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살아요, 돈은 없지만 - 청담 사는 소시민의 부자 동네 관찰기
시드니 지음 / 섬타임즈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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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소 성취지향의 성향으로 남다르게 살고픈 욕구가 상당한 육아맘입니다.

그래서 성취하고 남다르게 살아가는 어나더 레벨의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곤 해요.

그들의 삶을 공부하면서

공통적인 면모가 포착되었습니다.

어줍잖게 자신을 포장하지도 않고

어줍잖게 스펙과 연봉을 내세우지 않으며

남들에게 보여주기식 소비를 지양하고

필요에 따른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합니다.

오히려 절약과 저축이 몸에 밴 사람들이며

절제력과 인내심이 상당하며

타인을 호구조사하지 않으며

타인 그 자체로 존중할 줄 아는 태도와 매너를 지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소탈하게 살아가는 부자 사람들이 사는 동네가 있다고 해요.

그곳은 청.담.동 입니다.



>> 시드니 그녀는 누구인가?


이 책의 저자 시드니는 이미 브런치에서 유명한 작가입니다. '청담동은 명품을 안 입는다'라는 제목으로 브런치에 글을 연재했는데 이 글로 35만 조회수를 돌파했습니다. 이는 부자에 대한 대중들의 호기심을 저자 시드니가 어느정도 해소해줬다는 결과라고 볼 수 있겠어요. 물론 그녀의 필력이 독자들의 마음을 이끄는 어떤 힘이 있는 건 분명합니다.







>> 책의 구성 및 내용



이 책은, 나는 수상한 이웃과 산다/청담동은 드러내지 않는다/청담동에는 왜 독립서점이 없을까/부자동네에서 잘 숨어사는 법라는 제목으로 크게 총 4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부자동네의 부자들의 삶, 일반 소시민의 입장에선 늘 호기심이 무심히 곤두서잖아요? 부자들은, 그러니까 부자들에 비해 (재산기준) 일반 서민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그들은 진짜 특별한 것일까요? 그리고 항상 돈만 밝히고 교만한 사람들이고 일반 사람들을 대놓고 무시할까요?


부자에 관한, 그러니까 편견과 부러움이 섞인 궁금증이 누구에게나 있을꺼예요. 청담동에서 부자이웃들과 살아가는 저자 시드니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그들에 대한 궁금증이 어느정도 해소될꺼예요.








>> 책 읽고 느낀점



저자 시드니는 자신의 브런치에 가볍게 쓴 글 "청담동은 명품을 안 입는다"로 35만 조회수를 달성했다고 합니다. 일반인들이 평소에 부자들의 삶이 그만큼 궁금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며, 그들의 이야기는 늘 뜨거운 감자이자 도파민을 급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청담동에 우연히 살게 된 저자가, 청담동에 살면서 청담동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곳에서 생활하는 분위기를 한 권의 책에 담았습니다.

보통 "청담동"이라고 한다면

가장 무엇부터 떠오르시나요?

저는 부.자.동.네 라는 표현부터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그 이유는 청담동을 거닐 때 명품매장이 가로수길로 쭉~ 이어져있는 한산한 거리가 기억나거든요. 유동인구는 많지 않으나

어쩌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고급 스포츠카를 당당하게 몰며 부를 대놓고 자랑하는 듯한, 소시민 배 아프게 만드는 그런 곳이라는 부러운 편견부터 가지게 되죠.

허나, 저자 시드니가 담은 책 속의 청담동 사람들은 돈이 있다고 자랑하거나 스펙이 화려하다고 대놓고 표현하는, 허세의 농도가 짙은 또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반대로 겸손하고 절제력이 강하며 소소한 옷차림에 아주 편안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아주 인간적인 면모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걸 저자가 알려줍니다.

이 부분에서 아주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100프로 공감되는 부분이기도 해요.

저도 종로구에 어느 부촌에 밀접하게 붙은 허.름.한 주택가에 살았는데요. 부촌에는 평당 시가가 어마무시한 아파트가 있어요. 아일 낳기 전엔 그곳을 멀리하면서 지나다녔어요.

"외부인출입금지"라는 표지판이 위협적으로 느껴졌고 강남권 부촌 아파트에선 이를 두고 갑을 논박이 많았던 이슈여서, 봉변을 면하고자 멀리했어요.

하지만 아일 낳고 아이의 발걸음대로 움직이다가

금기의 경계를 넘어서 그 아파트로 자연스럽게 입성했어요. 금기표지판 넘어로 발길을 닿는 순간 은근히 긴장했어요. 어떻게든 아일 데리고 그곳을 빠져 나가려는 순간, 오히려 그들은 아이와 저를 환대해주었어요. 그들은 절대 어디에 사는지, 뭐하는 사람인지 등, 부 축적 여부와 스펙 따위 궁금해하지 않았어요. 그냥 사람 그 자체로 보고 아일 둘러싼 이슈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했어요.

그들 또한 고스펙에 고연봉인 걸 대놓고 자랑하듯 내세우며 절 기죽이는 일이 없었습니다. 서로가 불편해질 수 있는 이슈는 내색하지 않았어요.

저자 시드니가 35만 조회수를 달성한 제목의 글처럼, 그들은 명품을 자랑하듯 걸치지도 않습니다. 그들이 필요해서 구매하지 일부러 자랑용도로 걸치지 않아요. 무엇보다 겉치레식에 혈안이 된다기보단 내실을 단련하고 성장시키는데 집중해서, 본보기가 된다는 면도 빼놓을 수 없거든요.

평소에 부자들이 부를 쌓을 수 있었던 그들만의 마음가짐과 태도에 관하여 진짜 관심이 많은데요.

그간 자기계발서적인 저서를 통해서 그들을 접했다면 저와 같은 일반인이 직접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느낀바를 글로 담아서 평범한 시선으로 그들과 만난 듯 하여 재미있게 책 한 권을 뚝닥 읽었어요.

물론 개인적인 경험이 그 세계와 사람들의 전부라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부자라고 해서

인간답지 못하고 사치스럽다는 편견 정도는 버릴 수 있을겁니다. 저도 근처서 살아보고 그들을 경험해보니 선하고 겸손한 부자들이 있다는 걸 알았거든요. 세상이 삭막하다는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었고 그들의 안정적인 정서에 기대서 행복한 육아를 즐길 수 있었답니다.






>> 책글귀



p.112 가끔 직업 정도 물어보는 분은 있었는데 내가 하는 대답의 이면까지 파악하려는 분은 없었다. (중략) 어느 누구도 지금 거주하는 곳 위치 외에는 묻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나도 자연스럽게 누군가에게 신상에 대해 거의 묻지 않는다.


p. 116-117 빈부격차 스펙트럼이 대한민국엣 가장 넓은 이곳은 서로 조심하고 돈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괜히 돈 이야기를 했다가 망신을 당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줄 수 있으니까. 누군가에게 부를 자랑하거나 괜한 정보를 오픈하면 좋은 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다들 암묵적으로 알고 있다. 혹여 눈치를 채더라도 말하지 않고 살아가는것, 그게 청담동에서 배운 삶의 지혜다.


p. 125-126 맘카페가 없어도 청담동 어머니들은 평온하게 잘 산다. 맘카페에 대해 여러 견해가 있지만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맘카페는 계륵이라고 본다.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살 수 있는 존재. 아이가 커갈수록 불특정 다수가 제공하는 정보보다는 2~3년 앞서 또는 6~7년 앞서서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는 어머니 한 분이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감사하게도 내 주변에 그런 분들이 계신다.


p. 173 그런데 청담동은 주거 형태는 비슷한데도 개미 발자국 소리 하나 나지 않는다. 물론 고급빌라도 섞여 있지만 대부분은 다세대 주택이다. 여름에서 가을이 넘어가는 무렵 베란다 창문을 열어놓고 가을 야구를 시청하는 사람이 한두 명이라도 보여야 하는데 다들 방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조용한 일상을 보낸다.


p. 207 금수저든 아니든 간에 항상 긍정적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을 보면 삶의 밀도가 높다. 물질이든 마음이든 나의 그릇을 채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오롯하게 거울만 바라보며 내 인생에 뭘 채울지 고민한다. 크든 작드 어떤 노력으로 삶이 변화를 불러일으킨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존감이 높고, 인생 자체가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기에 타인에게도 관대하다.


p. 221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세상이 예측된다는 느낌이 든다. 세상은 생각보다 유기적이어서 눈앞의 사탕이 없어지면 다른 사탕을 사면 되고, 사탕이 없어지면 새로운 간식을 찾으면 된다 인생을 살아가다가 갑자기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터지면 주변 사람들이나 전문가를 통해 해결하면 된다. 복잡하고 거미줄처럼 엮인 세상에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다.


p. 233 그나마 청담동 사람들보다 내가 조금 나은게 있다면 그건 어휘력이다. 고급 어휘나 예술 언너는 잘 모르지만 세상에 떠다니는 다양하고 센스있는 어휘를 많이 알고 있어 대화를 할 때 감정이 될 때가 많다. 이는 내가 인문학 서적이나 소설을 많이 읽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청담동 사람들에게 섞여 사는 비결이 겨우 독서라는 게 어이없지만 물려받은 문화자산이 없는 내가 스스로 만들 수 있는 후천적 생산재는 다독으로 인한 어휘력 뿐인 것 같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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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의 생각법 (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한국 최고의 승부사 조훈현의 삶의 철학 인플루엔셜 대가의 지혜 시리즈
조훈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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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오로지 한 가지만 집중하고 집중하기 위한 그들의 마음가짐은 열려있으며 유연한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끊임없이 예민하게 생각하고 사유하려는 태도가 그들을 고수의 자리로 이끌어갑니다. 고수는 이렇게 남다릅니다. 그들의 생각법에는 내공이 깃들어있으며 철학도 담겨져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바둑황제 조훈현의 《고수의 생각법》은 읽어볼만합니다. 아니, 읽으면 큰 도움이 됩니다.


>> 고수의 생각법 구성


이 책은 <고수의 생각법> 10만부 기념 에디션으로, 1단) 생각 속으로 들어가라 2단)좋은 생각은 좋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3단)이길 수 있다면 반드시 이겨라 4단)판을 읽는 능력을 길러라 5단) 궁극의 그림을 그려라 6단) 승부의 세계에서 복기는 기본이다 7단)나눔으로 생각의 규모를 키워라 8단)무엇보다 사람을 남겨라 9단)세월을 이기려거든 일단 걸어라 10단)생각을 위한 여백을 확보하라, 총 10챕터에 해당하는 10단으로구성되어 있습니다. 세계최다승 기록을 보유한 바둑계의 전설, 조훈현 국수가 바둑에 기반을 두고 삶의 철학과 혜안을 담은 책입니다.


>> 느낀점


어린시절, 만화를 보려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보면 KBS 1에서 화면을 꽉 채운 바둑판에 흰돌과 검은돌로 정적인 경쟁을 하는 모습을 종종 봤더 기억이납니다. 어린시절엔, 바둑 자체가 그렇게 심심해보였어요. 재미도 없고요. 그런데 성인이 되어 삶의 쓴맛 단맛 다보고, 어느정도 철이 들어서, 바둑에 담긴 의미를 조금씩 접하곤 바둑엔 삶이 있다는 걸 배우게 됩니다. 드라마 <미생>, <응답하라 1988>, 그리고 <더 글로리>에서 상징적으로 등장했던 바둑은, 단순히 흰돌과 검은돌의 땅따먹기식 게임이 아니라는 걸 알게되었지요. 그래서 바둑을 깊이있게 알진 못해도, 바둑을 들여다보면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정도 알게되면서, 바둑이 조금더 친숙해진건 사실입니다.


게다가, 바둑 국수로는 이세돌과 이창호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고수의 생각법》으로 알게된 조훈현 국수. 이미 바둑계에선 세계적으로도 최다승을 보유한 전설급 프로 국수라는 사실에, 입이 쩍 벌어집니다. 게다가 《고수의 생각법》은 2015년에 처음 출간되고 이후로 총 10만부가 팔렸으니, 조현훈이라는 분이 얼마나 대단한 고수인지를 짐작케 합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바둑 경기의 과정이 만화의 한 장면처럼 세밀하게 연상됩니다. 겉으로 보기엔 그냥 흰돌 검은돌 옮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양측의 선수들은 단순한 생각으로 흰돌 검은돌을 옮기지 않는다는 것. 각자의 심리를 살피는 고도의 전략이 필요한 경기라고 인지하면, 바둑은 손에 땀을 쥐게하는, 누구하는 이기고 한쪽은 저야하는 냉정한 제로섬 게임이라는 것입니다. 무엇이든 알고보면 흥미롭고 재미있는 법. 바둑황제 조훈현은 바둑 경기에 흥미를 느끼도록 서술합니다. 그리고 빼놓지 않고 서술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들. 마음에 와 닿는 좋은 글귀들이 많아서 아래와 같이 엄청 옮겨적었어요. 다 옮겨 적지 못한 것이 함정.


바둑의 전설 조훈현은 바둑 신동이였습니다. 어린 나이에 한국에서 자유롭게 바둑을 두다가 일본으로 넘어가 일본 바둑계의 큰 스승, 세고에 선생님 댁에 약 9년간 머무르면서 그를 통해서 바둑을 배우게 됩니다. 세고에 선생님은 많은 말과 훈수로 조훈현에게 바둑을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당신 스스로 본보기를 보여주면서 조훈현 스스로 답을 찾도록 여유를 주었고 바둑에 대한 도(道)를 알려주었습니다. 그덕분에 그는 유연한 사고로 세계 최다승과 타이틀 최다 획득 기록을 보유하는 쾌거를 누리게 됩니다. 물론 그의 결과만 보면 정말로 화려하고 삶에는 즐거움만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가 고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좌절도 많았고 좌절을 해석하는 힘과 좌절을 딛고 일어나는 유연한 생각 덕분입니다. 그의 가장 큰 좌절은 자신보다 훨씬 어린 제자, 일명 <돌부처> 바둑을 두는 이창호로부터 최고위전 타이틀을 뺏긴 경험입니다. 제자가 스승을 이기다니. 제자가 스승을 이겨도 마음이 썩 편지 않겠지만, 스승이 제자에게 공개적으로 패한 경험은, 명예 회복을 하는데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좌절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조훈현은 제자 이창호로부터 자리를 뺏기는 순간, 마음이 너무나 자로웠다고 합니다. 다 털고 새롭게 시작할 때의 기분을 느낀겁니다. 그만큼 조훈현에겐 최고위전 타이틀을 지키는 것이 큰 부담이였던 것입낟. 정상에서 떨어지는 그림은 받아들이기 참 어색한 상황일진 몰라도, 제대로 바닥을 치니, 나빠질 것이 없다고 느꼈다는 국수 조훈현.


그의 이와같은 유연한 생각법은 재기에 힘을 실어줬고 그 후 3년 뒤에 제자 이창호에게 다시 도전장을 내밀어서, 결국 다시 정상에 우뚝서게 됩니다. 나같으면 어린 후배에게만 져도 자존심이 상하고, 승부의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마음을 약해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고수는 고수입니다. "이기기 위해서" 무조건 최선을 다하되, 승부 결과를 냉정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태도. 이와 같은 태도는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며 다시 이길 수 있는 싸움을 위해 몰입하게 합니다. 조훈현은 책에서도 언급합니다. 자신감을 가지기 위해선 많은 도전을 해보고, 수많은 실수를 경험하면서 성취의 기회를 마주하라고 합니다. 자신감은 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가질 수 있다고 합니다. 많이 경험하고 많이 지고 실패하는 경험을 통해서 자신감도 얻고 이기는 방법도 터득하라는 고수의 생각법.


우리는 지지 않으려고 무수히 머릴써왔습니다. 이런 태도는 실패에 대한 면역력이 축적되어 있지 않고, 늘 실패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했습니다. 사고력도 고정되어 있으며, 창의적이지 않고 주입과 암기에만 익숙합니다. 실패의 순간엔 좌절부터합니다. 일어나기 힘들어하고 자존감은 바닥을 치게 되는 악순환을 경험하게 되죠. 성취감은 남의 나라 이야기입니다.

허나, 《고수의 생각법》에서 알려주는 것처럼, 우린 자신의 능력 탓 환경 탓을 하지 말되, 바로 지금 여기서, 최선을 다하는 삶에 집중하면 됩니다. 최선을 다하다가 쓰러지고 실패해도, 그 자리에서 딛고 일어나면 됩니다. 세상살이를 바둑처럼 본다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합니다. 문제를 풀어내려는 의지만 있으면 문제들은 반드시 해결된다고요. 다만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려는 것이 문제라는 점. 문제를 나아프고 고통스럽게 해도 예민하게 들여다보고 해결하려들면, 문제는 바둑처럼 풀려간다고 합니다.


삶을 살아가는 그 자체가 고통이기에, 우리가 지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삶은 우리가 예상치도 못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우리의 태도와 사고방식은 유연하고 폭이 넓어야하며 자유롭되 시기적으로 적절한 절제력과 인내도 필요합니다. 이를 받아들이면, 우리의 삶은 해석하는 재미로 살아갈만 할지도 모릅니다.


>> 마음에 와닿는 글귀


p. 31 세상사를 바둑판이라고 생각한다면 풀지 못할 문제는 없다. 문제는 반드시 해결된다. 해결될 때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근성만 있으면 된다. 그 근성이란, 바로 생각이다. 해결할 수 있다는 근정성.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 그리고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데에 필요한 모든 지식과 상식, 체계적인 사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개념을 나는 '생각'이라고 부르고 싶다.

p. 31-32 만약 세상사가 바둑판과 같다면,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당장 도무지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건드리면 건드릴수록악화될 것처럼 보이지만, 의지를 갖고 바라본다면 해결책은 반드시 있다. 물론 그 해결책이라는 것이 항상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최상이 아니라면 최선의 노력을 위해 노력하고, 그것도 아니라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혹은 양보와 타협을 하거나 깨끗이 포기하고 다른 목표로 옮겨가는 것 역시 일종의 해결책이다.

p. 34 삶은 그 자체로 시련이다. 오로지 생각하는 힘만이 그 시련을 의미 있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나는 그 과정이야말로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p. 46 생각의 자유를 주면 아이는 스스로 생각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는 개성이 강해지고 자아가 단단해진다. 인생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끌어갈 자신감과 확실한 인성이 형성될 수 있다.

p. 47 사람들은 행복이 돈이나 명예, 성공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진짜 행복은 단단한 자아에서 온다고 믿는다. 자아는 자존감이다. 자아가 단단하면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남들의 시선이나 사회적 잣대에 휘둘리지 않고 신념대로 행동한다.

p. 48-49 (중략) 나는 창의성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끈질긴 탐구심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태어나면서부터 천재적인 두뇌를 부여받았다고 해도 호기심과 탐구심이 없다면 창의성은 발현되지 않는다.(중략) 창의성은 꼭 뭔가를 발명한다거나 새로운 예술품을 만드는 것만은 아니다. 창의성은 도처에 있다. 나는 우리 아내가 나를 위해 해주는 요리에서도 창의성을 느낀다. 똑같은 음식을 해도 뭔가 다르기 때문이다. (중략) 나는 창의성의 넓은 의미가 '남과 다른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p. 50 창의적인 생각의 과정은 어느 분야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핵심은 바로 문제의식과 질문이다. 이 문제를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 무엇이 잘못된 걸까? 이렇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상식과 지식을 동원하여 추측을 할 후 해결책을 찾아나간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바로 창의성의 과정이다. (중략) 창의성의 기본적인 출발점은 바로 '질문'이다. 질문은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나 문제나 결핍 등에 예민한 사람이 한다.

p. 53-54 따라서 순간순간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면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 당장 답을 찾기 힘들다고 회피해서도 안 된다. '이 문제는 왜 이런 걸까?','어떤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까?','무엇이 옳은가?',' 어떤 방법이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가?' 이런 질문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답을 구해야 한다. 나는 이러한 질문과 대답의 사유체계가 바둑판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공부, 일, 인간관계, 자기관리 등에 두루 적용될 수 있다고 믿는다. 암기하는 지식은 오래가지 않지만 질문과 대답을 통해 이해한 지식은 내 것이 된다. 단지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것만으로 실력과 능률이 향상되며 인격적으로 더 완성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고민하여 얻은 답이 늘 최선의 결과를 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에 후회도 적고 책임질 마음의 자세를 가질 수 있다.

p. 67 생각은 행동이자 선택이다. 어떤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는 그 사람의 선택을 보면 알 수 있다. 백 마디 멋진 말이 무슨 소용인가. 단 하나의 잘못된 선택을 하면 그것으로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다 드러난다.

p. 68-69 정상은 아무나 가지 못한다. 그냥 열심히 한다고 다 가는 것도 아니고 실력이 좋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운도 있어야 하지만 인성과 인품도 따라줘야 한다. 특히 마음이 강해야 한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정상의 무게를 견녀낼 만한 인성이 없으면 잠깐 올라섰다가도 곧 떨어지게 된다.

p. 69-70 인성과 인품을 기른다고 당장 뭐가 잘되는 건 아니다. 성적이나 실력이 불쑥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이를 위해 애를 써야 하나. 차라리 그 시간에 문제집이나 더 들여다 보는 게 낫지 않을까. 당장의 이익만 생각하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인성이 평가를 받는 순간은 생각보다 빨리 온다. 평판이 만들어지는 건 순식간이다. 매일매일의 행동, 말투, 표정 등에서 인성이 드러날 수 밖에 없고 그것이 평판이 되어 나에게로 돌아온다.

p. 77-78 인성, 인품, 인격은 그냥 보여주는 것이다.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제자가 보고 배우게 하는 것이다. 제자가 내 기준에 어긋나는 듯해도 야단칠 필요가 없다. 스승이 중심을 잡고 있으면 제자가 알아서 잘못을 깨닫고 고친다. 또 고치지 않더라도 괜찮다. 그건 시대가 달라서 그런 것이지 생각이 달라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스승의 시대에 지켜야 했던 원칙이 제자의 시대에는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정신만큼은 그대로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와 똑같은 것이 부모와 아이의 관계다. 인성 교육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냥 보여주면 된다.

p. 104-105 나는 세상이 바둑처럼 경쟁만 있고 1등만 살아남는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떠한 삶을 살든 자신만의 영토를 넓히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영토 확장이 꼭 성공과 출세, 승리만을 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 꿈을 실현하는 것, 그리하여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 거. 그것이 바로 세상에서의 영토 확장일 것이다. 항상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이왕이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 더 행복한 삼을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남과의 경쟁을 치러야 하는 것이라면 두려워히지 말고 뛰어들어야 한다.

p. 123 스스로 강한 자는 절대로 변명하지 않는다. 열심히 노력하는 자는 지더라도 당당하다. 내가 승부에 졌다면 그건 내가 덜 강하기 때문이다. 그걸 인정하고 노력하면 된다.

p. 132 일상을 살아갈 때도 매 순간 자신감이 흘러넘치는 태도로 행동해야 한다. 특히 결정적인 승부의 순간이라면 의식적으로 어깨를 펴고 고개를 치켜들고 더 당당하게 걸어야 한다. (중략) 자신감은 든든한 배경, 탄탄한 실력, 멋진 외모에서 나오기만 하지만 일종의 자기애, 최면이기도 하다. 나나도 할 수 있다. 나도 못할 게 없다. 저 사람에 비해 내가 꿀릴 게 없다. 이런 생각을 하며 수없이 자기최면을 걸어야 한다.

p. 132-133 자신감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자신감을 기를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여러 종류의 시험과 테스트에 도전하는 것, 수없이 면접을 보는 것,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하는 것,낯선 일에 도전하는 것, 더 어려운 업무를 수행하는 것 등. 이런 경험을 반복해야만 더 노련해지고 영리해진다. 처음에는 자꾸 실수를 저지르고 야단을 맞아서 스스로 초라해지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느껴지겠지만 그리고 그럴수록 자신감이 추락하겠지만, 이런 경험이 반복되어야만 자신감을 쟁취할 기회, 즉 성취할 기회를 갖게 된다. 이기기 위해선 먼저 수없이 져야 한다. 따라서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만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p. 141-142 사람들은 현실에 불만을 갖고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깨달은 바로는 지금, 여기, 바로 이 순간이 최고의 환경이다. 불만을 갖고 환경 탓을 하면 아무것보 바꾸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여기가 치선의 자리라고 생각하고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 달라지기 시작한다.

p. 143-144 인생도 그렇다. 사람은 각자 자신의 고난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기에 자기만 불행하다고 여긴다. 다른 사람들은 좋은 부모를 만나 편하게 사는데 왜 나만 혼자 고생인 걸까. 다른 사람들은 얼굴도 잘생기고 몸매도 좋은데 왜 나만 이런 못생긴 모습으로 태어났나. (중략) 하지만 멀리서 당신을 바라보는 사람은 또이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중략) 세상은 그런 것이다. 불공평하게 굴러가는 것 같지만 상대적으로 보면 다 똑같다.

p.163 고수는 내가 가보지 못한 수많은 길을 아미 지나온 사람이다. 나는 이작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급급하지만 고수는 그 일뿐 아니라 다른 일까지도 저 위에서 급어보면 침작하게 대응한다. (중략) 우리는 늘 초보의 마음으로 고수의 지시와 가르침을 따라야 한다. 그런 자세로 계속 임하다보면 어느새 남들이 나를 고수라고 불러주는 날이 올 것이다.

p. 210-211 아파도 뚫어지게 바라봐야 한다. 아니 아플수록 더욱 예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실수는 우연이 아니다. 실수를 한다는 건 내 안에 그런 어설픔과 미숙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수를 인정하고 고치지 않는다면 영원히 미숙한 어린아이 상태로 살아가게 된다. 인정하고 바라보자. 날마다 뼈아프게 그날의 바둑을 복기하자. 그것이 나를 일에서 프로로 만들어주면, 내면적으로도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시켜줄 것이다.

p. 213 생각을 많이 해본 사람이라면 어떤 계기에 의해 사고의 틀이 와장창 깨지면서 머리가 뻥 뚫리는 듯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세워온 사고의 질서가 무너지면서 잠시 혼란을 느끼게 되지만, 그것을 잘 소화하고 나면 더 높은 차원으로 사유할 수 있게 된다. 다른 사람의 사고 체계를 받아들이면 이처럼 머릿속에 혁명이 일어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열린 마음이 우선이다. 적을 적으로만 본다면 결코 배울 수 없다. 적이라도 존경심을 가지고 좋은 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경쟁과 미움만 앞세우면 결코 발전할 수 없다.

p. 226 늘 이기기만 한다면 그것도 정말 무료한 삶일 것이다. 실패가 있기 때문에 성공이 더 의미가 있다. 꼭 이겨야 한다는 경직된 사고를 버리고, 이길 때가 있으면 질 때도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훨씬 편해진다.

p. 311 창의적인 생각은 머릿속이 오만 가지 생각으로 채워져 있을 때 결코 떠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비워내고 멍하게 있는 순간에 번쩍 떠오른다. 날마다 방해받지 않는 생각의 시간을 가지면 예전보다 짜증도 덜 내고 차분해지고 훨씬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p. 313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고독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모든 성공한 사람은 고독 속으로 자신을 떨어뜨린다. 이들은 일부러 세상과의 접촉을 차단하고 오랜 시간 홀로 자신과의 싸움을 벌인다. 모든 위대한 작품, 뛰어난 실력은 고독을 통해 탄생한다. 혼자서 고민하고 사색하고 연습하는 시간없이 어떻게 실력이 쌓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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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의 단어들
이적 지음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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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도 통찰력이 남다른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만 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사색하고 사유를 하길래, 마음을 건드리는 표현을 나오는지 늘 궁금하기만 합니다. 그들을 닮고 싶어서, 그들이 쓰는 말을 들여다봅니다. 그들이 쓰는 말을 보면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내가 동경하는 여러 사람 중에 이적이 쓴 산문집 《이적의 단어들》을 읽고, 이적만이 창의력과 창작력에 감탄했습니다.



● 이적의 단어들 구성


이 책은 1부) 인생의 넓이 2부) 상상의 높이 3부)언어의 차이 4부)노래의 깊이 5부)자신의 길이,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부의 제목과 관련한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단어로 다양한 관점으로 풀어낸 짧은 글들이 인상적입니다.



● 느낀점


<이적의 단어들>을 이적의 인스타로 처음 접했습니다. 특정 단어를 적어두고, 그 단어를 다른 관점을 해석하거나, 단편적인 소설을 연상케하는 글을 쓰기도 하고, 철학도 담겨있으며, 한참을 생각하게 하는 하이 코미디도 담겨져 있습니다. 그가 제시한 단어와 글을 보면, 그간 방대한 분야의 책을 섭렵하고, 사색하고, 섬세하게 관찰하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적을 <패닉>으로 데뷔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가수로 데뷔한 그는 음악을 전공했던 사람이 아닌, 사회학 전공자라는 것. 그런 반전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을 때, 그당시엔 표현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두뇌가 아주 유여한 사람이였던 겁니다. 두뇌와 마음에 한계가 없는 사람인 것이지요. 늘 열려있는 깨어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고, 유연한 사고를 지닌 그가 많이 부럽기도합니다.

《이적의 단어들》에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단어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인생, 지혜, 멀미, 고스톱, 시간, 영화관, 라면, 가르마, 좀비, 기차, 친절, 칫솔, 층간소음, 멀티태스킹, 씨앗, 짜증, 솜사탕, 삼시 세끼, 자유, 근심 등 각각의 단어들로 단편을 담았습니다. 소설같기고 하고, 노래가사 같기도 하며, 철학과 코미디 같기도 한 단편들. 1차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아주 소사한 단어들을 입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그저 신기하기만 합니다.

다양하게 많은 걸 주입하는 것이 내가 똑똑해지는 지름길이라 여겼으나,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요즘 느끼고 있는데요. 한 단어로 관점을 전화하고 확대하고 확장해나가는 훈련이 어쩌면 지혜롭고 통찰력 깊은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이끌어 줄지도 모릅니다. 각 단어에 담긴 단편들에 마음이 머무는 시간이 좀 길긴합니다. 생각하게 만들거든요. 각각의 단편에 여백이 있습니다. 독자 스스로 생각하는 여유의 공간인 것 같습니다. 여유를 두고, 이 단편이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이적의 단어들》은 이적만의 창작력과 창의력도 돋보이기도 하고, 독자들 스스로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권하기도 합니다.



● 마음에 와닿는 글귀



p. 30-31 <악순환> 상처에 가시가 돋고, 가시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그 상처에 가시가 돋고, 가시가 또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p. 38-39 <가치> 가치란 그런 것. 급격하든 완만하든 상황과 시절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러니 지금 내가 귀하게 여기는 것들의 가치 또한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일.


p. 50-51 <송년> 한 해 한 해 갈수록 귀하다. 한 달 한 달이 더없이 소중하다. 하루하루가 뼈저리게 아쉽다. 그런데 왜 꼭 연말이 되어서야 그걸 깨닫나.


p. 82-83 <물방울> 수도꼭지 끝에 매달린 물방울은 필사적으로 떨어지지 않으려 버텼다. 그는 몰랐다. 그 또한 먼저 떨어진 물방울 덕에 서서히 물방울로 자라났음을. 그가 떠난 뒤에 역시 그와 닮은 물방울 하나가 같은 자리에 자라날 것을. 낙하의 순간이 다가온다.


p. 116-117 <원만> 둥글어진다는 건 무뎌진다는 걸까. 아니, 뾰족했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을 섬세하게 느낀다는 거겠지. (중략) 반면 둥근 원이 구를 땐 모든 부분이 빠짐없이 닿으며 땅 위의 전부를 느낄 테니, 무릇 뾰족한 사람을 두려워 말고 둥글둥글한 사람을 어려워하라. 사실 그는 모든 걸 파악하고 예민하게 주시하는 것이다.



p. 118-119 <변화> "너 변했어"라는 말은 힐난이지만 "몰라보게 바뀌었네"라는 말은 찬사일 때가 있다. (중략)변하지 않으면서 변화할 수 있을까. 둘은 다른 것일까. 변화는 불가피하게 무언가와의 단절을 수반할 터인데, 단절된 쪽에서 보기엔 '변해버린' 것 같겠지만, 단절한 쪽에선 '변혁을 일으킨' 것이다. 사람을 두려워 말고 둥글둥글한 사람을 어려워하라. 사실 그는 모든 걸 파악하고 예민하게 주시하는 것이다.

p. 208-209 <욕심> 욕심 없어 보이려는 것도 나의 욕심. 어쩜 가장 정직하지 못한 못난 욕심. 그렇다고 누가 마냥 욕심부리는 건 참지 못하겠으니, 욕심을 참는 시늉이라도 했으면 하는 작은 욕심.


p. 218-219 <근심> 마음엔 근심의 방이 있지. 늘 무엇으로든 꽉 차 있어. 한두 가지 근심을 겨우 떠나보낸 뒤, 혹시나 들여다보면 새 근심이 차오르고. 방을 없앨 수 없단 건 나도 알아. 방문을 열지 않으려 애쓸 뿐. 다만 얄궂게도 잠기질 않아서 매일 밤 삐거덕 소리와 함께 근심은 또 슬그머니 흘러나오네. 오늘도 우리 모두,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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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여행법 - 불편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관하여
이지나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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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데리고 동네를 벗어난 여행을 결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대신,쉽지 않은 결심을 세우고 여행을 떠나고픈 갈증이 있습니다. 이지나 작가의 《어린이의 여행법》을 읽어보면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을 동경하게 됩니다. 여행하는 동안, 아이는 부모가 지켜야 하는 작은 존재가 아니라, 또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행 동반자라는 걸,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됩니다.



● 어린이의 여행법 내용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십여년간 아이와 함께 국내외 여행을 다닌 스토리가 담겨져 있습니다. 블로그나 인스타의 사진 단면으로 보이는 환상적이고 평화로운 여행이 이나라, 여행의 과정에서 마주할 수 밖에 없는 다이나믹한 여정 속에서 깊은 깨달음을 얻는 글귀로 가득합니다. 특히, 아이를 통해서 말이죠. 아이 입장에선 힘겨울 수도 있는 여행. 그러나 아이는 여행 중 희노애락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모습이 참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


● 느낀점


아장 아장 걷는 아이와 집 밖을 나가도 무심히 놓였있는 돌맹이와 솔방울, 바람에 날리는 낙엽을 아이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일이 많아집니다. 아이 낳기 전에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던 자연에 더 가까워지고, 자연의 존재가 당연하지 않다는 걸 그제서야 깨닫게 됩니다. 자연이 주는 장난감(돌, 흙, 나뭇잎, 나뭇가지 등)으로 아이는 감각을 익혀가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휴식을 취하며 햇살이 전하는 따스함과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는 날도 많았지요. 아이와 함께하면, 그동안 무심히 봤고 무관심하게 봤던 것들이 면밀히 바라보는 집중력이 생기며, 지금 존재하는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이 우러나오기도 합니다. 아이는 순수함을 잃어가는 어른들에게 구분짓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힘이 있습니다.

《어린이의 여행법》에 나오는 저자의 아이 얼이도 그런 존재입니다. 책 속에서 묘사된 여행의 여정은 진심에 MSG를 조금 더해서 표현하자면, 블럭버스터급 다이나믹합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몰입하지 않을 수 없을정도로 사실감있게 잘 묘사되어서, 마치 나도 아이와 함께 그런 상황에 놓인 것처럼 심장이 쫄깃했지요. 그렇게 좋아하는 여행이 싫어질 만큼 지칠법한 상황에, 아이 얼이는 엄마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합니다.

"엄마, 우리 오늘 행복한 하루 보내자. 세상에서 제일 기분 좋았던 생각을 해봐. 그러면 조금 괜찮아질 거야(p. 33)"

이 글귀만 봐도,아이는 더이상 부모가 지키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이도 때론 부모를 지킬 수 있으며, 껴져있는 부모의 마음의 불을 켜줄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는 동반자입니다. 인생의 여정을 함께 하는 동반자요. 저자도 언급했지만, 낯선 곳을 가면 부모도 결국 아이와 똑같은 입장이되고, 낯선 곳에서 아이와 함께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똑같은 시선에서 똑같이 적응하는 분위기, 아이에겐 어쩌면 스릴 넘치는 모험처럼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물론, 여행 과정 중에서, 부모혼자서만 허덕이기만 한다면, 그 여행은 의미가 없겠지요? 아마 얼이는 부모와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눈으로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맛본 것들을 공유하며 여행을 즐기는 방법을 터득했을 것입니다. 이 글을 적으면서도,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새로운 경험을 함께 할 때, 아일 동반자로 여기고 아이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머릴 맞대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같이 겪는다면, 아인, 여행이 즐거울 것입니다. 그리고 인생을 단면적으로 바라보는 부모가 생각치도 못한 말을 전하면서 감동과 위안을 전하겠지요? 그러면 여행은 정말로 즐거운 여정이 될 것 같아요.

사실, 이 책의 제목만 접할 땐, 사사로운 일상 속에서 아이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라 기대를 했습니다. 그러나 일상에서 조금더 광범위한 여행을 즐기면서 그 속에서 아이의 순수함을 마주하게 합니다. 아이와 하는 여행은 아일 힘겹게 하는 것이 아닌, 모험처럼 여겨지는 한치 알길 없는 인생의 흐름을 서핑하듯 즐기는 방법을 배워가는 여정일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었어요.

한동안 아이와는 동네에서, 동네 주변을 거닐면서 세상을 구경했고, 좁은 범위지만 아이는 자기 스스로 느끼는대로 말하고 표현하는 힘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제 형아가 되었다고, 동네 주변을 벗어나서 새로운 공간을 탐험하고 싶어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우리 가족도 얼이네처럼 더 넓은 곳으로 여행을 즐길 준비를 해야 할 때가 왔나봅니다



● 마음에 와닿는 글귀


p. 38 아이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무수한 생의 방식을 배워간다는 의미다. 공공장소에서싀 예절과 타인에 대한 예의를 배우지 않고 아이와 여행을 지속할 수는 없다. 내가 얼이와 어디든 함께 갈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가 매일 함께 하면서 서로의 방식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아이도 어른도 익숙해지면 어렵지 않다.

p. 39 아이들의 실수는 아직 모르기 때문일 때가 많다. 아이의 미숙함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우리 모두 그렇게 배우고 자라 어른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우리는 그것을 잊고 있을 때가 많다.

p. 53-54 어른이 된다는 건, 세상이 내가 어쩔 수 없는 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거라고 하던데. 아닌가? 세상에 내 맘대로 되는 일이 많지 않다는 걸 깨달으며 비로소 어른이 되는 건가? 그러나 얼이와 함께 해와 비를 맞으며 여행하는 동안 알게 된 것은, 내가 어른이 되는 동안 마음대로 되지 않고 어쩔 수 없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기고 누리는 방법을 잊어버렸다는 사실이다.

p. 60 아이는 배울 게 참 많다. (중략) 아이들은 어른들이 이미 아는 것도 가르쳐주어야 한다. 그리고 여러 번 반복해야 익힌다. 두 번, 세 번, 열 번, 스무 번. 그래서 자꾸만 나도 모르게 혼내듯이 말하게 된다. 그런데 얼이는 물을 쏟고도, "앗 몰랐어. 미안해. 가르쳐줘서 고마워."하고 대답한다. 두번, 세 번, 열 번, 스무 번. 매번 산뜻하게 사과하고 순수하게 고마워한다. 그때마다 오히려 내가 얼이에게서 배우게 된다. 매번 나는 작은 것을 알려주고 훨씬 큰 것을 배운다. 아이에게는 배울 게 참 많다.

p. 68 사유와 경험을 엮어 글을 지었고 여러 계절이 지나 나의 첫 책이 세상에 태어났다. 벅찬 경험이었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과 글 쓰는 것을 좋아했지만 하나를 선택했기에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삶은 그런 게 아니었다. 묻어두었던 꿈은 때가 되자 여물어 단단한 지면을 뚫고 나와 싹을 틔웠다. 책은 작가 혼자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수고와 손길을 거쳐 만들어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세상의 수 많은 것이 그렇게 자라고 태어나듯이.

p. 92-93 불편하고 아름다운 것들은 필연적으로 시간과 수고를 필요로 한다. 우리가 무엇을 사랑하는지 알려면 돈과 시간을 어디에 쓰는지 보면 된다는 말이 있다. 반대로 우리가 소유와 마음을 쓰는 동안 완성되는 미학과 서사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불편하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게 된다.

p. 105 비행기에 타고 난 뒤에는 아이들이 제한된 환경에서도 즐거움을 찾아내는 데 얼마나 탁월한 재능이 있는지 알게 된다. 케냐 나이로비까지 가는 데에는 환승시간을 포한해서 꼬박 스물네 시간이 걸렸다. 만약 우리가 나이로비에 도착해야 여행이 시작된다고 생각했다면 그 시간을 견디기 괴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행 중이었다. 나는 얼이와 함께 여행하면서 목적지에 도착해야 여행이 시작되는 게 아니라 이미 이 모든 과정이 여행이라는 사실을 새삼 되새기곤 했다.

p. 112 아이와 여행을 많이 다니다보니, 사람들에게 기억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는다. 언제쯤 아이를 데리고 여행해야 아깝지 않은지, 교육효과는 얼마나 있는지, 아이가 정말 '기억'하는지. 여행하는 일은 책을 읽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책은 길고 어떤 책은 짧고, 어떤 책은 지루하고 또 다른 책은 깔깔대며 읽는다. 뭉클한 순간이 많아서 두고두고 다시 들춰 보는 책도 있지만, 어떤 책은 한 번 읽은 후엔 책장에 꽂혀 잊혀진다. 아무리 좋아하는 책도 모든 장면을 기억할 수는 없다.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만 모든 책이 다 배울 것이 있고 내게 무언가를 남기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읽는 것 자체의 즐거움이 있다. 때로는 실패한대도, 읽고 나서 모두 잊혀버린다 해도.

p. 113 세계는 한 권이 책이고 여행을 할 때 그 책을 읽을 수 있다는 말도 있지만, 모든 책이 읽은 순간 전부 이해되고 매번 우리 삶을 바꿔놓지는 않는다. 우리는 계속 여행하고 새로운 책장이 펼쳐지지만 그 순간에는 읽히지 않는 여행도 있다. 기억나지 않는 문장과 이해할 수 없는 페이지도 있다. 어떤 책은 모든 것을 바꾸어버릴 힘을 지녔음에도 시간이 지나서야 의미를 갖는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 지구를 돈다. 그것만큼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p. 124 끝이 없는 것은 여행이라 부르지 않는다. 돌아올 것을 알면서도 끝내 떠나는 우리처럼. 언젠가는 헤어질 것을 알면서도 다시 사랑한다. 기어이 그러고야 만다.

p. 141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가 짊어질 수 있을 만큼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가져갈 수 없다. 너무 무거우면 지치고, 너무 가벼우면 지루해진다. 지루할 때는 새로운 무언가로 채울 수 있지만 지치면 여행을 계속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가벼운 가방을 집어든다. 그리고 웃음, 추억, 기록, 예술, 장난 같은 것들을 담았다가 덜어내며 짐을 꾸린다. 무엇이 우리를 계속 나아가게 하는지 확인해볼 기회다. 가방 안은 하나의 집이고 세계지만, 이것만큼은 언제든 허물고 다시 지을 수 있다. 앞으로도 연습할 기회는 많을 것이다.

p. 148 사진을 찍는 것은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다. 지금 우리가 사진을 보면서 다시 그 시간을 여행하는 것처럼 시간이 더 지나면 이 시간을 돌아보며 지금을 여행하는 날이 오겠지. 그날을 위해 우리는 오늘도 시간을 잘라서 프레임에 담아 간직한다.

p. 154 누군가 무언가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는 건 행복하다. 사랑의 형태는 제각각이지만 모두 다르고 또 모두 닮았다. 때로는 길고 때로는 짧은, 그러나 삶에서 아주 의미 있고 중요한 시기를 공유한 이들은 평생 서로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며산다. 나보다 약한 존재를 온전히 돌보고 사랑한 경험은 나부터 구원한다.

p. 191 여행책은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을 다뤄야 잘 팔린다고 한다. 사람들이 가보지 않은 곳을 더 궁금해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하긴 내가 갔던 곳이 방송이나 책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SNS에라도 보이면 그렇게 친근하고 반가울 수가 없다. 내가 맛본 음식, 귀에 익은 음악과 익숙한 내음, 내가 겪은 일, 눈앞의 풍경, 우리는 그렇게 경험과 공감의 테두리를 넓혀간다. ' 그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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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인생의 질문에 답하다 - 6천 년 인류 전체의 지혜에서 AI가 찾아낸 통찰
챗GPT.이안 토머스.재스민 왕 지음, 이경식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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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전하는 ˝인생에 대한 답변˝에 큰 기대없이 읽었다가, 깊은 감명을 얻었습니다. 챗GPT의 영향력이 우리 일상에 크게 자릴 잡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두려움이라는 두 가지 감정이 맴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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