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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엄마들
조지은 지음 / 달고나(DALGONA)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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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한국의 지나친 교육열은

드라마나 영화 등 각종 매체에서

단골 소재가 되었습니다.

시대가 변하면 하늘을 치솟던 교육열은 사그라들줄 았았으나, 그건 그저 바람이었을 뿐, 여전히 그 열기는 우주까지 치솟았습니다.

내 아일 1등 그 이상으로 오르게 하려는 부모의 집착과 수단방법은 기상천외하게 변해서, '실제로 저런다고? 말이 돼?' 라고 의문을 품지만, 우리가 아는 교육열의 매카, 서울의 강남구 혹은 교육의 인프라가 조성된 서울/경기 신도시에선 당연히 존재한다는 사실.

이런 적나란 사실을 저자 조지의의 소설 《서울 엄마들》에서 더더욱 흥미롭게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의 특징을 잘 살린 겉표지 문구들.

사실 소설의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이 증폭됩니다.

왜냐, '서울 엄마들' 하면 자연스럽게 '아이들 교육에 극성인 엄마들'이라는 편견부터 떠오르거든요. 내용은 뻔하겠지만 그래도 소설 속 현실을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합니다.




배우 차인표가 극찬하는 소설.

이 소설을 읽고, 그가 남긴 찬사를 읽어봤습니다.

"어떻게 소설의 내용을 농도깊은 몇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거지?"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물론, '서울 엄마들'에 대한 자의적 편견과 배우 차인표의 찬사를 읽고 보면, 소설의 재미가 더해지는 건 사실입니다.





>> 작가 조지은에 대하여




<서울 엄마들> 소설의 저자, 조지은은 옥스퍼드 대학교 한국언어학 정교수로 현직에 있으며, 심지의 옥스퍼드 사전의 한국어 컨설턴트를 맡고 있다고 합니다. 그녀의 전공과 역할만 봐도 한국어와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픈 의지가 상당해보입니다.

게다가 이번 <서울 엄마들>은 그녀의 첫 소설로, 소설을 내기 이전엔 영어공부를 포함한 학습과 관련한 책들을 출판한 다수의 경험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그녀의 경력과 경험의 밑바탕엔 한국 교육 현실에 대한 조예와 통찰력이 깊은 것으로 보이며, 이를 소설에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 간단 줄거리



당연히 금묘아파트는 학군도 대한민국 최고다. 아파트 단지 주변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나가는 학원이 다수 포진해 있고, 입주민 자녀들의 명문대 진학 비율도 넘사벽이다. 그만큼 입주 조건을 맞추기도 보통 어려운게 아니다. 금묘아파트에 입주하려면 재증명서를 입주민 대표회의에 먼저 제출해서 동의를 받아야 한다. 돈만 많다고 되는 게 아니다. 부모의 대학 성적표도 제출해야 한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건 학점이 아니다. 그 성적표를 발급한 학교가 어디냐가 진짜 포인트다. p.12


금묘아파트는 육아 인프라가 훌륭하다. 금묘조리원과 금묘영유(영어유치원), 금묘인스티튜트까지 아파트 상가 건물에 한데 모여있다. p. 12


뱃속에서부터 명문대로 이어지는 교육 인프라가 체계적으로 자리잡은 8학군지 금묘아파트. 금묘라는 아파트 이름이 참 요상합니다. 금묘란, 아파트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황금 고양이상입니다. 즉 금으로된 고양이라는 뜻이예요. 금묘아파트 사람들은 금묘가 아파트를 수호하는 영엄한 힘이 있다고 믿었어요(p.9) 특히 금묘아파트에서 자고 나란 사람들은 대부분 명문대로 진학해서 사회적으로 자리잡는 사람으로 입지를 다지기에, 전국에서 교육에 관심있는 부모들이라면 금묘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동경하기도 했습니다.


부모들의 스펙도 대단하고 교육열도 치열한 금묘아파트에 사는 105동 203호 안미아, 105동 303호 봉선아 그리고 105동 403호 김진아, 세 엄마를 중심으로 소설은 전개됩니다. 그들 각자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보유하고 있는 스펙은 다르지만, 자녀를 명문대 의대로 보겠다는 의지만큼은 똑같은 세 엄마들. 거기에 엄마의 재력과 역량에 따라 울트라 슈퍼맘, 슈퍼맘 그리고 돼지맘으로 카데고리가 나눠진다는 점. 엄마들의 노력을 재력과 역량으로 또 세분화해서 나눈다니, 너무나 어이가 없지만, 이또한 현실이라는 점을 소설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 감상평


명문대를 꼭 입학해야만 성공의 척도라고 믿는 한국의 부모들. 교육열은 시간이 흘러서 사람들의 생각이 깨이면 충분히 사그러들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여러 매체를 통해서 들여다본 현대의 교육열은 진화되었지 열기는 사그러지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명문대라는 목적만 보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과정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어느 드라마에서 학생들의 학습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 몇시간 동안 강의실에 가둬두고 자물쇠로 잠그는 일명 자물쇠반 에피소드를 보곤 경악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드라마가 사실을 기반하여 각색한 드라마였기에 자물쇠반이 진짜 존재할 가능성이 높았죠. 꼭 그렇게까지 명문대에 집착해야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등살에 떠밀려서 아침일찍 일언 학교를 시작으로 학원 뺑뺑이를 돌아야합니다. 한창 잠을 많이 자고 많이 먹어야 할 아이들은 잠을 줄여가며 공부하고, 끼니는 건강에 나쁜 편의점이나 바깥 음식을 먹으며 간신히 때웁니다. 이런 현상은 마치 1760년대 영국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산업혁명 시대에 노동착취를 당하는 아이들의 모습과도 비슷해보입니다. 그 시기의 아이들이 현대의 아이들보다 더 처참하게 살았던 건 사실입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위험한 상황에 놓이면서 부품으로 이용만 당했던 거잖아요. 그러나 현대의 아이들도 1등 혹은 명문대만 바라보고, 어른들의 강요에 못이겨서 사교육 세계에 휘말려들어서 원치 않는 경쟁을 하며 밤낮을 지세고 있습니다. 이런 사교육을 기점으로 부동산 시장을 비롯하여 전반적 사회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니, 아이들이 어른들의 이익을 위해서 이용을 당하고 있습니다.


1등과 명문대라는 목표만 바라보다가,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신을 살피고 주변을 돌보면서 경험할 수 있는 무한한 기회 마저 박탈당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치열한 성적 경쟁에서 못 버티겠다고 절규하면 '명문대만 가면 다 편해질꺼야, 그때부터 넌 자유야'라는 말로 아일 구슬립니다. 아인 그 말만 믿고 험난한 경쟁에서 이겨 명문대를 갔으나, 거기서 마주한 건 자유가 아닌, 허망함입니다. 자기 못지 않게 뛰어난 친구와 선후배가 있고, 여기서 또 다른 사회적 경쟁에 돌입하게 됩니다. 부모가 설계해준 노선대로 살아가면 자유롭게 행복할 줄 알았지만, 유년을 포기하고 목숨걸며 달려 합격한 명문대는 자신의 미래를 책임져주지 않습니다.하여, 요즘 명문대를 나와도 제대로된 사회생활을 못하고 캥거루족으로 사는 젋은이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공부 외엔 할 줄 아는게 없다보니 험난한 모험은 두렵기만 합니다. 여기서 우울증, 무기력증과 공황장애와 같은 정신적인 문제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소설 <서울 엄마들>에선 잘못된 교육열이 불러 일으키는 가족과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어이없다고 여겨지지만 진짜 존재하는, 명문대를 향한 교육 인프라가 구축된 학군지! 여전히 그 속에서 수많은 갈등과 사투를 벌여야하고 남들에게 표현해서도 안될 고충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소설에서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두고 웃기고 슬프기도 한, 그래서 블랙 코미디가 반영된, 소설 <서울 엄마들>. 이 소설을 통해서 우리가 명문대만 집착하다가 놓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흐름도 보여줍니다. 너무도 원만한 흐름이려서 다소 현실감이 떨어지는 면도 있습니다. 소설이니까 그런 유토피아적인 요소를 넣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 문장수집


p. 20 금묘인스티튜트 옆에는 제법 큰 놀이터가 있다. 그네도 있고, 미끄럼틀도 있고, 시소와 정글짐까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놀이 기구도 가득하다. 그런데 아이들이 없다. 놀이터를 이용하는 사람은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 나온 어른들 뿐이다.

p. 53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 「연인」에 나오는 아사코나 백석 시인의 시에 나오는 나타샤가 되고 싶은 꿈도 있었다. 그 꿈을 이루고자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지금의 나는, 나는 그대도 아니고, 연인도 아닌 대한민국의 가장 평범한 아줌마가 되었다. 아니 딸에게 치이고, 남편에게 외면받는 비참한 아줌마가 되었다.(303호 봉선아 이야기 中)

p. 55 슈퍼맘들은 곳곳에 쌔고 쌨다. 이름만 슈퍼맘이지 쉽게 말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이다. 워킹맘들 듣기 좋으라고 슈퍼맘이라고 불러주는 것 뿐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슈퍼맘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모범적이거나 이상적인 어머니, 가정을 성공적으로 관리하고 자녀를 양육하며 풀타임으로 경력을 쌓는 사람.'(중략) 사실 나는 울트라 슈퍼맘을 꿈꿨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슈퍼맘의 허울을 쓴 아줌마일 뿐이다. 여기저기서 깨지고, 찌그러지고, 부서지며, 무시당하는 아줌마. 슈퍼맘이 되려다 가랑이 찢어진 서울 아줌마.

p. 64-65 한국은 북한과 휴전을 한 지 70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 전투적인 자세로 살아간다. 전쟁을 싫어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라고 말은 하지만 입만 열면 어디서나 파이팅, 아자 아자 파이팅! 도대체 뭘 그렇게 맨날 싸우자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그 영향인지 엄마들도 육아 전쟁, 교육 전쟁을 벌이고, 애들은 성적 전쟁을 벌인다.


p. 121 남편과 연애한 거 빼놓고는 대학 다니면서 공부한 기억밖에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암기한 기억밖에 없다. 사시는 사실 스터디고 뭐고 다 필요 없었다. 판례를 죽어라 외우고, 일제 볼펜 제트스트림으로 백강고시체를 죽어라 연습하면 됐다. 나는 수능 2점 차로 서울대 법대를 못갔는데, 재수를 하지 않는 이유도 어차피 사시를 볼 것이기 때문이었다. 사시는 두 가지 길 밖에 없다. 합격 아니면 불합격. 10년을 공부해도 불합격이면 이력서에 아무것도 쓸 수가 없는게 이 바닥이다. (403호 김진아 이야기 中)

p. 140 요즘 나는 엄마 중2가 되었다. 은주가 학교 간 사이에 나 혼자 인강을 들으며 중2 문제집을 풀기 때문이다. 학교 다닐 때 이렇게 공부했으면…나도 서울대 갔을 것 같다.(203호 안미아 이야기 中)

p. 163-164 서울의 밤이 반짝인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자동차들의 헤드라이트와 끝을 모르고 위로 솟은 아파트 조명까지 모든게 반짝인다. 이미 자정이 넘었는데도 이 도시는 멈추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다. 그런 도시에서 또 하루를 살아남은 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조금이라도 틈을 줘선 안 된다. 말 한마디는 물론이거니와 옷매무새도 신경을 써야 한다. 심지어 귀걸이 하나도 잘 어울리는 걸 골라야 한다. 약해 보이면 안 된다. 약하면 지는 거다. 첫인상부터 승자의 임팩트를 줘야 한다. 내가 에르메스를 찾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403호 김진아 이야기 中)

p. 184-187 성공하는 아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3박자가 있다고 들었다. 조부모의 경제력,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과 체력, 우리 집은 3박자가 딱 맞아떨어지는 집이다. 남편 앞으로 된 강남 빌딩은 시아버지가 물려준 것이고, 지금도 애 학원비 보태라며 꼬박꼬박 내 통장으로 돈을 보내주신다. 우리 남편은 진짜 금묘의 모범 아버지다. 와이프 일에 절대 간섭하지 않는다. 모든 결정은 내가 하게 하고 자기는 자리를 피한다. (중략) 마지막으로 성공하는 아이를 위한 조건 하다 더 있다. 바로 착한 아이. 다행히 우리 은주는 내 말을 고분고분 잘도 듣는다. 그러니까 이런 은주를 최소한 서울대 의대에 보내지 못하면 나는 실패한 엄마가 되는것이다. 어깨가 무겁다.(203호 안미아 이야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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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들 - 장강명 연작소설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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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부터, 무조건 착하고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돈을 잘 벌면 알아서 잘 살아지는 줄 알았습니다. 겓가 성인이 되기 전엔, 어른이 되면 힘도 생겨서 무조건 마음대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컸습니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서 사회에 발을 딪었고 갈등이라는 것을 처음 겪으면서 대혼란을 경험해야만 했습니다. 어른들의 세계란, 너무나 치열했고, 앞뒤가 맞지도 않는 것 같았고, 그걸 이해하기엔 세사회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처음 겪은 사회는 "무서웠다"는 표현이 정확한 것 같아요. 성인되기 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세상의 순리는 되돌릴 수 없다는 게 진리죠. 그렇게 태풍의 눈 한 가운데 있으면서 험준하게 사회를 알아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번에 읽은 장강명의 산 자들이라는 책을 보면서, 사회가 얼마나 부조리하게 돌아가는지와 부조리한 사회에 맞서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을 여실히 들여다 보면서, 생계를 걸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험난한지를 다시금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산 자들 내용 및 구성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겪어보는 해고, 구조조정, 취업난, 재개발로 인한 갈등 등의 사회문제를 기자 출신의 장강면 작가가 단편소설 형태로 담은 책이예요. 1) 자르기 2)싸우기 3)버티기,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어요. 1부에서는 조직과 직원 혹은 알바생간의 갈등, 즉 해고 문제를 다루고 있고 2부에서는 기업과 조직간의 갈등, 즉 구조조정, 프렌차이즈 경쟁과 재개발과 관련된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3부에서는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 합리적인 논리와 근거로 잘못된 사회를 바꾸려고 무조건적으로 버티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느낀 점


내가 몸을 담고 있는 사회는 무조건 옳은 사람들의 편에 설 것이라고 믿어왔습니다. 그러나, 옳고 그름의 기준은 힘있는 조직 혹은 계층의 이익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변합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란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익집단이 모든 이익을 챙겨감에 있어서, 힘없는 자들은 그저 눈뜨고 코를 베입니다. 법을 근거로 하여 밀어붙여도 힘이 막강한 조직과 계층은 넘을 수 없는 벽입니다.


20대에 혈기 왕성하던 시기, 조직에 몸을 담고 일을 한다는 그자체가 좋았습니다. 조직의 체계가 잡혀있지 않으면 충분히 내가 고칠 수 있을 것이라는 의욕이 불타오르던 적이 있었어요. 문제점이 있으면 이에 적절하게 이의를 제기했으나, 윗선에 절대 먹히지 않았고, 윗선의 지시로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면 무조건 내가 총알받이가 되길 원했습니다. 그리고, 쌍심지를 켜고 이의를 제기했던 내가 실수를 한번 했을 땐, 윗선에선 기회라 생각하고 나를 직무유기죄로 몰아가기도 했습니다. 자신들이 불리하면 총알받이를 당연히 해야 그정도(?)의 월급의 몫을 하는 것 아니냐며 비아냥 거렸고(그러는 자기들은 연구비를 받고 얼마나 연구했다고...암튼), 내가 실수를 하는 바람에 조직에 피해를 줄 듯하면 절대로 감싸주지 않고 그 책임은 혼자 껴안게 했습니다. 그때, 사회가 무섭다는 걸 알았죠. 조직에선 자신들에게 이익이 가지 않을 일에 대해선 내몰라라하고, 조금만 이익이 더해질 것 같으면 무리를 해서라도 손안대고 코를 풉니다. 생계가 걸려있다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부당한 일에 손을 대신 내밀어서 코를 풀어주던 시절이 있었네요. 그 조직에서 벗어나도 아쉬워하는 이들 하나 없었습니다. 너 아니고도 사람 많다는 식이였죠. 그런 연유로 사회의 부조리가 너무도 지긋했고 환멸까지 느꼈습니다.


그 당시엔 내가 최대의 피해자라고 여겼는데, 조직을 벗어나 사회에 나와보니 내가 겪은 일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더라고요. 대기발령을 가장한 해고, 기업회생을 위한 해고계획, 기업의 경영부실로 인한 구조조정, 경쟁을 심하게 부추기며 이익만을 취하려는 프렌차이즈 생리, 취업 보장과는 거리가 먼 대학교육, 스펙쌓기에 열을 올려도 시달려야하는 취업난 등 다양한 문제들이 우리 앞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우리같은 일반서민들은 생계와 안전하게 살아가는 것이 목적이라,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조직의 보복이나, 사회의 따끔한 시선을 피하고 싶어서라도 그냥 당하거나, 부득이하게 잘리거나, 싸우거나 혹은 버티면서 살아갑니다. #산_자들 이라는 제목자체가 아무 이유없이 훅 마음에 꼿힌 이유가, 우리는 그래도 살아야 하기 때문에 끊어낼 수 없는 부조리를 껴안거나 모르는 척 합니다. 그래서 힘없고 돈없고 빽 없으면 그저 서럽기만 한 그런 사회 속에서 우리는 숨쉬기 위해서 살아갑니다.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사회 부조리를 우리가 변화시킬 힘이 없다는 그 자체가 너무나 억울하고, 힘겹기만 합니다. 그런 내용들이 장강면의 문체에 아주 적나라게 드러납니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읽지만 너무 사실이어서, 외면하고 싶을 정도예요. 대신 우리가 사회가 돌아가는 분위기를 너무 몰라도 안되기에, 사회 문제 혹은 갈등을 다루는 글들을 자주 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를 바꿀 힘은 없어도, 사회의 흐름을 알고 있어야 스스로를 지켜내는 힘이 생길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도 품어보게 됩니다.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내가 몸을 담고 있는 이 사회가 어떻게 부조리하게 흘러가고, 갑과 을의 입장에 어떻게 팽배하게 다른지 적나라게 확인하고, 내가 이 사회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책 속 글귀


p. 65 대기발령 둘째 날 오전에 인사팀에서 전체 메일을 받았다. '교육발령자 준수 사항'이라는 제목이었다. 대기발령을 교육발령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중략) 아래 사항들을 준수해 주십시오. 출근(09시) 및 퇴근(18시) 시간 엄수. 휴게 시간(12~13시) 엄수. 업무 시간 중에는 교육 장소를 이탈하지 말 것.(10분 이상 자리를 비울 시 해당 팀장의 승인을 받을 것.) 업무 시간 중 잡담 및 개인 용무(휴대폰 등) 금지. 휴게 시간 외 흡연 금지. 업무 외 사적인 용도로 회사 장비(컴퓨터, 메신저 등) 사용 금지.(중략) 전날 술자리에서는 실존적 혀불이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이건 실존적이라기보다는 초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 84-85 경영진의 산수는 여러 결로 복잡했다. 그들의 산수에는 부문별로 일하는 사람들의 가치를 계산한 수식도 있었다. 그에 따라 연구 개발자와 사무 관리직, 단순 생산직을 각각 얼마씩 감원할 것인지가 정해졌다. 희망퇴직 신청자가 예상에 못 미칠 때 무급 휴직은 몇 명으로 할 것인지, 영업직으로 직종을 전환하거나 자회사로 보낼 사람은 얼마인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몇 명을 해고해야 하는지도 정해졌다. 해고계획이 희생계획이었고 회생계획이 해고계획이었다. 회사가 회생계획을 발표하자 주가가 올랐다.


p. 87 전날 밤에 전화가 돌았다고 했다. 몇몇 집에 전화가 와서 "당신은 정리해고자 명단에 없으니 내일 파업에 동참하지 마라. 결의 대회에 나갔다가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회유인지 협박인지를 했다고 들었따. 그러니 전화를 못 받은 사람은 정리해고 대상이라는 것이다.


p. 96 점거 파업이 한 달을 넘어갈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여름이 되면서 죽은 자도 산 자도 조금씩 미쳐 갔다. 누가 먼저 나가떨어지느냐의 싸움이었다. 이러다 정말 죽겠구나, 정말 망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말없이 퍼졌다.


p. 164 동네를 새로 지을 때 땅을 깊이 파내면 재개발이다. 재개발을 할 때에는 세 들어 살던 사람에게도 이사비를 줘야 한다. 동네를 새로 지을 때 땅을 깊이 파내지 않으면 재건축이다. 재건축을 할 때에는 세 들어 살던 사람에게 이사비를 주지 않아도 된다. 아니, 주지 말아야 한다. 주지 않아도 될 돈을 멋대로 주는 것은 주인들에게 손해를 끼지는 일이므로.


p. 304 소비자가 스트리밍 서비스로 한 곡을 들을 때 뮤지션이 가져가는 돈이 1원도 안 된다는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한 곡을 재생하면 매출이 7원쯤 발생하는데 거기서 1.3원쯤 되는 돈을 작곡자, 작사자, 편곡자, 보컬, 연주자가 나눠 갖는다고 했다. 그 1.3원도 서비스 가입자가 아무 할인을 받지 않고 정가로 서비스 요금을 낼 때 얘기였다.


p. 311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는 주체,이콘이라고 가정한다. 경제학 밖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비판한다. 진실은 언제나 꼬여 있다. 인간은 이콘이 아니다. 하지만 완전히 아닌 것도 아니다. 소설을 쓸 때마다 내 안의 이콘이 그렇게 공들일 필요 있느냐며 딴죽을 걸었다. 강연 한 회 수입이 단편소설 고료와 비슷하거나 더 높다. 하필 이번에 원고를 청탁한 잡지의 고료는 장당 1만 원도 되지 않았다. 수입 내역만 놓고 보면 나는 소설가가 아니다. 강연업자이자 2류 방송이라고 불러야 한다. 지금 한국 소설가들에게는 그렇게 불릴 수 있는 것이 축복이고 영광이다.


p. 313 현재 경제학은 노동가치설을 부정한다. 어떤 재화나 용역이 가치를 갖는 것은 누군가 그걸 만들어 내느라 고통을 참고 정성을 들였기 때문이 아니다. 보석 반지가 비싼 이유는 세공사의 노력 때문이 아니다. 보석의 원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재화나 용역의 가치는 투입한 투입한 노동이 아니라 구매자의 주관적인 효용과 공급량, 보완재와 대체재의 가격 같은 요소들에 의해 결정된다.


p. 378 (어머니는 세상에는 정말 불의가 많고, 그 무수한 불의를 한 사람이서는 도저히 다 바로잡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획 나에게 조금씩 생겨날 거라고 했다. 그렇다면 언제 그 기회가 올까? 내게 맞는 기회가 왔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직접 덤벼 보기 전에 그게 적당한 기회인지 과연 알아챌 방법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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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도 지음 / 새움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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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정말로 돈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것처럼 살았습니다. 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하지만 돈때문에 삶이 흔들리곤 합니다. 또 돈이 없으면 하고자 하는 일에 방해도 받고, 뜻대로 풀리지도 않습니다. 어떤 때는 의지의 문제라기 보단 주머니사정의 문제라고 단정짓고 싶은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돈"이라는 존재는 양날의 검과도 같습니다. 있으나 없으나 우리 삶을 쥐고 흔듭니다. 그래서 너무 돈 때문에 허덕여서 일확천금이 한꺼번에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이 생기는 동시에, 두려움이 밀려오더라구요. 돈으로 행복할 수 있지만 또 돈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내 인생이 불행해질 것 같은 두려움이요. 물론, 돈에 대한 생각과 개념이 바로 잡히지 않은 탓에 돈의 이중성을 두고 설레다가 두려워하기를 반복합니다. 돈에 대한 욕구도 무시할 수 없어서 돈에 관한 소설이나 기타 책들을 보며 관심부터 갑니다. 그래서 읽게 됩니다. 이번엔 어리버리 평범함 신입브로커의 아찔한 머니 게임을 다룬 소설 을 읽고, 주식시장에서 돈이 어떤 구조에서 어떤 형태도 돌아가는지 들여다 보고, 신입 브로커가 어떤 계기로 머니게임에 개입되는지, 그의 심리상태는 어떻게 변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읽어봤습니다.


■ 돈 내용 


지방에서 상경하여 증권가의 멋진 엘리트를 꿈꾸는 조익현. 증권가에서 살아남기엔 그는 아주 소심하고 어리버리해 보이며, 그렇다할 연줄도 없는, 소위 빽도 없는 평범하디 평범한 신입 주식 브로커입니다. 그러나 그가 몸을 담고 있는 세상에선 돈을 가진 자가 절대 권력을 가진 일명 "갑甲"이라는 걸 적나라게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어리버리한 그이지만, 영원한 "을乙"로만 남기 싫은 그에게 "만약 지금 네 수수료의 1,000배를 벌 수 있다면, 그 대가로 무엇을 바칠 수 있어?(p. 70)" 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악마의 유혹이 빠져듭니다. 평생을 벌어도 절대 벌어들일 수 없는 엄청난 이익금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제안에 그의 귀를 의심하지만, 그는 그 유혹을 허용하며, 아슬아슬한 머니 게임을 시작합니다.


■ 느낀 점 


돈으로 인생역전과 신분세탁을 할 수 있는 요즘, "일확천금에 나에게 주어질 수 있다면? 일확천금에 대한 대가로 나는 무엇을 걸 수 있을까?"라는 화두를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하는 소설입니다. 저자는 증권가에서 몸을 담은 이력이 있으며, 젊은 나이에 비합법적 사금융업체를 설립하여 1년만에 10억 원을 벌어들여 운용하지만 성공과 실패, 돈과 탐욕의 노예였던 시절을 청산하고 작가의 길로 접어 들었습니다.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금융지식을 동원하여 쓴 소설이라, 주식 시장의 흐름과 생리에 대한 묘사가 아주 사실적입니다. 충격적인건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는 전부 실화라는 점입니다. 영화같은 흐름이 전개되는데, 이 모든 것이 실화라니! 무엇보다 극중 주인공 조익현은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일반적인 우리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일확천금의 유혹으로 인해 변하는 조익현의 모습을 지켜보면 참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순진 무구한 시골 청년이, 위험한 돈놀이에 빠져들어 아찔하게 성과를 거둔 후에 점차적으로 대범해지는, 마치 우리들이 몰랐던 우리 자신의 실체를 바라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익현을 악마의 유혹에 이끌게 하는 대목 중에 "자기 자신을 '어떤 누군가'로 너무 단정 짓지마. '나는 이렇게 살아왔으니까 앞으로 또 이렇게만 살 거야.' 굳이 이런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후후후, 너는 의외로 전혀 다른 사람일 수 있어.(p.90)"라는 대사가 나를 소름 끼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 자신을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긴박한 상황에 놓이면 우리도 모르는 우리의 잔인한 대범성을 목격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는데요. 특히 일확천금을 갑자기 손에 쥔다면 우리의 탐욕은 우리를 냉정하고 뻔뻔하게 변할 가능성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익현을 머니 게임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끄는 금융계의 숨은 미스테리 '번호표'라는 자가 있습니다. 그 자는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비밀스럽게 머니게임을 진행합니다. 이 부분이 다소 진지하게 웃겨요. 잔잔한 스릴러에 진지한 재치를 추가해서 긴장감이 살짝 이완되었다가 바짝 조이는 스릴을 즐길 수 있으며, 평생 "을乙"것만 같은 조익현의 결말이 너무나 궁금해서 책을 끝까지 붙들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독자들을 위해 주식에 대한 이해도를 돕기 위해 이야기 전개 속에서 자연스럽게 주식 시장의 개념, 생리와 환경 등을 잘 묘사해서 소설을 읽어가는데 큰 무리는 없습니다. 다만, 그 세상이, 영화같은 세상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놀랍니다. KBS "사랑과 전쟁"도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자극적인 소재들이 많았는데, 현실은 더 적나래서 각색한 것이 그 정도라는 점에서 놀라는 것과 똑같아요. 늘 마음으로 갈망하면서 절제해왔던 탐욕을 비로소 실현할 때 잠자고 있거나 눌려있는 우리들의 차디찬 악마적인 본성과 마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소설을 기반으로 영화가 제작되어 올 3월에 개봉예정이래요. 원작과 각색된 영화를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라 기대도 해봅니다.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돈에 갈증을 느끼고, 돈을 갈망하는 누구라도 읽으면 흥미롭게 읽을 소설입니다. 돈의 습성과 돈이 우리 탐욕에 미치는 아찔한 영향을 들여다 볼 수 있고, 증권가의 "카더라"하는 생리를 간접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읽는 내내 "설마, 아니겠지, 에이~ 아닐꺼야"라며 의심도 들지만, 돈으로 인한 어두운 이면을 보면서 우리 자신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수도 있습니다. 


책 속 글귀 

p. 31 펀드매니저와 브로커. 일반 사람들이 금융권 체계에 대해 어렵고도 난해하게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금융'이라는 것은 두 가지 직무로 요약된다. 첫째, 개인이나 법인으로부터 모집한 자금을 불려나간다. 둘째, 첫 번째 행위에 필요한 계좌를 개설하고, 그 거래들이 가능하도록 매매를 중개한다. 전자를 담당하는 곳이 '자산운용사' 및 '은행 자금부'라 불리는 곳이고, 후자를 담당하는 곳이 '증권사'라고 불리는 곳이다. 그래서 운용사 및 은행 자금부에서 일하는 사람을 펀드매니저 혹은 딜러라고 하며, 증권사에서 그들의 매매를 중개하는 사람을 브로커라고 한다.

p. 90 "이봐, 조익현. 자기 자신을 '어떤 누군가'로 너무 단정 짓지마. '나는 이렇게 살아왔으니까 앞으로 또 이렇게만 살 거야.' 굳이 이런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후후후, 너는 의외로 전혀 다른 사람일 수 있어. 네가 생각하지 못했던, 아니 네가 부러워하던 그런 사람 말이야. 바꿔 말하면, 너는 지금의 모습으로 스스로를 애써 포장한 것일 수도 있단 말이지. 마흔 살이나 쉰 살이라면 모를까, 스물일곱이면 아직 늦지 않았어. 네가 전혀 다른 사람임을 깨닫는 건.

p. 97 여의돌에 출근하던 첫날, 익현에게 그것은 마치 앞으로 우뚝 솟을 자신의 미래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저 많은 건물들 중에 내 것 하나 없다는 현실이, 아니 심지어 저 건물의 단 1평조차도 소유하고 있찌 못하다는 사실이 더없이 삶의 의욕을 떨어뜨리게 만들었다.

p. 215 악마는 인간에게 고통만을 주지 않는다. 악마는 인간의 낙이 최고조에 이를 때까지 끊임없이 속삭인다. 달콤하게, 항상 승리에 취해 있게, 그리고 그 행복이 영원할 것처럼 느껴지도록······. 그 속삭임을 귀가 마비되고, 시야가 뿌옇게 흐려질 때까지 계속 이어진다. 그렇게 한 인간이 기쁨에 취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착각이 든 바로 그때, 악마는 그 승리자에게 근사한 선물을 선사한다. '절망'이라는 결코 피할 수 없는 선물을······.

p. 315 악당들은 너무 똑똑하다. 너무 똑똑해서 그 꼬리를 잡히지 않을 뿐더러 잡히더라도 얼마든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다. 반면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이곳 철밥통들은 평균 이하의 두뇌를 가진게 아닐까 의심해봐야 될 정도로 너무나 멍청하다. 이들에게 오로지 절차, 규정, 법규, 공문, 그리고 '문서화해야 하는 증거'밖에 없다.

p. 378-379 "(중략) 하하, 한 나라를 살 수 있을 정도의 자금을 거래하는 멋진 직업을 가졌지만, 막상 실생활에서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제대로 누릴 줄도 모르는 것이 바로 저 세일러들의 특징이죠. 최고급 양복을 입고 마호가니 책상 앞에서 대단해 보이는 일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가롭게 술을 즐기는 것조차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불쌍한 자들 말이에요."

p. 389 사람들은 다 똑같다. 눈앞에 위기가 닥치면 선택을 해야 한다. 그것으로부터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맞서 싸울 것인가. 마음 속 깊은 곳의 무의식이 그 결정을 내리는 데까지는 보통 0.5초도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웬만큼 훈련 받지 않은 이상, 그 결정을 한쪽으로 치우치게끔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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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 Va' dove ti porta il cuore
수산나 타마로 지음, 최정화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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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통해서 만난 특별한 인연인 나나로부터 선물 받은 책 흔들리지 말고 마음가는 대로를 연초에 아침독서로 조금씩 아껴서 읽었는데, 가독성이 있어서 어느날 아침에 몰입해서 읽어버렸어요. 마음에 관한 알법한 내용인 줄 알았더니, 마음은 물론이고 사랑 그 이상을 말해주는 소설입니다.



■ 흔들리지 말고 마음가는 대로 내용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홀로 남은 할머니는 혼자서 몸을 챙길 수 없는 위중한 상태라는 것을 알면서도 양로원 생활을 마다하고, 할머니가 직접 키운 채소밭에서 쓰려져 죽는 편이 낫다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할머니의 혈욱이라곤 집나간 손녀밖에 없습니다. 할머니는 딸을 먼저 떠나보내고 어린 손녀를 키우면서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자부했지만, 손녀가 사춘기를 거치면서 그들에게도 알 수 없는 벽 때문에 마음으로 심리적으로 멀어져야 했고, 결국엔 손녀도 할머니 곁을 떠납니다. 할머니에게 주어진 시간동안, 할머니는 편지형식으로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적어가며, 삶을 되돌아보고 참회하며, 자신의 마음을 담담하게 표출합니다. 그녀의 모든 고백을 통해, 손녀의 앞날을 위해 충고하고 응원하는 글들로 전개되는 소설입니다.


■ 느낀점 


살아오면서 가장 측은한 존재가 엄마이고 엄마의 엄마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이해를 할 수 없는 존재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엄마의 나이가 되어보고 엄마의 입장이 되어봐야 안다고 흔히들 말합니다. 그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절대 그럴 일음 없을 거야"라며 호언장담을 하죠.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 할머니도, 겉치레에만 신경쓰고 아이의 마음과 생각을 존중해주지 않는 성장환경을 경멸했습니다. 그리고 절대 자신의 어머니와 같은 방식으로 훈육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아이를 낳아 기를 땐 절대적으로 아아의 생각을 존중하며 어머니와 다른 훈육을 한다며 철썩같이 믿었으나, 나중에 어머니와 다를바가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들에게 빠진 것이 있었습니다. 그건 '사랑'이었습니다. 할머니도 부모님께 바라는 건 사랑과 관심이었으나,정작 자신 또한 딸과 손녀에게 사랑을 주지 못해서 후회합니다. 겉치레와 무관심을 할머니의 부모님들을 통해서 배운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자신으로부터 사랑을 채워지지 않아 외부에서 사랑을 찾으려다가 방황했고, 그 동안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방치했던 것입니다. 사랑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처럼 여러세대에 영향을 미친다는 자체가 놀랍고, 할머니가 늘 언급하는 운명의 굴레는 정말로 벗어날 수 없는 것인지 의문을 품기도 했습니다. 그 굴레를 벗어나고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에게 달렸다는 말은 늘 들어온 말이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운명의 굴레가 두렵게 다가오는 듯 했습니다. 게다가, 사랑없이 방황해야 했던 할머니의 삶엔 생각치도 못한 반전이 있어서, 당황스럽긴 했습니다. 그래도, 할머니의 판단으로 살아온 삶을 손녀에게 이해해달라는 차원에서 합리화하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서 사랑을 채우려고 하지 않은 어리석음을 후회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잃고, 홀로 남겨졌을 때, 할머니의 뒤늦은 깨달음으로 유일한 생존 혈욱인 손녀에겐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인내하며 마음에서 말할 때까지 기다리고, 마음에서 말할 때 그때 움직여서 마음가는대로 가라고(p.279) 합니다. 할머니는 손녀만큼은 자신과 자신의 딸과는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신의 고집을 내려놓고 사랑을 표현하는데서 뭉클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부모님 중에, 어머니를 측은하게 여기면서도 원망하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땐 죽음을 기다리는 할머니의 입장에서 읽다가 딸의 입장과 손녀의 입장을 오고가며 읽을 수 있었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원하는 것은 사랑이었지만, 그걸 알면서도 서로가 오외면해야만 했던 서로의 운명이 참 안타깝게만 느껴졌거든요. 딸의 입장에선 엄마가 사랑과 관심을 표출해댜 된다고 믿었고, 어머니의 입장에선 딸이 충분히 알 것이라고 믿었던, 서로 어긋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지속되었던 겁니다. 그리고 손녀대까지 넘어오는.. 그래도, 그 악순환의 굴레를 자기자신을 먼저 알고, 사랑하면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스스로 사랑도 채울 수 있고, 할머니를 향한 사랑, 어머니를 향한 사랑, 딸을 향한 사랑 그리고 손녀를 향한 사랑을 마음껏 표현하고 보다듬을 수 있거든요.


■ 좋은글귀


p. 29 너도 팔십 대가 되면 알게 되겠지. 이 나이가 되면 자신이 늦가을 나무에 매달려 있는 잎사귀처럼 느껴진단다. 햇빛은 점점 줄어들고, 나무는 양분이 될 만한 것들을 모두 거둬들이지. 질소와 엽록소, 단백질들은 모두 줄기로 흡수되고, 잎사귀는 빛깔도 탄력도 잃어버리지. 아지 나무에 매달려 있지만 떨어지는 건 시간 문제야.




p. 45-46 언젠가 한 인도 철학책에서 '운명은 필연적인 것이고, 자유의지란 환상일 뿐이다'라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어. 난 안도감을 느꼈단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몇 페이지를더 읽어보니 '운명이란 과거 행동들의 결과일 뿐이다'라고 쓰여 있더구나. 결국 운명은 자신의 손으로 만드는 거라면서 말이다. 난 출발점으로 되돌아와야 했지.


p. 76-77 변화는 소리 없이 천천히 쌓였다가 어느 한순간 폭발해버리지. 그래서 어떤 이는 갑자기 일상의궤도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삶을 살기도 해. 운명, 유전, 양육, 하나가 시작되고 다른 하나가 끝나는 곳은 어디일까? 이 미스터리를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정말 놀라게 될 거야.


p. 105 세월이 흐르면서 난 내 자신을 포기했단다. 내 마음 속 아주 깊은 부분을 버리고, 다른 사람, 내 부모님이 바라는 그런 사람이 되기로 한 거야. 말하자면 '인격'을 얻기 위해 '개성'을 버렸어. 너도 알겠지만 세상은 개성보다 인격에 더 높은 점수를 주니까./흔히들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인격과 개성을 동시에 유지하기는 힘들단다. 보통은 인격이 개성을 한방에 몰아내 버리지.


p. 109-110 가장 기본적인 진실들이 오히려 가장 이해하기 어렵다는 걸 아니? 그때 진짜 사랑은 '강인함'이라는 걸 알았더라면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강해지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돼.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에 대해 잘 아랑야 하지. 남들이 전혀 모르는 깊숙한 비밀까지도. 하지만 삶은 온갖 사건들의 연속이고, 평범한 사람들은 거기에 질질 끌려다닐 수밖에 없어. 그런데 어떻게 자신을 사랑할 수 있고 강해질 수가 있다는 걸까.


p. 117 모든 문제의 해결은 일상 속에서 나온단다.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한다는 복잡한 생각들을 버리고,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보는데서부터 출발하면 돼. 진정한 내 것이 아닌 것들, 외부에서 들어온 것들을 버리기 시작했다면 넌 제대로 가고 있는 거야.


p. 125-126 진드기와 해충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살충제를 듬뿍 뿌리고, 비바람을 막는 비닐도 씌우느라 밤낮 없이 일하면서 자기 정원이 아주 안전하다고 만족하지.그런데 어느 날 비닐을 들추어보면싹들이 모드 썩어서 죽어 있는 거야. 그냥 자연스럽게 크도록 내버려뒀다면 일부는 살아남을 수 있었을 텐데. 무슨 말인지 알겠니? 인생에는 그런 대범함이 필요하단다. 주변은 전혀 살피지 않고 자기 자신만 성장하려고 하는건, 숨만 쉬고있을 뿐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p. 243 진실로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스승은 나 자신의 목소리뿐이란다. 이걸 발견하려면 조용히 혼자서 서 있어야 해. 마치 죽은 사람처럼 맨땅 위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말이야. 처음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공포스럽기만 할 거야. 하지만 다음 순간 저 멀리서 아주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올 테지.


p. 278 너 스스로를 잘 돌봐야 한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종종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싶어질 때마다 이걸 꼭 기억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바꾸어야 할 것은 언제나 네 안에 있다는 것을. 자신에 대한 생각 없이 뭔가를 바로잡고자 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단다.


p. 278 넌 세상 모든 것들의 안에도 있어 보고, 바깥에도 있어 봐야 해. 그래야 그늘과 휴식처름 제공할 수 있고, 너 자신도 적당한 계절에 무성한 잎들, 풍성한 열매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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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은모든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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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에서 문학적 감성을 느껴보기 위해 인터내셔널의 밤 다음으로 읽은 은모든의 안락입니다. 인터내셔널의 밤보단 쉽게 읽을 수 있었던, 맥락적으로 이해하 쉬웠던 소설이예요.


■ 안락 내용 


이 소설은 안락사 혹은 존엄사를 주제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가깝고 소중한 사람의 어처구니 없는 죽음을 맞이하면서 상실감을 느끼고 그들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괴로운지를 소설의 초반에 그리면서, 소설의 주인공 지혜 외할머니가 당신의 마지막을 스스로 결정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혜네 엄마를 비롯한 아빠, 언니와 이모들이 다양한 심경을 소설 속에서 보여줍니다. 죽음의 때를 정해놓고 살날이 아직 많이 남은 가족들은 할머니의 부재를 인정할 수 없어하지만 할머니의 결정은 완강합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아주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합니다.



■ 느낀점


우리나라에서도 작년 2월 4일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었습니다. 연명의료결정법이란 회생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사망에 임박한 환자에게 연명 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법을 말하는데요. 환자 스스로가 연명의료 결정을 내릴 수 있어요. 이 소설에서 할머니가 유럽여행을 아주 신나게 즐기고 돌아와서, 자신은 5년 후에 죽음을 결정했으니 가족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선언합니다. 가족들은 정정한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선언에 당혹감을 금치 못합니다. 정정한 할머니가 갑작스럽게 죽음을 선택한다고 했을 땐 가족들의 입장에선 당연히 그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가족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없는 노령자 혹은 환자들의 입장이라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안타까워요. 작년 11월에 돌아가셨던 우리 할머니는 당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손발이 묶인채 연명을 하셔야 했습니다. 치매가 걸린지 얼마되지 않았을 땐, 거동은 가능하시니 할머니의 죽음을 감히 예상하긴 힘들었지만, 거동도 안되고 당신의 의지마저 없을 땐 산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닌, 애매하게 존재하는 그차제가 안타까웠어요. 연명의료결정법안이 통과되어도 할머니께는 절대 적용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할머니께 죽음을 생각해볼 충분한 시간을 드릴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가족들인 우리가 함부러 판단하기 힘든 아주 애매한 상황이었죠. 그런데, 지혜의 할머니를 보니, 참 부러웠습니다. 자신의 존재의 가치가 딱 5년이라는 걸 스스로 판단하고, 남은 생은 재미있게 살아가면서 죽음을 기다리는, 죽음에 대한 선택의 자유가 할머니에게 있다는 것 자체가 부러웠습니다. 소설 초반에 지혜의 친구 이삭은 동생과 아버지를 이별의 준비 시간도 없이 갑자기 떠나 보내야 했습니다. 사랑하는 존재를 갑자기 잃었을 때의 상실감과 고통은 어머어마 해요. 죽음이라는 것이 인간이 다룰 수 있는 영역이 아닌 줄 압니다만, 죽음이라는 걸 스스로 직시할 때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갈지,어떻게 죽음을 맞이할지, 가족들과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결정할 수 있는 여유와 자유가 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을 것 같아요. 연명의료결정법이 통과되기 전 연명치료가 진행되었던 것은 삶에 대한 우리들의 집착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자신을 비관해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 아닌, 죽음을 생각하되 남은 생을 어떻게하면 보람차고 의미있게 살아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모든 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 좋은글귀 


p. 23-24 정신이 번쩍 들었다. 졸음에 취해 있던 나는 그제야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었다. 할머니가 개운하게 정리한다는 것은 상속 문제 따위를 미리 매듭짓겠다는 말이 아니었다.할머니는 가족들 앞에서 오 년 안에 자의로 당신의 생을 마감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p. 39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가족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기는커녕 바울과 아빠를 한꺼번에 앗아간 신의 의도였다. 이삭은 그 점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애를 쓰면 쓸수록 어떠한 의도를 가진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신을 믿어온 날들에 화가 치밀어오를 뿐이었다.


p. 121 할머니의 말은 나무라는 투가 아니라 따뜻했고, 나는 괜히 코끝이 시큰거려서 고개만 끄덕였을 분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했다. 잠시 뒤에 할머니는 이제 그만하면 됐다는 듯 내 손을 물리더니 끙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내게 실망할 것 없다고 했다. 무슨 얘긴가 싶어 돌아보니 원래 담금주는 숙성시켜서 먹어야 진가가 드러난다는 것이었다. "다 제때가 있는 거지. 사람이고 술이고 간에.그런 이치야."

p. 148-149 또한 여든을 넘기고 가게 일에서 물러난 뒤에는 곳곳에 탈이 나는 자신의 몸을 돌보느라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그러나 스스로 선택한 마지막 순간, 할머니의 표정은 편안했다. '개운하게 가겠다'라던 결심이 그대로 이루어진 듯 모든 짐을 내려놓고 떠나는 할머니의 입 끝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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