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니체 필사책
아르투어 쇼펜하우어.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강용수 편역 / 유노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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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북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저는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입니다. 납득하기 힘겨운 상황에 직면하면 이해가 될 때까지 꼬리를 물거나 불평불만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태도는 좋게보면 신중하고 탐구력이 있다고 할 순 있지만, 나쁘게 보면 아주 고리타분하기도 합니다. 주로 나쁘게 작용해서, 때론 우울하거나 무기력에 빠져서 허위적대고 어떨 땐 비관하거나 허무함에 허덕대기도 합니다. 이런 부정적인 관점에서 벗어나거나 전환하고 싶어서 철학서와 친해지려고 노력중인데요. 이번엔 쇼펜하우어와 니체를 만났습니다. 그들의 철학이 담긴 인생관을 필사책으로 접하고 나니, 철학이 한층더 흥미롭고 재미있게 다가오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쇼펜하우어X니체 필사책》은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의 저자 강용수 교수가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인생관을 엮은 책이기도 합니다. 시대와 세대를 모두 아우르는 두 철학자의 명문장이 담긴 책이라는 걸 책 앞뒤 표지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니체의 철학에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쇼펜하우어에게 고독의 지혜를 니체에게 긍정의 힘을 배우다.

앞 표지의 위 글귀를 보면 같은 듯 다른 두 철학자의 철학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증폭됩니다.


두 철학자의 저작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사랑받는 이유는 두 사람의 문장력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각자가 새로운 인생관을 확고하게 제시하기 때문이다.p. 10






>> 철학자 쇼펜하우어와 니체에 대하여


✒️ 쇼펜하우어는 독일의 철학자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서 인간을 이성적인 존재가 아닌 충동과 욕망에 끌려다니는 '맹목적인 의지의 존재'로 봤으며 욕망은 결코 채워지지 않으므로 삶은 본래부터 고통으로 봤다(p. 7)고 합니다. 그는 40대까지 철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비판을 받다가 고독하게 여생을 보내다가 사후에 그의 철학이 재평가를 받게 되어, 후대 철학자들을 비롯하여 문학, 심리학, 음악, 예술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 니체도 독일의 철학자로, 젊은 시절 쇼펜하우어의 저서를 읽고 철학자의 길에 들어섰다(p. 8-9)고 합니다. 즉 쇼펜하우어의 철학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철학자이기도 합니다. 그는 인간을 "힘에의 의지"를 지닌 존재로 파악했으며 삶의 고통을 피하거나 줄이는 대신 그 고통까지 긍정하는 '운명애(Amor fati)'를 강조했다고 합니다. 그의 철학은 20세기와 21세기에 지대한 파급력을 남겼다(p.8)고 합니다.



>> 구성 및 내용



이 책에는 강용수 교수가 편역한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철학의 명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의 모양도 우리나라 전통 책자의 느낌으로 엮여져 있어요. 책장을 넘길 때 편해요. 이 책이 이렇게 엮여진 이유는 필사를 하면서 더 알게 되었어요.


필사를 해야 되는 이유



필사는 단순한 베껴 쓰기가 아니라 철학자의 사유를 직접 체험하는 방법이다. 한 자 한 자 새기는 독서는 책장을 흘려 넘기는 독서와는 전혀 다른 깊은 감동을 준다. (중략) 필사를 할 때 중요한 점은 '생각 없는 반복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베껴 쓰기만 하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그러므로 필사를 할 때는 저자가 말하고 한 뜻을 먼저 곱씹고 문장과 문장 사이에 숨어 있는 의미를 음미해야 한다. p.5


한동안 책을 읽으면 마음에 와닿는 글귀에 밑줄만 그었지 필사해 볼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지성인들의 명문장을 그냥 마음에 담기만 바빳거든요. 음미해보고 저의 생각을 접목해보는 시간을 안가졌어요. 그러다보니, 읽었던 책들에 대한 기억도 가물가물 흐려지고, 마음에 담고자 밑줄 그었던 명문장도 마음에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이 책을 시작으로 필사하는 시간을 매일 가져봤습니다. 뾰족뾰족하게 솟구친 예민 레이더가 접히고 글을 따라쓰는 펜 끝에 마음을 집중하는 제 자신을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카페에 갈 때도 필사책을 챙겼습니다.

엮임 형식의 책은 필사하기 좋게 양쪽으로 잘 펼쳐졌습니다. 독자들이 필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책을 엮은 출판사 관계자들의 센스도 최고.


그리고 철학자들의 명문장 사이사이 강용수 교수의 생각을 담은 철학 에세이도 담겨져 있습니다. 그의 에세이 덕분에 어렵게만 느껴졌던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철학이 친숙하게 편안하게 전달됩니다.



>> 감상평


40대 중반에 들어서야, 철학의 메시지가 조금씩 와닿습니다. 불과 10여년 전 30대 초반만 해도 철학의 진입장벽이 높게 느껴졌거든요. 허나 40대가 되서 이해된 철학의 메시지를 보고선, 후회의 날이 서기 시작했습니다.

20대에 이 철학을 이해했더라면, 40대 나의 지금은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죠. 후회스러움 때문에 속에서 화가 났는지 갑자기 호흡이 과해졌습니다.

후회되서 속에서 화가 난 이유를 곰곰히 생각하며 호흡을 천천히 들이 쉬고 내쉬었습니다.

그 당시 나의 무지에 화가 났었구나. 지금 나에게 와닿은 철학자의 메시지만 일찍 이해했더라면 고통과 사투를 벌이던 시간도 줄어들었을 것이고 지금보단 조금더 나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뭔가 더디고 늦은감 때문에,지난 시간 나의 무지에 회가 났구나.

이런 깨달음 뒤로 위안의 목소리도 들렸습니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안 게 어디야, 라고 말이죠. 동시에 저의 욕심이기도 하니, 진정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강용수의 철학 에세이) 훌륭한 철학자의 사상에 공감한다는 것은, 곧 내가 이미 그의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정신적 높이를 지녔음을 뜻한다. p. 175

동시에 위의 글귀를 읽고선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철학자의 사상에 공감할 수 있는 이유가 저의 정신력이 많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말이죠. 그만큼 내면적으로 성숙해지고 단단해졌기에, 앞으로 삶을 살아갈 땐 조금더 유연한 사고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란 확신도 들었습니다.

여러 철학자들을 만나고 있을 때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철학을 피해다니기도 했습니다. 범접할 수 없다고 여겼거든요. 허나, 지적 수준과 정신력이 조금씩 성숙해지고 있어서, 그들과 마주할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그래서 그들과 조금더 친해지고 싶어서 그들의 저서를 한 두권씩 차근히 읽는 시간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어렵게 느낀 두 철학자들의 명언을 필사한 것이 한 몫했습니다. 펜 끝에 집중하며 철학 명언을 마음에 담고 음미할 수 있었거든요. 왜 다들 필사, 필사하는지 이유도 알 게 되었습니다.



>> 문장수집


▶쇼펜하우어의 인생론

p. 54 생각과 말을 가까이 두지 말라. 비밀을 말하지 말라. 사적인 모든 문제는 비밀로 간주하고, 친한 친구도 모르는 것이 좋다. 지금은 무해해 보이는 사실이 훗날 예상치 못한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침묵은 지혜에서 나오고 말은 허영에서 나온다. 우리는 종종 침묵이 주는 영원한 이익보다 말이 주는 순간의 만족을 택하고는 한다. 큰 소리로 한마디하면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버릇이 될 수 있으므로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생각과 말을 너무 가깝게 두지 말라. 생각이 말과 친숙해지면 대화 중에 자기도 모르게 밖으로 새어 나온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말 사이에 커다란 간격을 유지한다.

p. 58 남에게 인정받으려 하지 말고 나 자신을 인정하라. 인간 본성의 어리석음은 명예욕, 허영심, 자긍심이라는 세 가지 싹에서 나온다. 이 중 허영심과 자긍심은 차이가 있다. 자긍심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지만, 허영심은 타인에게서 그 확신을 얻으려는 욕망이다.즉 자긍심은 내면에서 비롯된 직접적인 자기 평가이며, 허영심은 외부에서 간접적으로 그것을 얻으려는 노력이다. (중략) 허영심이 큰 사람은 말을 많이 하기보다 침묵하는 편이 타인의 인정을 얻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p. 62 (강용수의 철학 에세이)

사랑, 연민, 공감은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불이 따뜻하다고 해서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화상을 입듯 사랑했던 사람과 다투고 헤어진 뒤 앙숙이 되는 경우도 있다. (중략) 쇼펜하우어는 타인과 적당한 거리를 두라고 조언한다. 니체 역시 균형 감각을 강조하며 이웃 사랑보다 먼 사랑을 권했다. 양떼처럼 가까이 모여 사는 것도 장점은 있지만, 서로를 너무 잘 알면 다툼이나 무시, 무관심이 쉽게 생겨난다.


p. 63 (강용수의 철학 에세이) 남의 마음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반드시 상처가 따른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타인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자신을 객관화할 때, 비로소 자신을 사랑할 용기가 생겨난다.


p. 82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라. (중략) 결국 '어떤 사람인가'가 '무엇을 가졌는가'보다 훨씬 중요하므로 부를 쫓기보다 건강을 지키고 능력을 계발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물론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을 소홀히 하라는 뜻은 아니다. 삶에 필요한 것을 얻는 것은 중요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선 부는 우리의 행복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수많은 부자가 오히려 행복을 느끼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p. 102 지금 이 순간을 명랑하게 받아들여라. 멀리 있는 것은 육안에는 작아 보이지만, 마음의 눈에는 오히려 크게 보인다. 그러나 현재만 진실이고 현실이다. 우리의 삶은 오직 지금 이 순간에서만 존재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재를 항시 명랑한 기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직접적인 불쾌나 고통이 없다면 그 자유로운 시간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것이 지혜다.


p. 110 가장 행복한 운명을 타고난 사람은 내면이 풍요로운 사람이다. 세상은 고통과 궁핍으로 가득하며, 운 좋게 그것을 피한 사람에게 무료함이 호시탐탐 다가온다. (중략)이런 세상에서 내면이 풍요로운 사람은 마치 눈보라 치는 한겨울 밤에 따뜻하고 아늑한 방에 앉아 있는 것과 같다. 풍부한 개성, 특히 탁월한 정신을 지닌 사람은 비록 세상이 말하는 행운아는 아닐지라도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다.

▶ 니체의 인생론

p. 156 확신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라. 앞으로 나아가라. 확실한 믿음을 갖고 지혜의 길을 걸어가라. 네가 어떤 존재든 스스로 경험의 원천이 되서 너 자신을 구원하라. 너의 본질에 대한 불만을 던져 버리고 너 자신을 용서하라.


p. 164 고귀한 사람은 스스로를 행복한 사람으로 느낀다. 고귀한 사람은 굳이 적과 비교하며 자신의 행복을 꾸며 내거나 억지로 행복하다고 자신을 속일 필요가 없다. (중략) 고귀한 인간은 자신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솔직하고 개방적으로 살아간다.그러나 원한을 품은 인간은 정직하지도, 솔직하지도 않다. 그의 영혼은 언제나 곁눈질을 할 뿐이다.


p. 168 신념이 같은 사람들과 함께하라. (중략) 나는 창조하고 수확하고 축제를 벌이는 사람들과 함께할 것이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무지개와 초인에 이르는 모든 계단을 보여 줄 것이다. 나는 나의 목표를 향해 나의 길을 가련다. 머뭇거리고 게으른 자들은 뛰어넘을 것이다. 이런 나의 전진이 그들에게는 몰락으로 보이리라.


p. 175 (강용수의 철학 에세이) 훌륭한 철학자의 사상에 공감한다는 것은, 곧 내가 이미 그의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정신적 높이를 지녔음을 뜻한다. 그래서 나는 철학자로서 여전히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중략) 철학자의 지혜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면, 누구나 자기 안에서 진정한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p. 190 훌륭한 인간에게 훌륭한 문체가 나온다. (중략) 즉 좋은 문체란 열정을 극복한 인간, 진심으로 감동하며 정신적으로 즐겁고 솔직한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바로 이런 인간의 내면을 가장 잘 표현하고 전달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좋은 문체는 좋은 인간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p. 194 읽는 이를 선택하라. (중략) 고귀한 정신을 지닌 글쓴이는 자신의 독자를 직접 선택한다. 독자를 선택함으로써 동시에 '다른 모든 사람'에게는 문을 닫아 버린다. 문체의 정교한 법칙들은 모두 여기서 비롯된다.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거리를 두어 이해를 막고, 우리와 닮은 이에게는 기꺼시 문을 열어 주는 장치다.


p. 197 (강용수의 철학 에세이) 고독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비와 바람을 견뎌야 나무가 자라듯, 고독을 감내해야 영혼이 자란다. 지금 깊은 고독을 느낀다면 그만큼 내 영혼의 나무가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고독은 곧 영혼의 높이를 드러낸다.


p. 214 목적을 이루려면 건강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목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강인하고 대담하며 유쾌한 위대한 건강이 필요하다. 예술가처럼, 성자처럼, 현자처럼 살아가려는 영혼은 온갖 가치와 이상을 발견하고 정뵈하려는 모험에 기꺼이 자신을 던진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한번 얻으면 끝나는 단순한 건강이 아니라 끊임없이 잃고 또다시 되찾아야 하는 역동적인 건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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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 스콜라 창작 그림책 107
신순재 지음, 김지혜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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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는 오랜만에 그림책을 담아봤습니다. 그림책을 평소에 아이들만 읽는 책이라고 인지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허나, 아일 키우면서 아이와 함께 읽다보니 그림책의 매력과 진가를 알게 되었다죠? 책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게 느껴질 때 진작에 그림책부터 읽었으면 어땟을까, 하고 후회도 되었습니다. 그림책의 짧은 글귀와 사랑스럽거나 때론 우스광스러운 그림 속에 가슴에 닿는 함축적인 메시지와 교훈이 담겨 있거든요. 그림책의 메시지와 교훈은, 당연한 일상도 다채롭게 바라볼 수 있게하는 마음의 눈을 선물하고 때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이번에 동화 작가 신순재와 그림 작가 김지혜의 콜라보로 엮어진 귀여운 그림책 《구석》을 아이와 함께 읽어봤습니다.



자꾸만 네가 궁금해.

우리들의 숨은 구석 찾기.

그림책 제목 《구석》의 내용을 궁금케하는 문구가 책 뒷면 표지에 적혀있습니다.

구석 한 켠을 들여다보는, 호기심 가득한 눈망을 가진 여자 아이의 모습과,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가리고 싶은 듯 덥수룩한 앞머리로 눈을 가린 남자아이의 모습이 각각 책표지 앞면과 뒷면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여자 아이는 남자 아이가 궁금한가 봅니다. 남자 아인 그런 여자 아이의 의도를 아는지 진짜 자신의 모습을 숨기지만, 또 알아주길 바라는 두 가지 마음을 표현하는 듯 합니다.



>> 동화 작가 신순재그림 작가 김지혜에 대하여



그림책 《구석》은 동화 작가로 유명한 신순재의 글과 그림 작가로 등단한 신예 김지혜의 그림으로 엮인 사랑스러운 책입니다. 동화 작가 신순재는 <진짜 일학년 욕 두꺼비를 잡아라>와 같은 성장 동화를 비롯하여 중의적인 표현을 활용한 <가장자리>와 같은 제목의 그림책을 쓴 작가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도글의 맥락에 따라 두 가지 의미를 지닌 《구석》의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매일, 살림》이라는 첫 그림책에서 따뜻한 그림체를 선사한 그림 작가 김지혜. 슬프고 고단하고 힘겨운 분위기도 환상적이고 따사로움으로 승화하는 장점을 지닌 신예 그림 작가입니다.




>> 그림책 내용



그림책 《구석》에는 해수와 찬이가 등장합니다. 똘망한 눈망울을 가진 해수는 찬이에게 시선이 가 있습니다. 해수의 눈에는 찬이의 다양한 구석이 보입니다. 귀엽고, 신중하고, 순진하고 치사하며 살갑고 엉뚱한 구석이요. 사실 찬이는 덥수룩한 앞머리로 눈을 가릴만큼 자신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구석에 숨기도 하지만 해수에게는 그런 찬이를 있는 그대로 보려는 배려심과 너그러움도 있습니다

해수의 눈빛은 '찬이, 너무 이상한거 아냐?!'라며 경계 섞인 눈빛이 아닙니다.

너무나 신기해하고 찬이를 너무나 궁금해하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입니다.




찬이에게 다양한 구석이 있는 것처럼 해수 자신을 포함한 다른 친구들도 각양각색의 구석이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닮은 구석도 많다고 합니다. 친구들 모두 각자 다를 수 있고 각자 비슷하거 닮을 수 있다는 걸, 해수는 알려줍니다.



>> 감상평


신순재 작가는 한 단어로 두 가지 의미를 담는, 마법같은 글을 선사합니다. <구석>에는 '모퉁이 안쪽'과 '기질' 혹은 '성향'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기질과 (숨을 어느) 모퉁이 안쪽을 흐름에 맞게 아주 자연스럽게 음율타듯 읽어지는 신순재표 글은 아주 흥미롭습니다. 엉뚱발랄 순진무구 치시한 물렁한 찬이에겐 다양한 구석이 있기도 하지만 자신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구석에 숨어서 비밀을 품는 찬이의 심리를 찰떡으로 너무나 잘 맞아 떨어져서 신기했습니다. 거기에 찬이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해수의 눈빛에는 따스함으로 가득찹니다. 일차원적으로 보면 찬이는 이상한 아이일 수도 있으나, 해수에게는 친구의 모든 면을 조화롭게 볼 줄 아는 마음의 눈이 있는 듯 합니다. 해수와 같이, 따뜻함이 가득한 마음의 눈이 요즘 너무나 절실합니다.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이분법적인 기준을 두고, 사람을 함부로 평가해서 선을 긋는 일들이 어른들 사회에서 아이들 사회로도 내려왔습니다. 그래서 왕따나 학교 폭력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현실과 마주했죠. 각자 다른 구석을 지녔으나, 각자의 구석을 인정해주고 수용해준다면 다채로운 구석들이 한데 어우려져, 풍경화같은 예쁜 사회가 그려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담도 듭니다. 각자의 선을 지켜주되, 다를 수도 있으나 닮은 구석도 찾으면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 아이와 함께 읽어본 그림책



저의 집 아이는 여섯살입니다. 또래친구, 동생과 형누나들을 너무나 좋아하는, 즉 사람을 너무나 좋아하는 구석을 타고난 아이입니다. 요즘 자신의 마음과 친구의 마음이 다르면,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여서, 그림책 《구석》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책을 이날 처음 접한 아이는, 잠자기 전에 꼭 읽어달라고 합니다. 그림을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이죠! 김지혜 작가의 부드러운 그림체가 아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게 하는 힘이 있는게 분명합니다.


덕분에 이 책을 읽고 또 읽으며 사람들 제각각 다른 구석이 있고, 이를 이해하고 존중해야한다는 이야길 자주 하게 됩니다. 그래야 아이 자신의 구석을 다른 친구들이 존중해줄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친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여, 그에 맞는 존중한다면 저의 집 아이는 배려심이 깊은 아이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겠지요? 자기중심적인 아이들이 다양성을 받아들여야 할 시기에 그림책 《구석》을 꾸준히 읽는다면, 해수처럼 마음으로 친구들의 다채로운 구석을 보는 눈이 생기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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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들
아이셰귤 사바쉬 지음, 노진선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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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마음은 세계일주를 누리고픈 욕심은 엄청나지만 실상을 그럴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아는 육아맘입니다. 대신 저에게 주어진 상황과 환경, 비록 똑같이 반복되도 지루해하지 않고 열악해도 견뎌내는 힘이 있습니다. 이는 저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장점이 발현될 수 있는 이유는, 매순간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재미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같은 것도 다르게 보이고 심지어 새롭게 보이기도 합니다. 단조로운 일상이 세계일주 못지 않은 즐거움과 짜릿함을 선사해주기도 합니다. 또한 당연하게 존재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들이 쌓여서 여기까지 왔는지 알게되면, 그 당연함은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으로 탈바꿈되기도 합니다. 그러면 반복적인 일상도 여행하듯 살아갈 수 있습니다. 단조롭지만 다채롭게 일상을 담은 에세이를 발견했습니다. 아니 소설이라고 해야 될까요? 에세이와 소설의 어느 경계에 있는 아이셰굴의 《인류학자들》입니다.



푸르른 초원에 사람들이 있습니다. 평화롭고 편안해 보이는 사람들. 그들은 각자 다른 위치에서 다른 포즈로 같은 곳을 향해 보고 있습니다.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죠. 책 표지 속 풍경은 이 책의 주인공 아시아의 관점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녀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사람으로, 동물의 왕국이나 네셔널지오그랙 같은 대형 다큐멘터리가 아닌, 공원에서 사람들의 루틴을 지켜보며 이를 다큐멘터리로 담는 작업을 합니다. 사람들의 루틴과 규칙에 매료된다는 아시아. 아시아의 관점으로 이야기는 전개됩니다.


>> 작가 아이셰굴 사바쉬



작가 아이셰굴 사바쉬는 튀르기예 출신의 작가로 미국에서 인류학과 사회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파리에서 남편과 아이와 살고 있으며, 영어로 소설과 에세이를 출간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작품 《인류학자들》을 보면 관찰자 아시아에게 자신을 투영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유학생으로 살았고, 현재는 파리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그녀와 아시아는 똑닮았습니다.



>> 구성 및 내용



책의 구성은 단조롭습니다. 에세이처럼 글은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소제목도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똑같은 소제목이 반복됩니다. 특히 "공원에서'라는 제목이 많은데요. 이는 매일 공원에서 사람들의 루틴을 관찰하고 인터뷰하는 아시아의 관점을 보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소제목도 반복됩니다. 소제목은 똑같은데 내용은 다릅니다. 이는 똑같은 일상이라도 다시 들여다보면 다른 에피소드가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짐작케 합니다.



>> 감상평


에세이 같지만 소설인 이 작품 속 주인공들이 어느 나라에 각자 어느 국적을 가진 사람들인진 알려주지 않습니다. 사실 읽으면서도 계속 궁금했지만 절대 알려주지 않습니다. 다만, 관찰자 시점의 여주인공 아시아와 그녀의 남편도 마누도, 각자 다른 국적을 가진 존재라는 걸 짐작할 수 있으며, 그들이 타지에서 만나 결혼 후 정착했던 작은 집에서 조금더 넒은 집으로 이사를 해야할 타이밍이 왔다는 걸 그들은 인지합니다. 그리고 도시와 도시 외각을 다니며 집을 알아보러 다니는 그들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자국에서도 정착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데, 그들은 외국인이라는 신분으로, 타지의 도시에서 그들의 영역을 확장해나가려 합니다. 확장이라기보단 자리잡아간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그들은 타지에 온 외국인이여도, 사람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시아와 마누에겐 친구들과 이웃이 있습니다. 아시아와 마누가 이사한 첫해에 만난 외국인 친구 라비, 유일한 현지인 친구 레나, 그들 집 두 층 위에 사는 테레자 할머니, 그리고 사라와 샤론, 폴까지!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이유도, 어쩌면 친구들과 이웃과 함께하는 즐거움 덕분일지도 모릅니다. 그들에서 벗어나 아사아의 관점에서보면, 아시아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사람으로, 사람과 그 주변을 다채롭게 경험하고 그들의 루틴과 규칙을 들여다보는 재미로 살아가기도 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일상을 촬영하고 그 일상에 담긴 소박한 아름다움을 찬미하고 싶었다. 여행을 떠나고 싶지도 않았고 다른 나라의 문화를 탐구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이 도시에 남아 일상의 규칙을 세우고 싶었다. p. 14

그게 내가 촬영하고 싶은 주제였다. 느릿느릿 여유롭게 빈둥거리는 하루. p. 19

위의 관점을 가진 아시아. 아주 소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류학자 관점으로 보면 그 속에서도 다양한 세계관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놀라웠습니다. 인류학자의 관점으로보면 일상은 절대 단조로울 수 없습니다. 오히려 편견의 장벽이 사라져서 더 다채롭고 광범위하며 심지어 새롭게 보이기도 합니다. 인류학자 관점으로 관찰하려면 한 발짝 물러나서 객관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갈등도 없고 갈등으로 인한 감정적 타격감도 덜합니다. 바라보는 것이 그저 신기하다는 느낌만 남아있습니다.

단조롭고 심심하게 바라본 일상을 조금더 면밀하고 깊이있게 바라보면 한치 앞도 모르는 삶의 여정을 즐길 줄 알게됩니다. 이 지루함과 이 단조로움과, 이 고통이 언제 끝나느냐 불평하는 것보단, 주어진 삶 아니, 내가 살고자 한 거처, 지역 혹은 다른 나라를 어떤 관점으로 볼지 고민해보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당연하게 여긴 것들이 존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사연들이 누적되었는지를 생각하면, 당연한 것은 존귀한 것이며 절대적으로 무료하게 바라봐선 안됩니다. 존귀하게 바라보면 자신이 선택한 모든 것들도 존귀하게 보여질 것입니다.

타지의 이방인인 아시아와 마누. 그들이 정착해서 살아가야할 곳이 어디이며 정체성은 확립하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소설을 통해서 알게됩니다. 자신들이 선택한 나라와 도시, 거기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 소소하게 흘러가는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는 그 자체가 삶이라는 걸, 그들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 문장 수집


p. 11 우리는 루틴 지키는 걸 좋아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처음 느꼈던 강렬한 설렘과 그것이 점차 퇴색되어 가는 것이 지겨워졌기 때문이리라. 이제는 확장해야 할 때였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 삶의 기반을 다져야 할 때였다. 그 표현은 우리와 거리가 먼 말이 었지만 좀 더 안정적인 삶을 꾸려야 한다는 사실에는 동의했다.


p. 12 서로 마주 보며 식탁에 앉는 것은 일종의 이식이었다. 우리 삶에는 의식이라 할만한 것이 거의 없었따. 의미가 있는 의식이든 아니면 적어도 전통이나 국가,종교와 같은 역사적 배경이 담긴 의식이든. 그래서 이런 사소한 일상이 중요했다. 난 아침이면 꼭 마누와 함께 식탁에 앉곤 했다.


p. 14 매물로 나온 집을 보러 갈 때마다 도시에서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일과 휴식을 위한 공간의 배치, 물건을 보관하고 진열하는 방식, 우리와 너무나 다른 그들의 우선순위에 매료되었다.


p. 21 마누와 난 예전에 다른 곳에서도 살아보았다. 하지만 이 도시에는 어딘가 우리가 삶에서 원했던 분위기와 조화로운 생활 환경이 있었다. 이 도시의 시간은 우리의 삶과 같은 박자로 흘러갔다. 우리는 이곳의 색감과 경계선, 장식, 동네 구성에 감탄했다. 아직 이 도시가 익숙하게 느껴지진 않아싿. 그저 익숙해지고 싶을 뿐이었다. 그래서 우린 이 도시의 방식을 받아들였다.


p. 31 나는 자율성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에 너무 빠르게 적응해버렸다. 자율성을 도덕적 가치이자 의심의 여지 없는 바람직한 상태로 여긴 것이다. 분명 가족의 눈에는 이런 내가 낯설다 못해 아예 남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다.


p. 39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나는 인류학자의 눈으로 일상을 관찰하곤 했다. 사소한 상호작용도 이야기로 풀어내기 위해 인류학자의 관점으로 되새겼다. 복잡하게 얽힌 논쟁의 층을 분석하려고 할 때, 영상을 편집할 때, 특별한 행사에 가려고 옷을 차려입을 때마다 나는 인류학자의 관점을 떠올려 여기저기로 이동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살펴보았다.


p. 47-48 공원에서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나는 낯선 사람들의 루틴에 매료되었다. 그들이 사는 하루의 짜임새를 더 깊이 파고드는 질문을 하고 싶었다. 촬영을 계속하며 나 역시도 내 안에 오랫동안 잠재했던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사람에게는 각자 정말 이상하고 고유하고 독특한 면이 있었다. 이런 고유함은 일상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p. 62-63 누군가의 삶에 내가 필요한 존재라는 느낌, 그것이야말로 내가 어떤 장소에 뿌리내린다고 상상했을 때 떠올랐던 감정이었다.


p. 77 아시아, 마누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 엄마가 말했다. 결혼이란 부부가 함께 추는 융통성 없으면서도 복잡한 춤이며, 선을 넘는 순간 조화가 깨진다는 엄마의 결혼관에 나는 맞장구를 쳤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사랑관이라고, 마누와 내 관계는 단순한 예의범절 따위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p. 79 무언가를 선택하고 그것이 가져올 미래를 그려보는 데는 어쩔 수 없이 불가피한 요소가 있었다. 결국 선택지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문제를 너무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p. 84-85 라비와 마누, 난 심리 치료라면 질색했다. (중략) 그런데도 우리는 심리 치료가 불필요하게 복잡하고, 자기 탐닉적인 헛된 행위라며 못마당하게 여겼다. 그리고 왠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자본주의와 동일시했다. 우린 심리 치료가 소비를 부추긴다고 생각했다. (중략) 상담이 내담자 안이 어떤 퇴폐적인 부분을 해방시켰기 때문이다. 내담자는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이며 죄책감을 버리고 삶을 온전히 즐겨야 한다는 반복된 확신 탓에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뭔가를 사주려는 강한 충동을 느꼈을 것이다. 우리가 상담을 피상적으로 판단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p. 155 내가 젊다는 사실을 깨우친 건 충격이었다. 최근 들어 더는 내가 젊다고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젊음은 다른 시절, 그러니까 애쓰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 미래가 저절로 굴러 온다고 믿었던 시절의 전유물인 듯했다.


p. 159 몇 년 전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집을 얻었을 때는 우리 삶에 며칠만 머물다 사라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살았고, 그들 중 대다수는 그 후로 다시는 보지 못했다. 우린 지낼 곳이 필요한 친구의 친구들을 재워주었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자주 저녁을 먹었다. 당시에는 그게 지극히 정상으로 느껴졌다. 낯선 그들과 친구가 되려고 노력하진 않았지만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지 늘 궁금했다. 마누와 나는 가끔 소파에서 재워줬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때 우리가 얼마나 열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쳤는지 새삼 감탄했다.


p. 170 그 돈으로 우리는 대들보가 가로지르는 천장, 사용하지 않는 벽난로, 전망 좋은 창가 공간이 있는 그 집을 구매하겠다고 부동산에 말했다. 다른 집은 보고 난 후에 금세 기억에서 희미해지고 우리 삶과 아무 상관없는 공간처럼 느껴지는 반면 그 집은 방문한 후에도 여전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우리는 대들보가 보이는 그 집으로 이사한 뒤에도 변하지 않을 것들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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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들
아이셰귤 사바쉬 지음, 노진선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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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에서 이방인으로서의 삶은 늘 불안할 수 있지만, 주인공 커플의 인류학적 관점으로 일상을 어찌 들여다볼 지 너무나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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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최저점을 읽는 핵심 수업 - ‘부동산발 대공황’ 시장의 재편과 투자 전략
박감사(박은정) 지음 / 체인지업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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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진실하고 착하게만 주어진 일만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다보면 경제적 자유는 그냥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줄만 알았습니다. 근면과 성실만 믿고 살던 시절이 있었지요. 그런데 일을 할수록 생활고에 더 시달리고 그런 흐름 속에서 희망보단 절망을 더 가까이하며 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내외 자본의 유동성을 파악하고 정부와 금융시장의 정책 그리고 자본을 움직이게 하는 사람들의 심리까지 철저하게 분석하고 전력과 체계를 가지고 공부하고 실천해야만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그 깨달음으로 무조건적으로 열심히만 하며 몸만 혹사했던 그 시절의 무지함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경제적 자유를 얻고자 지금까지도 재태크와 부동산 관련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특히, 꿈꿔오고 있는 내집마련에 대한 전략이 아주 절실한 상황입니다. 국내외적으로 경기흐름이 불안정하고 경제위기가 도래할 것 같은 조짐들이 하나둘씩 발생하고 있어서, 최저점일 때 기회를 포착하는 전략이 절실합니다. 이에 박감사의 《부동산 최저점을 읽은 핵심 수업》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제목에서 임팩트가 상당합니다. '부동산발 대공항', '거래가 멈추고, 수요가 사라지고, 공급은 넘처나는 하락장' 이는 곧 부동산 버블이 터질 가능성을 인지시키고, 위기를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핵심 전략을 이 책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고 각인시켜줍니다.




>> 작가 박감사에 대하여



이 책의 저자 박감사는 20여년 경력의 감정평가사입니다. 한국감사원에서 근무하면서 재건축, 재개발 관련 정비사업 컨설팅, 재건축 부담금 선정 및 보상, 담보, 택지비 등 각종 감정평가와 부동산 공시 업무, 조사 업무를 담당(책날개 프롤로그)했다고 합니다. 감정평가사로 현장에서 전문성을 쌓으면서 부동산 공부도 꾸준히 하여, 한국과 미국 감정 평가사, 공인중개사, 정비사업 전문 관리업자 자격증을 취득(책날개 프롤로그)했습니다. 부동산 관련하여 광범위한 전문성을 지닌 그녀는, 부동산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경제 구조와 흐름을 체계적이고 심층적으로 분석한 내용을 책 한권에 담았습니다.




>> 구성 및 내용



이 책은 현실을 직면하고 신호를 파악하기/첫 번째 신호, 사라지는 매수자/두번 째 신호, 멈출 수 없는 공급/세 번째 신호, 불안한 약한 고리/네 번째 신호, 정책과 심리의 한계 상황/다섯 번째 신호,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충격/최고츼 매수 타이밍,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핵심은 부동산 시장이 가장 최저점일 때 부동산은 현명하게 매수할 타이밍과 전략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전에 잔뜩 부풀어 있는 부동산 버블 경제가 무너질 조짐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부동산에 이제 막 발을 디딘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체와 어휘로 핵심 내용을 담았습니다.



>> 감상평

1997년 IMF, 2008년 리먼브라더 사태. 세계 금융 시장은 물론, 국내 경제 위기라는 결과로 이어졌지요. 이 시기에 각각 10대와 20대 시절을 보냈습니다. 손놓고 위기를 지켜봐야만 했고 국가 경제 위기 때문에 가계의 경제 위기도 직격타로 맞았습니다. 그 당시엔 어렸고 무지했던 탓에 위기를 기회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몰랐습니다. 해외와 국내 금융 위기를 다루는 이야기들을 자주 접하면서, "위기의 순간은 누군가에겐 기회였다"는 말을 자주 듣곤 했습니다.

어떻게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거지?라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경제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경제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돈 때문에 가난했고, 늘 월세만 전전하며 살았던 주거 환경 때문에 불안을 안고 살아야만 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직장에서 열심히 일해서 월급만 따박따박 잘 받으면 알아서 부자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돈의 흐름을 명확하게 인지 못하고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면 돈에 허덕이고 주거 환경 때문에 불안한 상황은 반복된다는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설사 돈이 있어도 투자하는 방법을 모른다면 늘 손실만 경험할 것이고, 집을 매수하는 노하우와 타이밍을 모른다면 월세살이는 면치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했습니다.

자본의 유동성을 파악하고 부동산 매매 시기를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공부 밖에 없고 실천으로 이어져야만 합니다. 요즘에 자본과 부동산 시장에 대해 조금씩 맥락을 파악할 때마다, 이 공부를 20대에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후회가 됩니다. 물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40대에 들어서, 죽어라 공부하게 되는 것이 경제와 부동산입니다.

물론 얼마전까진 '집 값이 제일 쌀 때 사고, 비쌀 때 팔면 된다'는 아주 1차원적인 관점으로 관망했습니다. 자본의 유동성은 등하락이 있어서 단순한 맥락으로 판단해서 언제 집 값이 떨어질지 그냥 감나무 밑에서 입벌리고 누워있는 곰처럼 수동적으로 실천했습니다. 허나, 요즘 무심히 산책만 하다보면 상가 건물엔 "임대"라는 글귀가 적힌 공실이 자주 보이고, 대단지 아파트인데도 유령도시인 것처럼 보이는 곳이 자주 목격 되었습니다. 이런 현상을 보면 부동산 시장을 잘 몰라도, 경기가 안 좋다는 걸 직감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싶었거든요. "부동산 시장이 얼었다"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만, 박감사의 책 《부동산 최저점을 읽은 핵심 수업》 을 통해서 정부정책의 수요와 공급, 해외 경제 흐름, 가계부채, 고금리,인구 구조와 같은 구조적 문제가 톱니바퀴처럼 얽혀서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최근 세계 금융 위기를 초래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만 봐도, 저금리와 느슨한 대출 심사로 비우량 기업이나 계층에게 무분별하게 대출어 내어주면서 부동산 가격이 끝없이 오르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기업마다 이런 대출을 기반으로 파생상품을 만들어서 전 세계에 팔아치우면서 엄청난 수익을 얻었습니다. 허나,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이자를 감당하기 힘든 대출자들이 속출하면서 엄청난 연체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때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서 미국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미국발 금융 위기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처럼, 부동산은 자금이 졸졸 흐르는 구조만 보면 안되고, 세계와 국가/금융기관/국민들의 매도 매수 심리 등 모든 전반의 걸친 구조적 흐름을 파악할 줄 알아야 합니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 정책과 시장 심리가 맞물려 움직이는 유기체와 같다. 정책이 수요와 공급, 금융과 세제, 심리와 규제의 톱니바퀴를 맞물려 돌리며 시장을 이끄는 듯 보여도 그 이면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규제 완하, 금리 정책, 세금 인하 등 갖가지 대책도 어느 순간 시장 심리의 벽에 부딪히며 힘을 잃는다. 투자자라면 바로 이 지점, '정책과 심리의 한계'를 가장 먼저 읽어내야 한다. p. 146

박감사의 책 《부동산 최저점을 읽은 핵심 수업》은 얽히고 설킨 금융 구조적 흐름과 대출 상황, 수요와 공급 등을 언급하며 부동산발 대공항의 조짐을 책 전반에 걸쳐서 언급합니다. 최저점의 타이밍에 부동상을 매수하는 노하우도 담겨 있긴 합니다만, 부동산 버블 붕괴의 조짐을 빨리 파악해서 원하는 집이나 건물을 매수할 수 있는 준비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독려합니다.

투자자는 이 한계 상황을 단순히 '시장이 죽었다'는 절망의 언어로만 소비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시장의 본질적 한계를 직시하고, 자신의 투자 전략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부가 더 이상 시장을 지탱하지 못하고, 심리가 상승을 이끌지 못할 때가 바로 시장이 진짜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때가 투자가 단 한 번의 진정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시점일지도 모른다. p. 147




>> 문장수집


p. 24 경제가 사람의 몸이라면 그 안을 흐르는 피는 바로 '가처분소득'이다. 가처분소득이란 국민소득 중 가계가 임의로 처분이 가능한 소득으로 세금, 연금 등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소비하거나 저축할 수 있는 소득을 말한다. 즉, 경제가 원활하게 움직이게 하는 윤활유인 셈이다.


p. 30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제조업 부흥을 위한 압박 수단이다. 이는 일본의 장기 불황을 초래했던 '플라자 합의' 전략과 유사한데, 플라자 합의가 달러 약세를 유도했던 데 비해 지금은 달러 패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양상이 펼쳐지며 시장이 더 불확실해지는 상황이다. 그 결과 환율의 변동성은 극대화되고 있고, 이는 중간재수출에 주력하는 한국과 같은 국가, 또 부채가 많은 국가에 위기가 될 수 있다. 미국은 패권을 잃지 않기 위한 고도의 전략을 펼치겠지만, 결국에는 자국의 이익을 위한 길을 선택할 것이다.


p. 35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공급 계획은 여전히 대규모로 추진되고 있다. 수요는 줄고 공급은 늘고 있다. 이러한 역전 현상은 전통적으로 시장 붕괴의 핵심 촉매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화되며 '수요자'에서 '공급자'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기존 다주택자는 세금 부담과 상속 문제 등으로 매도에 나서고 있으며, 이는 시장에 일정한 물량 압박으로 작용한다. 수요가 줄어드는데, 공급은 그대로라면 가격은 하락한다. 지금 한국 부동산 시장이 이러한 구조에 진입하고 있다.


p. 36 가장 중요한 변화는 사람들의 심리다. 과거에는 '지금 안 사면 평생 못 한다'라는 불안이 시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만 기다려보자', '다시 떨어질 것 같다'라는 관망 심리가 우세하다. '다음 하락이 더 무섭다'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은 심리의 총합이다. 사람들이 집을 더 이상 '오르는 자산'으로 보지 않고 '불확실한 리스크'로 보기 시작하는 순간, 시장은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p. 75-76 진짜 시장의 흐름을 읽으려면 공급 통계만이 아니라 매물수, 거래량, 실거래가, 심리 지표를 함께 분석해야 한다. 공급에서는 언제나 정책보다 시장이 먼저 움직인다. 공급을 했을 때 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곳에는 시장이 먼저 공급을 위해 움직인다는 것이다.


p. 94 공급 과잉의 결과는 미분양과 미입주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현재 짓고 있거나 이미 지은 집에는 당장 닥칠 현실이다. 집값을 치를 사람이 없어서 쌓인 물량에 더해 수분양자가 입주와 잔금 입금을 포기하는 물량까지 늘고 있다. 이 또한 또 다른 공급이다.


p. 97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초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속에서 부동산 시장은 극도의 과열 국면에 진입했다. 영끌, 패닉바잉, 갭투자 같은 이름으로 포장된 이 가수요는 실제 필요 이상의 매수세를 만들어냈고, '지금 사지 않으면 평생 못 산다'라는 대중의 공포 심리는 순식간에 수요곡선을 밀어 올렸다. 문제는 이 비정상적인 매수세가 정책 당국과 건설업계의 판단 기준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p. 107 현명한 투자자라면 물건보다 시장의 구조와 리스크 지도를 먼저 살핀다. 지금은 개별 아파트의 호가보다 시장의 거래량, 금리 동향, 금융 규제, 실수요자의 매수 심리, 인근 신규 공급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약한 고리가 터지면 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규제가 풀려도 매수세가 살아나지 않는다. 이럴 때 무리하게 들어가는 것은 오히려 스스로를 약한 고리로 만드는 셈이다.


p. 125 기업의 유동성 위기는 수익 감소나 외부 환경 악화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한국 PF 구조의 총체적 한계, 즉 자기자본 부족, 과도한 보증, 책임준공, 미분양 확대, 금융차환 실패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이 구조는 시행사, 금융기관, 건설사를 연결하는 고리이자 부동산 시장과 기업 시장이 동시에 무너지게 하는 고리다.


p. 135 부동산 PF 부실은 증권업계를 실적 악화와 유동성 경색, 구조조정이라는 삼중고로 몰아넣고 있으며, 이는 금융권 전반에 걸친 시스템 리스크의 또 다른 축으로 작동하고 있다. PF 시장은 손실이 현실화되고, 회계와 자본이 무너지고, 금융기관의 지속 가능성을 흔들고 있다. PF 부실은 자산시장의 문제에서 금융기관의 위기로 전이되고 있다.


p. 160-161 부동산 시장을 떠받치기 위해 반복된 정부 부양책은 이제 정책기관의 부실이라는 결과를 낳고 있다. 겉으로는 '시장 안정'이라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지만,실제로누 정부 신용을 담보로 한 유동성 공급, 그리고 그 유동성의 후폭풍을 공공기관이 책임지는 구조적 왜곡이 당연시 되고 있기 때문이다.


p. 163 정부의 개입은 HUG에게는 보증, 캠코에게는 구조조정, LH에게는 매입, 한국주택금융공사에는 대출이라는 폭탄을 안기며 관련 공공기관 모두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다. 시장을 살리려 시작된 개입이 이제 시장보다 먼저 정책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있고, 그 결과 점점 더 '회복할 누 없는 부채'와 '돌이킬 수 없는 신뢰 붕괴'로 돌아오고 있다.


p. 166-167 소수의 고가 거래는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거래를 통해 가격을 유지한다면, 문제는 그 소수가 언제 어떻게 탈출할 수 있느냐다. 이들이 매도하려 할 때, 다음 매수자는 없다. 모든 시장이 그렇듯, 수요가 존재하지 않는 가격은 결국 붕괴의 전조일 뿐이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거래가 없어도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착시가 더는 작용하지 않는 시점에 도달했다. 닿을 수 없는 가격은 심리가 떠받치던 마지막 지지선이 무너졌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징후다.


p. 182 한국 역시 글로벌 금리 흐름에 민감한 개방경제 구조의 나라로, 외국인 투자자 신뢰 유지를 위해 한미 금리차를 관리해왔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장기화된 저금리와 경기부양 필요성 속에서, 일시적인 기준 금리 역전을 허용하며 경제를 떠받쳐 왔다.


p. 190 외국인 자금은 단순히 주식·채권 투자에 머무르지 않고 국내 기업의 흐름과 PF 유동 공급선 전체를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로 작동한다. 외국계 은행이나 증권사가 리스크 회피에 나설 경우, 국내 금융기관 역시 자금 여력 부족으로 이어받지 못하고, 이는 고스란히 PF 연체율 상승, 분양 시장 침체, 건설사의 도산 압력으로 이어진다.


P. 191-192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와 외자 의존도가 모두 높은, 전형적인 대외의존형 구조이다. 전체 GDP의 약 40% 이상이 수출에 기반하며, 원자재·에너지 등 핵심 중간재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자본 시장 개방 수준이 높아 외국인 투자자의 동향에 따라 금융시장과 환율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글로벌 금리, 무역, 환율, 지정학 리스크는 단기간에 국내 실물경제로 파고들 수 있다.


p. 203 부동산 시장은 늘 순환한다. 상승이 있으면 하락이 있고, 침체가 지나면 회복이 찾아온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하가장은 두려움의 시기가 아니라, 사이클의 또 다른 국면일 뿐이다. 시장의 방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나의 상황과 선택이다. 같은 장세 속에서도 유주택자와 무주택자가 서 있는 자리, 그리고 취해야 할 전략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p. 213 부동산은 장기전이다. 그러나 지금 같은 구조적 전환기에는 무작정 버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재무 구조를 점검하고, 명확한 전략을 갖는 것이다.


p. 216 "집값이 떨어져도 나는 여전히 이 집에 살 것인가(또는 소유할 것인가)?" 이 질문은 투자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집 그자체의 본질을 묻는다. 우리는 지금까지 집값이 떨어지면 손해라고만 여겨왔지만, 다른 어떤 소비재처럼 집도 시간이 흐르면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이 바로 감가상각의 관점에서 부동산을 바라보는 전환점이다.


p. 224 급매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기회이다.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주택을 살 수 있는 급매물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선 꾸준한 관찰과 빠른 판단력이 필요하다.


p. 229 과거 부동산 투자는 '언젠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에 근거한 자본 이득 중심 게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자산이 아닌 현금흐름을 중심에 두지 않으면, 투자 자체가 유지되지 않는다. 특히 고금리 시대, 대출 이자와 세금, 유지관리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들이 실질적으로 커진 지금, 부동산 투자의 기준은 하나다. "자신의 수익만으로 그 자산을 유지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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