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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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부터 신비감이 전해지는 소설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라이트 노블light novel, 즉 경소설에 해당하는 일본소설인데요. 여기서 경소설이란, 만화풍으로 등장인물을 부각시키고 대화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곤 하는데, 읽기는 쉽지만 소설의 소재 자체는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이라는 점이예요.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유한해서 순간순간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들여볼 수 있어요.


■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내용 


고등학생 사쿠라 신지는 최강 인기녀 하나모리 유키로부터 ''사신''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습니다. 그것도 6개월 근무기간, 추가수당도 없는 최저시급 300엔 짜리 아르바이트! 거기에 더욱더 황당한 것은 이승에서 죽어 미련으로 저승으로 떠나지 못하는 죽은 자들, 즉 사자를 저승으로 보내주는 아르바이트라는 사실! 너무 허무맹랑한 아르바이트지만 한푼이라도 아쉬운 사쿠라는 사신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결심하고 계약서에 사인을 합니다. 사자들에게는 '추가시간'이라는 가짜 세상이 주어지고 그 세상에서는 그들의 죽음 자체가 무효화됩니다. 그러니까, 사자들은 제한된 시간 동안 미련을 해소해서 이승을 떠나든가 언제 닥칠지 모를 종료시간을 기다렸다가 이승을 떠나든가 선택을 해야하며,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추가시간 동안 생긴 모든 일과 기억은 무효화된다는 독특한 설정입니다.


■ 느낀 점 


요즘엔 희안하게 삶과 죽음에 대한 책을 자주 접하게 되요. 어렸을 때부터 소중한 사람, 아버지를 잃어봐서 죽음에서 오는 상실감이 무엇인지 잘 알거든요. 주변에 늘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들을 보면서 자라다보니 세상엔 아픈 사람들만 있는 줄 알았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늘 부정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솔직히 행복이 뭔지도 몰랐어요. 늘 세상의 어두운 이면을 보고 살았으니, 밝은 것이 존재하는지도 몰랐죠. 그런데, 어두운 아픔과 괴로움을 짊어지고 살려고 하니 버겁더라구요. 어느 날, "행복하게 살 자격이 있어"라고 외치고 늘 맴돌던 굴레의 틀을 벗어나보니, 밝은 행복도 있다는 걸 알았죠. 친정 어머니께서 그러시더라구요, '아픔과 괴로움이 존재한다는 걸 알아야 행복도 아는 것"이라고요. 그래서 매순간을 헛트로 생각하지 않고 소중하고 감사하게 생각하는 힘이 생긴다고 하셨고, 나도 어머니 말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가진 모든 양면성을 알아야 내가 가진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거든요. 소설 속 주인공 사쿠라도 축구 유망주였으나 다리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축구를 하지 못하고, 설상가상으로 집안에 우환이 겹쳐서 삶에 대한 희망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학교의 인기녀 하나모리로부터 사신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고, 사자들이 저승으로 떠나기 위해 미련을 떨칠 수 있도록 도우면서 세상을 알아갑니다. 사신들에게 추가시간이 주어지긴 합니다만, 그 또한 유한한 시간에 불과하므로,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주인공은 알아갑니다. 거기서, 행복하다는 걸 안다는 자체가 행복이라는 걸 알게되죠.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감정이입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타인의 아픔을 자주 들여다 봤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공유하고, 아픔을 덜어내기 위해 머릴 맞댈 때, 그때 내 삶도 들여다 보는데 큰 도움이 되었거든요. 그들이 아픔을 자처할 수 밖에 없었던 그들만의 이유, 그들 자신이 후회한 순간을 숨기려고 애를 쓸 때 처음엔 이해 못했지만, 결국 그들도 잘 살고 싶고 잘 해내고 싶었던 마음이 앞서서 그랬다는 걸 알 수 있었죠. "나는 몰라서 조금 어리석은 판단을 했어. 너만은 나와 달리 신중하게 선택하고 더욱더 행복하게 살기를 원해"라고 말해주는 그들은, 내 인생의 스승과 다름없습니다. 덕분에 나는 세상에 행복이 존재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순간의 소중함도 알게 된거죠.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암울한 순간에 머물러 있는 분들, 희망은 사치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꼭 추천드리고 싶어요. 세상엔 불행도 존재하지만 행복도 존재합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 일말의 순간이 아주 소중하다는 것을 꼭 알게되면 좋겠습니다.


■ 좋은 글귀


p. 60 "말도 안 돼. 그런" 절망하며 깨달았다. 아아, 또 실수했구나. 사람은 언제나 잃고 나서야 후회한다. 언제나 잃고 나서야 소중했음을 깨닫는다. 알고 있었는데. 행복은 반드시 망가진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그런데 또 실수하고 말았다. 그런데 또 실수하고 말았다.


p. 64 "확실한 기준은 몰라. 아무튼 미련을 품고 죽은 사람 중에서 드물게 '사자'가 탄생해. 신의 힘으로 이 세상에 가둬진 불쌍한 존재가. 그리고 그들이 탄생한 순간 세상은 가짜 모습·…‥추가시간으로 모습이 바뀌어. 그 세상에는 죽음이 무효화돼."


p. 89 "사람마다 얻는 힘은 제각각이야. 어느 날 갑자기 힘이 생겼다는 걸 깨닫지. 그리고 그 힘은 본인의 미련과 관련이 있는데, 다시 말해 사자의 힘은 자신의 미련이 무엇인지 알아낼 힌트이자, 미련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한거야."


p. 109 "추가시간은 몹시 잔혹해. 죽음이라는 운명에서는 절대 못 벗어나고, 아무리 발악한들 남의 기억에 남지도 못하지. 해소할 길 없는 미련을 조명해서 대체 무엇을 위한 인생이었는지 돌이켜보는 시간에 지나지 않아. 신은 죽은 사람에게 그렇듯 부조리한 시간을 주는 아누 매정한 존재야."


p. 157 양심의 가책 때문일까, 돌이켜보기 싫기 때문일까.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사자'는 모두 거짓말을 한다.(중략)후회에서 눈을 돌리고 싶어 미련에 관해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실은 남에게 들통나서 편해지고 싶다. 그런 딜레마를 안고 지내온 것이다. 괴로움으로 가득한 추가시간을.


p. 292-293 이렇게 힘겨운 세상에서 우리가 만난 것에 감사한다. 절망의 바다를 헤엄치는 우리가 만난 건 분명 우연이 아니겠지. 모든 걸 잃기 전에 드디어 행복하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p. 329-330 신은 왜 이런 고통을 줄까 고민했다는 것. 행복은 찾을 수 없으리라고 여겼다는 것. 하지만 뜻밖에 행복은 가까이 있었다는 것. 분명 이 사소한 일상이야말로 행복이라는 것. 그런 이야기를. 행복했다. 틀림없이 행복했다. 이 시간이 영원하길 바랄 만큼.


p. 334-335 행복은 뭘까. 먼 기억 속 누군가가 물었다. 이제는 안다. 지금이 행복함을 아는 게 행복임을. 잃기 전에 깨닫는 것. 잃었더라도 행복했음을 기억하는 것.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기억해낼 수 있기를 바라는 것.


p. 339 생각한다는 건, 그 사실을 깨닫고 받아들이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다. 응. 괜찮다. 앞으로 나아갈 용기는 이미 얻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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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5
노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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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논어 다음으로 도전하는 동양고전 노자의 도덕경. 노자 하면 무위자연 無爲自然 정도만 알지만 정확하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노자 하면 도덕경이라는 사실도, 이제서야 겨우 알았습니다. 지금보다 한창 어릴 땐, 세상 살이가 이렇게 험난한 줄도 모르고 되는대로 살았지만, 지금은 세상이 살이가 험난한 것을 알기에 세상과 조금 더 친해지고자 인문고전을 가까이해봅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익숙하지만 한편으로 낯선 노자의 도덕경을 펼쳐봅니다.



■ 도덕경 설명 


도덕경을 설명하기 앞서, 도덕경을 쓴 배경을 알아보겠습니다. 노자는 주나라 도서관 관리자로 일하며 지냈습니다. 주나라가 시간이 지날수록 쇠퇴해지자 노자는 주나라를 떠나기로 결심하고 국경인 함곡관에 이르게 됩니다. 노자를 알아본 함곡관의 영윤(중국의 관직 이름 혹은 지방장관)은 자신을 위한 책 한 권을 써달라고 청했고, 노자는 자신의 생활, 왕조의 흥망성쇠와 백성의 안위화복을 거울삼아 "도"와 "덕"을 논하는 상편 "도경" 37편, 하편 "덕경" 44편, 총 81편의 책을 저술한 것이 도덕경입니다(자료 참조 : 현대지성 도덕경 책 표지 참조). 처음에는 <노자>로 칭했다가 훗날 <도덕경>으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노자의 도덕경에선 "도道"를 가장 중시하는데, 원래 "도道"는 도덕경이 저술되기 전부터 존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도덕경에서 말하는"도 道"는 가장 근본적인 것이며, 본원이며 실질(p. 23)입니다. 그리하여 '우주의 도','자연의 도'만이 아닌 만물의 개체의 수도修道 방법(도를 닦는 방법, p. 23)이기도 합니다. 노자는 "도道"를 철학적, 윤리적, 정치적 측면에서 바라보고, 자연의 "도道"에서 시작해서 윤리적인 "덕"으로 이르고 최종적으로 이상 정치의 길을 제시합니다(p. 10)


■ 도덕경 구성


이 책은 크게 머리말, 상편의 도경(37편), 하편의 덕경(44편)과 해제(책의 저자, 내용, 체재, 출판 연월일 등을 대략적으로 설명)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상편과 하편으로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저자가 각 편마다 소제목을 붙였습니다. 소제목 아래로 도덕경의 원문과 해설로 구성되어 있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자풀이"와 원문에 대한 배경 설명 혹은 추가 설명, 노자의 사상에 뒷받침하는 "깊이 보기"가 있습니다.


 


■ 느낀 점 


서문에도 언급했지만 노자 하면 무위자연이죠. 먼저 무위 無爲의 한자 뜻을 보면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음'입니다. 실제론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자연에 그대로 순응하여 사람의 힘을 가하지 않고, 사물의 객관적 규율을 준수하도록 돕는다(p. 27)는 뜻이래요. 그러니까 어떤 성과를 내거나, 직책을 원하거나, 잘 살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억지로 안간힘을 써서 아등바등 하는 것이 아닌, 주어진 상황에 맞게 하되, 나머진 자연의 순리에 맡긴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튀지 않으면, 누구보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만 같은 세상에서 무위자연은 과연 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살짝 들기도 했지만, 오히려 요즘 같은 세상에 무위자연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도리도 할 만큼 하고 노력도 적절히 할 만큼 하고, 이후의 결과를 자연의 흐름에 맡겨두면 쉴 수 있거든요. 어차피 결과라는 것도 흘러가는 과정 중에 하나일 텐데, 과정을 과정대로 바라볼 수 있는 객관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치열하게 부딪히듯 경쟁하지 않는 균형 잡힌 삶에 대한 간절함도 있습니다. 그래서 도덕경 8장 상선약수 上善若水, "최고의 선, 가장 높은 덕성은 마치 물과 같다" 구절에 마음이 꽂혔습니다. 노자가 자연의 만물 중에서 물을 찬양하는 이유가 물이 지닌 덕이 도에 가장 가깝다고 파악하기 때문입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만물에 자양분을 제공하며 절대 다투는 일이 없다는 것인데요. 물의 본성을 들여다보고 반성을 했습니다. 뭐랄까, 은연중에 나는 튀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특출나게 튀어야만 남들보다 잘 살 것이라 믿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을 경계하거나 살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많이 몰아붙이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 쉽게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으니까요. 내실을 굳건하게 채워가는 것이 아닌, 노자가 지양하는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것에 현혹되어 아등바등 살았죠.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눈만 현혹하는 결과에 너무 치우 지면 스스로를 망치게 될 수 있다는 것도 도덕경을 읽고 깨닫게 됩니다. 도덕경을 읽다 보면 날카롭게 곤두선 신경이 차분하게 가라앉습니다. 긴장해서 힘이 들어간 몸도 서서히 이완되고요. 힘을 뺀다는 표현이 낫겠네요. 힘을 빼니 한층 더 여유가 생기고 무엇보다 불안감도 사라집니다. 이래서 노자는 무위자연, 무위자연 하나 봅니다.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온몸에 긴장감을 실어서 무조건 악착같이 살아가는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손에 잡힐 듯 말 듯 한 결과에 지나치게 집착해서 하루도 쉬지 않고 무조건 달리기만 하는 분들에게도 추천드립니다. 도덕경은 힘을 뺄수록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과 태도를 알려줍니다. 공자의 논어보다 읽기 수월합니다. 그렇다고 쉬운 책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에요. 여러 번 되뇌며 음미해서 읽다 보면 와닿거나 눈에 들어오는 구절이 있어요. 그 구절에 빠져들면 반성하거나,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가장 좋은 건 여유를 찾는 방법도 알게 돼요


좋은 글귀


p. 25-26 시이성인무위지사(是以聖人處無爲之事, 行不言之敎) : 행불언지교 성인은 무위로써 일을 처리하고, 불언의 가르침을 행한다.


p. 27 노자는 일상의 사회현상과 자연현상을 통하여 만물의 존재를 기술하면서 그 모든 것들이 상호 의존하고 상호 작용하면서 대립하되 통일된다는 점을 설파하고 있다. 또 노자는 '무위'라는 개념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무위'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에 순응하게 하고 사물의 객과 규율을 준수하도록 돕는다.


p. 43 상선약수 수선이만물이부쟁(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 최고의 선, 가장 높은 덕성은 마치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할 뿐 다투지 않는다


p. 91 자현자불명, 자시자불창, 자벌자무공, 자긍자불장(自見者 不明, 自是者 不彰, 自伐者 無功, 自矜者不長) :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고자 하는 자는 오히려 드러낼 수 없고,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는 자는 도리어 찬양받지 못한다. 자기의 공적을 자랑하고자 하는 자는 도리어 공적이 사라지고, 자신이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자는 오히려 존중받지 못한다.


p. 92-93 『도덕경』은 '인위적'인 그 내용이나 '강제성 있는', 일종의 '주입식'의 가르침 때문이라기 보다 그 내용 자체가 인간의 본성에 가장 자연스럽게 부합된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들에게 부담감 없이 편안하게 받아들여진다.


p. 105 노자 사상의 궁극이란 거짓과 사기, 탐욕, 기교, 쟁투爭鬪 등 온갖 세속적 오염에서 벗어난 본성으로 복귀하여 다시 '박朴'과, 소박素朴함과 질박質朴함의 상태로 원상 회복하는 것이다.

p. 110-111 "극에 이르면 쇠한다" 물극즉반 物極則反의 이치다. 오늘의 강함은 곧 내일의 쇠락을 의미한다. 그리고 빛과 광채의 배후에는 반드시 어둠이 있다.


p. 147-148 명도약매 진도약퇴 이도약뢰 상덕약곡 대박약욕 광덕약부족 (明道若昧, 進道若退, 夷道若纇, 上德若谷, 大白若辱, 廣德若不足) : 밝은 도는 마치 어두운 듯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도는 마치 물러가는 듯하며, 평탄한 도는 마치 구불구불한 듯하고 높다란 도는 마치 협곡인 듯하며, 가장 깨끗한 것은 마치 때가 낀 듯하고, 광대한 덕은 마치 부고한 듯하다.


p. 214 왜 사람들이 하는 일은 항상 거의 다 이뤄지다가 실패하는가? 노자가 보기에, 사람들은 일이 거의 이뤄지게 되면 마음이 풀어져 게을러지게 된다. 끈기가 부족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시작할 때 대단한 열정을 보이지만, 일이 거의 완성되려 할 때가 되면 그 열정은 그만 종적도 사라지고 만다. 그러기에 "초심을 잃지 말라"라는 말은 언제나 중요한 말이다.

p. 245 노자의 사상은 우주와 자연, 사회, 그리고 인간의 삶을 꿰뚫어 관통하고 통찰한다. 노자에 의하면, 이 세상의 강하고 굳센 것은 기실(사실은) 이미 결정에 이른 것으로서 그 자체로 삶의 생기生氣를 잃은 것이다. 반대로 유약하고 부드러운 것의 내면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삶의 생기로 충만해 있다는 역설의 진실을 노자는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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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 Va' dove ti porta il cuore
수산나 타마로 지음, 최정화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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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통해서 만난 특별한 인연인 나나로부터 선물 받은 책 흔들리지 말고 마음가는 대로를 연초에 아침독서로 조금씩 아껴서 읽었는데, 가독성이 있어서 어느날 아침에 몰입해서 읽어버렸어요. 마음에 관한 알법한 내용인 줄 알았더니, 마음은 물론이고 사랑 그 이상을 말해주는 소설입니다.



■ 흔들리지 말고 마음가는 대로 내용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홀로 남은 할머니는 혼자서 몸을 챙길 수 없는 위중한 상태라는 것을 알면서도 양로원 생활을 마다하고, 할머니가 직접 키운 채소밭에서 쓰려져 죽는 편이 낫다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할머니의 혈욱이라곤 집나간 손녀밖에 없습니다. 할머니는 딸을 먼저 떠나보내고 어린 손녀를 키우면서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자부했지만, 손녀가 사춘기를 거치면서 그들에게도 알 수 없는 벽 때문에 마음으로 심리적으로 멀어져야 했고, 결국엔 손녀도 할머니 곁을 떠납니다. 할머니에게 주어진 시간동안, 할머니는 편지형식으로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적어가며, 삶을 되돌아보고 참회하며, 자신의 마음을 담담하게 표출합니다. 그녀의 모든 고백을 통해, 손녀의 앞날을 위해 충고하고 응원하는 글들로 전개되는 소설입니다.


■ 느낀점 


살아오면서 가장 측은한 존재가 엄마이고 엄마의 엄마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이해를 할 수 없는 존재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엄마의 나이가 되어보고 엄마의 입장이 되어봐야 안다고 흔히들 말합니다. 그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절대 그럴 일음 없을 거야"라며 호언장담을 하죠.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 할머니도, 겉치레에만 신경쓰고 아이의 마음과 생각을 존중해주지 않는 성장환경을 경멸했습니다. 그리고 절대 자신의 어머니와 같은 방식으로 훈육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아이를 낳아 기를 땐 절대적으로 아아의 생각을 존중하며 어머니와 다른 훈육을 한다며 철썩같이 믿었으나, 나중에 어머니와 다를바가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들에게 빠진 것이 있었습니다. 그건 '사랑'이었습니다. 할머니도 부모님께 바라는 건 사랑과 관심이었으나,정작 자신 또한 딸과 손녀에게 사랑을 주지 못해서 후회합니다. 겉치레와 무관심을 할머니의 부모님들을 통해서 배운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자신으로부터 사랑을 채워지지 않아 외부에서 사랑을 찾으려다가 방황했고, 그 동안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방치했던 것입니다. 사랑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처럼 여러세대에 영향을 미친다는 자체가 놀랍고, 할머니가 늘 언급하는 운명의 굴레는 정말로 벗어날 수 없는 것인지 의문을 품기도 했습니다. 그 굴레를 벗어나고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에게 달렸다는 말은 늘 들어온 말이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운명의 굴레가 두렵게 다가오는 듯 했습니다. 게다가, 사랑없이 방황해야 했던 할머니의 삶엔 생각치도 못한 반전이 있어서, 당황스럽긴 했습니다. 그래도, 할머니의 판단으로 살아온 삶을 손녀에게 이해해달라는 차원에서 합리화하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서 사랑을 채우려고 하지 않은 어리석음을 후회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잃고, 홀로 남겨졌을 때, 할머니의 뒤늦은 깨달음으로 유일한 생존 혈욱인 손녀에겐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인내하며 마음에서 말할 때까지 기다리고, 마음에서 말할 때 그때 움직여서 마음가는대로 가라고(p.279) 합니다. 할머니는 손녀만큼은 자신과 자신의 딸과는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신의 고집을 내려놓고 사랑을 표현하는데서 뭉클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부모님 중에, 어머니를 측은하게 여기면서도 원망하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땐 죽음을 기다리는 할머니의 입장에서 읽다가 딸의 입장과 손녀의 입장을 오고가며 읽을 수 있었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원하는 것은 사랑이었지만, 그걸 알면서도 서로가 오외면해야만 했던 서로의 운명이 참 안타깝게만 느껴졌거든요. 딸의 입장에선 엄마가 사랑과 관심을 표출해댜 된다고 믿었고, 어머니의 입장에선 딸이 충분히 알 것이라고 믿었던, 서로 어긋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지속되었던 겁니다. 그리고 손녀대까지 넘어오는.. 그래도, 그 악순환의 굴레를 자기자신을 먼저 알고, 사랑하면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스스로 사랑도 채울 수 있고, 할머니를 향한 사랑, 어머니를 향한 사랑, 딸을 향한 사랑 그리고 손녀를 향한 사랑을 마음껏 표현하고 보다듬을 수 있거든요.


■ 좋은글귀


p. 29 너도 팔십 대가 되면 알게 되겠지. 이 나이가 되면 자신이 늦가을 나무에 매달려 있는 잎사귀처럼 느껴진단다. 햇빛은 점점 줄어들고, 나무는 양분이 될 만한 것들을 모두 거둬들이지. 질소와 엽록소, 단백질들은 모두 줄기로 흡수되고, 잎사귀는 빛깔도 탄력도 잃어버리지. 아지 나무에 매달려 있지만 떨어지는 건 시간 문제야.




p. 45-46 언젠가 한 인도 철학책에서 '운명은 필연적인 것이고, 자유의지란 환상일 뿐이다'라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어. 난 안도감을 느꼈단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몇 페이지를더 읽어보니 '운명이란 과거 행동들의 결과일 뿐이다'라고 쓰여 있더구나. 결국 운명은 자신의 손으로 만드는 거라면서 말이다. 난 출발점으로 되돌아와야 했지.


p. 76-77 변화는 소리 없이 천천히 쌓였다가 어느 한순간 폭발해버리지. 그래서 어떤 이는 갑자기 일상의궤도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삶을 살기도 해. 운명, 유전, 양육, 하나가 시작되고 다른 하나가 끝나는 곳은 어디일까? 이 미스터리를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정말 놀라게 될 거야.


p. 105 세월이 흐르면서 난 내 자신을 포기했단다. 내 마음 속 아주 깊은 부분을 버리고, 다른 사람, 내 부모님이 바라는 그런 사람이 되기로 한 거야. 말하자면 '인격'을 얻기 위해 '개성'을 버렸어. 너도 알겠지만 세상은 개성보다 인격에 더 높은 점수를 주니까./흔히들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인격과 개성을 동시에 유지하기는 힘들단다. 보통은 인격이 개성을 한방에 몰아내 버리지.


p. 109-110 가장 기본적인 진실들이 오히려 가장 이해하기 어렵다는 걸 아니? 그때 진짜 사랑은 '강인함'이라는 걸 알았더라면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강해지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돼.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에 대해 잘 아랑야 하지. 남들이 전혀 모르는 깊숙한 비밀까지도. 하지만 삶은 온갖 사건들의 연속이고, 평범한 사람들은 거기에 질질 끌려다닐 수밖에 없어. 그런데 어떻게 자신을 사랑할 수 있고 강해질 수가 있다는 걸까.


p. 117 모든 문제의 해결은 일상 속에서 나온단다.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한다는 복잡한 생각들을 버리고,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보는데서부터 출발하면 돼. 진정한 내 것이 아닌 것들, 외부에서 들어온 것들을 버리기 시작했다면 넌 제대로 가고 있는 거야.


p. 125-126 진드기와 해충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살충제를 듬뿍 뿌리고, 비바람을 막는 비닐도 씌우느라 밤낮 없이 일하면서 자기 정원이 아주 안전하다고 만족하지.그런데 어느 날 비닐을 들추어보면싹들이 모드 썩어서 죽어 있는 거야. 그냥 자연스럽게 크도록 내버려뒀다면 일부는 살아남을 수 있었을 텐데. 무슨 말인지 알겠니? 인생에는 그런 대범함이 필요하단다. 주변은 전혀 살피지 않고 자기 자신만 성장하려고 하는건, 숨만 쉬고있을 뿐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p. 243 진실로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스승은 나 자신의 목소리뿐이란다. 이걸 발견하려면 조용히 혼자서 서 있어야 해. 마치 죽은 사람처럼 맨땅 위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말이야. 처음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공포스럽기만 할 거야. 하지만 다음 순간 저 멀리서 아주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올 테지.


p. 278 너 스스로를 잘 돌봐야 한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종종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싶어질 때마다 이걸 꼭 기억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바꾸어야 할 것은 언제나 네 안에 있다는 것을. 자신에 대한 생각 없이 뭔가를 바로잡고자 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단다.


p. 278 넌 세상 모든 것들의 안에도 있어 보고, 바깥에도 있어 봐야 해. 그래야 그늘과 휴식처름 제공할 수 있고, 너 자신도 적당한 계절에 무성한 잎들, 풍성한 열매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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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은모든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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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에서 문학적 감성을 느껴보기 위해 인터내셔널의 밤 다음으로 읽은 은모든의 안락입니다. 인터내셔널의 밤보단 쉽게 읽을 수 있었던, 맥락적으로 이해하 쉬웠던 소설이예요.


■ 안락 내용 


이 소설은 안락사 혹은 존엄사를 주제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가깝고 소중한 사람의 어처구니 없는 죽음을 맞이하면서 상실감을 느끼고 그들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괴로운지를 소설의 초반에 그리면서, 소설의 주인공 지혜 외할머니가 당신의 마지막을 스스로 결정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혜네 엄마를 비롯한 아빠, 언니와 이모들이 다양한 심경을 소설 속에서 보여줍니다. 죽음의 때를 정해놓고 살날이 아직 많이 남은 가족들은 할머니의 부재를 인정할 수 없어하지만 할머니의 결정은 완강합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아주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합니다.



■ 느낀점


우리나라에서도 작년 2월 4일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었습니다. 연명의료결정법이란 회생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사망에 임박한 환자에게 연명 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법을 말하는데요. 환자 스스로가 연명의료 결정을 내릴 수 있어요. 이 소설에서 할머니가 유럽여행을 아주 신나게 즐기고 돌아와서, 자신은 5년 후에 죽음을 결정했으니 가족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선언합니다. 가족들은 정정한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선언에 당혹감을 금치 못합니다. 정정한 할머니가 갑작스럽게 죽음을 선택한다고 했을 땐 가족들의 입장에선 당연히 그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가족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없는 노령자 혹은 환자들의 입장이라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안타까워요. 작년 11월에 돌아가셨던 우리 할머니는 당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손발이 묶인채 연명을 하셔야 했습니다. 치매가 걸린지 얼마되지 않았을 땐, 거동은 가능하시니 할머니의 죽음을 감히 예상하긴 힘들었지만, 거동도 안되고 당신의 의지마저 없을 땐 산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닌, 애매하게 존재하는 그차제가 안타까웠어요. 연명의료결정법안이 통과되어도 할머니께는 절대 적용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할머니께 죽음을 생각해볼 충분한 시간을 드릴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가족들인 우리가 함부러 판단하기 힘든 아주 애매한 상황이었죠. 그런데, 지혜의 할머니를 보니, 참 부러웠습니다. 자신의 존재의 가치가 딱 5년이라는 걸 스스로 판단하고, 남은 생은 재미있게 살아가면서 죽음을 기다리는, 죽음에 대한 선택의 자유가 할머니에게 있다는 것 자체가 부러웠습니다. 소설 초반에 지혜의 친구 이삭은 동생과 아버지를 이별의 준비 시간도 없이 갑자기 떠나 보내야 했습니다. 사랑하는 존재를 갑자기 잃었을 때의 상실감과 고통은 어머어마 해요. 죽음이라는 것이 인간이 다룰 수 있는 영역이 아닌 줄 압니다만, 죽음이라는 걸 스스로 직시할 때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갈지,어떻게 죽음을 맞이할지, 가족들과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결정할 수 있는 여유와 자유가 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을 것 같아요. 연명의료결정법이 통과되기 전 연명치료가 진행되었던 것은 삶에 대한 우리들의 집착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자신을 비관해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 아닌, 죽음을 생각하되 남은 생을 어떻게하면 보람차고 의미있게 살아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모든 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 좋은글귀 


p. 23-24 정신이 번쩍 들었다. 졸음에 취해 있던 나는 그제야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었다. 할머니가 개운하게 정리한다는 것은 상속 문제 따위를 미리 매듭짓겠다는 말이 아니었다.할머니는 가족들 앞에서 오 년 안에 자의로 당신의 생을 마감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p. 39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가족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기는커녕 바울과 아빠를 한꺼번에 앗아간 신의 의도였다. 이삭은 그 점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애를 쓰면 쓸수록 어떠한 의도를 가진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신을 믿어온 날들에 화가 치밀어오를 뿐이었다.


p. 121 할머니의 말은 나무라는 투가 아니라 따뜻했고, 나는 괜히 코끝이 시큰거려서 고개만 끄덕였을 분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했다. 잠시 뒤에 할머니는 이제 그만하면 됐다는 듯 내 손을 물리더니 끙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내게 실망할 것 없다고 했다. 무슨 얘긴가 싶어 돌아보니 원래 담금주는 숙성시켜서 먹어야 진가가 드러난다는 것이었다. "다 제때가 있는 거지. 사람이고 술이고 간에.그런 이치야."

p. 148-149 또한 여든을 넘기고 가게 일에서 물러난 뒤에는 곳곳에 탈이 나는 자신의 몸을 돌보느라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그러나 스스로 선택한 마지막 순간, 할머니의 표정은 편안했다. '개운하게 가겠다'라던 결심이 그대로 이루어진 듯 모든 짐을 내려놓고 떠나는 할머니의 입 끝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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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의 밤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박솔뫼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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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끔은 문학적인 감성을 느껴보고 싶어서 소설을 찾곤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문학적인 감성과 친해지고 싶어서 작은소설 인터내셔널의 밤을 선택했는데,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방황하고 말았습니다.


■ 인터내셔널의 밤 


각자의 사연으로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향하는 한솔과 나미. 한솔은 일본에서 치르는 친구 영우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부산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가 일본으로 넘어갈 예정이고, 나미는 사이비 종교단체를 벗어나 도망을 치는 도망자의 입장입니다.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단어는 "방황"입니다. 탐정소설을 좋아하는 한솔은 모든 상황을 자신을 취조하는 듯한 맥락으로 받아들입니다. 소설의 초반엔 남자인 줄 알았던 한솔이 여자라는 걸 뒤늦게 인지하면서 한솔의 정체성과 연관된 듯 짐작하게 됩니다. 반면, 나미가 언급하는 사이비종교 단체, 실제로 진짜 사이비 종교단체인지, 아니면 교리에 지나치게 치중되어 자신의 색깔을 표출하는 것이 힘겨운 환경이서, 한솔이 그 단체를 뛰처나온 것인진 확인할 길이 없으나, 나미는 목적도 계획도 없이 무조건 부산으로 향하는 것이 이 소설의 전반적인 줄거리입니다.


■ 느낀점 


아직, 소설에 대한 문학적 조예나, 삶을 이해하는 생각의 깊이가 얕은지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나도 방황을 했습니다. 방황하는 컨셉이 이 소설의 목적이라면, 소설가는 거의 성공했다고 말하고 싶어요.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방황하고 방황했으니까요. 다른 분들이 이 소설에 대한 서평을 쓴걸 확인하며 다시 소설을 읽기를 반복했지만, 여전히 공감하고 이해하기엔 역부족이라 사실을 인지하고, 방황하는 것으로 소설을 이해하는데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왜 소설 제목인 인터내셔널의 밤인지도 사실 이해되지 않아서, internationl이라는 영어단어의 의미를 찾아봤습니다.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국제적인"이라는 뜻 외에도, "재류 외국인"이라는 뜻도 확인되었습니다. 소설 속 인물을 보면서 떠오른 단어가 "방황"이라고 언급했듯이, 이들을 자신의 삶의 방향성을 잃었고,어디에 소속될지 모랐고 어떻게 소속되어야할지 모르는, 그저 이방인과도 같은 존재로 보였습니다. 세상이 그들을 담을 수 없는 것인지, 그들이 세상에 담길 수 없는 것인지, 판가름 하긴 정말로 힘듭니다. 그 또한 그들의 판단이고 선택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사람은 그만큼 운명적 기로에 서서 늘 선택하고 판단해야하고, 거기서 나의 색깔과 색채를 어떻게 표출하고 세상과 사회 속에서 중립을 지켜야할지 등을 늘 고려해야 하는데, 그런 방황들을 소설 속에서 접했습니다. 그리고 뚜렷하게 무엇인지도 모르는, 불확실하게 방황하는 것이 결국 인생이고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아니며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늘 방황하면서 살아야 할까요?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이 있어서, 어떤 분들에게 추천드려야 할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듧니다. 그러나, 문학적인 맥락으로 조예가 깊은 분들이 읽는다면 시적인 감성과 더불어 추리를 하면서 작품을 해석하는 재미로 읽을 순 있겠단 생각을 해봅니다.

■ 좋은글귀


p. 11 기차에 탄 그는 여행에 관한 글을 떠올랐고, 고속열차나 비행기는 여행에 적합하지 않다거나 지난 여행을 곱씹을 수 없다는 그런 의견을 이해할 수 있었다.(중략) 하지만 점점 빨라지는 것에 맞춰 사람들은 계속 옮겨질 것이다. 그게 중요한 것을 잃게 되는 것이라면 중요한 것을 잃은 사람인 채로 길 위에 지나가고 기차가 멈춘 곳에 도착할 것이다. (중략)그렇게 뭔가를 잃은 사람으로 길 위에 자신의 중요한 것들을 흩려버린 존재로 살게 될 것이다.


p. 15 책을 읽으면 시간이 지금과 상관없이 다른 속도로 흐르는 것이 좋았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하고 다른 시간 속에서 친구를 만났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때로 곤란한 상황을 견디게 해주었는데 그런 순간들을 위해 그에게 몇 가지 이야기가 있었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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