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품격 -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
이기주 지음 / 황소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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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고 따뜻함이 서린 문체로 독자의 마음을 다독여 주는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에 이어서 말의 품격을 읽었습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셀레스트 헤들리의 말센스와 맥락은 비슷하지만, 작가 이기주만의 색채가 스며든, 말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입니다.

 

■ 말의 품격 내용 및 구성

 

책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 말할 때 지니면 좋을 4가지 품격, 이청득심(들어야 마음을 얻는다), 과언무환(말이 적으면 근심이 없다), 언위심성(말은 마음의 소리다), 대언담담(큰 말음 힘이 있다)을 각 1장씩 다루고 있으며, 각 장의 내용은 주제에 따라 다양한 문화, 책, 인문고전, 영화, 어원 등을 예시로 들면서 말을 더욱 깊이있게 통찰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 느낀 점

 

언어의 온도는 일상 속에서 환경과 사람을 관찰하면서 말과 글에 관한 내용을 옆 사람에게 이야기를 전해주는 듯한 느낌이었다면, 이 책에서는 말의 품격을 지니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한 강의를 듣는 기분이듭니다. 강의 느낌이라고 해서 딱딱하지 않고, 작가 이기주 특유의 차분한 어조로 조근조근 방법과 혜안을 설명해줍니다. 그리고 이기주 작가만의 특색이 있는데, 내용의 흐름에 따라 고전의 한 구절, 영화의 한 장면 혹은 대사, 그리고 책의 한 구절을 언급하고 무엇보다 단어의 어원을 풀어서, 그 단어의 본질을 파악하는 동시에 폭넓게 성찰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작가 덕분에 개인적으로도 어원을 공부하는 재미를 붙이긴했습니다. 물론, 이기주 작가만의 책 구성이나 흐름이 비슷한 감은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말"이라는 주제로 지루하지 않게 글을 풀어가는데 일가견이 있습니다. 이 책의 분위기와 느낌이 비슷한 책이 한동일의 라틴어수업인데, 이 책들의 공통점은 "말"로 운명과 인생을 흥미롭게 통찰하듯 그려내는 글이 아주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내가 무심코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는지 등 내가 살아온 삶의 흔적, 혹은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그대로 묻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라고, "내가 하는 말"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바람이 있다면 말만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닌, 몇 마디만 던져도 그 말 속에서 깊은 내공과 울림이 느껴지는 말을 하고 싶은데, 노력해야겠죠? 작가가 언어의 온도에서도 언급한 사람향기, 즉 인향이라는 표현은 말의 품격에서도 확인되는데요(분명히, 작가는 "인향"이라는 표현을 좋아하는 듯) 나의 말에서도 꽃향기같은 따사롭고 향기로운 인향이 나면 좋겠습니다.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말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입에서 나오는 말, 글로 쓰는 말에 품격을 더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좋은 글귀

 

p. 7-8 지금 우리는 '말의 힘'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온당한 말 한마디가 천 냥 빚만 갚는 게 아니라 사람의 인생을, 나아가 조직과 공동체의 명운을 바꿔놓기도 한다.

 

p. 18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p. 33 이순신 장군은 '제승지형'에 능한 인물이었다고 볼 수 있다. 운주당에서 부하들에게 일방적으로 명령을 하달하기보다 자신의 입이 아닌 귀를 내어주면서 다양한 정보를 수용했으며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면서 차분히 전쟁에 대비했으니 말이다.

 

p. 64 중용은 기계적 중립을 의미하지 않는다. 중용은 단순히 중간 지점에 눌러앉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여건에 맞게 합리적으로 위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유연한 흔들림이라고 할까.

p. 65 오히려 갈등과 다툼질 앞에서 서로 이해하지 못할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그 사실을 업신여기지 않을 때 오해의 가능성은 줄어든다. 그리고 그 순간, 어쩌면 마음 한구석에서 서로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의 싹이 돋아날지도 모른다.

 

p. 84 침묵이라는 '비언어 대화non verbal communication'의 힘은 세다. 침묵은 차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의미와 가치를 함축하고 있으며, 종종 사람들에게 백 마디 말보다 더 무겁고 깊게 발아들여진다. 침묵은 말실수를 줄이는 지름길이다. 말은 생각과 감정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그걸 아무 생각 없이 대화라는 식탁 위에 올려놓다 보면 꼭 사달이 일어 난다.

 

p. 106 숨 막히는 세상이다. 젱제되지 않은 예리한 말의 파편이 여기저기 튀어 올라 우리의 마음을 긁고 할퀸다. 이같이 난잡한 세상에서 허덕지덕 힘겹게 버티다 보면 헷갈리는 게 있다. 날카로운 언어의 창이 우리를 겨눌 때 촉수를 곤두세워며 예민하게 대응해야 할까, 아니면 외부적 자극에 둔감하게 반응하며 무덤덤하게 임해야 할까.

 

p. 126 모든 힘은 밖으로 향하는 동시에 안으로도 작용하는 법이다. 말의 힘도 그렇다. 말과 문장이 지닌 무게와 힘을 통제하지 못해 자신을 망가뜨리거나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들이 허다하다.

 

p. 137 말과 글에는 사람의 됨됨이가 서려 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사람의 품성이 드러난다. 말은 품성이다 품성이 말하고 품성이 듣는 것이다.

 

p. 143-144 말과 행동의 관계는 오묘하다. 둘은 따로 분리될 수 없다. 행동은 말을 증명하는 수단이며 말은 행동과 부합할 때 비로소 온기를 얻는다. 언행이 일치할 때 사람의 말과 행동은 강인한 생명력을 얻는다. 상대방 마음에 더 넓게, 더 깊숙이 번진다.

 

p. 169-170 '의사소통'을 의미하는 단어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라틴어 어원은 '커뮤니카레communicare'이다. '교환하다','공유하다'등의 뜻이 담겨 있다. 말은 혼자 할 수 있지만 소통은 혼자 할 수 없다. 소통은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며 화자와 청자가 공히 교감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때 가능하다. 상대의 귀를 향해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내던지는 대화는, 대화가 아니라 서로 엇갈리는 독백만 주고받는 일인지 모른다.

 

p. 188 지는 법을 아는 사람이야말로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지는 행위는 소멸도 끝도 아니다. 의미 있게 패배한다면 그건 곧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다. 상대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인정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p. 192 편견의 감옥이 높고 넓을수록 남을 가르치려 하거나 상대의 생각을 교정하려 든다. 이미 정해져 있는 사실과 진실을 본인이 쥐락펴락할 수 있다고 믿는다. 상대의 입장과 감정은 편견의 감옥 바깥쪽에 있으므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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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100쇄 기념 에디션)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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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느 순간부터 말과 글이 내 삶에 가까이 스며들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첫 사회생활에 발을 내딛는 순간, 너무나 혼란스러운 세상이라 말이 적어졌고, 글이라 하면 나를 지루하게만 만드는, 나와 친해질 수 없는 분야라고만 생각했었죠. 그러나, 오로지 나 자신과 마주할 땐 말과 글 뿐이었습니다. 나와 마주하면서 대화를 할 땐 혼잣말이라도 말을 해야했고,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선 글을 써야만 했습니다. 나의 생각을 도통 모를 땐 종이에 세겨진 활자를 보고 읽고 말하고 내 생각을 옮겨적는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이들과 가까워졌습니다. 그러나보니 말과 글에 관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갑니다.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라는 에세이도, 제목에서 나의 관심을 끕니다. '언어의 온도라니, 언어에도 온도가 있어?'라며, 에세이의 제목을 참 신기하게 들여다 봤습니다.


■ 언어의 온도 내용 


저자의 주변 일상과 다른 이들의 삶을 엿보고 엿들으며 마주했던 다양한 모양의 언어들을 은은하고 차분한 말투로 사뿐히 여백을 채운 듯한 글들로 담겨진 에세이입니다. 흥미로운 건, 각 사연에 따른 관련 단어를 언급하고 그 단어의 어원을 설명하는 구절이 있고, 다양한 문학과 고전, 그리고 작가 특유의 차분하고 따뜻한 감성이 잘 묻어난 위로, 충고, 사색과 통찰이 담겨있습니다.


■ 느낀 점 


아버지를 따라 퀴퀴한 헌책 냄새를 맡으며 헌책방에 다녀온 이후로 활자중독자가 되었다는 저자는 그때 이후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헌책을 읽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글을 다루고 책을 쓰는 직업으로 이어졌고요. 그의 글을 접하다보면 글을 얼마나 좋아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단어와 문장에 쏟은 정성이 느껴지는데요. 특히 그의 글에선 어원설명이 자주 출현(?)합니다. 다른 여러 책이서도 어원을 언급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는 유달리 어원을 자주 언급합니다. 뭐랄까, 우리가 평소에 쓰는 단어를 일상과 삶 속에 잘못 적용하고 있거나 편견이 있던 것을, 다시금 재정비해주는 느낌입니다. 라틴어 어원이든 한자 어원이든 그 뜻을 풀어서 다시 설명해주고,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뿐만 아니라 문학작품, 영화, 사회이슈,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이들을 적재적소에 잘 비유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온화하고 차분하고 부드럽게 이야기를 읊조리 듯 말해줍니다. 조금 오버해서 표현하자면 오디오북이 마음에서 울리는 듯해요. 그의 글들을 1차원적으로 바라보면 우리도 한번정도 생각해볼 법한 그런 고민이자 일상을 담고 있습니다. 시시할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한층더 가깝게 느껴지고, 우리들의 이야기에 여러 범위의 온도를 더해 들여다보는 것 같습니다. 나의 신경이 쭈삣쭈삣 날카롭게 서서, 어떤 타이밍에 결정적인 끈덕지가 눈에 거슬려 뭐라도 찔러버리기 일보 직전에, 온도가 더해진 글들을 보면 나의 신경을 위로하며 쭈삣함을 부드럽게 안정시켜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단어의 뜻을 잘 알고, 그 단어들의 조합이 잘 어우러지면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문장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도, 참 신기하게 느꼈던 에세이입니다.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시끄럽고 나를 괴롭히는 일상과 잠시 떨어져, 나만의 시간을 가졌을 때 가까이하면 좋을 책인 듯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여유없이 살아가는 분들, 차가운 말에 상처를 입었거나 따스한 말로 마음의 안정을 얻고 싶은 분들에게 꼭 추천합니다.


좋은 글귀 


p. 7-8 언어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습니다. 따뜻함과 차가움의 정도가 저마다 다릅니다. 온기 있는 언어는 슬픔을 감싸 안아줍니다. 세상살이에 지칠 때 어떤 이는 친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민을 털어내고, 어떤 이는 책을 읽으며 작가가 건네는 문장에서 위안을 얻습니다.


p. 29 그런 날이 있다. 입을 닫을 수 없고 혀를 감추지 못하는 날, 입술 근육 좀 풀어줘야 직성이 풀리는 날. 그런 날이면 마음 한구석에서 교만이 독사처럼 꿈틀거린다. 내가 내뱉은 말을 합리화하기 위해 거짓말을 보태게 되고, 상대방의 말보다 내 말이 중요하므로 남의 말꼬리를 잡거나 말허리를 자르는 빈도도 높아진다.


p. 30 우린 늘 무엇을 말하느냐에 정신이 팔린 채 살아간다. 하지만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고,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때론 어떤 말을 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다. 입을 닫는 법을 배우지 않고서는 잘 말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끔은 내 언어 총량에 관해 고민한다. 다언이 실언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으려 한다.


p. 59 "위폐는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꾸민 흔적이 역력해요. 어딘지 부자연스럽죠. 가짜는 필요 이상으로 화려합니다. 진짜는 안 그래요. 진짜 지폐는 자연스러워요. 억지로 꾸밀 필요가 없으니까요."


p. 69 위로의 표현은 잘 익은 언어를 적정한 온도로 전달할 때 효능을 발휘한다. 짧은 생각과 설익은 말로 건네는 위로는 필시 부작용을 낳는다. "힘 좀 내"라는 말만 해도 그렇다. 이런 멘트에 기운을 얻는 이도 있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힘낼 기력조차 없는 사람 입장에선 "기운 내"라는 말처럼 공허한 것도 없다. 정말 힘든 사람에게 분발을 종용하는 건 위로일까, 아니면 강요일까.


p. 96 궁금한 게 생긴다. 왜 우리는 질문을 아끼는 걸까. 궁금한 게 별로 없는 걸까, 아니면 궁금한 내용을 표현하는 데 서툰 것일까.


p. 115 '글'이 동사 '긁다'에서 파생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글쓰기는 긁고 새기는 행위와 무관하지 않다. 글을 여백 위에만 남겨지는 게 아니다. 머리와 가슴에도 새겨진다.


p. 121 어제는 노트북을 켜고 '사람'을 입력하려다 실수로 '삶'을 쳤다. 그러고 보니 '사람'에서 슬며시 받침을 바꾸면 '사랑'이 되고 '사랑'에서 은밀하게 모음을 빼면 '삶'이 된다.


p. 140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일은 고치는 행위의 연속일 뿐이다. 문장을 작성하고 마침표를 찍는다고 해서 괜찮은 글이 자연 발생적으로 생겨날 리 없다. 좀 더 가치 있는 단어와 문장을 찾아낼 때까지 펜을 들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지루하고 평범한 일에 익숙해질 때, 반복과의 싸움을 견딜 때 글은 깊어지고 단단해진다.


p. 169 진짜 소중한 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가끔은 되살펴야 하는지 모른다. 소란스러운 것에만 집착하느라, 모든 걸 삐딱하게 바라보느라 정작 가치있는 풍경을 바라보지 못한 채 사는 건 아닌지. 가슴을 쿵 내려앉게 만드는 그 무엇을 발견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눈을 가린 채 살아가는 것이 아닌지.


p. 205 우린 무언가를 정면으로 마주할 때 오히려 그 가치를 알아채지 못하곤 한다. 글쓰기가 그렇고 사랑이 그렇고 일도 그렇다. 때로는 조금 떨어져서 바라봐야 하는지도 모른다. 한 발 뒤로 물러나, 조금은 다른 각도로, 소중한 것일수록.


p. 259 우린 어떤 일에 실패했다는 사실보다, 무언가 시도하지 않았거나 스스로 솔직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더 깊은 무력감에 빠지곤 한다. 그러니 가끔은 한 번도 던져보지 않은 물음을 스스로 내던지는 방식으로 내면의 민낯을 살펴야 한다. '나'를 향한 질문이 매번 삶의 해법을 제공하지 않지만, 최소한 삶의 후회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살다 보니 그런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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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사기56 - 본기, 세가, 열전, 서의 명편들 현대지성 클래식 9
사마천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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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한 불만과 원망이이 가득할 땐, 내가 폭넓게 이해하는 폭과 시야가 너무 좁았기 때문이었다는 걸 요즘에서야 깨닫습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누리고 싶은 것만 누리고 싶은데 뜻대로 하지 못해서 오는 불만과 원망. 이는 불편하고 고생스럽고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과 멀어지고 싶은데 더 가까워지니까 두려움에 떠는 반증이라 생각해요. 내가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 많다보니, 쉽게 뛰어들지 않으려고 몸을 사리고 싶은데, 세상은 나보고 미지의 세계도 경험해야 한다며 등떠밀죠. 세상이 등떠밀려 시련과 불행도 경험했더니, 세상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해야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세상이, 자연이 나에게 알려주었지요. 세상에 존재했던 양날의 검과 같은 부조리, 훌륭한 인물과 업적, 선조들의 지혜 등을 들여다봐야, 지금 몸담고 있는 세상에서 내 삶을 존속시킬 힘을 키울 수 있다는 것. 그 힘을 키우는 방법은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입니다. 사마천이 세상과 자연을 대신하여 세상에 존재했던 부조리함, 지혜, 성인과 업적을 기록하고, 부조리함을 해석하여 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혜안을 가질 수 있도록 후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 사마천 사기 56 내용 및 구성

 

 

사마천의 사기는 편안하게 설명하자면 역사의 기록historical record입니다. 중국의 지난 역사를 담은 동양고전입니다. 사기는 "본기","세가","표","서"와 "열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본기"에는 연대순으로 제왕의 언행과 업적을 기술하고, "세가"엔 제후국의 흥망성쇠와 영웅들의 업적을 기술했으며, "표"는 연대별로 각 시대의 중대사건을 기록하였으며, "서"는 각종 전장(제도와 문물) 제도의 연혁을, "열전"에는 대표적인 인물들의 활동을 기재(p. 9)했습니다. 사기는 130권, 총 52만자로 3000년에 걸친 중국역사를 담고 있는 역사서입니다. 사마천 사기 56은 역사의 범위자체가 방대하고 현대엔 효용성이 없는 부분도 있어서, 불필요한 문자나 문구를 과감하게 버리는 방법을 택했는데도 불구하고 총 973쪽이라는 방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사마천 사기의 특징

 

사마천의 사기는 귀구한 사연이 깊게 담긴 역사서입니다. 흉노와 불리한 조건에서 싸워야 했던 이릉장군이 결국엔 조건에 밀려 대패하고 부득이하게 투장해야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한무제는 이릉의 선택에 격노하고 그의 가족들을 옥에 가둡니다. 이릉 장군의 투항에 모든 대신들이 쉬쉬하던 중, 사마천만이 이릉의 투항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그를 변호(이릉변호사건)합니다. 하지만, 사마천의 변호에 한무제는 생각을 달리하는 것이 아닌, 격노하여 사마천에게 사형선고를 내립니다. 그는 사형선고를 면하기 위해서 궁형(생식기를 자르는 치욕스러운 형벌)을 자처합니다. 사마천이 죽음이 두려워서 치욕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사관이었던 아버지 사마담이 사기와 같은 대작을 남기기 위해 평생을 받쳤는데, 그도 아버지를 이어서 사기를 완성하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사마천의 사기는 단순히 역사적인 기록에만 치중하지 않고, 역사에 대한 사마천만의 관점과 인식으로 역사를 기록하며, 역사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전모를 다면적으로 파악하고, 객관적으로 서술합니다. 시대적 현실에서 존재했던 부정부패를 과감하게 비판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사기는 자신이 직접 경험하거나 교류를 통해서 알아낸 사실과, 치밀한 조사를 통해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진실성이 높으며 사회적 약자인 평민의 입장과 시각으로 역사를 파악하고 해석하고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사마천의 사기는 역사의 시대적 순서대로 서술한 역사서가 아니라 다면적이고 종합적인 해석과 인생사가 담겨진, 역사에만 국한되지 않는 중국문화를 넘어 동양문화의 초석입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사에선 고난과 역경에 쉽게 굴복하지 않고 이겨낼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정치에선 치세의 도리를 터득하며 경제에선 경제의 원리를 파악(p. 10)하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즉,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 느낀 점

 

고전은 세상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파악할 수 있는 혜안을 제시해줍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본질을 파악하는 그 자체가 헙난합니다. 아무래도 옛 성인들이 그 시대에 따른 언어로 기록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사마천 사기56도 분명히 우리말로 표기했지만, 거의 한자어에 기반을 두고 있어 한자어를 이해하기 힘들고(특히, 번역체로 된 부분도 있어서, 표현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으며) 중국의 역사 순서와 흐름을 기본적으로 알지 못하면 사기의 내용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황제와 귀족에게 국한 된 것이아니라, 대관, 대신, 장군, 성인, 상인, 농사꾼, 도박꾼 등 다양한 위치에 있는 인물들을 그리고 있어,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며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건 정말로 어렵습니다. 러시아 문학소설에 나오는 기억하기 힘든 이름과 비슷한 맥락일 것입니다. 그나마 진시황제, 유방과 항우, 그리고 강태공의 이야기는 익숙해서 금방금방 이해할 수 있어요. 물론 아는 인물들이 나왔을 때만 이해됩니다. 중국역사와 문화, 혹은 역사 자체로 관심이 많은 분들은 흥미를 가지고 인내하며 사기에 빠져들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사기를 읽는다는 건 모험이자 도전입니다. 고전 자체에 도전장을 내민상태라, 읽고 또 읽습니다. 사기 속에서 주옥같은 명언들이 있는데, 그 명언이 한번씩 눈에 띄면 사기56의 책장을 넘겨봅니다. 그렇게 사기와 친해지고 있습니다. 사기와 친해지고 싶어요. 내가 마주하는 세상이,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세상을 조금더 넓게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싶거든요.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삶 속에서 의미를 찾고 싶거나, 또 인간관계를 사색하고, 나의 직위와 위치에 필요한 도리와 처세를 읽히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삶의 희노애락을 조금더 지혜롭게 마주 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추천드립니다.

 

 

■ 책 속 글귀

 

p. 10 『사기』는 사마천이라는 작가의 이른바 '복안(複眼)' 에 의해 기술된 작품이다. 사마천은 결코 어떠한 인물이나 사건을 일면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항상 다면적으로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해석하였다. 그리하여 역경에 처해 좌절하고 실의에 빠져 있는 사람은 『사기』를 통하여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얻을 수 있고 영광의 자리에 있는 사람은 『사기』를 통하여 그 영광을 지키는 이치를 깨달을 수 있다.

 

p. 25 한비자는 인재 등용에 있어서 개인적인 관계를 버리고 오직 능력을 중시해야 하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격하게 법을 적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었다. 특히 그의 가르침은 반 유교적 경향이 강한데, '백성을 대하되 덕망으로 하라.'는 유교의 가르침을 반대하였다. 이를테면 종기가 난 사람을 그냥 그 사람이 하고 싶은 대로 놓아둔다면 죽을 수도 있으므로 그가 아파서 참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종기를 칼로 째서 치료해야 하듯이 옳은 일을 위해서라면 강제로라도 백성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p. 63 진나라가 사해를 통일하고 각국의 제후들을 겸병하며 남면하여 황제를 칭하면서 해내의 백성들을 다스리자 천하의 선비들은 이 소문을 듣고 모두 복종하였다. 이러한 국면은 무슨 이유 때문인가? 이는 근고 이래 매우 오랫동안 제왕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략) 이제 진왕이 남면하고 앉아 천하에 칭왕을 하자, 비로소 윗자리에 한 명의 천자가 있게 된 것이었다. 모든 서민 백성들은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하였고, 따라서 그 누구도 거짓으로 황상을 경앙(공경하여 우러러보다)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이때 위세를 유지하고 공업을 공고히 하는 것은 국가 안위의 관건이다. 하지만 진시황은 도리어 탐욕스럽고 비열한 마음을 품고 오로지 자기의 작은 꾀만 부려 공신들을 믿지 않고 선비와 백성들을 가까이 하지 않았으며 인의치국의 원칙을 폐기하고 개인의 권위를 수립하면서 문서를 금하고 형벌을 가혹하게 행사하였다. [*밑줄 친 부분의 표현이 어색하게 느껴짐 : "거짓으로 황상을 경앙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는 표현은 "거짓으로 황상을 경앙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뜻으로 파악됩니다. 문맥에 따라 백성들이 안정된 생활을 희망하였기에 "거짓으로 황상을 경아하는 사람은 없었다"라고 표현해 맞지 않을까요?]

 

p. 417 태사공(사마천)은 말한다. " 상군은 천성이 각박한 사람이다. 그가 당초 제왕의 도로써 효공의 신임을 얻었던 일을 관찰해 보면, 뿌리가 없이 겉만 번지르르하고 근거 없는 낭설에 불과한 것이지 그가 본래 가지고 있는 자질이 아니었다. 더구나 총신을 통하여 뒤로 들어가 임용되고 종실 공자 건을 처벌하였으며, 위나라 장군 앙을 속이고, 조량의 충고를 따르지 않은 것은 모두 상군이 각박하고 은정(은혜로 사랑하는 마음)이 적었음을 충분히 증명해 준다."

 

p. 438 태사공(사마천)은 말한다. " 소진의 책략은 권변, 즉 임기응변에 뛰어났다. 하지만 소진은 간첩의 죄명을 뒤집어쓰고 피살되었고 천한사람 모두 그를 비웃으며 그의 책략을 배우기를 기피하였다. 그러나 세속의 소진에 대한 주장은 사실과 다른 점이 많다. 소진 이후의 시대에 소진의 일과 비슷한 것 모두 소진 한 사람에게 전가되었다. 그는 평민에서 일어나 능히 6국을 연합시켜 진나라에 대항하게 만들었으니, 이는 실로 그의 지혜가 보통 사람을 뛰어넘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그의 사적(사업의 남은 자취)을 열거하여 정확한 시간의 순서에 의하여 진술함으로써 그로 하여감 홀로 나쁜 오명을 받는 것을 막고자 하였다."

 

p. 497 "세상에는 잊어서 안 될 일이 있고, 또 잊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있습니다. 남이 공자에게 베푼 은혜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되지만, 공자께서 남에게 덕을 베풀을 때는 빨리 잊으셔야 합니다. 공자께서는 위나라 왕의 명령으로 위장하여 진비의 군사를 빼앗고 조나라를 구했습니다. 이는 물론 조나라에 대해서는 공이 되겠지만, 위나라 입장에서 볼 때는 결코 충신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지금 공자께서는 교만한 태도로 그 공적을 자랑하고 계시는데, 그것은 결코 취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공자(公子) : 지체가 높은 집안의 아들

 

p. 684 태사공은 말한다. "원앙은 학문을 좋아하지 않았으나, 뛰어난 생각에 의해 여러 가지를 종합함으로써 체계적인 이론을 세웠다. 그는 어진 마음을 바탕으로 정의감에 비추어 세상을 개탄했다. 하지만 효문제가 즉위하자, 그의 재능은 때를 만났다. 그 후 시대는 변하고 바뀌어 오초의 반란이 일어나고 효경제를 한 번 설득시킴으로써 그의 주장이 관철되었으나, 반란을 평정시키지 못하였다. 그는 명예를 중시하고 재주를 뽐냈지만 결국 그 때문에 죽었다. 한편 초착은 젊을 때 자주 조정에 건의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그러나 뒤에 드디어 권력을 얻어 마음대로 행사하면서 법령을 많이 뜯어 고쳤다. 그는 반란이 일어났을 때 당연히 나라의 위급함을 구하는 데 힘써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사로운 원한을 갚는 데 몰두하다가 오히려 스스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옛말에 '예로부터 내려오던 법을 바꾸고 상식을 어지럽히는 자는 죽거나 망한다.'고 했는데, 이는 바로 조착과 같은 사람을 두고 한 말이던가!"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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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워 2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13-2018 골든아워 2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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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의 골든아워는 총 2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의료 현실을 아주 냉정하게 담고 있는데요. 1권과 2권 각각 담고 있는 맥락은 비슷하나, 그 내용이 달라서 이 책에 대한 리뷰도 나눠서 담아봅니다. 


■ 골든아워 2 내용


골든아워 2에서도 골든아워 1 못지 않은, 우리나라 정책이 응급의료 상황에 얼마나 외면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세월호가 침몰할 때 구조를 위해서 출동했지만 사고해역 상공은 해양경찰이 관할하기 때문에 다른 헬리곱터가 사고해역으로 진입하면 충돌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이유로 사고해역을 벗어나라는 명령을 받게 되는 긴박한 상황을 담고 있습니다. 구조에만 신경 쓴다면 침몰하는 배 속의 사람들을 충분히 구해낼 수 있었지만 구하지 않는 아주 속터지고 아이러니한 상황을 마주합니다. 거기에 한창 정치적인 이슈로 시끌벅적 했단 북한병사 이야기까지 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국종교수가 몸담고 있는 대학병원이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로 힘겹게 지정된 후에도 국제표준에 맞는 시스템으로 정착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이국종교수와 그와 함께하는 의료진들이 뼈를 깍아내는 듯한 고통을 감수하면서 진퇴양난의 상황에 몰려 힘겹게 버텨내는 그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느낀 점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높아서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아주 큽니다. 막연하게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고 마음에 품고 있는 것만으로 애국자로서 도리를 하는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국정농단 사건이후로 지나치게 긍정만 하는 것이 나라를 위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어느 조직에서 사회생활을 할 때도 부조리함에 치를 떨기도 했지만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 믿었고 억울함을 절대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내색조차 하지 않으면 부조리한 상황은 개선되지 않은채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임없이 무한 반복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이기 시작하더군요. 이 책을 읽으면서 더더욱, 냉정하게 세상을 바라고 옳고 그름을 판다하는 힘부터 길러야겠다는 결심부터 서게되었습니다. 좋은게 좋다는 생각이 우리 삶을 어떻게 궁지로 몰아세울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우리나라는 정치적인 영향력에 의해 좌우되고 또 부조리하게 돌아갑니다. 특히 세월호 사건에서도 살릴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한데도, 윗선에서 어떠한 명령을 하지 않으면 절대로 뛰어들지 않는, 아이러니하게 말 잘듣는 사람들의 태도를 보곤 고구마를 머금는 기분이었습니다. 이국종 교수가 사고 현장근처에서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상황이 어떻냐고 물으면 모두들 모른다고만 일관하는. 답답한 사람은 이국종 교수와 그와 함께 했던 의료진들과 소방대원들이었습니다.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 외상센터는 이국종 교수뿐만 아니라, 의료진들의 희생을 바치면서 간신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무전기를 정부에 요청했으나 요청한지 8년지 지나도 이에 대한 지원이 없어서 카카오톡으로 응급상황을 주고 받는다고 하니, 정말로 어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중증환자들을 외상센터로 이송하기 위해서 닥터헬기가 주거지역 상공에서 비행할 때마다 주민들이 시끄럽다고 항의를 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등산 중 김밥을 먹을 때 헬기가 뜨면 김밥에 먼지 들어간다고 항의하는 사람도 있다고..) 주민들이 구청에 항의하면 구청은 중증의료센터에 넘겨서 주민의 항의를 잠재우라고 책임을 떠넘깁니다. 이 사실을 책을 통해 확인하곤,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왜 나라에선 국민에게 닥터헬기를 띄울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설명해주지 않을까, 시민의식을 심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부상당하지 않았다고, 남일처럼 바라보는 이기적인 시민의식을 보곤, 힘이 빠지더군요. 응급처지를 할 수 있는 시민의식이든 재정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우리의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아주 긴박한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이국종 교수가 알리기 위해서 혹은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 이 책을 썼습니다. 골든아워 2편 제일 후반부에 보면 인물지가 부록으로 담겨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자신의 희생하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국림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과로로 돌아가신 사실만 봐도, 응급의료센터가 얼마나 힘겹게 돌아가는지 확인할 수 있었죠. 돌아가시고 나서야, 관심을 갖는, 그러고 어느정도 기간동안 그를 기억하고, 또 응급의료센터가 얼마나 개선될까요? 개선될 수 있을까요? 본질을 파악하고 무엇이 옳고 그런지, 혹은 무엇이 최우선인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 결과적으로 돈이 되는 것에만 급급하고 지속된다면 우리가 몸을 담고 있는 이 사회는 우리의 삶을 안전하게 보장해줄지 의문을 가지며 책장을 덮었습니다.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긍정적인 사고로 사회를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때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비판하는 자세와, 이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고민해보는, 사회의식을 길러야 하는 국민이라면 꼭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엔 당연하게 그냥 주어지는 것이 없습니다. 사회 한켠엔 자신을 내던지며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며 희생하는 많은 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꼭 인지하면 좋겠습니다.

 

 

책 속 글귀 

 

p. 10 중환자실과 외상 병동의 중증외상 환자들은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았다. 그들의 삶과 죽음은 경계가 모호했고, 매 순간 소멸과 회복사이에 있었다. 그들을 삶에 가까이 끌어다 놓은 것이 내 일이었다.

 

 

p. 12-13 한국의 많은 병원들이 내실을 다지기보다 화려한 외장과 외래공간에 공을 들인다. 보이지 않는 부분은 선진국은 고사하고 중진국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고, 그 수준을 쫓을 생각도 없어보였다. 환자들은 그것을 알 길이 없으므로 번쩍거리는 외관과 맛있는 지하 식당, 편리한 에스컬레이터 같은 것들에 쉽게 홀렸다. 병원들의 형태가 과대 포장한 불량식품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자꾸 입안이 썼다.

 

p. 41-42 고요한 밤 창밖의 희미한 가로등을 보고 있으면 뒤엉킨 생각들이 때로 정리가 되었고 때로는 파편적으로 갈라져 나갔다. (중략) 미안한 얼굴들이 계속 떠올랐다. 많은 생각들이 교차되었으나 그 어떤 결론에도 닿지 못했다. 가장 쉬운 결말은 누군가 나서서 내 일의 종료 시점을 정해주는 것이리라. 내게 맡겨놓는 한 나는 이 일을 그만두지 못할 것이고, 이 일을 지속하는 한 나는 위험한 상황을 좇는 본능에 따라 또 다시 움직일 것이다. 나는 단지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를 알고 싶었다. 그러나 어떤 답을 들어도 무엇도 선명해지지는 않을 것 같았다.

 

p. 59 그러나 나는 갈수록 보람보다 부담이 더 커져갔다. 외상외과를 필요로 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목숨 하나를 살리기 위해 모든 고통을 '몸으로 감내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시스템의 최종 희생자는 내 주위 사람들이다. 거의 완벽하게 건강을 회복한 젊은 환자는 연인과 행복해 보였으나, 외상외과 의료진은 강도 높은 노동 현실에 꺾이며 쓰러져나갔다.

 

p. 82 모르겠다, 잘 모르겠다. 4월 16일 하루 종일 들은 말이었다. 하긴 나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죽도록 비행하고 엄한 이착륙만 하다가 어깨만 아파져 돌아왔다. 현장에도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고 책임자라고 나서는 자도 없었다.

 

p. 93 세월호 침몰을 두고 '드물게' 발생한 국가적 재난이라며 모두가 흥분했다. 나는 그것이 진정 드물게 발생한 재난인지, 드물게 발생한 일이라 국가의 대응이 이따위였는지 알 수 없었다. 사람이든 국가든 진정한 내공은 위기 때 발휘되기 마련이다. 내가 아는 한 한국은 갈 길이 멀어 보였고 당분간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사실에 힘이 빠졌다.

 

p. 117 ······진퇴양난이구나. 외상센터의 일은 줄지 않았고 줄일 수도 없었다. 나는 병원으로 오는 중증외상 환자의 수를 조절할 수 없고 병원 문턱을 넘어와 생사의 기로에 선 환자를 전원시킬 수도 없었다. 권역외상센터 건물을 지어 올리는 데 따르는 행정 업무까지 가중되어 있었다. 팀원들의 업무량은 날로 늘어났고 업무 강도는 극심해졌다. 그 또한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p. 282 대부분의 정당이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다고들 했다. 그들이 말하는 노동자에 외상센터에서 일하는 우리는 없었다. 한국 중증외상센터의 직원 고용 수준은 영미권의 3분의1에 불과했고, 적은 인력이 과도한 업무를 감당하느라 과로로 쓰러져나갔다. 수술방의 모든 의료진이 감염의 위험을 감수하고 환자의 피를 뒤집어 썼다. 전담간호사들이 다치거나 유산해 대열에서 떨어져나갔다. 그러나 이 현실은 무관심 속에 외면받고 있었다. 이 곳의 노동자들은 무슨 이유로 의생을 기본 값으로 감수해야만 하는가. 거대 담론만이 존재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중증외상센터의 지속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니다.

 

p. 296 한국에서의 중증외상센터 사업은 침몰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미국에서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의 세계적 표준과 워칙을 배웠고, 런던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또한 일본의 외상외과 의사들이 얼마나 뛰어난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중증외상 판 안쪽에서 뒹구는 나는 침몰을 또렷하게 알았다. 본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많은 사람이 중증외상 의료시스템 구축에 필요하다며 다들 자기 이권만을 관철시키려 할 뿐, 정작 중증외상센터가 무엇인지 해외에서 진정성 있게 공부하려는 이들조차 없었다.


 

p. 297 보건복지부의 의욕 넘치는 관료들을 이 일에 끌어들인 지 15년이 넘었다. 석해균 선장이 다시 살아난 일을 동력 삼아 정부로부터 중증외상센터 지원을 끌고 들어온 지도 10년을 향해 간다. 그러나 초석을 함께 놓던 행정부의 정치권 사람들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중략) 이제 경기도청 안에 중증외상센터 정책을 이해하고 추진해줄 고위층은 사라졌다. 중증외상센터 사업은 보건복지부의 큰 골칫덩이가 되어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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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워 1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3 골든아워 1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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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가까운 사람의 사고로 아주대학교 외상센터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외상센터에서 닥터헬기를 띄워서 나의 지인을 응급조치할 수 있었고, 간신히 죽음의 고비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외상이 너무나 심했습니다. 그런데, 헬기로 환자를 병원까지 옮기는 절박한 순간에도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 그들이 노력한 덕분에 지인은 고비를 잘 넘겨서 지금은 회복하기 위해 재활치료를 잘 받고 있고, 그를 웃으면서 볼 수 있습니다. 외상센터 의료진들은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 충실하기 위해서 지금도 밤낮없이 뛰고 있습니다. 그들의 노고와 희생을 기억하기 위해서 골든아워를 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골든아워 1 내용


골든아워는 현재 아주대학교 외상센터를 이끄는 이국종 교수가 직접 쓴 에세이입니다. 총 2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권에는 지도교수의 권유로 외상센터에 몸을 담게 되면서 외상센터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바로잡게 하기 위해 그와 그의 의료진들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만을 살리겠다는 원칙만으로 외상센터를 운영하지만, 우리나라 정책과 구조적인 문제와 봉착하면서 매순간 어려움에 봉착하는 숨막히는 의료계 현실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그의 에세이는 2002년에서 2018년 상반기까지 진료기록과 수술기록, 현장경험 등을 바탕으로 모은 기록들이라고 과언이 아닙니다.


■ 느낀점 


"우리나라, 참 갈 길이 멀었구나." 라는 막연함과 막막함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우리나라 큰 병원들을 둘러보면 암센터가 아주 의리의리하게 우뚝솟아 있는 모습을 보곤, 암환자가 참 많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그런데, 지인의 사고를 접하고 이 책을 접하면서 우리나라 중증외상환자들은 수시로 발생하여 중증외상센터는 항상 밀려드는 환자들을 응급처치하고 살려내기 위해 처절한 일상을 보낸다는 사실을 알고 너무나 당황스러웠습니다. 나의 지인도 중환자실에 있었는데, 중환자실을 오고가는 보호자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만큼 다쳐서 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인데, 그 상황을 겪어보지 않으면 처절함이 어딘가엔 존재한다는 걸 모르고 살뻔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중증외상센터가 늘 대면하고 있는 냉혹한 의료현실을 적나라게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칼의 노래"의 저자 김훈 작가의 필력에 영향을 받았다는 이국종 교수가 사실적인 표현으로 적어내려가는, 중증외상센터의 상황은 처절함 그 이상입니다. 다쳐서 오는 사람들은 쓰나미가 밀려오듯 밀여오지만, 그 쓰나미를 맨몸으로 받아내고 버틴다고 상상해보세요. 중증외상센터가 딱 그런 현실입니다. 밀려오는 환자에 비해 , 의료진의 수도 적고, 센터를 운영하는 자금 또한 부족합니다. 무엇보다 닥터헬기를 띄우는 건 소방대원들이 하는데, 소방대원의 수도 턱없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지만, 중증외상센터 말고도 처절한 곳이 많다며 그의 요청은 수용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치적인 이슈로 활용할 땐 그땐 잠시 외상센터에 관심을 가져주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듯 큰 소릴치다가 그 이슈가 사그라들면 지원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습니다. 예를 들자면, 아덴만 여명작정 중 부상을 심하게 입은 석해균 선장을 에어 앰뷸런스를 아슬아슬하게 급조하여 오만의 왕립술탄카부스병원에서 한국으로 데려 온 장본인도 국가가 아니라 외상센터의 이국종 교수와 그의 팀원들이었습니다. 석해균 선장 구출을 계기로 외상센터가 조금이라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는 듯 했지만 오히려 큰 짐을 더 떠안을 꼴이 되어버리는,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 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이 살고 죽는 문제는 자연적 순리라고만 생각했는데, 나라 정책과 구조가 어떻게 자리잡고, 운용되느냐에 따라 사람의 생사는 인재人災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게 됩니다. 정말로 말도 안되는 의료 체계 속에서 이국종 교수는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싶지만, 다치고 아파서 오는 사람들, 정말로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을 그냥 죽게 할 수 없어서 포기하지 못하고 버티고 있습니다. 그의 의료진들도 마찬가지고요. 자본주의 사회라 돈이 되는 "과"만 몰빵해야 하는 것이 맞는 걸까요? 자본주의 사회라 돈이 안되면, 지원 안하고 무너질 때까지 방치하거나, 버티게 놔둬야 하는 것이 맞는 걸까요? 우리의 생사가 걸린 문제인데, 정말로 방법이 없는걸까요? 아프고 다치고 치료받고 하는 건 우리모두의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껏 남일처럼 봤는데, 절대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사회의식을 심을 수 있었고, 우리들의 생은 숨은 곳에서 처절하게 힘쓰는 누군가의 희생과 노고 덕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사실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살았던 것에 반성하여, 사회의식을 조금 키울 수 있는 성숙한 국민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결심도 덤으로 해봅니다.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긍정적인 사고로 사회를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때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비판하는 자세와, 이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고민해보는, 사회의식을 길러야 하는 국민이라면 꼭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엔 당연하게 그냥 주어지는 것이 없습니다. 사회 한켠엔 자신을 내던지며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며 희생하는 많은 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꼭 인지하면 좋겠습니다.

책 속 글귀


p. 10 이 기록은 열악한 한국 의료계 현실에 굴하지 않고, 순전히 우리 팀원들과 현장의 소방대원들의 피와 땀을 짜내 만들어온 것이다. (중략) 또한 이 기록은 삶과 죽음을 가르는 사선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환자와 내 동료들의 치열한 서사다.


p. 51 어떤 환자라도 조건은 같고 환자는 언제나 상황에 우선한다. 원칙은 흔들리지 않았다. 의료진은 원칙대로 환자에게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더 빨리, 더 가까이 가려고 애썼다.


p. 141 삶의 보편성으로부터 먼 일상과 상식 밖의 시선까지 버텨야 하는 진흙탕에 뒹구는 것은 나 하나로 족했다. 


p. 148 나는 헬리콥터를 이용한 이송 체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일개 지방 병원의 외과 의사가 원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죽지 않아도 될 환자를 죽지 않게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필요했고, 그 의지를 실현시킬 '정책'이 필요했으며, 관련된 자들의 '합의'가 필요했다. 그러나 정책을 누가 만드는지는 알 수 없었고 확실한 정책은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아서 나는 그들의 실체를 알 수 없었다. 그런데도 결정적인 제약과 한심한 조치들은 늘 보이지 않는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정부로부터 몰려왔다.


p. 246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은 통상적으로 외과 의사들이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하는 가장 흔한 말이겠으나, 나에게 이 말은 위로의 말만은 아니다. 나 자신에게 하는 다짐에 가깝다. 2003년 말부터 시작된 끊임없는 사직 압력 속에서도 '잘리는 순간까지는 최고의 수술적 치료를 제공한다'는 내가 스스로에게 내건 직업적 원칙이었다.


p. 304 나는 공장이나 공사장에서 구르고 떨어져 짓이겨진 채 실려 와 병원비에 속수무책으로 주저앉는 환자들과 내가 다르지 않다고 자주 생각했다. 구조적인 문제였다. 이곳마저 대한민국 여느 분야와 다르지 않아, 원칙은 무너지고 힘의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 속에서 우리의 자리는 존재의 지속 여부를 가늠할 수 없는 비루한 모퉁이 한쪽일 뿐이다. 불합리를 삼켜내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여서 우리는 스스로를 죽음 가까이에 두는 일이 많았다. 


p. 389 중증외상 환자 이송 체계는 항공대원들과 의료진의 생명을 담보로 하여 세워지고, 그체계가 얼마나 공고히 정립되는가에 따라 환자의 생존율이 결정된다. 나와 내 사람들이 죽음에 가까이 갈 때 환자는 죽음으로부터 멀어지는 이 아이러니를 나는 어찌하지 못했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타인을 살리고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기 목숨을 걸어야 했으나 세속적 가치는 없었다.


p. 400 내가 하는 일은 개인들의 노력과 희생에 기대어 간신히 유지되고 있었다. 한계는 명확해 보였다. 조직 전체에서 핵심부서와 인력에 대한 가치를 모르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사태가 지속되면, 조직의 미래 이전에 당장 조직의 구성원들이 일하는 패턴을 바꾸거나 사직을 결정짓는 것이다. 


p. 416 수익구조를 찾아 달리는 의료계에서 정의의 사도인 척 달려드는 많은 병원들에 그 한마디를 뇌까리고 싶었다. 나는 내게 날아오는 것이 돌이든 화살이든 상관하지 않았따. 그것은 이제 두렵지 않았으나 단지 지겨웠다. 두려운 건은 단 하나였다. 팀원들이 아파 쓰러지고 다치는 것이야 말로 정말 큰 공포였다. 


p. 417-418 중증외상 환자의 치료에는 손이 정말 많이 필요했다. 일반적인 중환자에 비해 관리해야 하는 장비와 약재의 수가 절대적으로 많고 환자 상태는 끊임없이 흔들리므로, 간호사들은 중증외상 환자 담당을 힘겨워했다. 한국의 대학병원은 겉만 화려한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다. 돈이 연관된, 돈이 벌리는 부분은 초고속으로 발전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발전은커녕 바닥 없이 퇴보한다. 한국 대학병원들의 고용인원은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웬만한 동남아시아 국가의 병원들에 비해서도 중환자실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이 엉망이었다.




이국종교수 유튜브 영상 ▶ 냉혹한 현실, 부조리하게 돌아가는 현실, 바꿀 순 없지만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이국종 교수

https://www.youtube.com/watch?v=Shwn5hEr7Sk&t=86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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