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정원을 거닐다. 잔가지도 다듬어 놓았고, 새순들은 안개처럼 색을 점점 박아놓는다. 가지 끝마다 바짝 달아올라 금방이라도 펑펑 망울을 터뜨릴 것 같다. 궁금하던 매화는 아직 핀 것이 없어 안타깝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 개나리와 산수유의 노랑을 즐기면서 화려한 만개를 미리 그려본다. 

아마 올해는 목련도-개나리도-벚꽃도 매화도 함께 볼 듯하다. 봄을 꽁꽁 얼려놓더니 꽃의 만찬을 준비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봄은 조만간 끓어넘칠 듯. 일상과 세상은 답답하기만 하지만, 이렇게 봄내음을 체감하고 돌아오는 길은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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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꿈속에서 말이 맴돈다. 여운이 남은 김수영에 대한 흔적이 애닯아 몇번을 되밟는다. 일상의 뜨거움, 일상의 무엇이 아니다. 일상의 정원...... 일상의 숲이라 만들어보니 번듯하였으나 곧 아니다 싶다. 그리고 무언가 말을 만들어 고개를 끄덕였는데 정작 단어는 생각나지 않는다. 갑자기 물어본 말이 입에 맴돌듯이 소용돌이 친다. 겨울은 봄의 문풍지를 뚫고 하염없이 눈을 내리는 밤이다. 밤이 익을수록 점점 하얀 밤. 김수영을 떠났다고 하였지만 이렇게 일상의 다음말에 걸려있다. 김수영은 문풍지를 뚫고 봄눈을 나린다. 봄꽃을 나린다. 안해에게 분리수거키로 다짐을 한 종이박스는 눈을 핑계삼아 덩그러니 치우지 못하고 남아있다. 출근길 봄눈처럼 스러졌으면 하는 미안한 마음도 그곳에 남아있다. 일상을 건져올리지도 못한 어정쩡한 하루다.

뱀발. 출근길 살얼음이 얼어 있다. 어제 꼭꼭 뭉쳐진 손맛의 기억이 꿈틀거리는데, 봄볕은 완연하다. 애물디카의 10000번째 사진이 접힌 곳에 있다.  어느 덧 다정다감을 넘어선 그 녀석은 기린다. 그녀를 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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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조의 욕망과 삶의 어긋남 


1959년에서 60년 사이에 쓴 내 글 [늙어간다는 것]은 내가 청소년기에 고하는 작별이자, 들뢰즈와 가타리가 '욕망의 무한화'라 부른 것, 조르주 바타유가 '가능한 것의 통괄성'이라 부른 것에 대한 포기입니다. '욕망의 무한화'나 '가능한 것의 통괄성'에는 모든 결정의 무한한 부정에 의해서만 다다를 수 있습니다. 무이고자 하는 의지는 전체가 되고자 하는 의지와 결국 하나입니다. [늙어간다는 것]의 마지막에는 나 자신에게 권고하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끝났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즉 여기에 있음으로써 다른 아무 곳에도 없음을, 이것을 함으로써 다른 것을 하지 않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이지, '결코'나 '항상'이 아님을 받아들여야 한다....오직 이 생밖에 없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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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주의란 삶의 양식이 되고 매일의 실천이면서 끊임없이 또 다른 문명을 요구하는 것이더군요. 어느새 나는, 평생 무엇을 이루었으며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나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나는 내 인생을 직접 산 게 아니라 멀리서 관찰해온 것 같았습니다. 자신의 한쪽 면만 발달시켰고 인간으로서 무척 빈곤한 존재인 것 같았지요..당신은 언제나 삶을 정면돌파했지요. 반면에 나는 우리 진짜 인생이 시작되려면 멀었다는 듯 언제나 다음 일로 넘어가기 바쁜 사람이었습니다.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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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지식인

인간은 누구나 각각 시작을 만들고, 나아가 그들 각자가 언제의 최초의 사람이라는 것을 비코가 인식했다고 한다. '시작에 관한 최초의 철학자'로 시작이란 속세적인 것으로서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이자 끝없이 고쳐지는 것이나, 근원이란 성스럽고 신화적이며 특권적인 것이다.비코나 사이드, 나아가 푸코나 데리다는 근원에서 출발하는 직선적인 역사관을 부정하고, 인간의 분열된 존재성, 주체의 상실, 존재의 불연속성, 우발성 등과 같은 부정적인 현상을 존중한다......진리는 만들어진 것에 있다.  48

지식인이 부딪히는 두 가지 권력의 유혹을 경계한다. 하나는 그 자신의 출생, 국적, 직업 등에 의해 구속되는 문화이다. 다른 하나는 사회적, 정치적 확신, 경제적, 역사적 환경, 자발적인 노력과 자신의 의지에 따른 결단에 의해 획득되는 체계이다.....지식인에게는 자신이 속한 인민의 집단적 고난을 대변하고, 그 고난을 증언하며,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는 시련의 상처를 끝없이 환기하고, 기억을 갱신한다고 하는 엄청나게 중요한 책무가 있다. 위기를 보편적인 것으로 보고, 특정한 인종이나 민족이 겪는 고난을 인류 전체와 관련짓고, 그 고난을 다른 고난의 경험과 결합시켜야 한다. 34 

뱀발.  

1. 어제 피곤함에 절어 밀린 책들을 졸다읽다를 반복한다. 졸음이 한거풀 지나갈 무렵 뒤적이는 책들이 겹친다. 생각지도 않은 고든의 편지에 그의 편지가 단순한 편지가 아님을 느낀다. 들뢰즈...에 대한 생각도, 지난 흔적을 뒤적이며 느낀 점들이 모아진다. 그리고 박홍규님의 비코도 일전 사이드의 [평행과 역설]에서 그리 관심을 갖지 못했는데 읽다보니, 서로가 시작점이란 말에 맺힌다. 

2. 당신의 인생이야기는 어떠한지? 나의 이야기는 어떤지? '결코'나 '항상', 그리고 '관찰'에 머물러 있던 것이 아닌 것인지, 그리고 등 뒤편에 웅숭거리고 있는 실체도 없는 '미래'에 저당잡힌 것은 아닌지? 뜨끔거려 되돌이켜 본다. 

3. 생각이라면 머리로만 하는 것이라는 우둔함이나 생각은 마음이나 몸으로 하는 것이란 느낌도 눈치채지 못하는 아둔함이란....그래 네가 몸으로 깨우친 것은,...밀고나가는 것이 뭐가 있던가? 너로 향하는 것도 당신을 넘어서는 것도, 너-나-너...의 연대라는 것도 그렇게 '지금'을 밀어가는 것이란 것......그렇게 자성의 침으로  몸의 통증 부위르 꽂는다. 여전히 봄은 눈으로 날리고...제목들이 걸린다. 사는 법을 배우다. 사는 법을 배우다. 너는 아직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은 아니더냐. 아직..발도 못 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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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들에 밀려있고
 일들에 밀려있고
 모임생각들에 밀려있다. 밟혀 터질 것같은 일들, 밀려나온 뱃살같은 책들, 추스리지 못해 거꾸로 입은 옷같은 생각들이 봄에 너저분하다. 봄햇살에 물기라도 빼야할 것 같다. 봄바람에 널자. 책들도- 일들도- 생각들도  주렁주렁 봄바람에 말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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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은 눈들이 바람이 되어 뒤흔든다. 봄바람이 되어 날린다. 마지막 남은 봄눈 한 저 ㅁ 까지 가져갈 듯. 0309 약간은 매서운 추위 속에 아쉬울 것 같아 남겨두었는데, 그래도 미련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아니 미련을 볼 수 없어 안타깝다. 그 사이 님을 보낸 마음, 보낸 마음들이 되날리는 것은 아닐까! 영혼의 봄바람결이 차다. 검소의 풍요. 님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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