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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여행들 

 

 

1. 금욜 휴가를 낸다. 아이들 의사샘 말도 들어보고 곁에 떨어져 있는 공백을 조금이라도 메워볼 요량이기도 하였다. 다행히 말끔히 나아주고 우려한 다른 곳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게 되어 마음이 놓였다.

2. 그리고 아카데미 모임에 함께 할 수 있는 짜투리 시간이 남다. 놓인 맘도. 아카데미안들에게 마음을 넘겨주고, 마음자리가 놓일 여유를 건넬 수 있어 편한 자리이기도 했다. 마음의 가장자리를 건드리고 나눌 수 있어 뫔 편하고, 긴장되기도 했다.밤은 깊어지고 나누는 이야기는 끝이 나질 않아 새벽에 가까운 듯했다. 다음날 그 여운은 흔적처럼 남는다.

3. 일년전 나무밴드의 지난 공연 뒤풀이 자리에서 싱어송라이터 여유 의 아빠를 만나고 밤이 희미해지도록 느낌을 나눈 기억이 아련했다. 그리고 만남 뒤 이러저러한 사연을 건네 듣는다. In-Hyo Song 를 보기에 앞서 아빠와 고흥 바닷가에서 하룻밤의 기억이 있기도 하고 훨씬 이전 윤중호를 기리는 강연의 흔적이 고스란히 있다.

4. 공연 시간, 입장이 불편할 정도로 소극장은 붐볐다. 식당에서 부족한 의자를 나르고 정해진 시간을 지나서야 겨우 시작된다. 바다,아궁이, 부침개, 달빛, 밤길......이데아 꿈나라..그대를 위한건배..이해. 인효와 여유 열아홉과 스물... ...또렷한 가사와 사운드 사이에는 부모의 삶이 섞이고 비치었다. 청춘들에게 별빛과 달빛이 감응이 있다는 것인지, 자유와 평화, 민주를 위한다는 건배가 대체...말이나 되는 것인지 말이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 한 것은 들썩거리고 뭉클거렸다는 것이다. 그 독특함들이 어떻게 스며들지 자못 궁금하기도 하다. ( 덧글-여유의 '낮보다 밝은 밤에'와 인효의 '밤길'은 누구의 노래인줄 모를 정도로 서로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기도 하다. 어른들에게 짠하기도 하구... 다시 한번 듣고 싶어지는 노래이기도 하구..)

그리고 드러머 창원이와 동생의 이야기, 부모들의 산청의 삶들을 함께 읽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스몄다. 부르디외가 말했듯이 상징자본이든 문화자본이든 우리의 자산은 불쑥 하늘에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그 실핏줄같은 문화의 힘, 여물지는 않았지만, 서로 기대고 나누는 연결망과 시스템들이 아주 조금 그들의 삶과 일상에 녹아있지는 않을까 싶었다. 늘 세상의 의도가 그림자처럼 드러워지고....잠잠해지다 꽃은 늦게 더디게 피기도 한다는 것을 여행의 와중에 느꼈다. 아무 것도 아니고 삶과 일상들이 핍박하긴 하지만 생각도 일상의 흔적들도 서로 기대고 있다는 걸 그제서야 느끼게 된다.


 


5. 불쑥 떠나고 기대고 싶은 날, 반달은 밝고 예쁘다. 반달 옆 어깨동무하듯 기댄 오리온 별자리는 더 또렷하다. 황갑진, Young Jung Lee 더 반갑고 고마운 날이었다. 산청의 천문대와 옹기종기 자리잡은 마을에서 하룻밤, 그리고 많은 얘기를 기다린다 마음은 벌써............그러고 보니 주례사에 주책이다 싶다.

 

 

뱀발. 주말 룰루랄라 혐동조합의 공연이 있었다. 이영중샘의 짙푸른 바다와 푸른 나무 같다는 표현을 빌려온다. http://blog.naver.com/dotory8634/140208275386 허락!도 받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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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걸자


나는 퇴색할 대로 퇴색한, 그리고 반쯤 벌거벗은 높다란 담벼락을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먼지로 뒤범벅된 송진 가루가 발뒤꿈치에 따라붙었다. 길에는 나 말고도 몇 명이 제 갈 길을 향해 걷고 있었다. 산들바람이 불어오자 담장 너머 길가로 삐죽이 나와 있는 높다란 나뭇가지에 아직도 매달려 있는 촉촉한 나뭇잎들이 내 머리 위에서 일렁거렸다.


산들 바람이 불어오자 온 세상이 흙먼지투성이다.


한 아이가 나에게 구걸을 했다. 그 아이는 두 겹으로 된 옷을 입고 있었고, 불쌍해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는 머리를 조아리고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면서 따라오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의 목소리와 태도가 싫었다. 나는 그 아이가 결코 슬프지 않고 단지 어린아이의 장난기가 서려 있는 것이 싫었다. 그리고 쫓아오면서 애원하는 듯한 그의 처량한 목소리도 가증스러웠다.


나는 길을 따라 걸었다. 다른 사람들도 자기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산들바람이 불어온다. 온 세상이 흙먼지투성이다. 한 아이가 나에게 구걸을 했다. 그 아이는 두 겹으로 된 옷을 입고 있었고, 불쌍해 보이지도 않았다. 단지 벙어리처럼 두 손을 활짝 펴고 억지를 부리는 손짓을 했다.


나는 그 아이의 이런 손짓을 증오한다. 더구나 그 아이는 혹 벙어리가 아닐지도 모르고, 그것은 구걸하는 한 방법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고, 베풀려는 마음도 없었다. 단지 나는 베푸는 자의 자리에 서서 그에게 성가심과 의심, 그리고 증오를 주었을 뿐이다.


나는 무너질 대로 무너진 토담을 따라 걷고 있었다. 이가 빠진 돌담 사이로 담장 안이 보인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산들바람이 불어온다. 쌀쌀한 가을바람이 내 두 겹옷을 뚫고 들어온다. 온 세상은 흙먼지투성이일 뿐이다.


나는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구걸할 것인지를 생각했다. 내가 구걸하려고 외쳐 댄다면 어떤 목소리로 해야 할까? 벙어리 시늉을 한다면 어떻게 손짓할까? .......


다른 사람들은 제각기 자기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앞으로 베품을 얻지 못하고, 베풀어 줄 마음을 얻을 수도 없을 것이다.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스스로 베풀어 주려는 자 위에서의 성가심, 의심, 증오뿐이다.
나는 앞으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며 구걸할 것이다.....


나는 적어도 허무만은 얻게 되리라.


산들바람이 불어오자, 온 세상은 흙먼지투성이다. 이와는 별도로 다른 사람들은 각각 제 길을 걷고 있다.


흙먼지, 흙먼지........  ...........


흙먼지 ...........

 

 

뱀발. 

 

1. 루쉰의 들풀 가운데 구걸하는 자 전문이다. 나도 그러하고 사람들은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지 않는다. 빚더미에 앉고 병마가 찾아오고 늙어가는데도 말이다. 나만은 내 자식만은 내 가족만은 부자되고 좋은 성적에 잘 살거라고 말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지나친 낙관은 없어졌다. 병을 얻고 아픈 자식이 생기면서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욕심을 버렸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벼락처럼 일터를 잃을 수 있고, 그것에 예외되는 일터에 다니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엠에프가 변화시킨 것은 정많고 사람 좋아하는 이들을 벼랑으로 더 내밀었고, 죽음의 사선에서 돈폭탄에 명멸했다는 것이다. 오늘도 여전히 돈지뢰에 밟힌다. 한번 밟히면 삶은 비참의 버전으로 바꿔야 한다. 나라고 예외가 아니다. 최악을 가정한다는 것은 삶에 대한 면역력이자 사회에 대한, 세상을 바꿔갈 희망이기도 하다. 오늘도 다시 읽는다. 루쉰이 얻는 허무를 느낀다.  온 세상은 흙먼지투성이다. 이와는 별도로 다른 사람들은 각각 제 길을 걷고 있다.....흙먼지...흙먼지....온통 흙먼지.... ....

 

2. 세모녀가 죽어나가도 수중에 주식오르는 걸 화제로 삼는다. 삶과 삶들 사이에는 휴전선이 있는게다. 삶이 울컥거렸다. 주식도 돈도 놀리지 않는 습관들인 나를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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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

 

기초생활수급자를 제외한 안개같은 400만명이 짐작이 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한다. 스모그같은 400만의 삶을 어떻게 통계속으로 넣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 사각지대는 자신감만 있으면 눈에 보이게 할 수 있는 듯하다.

 

'사물은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투명인간 취급하던 행정이 조사하면 다 나올 듯이 성화다. 정많고 신세지기 싫어하고 나누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빚보증과 부양책임으로 입에 하루하루 풀칠도 급급해 살아진다. 염치만은 간직하며 목숨의 경각에 시달리는데 그 염치와 낭패감을 발굴할 듯 싶다. 그래서 쇼윈도우에 삶을 널어놓고 어떻게 하려구 ᆞᆞᆞ

 

의 심 

 

사회복지 공무원이 과로로 사망했다는 소식에 반신반의했다. 공무원은 틀안에서 하면 되는데 과로사라?.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지만 '복지'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부서도 공무원도, 희망지원이든 여성이든 한부모든 소관된 업무영역은 많아 보인다. 예전처럼 모녀자살사건에 행정은 책임이 없다. 규정에 의해 했기때문이다.

 

그런데 정신없이 일해 목숨을 놓친 이는 미친놈일까 정신나간놈일까 과로사가 하나도 아니고 여럿! 규정을 어기고 다른 부서일까지 하던가 발라내는 행정이 아니라 마음이 여려 어쩌지 못하는 이유는 아니었을까.

 

BSC 구청에 있는 관리 시스템에 행정을 집행하는 이의 애정과 농도와 밀도를 확인할 수 있을까? 올해의 성과만 있는 건 아닐까? 일손이 모자라 백명을 더 충원해도 아픔을 느낄 수 없는 집행만 있는 건 아닐까. 삼가 애도의 염을 하면서도 차마 행정의 애정을 확인할 길이 없다. 당분간은ᆞᆞ

 

가 계 부

 

라면 식빵 우유 식빵 우유 11월 10여일이 빈 노트 바로다음 칸엔 또 우유 식빵이 적혀있다. 십여일을 굶은 걸까.만화를 습작한다는 둘째딸일까 당뇨를 심하게 앓아 거동도 못한다는 큰딸일까. 그런데 일하던 식당 주인은 어머니는 제대로 씹지도 먹지도 못했다는 쪽지같은 기사가 걸렸다. 마음도 몸도ᆞ그 귀퉁이에ᆞᆞ그 꼼꼼함에 걸린다. 당뇨일지를 적은 큰딸 ᆞᆞᆞ그리고 작은 딸 의 습작들ᆞᆞ

 

 

헤드오피스와 분 공장 또는 서울 vs 지역

 

서울과 헤드오피스는 훌륭한 기계장치다. 울분의 파고를 조정해 적정한 음파만 수신하며 수신한 느낌뺀 앎만 분을 참지 못하는 지역에 획일화해 뿌린다. 서울 사람들은 입으로는 지역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지역이 몸을 툭 건들기만 하면 몸서리친다는 것이다. 느낌을 몸서리칠 줄 모르는 이들은 대부분 서울사람인데 지역에도 대부분 그런 면에서 서울 사람이다. 음 그러고 보니 헤드오피스는 머리만 있다 가슴도 뫔도 없으니 무슨 느낌이 있겠는가. 느낌으로 기획한다는 건 뜬구름 잡는단 얘기아닌가. 당분간은ᆞᆞᆞ 헤드의 몸종이나 시녀ᆞᆞᆢᆞ

 

 

서울송파가아니었더라면

 

500/38, 도시가스,전기세,통신비 합쳐 54만원 식비 20만원, 나머지 빚? 나는 비겁하다. 아니 약해지지 말자. 보험에 월세도 없다. 혼자만의 식비가 20만원 가까울 듯하다. 문득 그 생각이 들었다. 두 딸과 어머니가 그래도 말이라도 걸고 귀찮게라도 하는 시골에 살았으면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과년한 자식들이 있더라도...세상은 참 살아가기도 벅찬데 세상 짐을 다 지게한다. 바보같고 천치같은 이들이 살아야 사는게 아닌가. 소주도 맘껏 드시지 못한 고인께 삼가 잔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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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28-0301

 

눈을, 비비다

 

 

어제는 저녁 지나 햇살이 날리더니

 

찬 계절 눈을 비비고 보니
조개를 캐다 밀물에 갇힌 산호다방 미스김처럼

 

 

홍매화 우루루 붉다

 

 

내 그럴 줄 알았지

 

 

제일국수공장 뒷마당에
빗줄기 널어놓은
독립운동만세일

 

 

 

 

뱀발. 답신을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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