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여행, 한 번의 삶


길은 사람사이로 흐른다-967일, 낯선 여행 길에서 만난 사람들


김향미, 양학용


  한 며칠, 아니면 조금 긴 보름. 그보다 더 한달. 휴식에의 욕구는 항상 길다. 그리고 휴식의 카테고리에는 여행이 꼭 끼어 있다. 그런 휴식의 날들이 찾아온다면 정말로 여행을 맞이할 수 있을까. 단 하루라도.

  이 책은 장기여행의 기록이다. 3년 가까이의 시간, 967일을 여행한 두 부부의 ‘길’의 기록이다. 여행의 여정. 에피소드를 기록하고 있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그들과 알아듣기도 하고 알아듣지 못하기도 한 대화들을 나무며 어색하기도 즐겁기도 아쉬워하기도 하는 모습들이 담겨 있다.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의 여행객이 언제 급증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해외 여행 후의 여행기가 쏟아진 것은 10년 정도인 듯하다. 그것도 특정한 유명인이나 학자들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일반인들에 의한 여행의 기록은.

  어떤 목적이 아니라 단지 그것이 결혼 전의 약속이었기에 결혼 10년 째 여행을 떠난 부부의 이야기는 놀라움을 전한다. 일단 바라던 꿈을 지속하며 실행했다는 것이 크지만 사소한 의견의 대립마저도 일상화되어 가는 부부 사이에 인생 일대의 모험을 감행하는데 서로가 동의하며 어긋남없이 그 오랜 시간 다른 나라를 여행했다는 것에 절대적인 존경심이 솟는다. 전셋값을 빼들고 떠난 여행은 처음엔 1년이 목표였다. 하지만 그들이 떠나는 길 위에서 만난 매혹에 이끌려 그들은 967일을 여행한다. 모두 47개의 나라들. 중국, 인도, 이란, 볼리비아, 루마니아, 미국, 이집트, 페루, 아르헨티나, 탄자니아, 시베리아 등. 지도에서 알던 올림픽 입장할 때나 보던 수많은 나라들을 방문한 것이다. 어떤 나라에는 잠깐 머물렀고 어떤 나라에는 몇 개월을 머물렀다. 어느 나라를 가든 그 나라의 사람들을 만났고 그래서 이 여행기는 그들이 만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 실려 있다. 그들이 계획된 여정보다 오래 여행을 이끌어 갈 수 있었던 것이 이들 사람들 덕분이니까.

  그래서 그들은 여행 뒤에 그 도시의 풍경과 더불어 그 도시에서 만난 사람들, 친구들을 떠올린다. 그리움으로 그들을 되새기는 마음이 이 책들에 담겨 있어 다양한 나라의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재미가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실존 인물들이며 그들은 낯선 나라의 여행객, 방문객을 맞이하는 모습들은 재밌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하다. 어쨌든 그들은 그들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으며 우리는 일상에서 뜻하지 않은 따스함을 발견할 때 깊은 감정에 젖게 되니까.

  두 부부가 여행하는 기간 동안 이러한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왔다는 것은 축복일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관광과는 다르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관광이 여행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지만 관광여행에서는 항상 조심이 뒤따른다. 바가지 요금, 강도 등등의. 하지만 사람들 속으로 들어간 여행은, 사람들을 보여준다. 그냥 그렇게 자기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낯선 사람들에게 굳이 호객 행위를 하려 애쓰지 않고 굳이 그들에게 가식적인 삶을 보여주려 한다거나 특별히 경계할 필요도 특별히 애써 접대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전재산을 들고서 떠난 여행이기에 이들의 전재산이 궁금하기도 하다. 그것은 곧 그들의 여행경비가 되니까. 이것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은 듯 두 부부는 여행의 경비와 여행을 떠나서 겪은 일들에 대한 여행팁을 부록으로 소개하고 있다. 지금보다는 오래 전이기에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얼마가 되려나.....재밌는 부부라기 보다는 멋진 부부란 말이 더 적절한 두 부부의 여행의 기록을 보면 정말로 ‘즐기는구나’라는 느낌이 절로 든다. 물론 순간순간의 어려움은 있었겠지만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힘들어하지 않고 그들과의 소통이 어려워도 알아들으면 듣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순간순간을 잘 보낸다. 그래서 또한 식당에서 일하며 영어를 배우기도 하고 볼리비아에서는 스페인어를 배우고 트래킹에 홍해 스쿠버다이빙까지 하며 배우고 즐기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 순간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들이 이 여행으로 갈 수 있는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이 여행 또한 새로운 삶을 위한 기회이자 노력이었으니 그들의 삶은 여행 후에 더더욱 달라졌다고 그들은 말한다. 이미 여행에서 한 번의 삶을 살았으니 새로운 삶이 전개되었을 것은 당연하다.


 여행자의 시간은 압축적이라서 한 번의 여행에서 한 번의 삶을 산다고 했던가. 아내와 나는 평생 만날 사람들을 만나 평생 받을 사랑을 받고 평생 아파할 이별을 하며 매일매일 길 위에 서 있었다.

 세상 어디에서나 사람들은 일하고 노래하며 시를 쓰며, 제각기 크고 작은 삶의 무게를 지고서 때로는 울고 웃으며 고단하고도 따뜻한 삶을 끌어안고 있었다. 우리는 피부색과 언어와 국적이 다른 사람들의 삶 속에서 ‘나와 우리의 삶’을 발견하고는 묘한 연대감에 눈시울을 적셔야 했다. 또 어떤 만남은 그들 삶 속으로 우리를 초대했다. 그 순간 평범했던 도시는 매력적이고도 성스러운 나의 도시도 변했다. 마법 같은 일이었다. 지저분하고 우울하며 한없이 낯설게만 굴었던 도시가 한순간에 따뜻한 백열등을 밝히고 여행자를 향해 가슴을 내밀었다. p8


  이 여행기는 사람 중심이라는 점 이외 두 부부가 집값을 모두 털어 배낭을 꾸려 여행을 떠났다는 것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색다른 여행의 방법을 알려 주었을 것이다. 한편으론 여행이란 그렇게 일상의 삶을 포기하며 이룰 수 있는 머나먼 꿈이구나라는 생각도 들게끔 된다. 멀리 있는 꿈이었다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꿈이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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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커리어우먼의 스페인 섬 정착기


안나 니콜라스, 

뽀까 뽀끄 - 마요르까로 떠난 한 가족의 행복한 스페인 이야기


         뽀까 뽀그.

         스페인 마요르까 섬의 관용어다.  ‘조금씩 조금씩’

  이 책의 분류는 여행기다. 작가의 마요르까의 생활이 여행이라면 여행기라고 볼 수 있긴 하겠다. 작가는 열정적인 커리어 우먼이다. 경력을 보건대 일중독자다. 여러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고 기네스 세계기록의 국제감독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그녀가 기획한 다큐는BBC에서 방영되었다. 런던에서 부유하고 잘 나가는 사람들을 위한 PR회사의 경영자이기도 하다. 런던에서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활동하며 바쁜 이 열정적인 작가 안나는 쉴 틈이 없이 일하는데 정신을 집중하고 있다. 매일 밤마다 뉴스를 보고 잡지를 뒤적이며.

  일중독자가, 열정적인 커리어 우먼이 삶에서 자신의 일에 회의를 느끼는 때는 언제일까. 일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느낄 때, 다른 일들에 마음이 갈 때는 언제일까. 안나에게는 그런 일은 없을 듯해 보였는데 복잡한 도시 런던을 떠나 스페인의 마요르까 섬으로 정착하는 전환을 꾀한다.

  처음 시작은 그저 여행이었다. 가족과 함께 마요르까 섬으로 푸욱 쉬고 올 목적으로 휴가를 떠났건만 그때만 해도 그저 특별하게 자신을 끌어당기는 일없는 섬이었을 뿐이지만 까닥없이 낡은 집에 끌리어 휴가를 떠난 곳에서 집을 사 버렸다. 단순히 낡은 집도 아니라 바닥도 갈라지고 지붕도 무너진 그런 집을. 더구나 자신의 직장은 런던인데도.

  이렇게 무턱댄 부동산 투자(?)로 안나의 삶이 바뀐다. 그때부터 안나는 런던과 마요르까를 오가는 생활을 시작한다. 더구나 안나가 비행공포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이런 암울함에도 비행 공포 퇴치 안내서를 붙들고서 런던이라는 직장을 비행 출근하는, 스페인 마요르까 섬으로 비행퇴근하는 삶. 사실 한편으론 아, 멋지다 싶다. 하지만 이것이 일상이라고 한다면 멋짐보다는 무딤이 일상화된 삶의 또다른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도 같다.

  생각하는 것과 실제는 차이가 있을 것이니 안나는, 이 두 지역을 오가는 생활을 안정적으로 잘 해냈다. 그리고 어디에 마음이 더 가느냐에 따라 안나의 생활이 정리가 될 터인데 안나는 마요르까 섬에 정착하는 것을 택했다. 이렇게 두 지역을 오가는 동안 그녀가 행하던 일에 대해서나 삶에 대해서나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어쩌면 그녀에게 힘든 일은 스페인에서의 삶이었을 것이다. 이미 그녀의 런던 직장 생활은 익숙하기도 하고 원체 잘 하는 것이었기에.

  반면 스페인 마요르까는 집을 꾸미는 일도 지역에 적응하는 일도 모든 것이 새로 시작해야 하는 일이었다. 새로 시작하면서 그것에 더욱 끌리게 될지 반대가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이 책은 그녀의 이 스페인 마요르까 섬에 마음이 끌려 붙박이가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마요르까 섬이 이 도시녀의 마음을 어떻게 휘감았는지가 소설처럼 쓰여져 있다. 마요르까의 멋진 풍광이 더해진 사진이 더해지면 이 이야기는 한편의 소설처럼 재밌게 낯선 곳을 탐험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 하물며 이 책은 마치 소설이기라도 하듯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까지 있다.

  당연히 예상가능하지만 런던에서의 그녀의 일상은 익히 알듯이 정신없고 딱히 즐겁지 않은 사건과 일들의 연속이다. 특히나 고객을 상대하는 그녀의 입장에서 진상고객이라도 만날라치면…. 누구나 예상하듯 직장인의 삶, 바쁜 도시의 삶이 펼쳐진다. 그러나 마요르까에서의 삶이란 또 한편 예상할 수 있기도 하듯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여유가 넘쳐난다. 또한 가족들이 함께 하고. 이웃들과 함께 재밌고 즐거운 일상을 맛본다. 왜냐면 마요르까에서는 언제나 문제가 없으니까. 다만 당신에게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정착하는 과정에서 겪는 일들이 다채롭게 전개되어 영국인들이 스페인인들과 이웃으로 얽혀 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인종을 떠나 사람들과의 관계맺음이란 낯설고 흥미로운 일들이니까.

  안나는 점점 런던에서의 생활은 감옥 안에 있는 것처럼 여긴다. 그래서 그녀는 도시 생활의 부속품처럼 런던 생활이 여겨지고 “별을 가득 품은 부드러운 하늘과 노래하는 매미, 미풍에 실려 다니는 재스민 향기”를 그리워한다.

  안나는 마요르까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하던 일을 멈추고 완전히 정지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이렇게 하늘을 바라보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점점 생각하게 되는 일들. 뽀까 뽀끄는 조금씩 조금씩이란 말. 그렇게 그녀는 뽀까 뽀끄 마요르까에 끌려 들어간다. 하지만 그녀는 이것의 정말의 뜻을 “뜻하는 바는 당신의 목표가 무엇이든지 간에 그것을 얻을 수 있다는 망할 희망 따위는 갖지 말라”라고 말한다. 혼란의 마음 속에서 스스로를 죄기 위한 반어법이었나 보다. 애써 동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생의 고락을 의연히 받아들이기 위한 생각까지 하면서.

  하지만 고뇌의 시간이 긴 만큼 생각 역시도 깊어진다. 안나는 이성의 끝까지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결국 마요르까의 삶에 편안함을 얻어 간다. 시간을 버리는 일에 편안함을 느껴가는 것이다. 안달복달하지 않고 사물을 사람을 보는 것에 익숙해지며 지난 삶에서는 왜 그리 안달했던가를 생각해본다.

  

런던에서 커피 마시는 행동은 강박적이다. 마요르까 산골 마을에서 주문하는 커피는 블랙이나 밀크커피, 혹은 아이스커피, 아니면 솔로라고 부르는 에스프레소가 고작이다. 그러나 런던에서는 101가지 조합이 가능하다. 그리고 참나 원, 나는 내가 마시는 커피에 대해 얼마나 신경을 썼던가. 나는 때때로 톨 사이즈 트리플 샷 카푸치노 엑스트라 핫 또는 쇼트 사이즈 더블 샷 카라멜 마끼아또를 마시거나 그란데 사이즈 디캡 라테에 거품을 추가한 것 또는 해즐넛과 바닐라 아이스 모카에 크림을 얹은 것을 마셨다. 정말이지 내가 무엇을 먹었던 것일까? 이제 나는 차 마시는 것이 훨씬 좋다. 덕분에 몸도 더 편안하고 돈도 아낄 수 있다. p162


  이토록 사소한 것에서부터 변화한 안나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깊은 시간 동안 고뇌를 겪어 온 그녀의 이 심심한 변화가 좋게 보이는 것은 이 삶이 동경이 되기 때문이겠지. 이제 그녀는 마요르까에서 완전히 매혹되었고 자신에 대한 강박도 날려버렸다.

  

이곳 생활의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는 바로 그것이다. 자기 자신을 향해 웃을 수 있는 것. 위험한 자존의식이나 그라비따스, 진지함을 가진 사람은 다음 비행기로 곧장 런던으로 돌아갈 것을 강력히 권하고 싶다.p239 


  어쩌면 안나의 런던에서의 커리어 우먼의 삶을 동경할 사람도 스페인의 아름다운 섬에서의 여유와 행복이 넘치는 삶을 동경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느 경우든 경험한 사람이 가지는 행복의 의미가 있겠지. 오랜 비행 시간만큼이나 양쪽의 생활속에서 비행하며 고뇌하는 모습도 마요르까의 삶에 정착하는 모습도 진지함과 유머가 잘 버무려져 있다. 안나처럼 스페인 마요르까 섬에서 낡은 집을 살 형편도 런던에서 바쁜 커리어 우먼의 일상을 보내지도 못하는 나는 삶의 고민만은 계속한다. 나도 비행을 접고 어디든 무엇에든 정착해야 할 때가 오겠지. 그때까진 곡예 가득한 비행기에 놓여 있을 수밖에.

  비행을 끝난 안나가 부정적으로 되뇌었던 ‘뽀까 뽀끄’의 의미를 마지막에 가서야 수정한다. 뽀까 뽀끄! 나의 비행기도 목적지에 도착할 시간이 곧 다가오겠지!


 마요르까에서 나는 인내의 기술을 배웠다. 모험을 즐기는 우리의 철물상, 전기 기술자, 전화 수리공, 커튼 가게 주인 등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때 느닷없이 나타나 마요르까의 진리 ‘뽀까 뽀끄’에 대한 믿음을 일깨워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다리는 자는 항상 좋은 것을 차지한다. p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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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내더라도 핀란드까지!


 

박정석,

화내지 않고 핀란드까지-스무 살 때는 알 수 없었던 여행의 의미


     “동네 미장원도 일년 넘게 못 가고 있는데 핀란드에 간다니.“

   게으른 자는 여행 또한 귀찮음으로 인식한다. 작가의 저 말이 와 닿는 속에 책 속의 사진은 나룻배가 놓인 호숫가를 보여준다. 냉큼 이런 나룻배가 있는 풍경은 창녕의 우포늪이랑 비슷하네라며 핀란드, 해외를 국내의 풍경과 일치시키는 기술을 구사한다. 하지만 점점 다른 나라의 모습을 국내의 지역으로 대치시키는데 한계가 있다. 게으른 자가 국내라고 발빠르게 움직이길 했겠는가. 사진 속 북유럽, 핀란드의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습기가 쫙 빠진 상쾌함이 박하사탕을 입에 물고 난 뒤 따르는 알싸한 쾌감이 뒤따른다.

   북유럽에 대한 동경, 핀란드에 대한 동경을 떠나 ‘화내지 않고 핀란드까지’라는 제목이 맘에 들었다. 여행이란 들뜨는 일이기도 하고 야심차게 준비했다 한들 기력이 쇠해지기도 하며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으며 정신이 뭉개지기도 하니까. 생각하고 기대했던 만큼 즐겁지 않다면 일정에 치이게 되면 어느덧 일상처럼 화가 차오를 터이니, 현실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여행이란 뒤돌아 그 기억을 감상하는 것이다 보니 좋은 것들을 취사선택하지만 막상 그날을 겪고 있는 중엔 짜증나는 요소도 곳곳에 발견하게 될테다. 그래서 작가는 화내지 않고 핀란드까지 갔나? 작가가 핀란드까지 가는 여정에 화가 나는 요소는 무엇이었을까?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며.

   작가는 “동물로 태어난 생명의, 소위 식물화 현상”으로 정확하게 말하면 무기력과 게으름으로 퇴행하며 지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조언 중 여행을 떠나라는 충고를 새겨듣는다. 당장은 귀찮고 싫고 무서웠지만 결국 여행을 떠나게 된 작가는 핀란드를 선택한다. 끌리지 않음에도 핀란드를 선택한 건 안하던 것을 하고자 하는 생각에서였다. 두려움의 근원을 밝히는 여행, 편견을 극복하고 취향을 넓히고자, 그렇게 핀란드는 작가에게 선택되었다.

   귀차니즘의 절정에 있었음에도 핀란드로 가기 위한 작가의 여정은 핀란드와 대척점에 있는 터키에서 시작한다. 터키, 불가리아, 루마니아, 폴란드, 발트3국을 지나 핀란드에 도달하는 2,300km의 여정. 그리고 그 여정에서 작가가 결심하는 것. 절대, 화내지 말 것.

   이런 결심을 하게 되는 것은 작가의 이 여행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무살 시절의 여행가였으니까. 그래서 이 여행기는 장소는 다르지만 지난 스무살 시절의 여행의 기억과 동반한다. 그 시절의 여행은 여행초보자들이 으레 그렇듯이 힘찬 발걸음으로 달리는 여행이었다. 작가는 명소와 가이드북에 의지하며 조금이라도 더 보기 위해 안달하는 여행을 했었다. 하지만 그런 여행을 하지 않으리라는 결심을 했기 때문인지 시간이 흘렀기 때문인지 핀란드를 향하는 이 여행에서 작가는 전과 다른 느낌들을 몸과 마음에 새긴다.

  영화학과 저널리즘을 공부했고 소설상을 수상한 작가의 이력이 이 여행기에서 나타나는 듯하다. 이 여행기는 조금은 수다스런 기분이 들기도 한 이야기가 가득했다. 여행을 떠나는 시작에서도 그렇듯이 사람들과의 대화가 자주 등장하면서 핀란드의 모습들을 전하는 것이 이 여행기의 특징인 듯하다.

  어느 여행이 그렇듯이 여행기 속엔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 사람들과의 만남과 사건들을 통해 새로운 느낌을 전달받고 의미를 되새긴다. 여행의 모든 장소가 감탄할 곳은 아니다 보니 몸이 지쳐갈 때면 스피드하게 국경을 넣고 경유지를 지나치며 모든 것을 ‘핀란드’에 집중한 이 여행기의 절정은 역시 핀란드이다. 많은 이들이 북유럽에서 보기를 기대하는 백야와 호숫가의 풍경들. 그것들과 마주하는 작가의 심정이 그것을 바라보는 작가의 눈이 매우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마침내 여행은 핀란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와 다시 기억하는 순간을 맞는다. 사람들과 마주쳤던 기억과 황홀함에 빠졌던 장소에 대한 기억들은 작가가 맞닥뜨린 소중함이다. 작가가 묘사하는 것이 같은 여정을 떠난대 해도 내게 닥칠 기억은 아니다. 어디어디에서 누구는 이런 경험을 했다던데는 특정한 물건을 판매하는 이들의 서비스 자세에서나 똑같이 반복될 것이고. 작가가 말하듯 그 때 그 장소에서 스쳤던 바람소리, 사람들과의 만남은 온전히 작가의 것이다.


그 나라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은 가이드북에 나와 있지 않은 소소한 것들, 설명하고 싶지만 불가능한 것들, 직접 가서 보지 않고서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미묘한 몇 가지다. 글이나 사진이 아니라 오직 스스로의 눈과 귀, 피부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특징들.

바싹 말라 보기보다 아주 쉽게 불이 붙고 놀랄 만큼 화력이 세던 자작나무 장작.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푸른 빛은 물론 잔잔한 정도 또한 하늘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던 호수와 물풀, 들꽃, 덤불. 하늘을 향해 똑바로 뻗은 채 가느다란 가지에 앙증맞은 초록 잎사귀를 가득 달고 있던 하얀 숲. 평화 속에 어쩐지 우울함이 느껴지는 도시의 인적 드문 거리. 언제 들어가도 붐비는 일이 절대 없던 슈퍼마켓. 한밤중에도 파르스름하게 빛나던 청색 하늘. 아무리 어려운 질문이라고 해도 술술 대답할 준비를 마친 듯 환하게 웃으면서 다가오던 젊은이들. p363~364


   한 사람의 여행의 기억도 이토록 변화무쌍할진대 사람들마다마다의 여행의 경험은 얼마나 다채로울까. 이토록 여행기가 넘쳐나는 것 역시 그 경험을 잊지 못하는 이들의 감흥이 발산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여행기를 보는 사람들도 같은 장소를 여행했다는 데 것뿐만 아니라 내가 그곳에서 경험치 못한 것에 대한 공유를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타인의 경험을 내 피부로 느끼지 못할 것은 무엇인가 하면서도 여행이란 쉽게 훅, 떠나지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나 여행사를 통한 잠시의 관광이 아닌, 걷고 걷고 또 걸으며 몇 달에 걸친 여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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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방향


 김남희・쓰지 신이치, 

 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 - 삶의 속도를 선택한 사람들


  같은 곳을 바라보는 두 사람이 그곳에서 느끼는 감흥의 기록이다. 평화와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통해 만나게 된 한국의 여행작가 김남희와 일본의 환경운동가 쓰지 신이치는 국적과 성별과 나이를 떠난 교류를 통해 우정을 나눈다. 그리고 이것은 그 우정의 한면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들이 관심을 품고 있는 주제에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글이기도 하다. 함께, 동일한 시간의 여행이 아니라 동일한 장소에 대한 기억이 흐르는 기록이다. 두 사람은 부탄과 일본의 홋카이도와 나라, 한국의 강원도와 안동과 제주도와 지리산을 여행했고 그곳에서 느꼈던 생각들을 나눈다. 같은 곳에서 느끼는 두 사람의 생각의 차이가 질문들이 담겨 있다.

  쓰지 신이치는 슬로 라이프 개념을 제안한 학자로서 이들 두 사람의 여행에선 책제목처럼 삶의 속도와 행복의 방향이라는 이미지를 계속 상기시킨다. 여행을 떠나는 발걸음처럼 조용히 뒤따르는 행복이란 의미는 여행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수많은 질문을 통과해 더욱 확고히 다져진다. 이들의 지향점이 그들의 생애에서 드러나기에 어쩌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예상가능하기도 하지만 여행 속에서 맞닥뜨리는 생각들의 잘 정리되어 나아가는 풍경을 글로써 만나는 감흥도 새롭다. 여기에 두 사람의 글의 차이가 확연하기에 스승과 제자의 문답같은 느낌도 더해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에 관한 정의는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이다. “여행은 단순한 장소의 이동이 아니라 자신이 쌓아온 생각의 성을 벗어나는 것이다.” 지난 십 년간 세계를 떠돌며 살아온 내게 여행은 늘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었다. 내가 쌓아온 성 바깥으로 나가 그 성을 균열시키고 흔드는 만남에 나를 내맡기기. 그런 만남을 통해 새롭고 긍정적인 기운을 내 안에 가득 채우기. 그렇게 돌아와 이곳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 게 내 여행의 유일한 목적이자 바람이었다.p8


  김남희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견고한 성을 굳이 균열시키려는 노력은 더욱 더 확고한 의지를 다지는 것으로 느껴진다. 갇혀 있지 않고 수용하면서 바람직한 생각들로 내 성을 더욱 견고히 만들어가는 것. 그래서 작가는 직장을 그만두고 집값을 몽땅 빼내 여행을 하던 그날부터 지금까지 여행을 통한 일상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쓰지 신이치의 권유로 가게 된 부탄에서부터 행복에 대한 의미를 되새긴다. 작은 나라이며 물자가 풍부하지 않지만 행복한 나라라고 거침없이 꼽는 쓰지 신이치의 말에 그 행복의 느낌을 얻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래 얼마나?”라는 꼬인 심정으로 부탄을 향했다는 작가. 마치 반대의 반대를 하듯 계속 부탄의 행복에 대해 의문을 거는 작가의 심경은 어떻게 달라질까.

   

“나는 그 ‘선택의 자유’라는 말을 별로 믿지 않아. 우리가 정말 삶을 자유롭게 선택하며 살고 있을까? 도대체 뭘 선택할 수 있는 거지?”

“저한테 행복이란 일상의 작은 것들로 이루어지는 마음의 평화와 만족 같은 거예요. 오늘 내가 뭘 입을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 기분이나 날씨에 따라 입을 옷을 고르는 일에서도 행복을 느끼니까요. 부탄은 그런 기본적인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거잖아요.”

“규제가 없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아. 규제 자체가 반드시 나쁜 것만도 아니고. 무엇을 규제하느냐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 행복해지는데 옷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지?”

“그래도 전 전체주의적이고 집단주의적인 사고가 싫어요.”

“모든 사회는 집단적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야. 개발이나 성장이라는 이름 안에서만 행복을 추구하는 것도 문제고.” p29


  선택의 자유를 중요시 여기던 작가는 부탄을 여행하고 그곳의 삶을 체험하면서 소비하는 삶에 대해 일과 놀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에 대해서도. 물질적 성공이 아니라 나눔이 행복의 조건이 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관계맺음의 기술 또한 행복한 조건이라 생각해본다. 이 모든 것을 생각하면서 자연과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행복을 찾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점점 생각한다. 그리고 그 생각들은 점점 신이치 선생님의 말들과 겹쳐간다.

  여행을 하게 되면 느끼게 되는, 아니 일상을 살다 보면 느끼게 되는 회의감들은 다른 공간에서 다른 이들을 만나다 보면 전환적인 생각으로 전개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의 직접적인 체험이 아니어도 타인의 여행의 기록을 통해 이러한 마음을, 느낌을 전달받게 되는 것을 보면 어쩌면 우리 안에 일상이라는 평범함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몇 년 전부터 휩쓸었던 슬로 라이프의 삶은 우리나라에 와서는 그저 걷기와 웰빙 먹거리 열풍으로 이어진 느낌이었다. 이것이 함께, 다같이 살아가기가 전제된 삶의 여유와 행복의 다른 이름일 터인데 빨리빨리 문화가 슬로 라이프의 삶을 수용하는 방식은 자본을 벗어나지 못한 방식일까 생각했었다. 소비와 소유의 문화가 여전한 삶을 지배하고 있는 우리들의 삶이다. 나 혼자만 그렇지 않게 살아가기라 애쓴다 한들, 환경이 받쳐 주지 않는다면 가능할 리 없다.

  삶의 속도와 행복의 방향이 모두에게 같을 필요가 없음에도 한국적 삶은 그 라인을 너무나 친절하게 제시하여 주는 까닭에 이 라인을 조금이라도 벗어나려 할 때면 힘이 든다. 그렇다고 그 방향대로 산다는 것 또한 지독한 허기를 안겨 준다. 두 작가들이 여행한 곳은 다수가 권위가 제시한 라인에 비켜가 있는 삶의 모습을 살아가는 이들이다. 그들은 소비와 소유에서 비켜나 자신의 행복을 위한 가치를 품고 실천하며 사는 이들이다. 그들이 자신의 행복의 방향을 정립하기까지 그들에게도 흔들림과 실패의 시간이 주어졌다. 하지만 이제 그들의 삶은 견고해졌고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행복의 방향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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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따라가면 안되나여?


오소희, 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 - 소희와 JB, 사람을 만나다 라오스편


 동남아시아 라오스에 발을 디딘 작가와 아이는 팍세에서 시작해 푸앙 프라방까지 북으로 올라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라오스는 특별히 유명한 건물과 관광지로 알려진 곳이 아니지만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곳이다. 여행이란 관광과 더불어 휴식도 있으니 익숙하게 보게 되는 건물들보다 자연 속으로 향하는 마음들이 가득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작가 또한 라오스에서 라오스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시작한다. 팍세의 자연은 배경으로 두고 팍세에 사는 사람, 참파삭에서 만난 사람, 비엔티안에서 만난 누군가들. 그렇게 라오스에 살고 있는 이들. 어쩌면 지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라오스의 자연은 별반 다르지 않은 풍경으로 뭉뚱그러져 보이기에 그곳의 사람들이 더 각인되는지도 모른다.

  작가가 라오스를 방문한 것은 2006년이니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이다. 처음 머문 곳이 남쪽의 팍세. 하지만 이곳에서 익숙한 한국인들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으로 여행은 시작된다. 그리고 아이는 팍세의 공원에서 축구공을 차며 그곳의 아이들과 함께 뛰어논다. 처음엔 머뭇거리지만 힘차게 즐겁게 뛰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주변의 어른들 역시도 놀고 싶을 만큼의 기운들이 아이들에게서 넘쳐난다. 밤이 되어서도 공원에 있는 그 아이들은 노숙생활을 하는 고아들이었다. 작가는 먹을 것과 옷들을 아이들에게 해주지만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들은 야유가 떠나지 않는다. 아이들 역시도 경계와 주눅든 모습이 가득하다.


    거지의 정의가 ‘일하지 않고 구걸하여 연명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어른 거지가 있을 수는 있어도 어린이 거지가 있을 수는 없다.

    아이들은 일하지 않고 또 구걸하지 않고

    어른으로부터 보살핌을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의 결핍이 곧 자신들을 향한 수치가 된다는 것을 모르는 채

    쇼핑센터 주변의 어른들은 낄낄대고 있었다. p26


  작가는 우연히 아이들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나눠주게 되었다고 말하지만, 결국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을 떠난 엄마로서 이 아이들의 모습이 가슴에 깊게 새겨졌을 것이다. 그러며 생각한다. “비록 여행중이라 해도 지루한 일상 중이라 해도 바쁘더라도 가진 것이 넉넉지 않다 해도 ‘언제나’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깊숙이 선의를 가지고 관여할 수 있는 것이 ‘반드시’ 있다는 것(p31)을”.

  팍세의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다르게 생각했다. 뭐라고 해야 하나. 저 외국인 호구가 얼마만큼이나 아이들에게 하나 보자라는 듯한. 반대의 상황이라면 이들도 낯선 여행지에서 굶주리고 외로운 아이들을 위해 선의의 시선을 가지지는 않을까. 헤어지는 날 아쉬운 눈빛을 보내는 그 아이들은 또다시 따스한 눈길을 보내는 이들을 만날 수 있을까. 그곳에서 익숙하게 받아야만 하는 시선을 참고 견디며 아이들은 기억 속에서 저들에게 따스한 위안을 주던 두 여행객을 기억하며 살아가겠지.

  라오스 첫 여행지의 기억은 그래서인지 보는 이에게도 먹먹하다. 그러나 작가는 이 라오스의 여행에서 계속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의 소제목 역시 ‘사람을 만나다’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작가가 느낀 라오스인들은 전반적으로 느긋하고 여유로운 성향이다. 그들이 4시에 만날 약속을 한다는 건 4시부터 그 일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는 뜻이라고. 아무도 미리 준비하거나 계획하지 않는다고. 중요한 건, 이것이다. 그래서 “더불어 걱정도 없지요.” 그들은 또한 묘비명을 쓰지도 않는다. 그들은 “사람이란 글로써 흔적을 남길 수 없는 존재”라 믿기 때문이다. 그들은 과장하지 않고 느리고 잔잔하다고 작가는 표현한다.


그것이 여행의 힘이겠지요. 여행이란, 의도적으로 길을 잃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행위니까요. 그러나 당신이 이들의 불우함으로부터 당신의 자리가 우월하다는 것을 깨닫는 데 그친다면 여행의 힘은 오래가지 못할 거예요. 당신보다 양적으로 더 우월한 자들은 세상의 저편에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이들의 존재가 쉽게 당신을 일으켜 세웠듯 그들의 존재는 또 쉽게 당신을 넘어뜨리겠지요. 당신의 질문은 그 너머에 있어야 해요. 내 삶은 어찌하여 훨씬 더 나은 조건 속에서도 초조해 하는가.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원하는가. 쉽게 지치고 자신과 불화하는가. 그 이유에 대해서 말이에요. 진정한 여행의 힘, 그것이 주는 깨달음이란, 떠나 있을 동안만 당신을 부축하는 것이 아니라 제자리로 돌아간 뒤에도 당신을 부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해요. p173


  다른 공간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은 여행자에게는 항상 그 낯선 느낌으로 내 삶을 뒤돌아보게 한다. 작가가 만난 사람들을 내가 만난 듯 그들의 삶을 함께 들여다보며 라오스를 횡단하다 보면 팍세에서 만난 그 아이들처럼 작가에게 이런 말을 건네게 될 것도 같다. “내가 당신을 따라가면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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