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페미니스트
서한영교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페미니즘", 양성평등을 주장하고 여성의 주체성과 권리를 확장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운동을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페미니즘의 개념이 다소 변질된 듯 하여, 사실 페미니즘 자체에 무관심한 편이였고 더 깊이있게 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임신을 하고, 새 생명을 내 품에서 품으면서 겪어야 하는 제약 사항(?)들이 있어서 페미니즘에 저절로 관심이 쏠리더라고요. 페미니즘을 잘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양성평등이 아닌 여성우월로 변질되어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도 싫었으니까요. 내가 페미니즘을 이해하기 위해 처음 접한 책은 서한영교의 두 번째 페미니스트입니다.


두 번째 페미니스트 내용 및 구성

서한영교는 시인입니다. 그리고 남성 페미니스트구요. 책을 읽기 전엔 몰랐는데, 책을 읽으면서 남성 페미니스트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그 주변에서 어떤 특정한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진, 그도 다른 평범한 남성들처럼 여자가 하는 일, 남자가 하는 일이 구분되는 그저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학 소년이었던 그가 열 아홉살이 되던 해, 유명 시인이 이제 막 등단한 여성 시인을 성희롱하고 구타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유명 시인의 악행에 대한 폭로가 이어졌지만 한국 문단에선 오히려 그 시인을 두둔하는 일을 목격하고, 한국 문단엔 불합리한 남성 우월주위가 판을 친다는 사실을 불편해합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그는 그 주변의 여성들과 멋지게 살아가기 위해, 많은 어려움에 부딪히면서 여성을 이해하는 페미니스트가 되고, 여성들의 삶에 뛰어 들어봅니다. 이 책은 프롤로그를 포함하여, 1)감히, 우리라고 말하기 위해 2)집사람 3)아버지 4)순간일지 영원일지 5)남성 아내 6)바다를 건너려는 나비들처럼, 총 6부와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느낀 점 

이 책을 통해서 육아공부를 제대로 했습니다. 서한영교와 그의 아내와 육아를 분담하면서 경험했던 사소하면서 굵직굵직한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면서도 참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시작장애인 아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는 그녀를 애인이라고 사랑스럽게 부릅니다. 그리고 애인과 살아가는 삶,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어려움도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그들의 모습도 참 사랑스러워보였습니다. 편견없이 살아가려는 그의 결심에, 보통인 사람들은 오히려 편견의 잣대를 갖다대고 그들을 동정하거나 걱정합니다. 그들 입장에선 그들을 위한 것이라 하지만, 그건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월감을 과시할 뿐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엔, 여성에게만 치우친 여성의 불리한 환경과 시선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진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지만, 그렇지 않아서 안심했습니다. 남성과 여성이 삶이 구분될 수 밖에 없었던, 사회분위기도 한 몫한다는 것도 들여다 볼 수 있고요. 대신 가부장적인 남성 중심 사회로 굳혀진 인식과 관념을 바로 잡으려는 본보기를 보여줍니다. 덤으로 , 그가 페미니스트의 삶을 선택하고부터, 남성들 사이에서 적응하는 여러가지 어려움도 있었지만, 서한영교 시인 특유의 고집이 있고 소신이 있어서, 그는 주변을 서서히 설득시키는 힘도 덤으로 있는 듯 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는 살아있는 그 자체라도 소중하고 가치있다"는 신념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그의 글을 따라 가며 모든 존재들이 평등합니다. 굴곡없이 조화롭게 순환하는 자연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는 것 같아서, 그의 글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남자라고 해서 파랑색 옷을 입어야 하고, 여자라고 해서 핑크색 옷을 입어야 한다는 편견이 없어서 좋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가 없어서 좋았으며, 노력만 한다면 함께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삶에 대한 희망도 엿보입니다. 무조건 성공적인 삶에 치우치지 않고, 실패를 하더라도, 어려움과 마주해도 살아가려는 의지가 아름다워 보일 수 있다는 것도 참 좋았습니다. 특히 시인 서한영교의 문체가 신기했어요. 비판의 글도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웠거든요. 냉소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을 하는 나에겐 없는, 부드러운 표현이라 배우고 싶더라고요.


책 전반에 에세이 형태입니다. 페미니즘과 관련한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담겨진 중간중간에 아주 생소하지만 알고픈 철학, 문학, 사회, 경제와 관련한 글들의 한 구절 한 구절이 인용되어 있습니다. 적재적소에 인용 문장들을 담아 글의 흐름을 풍성하게 그만의 필력이 참 부럽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여전히 부딪히고 대두되는 양성평등문제, 장애인/비장인애인에 대한 편견, 부모로서 성장과정, 경제적인 한계, 육아와 양육을 위한 최저생계비마련 등과 관련한 사실적인 이야기들을 언급하며 이들에 대한 대안책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회경제 체제 속에서 양성평등에 관한 문제를 비롯한 여러가지 문제들을 떠안고 아둥바둥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도, 체감하게 하는 에세이입니다. 물론 읽다보면, 에세이 형태인 사회, 경제, 철학 그리고 문학을 담은 (개인적인 판다에 의하면) 인문서이기도 합니다. 


여자라고 해서 무조건 억압된 인생을 살았으니, 측은하게 봐달라는 내용의 글이 아닙니다. 양성 평등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것을, 남성중심으로 인식, 관념, 이념, 체제 그리고 권리 등이 너무 불합리하게 치우쳐 있는 것을 바로잡으려는 것 뿐입니다. 고생스럽고 힙겨운 삶을 사는 건, 세상에 존재하는 남녀노소 누구할 것 없이 힘들고 고된 건 똑같은데, 왜 양성 중 다른 한 성에만 기준을 잡아서 한쪽은 억압되어야 하고 박탈되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되는 건 사실이거든요. 한쪽의 성이 존중받는 만큼, 또 다른 한 쪽도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야 고생배틀 덜 하고, 서로 응원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남녀의 가치를 운운하며 불합리하게 돌아가는 세상을 보고, 우리는 어떤 시선을 가지고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에 대해 늘 궁금증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우리의 편견없는 시선과 태도에 따라,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그 삶이 원활하게 돌아갈 것이라는 희망도 걸어봅니다.


책 속 글귀

p. 17-18 불공평한 세상이 불편해졌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나만 불쑥 바뀐 것처럼. 너무나 확실했던 남성의 세계는 점점 내게 불확실해졌고, 아무렇지도 않게 여성을 비하하는 남성들의 언어에 자주 불끈거렸다. 불화를 겪은 적 없던 젠더-세계에서 나는 점점 불온해져갔다.


p. 24 사무엘 베케트의 격언 "실패하라, 더 낫게 실패하라."가 떠오르며, 남성 페미니스트로서의 나는 어쩌면 평생 끊임없이 더 낫게 실패하기 위한 과정에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성 페미니스트로서의 운명이란 끊임없이 실패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평생 거듭"해야만 하는 실패 속에 있어야 할 운명인지도 모른다.


p. 42 사랑을 포기할 이유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생길 것이다. 사랑 앞에서 절망하게 되는 날도 마찬가지로 끊임없을 것이다. 끝도 없는 불안과 좌절 앞에 마주해야 할 것이다. 이 고통의 과정을 얼마나 잘 겪어내느냐에 따라서 사랑의 품위가 만들어질 것이다.


p. 59 나에게 임신, 출산, 육아는 그야말로 미지였다. 미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곤 책을 뒤적거리면서 만난 입체감 없는 2차원의 세계뿐이었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탐험을 준비하다 보니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임산부, 신생아에게 눈길이 자주 머물렀다.

p. 66 이사를 하면서 우리는 다짐했다. 집을 근거로 해서 삶을 꾸려 나가겠다. 집을 소외시키지 않겠다. 남성-공적 영역/여성-사적 영역으로 성 역할을 분배하는 공간 배치를 거부하겠다. 집을 우리 삶의 장소로서 가꾸겠다. 그러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집사람'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p. 86 OECD 국가 중 연평균 노동시간 1위. 그러나 가사 분담률은 꼴지. OECD 삶의 질 평가에서도 하위권. 그 평가 항목 중 '삶과 일의 균형'은 거의 꼴지.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은 격렬한 노동에 시달린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본격적으로 돈벌이에 나선다. 최악을 경신해가는 실업률과 점점 둘레를 넓히고 있는 위험 사회는 아버지들을 더욱 아등바등하게 만든다.


p. 87 아버지만 가장이 되어버린다. "외롭고 높고 쓸쓸"(백석)하기까지 한 아버지들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무게를 혼자 진다. 그게 문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 그 짐을 마당히 가장이 지어야 할 세상의 무게라 여기고 그걸 미덕으로 삼으며 살고 있다.


p. 92-93 아이를 기다리면서 만나게 되는 언어들이 있다. 자궁, 유모차, 산모 수첩 등등. 기존 젠더 관성이 내포되어 있는 이런 낱말들을 고쳐 불러본다. 아들이 자라는 집이라는 뜻의 자궁이 아니라 세포가 자라는 집이라는 의미의 포궁으로. 유모차가 아니라 유아차로. 산모 수첩이 아니라 아기 수첩으로. 영 어색하다. 50번은 반복해야 한다. "언어로부터 벗어날 가능성은 언어 안에만" 있다는 이성복 시인의 말을 믿어본다.


p. 131-132 살림에는 가사노동뿐 아니라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정서노동이 있다. 정서노동은 집사람들의 감정을 돌보는 일, 아이의 훈육과 교육도 포함된다. 집안의 정서적 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노동이다.(중략)이 정서노동은 내가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다. 우리 집은 어머니가 거의 모든 정서노동을 담당하는 집사람 노동자셨는데, 친척들의 안부를 묻고, 기념일들을 챙기고, 선물을 준비하고, 가족 행사를 준비하고 등등, 어머니가 모든 것을 하시고 아버지가 한 말씀씩 덧붙이는 식이었다.


p. 168 일반적으로 장애인을 바라보는 주된 관점 중 하나는 '딱한 사정이 있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다. 이는 비장애인의 우월함을 전제하고 있다.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쉽게 약자가 된다. (중략) 또 복지의 관점에서 장애인을 수혜의 대상으로 묶어버린다. (중략)이렇게 만들어진 가치는 정상/비정상으로 나누어 장애를 치명적인 결핍의 조건으로 여기게 하여 장애를 인간의 다양한 조건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인식에 가닿지 못하게 한다.

p. 303 내가 내 삶을 배반하지 말아야겠다. 카뮈는 "자유롭지 못한 어떤 세계를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단지 당신이 실존한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반항의 행위가 되도록 절대적으로 자유로워지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실존한다는 사실 그 자체로 이 지긋지긋한 가부장(남성, 국가, 자본) 세계에서 하나의 반항 행위가 되는 '시민과 시인으로서의 시시한 일상'을 떠올려본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7일, 168시간 - 덜 일하고 더 성공하는 골든타임 플랜 다시 배우는 시간관리 법칙
젠 예거 지음, 김고명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세상에서 가장 싫어했던 것이 시간관리였습니다. 성향 자체가 아주 즉흥적인 성격이라고 감정가는대로 닥치는대로 일 처리하는 것을 좋아했고 그 속에서 일이 풀리면 희열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러니까, 시간관리나 계획 따위는 나의 자율성을 제약하거나 제한을 두는 것이라 여겼죠. 그러나, 그 당시엔 즉흥적, 감정적으로 일할수록 몸이 쉽게 지치고 힘들었는데, 나의 성향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 못했어요. 그냥 일이 많아서 그런거라 여겼죠. 무엇보다 여기시간도 가지지 못한채 늘 일에 메였고, 나는 그것이 일중독인 줄도 모른채, 나의 능력과 실력이라 생각했고, 일에 몰입을 잘하는 것이라며 착각 속에서 지낸 시절이 있었습니다. 결국엔, 나의 신체적, 정신적 한계에 치닫곤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에 시달렸고, 그렇게 잘한다고 착가했던 일을 그만둬야했습니다. 일 할때, 일의 우선순위도 정하지 않은채, 그저 감만 믿고 계획없이 일을 처리해서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낭비한 탓이였어요.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체계적인 시간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죠. 물론, 여전히 시간관리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예거의 7일 168시간을 읽으면서 시간관리 방법에 대하여 도움을 얻어봅니다.



7일 168시간 내용 및 구성 


이 책의 원제는 Work less, Do more입니다. 해석을 하면 적게 일하고 크게 성공하다라는 뜻인데요. 체계적인 시간 관리를 통해서 업무의 효율성과 집중력을 높이고 자유로운 시간을 확보하는 방법을 담은 책입니다. 1일 목표를 설정하고 시작하라(성공적인 시간 관리의 토대) 2일 시간 관리의 걸림돌을 파악하고 처리하다(5대 악재와 8대 위험 요인) 3일 현장에서 살아남는 독보적 업무 기술(우선 순위, 다중작업, 위임) 4일 정리의 힘(업무 공간 정돈과 서류 관리) 5일 업무 수단을 능률적으로 활용하라(커뮤니케이션 툴 활용법) 6일 집중하는 시간의 기적(변화, 주의산만증, 마감일에 대처하기) 7일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서(관계 맺기와 일 중도)과 같이 총 일주일의 각 하루씩 구분하여 시간을 효율적이며 융통성있게 관리하는 방법과, 전체적인 내용을 간단하게 요악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방법론적인 실용서답게, 평소 자신의 행동패턴을 파악하게 하는 질문지부터, 직무일지, 주간일지, 반복작업 정리표 그리고 자신과 주변인들과 함께 보낼 시간 만들기와 같은 워크시트, 이 모든 내용을 복습해보는 복습과제가 담겨져 있어서, 독자드릐 일주일을 재설정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저자 젠 예거는 지난 30여년 간 시간 관리를 연구했으며, "1980년대부터 뉴옥 공과대학교와 코네티컷 대학교 등에서 보건사회학을 가르치고 있어, 이 책은 보건과학적 관점이 가미되었고, 스트레스와 시간적 압박감과의 연관성, 그로 인한 시간관리 능력이 저하되는 이유논하는데 보건과학적 관점에 근거(p. 11)를 두고 있다"고 언급합니다. 



자신의 행동패턴을 파악하는 질문지



워크시트



복습과제 및 요약




느낀 점


제대로 된 사회생활은 대학교의 조교로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은 업무들로 넘쳐나서, 적응하기 보단 거의 쓸려가 듯 일 처리를 했습니다. 그 당시엔 능력이 최고인 줄 알았지만, 알고보면 끌려다닌거나 다름없었어요. 내 업무 책상만 봐도 절대 정리되는 일이 없었죠. 그저 지저분하게 널부러진 서류뭉치들. 시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굳이 정리하지 않아도 일이 돌아간다고 믿었거든요(또 그렇게 일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요). 그러나, 시간을 적절하게 확보하지 못해서, 그렇게 정신없이 우왕좌왕 일을 했어요. 한번은 큰 맘을 먹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하나씩 차근차근 했더라면 에너지 소모도 덜했을텐데, 우선 순위를 정하는 시간도 없고 눈 앞에 펼쳐진 일을 처리하는데 집중만 했어요. 그래서 야근도 잦고, 일을 집까지 가지고 가든지 아니면 주말에도 짬을 내서 일하러 사무실에 가는 등, 연장업무를 반복했어요. 날 위한 개인적인 시간조차 확보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날 위한 시간확보는 사치일 것이라는 엉뚱한 발상때문에 일중독자가 될 때까지 일했어요. 사회적인 분위기도, 그게 일을 잘하는 사람의 미덕이라고 여기기도 했죠. 휴가를 내려면 눈치도 받아야 했고요. 눈치를 받느니, 휴가도 포기한 적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앞서 언급했지만) 번아웃증후군으로 일을 관둬야했습니다. 


한참 뒤에야, 시간을 제대로 분배하지 못한 탓에 나에게 벌어진(?)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물론 사회적인 분위기는 무조건 열심히 일하라는 분위기였고, 또 그렇게 해야하는 줄 알고 일 잘하는 사람인 것처럼 보이려고 무진장 노력했으나, 사실상 그건 일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휘둘렸던 사람이었을 뿐이였습니다. 지금 사회적인 분위기는 많이 나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시간을 쪼개서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지기란 어려워보이긴 합니다. 조직에서 일하면서 나의 시간과 업무 시간에 대한 정확한 구분이 없고 시간관리에 대한 요령이 없어서, 조직생활에 대한 두려움이 마음 한켠에 크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블로거나 번역가로서 자유롭게 활동할 것이라 스스로 다짐했고요. 다행이, 이 책에서도 "혼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도 있었습니다. 그 부분을 집중해서 읽기도 하고, 조직생활을 하면서 업무에 몰입하기 위해,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법,  많은 업무량으로 인해 동료들의 부탁을 거절하는 방법, 이메일이나 전화통화를 간결하게 하는 방법, 서류 및 컴퓨터 내 파일 정리방법, 마지막으로 일과 나의 일상의 구분지어, 나의 시간을 확보하고 여기시간을 즐기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이 책에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저자가 1980년대부터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연구해 온 터라, 믿고 읽게 되더라고요. 이와 비슷한 류의 책들은 분명히 있었는데, 시간 관리를 안해서 고생을 진탕해보고 나니, 시간 관리의 필요성을 제대로 체감하고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론들을 집중해서 읽었던 것 같아요. 


특히, 가장 와 닿았던 부분은 "위임과 거절"입니다. 프리랜서, 1인 기업가와 같이 혼자서 일을 하거나, 조직에서 일을 해도, 나의 전문 분야가 아니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 일을 전문가에게 위임하는 것도 시간 관리의 한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나에게 주어진 일이라면 내가 전부 책임지고 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에, 절대 다른 사람들에게 맡길 생각을 못했거든요. 하지만, 내가 못하는 일을 붙들고 있는다고 해서 일의 능률은 떨어져봐서 압니다. 맡기는 게 훨씬 나아요. 그리고 내 가장 잘하는 일에 몰입할 수 있고요. 그 다음은  "거절"입니다. 우리나라는 비효율적인 미덕이 많아서 다들 고생합니다. 나 자신이 하는 일을 우선으로 생각하지 않고, 항상 타인의 시선에 신경쓰다보니 늘 타인이 부탁하면 거절 못해서, 나의 일은 뒷전이 되고 밀립니다. 그래서 나의 시간확보는 포기하면서 까지 타인의 일까지 꺼안야아만 했죠. 그런데 요즘에 소위 성공한 이들은 자기 일에 방해되는 일이거나, 역량이 미치지 못하면 정중하게 거절하며 자신의 일 혹은 자신에게 몰입하여 모든 일들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쪽을 택합니다. 한 때 꺼려했던 위임과 거절, 요즘엔 일의 능률의 올리는 방법 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시간 관리에 대한 맥락을 전적으로 잘 이해하면, 시간 관리는 절대 나를 구속하고 나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일을 정해진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끝내고 내가 확보한 시간에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간 관리를 아주 필수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조직에서 일을 하든, 프리랜서로 활동하든 나도 모르게 허둥지둥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분들은 잠시 멈추고, 이 책을 참조해서 자신의 상황을 둘러보고, 자신의 목표, 계획과 우선 순위를 생각하며 딱 일주일의 기간을 기준으로 업무와 여가 시간을 확보하는데 도움을 받아보길 추천합니다. 


책 속 글귀


p. 7 어제 한 일을 단 한가지라도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만약 그 한 가지가 꼭 해야 했던 일, 중요한 일이었다면 금상첨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많은 시간을 무의식중에 잡다한 활동으로 채운다. 수시로 전화를 받고 이메일을 확인하고 문자메세지를 보내느라 집중력이 깨지고, 상사나 동료에게서 예상치 못한 부탁을 받고 업무 흐름이 망가진다. 퇴근할 무렵,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하루를 마무리한다. 


p. 19 모든 업종에서 시간은 금이다. 똑같은 시간에 더 많은 고객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면 그만큼 수입이 늘어난다.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한다면 지금 하는 일을 더 빨리 끝내고 수익성이 좋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맡을 수 있다. 대체로 볼 때 시간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빠르게 업무를 처리하고 많은 매출을 올리기 때문에 돈도 더 많이 번다.


p. 24-25 목표를 설정하면 삶의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다. 목표는 일할 때도 여가를 보낼 때도 필요하다. 목표가 없으면 어떤 기회나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생각하지 않고 무턱대고 대응하기 쉽다.


p. 37 완벽주의자 중에는 의외로 목표를 달성하려는 노력 자체를 안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자신이 기준이 비현실적이고 도달 불가능한 것이어서 어차피 노력해봤자 실망할 게 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 39 도대체 계획이라는 무엇을까? 계획은 무엇을 하겠다고 자신에게 하는 약속이고, 공개적 계획은 타인에게 하는 약속이기도 하다. 왜 계힉이 필요할까? 계획이라는 약속을 맺을 때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한층 커지기 때문이다.


p. 65 우리의 목표는 할 일 목록을 그럴싸하게 작성하는 게 아니라 그 목록을 시간 관리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다. 어떤 항목은 각각의 마감일이 있는 여러 개의 작업으로 세분화할 수도 있다. 


p. 82-83 성공하는 프리랜서, 1인 사업가, 자영업자를 보면 다들 시간 관리 능력이 탁월하다. 시간을 잘 관라하려면 일의 중요도를 잘 판단해야 한다. 그래야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자칫하면 휴가도 못 쓰고 1년 내내 일에 매녀 사는 처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중요도를 잘 판단하면 다양한 업무로 다양한 고객을 상대하면서도 모든 고객이 존중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게 할 수 있다. 


p. 85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정돈된 삶이다. 생활 체계가 잘 잡혀 있어야 맡은 바 책임을 다하면서 좋아하는 일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충분히 시간을 내고 꿈을 이룰 수 이싸. 거기에 더해 '무위'의 시간,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앉아서 공상과 잡생각을 하는 시간도 정돈된 삶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바쁜 사람일수록 정돈된 삶이 필요하다.


p. 167-168 인터넷 중독에 대처하는 방법은 다른 중독 증상에 대처하는 방법과 똑같다. 그 근원을 파헤치고 어떤 식을 이겨낼지 결정해야 한다. 혼자 힘으로 그런 습관을 변화시킬 것인가, 아니면 개인이나 집단 상담을 받아볼 의향이 있는가? 필요하면 사회복지사, 상담사,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비즈니스 코치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은 훈련을 받은 전문가로 인터넷 중독을 직간접적으로 치료해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p. 181-182 변화에 잘 대처하는 사람이 시간도 더 잘 관리하다. 변화를 편하게 여기는 사람일수록 스트레스를 덜 받고 그만큼 시간 관리에많은 에너지를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p. 189 혹시 마감일 때문에 압박감, 불안감, 분노를 느꼈던 적이 많지 않은가? 관점만 바꾸면 마감일은 모든 일을 제때 끝낼 수도 있도록 보조해주는 유익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마감일이 정해져 있으면 구체적인 기한에 맞춰 적극적으로 일에 매진하게 된다. 중압감이 느껴질 정도로 큰일은 중간 마감일을 정해서 좀 더 부담이 덜한 일로 잘게 나누는 것도 시간 관리의 기술 중 하나다.

p. 216 집에서 일하는 경우나 사무실에서 혼자서 혹은 소수로 일할 때는 나가서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 타인과 만나고 어울려야 고립감과 소외감을 느끼지 않아 정신 건강에 좋다. 특히 조직에 속해 있지 않고 집에서도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타인에게서 얻은 아이디어와 정보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도움이 되기도 한다.


p. 225 일 중독자는 몸과 마음이 쉽게 망가진다. 처음처럼 맹렬한 속도를 유지하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녀와 배우자는 소외감을 느끼고, 부모님이나 형제자매는 왕래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거리가 멀어지고, 친구들은 늘 뒷전이라 결국에는 남남이 되고, 기존에 알던 사람들도 챙기기 어려운 판국이니 새로 알게 된 사람들과는 관계가 발전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대인관계도 쉽게 망가진다.


p. 235 생산성과 능률이 좋은 사람들은 대체로 균형 잡힌 삶을 산다. 업무 외 활동을 하고 친구, 가족과 정답게 어울리는 시간도 에너지를 재충전해야 업무로 복귀하는데 도움이 된다. 삶에 균형이 잡혀 있는 사람은 대부분 같이 있으면 재미있으니까 인기가 좋다. 항상 일 예기만 하는 사람은 따분하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p. 270 집중력을 기르면 업무나 관계에 몰입할 수 있다. 평소에 너무 많은 일을 벌이다 보니 뭐 하나 제대로 하는게 없다는 기분이 든다면 우선순위가 낮은 업무나 관계 중에서 일정을 조정하거나 일시적으로 혹은 장기적으로 미룰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p. 271 하루하루를 더 잘 살고 싶으면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한다. 체력이 좋아지면 매일 하는 업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직접 읽고 주관적인 관점으로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감정을 읽는 시간 - 나를 휘두르고 가로막는 여덟 감정의 재구성
변지영 지음 / 더퀘스트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어린시절부터 나는 나를 관찰하고 나의 시선밖 세상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무엇이 좋고 싫은지 명확했지만 표현법을 잘 몰라서 얼버부리는 일이 참 많았죠. 슬플 땐 슬프다고 표현해야하고, 싫으면 싫다고 표현해야하는데, 대략적으로 내 감정을 알지만 표현할 길을 잘 몰랐어요. 그러다보니, 사춘기를 거쳐 성인이되어 부정적인 감정과 마주할 때면 나는 어찌해야할지 몰랐습니다. 그저, 본능적으로 쎈척 강한척하는데 에너지를 마구 쏟아부었습니다. 30대가 넘어서 사춘기가 뒤늦게 찾아와서 나에게 휘몰이치는 모든 감정에 휘둘리면서 나의 감정과 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나의 존재감도 서서히 알게 되었는데, 변지영 작가의 내 마음을 읽는 시간 다음로 출간된 내 감정을 읽는 시간을 통해서 지난시간 내가 마주했던 나의 모든 감정들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내 감정을 읽는 시간 내용 및 구성


작가 변지영은 심리상담을 통해서 실존과 심리에 관한 주제로 책을 써왔습니다. 이전에 출간된 내 마음을 읽는 시간을 통해서 심리를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었는데, 이번엔 감정을 주제로 글을 담았습니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이 책은 "감정에 대한 구체적 알아차림이 감정 경험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정서에 관한 가장 포괄적인 설명을 담고 있는 정서구성론(또는 구성된 감정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p.257"고 언급합니다. 즉, 감정을 구체적이고 맥락적으로 이해하고 해독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1) 알수 없는 감정들 2) '나' 자신이 드리운 그림자 3) '관계'가 남긴 흔적 4)우리를 '변화'시키는 순간, 총 4부로 구성되어 각 부별로 개인별 에피소드 및 영화와 문학 작품 등을 언급하면서, 그릇된 감정과 그 감정의 원인 그리고 해결책 등을 제시합니다. 


■ 느낀 점 


나는 스스로 결핍이 참 많은 사람이라고 인식하며 자라왔습니다. 그러다보니 나의 결핍을 가리는데 모든 에너지를 활용했고, 내 속에서 쓰물쓰물 올라오는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을 들여다볼 여유가 전혀 없었어요.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그 자체가 열등함과 결핍의 상징이라 여겼습니다. 그러니까 슬퍼하고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면 지는 것이라 여겼지요. 무엇보다 부정적인 감정 표현은 억눌러야 한다고 교육받아왔던 세대라, 무조건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척 해야 사랑받고 인정받는 것이라 생각했고요. 그래서 밝지도 않는 성격, 밝게 빛나는 척하며 오버도 참 많이했습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 한 것은, 웃어야 행복해진다더니, 전혀 그렇지 않고, 삐에로가 된 기분이었어요. 웃으면 복이 온다더니, 복은 무슨, 회의감과 공허함이 밀려와서 미치는 줄 알았어요.


그렇게 이해받지 못한 부정적인 감정들을 복리처럼 쌓여서 나를 주저앉게 만들었어요. 부정적인 감정에 치여 쓰러지 나 자신을 얼마나 미워했는지 모릅니다. "이것 밖에 안되냐, 이것 밖에 안되면 왜 사냐?"냐며 나를 심하게 몰아붙였습니다. 부정적인 감정들을 물리치려 할수록 나는 올가미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옥죄이는 듯 했습니다. 덤으로 긴장과 불안도 콤보로 동반하더군요. 해소하려고 해소되지 않는 부정적인 감정에 한없이 시달리다가 힘이 빠져서 넋 놓고 있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그냥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땅바닥에 누워서 해가뜨고 해가 지는 하루하루를 보낸 적이 있었어요. 심지어 정말로 삶을 마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어느 날 마음 저 깊은 곳에서 "나 좀 봐, 나를 보라고"라는 울림이 울렸습니다. "나는 우울해, 절망적이야. 너무 힘들었고 괴로웠어.."라는 감정이 올라오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울음에 저항할 힘이 없어서 울음을 허용했더니, 속이 시원해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이후 비로소 내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나는 살아있구나"라고 말하면서 내 손과 발을 보고 내 얼굴을 쓰다듬었죠.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허용되는 감정과 허용되지 않는 감정으로 구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요. 우리가 느끼는 감정도 빛과 그림자처럼 양면성이 있고, 양면적인 감정들을 이해해야만 비로소 나의 존재를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감정이해 에 관한 나의 예찬을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었는데, 변지영의 내 감정을 읽는 시간에선, 다양한 개인적인 사례들과, (서평 혹은 감상평을 읽는 듯한 느낌은 들지만) 영화와 문학 작품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전하듯, 맥락적으로 감정을 이해하는테 도움을 줍니다. 책 표지에서 언급된 "나를 휘두르고 가로막는 여덟 감정의 재구성"이라는 표현이 딱 정확한 것 같아요.


슬픔, 아픔, 괴로움, 고통, 상실감, 우울감, 불안, 걱정, 염려 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인 사람들의 모습이 표면적으론 참 이상한 사람들이라 여겨질지 몰라도, 감정의 맥락을 이해하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나의 진짜 모습도 보이고요. 우리 스스로가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과 친해지면, 저자가 언급한대로 우리는 #감정_설계자 가 될 수 있습니다. 감정 설계자가 되면 비로소 나를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힘이 생깁니다. 지금까지도 여전히 나는 #마음챙김 을 통해서 마음공부에 집중하고 있는데, 여기에 감정공부까지 추가해봅니다. 마음과 감정을 이해하는 힘이 꼭 있어야, 진짜 나로서 살아가는 힘이 생기더라고요.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내 속에서 솟아나는 부정적인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서, 혹은 허용할 수 없어서 정신적, 심적 고통에 시달리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책 속 글귀


p. 13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하기보다는 이해하려는 마음을 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감정의 내용에 집착하며 좋은 것으로 바꾸려 하기보다는 '맥락'을 들여다보려는 시도가 주의를 유연하게 확장해 효과적인 선택을 하게 해 줄 수 있지요.


p. 29 슬픔은 무언가를 잃었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실망하거나 절망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감정입니다. 그런데 어떤 이들에게는 슬픔을 느끼는 것이 어색하거나 어렵기도 합니다. 슬퍼한다는 것이 나약함을 드러내는 징표라고 여겨 아무렇지 않은 척하거나 일부러 더 부산하게 행동하면서 잊어버리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p. 30 드러나는 모양과 방식이 어떠하든 상실과 슬픔, 상처와 고통의 경험이야 말로 바로 '내가 존재함'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증거입니다.


p. 41 '예의바르고 세련되며 조화롭게 순응하는 삶'이 때론 매우 거짓에 가까울지 모른다고 외치는 듯 합니다. 투박하고 어리석게 보이더라도 그게 진실로 가는 느린 걸음일 수 있습니다. 슬픔이란 자기 자신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 귀 기울이는 사람이 알아차릴 수 있는 감정이 아닐까 합니다.


p. 65 삶의 뒷면에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기에 삶이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면 어떤 감정이 느껴질까요? 아마 '그리움'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입니다. 지나가는 것,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연민, 돌이킬 수 없는 것에 대한 애틋한 마음 말아지요. 한 때 찬란하게 빛났던 순간들,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들, 추억이 새겨진 장소들. 그리운 마음, 소중한 기억들은 나에게만 남는 것일까요? 아니면 어디엔가 남게 되는 걸까요?


p. 75 타인에 대한 신뢰가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을 보면서 시간과 함께 쌓여가는 것이듯, 자신감도 자신이 해온 행동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신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갖고 자신을 사랑하려고 애쓸 게 아니라, 지금 주어진 삶에 전념해 잘살아가는 것이 먼저일 것입니다.


p. 89 "미안해"는 타인에게 용서를 구하는 시도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작업입니다. 진심 어린 사과는 스스로 죄책감이라는 감옥의 문을 열고 나오는 용기있는 행동입니다.


p. 99-100(중략) '내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마음도 사실은 나의 존재감, 나의 유능함, 나의 역할을 확인받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알아차린다면 덜 매일 수 있습니다.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어도 부정적인 영향력을 줄일 수는 있지요.


p. 127 누군가가 내게 칭찬을 하면 안심하다가,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말을 들으면 휘청거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상대가 제때 '고맙다''미안하다'해주지 않으면 금세 섭섭해하거나 마음이 어두워지는 이들도 있지요. 타인의 말에 쉽게 무너지고 영향을 받거나, 타인에게 인정받고 칭찬받아야 자신을 그나마 괜찮다고 여기는 것은 자신을 부적절하게 여기는 마음인 수치심에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p. 134-135 자제력이 약하고 절제가 잘 안되고 충동적이며, 나쁜 습관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한번쯤 자신의 수치심이라는 뿌리, 살아온 역사를 살펴보기를 권합니다. 무엇을 견디지 못해 그런 행동으로 도망치는지, 그런 보상패턴을 오랫동안 반복하면서 뇌가 어떻게 망가졌는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p. 151 누군가가 내 기대와 사랑, 믿음과 의리를 저버린 행동을 해서 받게 되는 상처는 오래 남지요. 이후 다른 사람과 맺는 관계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p. 157 사람을 너무 쉽게 믿어서 배신당하는 일이 많다고 토로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건 아마 나 자신이 타인에게 갖는 욕구와 바람 같은 것을 알지 못한 채 자신의 기대에 어긋나는 타안의 행동만 비난하면서 일어나는 오해일지도 모릅니다. '저 사람이 아마 이것을 원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도와주고 베풀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내 암묵적 욕구에 응해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입니다.


p. 158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하더라도 타인이 내게 무엇을 하도록 강요할 수 없습니다. 내 마음과 내 행동만 내 소관입니다. 그러니 애초에 내가 어떤 기대가 있어서 상대에게 잘해주고 있다면, 그 마음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혼자 잘해주고 있다면, 그 마음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혼자 잘해주고 자주 배신당한다고 느낀다면, 상대에게 무언가를 주려고 하기 전에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분명히 알아차리고 상대에게 말하는 것이 낫습니다.

p. 226-227 (중략) 언어의 한계는 사실상 인간의 한계입니다. 뇌의 한계이자 육신의 한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뇌의 예측기제 덕분에 우리 몸은 생존에 적합한 상태를 효율적으로 유지할 수 있지만, 동시에 예측기능으로 말미암아 두려움과 불안, 공포와 걱정을 안고 살아가지요. 인간의 이성, 즉 사고능력이 상황을 실제 일어난 것보다 더 부풀리고 왜곡해 불협화움을 빋어내는 일은 너무나 많습니다

p. 235 한계가 없는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계를 명확히 알수록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며서, 또는 어떤 일을 하면서 겪을 법한 어려움과 불편함, 리스크 등을 전혀 예상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그런 것들을 처음 맞딱뜨리자마자 그만두게 되겠지요. 두려움 없이 타인을, 세상을 만날 수는 없습니다. 서로의 한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조율해가는 과정이 소통이겠지요.


p. 253 (중략) 행복이라는 단어를 접할 때면 나는 늘 쇼펜하우어의 말이 떠오릅니다. 스스로 만족스럽고 절제된 삶을 살았던 그는 "행복은 환상이지만 고통은 실재하는 것"이라고 했죠. 삶의 무게, 혼란, 온갖 고민과 어려움이 있더라도 틈틈이 빛나는 순간을 있는 법입니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직접 읽고 주관적인 관점으로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산 자들 - 장강명 연작소설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시절부터, 무조건 착하고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돈을 잘 벌면 알아서 잘 살아지는 줄 알았습니다. 겓가 성인이 되기 전엔, 어른이 되면 힘도 생겨서 무조건 마음대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컸습니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서 사회에 발을 딪었고 갈등이라는 것을 처음 겪으면서 대혼란을 경험해야만 했습니다. 어른들의 세계란, 너무나 치열했고, 앞뒤가 맞지도 않는 것 같았고, 그걸 이해하기엔 세사회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처음 겪은 사회는 "무서웠다"는 표현이 정확한 것 같아요. 성인되기 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세상의 순리는 되돌릴 수 없다는 게 진리죠. 그렇게 태풍의 눈 한 가운데 있으면서 험준하게 사회를 알아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번에 읽은 장강명의 산 자들이라는 책을 보면서, 사회가 얼마나 부조리하게 돌아가는지와 부조리한 사회에 맞서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을 여실히 들여다 보면서, 생계를 걸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험난한지를 다시금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산 자들 내용 및 구성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겪어보는 해고, 구조조정, 취업난, 재개발로 인한 갈등 등의 사회문제를 기자 출신의 장강면 작가가 단편소설 형태로 담은 책이예요. 1) 자르기 2)싸우기 3)버티기,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어요. 1부에서는 조직과 직원 혹은 알바생간의 갈등, 즉 해고 문제를 다루고 있고 2부에서는 기업과 조직간의 갈등, 즉 구조조정, 프렌차이즈 경쟁과 재개발과 관련된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3부에서는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 합리적인 논리와 근거로 잘못된 사회를 바꾸려고 무조건적으로 버티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느낀 점


내가 몸을 담고 있는 사회는 무조건 옳은 사람들의 편에 설 것이라고 믿어왔습니다. 그러나, 옳고 그름의 기준은 힘있는 조직 혹은 계층의 이익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변합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란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익집단이 모든 이익을 챙겨감에 있어서, 힘없는 자들은 그저 눈뜨고 코를 베입니다. 법을 근거로 하여 밀어붙여도 힘이 막강한 조직과 계층은 넘을 수 없는 벽입니다.


20대에 혈기 왕성하던 시기, 조직에 몸을 담고 일을 한다는 그자체가 좋았습니다. 조직의 체계가 잡혀있지 않으면 충분히 내가 고칠 수 있을 것이라는 의욕이 불타오르던 적이 있었어요. 문제점이 있으면 이에 적절하게 이의를 제기했으나, 윗선에 절대 먹히지 않았고, 윗선의 지시로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면 무조건 내가 총알받이가 되길 원했습니다. 그리고, 쌍심지를 켜고 이의를 제기했던 내가 실수를 한번 했을 땐, 윗선에선 기회라 생각하고 나를 직무유기죄로 몰아가기도 했습니다. 자신들이 불리하면 총알받이를 당연히 해야 그정도(?)의 월급의 몫을 하는 것 아니냐며 비아냥 거렸고(그러는 자기들은 연구비를 받고 얼마나 연구했다고...암튼), 내가 실수를 하는 바람에 조직에 피해를 줄 듯하면 절대로 감싸주지 않고 그 책임은 혼자 껴안게 했습니다. 그때, 사회가 무섭다는 걸 알았죠. 조직에선 자신들에게 이익이 가지 않을 일에 대해선 내몰라라하고, 조금만 이익이 더해질 것 같으면 무리를 해서라도 손안대고 코를 풉니다. 생계가 걸려있다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부당한 일에 손을 대신 내밀어서 코를 풀어주던 시절이 있었네요. 그 조직에서 벗어나도 아쉬워하는 이들 하나 없었습니다. 너 아니고도 사람 많다는 식이였죠. 그런 연유로 사회의 부조리가 너무도 지긋했고 환멸까지 느꼈습니다.


그 당시엔 내가 최대의 피해자라고 여겼는데, 조직을 벗어나 사회에 나와보니 내가 겪은 일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더라고요. 대기발령을 가장한 해고, 기업회생을 위한 해고계획, 기업의 경영부실로 인한 구조조정, 경쟁을 심하게 부추기며 이익만을 취하려는 프렌차이즈 생리, 취업 보장과는 거리가 먼 대학교육, 스펙쌓기에 열을 올려도 시달려야하는 취업난 등 다양한 문제들이 우리 앞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우리같은 일반서민들은 생계와 안전하게 살아가는 것이 목적이라,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조직의 보복이나, 사회의 따끔한 시선을 피하고 싶어서라도 그냥 당하거나, 부득이하게 잘리거나, 싸우거나 혹은 버티면서 살아갑니다. #산_자들 이라는 제목자체가 아무 이유없이 훅 마음에 꼿힌 이유가, 우리는 그래도 살아야 하기 때문에 끊어낼 수 없는 부조리를 껴안거나 모르는 척 합니다. 그래서 힘없고 돈없고 빽 없으면 그저 서럽기만 한 그런 사회 속에서 우리는 숨쉬기 위해서 살아갑니다.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사회 부조리를 우리가 변화시킬 힘이 없다는 그 자체가 너무나 억울하고, 힘겹기만 합니다. 그런 내용들이 장강면의 문체에 아주 적나라게 드러납니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읽지만 너무 사실이어서, 외면하고 싶을 정도예요. 대신 우리가 사회가 돌아가는 분위기를 너무 몰라도 안되기에, 사회 문제 혹은 갈등을 다루는 글들을 자주 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를 바꿀 힘은 없어도, 사회의 흐름을 알고 있어야 스스로를 지켜내는 힘이 생길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도 품어보게 됩니다.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내가 몸을 담고 있는 이 사회가 어떻게 부조리하게 흘러가고, 갑과 을의 입장에 어떻게 팽배하게 다른지 적나라게 확인하고, 내가 이 사회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책 속 글귀


p. 65 대기발령 둘째 날 오전에 인사팀에서 전체 메일을 받았다. '교육발령자 준수 사항'이라는 제목이었다. 대기발령을 교육발령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중략) 아래 사항들을 준수해 주십시오. 출근(09시) 및 퇴근(18시) 시간 엄수. 휴게 시간(12~13시) 엄수. 업무 시간 중에는 교육 장소를 이탈하지 말 것.(10분 이상 자리를 비울 시 해당 팀장의 승인을 받을 것.) 업무 시간 중 잡담 및 개인 용무(휴대폰 등) 금지. 휴게 시간 외 흡연 금지. 업무 외 사적인 용도로 회사 장비(컴퓨터, 메신저 등) 사용 금지.(중략) 전날 술자리에서는 실존적 혀불이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이건 실존적이라기보다는 초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 84-85 경영진의 산수는 여러 결로 복잡했다. 그들의 산수에는 부문별로 일하는 사람들의 가치를 계산한 수식도 있었다. 그에 따라 연구 개발자와 사무 관리직, 단순 생산직을 각각 얼마씩 감원할 것인지가 정해졌다. 희망퇴직 신청자가 예상에 못 미칠 때 무급 휴직은 몇 명으로 할 것인지, 영업직으로 직종을 전환하거나 자회사로 보낼 사람은 얼마인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몇 명을 해고해야 하는지도 정해졌다. 해고계획이 희생계획이었고 회생계획이 해고계획이었다. 회사가 회생계획을 발표하자 주가가 올랐다.


p. 87 전날 밤에 전화가 돌았다고 했다. 몇몇 집에 전화가 와서 "당신은 정리해고자 명단에 없으니 내일 파업에 동참하지 마라. 결의 대회에 나갔다가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회유인지 협박인지를 했다고 들었따. 그러니 전화를 못 받은 사람은 정리해고 대상이라는 것이다.


p. 96 점거 파업이 한 달을 넘어갈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여름이 되면서 죽은 자도 산 자도 조금씩 미쳐 갔다. 누가 먼저 나가떨어지느냐의 싸움이었다. 이러다 정말 죽겠구나, 정말 망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말없이 퍼졌다.


p. 164 동네를 새로 지을 때 땅을 깊이 파내면 재개발이다. 재개발을 할 때에는 세 들어 살던 사람에게도 이사비를 줘야 한다. 동네를 새로 지을 때 땅을 깊이 파내지 않으면 재건축이다. 재건축을 할 때에는 세 들어 살던 사람에게 이사비를 주지 않아도 된다. 아니, 주지 말아야 한다. 주지 않아도 될 돈을 멋대로 주는 것은 주인들에게 손해를 끼지는 일이므로.


p. 304 소비자가 스트리밍 서비스로 한 곡을 들을 때 뮤지션이 가져가는 돈이 1원도 안 된다는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한 곡을 재생하면 매출이 7원쯤 발생하는데 거기서 1.3원쯤 되는 돈을 작곡자, 작사자, 편곡자, 보컬, 연주자가 나눠 갖는다고 했다. 그 1.3원도 서비스 가입자가 아무 할인을 받지 않고 정가로 서비스 요금을 낼 때 얘기였다.


p. 311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는 주체,이콘이라고 가정한다. 경제학 밖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비판한다. 진실은 언제나 꼬여 있다. 인간은 이콘이 아니다. 하지만 완전히 아닌 것도 아니다. 소설을 쓸 때마다 내 안의 이콘이 그렇게 공들일 필요 있느냐며 딴죽을 걸었다. 강연 한 회 수입이 단편소설 고료와 비슷하거나 더 높다. 하필 이번에 원고를 청탁한 잡지의 고료는 장당 1만 원도 되지 않았다. 수입 내역만 놓고 보면 나는 소설가가 아니다. 강연업자이자 2류 방송이라고 불러야 한다. 지금 한국 소설가들에게는 그렇게 불릴 수 있는 것이 축복이고 영광이다.


p. 313 현재 경제학은 노동가치설을 부정한다. 어떤 재화나 용역이 가치를 갖는 것은 누군가 그걸 만들어 내느라 고통을 참고 정성을 들였기 때문이 아니다. 보석 반지가 비싼 이유는 세공사의 노력 때문이 아니다. 보석의 원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재화나 용역의 가치는 투입한 투입한 노동이 아니라 구매자의 주관적인 효용과 공급량, 보완재와 대체재의 가격 같은 요소들에 의해 결정된다.


p. 378 (어머니는 세상에는 정말 불의가 많고, 그 무수한 불의를 한 사람이서는 도저히 다 바로잡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획 나에게 조금씩 생겨날 거라고 했다. 그렇다면 언제 그 기회가 올까? 내게 맞는 기회가 왔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직접 덤벼 보기 전에 그게 적당한 기회인지 과연 알아챌 방법이 있을까?)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직접 읽고 주관적인 관점으로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직의 정석 - 이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정구철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까지는 진심으로 내 자신을 하얗게 불태울 정도로 진심 사회생활을 열심히 했던 시기였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내가 몸을 담고 있는 조직에선 나를 인정해줄 것이고, 내 삶을 책임져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진짜, 남들보다 열심히 했고, 일중독이라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그땐 내 일에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아주 듣기 좋은 말이었습니다. 일에 대한 센스도 있다는 소리도 자주 들었고요. 아주 우쭐했죠. 주어진 일이 있으면 난항 그 자체여도, 나는 해냈습니다. 그래서 의기양양하기도 했고, 모든 일에 아주 만능인줄만 알았죠. 그렇게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면, 내 삶은 모두 보장될 것이라 당연히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조직은 조직의 이익에 집중할 뿐, 절대적으로 조직원 개개인의 삶은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당연한 사실임에도, 참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조직을 위해서 충성만 했을 뿐, 나의 미래에 대한 준비나, 나를 다지는데 절대 시간을 사용하지 못한 탓에, 나는 빈털털이로 조직을 나와야만 했습니다. 이직의 정석이라는 책을 한창 일하던 시기에 마주할 수 있었더라면, 나의 삶은 지금 달라져있을까요?


이직의 정석 내용 및 구성 


저자 정구철은 7년간 삼성물상에서 근무하다가 30대 중반이라는 이른 나이에 회사를 퇴직하고, 아주 치열한 프리랜서 헤드헌터의 삶을 시작합니다. 특히 건설, 제조업, 스타트업 분야 전문 헤드헌터로 일하면서 다양한 고객사와 인재를 연결해주고 있습니다. 헤드헌터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이직을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대안과 방법 등을 책에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서문을 비롯하여, 1)진로를 의심하다 2)가지 않는 길 이직이 답이다 3)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4)끝까지 읽히는 경력직 이력서 작성법 5)마음에 꼿히는 실전 이직 면접 6)아름답게 기억되는 퇴직, 멋지게 적응하는 이직 후 7)이직 후, 또다시 준비하는 이직 , 총 7가지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책 중간중간 이력서 작성 가이드, 연봉협상 비교표 그리고 평판조회가 같은 이직에 필요한 추가적이고 구체적인 정보가 담겨져 있습니다. 게다가, 도표나 그림 등으로 추가하여 이직에 필요한 정보의 이해를 돕습니다. 





느낀 점 


책에서 저자도 언급했지만, 이직이라는 건, 솔직히 주변 사람들에게 터놓고 이야기하기엔 아주 불편한 주제이기도 합니다. 이직에 대한 이야길 한다면, "한 군데에서 잘 버티지 뭐하러 일을 어렵게 만느냐"라는 질책같은 충고가 날아옵니다. 적어도 이직을 하고자하는 이유와 방법에 대해서 머릴 맞대주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죠. 근데 이또한 당연한 반응이라 생각합니다. 결국엔 이직에 대한 생각과 선택은 자신의 몫이지 주변 사람들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은 절대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이직에 대한 생각은 굴뚝같은데, 어디서 어떻게 준비하고, 현 직장에서 어떻게 마무리하고 새로운 직장에 적응해야하는지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기란 쉽진 않습니다. 그냥 스스로 부딪히면서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걸,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이직에 관한 메뉴얼이라도 있으면 시행착오의 횟수를 조금 줄이고, 이직을 위한 자료를 준비하는데 조금더 몰입할 수 있지 않을까요?


조직내에서 주어진 업무과제들을 성실히 해내는 것이 수동적인 삶이라 생각치도 못했어요. 그렇게 일하면서 내 삶을 어떻게 정비하고, 또 어떤 변화를 준비해야하는지가 결국 내 몫이라 인지할 줄 알았더라면, 조직에 실망하고 도망치듯 일을 그만두진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적어도 내가 나를 너무 잘알았더라면, 나의 능력이나 역량을 파악해서, 일을 하면서 천천히 이직을 준비할 수 있었는데, 오히려 일에만 매진하고, 조직에서 나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아서 감정적으로 일을 그만두고, 백수의 삶을 고집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이직의 정석에선, 이직을 결심하는 이유, 이직할 직업군을 검토하고, 이직을 위한 잘 읽히는 이력서 작성법과 면접 방법, 연봉협상 그리고 이직 후 새로운 직장 적응에 관한 내용등이 담겨져 있습니다. 무조건적으로, 조직이 나를 써주길 바라는 수동적인 방법으로 이직을 하는 준비하는 것이 아닌, 나의 직무능력을 어필하고 이직하고자 하는 조직과 나의 능력이 충족할 수 있는 전략 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나를 잘 알고, 나의 능력을 단단하게 키워하는 것이 주내용이긴 합니다. 참 뻔한 내용이라고 하겠지만, 우리는 우리자신을 얼마나 잘 알고, 우리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 시간투자를 얼마나 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뻔한 내용을 우리가 실천으로 옮기고 있는지 여부를 파악해야 해요.


이런 사실들이 미리 교육되었더라면, 이직은 지금 몸을 담고 있는 조직에 대한 배신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기 위한 삶의 방식 중에 하나라는 생각에, 나 자신은 물론 나의 능력을 개관적으로 분석해서,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힘을 키울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이직의 개념을 잘 알았더라면 "열심히 일히다가, 눈떠보니 어느날 백수신세가 되는 것을 면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요. 여전히 나는 백수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그러나, 이직의 정석을 통해서, 기업의 특성 기업의 목적을 파악하고, 내가 새로운 직장에 몸을 담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등 채용시장에 대한 흐름과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천천히 차근차근, 나도 제 2의 인생을 준비하는데 주력해보고 싶은 동기도 얻습니다.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지금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직에 대하여 막연하게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조직에 실망하여 나처럼 감정적으로 일을 그만두지 말고, 힘들겠지만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이직을 체계적으로 준비해서 자연스럽게 이직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책 속 글귀 


p. 7 우리는 수동적 삶, 정답을 찾는데 익숙하다. 인생에서 무엇을 할지 몰라 점수에 맞는 대학, 전공을 택했고 '뽑아만 주세요'하며 상황에 맞춰 취업을 했다. 그리고 주도적이어야 할 이직조차 상황에 맞는 곳을 찾아 기웃거린다. 연봉과 복리후생만을 고려하다가는 다시 '뽑아만 주세요'하고 결정권을 놓쳐 버리는 비극이 반복될지 모른다.


p. 34 개인의 생애주기보다 기업의 수명이 더 짧은 시대. 내가 기업에 죽어라 충성해도, 기업이 그런 나를 애지중지 예뻐한다 해도 내 정년을 보장해 줄 수 없는 시대다. 즉 개인이 영위할 수명은 늘어났지만 안정적인 직장을 찾기는 점점 어렵다. 이는 안정적인 소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p. 44 (중략)이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결과는 정해져 있다. 회사는 반드시 그만두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선택은 두 가지이다. 떠밀려서 나올 것인가? 내 발로 걸어 나올 것인가? 아무도 당신에게 이직하라고 말해 주거나 권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당신에게 이직을 권유할 때는 당신의 존재가 누군가로 대체될 수 있거나 필요성이 없어진 경우다. 당연히 당신의 연보오 예전 수준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직은 주도적 행동이다. 아울러 주도적이어야만 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p. 45 시장이 찾는 인재는 나를 써주기를 기다리는 인재가 아니라 주도성을 지닌 인재다. 안정성, 주도권, 자아실현 모두 회사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가치에 수반되는 것들이다.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주도적이어야 한다. 주도적이기 위해서는 실력과 경력을 겸비해야 한다. 첫 이직이 답인 이유다.

p. 58 직장생활을 하고 월급쟁이의 삶을 택한 이상 만년 차장이든 회사 CEO든 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퇴직이다. 삶에 끝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 대부분처럼 직장생활에 숨 쉴 틈 없이 밀려오는 업무와 월급이 주는 안락함에 취하다 보면 끝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살게 된다. 당신은 과연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p. 103 내부추천이 전용차로라면 공채는 꽉 막힌 정체 도로를 차선 변경없이 정석대로 밟는 것과 같다. 수천 명이 공고를 보고 수백 명이 지원한다. 본인이 딱 맞는 경력일지라도 이력서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이유다. 당신의 이력서 역시 인사팀에서 밤새 검토해야 할 수백 명 중에 한 명이기 때문이다.


p. 117 (중략)이력서 하나당 인사담당자의 눈길이 머무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여러 의견이 있지만 통상적으로 10분으로 본다. 단, 10분이다. 내가 주말을 꼬박 바친 이력서가 단 10분 만에 검토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확히 표현하면 후보자의 이력서가 학력, 경력, 자격증란을 통과했을 때 얘기다. 즉, 읽을 만한 가치가 있을 때 주어지는 평균시간이다.


p. 123 경력직은 경력으로 말한다. 당신이 신입사원부터 어떤 보직을 거쳐 어떤 프로젝트를 경험했으며 업무 스킬을 쌓았는지 단순히 어학 능력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사회생활을 경험하며 각종 출장, 의전, 회의가 가능하며 외국어 계약서의 검토가 가능한지를 보는 것이다. 경력직은 경력으로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경력은 현업에 바로 투입되어 조직에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실제 회사의 채용공고를 보며 고객사의 입장, 내 상황에 맞게 검토해 보자.


p. 230 실력만큼 쌓아야 할 것이 평판이다. 평판은 업무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또한 인맥으로만 이뤄지기 어렵다. 아울러 하루 만에 쌓이는 것은 물론 아니다. 반면 하루 만에 무너지는 경우는 허다하다. 사회생활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다른 계획을 준비하며 현재 직장생활에 소홀한 것은 너무나 아쉬운 처사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