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일상이 로맨스겠어
도상희 지음 / 뜻밖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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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인 걸 뼈를 치도록 싫은 날들이 있었습니다.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혼자" 남겨지는 순간들이 너무나 많았거든요. 마치 버려진 듯한 기분이 들어 성인이 되어선 무리해서라도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다가 사회성이 부족했는지 사람들과 갈등도 겪고, 사랑이 서툴러서 이별을 경험하고, 정규직을 보장해준다는 약속때문에 기대심에 부풀어 나의 오늘을 희생하며 열일했는데 직장에선 그 약속을 지켜주지 않아서, 나는 "혼자"를 자처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혼자"는 필연적인 거라, 피하려 하면 안되겠더라구요. "혼자"면 안된다는 식의 분위기 때문에 "혼자"가 주는 진정한 의미를 우리는 느끼려 하지 않습니다. 도상희 에세이 혼자서도 일상이 로맨스겠어를 읽으며서 "혼자" 보내던 일상을 되돌아봤습니다.

 

■ 혼자서도 일상이 로맨스겠어 내용

 

하루하루 일희일비하는 초짜어른이라고 말하는 작가가 혼자여서(파트 1. 오롯한 혼자), 짝사랑에 젖어(파트 2. 습관성 짝사랑), 일에 치이면서(파트 3. 아등바등 사무실)느끼는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혼자여서 외로움에 사무치기도 하고, 짝사랑에 가슴 앓이도 하는, 그리고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을 고민해보는, 외로운 여정 속에서 자신과 마주하고 삶을 이해하는 "혼자"인 것에 관한 고찰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에세이입니다.

 

■ 느낀 점

 

저자는 부모님의 곁을 떠나 서울로 상경했고, 안부인사를 주고 받는 사람도 없는, 차라리 귀신이라도 나타나 말을 걸어주길 바라는 외로운 생활을 합니다.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다양한 대외활동을 하고 자취집으로 돌아오면 공허함이 급습합니다.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며 외로움과 맞서 싸우기도 하고 마음을 달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마음이 비어있다보니 자신과 같은 외로워 보이는 사람들에게 마음이 끌립니다. 그의 공백을 내가 챙겨주고 채워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동정을 사랑이라 착각하죠. 작가의 지인 언니 말로는 그런(?) 증상은 "구원자병"이라고. 나은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한, 개인적인 경험과 견해를 바탕으로 생각해봐도, 누군가를 구원해줄 만큼 좋은 사람이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면서 사랑받고 싶어하는, 지극히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것이 "구원자병"입니다. 그리고, 일에 있어서 오는 내적 갈등. 좋아하는 것을 일과 접목시켜 생각하지만 실상 현실에선 좋아하는 것만 할 수 없다는 사실과 마주하죠. 막상 하더라도, 무조건 자유로울수도 없고요. 포기해야할 것들도 많습니다. 결국 자신이 혼자서라도 감당할 수 있는 적정한 페이스를 찾아갑니다.

 

우리사회는 "혼자"인 것에 달갑지 않는 시선을 보내고, 혼족들이 넘쳐난다고 해도 "혼자"서 카페를 가거나, 식당을 가면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씁니다. 그리고 "혼자"여서 "공허함"과도 덤으로 친구삼아야 하는데, 마음 속 공백을 어줍잖게 사람 혹은 사랑으로 억지로 채우려고 하죠. 사람은 연인이 있고 배우자가 있고 가족이 있어도 "혼자"임을 느낍니다. 외롭고 고독하고 쓸쓸하고, 각 개인의 감정에 따라 느껴지는 것들이라, 이는 각자의 감당해야 해요. 혼자서 방치되어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혼자를 즐길 수 있는 방법, 혼자여서 얻는 것들, 혼자 사색하면서 마주하는 혜안들이 무엇인지 서로 공유하면, "혼자"라는 것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혼자라서 오는 공허함은 매울 순 없어요. 혼자라서 그 공허함이라는 구멍으로 숨을 쉬고 여유를 가지고, 나와 오롯이 마주할 수 있다는 걸, 그리고 나에게 맞는 삶의 속도가 있다는 걸, 알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혼자서도 일상이 로맨스가 되는건 일도 아니겠죠? 이렇게 오롯이 혼자, 나 자신과 함께 하는 순간이 즐거움이라 느낄 줄 아는 사람들이 사랑을 해도, 잘해요. 구원자병으로 동정을 사랑으로 착각하지 않고,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고 어필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각자가 해줄 수 있는 사랑만큼 주고 받는데서 고마움을 느끼고, 각자 혼자만의 시간도 허용하고 존중해주는 여유까지 생기거든요.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혼자"라는 느낌이 너무나 싫어서 나의 시선 밖의 외부적인 어떤 것들로 외로움과 공허함을 억지로 이겨내려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이 책에서 "혼자"임을 극복하는 방법론을 알려주진 않지만, 외로움과 공허함은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알게되죠. "혼자"여서 느껴지는 마음의 구멍을 매꾸려고 아둥바둥하는 분들은 멈추세요. 그리고, 혼자서도 일상이 로맨스가 될 수 있음을 느껴보면 좋겠습니다.

 

■ 책 속 글귀

 

p. 20 오늘은 '발견의 눈'이 떠진 날. 평소 잘 다니지 않던 골목길을 걷다가 비에 젖은 아름다운 능소화를 봤다. 그것 하나로 이번 주말은 좋은 주말이 되었다.

 

p. 32 어제는 다른 팀에서 하기 싫은 일을 부탁하기에, 할 수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토록 원하던 '단호박' 인간이 되었는데 왜 마음은 언잖을까? 거절함으로써 내게 부탁한 사람 사이와의 정을 약간 끊었기 때문이다. 삶은 하나 플러스에 하나 마이너스.

 

p. 51 하지만 그렇게 '지금 좋은 것'만 하고 몇 년 지냈더니, 미래가 현재에 희생당하는 것 같았다. 삶에는 꼭 해야만 할 것도 있는데, 그걸 해치우기 위한 꾸준한 노력을 하지 않았더니 행복해지질 않았다. 쾌락과 행복은 다른 것이니 이대로 오래오래 살게 된다면 낭패가 아닐까? 요즘 '소확행'이니 하는 말들로부터 멀어져 더 모으고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라는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명언을 다시금 떠올리며 뒤늦게 대꾸해본다. 저 이제 욜로 안 하렵니다.

p. 56-57 올해 여름 나는 두 사람을 잃었다. 잃었다기보다는 간다기에 그저 놓아주었다. 붙잡고 싶지도, 그럴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내가 생각보다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임을 알았다. 그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아무 일도 없는 평온한 상태를 원했으며, 이따금 그런 때가 무료해지면 사람을 찾을 뿐이었다. 사람이 너무나 절실했던 때도 있었다.

p. 66 "우리는 왜 꼭 행복해야 할까?왜 다들 행복해야 한다고 말할까. 행복은 일단 좋은 것이지만, 불행이 없으면 행복을 느낄 수가 없잖아. 행복에는 반드시 덜 행복했던 기억, 비교대상이 필요한 것 같아." "그러니 우리는 불행 덕에 행복할 수 있죠. 실은 '불행하자'. '불행하세요.'하고 인사해야 하는 건 어떨까요."

p. 99 내게는 다름을 애써 설명하지 않을 자유, 불편한 개인의 사정을 숨길 자유가 있다. 이 자유는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입힐지도 모를 질문'을 던질 자유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

p. 111 지금은 누군가를 마음에 담고 있지 않지만, 숫한 짝사랑의 시간들을 지나왔다. 매번 누군가를 마음에 담았던 순간들은 달콤한 만큼이나 괴로웠다. 몇 번의 짝사랑을 해오면서 그이와 내가 동등하다든지 내가 더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배울 수 있는, 그리고 기댈 수 있을 사람이라 여겨 좋아했다.

 

p. 114-115 이상형을 물으면 '뒷모습이 쓸쓸한 사람'이라고 답했었다. 어딘가 빈 곳이 있는 사람이 좋았다. (중략) 그다음으로 좋아했던 B는 긴 목에 깊은 눈이 슬펐다. (중략) 그들이 비어 있어서 내 마음이 머물렀다. 하지만 텅 빈 마음을 내가 채워줄 수 있는 건 아니어서, 그 사람들을 만날수록 나도 함께 비어갔다. 사랑하면서 행복하지 않았는데도 계속 그늘진 사람들에게 끌렸다. 친구들은 그런 나를 뜯어 말렸다. 이제는 좀 햇살 가은 사람을 만나, 따뜻하고 너를 더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나·‥…. (중략) 가까운 한 언니는 이런 나의 상태에 병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구원자병'. 내가 한 사람을 구원할 수 있을 만큼 강하거나, 따뜻하거나,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믿음이 원인이라는 거였다.

p. 120-121 애인이란 끊임없이 서로를 넓히고 생의 지난한 곯은 상처들을 빨아내어 뱉어주는 사이여야 할 터인데, 그런 일은 실은 저를 더욱 고단하게 만들 뿐입니다. 차라리 인형을 끌어안고 자겠습니다. (중략) 우리네 앞에 이제 고단한 하루가 있고, 그것은 아무리 고단한들 오롯이 나의 몫인 것입니다. 아무리 큰 어려움이 있어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충만함이 있어도 그것은 오로지 사랑하는 그이의 몫인 것입니다. 우리는 그 하루를 단정히 마무리할 때에 그저 서로의 곁에 있어주면 그만입니다.

 

p. 123 마음의 곪음이 옳아갈까 두려워 사람을 곁에 두지 못했다. 온전히 드러내도 도망하지 않을 이를 찾는 일도 이제는 버거워 그만두었다. 무엇이 나를 그리도 힘든 사람으로 만들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건 나 스스로, 라는 답밖에는 얻어지지 않는다.

 

p. 141-142 (중략) 저는 '자신을 사랑해야 해, 자신을 사랑합시다'라는 말을 쉽게 하는 강연이나 자기계발서를 미워해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어떤 사람에게는, 전 생에를 걸쳐 뼈아프게 해내야 하는 업보이니까요. 끝끝내 생을 마칠 때에도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자신을 사랑하려 몸부림치는 존재이기에 사람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저는.

 

p. 181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살아야지. 출퇴근길 나뭇잎에다가 하늘에다가 한강에다가 다짐을 써넣지만 누구를 위해 이렇게 눈뜨고 감는 건지 모르겠는 날이 있다.

p. 202 내 삶에 충실하면서, 계속 아픔들을 목도하고 싶다. 함께 곁에서 앓지는 못하겠다. 그럴 수 없는 사람인 나를, 그렇게 하지 않기로 한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괜찮다. 그렇게 믿는다. 믿는 대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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