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품격 -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
이기주 지음 / 황소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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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고 따뜻함이 서린 문체로 독자의 마음을 다독여 주는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에 이어서 말의 품격을 읽었습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셀레스트 헤들리의 말센스와 맥락은 비슷하지만, 작가 이기주만의 색채가 스며든, 말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입니다.

 

■ 말의 품격 내용 및 구성

 

책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 말할 때 지니면 좋을 4가지 품격, 이청득심(들어야 마음을 얻는다), 과언무환(말이 적으면 근심이 없다), 언위심성(말은 마음의 소리다), 대언담담(큰 말음 힘이 있다)을 각 1장씩 다루고 있으며, 각 장의 내용은 주제에 따라 다양한 문화, 책, 인문고전, 영화, 어원 등을 예시로 들면서 말을 더욱 깊이있게 통찰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 느낀 점

 

언어의 온도는 일상 속에서 환경과 사람을 관찰하면서 말과 글에 관한 내용을 옆 사람에게 이야기를 전해주는 듯한 느낌이었다면, 이 책에서는 말의 품격을 지니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한 강의를 듣는 기분이듭니다. 강의 느낌이라고 해서 딱딱하지 않고, 작가 이기주 특유의 차분한 어조로 조근조근 방법과 혜안을 설명해줍니다. 그리고 이기주 작가만의 특색이 있는데, 내용의 흐름에 따라 고전의 한 구절, 영화의 한 장면 혹은 대사, 그리고 책의 한 구절을 언급하고 무엇보다 단어의 어원을 풀어서, 그 단어의 본질을 파악하는 동시에 폭넓게 성찰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작가 덕분에 개인적으로도 어원을 공부하는 재미를 붙이긴했습니다. 물론, 이기주 작가만의 책 구성이나 흐름이 비슷한 감은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말"이라는 주제로 지루하지 않게 글을 풀어가는데 일가견이 있습니다. 이 책의 분위기와 느낌이 비슷한 책이 한동일의 라틴어수업인데, 이 책들의 공통점은 "말"로 운명과 인생을 흥미롭게 통찰하듯 그려내는 글이 아주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내가 무심코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는지 등 내가 살아온 삶의 흔적, 혹은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그대로 묻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라고, "내가 하는 말"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바람이 있다면 말만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닌, 몇 마디만 던져도 그 말 속에서 깊은 내공과 울림이 느껴지는 말을 하고 싶은데, 노력해야겠죠? 작가가 언어의 온도에서도 언급한 사람향기, 즉 인향이라는 표현은 말의 품격에서도 확인되는데요(분명히, 작가는 "인향"이라는 표현을 좋아하는 듯) 나의 말에서도 꽃향기같은 따사롭고 향기로운 인향이 나면 좋겠습니다.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말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입에서 나오는 말, 글로 쓰는 말에 품격을 더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좋은 글귀

 

p. 7-8 지금 우리는 '말의 힘'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온당한 말 한마디가 천 냥 빚만 갚는 게 아니라 사람의 인생을, 나아가 조직과 공동체의 명운을 바꿔놓기도 한다.

 

p. 18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p. 33 이순신 장군은 '제승지형'에 능한 인물이었다고 볼 수 있다. 운주당에서 부하들에게 일방적으로 명령을 하달하기보다 자신의 입이 아닌 귀를 내어주면서 다양한 정보를 수용했으며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면서 차분히 전쟁에 대비했으니 말이다.

 

p. 64 중용은 기계적 중립을 의미하지 않는다. 중용은 단순히 중간 지점에 눌러앉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여건에 맞게 합리적으로 위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유연한 흔들림이라고 할까.

p. 65 오히려 갈등과 다툼질 앞에서 서로 이해하지 못할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그 사실을 업신여기지 않을 때 오해의 가능성은 줄어든다. 그리고 그 순간, 어쩌면 마음 한구석에서 서로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의 싹이 돋아날지도 모른다.

 

p. 84 침묵이라는 '비언어 대화non verbal communication'의 힘은 세다. 침묵은 차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의미와 가치를 함축하고 있으며, 종종 사람들에게 백 마디 말보다 더 무겁고 깊게 발아들여진다. 침묵은 말실수를 줄이는 지름길이다. 말은 생각과 감정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그걸 아무 생각 없이 대화라는 식탁 위에 올려놓다 보면 꼭 사달이 일어 난다.

 

p. 106 숨 막히는 세상이다. 젱제되지 않은 예리한 말의 파편이 여기저기 튀어 올라 우리의 마음을 긁고 할퀸다. 이같이 난잡한 세상에서 허덕지덕 힘겹게 버티다 보면 헷갈리는 게 있다. 날카로운 언어의 창이 우리를 겨눌 때 촉수를 곤두세워며 예민하게 대응해야 할까, 아니면 외부적 자극에 둔감하게 반응하며 무덤덤하게 임해야 할까.

 

p. 126 모든 힘은 밖으로 향하는 동시에 안으로도 작용하는 법이다. 말의 힘도 그렇다. 말과 문장이 지닌 무게와 힘을 통제하지 못해 자신을 망가뜨리거나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들이 허다하다.

 

p. 137 말과 글에는 사람의 됨됨이가 서려 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사람의 품성이 드러난다. 말은 품성이다 품성이 말하고 품성이 듣는 것이다.

 

p. 143-144 말과 행동의 관계는 오묘하다. 둘은 따로 분리될 수 없다. 행동은 말을 증명하는 수단이며 말은 행동과 부합할 때 비로소 온기를 얻는다. 언행이 일치할 때 사람의 말과 행동은 강인한 생명력을 얻는다. 상대방 마음에 더 넓게, 더 깊숙이 번진다.

 

p. 169-170 '의사소통'을 의미하는 단어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라틴어 어원은 '커뮤니카레communicare'이다. '교환하다','공유하다'등의 뜻이 담겨 있다. 말은 혼자 할 수 있지만 소통은 혼자 할 수 없다. 소통은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며 화자와 청자가 공히 교감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때 가능하다. 상대의 귀를 향해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내던지는 대화는, 대화가 아니라 서로 엇갈리는 독백만 주고받는 일인지 모른다.

 

p. 188 지는 법을 아는 사람이야말로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지는 행위는 소멸도 끝도 아니다. 의미 있게 패배한다면 그건 곧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다. 상대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인정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p. 192 편견의 감옥이 높고 넓을수록 남을 가르치려 하거나 상대의 생각을 교정하려 든다. 이미 정해져 있는 사실과 진실을 본인이 쥐락펴락할 수 있다고 믿는다. 상대의 입장과 감정은 편견의 감옥 바깥쪽에 있으므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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