 대화방식과 태도에 대해서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화가 단순히 입만 열면 말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닌 연구와 통찰력이 필요한, 마음과 감정이상으로 심오한 주제이기에, 이를 세심하게 다룬 책을 들여다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책 《대화를 한다는 것》 은 댄스 수업이 끝난 뒤 여전히 우아한 발걸음으로 교실을 나가는 학생들처럼 대화를 마친 후에도 좋은 태도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설령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해도 화합의 행복을 느끼며 떠나는 길을 안내한다. 저자는 무례함과 신랄함, 자연스러움과 어느 정도의 순진함이 어우러진 대화가 성공적이라고 말한다. (중략) -동물행동학자 최재천의 추천사 中


최재천 교수의 말에 매료된 1인으로, 그가 추천하는 책을 고민도 없이 선택하게 되었죠. 그의 추천사를 보면서 책의 내용을 대략적으로 가늠해보았습니다. '설령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해도 화합의 행복을 느끼며'라는 표현이 찰떡이라는 걸, 이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 피에르 쌍소 철학자에 대하여



'느림의 철학자'로 알려진 피에르 쌍소. 그는 삶과 환경에 조화를 이루는 삶의 자세를 다룬 여러 에세이를 통해서 '느리게 사는 삶'에 대한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킨(발췌 : 책날개)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입니다. <느림>에 관한 주제 중 하나로 <대화>를 선택했고, 대화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책 한 권에 담았습니다.



>> 구성 및 내용



<대화>를 주제로, 성공적인 대화, 침묵, 수다, 투쟁, 신과의 대화, 문학작품과의 대화, 재담, 협상, 토론, 음식과 대화 등 말과 관련한 사교와 사회 그리고 영적 사유와 문학작품 속에서 소통하고 교류하며 대화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찾아가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감상평


나는 성공적인 대화라면 유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우 엄숙한 상황에서 격조 높은 어투로 주고받는 대화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으리라. 이런 대화에서 내뱉어진 단어들은 각각 정확하게 정해진 자리가 있다. 대화는 필요에 따라 흘러간다. p. 23

한때 대화를 잘 하려면 대화 속 기세를 제대로 잡아야 된다며 허세를 부렸습니다. 이를테면 미사어구를 쓰면서 많이 아는 사람인척하며, 강한 면모를 보이며 목소리를 크게 내야만 대화를 잘 하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허나, 안하무인 대화방식은 사람들과 점점 멀어지도록 했으며 심지어 갈등 상화에 이르게 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잘못 알고 있는 대화방식은 독재자들이나 하는 강압적인 방식이였습니다. 대화가 아녔지요. 그냥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찍어 누르는 대화법이였습니다. 지금 그때 힘들어간 대화방식을 생각하니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싶습니다.

허세 가득하고 쎈척하는 대화방식은 타인과 소통을 오히려 단절시켰다는 걸, 스스로 체감도 했지만 피에르 쌍소의 《대화를 한다는 것》을 통해서 세밀하게 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잘못된 대화방식은 유쾌함도 결여된, 대화도 아닌 일방통보식이였던 겁니다. 사람들에게 관심받고 싶은 욕구가 강해서 내용도 의미도 없이 그냥 멋져보이기만 하고 싶었던 마음이 컷던 거죠. 거기에 공감능력도 완전 제로! 말하는 제 자신에게 푹 빠져 있어서 저의 이야기를 듣는 타인의 입장과 감정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어요. 요즘에서야 혼잣말이 지속되면 멈추는 완급조절력이 생겼으나 소싯적엔 무조건 마이웨이. 그때를 상기할수록 손발이 오그라듭니다.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피에르 쌍소는 대화는 그저 타인과 주거니 받거니 하는 소통의 과정이나 도구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나는 대화가 나를 놀라게 하기를, 내가 길을 잃게 되더라도 나를 낯선 땅으로 데리고 가기를, 감히 아무것도 털어놓을 수 없는 집단치료와는 다른 형태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도와주기를 바란다. 대화가 이런 '특별함'이 없다면, 이러한 위험 신호가 없다면, 낯선 곳으로 향하는 궤도에 나를 올려놓지 못한다면, 내 일상이 가장 먼 경계를 탐험하는 경험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나는 만족하지 못한다. p. 40

대화는 타인이 존재해야만 가능한 것일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인지하는 것입니다. 대화는 자신과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합니다.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은 미지의 여정이나 다름없지요. 그 여정 속에서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와 가치를 깨닫게 됩니다. 대화는 자신과 가까워지게 합니다.

중요한 것은 '존재'라는 단어다. 이미지나 역설, 또는 경쾌한 문장을 한순간 터뜨려 발산하려면 우리들 사이에, 우리가 주고받는 말들 사이에 우리를 놀라게 하는 무언가가 존재해야 한다. 가끔은 우리가 서로에게, 혹은 자기 자신에게마저도 부재할 때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조금 겸손하게 말하자면, 우리가 주용히 경청하지 않는다면 그 무언가의 '존재'는 그 자체 넘어 전달되지 못할 것이다. p. 41

자신과의 대화에서 가만히 경청하며 자신의 존재를 인지하고, 또한 타인의 말에 경청하며 그 속의 의미를 찾아가며 서로가 조화를 이루는 것, 이는 대화를 통해서 깨닫게 됩니다. 대화는 소통의 수단이 아닌, 존재의 본질과 의미를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하여, 대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이 깃든, 엄연히 정신수양과도 같은 고차원적인 행위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대화에 대한 공부도 마음공부 못지 않게 몰입해야 합니다.

저자는 일상 대화만 두고 심오하게 분석하지 않습니다. 일상 대화를 비롯한 투쟁, 협상, 토론, 신 혹은 음식과의 대화가 깃든 모든 관점에서 대화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그에 대한 혜안을 제시합니다. 어떻게 <대화>라는 두 음절의 단어를 두고 이렇게 세부적으로 분석해서 글로 풀어낼 수 있는 걸까요? 느림의 철학을 지향하는 그이기에, 사소한 것에서부터 면밀히 관찰하여 그는 고민하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유쾌함과 진지함, 그리고 경청의 조화와 균형이 잘 이루어진 대화는 자신을 비롯하여 타인, 사회, 세상, 인류 그리고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게 하는 원천이 될 수 있겠다는 교훈까지 더해져서, 이 책에 깊이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다만, 번역서이기도 하고, 철학자 특유의 사색 방식과 묘사 방식이 조금은 이질적으로 느껴지긴 합니다. 이해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어요. 차원이 혜석과 혜안을 대중적인 필력으로 쓰여졌다기보단, 저자만의 독특함이 더 가미되어, 가보지 못한 세상에 들어간 기분이 들긴합니다. 그것이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계속 들여가보게 되요!!



>> 문장수집


p. 24-25 엄중함이나 유쾌함 외에도 대화를 분류하는 기준이 존재한다. 바로 정신에 관한 것이다. 왜냐하면 대화는 영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본질 철학에서 정신이라는 단어는 대문자로 시작한다. 정신은 세상을 지배한다. 정신은 정신을 원동력으로 삼아 진행되는 역사적 과정을 통해 실현되며, 그 겨로가로 세상 속에서 온전히 구현되다. 우리에게 있어 정신은 오히려 생기 넘치는 존재이며, 결코 가만히 머물러 있지 않고 사건이나 타이의 말에 끊임없이 반응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대화할 때 정신은 활기를 되찾고 놀라운 개방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온전한 자의식이 형성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p. 71-72 말은 어떻게 보면 도시나 바다, 또는 예술품처럼 개인의 소유물이 아닌 공공재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는 수다쟁이가 대화 중에 말을 가로챈다고 원망한다. 말을 독점하는 수다쟁이는 모두에게 속한 재화를 되돌려줄 줄 모르는 도둑이자 무뢰배다.

p. 74 대화도 모든 진실하 교류와 마찬가지로 상호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수다는 불균형을 이룬다. 진실한 대화는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되고 감정을 용솟음치게 하지만 수다는 지겨운 되풀이마 계속될 뿐이다. 수다쟁이가 같은 말로 되풀이 하지 않는다면 철학자 디드로처럼 천재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의 공연과 재주를 즐길 것이다.


p. 121 우리는 개성이 있는 사람,인생의 굴곡을 경험한 사람, 자부심이 뿜어져 나오는 사람우 이야기를 듣기를 원한다. 그러나 우리는 평범한 화자가 하는 빛바랜 말, 차마 들어주지 못할 정도로 형편없는 말,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대체가능한 말을 꾹꾹 참아가며 듣는다.

p. 134-135 언어도 마찬가지다. 자체적으로 효율성과 힘을 취하고, 대화에 고결함과 가치를 부여하는 언어 말이다. 앞으로 나는 정서적 삶에서 이루어지는 언어적 교류에 대해서는 덜 너그러워져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잠재적 대화 형태와 같은 경멸적인 언행을 하지 않을 것이다.

p. 137-138 대화가 잃지 말아야 하는 기본적인 특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대화가 특정한 어조를 유지하며 하는 언어 훈련이라는 점이다. 이때 언어누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 언어 훈련을 하더라도 감정은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 감정은 우리의 정신을 고취시키고, 내뱉는 문장에 색을 입히고 열정을 붙어넣는다. 그러나 감정이 우리를 떨게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울음과 비정거림, 추임새에 특혜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p. 179 나의 스승들은 문학은 수세기에 걸쳐 펼쳐지는 끊이지 않는 대화라고 말했다. 몽테뉴는 스토아학파 철학자들과 대화를 나눴고, 파스칼은 몽테뉴와,볼테르는 파스칼과 대화한다. 나는 그들의 대화에 특별히 초대된 영광을 누리며 그들을 지켜보고 탄복한다. 그들 대부분은 세상에서 사라졌으니 이제 마음껏 대화를 나눌 수 있으리라. (중략) 그들은 이제 실질적인 경쟁자가 아니기 때문에 서로 발톱을 드러낼 필요도 없었고 유명인으로서의 허세도 부리지 않으리다.


p. 187 매력적인 재담가는 본능적으로 우리의 공감을 자극한다. 그는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모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다. 그는 사람들의 관심을 독차지하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을 서로에게 상냥하게 대하도록 만든다. 재담가는 우리의 감탄을 지나치게 강요하지 않는다. 마지막 말이 끝나면 그는 자기가 만든 유쾌한 분위기에서 물러날 것이다. 이런 화자의 말을 들을 때는 지루함을 느껴 본 적이 없다.


p. 261-262 대화를 끝내는 것은 우리를 괴롭히는 관계를 끊어내는 것처럼 힘든 일이다. 우리는 끝내고 싶은 마음을 비칠 수 있도록 침묵의 순간을 기다린다. 그렇지만 그 순간은 우리가 입을 떼기도 전에 다른 말로 채워지고 만다. 우리는 연극이나 연설을 완벽하게 끝맺는 것처럼 아름다운 결말을 꿈꾼다.

p. 304-305 인간이 비록 본능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하기는 했지만 영적 훈련과 반대로 대화와 사교적인 삶은 천성과 재능의 발현을 예찬한다. 그러니까 '삶의 기술'이라는 것은 작품이 아니라 인간 그 자체다. 다시 말해 있는 그대로 조화로운 모습을 본떠서 조각 작품을 만들 만한 가치가 있는 인간이라는 것이다. '완벽'을 추구하는 인간의 성향은 고대인들이 기독교 정통을 뛰어넘어 물려준 정신적 유산이기도 하다. 완벽의 추구에는 자아도취와 혼동하지만 않는다면 정당한 자부심이 깃들어 있다. 그리고 심미적 완벽은 보이는 것에 전적으로 달렸으며 행동, 외모뿐만 아니라 우아한 언행을 통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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